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조사사업, 日帝 수탈론, 백두산 神話, 조선 亡國의 책임, 징용,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기성의 통념에 도전
⊙ 某 기자는 “어느 신문에서도 소개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7월 말까지 8쇄 인쇄
이 책 나온 후 학문적 반박은 없이 ‘親日몰이’만 보여

朱益鐘
1960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同 대학원 경제학 박사 /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실장 역임. 現 이승만학당 교사 / 저서 《대군의 척후》 《고도성장시대를 열다》

한일(韓日)관계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로 최악이다.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 7월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관련 3종의 물질에 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국 언론과 정치권에선 ‘일본의 경제 보복’, 심지어 ‘일본의 경제 침략’이라 비난하지만, 이것은 ‘한국의 도발’에 대한 일본의 ‘대항 조치’라 보는 게 옳다. 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징용배상 판결을 내린 게 그 원인이기 때문이다.

마치 이 사태를 기다렸다는 듯 7월 초 한 권의 책이 발간되었다.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이란 부제(副題)가 붙은 《반일종족주의(反日種族主義)》(미래사 간)이다. 이웃 일본을 적(敵)으로 보는 적대의식이 반일종족주의인데, 이는 민족주의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저열한 수준이다.

정상적 식견의 소유자라면 한일관계의 위기는 누구나 예견할 수 있었다. 해묵은 걸림돌이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고 2015년 말 박근혜-아베 합의가 나왔지만, 좌익은 극렬히 저항했다.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좌익은 곧바로 이 합의를 무효화했다. 또 새로 구성된 대법원은 징용배상 명령 판결을 확정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법 농단’ 수사가 몰아치던 중이었다. 이후 수순은 판결의 집행과 수많은 아류 소송의 제기였다.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은 이 예견된 파국에 손 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가을 〈반일종족주의를 타파하자〉는 유튜브 강의를 기획했다. 경제사 연구자를 중심으로 6명이 모여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넘게 총 46회의 유튜브 강의를 내보냈다. 이번에 그것을 27편의 글로 간추렸다.

이 책을 기획한 이도, 책의 서술을 이끈 이도 이영훈 교장이다. 그는 40년 넘게 한국경제사 연구에 매진하여 전무후무할 업적을 쌓은 한국 최고의 연구자다. 그는 정년에 즈음하여 ‘벽돌책’ 《한국경제사Ⅰ, Ⅱ》(일조각 간)를 펴냈다. 정치학이나 사회학 분야에 이와 견줄 만한 통사서는 없으며, 가까운 장래에도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반일종족주의》 책의 절반 가까운 분량을 썼을 뿐 아니라, 다른 5명의 글을 고르게 가다듬고 오류를 수정했다. 6인 공저인 이 책은 실상 그의 작품이다.

  한국사에 대한 기성 통념에 도전

2018년 8월 15일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와 민주노총 부산본부 회원들은 부산 일본총영사관 주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파기, 강제 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촉구하는 행진을 벌였다. 사진=조선DB
  이 책은 프롤로그와 본문 3부 및 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대한민국이 거짓말의 나라가 되었음을 통박(痛駁)하고, 나라가 파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이 책을 읽어주길 당부한다.

제1부 ‘종족주의의 기억’은 한국인이 일본의 식민지배와 그 후의 한일협정을 어떻게 잘못 기억하는지를 보인다.

제2부 ‘종족주의의 상징과 환상’은 반일종족주의의 형성과 확산에 관한 것인데 백두산 신화, 독도 문제와 망국 책임 문제, 과거사 청산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제3부 ‘종족주의의 아성, 위안부’는 반일종족주의의 성채라 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파헤친다. 끝으로 에필로그에선 샤머니즘과 물질주의, 집단주의 정신문화가 종족주의를 낳았으며, 국민 다수가 이런 무녀(巫女)의 진혼굿에 사로잡혀서는 대한민국은 쇠망한다는 경고를 발한다.

이 책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그 후의 한일관계에 대한 한국인의 기성 통념에 정면 반박한다. 오늘날 대다수 한국인은 학교 교과과정이나 여러 영화, 각종 역사 서적에서 접한 대로, “일본이 식민지배 35년간 한국인을 억압・착취・수탈・학대했으며, 그럼에도 그 후 일본은 그를 반성・사죄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일제가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조선 농민의 토지를 수탈했다거나 쌀을 대거 반출해 농민이 가난해졌다는 인식, 노무자가 강제 동원(=징용)되어 임금도 못 받고 노예처럼 혹사당했다는 인식, 일본 헌병이나 경찰이 조선 소녀를 강제로 끌고 가 위안부로 만들었다는 인식 등이다.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도 이런 인식에서 나왔다. 악(惡)의 종족인 일본에 대한 징용배상 판결은 악한 종족을 징치(懲治)하여 인도주의를 구현하며 역사의 정의를 세우는 일이 된다.

이 책은 이런 통념이 터무니없는 과장이거나 허위임을 보인다. 예를 들어 토지조사사업에서는 실제 소유자가 자기 땅을 신고해서 소유권을 인정받았으며, 만약 한국인의 통념처럼 토지 수탈이 있었다면 해방 후 토지를 돌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을 테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또 1944년 9월 징용령이 발동되기 전까지는 자기 의사로 일본에 노무자로 갔으며, 징용 노무자라 하더라도 임금은 약속대로 지급받았다는 것을 사실로써 보인다.

몸 사리는 保守 언론과 정치인들

이 책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을 비판한다. 한국 대법관들이 해방 전 일본으로의 노동 이동이나 이승만 정부 이래의 한일 청구권 회담의 역사에 무지한 채 엉터리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 징용배상 판결을 부정하는 자는 친일파(親日派)라고 선동하였지만, 우리 필자의 입장은 단호하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서 판단할 뿐, 친일파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 필자는 한일 갈등 상황에서 한국인이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양국 정부가 맞서는 상황에서 마치 우리가 일본 정부를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발간된 지 한 달이 되도록 소위 조중동 어느 신문도 이 책을 소개하지 않았다. 메이저 신문의 어느 베테랑 기자는 “이 책이 어느 신문에서도 소개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자칭 정론지(正論紙)들이 반일종족주의의 광풍(狂風)이 겁이 나 숨는 모양새다.

기자들만 그런 건 아니다. 정치인들도 친일파 낙인이 찍힐까 몸을 사리긴 마찬가지다. 온갖 국가 현안마다 나서며 ‘보수(保守)의 전사(戰士)’로 등장한 한 국회의원도 발간 기념 북 콘서트에서 논평을 약속했다가 황급히 취소했다. 자유한국당이 집권당의 2중대로서 장단 맞추는 일도 벌어진다.


그렇지만 많은 자유 우파 시민과 논객이 이 책의 취지에 적극 찬동하고 응원해주었다. 정규재 주필의 펜앤드마이크를 비롯해, 고성국TV, 가로세로연구소, 뱅모의 세뇌탈출, 신의한수, 이안방송, 팩맨TV, 김재원TV 등 많은 우파 유튜브 채널이 이 책을 적극 소개하였다. 또 많은 자유 시민 독자들이 이 책의 구매 대열에 동참하였다. 이 책은 한때 교보문고 베스트 종합 3위에 오르기도 하였으며, 7월 말 현재 8쇄까지 나왔다. 이승만학당이 서울·대구·부산에서 연 북 콘서트도 성황을 이루었다. 지난 7월 17일 열린 서울 북 콘서트에는 예상 인원을 훨씬 넘는 500여 명이 참석하였다.

좌익의 침묵

좌익은 그간 해온 것처럼 이 책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다. 그들은 반일종족주의의 성채 안에 숨어서 모른 체한다. 제대로 된 지식사회라면, 사실을 근거로 한 새 주장을 접하였을 때 그를 당당히 비판하거나 받아들여 자신의 견해를 수정한다. 하지만 한국의 지식사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신의 견해가 반증(反證)되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 오직 수적(數的) 우위를 무기로 무시할 뿐이다.

기껏해야 지난 7월 22일 MBC TV의 〈스트레이트〉에서 ‘아베에 화답하는 친일세력’이란 제목으로 친일몰이를 하였을 뿐이다.
프로그램 진행자 김의성과 주진우는 이 책의 내용에 관해서는 하나도 반박하지 못한 채 친일파의 주장이라고만 비난하였다. 방송 후 낙성대경제연구소에는 욕설과 협박 전화가 폭주하였다. 필자 중 한 사람인 이우연 박사가 7월 29일 오후 연구소에 들이닥친 괴한들로부터 공격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영훈 교장은 서울 북 콘서트에서 발표한 〈반일종족주의 타파 선언〉에서 정의기억연대[구(舊)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위안부 문제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승만학당은 조만간 그를 정식 제안할 것이다.
우리는 이 책에 동의하지 않는, 아니 적의(敵意)를 품은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화를 내고 욕만 할 게 아니라, 이 책에 대해 정당한 비판을 하라고. 책의 내용에 대해서 한마디도 반증을 제시하지 못하는 자들이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 것은 이 사회가 얼마나 미개하고 천박한지를 보여준다. 이런 식이라면 한국 사회는 희망이 없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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