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민주 유학과 21세기 실학 - 한국 민주주의론 재정립
나종석 지음ㅣ도서출판 bㅣ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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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0 36,000원
도서규격 양장본ㅣ1,055쪽ㅣ152x224mm
ISBN(13) 979-11-87036-26-5
유학과 동아시아
30,000 27,000원
대륙신유가 - 21세기 중국의 유학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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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소개
도서출판 b에서 나종석의 ≪대동민주 유학과 21세기 실학: 한국 민주주의론 재정립≫을 출간했다. 서양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특이하게도 동양 유학사상을 바탕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성격, 특히 한국 민주주의론을 재조명하며 ‘대동민주주의론’을 주창하고 있다. 무려 1,055쪽에 달하는 대작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가족, 시민사회, 국민국가 그리고 유교적 전통과 관련하여 다각도에서 검토하여 우리의 민주주의가 지니는 역사성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이룩한 민주주의의 역사적 경로의 독특성을 유교적 정치문화의 영향사와 그것의 질적 전환의 시각에서 해명함으로써 한국의 역사를 바라보는 기존의 서구 중심주의적 사유 방식을 비판적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 근현대사를 새롭게 사유하려는 기본 인식 틀로서 ‘대동민주주의’와 ‘대동민주 유학’이라는 두 중심 개념을 제시한다. 첫째, 대동민주주의라는 개념은 대동적 세계를 이상적 사회로 상상해온 동아시아 고유의 유교적 정치문화와 서구적 근대의 해방적 계기인 민주주의가 결합되어 한국사회에서 독특하게 형성되어온 민주주의 역사 및 그것을 추동한 기본 정신을 표현한 것이다.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서구로부터 이식된 것으로 보거나 유교적 전통과 민주주의 사이에는 만날 수 없는 심연이 존재한다는 전통과 민주주의 사이의 이원론적 접근방식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그것은 조선 후기 사회와 한말, 또 식민지배 및 분단과 독재를 거치면서 오늘날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사의 성격을 해명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점에서 대동민주주의를 이념사적으로 연구하고 그 의미를 강조하는 접근방식과 분명하게 차이가 있다.
둘째, 대동민주 유학은 잠정적 가설의 형태로나마 19세기 중반 이후 동서양 문명의 만남에서 형성된 한국 근현대사의 기본적 모습을 개념화하게 해주는 인식 방법론이다. 달리 말하자면, 대동민주 유학은 동아시아의 유교 전통 속에서 축적해온 유가적 대동세계의 이상이 서구 근대와의 충격적 만남 속에서 전통의 비판적 지속과 아울러 서구 근대의 해방성과 폭력성의 양가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가는 과정을 주도한 정신이었음에 주목하고 그 역사 형성적 힘을 학문적으로 성찰해보려는 인식 틀이다. 그렇게 본다면 대동민주 유학은 오랜 세월 한국사회가 추구해온 바람직한 인간다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나름의 규범적인 해석의 틀로도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21세기 실학’으로 제안된 대동민주 유학을 통해서 우리는 서구에서 전형적으로 발전된 민주주의 및 사회정의에 대한 개인주의적인 권리 담론 위주의 접근 방식이 안고 있는 한계를 넘어 민주주의를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한국 가족사회와 민주주의>에서는 우리사회의 가족주의의 여러 측면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그것의 어두운 면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한다. 제1부에서 저자는 동성애 및 동성결혼에 대한 편견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뿐만 아니라, 한국 가족주의 전통의 역사적 계보를 조선 후기에서 구하는 문제와 관련된 여러 쟁점들을 다룬다. 특히 가족주의 전통을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요약되는 유교적 사유 방식이 지니는 독특성, 즉 가족에서 사회 및 국가를 넘어 천하로 이어지는 연계적 사유방식의 내적 논리가 어떤 지점에서 가족주의로 축소될 위험성을 안고 있는지를 해명하는 부분은 창의적이라 할 것이다. 유교적 공사관을 서구에서 발전된 공사관의 두 패러다임인 자유주의적 공사관 및 공화주의적 공사관과 대비하고 유교적 공사관이 지니는 장점과 독특성을 해명해보려고 한 부분이나 한국 가족주의의 역사적 맥락을 조선의 유교적 능력주의의 내적 동력학과 관련해서 해명하려는 시도도 새롭다.
제2부 <한국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는 한국사회에서의 기업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포함하여 시민사회의 민주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한국의 연고주의 문화의 민주주의 문제에 천착한다. 그리고 한국 연고주의 문화의 민주화의 방안을 검토하면서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 유교 전통을 전근대적 사유로 보는 관점이 서구중심주의적 사유 방식을 진리 그 자체로 내면화 하여 자신의 과거를 식민화하고 문명으로 설정된 서구 근대 문명의 타자로 강등시키는 식민화의 결과임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및 한국사회 전반의 모습을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의 전통(과거)을 탈식민화하는 작업이 수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제2부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한국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 ‘사회적 상상’으로서의 유교적 대동세계 이상의 민중화/일반화 과정에 주목하고 그 과정에 대한 서술을 통해 한국의 독립운동과 민주주의의 정신사적 조건의 특이성을 해명하고자 한다.
제3부 <한국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는 탈민족주의 담론, 민족주의와 세계시민주의의 연관성, 그리고 한국역사에 등장한 유교적 세계시민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 가능성에 관한 것들이다. 한국의 저항적 민족주의를 세계시민주의를 지향하는 대동민주주의 정신의 발현으로 이해하여 우리 사회 민족주의의 고유한 성격을 새롭게 개념적으로 포착하고자 했다. 한국의 민족주의 및 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을 해명할 결정적 열쇠로 대동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제시해본 것이다.
제4부 <유교적 정치문화와 한국 민주주의>에서 저자는 국가에 대한 멸사봉공적인 유교적 충성관의 계보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여 한국 민주주의의 정신사적 조건이자 배경인 유교 국가 조선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축적된 사회에 대한 독자적인 상상, 즉 유교적인 사회적 상상이라는 관점에서 해명하고자 한다. 이는 한국사회가 어떤 경로에 의해서 어떤 방식으로 민주주의로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렇다 할 이론이 없는 한국 인문학계의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의 일환이기도 하다. 특히 저자는 제4부에서도 조선의 유교적 정치문화가 민주주의 발전을 포함하여 한국사회 근대화에 장애물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반하여, 우리 사회가 걸어온 민주주의 과정의 독특한 경로는 조선의 유교적 정치문화의 지속적 영향사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될 수 없다는 논제를 입증하고자 시도한다. 더 나아가 오늘날의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민주공화국을 향한 독립운동과 분단 이후 대한민국이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역사적 성취 과정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대동민주주의적 이상의 현재적 의미를 헌법애국주의 논쟁과 관련하여 강조하고자 한다.
2. 지은이 소개
■ 지은이: 나종석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헤겔과 비코에 대한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독일 관념론, 현대 서구 정치철학, 동아시아 유학사상 그리고 한국 현대사상 등이다.
저서로 <차이와 연대: 현대 세계와 헤겔의 사회ㆍ정치철학>(2007), <삶으로서의 철학: 소크라테스의 변론>(2007), <헤겔 정치철학의 통찰과 맹목: 서구 근대성과 복수의 근대성 사이>(2012), <사회인문학이란 무엇인가?>(공저, 2011), <한국 인문학의 형성>(공저, 2011), <유교적 공공성과 타자>(공저, 2014), <유학이 오늘의 문제에 답을 줄 수 있는가>(공저, 2014), <디아스포라: 민족 정체성, 문학과 역사>(공저, 2016)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비토리오 회슬레의 <비토리오 회슬레, 21세기의 객관적 관념론>(2007), 미하엘 토이니센의 <존재와 가상: 헤겔 논리학의 비판적 기능>(2008), 카를 슈미트의 <현대 의회주의의 정신사적 상황>(2012) 등이 있다.
3. 차례
책을 펴내면서 _ 7
서론 21
제1부 한국 가족사회와 민주주의
제1장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구조 변동과 그 문제들
들어가는 말 37
Ⅰ. 근대가족의 원리와 그 기본 형태 43
Ⅱ. 한국 가정생활에서 근대적인 원리의 관철 경향 58
Ⅲ. 평등주의 및 개인주의 관철과 그 문제 77
나가는 말 97
제2장 21세기 현대사회와 가족의 다양성 문제
들어가는 말 101
Ⅰ. 가족 민주화와 미래지향적 대안 가족 104
Ⅱ. 기든스의 민주적 가족이론의 문제점 109
Ⅲ. 일부일처제와 가족의 다양성 문제 126
Ⅳ. 일부일처제의 변형과 동성결혼제도 132
나가는 말 137
제3장 한국 가족주의와 유교 전통
들어가는 말 139
Ⅰ. 현대 한국 가족제도의 혼종성 141
Ⅱ. 유교적 전통과 한국 가족주의의 역사적 기원 147
Ⅲ. 유교적인 공사 구분의 성격 159
Ⅳ. 유교적인 연계적 사유 모델의 내적 동력학과 한국 가족주의 165
나가는 말 172
제4장 유가적 공사관과 서구 공사관
들어가는 말 175
Ⅰ. 서구 공사 구분의 두 패러다임 178
Ⅱ. 공화주의적 공사관과 아시아적 전제정 183
Ⅲ. 자유주의적 공사 구별과 그 딜레마 196
Ⅳ. 유가적 공공성 이론의 성격과 그 가능성 209
Ⅴ. 돌봄과 자율성의 종합 이론으로서 유교적 인정의 정치이념 218
나가는 말 233
제5장 조선의 유교적 능력주의와 한국 가족주의의 또 다른 기원
들어가는 말 235
Ⅰ. 과거제도와 조선의 유교적 능력주의 241
Ⅱ. 유교적 능력주의의 평등관 249
Ⅲ. 유교적 평등주의와 민주공화주의 257
Ⅳ. 능력주의 원칙의 한계와 조선의 과거제도 폐단 280
Ⅴ. 유교 전통과 한국사회 근대성 문제 286
Ⅵ. 능력주의와 서구 근대 291
Ⅶ. 서구 근대와 다른 동아시아의 길에 대한 철학적 성찰 303
나가는 말
제2부 한국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제6장 한국사회에서 기업 민주주의의 가능성
들어가는 말 317
Ⅰ. 자본주의적 경제 시스템과 민주주의 321
Ⅱ. 한국경제 구조 변동과 기업 민주주의 330
Ⅲ. 유교적 가족주의 전통과 한국 경제구조의 특수성 340
Ⅳ. 한국사회에서 기업과 공공 영역에 대한 신뢰도의 실증적 연구 352
Ⅴ. 능동적 신뢰와 한국 기업 민주주의 발전 방향 363
Ⅵ. 사회복지국가 대 자본주의 너머에 대한 상상의 문제 375
나가는 말 388
제7장 한국 시민사회의 특성과 그 방향에 대한 성찰
들어가는 말 391
Ⅰ. 시민사회 개념 규정과 분석 틀 398
Ⅱ. 한국 시민사회에 대한 경험적 자료 분석 404
Ⅲ. 국가권력과 시장권력 결합에 의한 시민사회의 공공성 위기 414
Ⅳ. 한국 시민사회의 규범적 방향에 대한 성찰 419
Ⅴ. 한국 시민사회의 민주화와 탈식민적 사유 426
나가는 말 440
제8장 유교적 연고주의, 한국 현대사회 그리고 연고주의의 민주화
들어가는 말 443
Ⅰ. 동아시아 전통, 탈식민적 사유, 보편주의 444
Ⅱ. 조선 후기 사회와 근대 시장경제 사이의 연관성 456
Ⅲ. 황도유학과 조선 유교 전통의 국가주의적 유학으로의 변형/변질 470
Ⅳ. 연고주의 문화의 민주화와 유교 문화의 변형 484
나가는 말 492
제9장 조선 후기 대동세계 이상과 한국 민주주의의 정신사적 조건
들어가는 말 495
Ⅰ. 유교적 능력주의 사회와 조선의 노비 문제 497
Ⅱ. 유교적 대동 이념의 근본 주장 508
Ⅲ. 천하위공과 조선 후기에서 동학 이전까지의 대동 이념 520
Ⅳ. 갑오농민전쟁과 천하위공의 유교적 민본주의 542
Ⅴ. 급진적 유교적 민본주의와 온건 유교적 민본주의의 분화와 대립 550
Ⅵ. 한말 이후 일제 식민지시기 대동유학의 지속 556
Ⅶ. 백범 김구의 독립정신과 유교 전통 572
나가는 말 582
제3부 한국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제10장 탈민족주의 담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
들어가는 말 589
Ⅰ. 민족주의의 배타성과 폭력성 문제 593
Ⅱ. 민족주의의 다양성 603
Ⅲ. 세계화와 민족주의 612
Ⅳ. 탈민족주의 담론의 무비판성 문제 619
나가는 말 631
제11장 민족주의와 세계시민주의의 만남의 가능성
들어가는 말 633
Ⅰ. 근대 민족국가의 이중성 636
Ⅱ. 민주주의와 경계의 도덕성 646
Ⅲ. 민족주의와 세계시민주의의 양립 가능성 667
Ⅳ. 민족적 책임, 역사적 책임, 그리고 보편주의 문제 680
나가는 말 699
제12장 한국의 역사적 경험에서 본 세계시민주의와 대동민주주의
들어가는 말 703
Ⅰ. 대동적 세계시민주의로서 한국의 저항적 민족주의 704
Ⅱ. 대동민주주의로서 한국 민주주의 724
Ⅲ. 대동민주주의와 한국 근대성 764
나가는 말 772
제4부 유교적 정치문화와 한국 민주주의
제13장 일본의 황도유학과 한국의 국가주의적 충성관의 탄생
들어가는 말 775
Ⅰ. 19세기 서세동점 시기 개화파의 대응 780
Ⅱ. 국가주의적 유교 탄생에 대한 오해 788
Ⅲ. 일본 유학 전통에서 충효관의 특성 799
Ⅳ. 일제 강점기 황도유학 유입과 그 확산 807
나가는 말 818
제14장 한국 민주주의와 유교 문화
들어가는 말 821
Ⅰ. 한국의 사회적 상상으로서 유교적 전통 826
Ⅱ. 유교망국론 829
Ⅲ. 유교 전통과 민주주의 836
Ⅳ. 선비정신과 한국 민주화운동 846
Ⅴ. 민주화운동과 유교 전통의 변형 855
Ⅵ. 유교 문화의 현대화, 대동민주주의 그리고 비판적 동아시아주의 865
나가는 말 870
제15장 문화와 정치
들어가는 말 875
Ⅰ. 민주주의적 평등 원리와 ‘집단지성’ 현상 878
Ⅱ. 촛불집회와 민주주의 논쟁 889
Ⅲ. 정치와 적대성(‘정치적인 것’)의 문제 897
Ⅳ. ‘정치적인 것’과 민주적 정치문화 912
Ⅴ. 유교적 정치문화와 한국 민주주의 923
나가는 말 937
제16장 한국사회에서 헌법애국주의 및 공화주의적 애국심 논쟁에 대하여
들어가는 말 939
Ⅰ. 한국에서 헌법애국주의 이론 948
Ⅱ. 한국에서 공화주의적 애국심 이론 961
Ⅲ. 헌법애국주의 논리의 한계 966
Ⅳ. 한국에서 논의되는 헌법애국주의 담론의 문제 978
Ⅴ. 언어, 민족주의, 타자 986
나가는 말 996
참고 문헌 _ 999
사항 찾아보기 _ 1029
인명 찾아보기 _ 1045
4. 책 속에서
* 유럽적 보편주의의 비판의 방법으로서의 동아시아 유교전통의 탈식민화
유럽적 보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방법으로 동아시아 역사 속에 구현되어 있는 ‘동아시아적 민주주의’를 발굴하는 작업은 인권 및 민주주의에 대한 유럽적 이해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방법은 유럽중심주의에 의해 식민화된 동아시아의 과거 및 전통의 탈식민화 작업을 구현하는 것이다. 과거의 탈식민화는 매우 중요한 사상의 과제이다. 과거의 식민화는 서구 근대를 선진 문명의 정점으로 설정하고 다른 문명을 열등하고, 심지어 야만적인 것으로 강등시켜 타자화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식민화된 과거 및 전통을 탈식민화하여 그것을 새로운 대화의 상대로 삼아야 한다. 전통의 탈식민화 작업은 제국주의적 문명론에 의해 타자화되어 인류 역사에서 배제되고 지워진 비서구 사회의 과거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작업인 셈이다. (311-312쪽)
* 서세동점시기 및 일제 강점기에 나타난 국가주의적 유학과 천하위공의 대동적 민주유학 사이의 갈등
요약해보자면 천하위공의 유교적 대동세계의 이상은 일제시기에 공식적인 교육세계로부터 추방되었다. 그 대신 일제는 강제적인 식민 교육을 통해 황도유학 정신을 한국인들에게 강요하여 일제 천황에게 충성하는 노예로 만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조선의 대동적 유학정신과 달리 일본식 황도유학의 영향으로 인해 유학정신은 부국강병의 일국적인 국가주의 논리로 변형, 축소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그러나 조선의 전통적인 보편주의적 원리 중심의 대동적 유학정신은 의병전쟁 및 독립운동과 결합되어 그 비판적 생명력을 지속시키고 있었다는 점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즉, 조선의 유교적인 문명주의 및 세계주의는 유럽 근대의 국민국가 중심의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도전에 직면하여 조선의 망국 및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두 가지 중요한 흐름으로 분기된다. 한편으로 조선의 유교적 전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동적 민본 유학의 근본정신은 의병전쟁 및 독립운동과 결합되어 대동민주 유학의 흐름으로 전개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일본의 영향을 받은 유교 전통은 국가주의적 충성 이론이나 가족에만 과도하게 의지하는 가족주의적 유학의 모습으로 변질되거나 축소되어 간다.(483-484쪽)
* 유토피아의 새로운 방법으로서의 전통과의 대화
따라서 유교 문화=반근대의 의식으로부터 유교 문화의 과거 기억을 해방시켜 유교 전통을 새로운 대화의 상대로 만드는 작업은 서구 중심적 사유의 틀을 상대화하는 작업에서 필수적인 것이다. 또한 그것은 새로운 역사에 대한 상상력을 형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전제 조건들을 창출하려는 토대 작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새로 평가하는 작업은 오늘날의 동아시아 사회의 특성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새로운 주체 의식 및 주체 형성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 질서를 비판적으로 응시하면서 일국가적 시야를 넘어 아시아 연대의 토대 구축을 위해서도 전통과의 새로운 대화 시도는 아주 중요하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앞에서 필자는 비판적 동아시아 담론의 새로운 방법을 동아시아 인문정신과의 새로운 대화에서 구하고자 했다. 달리 말하자면 유토피아의 방법으로서 동아시아 인문 전통의 르네상스(renaissance), 특히 유교적 전통과의 새로운 대화를 통한 미래의 새로운 상상을 추진하는 기획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869-870쪽)
5. 지은이의 말
우리 사회에서 한국 현대사회 및 현대사에 대한 논쟁과 연구는 정치적․이념적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현대사의 변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는 식민지근대화론을 둘러싼 논쟁이 보여주듯이 정치적․이념적 갈등과 깊게 연계되어 있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 학술적인 논쟁과 연구가 지녀야 할 자립적인 공간이 매우 협소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현실과 좀 다르다. 모든 저서의 출판은 필연적으로 오해를 낳을 수밖에 없고 그 오해에 대해 필자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저서 자체의 불가피한 운명임을 잘 알지만, 그런 운명에 대해 필자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낀다.
필자는 저서를 대하는 독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없기에 부당한 비판이 존재해도 그에 대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진지한 대화의 움직임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생산적인 상호 비판과 대화가 실현되기 매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지속적인 만남이 가능하고 상호 신뢰가 축적된 우애적인 대화 공동체 속에서만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적 사유가 참다운 방식으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문자로 쓰인 글은 참다운 지혜를 전달하는 매체라기보다는 오히려 진실인 것처럼 보이는 사이비 지혜만을 전달할 뿐이라는 플라톤의 지적에 매우 공감하는 바가 있다. 필자는 글을 쓰면서 이런 문제점을 가능한 한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도 필자가 속해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따뜻하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책을 펴내면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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