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3

[분석] ‘필망론’ 버리고, ‘핵무력 완성’이 가져온 근본변화 읽어야 < [분석]조선로동당 제8차대회 < 칼럼/기고 < 정론 < 기사본문 - 현장언론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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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필망론’ 버리고, ‘핵무력 완성’이 가져온 근본변화 읽어야

기자명 김창현 인제대 통일학부 외래교수
승인 2021.01.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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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 (3) 자주적 통일과 대외관계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을 구호로 든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가 8일(5~12)만에 폐회를 선언했다. 김정은 총비서의 개회사, 사업총화, 결론, 폐회사 등을 통해 당8차대회를 분석해 연재한다. [편집자]

(1) 7차에서 8차까지 - ‘선군 정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로 바꿨나?
(2) 사회주의 경제 전략 - 사회주의 경제, '자력갱생'으로 성공할까?
(3) 자주적 통일과 대외관계 - ‘필망론’ 버리고, ‘핵무력 완성’이 가져온 근본변화 읽어야
(4) 당사업 강화발전 - 조선로동당이 친현실성을 강조한 이유
(5) 김정은 총비서 결론 - 최대의 영광 그리고, 송구하고 무거운 마음





북 ‘필망론’이 부른 대북정책의 실패

조선로동당 제 8차 당 대회로 관심이 쏠린 이유는 무엇보다 남북관계개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작년부터 뭔가 지금의 교착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이곳저곳에서 주를 이뤘다. 당 대회를 마친 지금도 여전히 분석을 둘러싸고 이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북은 단호하게 입장을 정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주요 정책 입안자들과 소위 대북전문가들은 왜 자꾸 헛발질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현재 북의 경제적 상황을 잘못 읽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우리나라 많은 전문가들의 기본시각은 이렇다.

‘북은 고난의 행군 이후 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망가졌고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핵무기를 경제와 맞바꿔보려고 하노이 딜을 시도했으나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절망에 쌓여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와 자연재해로 말미암아 북의 경제는 말도 못하게 어렵다. 지금 말은 세게 하고 있으나 남이 조금이라도 명분만 준다면 남북관계 회복을 통해 재정난을 극복하려고 들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모든 북의 행위가 소위 단말마적 비명 혹은 벼랑 끝 전술이라고 인식된다. 필자는 이 북 ‘필망론’이야말로 북에 관한 모든 정책의 실패를 불러오는 근본적 인식의 오류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번 당 대회를 보며, 북은 망해가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계획적 자력갱생’을 통해 과학과 경제의 접목을 이룬 고도성장의 기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북은 지금 핵보유 전략국가로, 자력갱생의 기틀을 갖춘 나라로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다. 이를 ‘우리국가 제일주의’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돌아간 남북관계의 근본 문제란?

남북관계와 대외관계는 사업총화 중 세 번째 ‘조국의 자주적 통일과 대외관계발전을 위하여’ 편에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작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 7기 제 5차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단 한줄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구체적이고 명쾌하다.

무엇보다 우선 지금의 상황을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로 정리하면서 남북관계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가려는 입장과 자세를 가져야 하며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일체 중지하며 북남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리행해 나가야 한다.” 또한 덧붙여 “ 남조선 당국은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 문제들을 꺼내 들고 북남관계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으나 실제 첨단 군사장비의 도입, 합동 군사연습 등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남에 대해 일방적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움직이는 만큼 상대해 주겠다는 것이다.

남과 북은 해방 후 두 개의 정부를 수립하고 수십만의 외국군까지 뛰어 들어와 처절한 전쟁을 치른 비극적인 기억을 안고 있다. 한국전쟁은 군인보다 민간인인 훨씬 많이 죽은 그야말로 500만 이상을 살상한 최악의 전쟁이었다. 정전 후 북을 주적으로 한미동맹이 굳건하게 맺어졌고 전국 곳곳에 미군이 주둔하게 되었다. 매년 핵이 동원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벌어지고 그럴수록 북은 자위권과 생존권을 외치며 핵무장을 위한 노력을 벌여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 전쟁은 아직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70년 이상 지속되는 전쟁상태. 우리민족은 이렇게 근본적인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것이 남과 북의 정치 군사적 대결구조의 본질이다.

북은 한반도의 정전상황, 정치 군사적 대결구조 - 이 대립과 갈등을 유지 시키는 법과 제도적 장치까지 포함- 하는 이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가려는 입장과 관점 없이 기능주의적 접근방식으로는 남북관계가 더 한 발자욱도 나갈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의 내용을 돌아보면 과거 그 어느 합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치 군사적 대립 해소에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판문점선언을 남과 북의 적대와 대결을 해소하기 위한 역사적 평화선언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뿐만아니라 2018년 6월의 싱가포르 회담 역시 과거 북미간 맺었던 그 어느 합의보다도 근원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94년 제네바 합의나 2005년의 9.19 베이징 공동선언, 2007년의 2.13합의를 돌아보면 모두 ‘북의 핵 동결과 이에 대한 보상’을 제 일항으로 북미간 합의가 이뤄져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회담은 근원적인 적대관계 종식과 관계개선을 제 1항으로 자리잡게 함으로써 상호 신뢰 회복과 진정한 평화로 나갈 대강을 정리한 것이었다.



핵무력 완성이 가져온 북미관계의 근본변화 읽어야

북은 2018년 판문점 선언 일주일 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 7기 3차 전원회의를 열어 핵경제 병진노선을 내려놓고 새롭게 경제집중노선이라는 놀라운 결정을 내린 후 선제적인 행동에 돌입하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사일 모라토리움 선언,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미군 유해송환, 미국인 억류자 석방 등 과감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의 가장 중요한 약속은 이 대화와 협상이 진행하는 동안 상호 적대적 군사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는데 미국과 남은 하노이 노딜 이후 대규모 공군을 동원하여 아주 위험한 군사 훈련을 대대적으로 감행하였다.

그럼에도 북은 계속 미사일 모라토리움을 유지했지만 남측은 F35A 스텔스기를 포함한 엄청난 양의 최첨단 무기를 도입하였다. 뿐만 아니라 벙커버스터로 유명한 현무 4의 개발을 자랑하였다. 알다시피 이것은 북의 지도부를 한방에 날려 버리겠다는 그 악명 높은 ‘참수작전’의 일환이기도 하다. 김여정 부부장도 언급한 바 있고 이번 당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언급하였다시피 북이 상용 펼치는 훈련과 무기개발을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 남은 실제 북을 위협하는 행위를 지속해 온 것이다. 상용군사훈련과 무기개발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다 하는 일이다.

작년 봄에 벌어진 일은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양의 대북 전단이 뿌려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막았던 일이 판문점 선언 이후 문재인 정부 아래서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아래 훨씬 많이 자행된 것이다. 모두 남과 북이 맺은 약속을 위반한 것이다. 필자는 지면과 토론회 등을 통해 이 상황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당대회를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북의 입장은 단호하다. 더이상 이런 이중적 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꾸 변죽 울리듯 인도적 지원이니 코로나 방역이니 하지 말고 약속부터 이행하라는 것이다. 근본적 문제해결의 관점과 입장을 가지라는 것이다.

“각종 상용무기 개발사업에 대해서 도발”이라고 비난하며 첨단 군사무기 도입에 열을 올리는 “이중적이며 공평하지 못함”을 엄중하게 평가하고 있다. 한발 나아가 “세계최대수준의 탄두중량을 갖춘 탄도미싸일을 개발했다”는 문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해명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북이 개발하고 있는 핵 무장력은 미국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수비용이라는 것이고 남이 개발하고 도입하는 첨단무기들은 북을 겨냥한 침략용 아니냐는 논리이다.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분명하다. 국민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묶음으로 묶여있지 따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은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비정상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들을 엄정관리하고 근원적으로 제거해 버릴 때 비로소 공고한 신뢰와 화해에 기초한 새로운 남북관계가 열릴 것”이라고.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상대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중단과 합의사항이행을 남북관계 풀어가는 해법으로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구구하게 분석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3월로 예정되어있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부터 선언하고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순서 아니겠는가? 그런데 벌써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보궐선거가 있는데 어떻게 이 훈련을 중단할 수 있겠느냐고 알아서 후퇴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뜨인다. 늘 그렇듯 상황 논리에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외교 전략에 비친 핵보유국의 여유

대외관계, 북미관계에 대해 결론만 말한다면 다음과 같다. 싱가포르 회담의 뒤를 이어 구체적 행동을 결정해야 할 하노이회담이 노딜로 마친 후 북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2019년 4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 7기 제 4차 전원회의를 통해 아주 짧은 입장을 내놓았다. “연말까지 더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이 상황만 관리할 뿐 북에 대한 적대정책을 수정할 마음이 전혀 없고 서로 합의한 바를 실행에 옮길 마음이 없는 것이 확인되었어도 북은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움을 유지했고 소위 그 어떤 ‘도발’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판문점 번개팅에도 응하며 인내하였다.

혹자는 미국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매달리는 모습이라고 해석하지만 필자가 볼 때 핵보유국 전략국가의 여유로 보인다. 이번 당대회에서 북은 미국과 “강대강, 선대선”전략을 일관되게 견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의 실체와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라고 하며 “혁명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하겠다고 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바이든 정권과 대화와 협상의 열쇠는 ‘대북적대시정책의 철회‘임을 일관되게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누구편인가?

그렇다면 과연 시간은 누구편인가?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의 제재가 북의 숨통을 견딜 수 없이 조여든다면 미국이 승리할 것이다. 반면 북이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으로 경제발전에 성공하면서 정면돌파 한다면 북이 승리할 것이다. 미국의 제재수단이 이제 모두 고갈된 점을 감안한다면 갈수록 핵무장 능력이 고도화되어 가는 북을 미국이 그저 지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것이야말로 북한판 전략적 인내라고 하는데 상당히 근거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진행되는 한 북은 어떤 경우에도 핵무장력 강화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며 그 일환으로 핵잠수함, 다탄두, 군사정찰위성, 15000킬로 사거리, 소형화 경량화, 대량생산, 전술핵무기 등의 표현이 모두 그러하다.

북은 ”주먹이 약하면 그 주먹으로 흐르는 눈물과 피를 닦는데 쓰는 것 외 할 일이 없다.“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떡을 주면 떡을 주고 주먹을 휘두르면 주먹으로 맞서겠다는 북의 태도는 아주 일관되어 있다. 공은 넘어왔다. 이제 이 당 대회에 대한 답을 내려야 할 때이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제 코가 석자이다. 제대로 취임식을 할지, 집권해도 안정적으로 정권을 꾸려갈지 모르는 시끄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경제도 어렵고 코로나 19도 기승을 떨치고 있다. 북미관계에 대한 해법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 정부가 나서 ”우리 민족의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북미관계의 개선에 목 빼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서로 합의한 사항을 우선 이행에 옮기는 것이다. 당장 눈앞의 전쟁연습을 중단하고 개성공단 재개와 철도 연결 등 우리가 나서 할 일을 하자는 것이다. 이 길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물론 미국과 낯붉힐 일이 벌어지겠지만 이걸 두려워한다면 영원히 우리 민족의 앞날에 답이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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