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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병든 사회 놔둔 채 개벽 말할 순 없어” : 종교 : 사회 : 뉴스 : 한겨레



“병든 사회 놔둔 채 개벽 말할 순 없어” : 종교 : 사회 : 뉴스 : 한겨레

“병든 사회 놔둔 채 개벽 말할 순 없어”

등록 :2006-08-22 17:12수정 :2006-08-23 14:25



창립 20돌 맞은 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 김대선 대표 /



원불교가 이 땅에 태동한 지 90년. 천도교, 증산교, 대종교처럼 근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자생종교다.

하지만 원불교는 다른 자생종교와는 여러 면에서 달랐다. 다른 자생종교들이 대부분 민족의 아픔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외세와 정권의 탄압으로 수많은 순교자를 낸데 반해 단 한 명도 순교자가 없었고, 다른 자생종교가 대부분 명멸해간데 반해 탄탄하게 성장해왔다. 독재시절 민주화를 위해 기여한 바도 거의 없다.

이처럼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오던 원불교에서 시대의 고통을 함께 보듬자고 나온 게 사회개벽교무단이었다. 다음달로 창립20돌을 맞는 사회개벽교무단 대표인 김대선(53) 교무를 만났다.

그가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6월 민주화 항쟁’이 있던 해인 1986년부터 4년간 서울대원불교학생회를 지도하면서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그도 다른 교무들과 마찬가지로 ‘원불교 교화’외 사회 문제는 관심권 밖이었다. ‘원불교’에 가려서 이 세상 문제는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치열한 고뇌 속에 있었다. 밤을 하얗게 새우며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물음에 어떻게 답해야할지부터 걱정이었다. 그들을 어떻게 지도해야할까. 그의 화두였다. 시위 현장으로 나가는 그들을 말려도 보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와 학생들 사이엔 벽만 완고해질 뿐이었다. 차츰 그를 비롯한 젊은 교무들 사이에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학생들과 고민을 함께 하며 우리도 시대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하지만 권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교단 지도자들과 원로들은 ‘현실 참여’를 용납하지 않았다.




‘온실’서 자란 자생종교 한계, 86년 사회문제 눈뜨며 ‘현실참여’
총선연대·탈북자 지원 등 동분서주
“원불교가 폐쇄성 깨고 세상으로 나가는 길 닦겠다.”



“그 때 자신들과 생각이 조금 다르더라도 젊은 교무들의 움직임을 너그럽게 지켜봐주었더라면 젊은이들과 갭을 더욱 더 좁혀 대학생 등 청년들에게 원불교가 그토록 폐쇄적이고 답답하게 보이지는 않았겠지요. 그러나 ‘어른’들은 그런 꼴을 봐주지 않는 풍토였지요.”

원불교 교무들은 다른 성직자들처럼 민주화에 동조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그나마 김현 교무가 미문화원을 방화하고 자신의 품안으로 도망쳐온 대학생을 보호했다가 구치소에 갇힌 것이 조금이나마 인식 변화의 단초가 되었다.

그래서 86년 9월 개벽교무단이 발족했고, 90년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과 함께 4대종단협의회에 가담해 원불교도 사회문제와 평화문제 이슈에 명함을 내밀게 됐다. 사회개벽교무단의 태동에 이어 환경단체인 천지보은회도 발족했다.

2년 전 교단 성지인 영광이 핵폐기물처리장후보지로 거론되었을 때는 교단 차원의 반대 투쟁도 있었다. 그러나 교단의 이익과 관계 없는 ‘투쟁’에 대한 사시는 여전하다.

그런데도 김 교무는 1990년엔 강원룡 목사를 보좌해 종단연합기구인 종교인평화회의를 발족해 초대 서울평화교육센터 사무국장을 지냈고, 6·25때 좌우 양쪽에서 희생된 영령들을 위한 지리산위령제 사무총장, 낙선운동을 주도한 총선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으로 ‘원불교 밖’일에 더욱 더 동분서주해왔다. 그러면서 5년 전엔 교당을 개척했고, 3년 전부터는 그 교당에 ‘평화의집’을 열어 탈북자들을 돕고 있다. 그는 내년엔 원불교와 세상의 소통을 위해 ‘원불교 밖 학자’들로 원불교 창시자를 연구하는 ‘소태산 아카데미’를 설립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의 표어도 수도자의 깨침으로 사회를 변화시켜나가자는 것이지요. 병든 사회와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자세 없이 개벽을 언급할 순 없지요.”

그는 “수도자로서 아성을 지키며 권위나 품위에 안주하기보다는 젊은 열정을 ‘미친 듯이’ 통일이나 생명, 인권, 사회 복지 등 세상에 바치는 후배들이 원불교 안에서도 많이 나와 주기를 기대한다”며 “사회개벽교무단이 원불교가 폐쇄성을 딛고 세상의 큰바다로 나가는 구실을 해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개벽교무단은 9월 3일 오후 3시30분부터 9시까지 서울 남산 유스호스텔 중회의실에서 ‘참여·소통·개벽’이란 주제로 20돌 기념 세미나와 간담회를 연다.(02)319-1318.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150986.html?fbclid=IwAR3ROIZuyckBda_Epw8oDjKOG1YoLyS3JzIGdEqHj1HaDI-4Pctr8uFVA74#csidxa9f8705551631fa9a23a80af57ed4f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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