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 Jung Gil
<나는 두렵다>
고양신문 2020.9.21 높빛시론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녹색불교연구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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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설마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판단을 유보했다. 코로나19로 너무도 심각한 상황인데, 쓰러져있는 환자치료를 거부하고 의사들이 파업을 할 정도의 위급하고 절박한 이슈인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무슨 이유가 있겠지, 똑똑한 의사들의 인지능력이 이 정도 일리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알면 알수록 비감함을 느껴야 했다.
그동안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말은 의료계 내에 여러번 제기되어왔고 최근 코로나 정국에서 더욱 절박한 상황이 되었다. 수도권 쏠림이 심각해 지방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매년 400명씩 늘려 10년간 4000명으로 증원하는 것, 공공의대를 만들어 10년간 지방에 복무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제안이 의사들이 이토록 사력을 다해 거부를 해야할 사안인가?
‘의사는 모자라지 않고 앞으로 늘릴 필요가 없다’고 강변하는 것이, 마치 댐이 오래되고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로 붕괴할지 모르니 안전을 위해 예산을 늘려 보강공사하자는 정책에 ‘댐이 붕괴할 가능성이 없으니 예산을 사용하지 말라’고 마구 강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비유처럼 전국토에 대형 산불이 났는데 소방공무원증원을 반대한다고 소방대원들이 불끄는 일을 집단거부하는 것과 다를 바가 뭐가 있는가.
심지어 '공공의대가 현대판 음서제다. 북한에 의사를 파견하려고 한다. 전라도에 의대를 하나 만들려고 한다'는 쉽게 논박할수 있는 수준 낮은 가짜뉴스를 퍼나르며 홍보를 하고, 대국민 설득을 위해 ‘학창시절부터 1등만해 온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지, 성적이 모자르(라)지만 공공의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은지’를 묻는 홍보물을 보고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시절에 1등이면 모든 것을 잘한다는 배타적 우월성과 엘리트의식도 가관이지만 이것이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는 이들의 집단 의식구조가 얼마나 공감 능력없고 반사회적인지를 엿볼수있었다. 더욱이 공공의료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의식의 부박함은 과연 이것이 엘리트들의 문해력인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국가가 면허를 부여하고 허가를 통해 통제하는 것은 공공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들이 매월 세금처럼 의료보험을 십몇만원씩 꼬박꼬박 내는 것도 그것이 공공성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공공영역의 확대가 의사들 자신의 사적영역과 사적이익을 줄어 들게 하는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 연봉 수억대의 의사들의 그 밥그릇이 줄어들까봐 벌이는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어디에도 국민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대집씨가 모든 의사들과 의대생들을 대표한다고 나올때부터 나의 ‘설마’는 시작되었다. 그는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가 속한 서북청년단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공개적으로 표방한 자유개척청년단의 단장이 었고, 단식투쟁하던 세월호 유족앞에서 폭식농성을 하고, 박근혜 탄핵에 반대해 자유통일해방군을 만들어 군복을 입고 무장투쟁을 선동했으며, 한의사와 한의과대학 폐지를 주장해온 사람이다. 미디어 앞에서도 거친 욕설과 폭력적 행동을 거침없이 해온 일베수준의 극우인사인데, 그를 의사들의 대표로 내세웠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의 등장은 국민들에게 파업의 정당성을 위해서라기 보단 정권타도운동으로 인식되게 했다.
대체로 파업을 하거나 집단행동을 할 때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정당성을 얻기 위해 국민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놀라운 현상은 이들은 국민들의 지지를 그다지 원하지 않는 듯하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승리가 국민들에게 어떠한 이득이 되는가에 대한 논리가 없다. 행동 또한 아쉬울게 없는 사람 특유의 안하무인 막무가네 행동을 보이며 투쟁을 하고 정부와 합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에 대한 배려나 책임의식, 사과도 없다. 성숙한 인격이란 주변사람을 깊이 헤아리고 배려하는 능력이다. 이들에게는 그런 타자에 대한 고려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의료의 주체인 국민(환자)들과 간호원 등의 의료관계자들의 통합적인 거버넌스를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의사들만이 의료행위를 독점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논리가 의사와 전공의협의회, 의대학생과 교수들의 내부 폐쇄회로에서 서로 지지하고 부추기며 의식의 동종교배속에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자기 논리를 강화 재생산하고 있는 듯하다. 이들은 지금 딴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보면서 과거 노무현정권초기 검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무례하고 안하무인의 태도로 군림하며 권력을 휘두를 것같은 불안함이다. 약자의 단결은 생존권이지만 강자의 단결은 패권이자 사회 파괴의 권력이 된다. 공부를 잘해서 항상 우대를 받아왔지만 다른 사람을 살피고 배려해본 적이 없는 집단, 더욱이 연봉 수억에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의사면허는 절대 취소되지 않는 이 무소불위의 인물들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부여하며 인술을 계속 기대할수 있는 것일까. 나는 두렵다.
결국 코로나19의 대책으로 온통 집중하고 있는 정부가 의협과 전공의 요구 내용을 모두 수용하여 원점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과거 지하철이나 자동차노조의 파업을 하면 주동자를 구속하고 억대연봉을 받는 귀족노조가 파업한다고 비난했으면서, 왜 높은 연봉 의사들이 절차없는 불법파업을 하는데도 정부와 언론도 저렇게 백기투항하듯 하는가. 몇몇사람들은 분노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공부를 잘한게 아니라 시험을 잘 본사람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교육붕괴의 현실 아닌가. 국민들에게 사과없이 끝까지 정부를 협박하며 집단휴진을 풀고 돌아간 전공의들을 보면 이들이 지배할 미래 세계가 두렵다.
내 주변에는 농민을 위해 농민병원을 만들고 의료협동조합을 만들며 애쓰고 있는 의사들과 지역의 문화를 위해 아낌없이 사재를 쏟아 붓는 감동적인 좋은 의사들이 많다. 젊은 의사 중에 이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있다. 아니 믿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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