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의 요지경 체험---로봇 쇼 리뷰>
엊저녁은 오랜만에 신오쿠보에서 회합을 가졌다.
한국에 가기 전에 일본 법무성 공안국 직원과 약속을 했던 터였다.
이전에 포스팅한 일본 공안 당국의 미인계 작전의 후속편이 되겠다.
이번에는 후배가 알려준 대로 낮 시간이 아닌
저녁 시간으로 잡아 식사하며 인터뷰를 하는 설정이었다.
식사비를 누가 지불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우리 쌈짓돈이냐 아님 일본 정부의 세금을 쓰게 하느냐는....
어제 자리에는 유학 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K와
재일 한국인 단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J,
법무성 여직원과 나 이렇게 4명이 모여 저녁 식사 겸
한일관계 및 북한 문제를 비롯하여 재일 한국인들의 고충
내지는 제반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다.
처음에는 맥주 한두 잔으로 목을 축인 후
보쌈에 소주를 마시고 나중에는 소주와 맥주를 타 먹으며
즐거운 담화 시간을 가졌다.
대한민국의 사장님께서 큰딸 영연이 합격 축하로
모듬회를 제공해주셨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약 3시간 정도에 걸친 회합을 마칠 무렵 K가
지금 신주쿠 가부키쵸에서 뜨고 있는
로봇 쇼를 보러 가겠느냐며 뜬금없는 제안을 한다.
난 가부키쵸에서 보는 쇼라고는 과거 원생 시절
단체관광 가이드 알바를 하면서 뻔찔나게 드나들며
나의 주 수입원이 되어주었던
일명 ‘홀딱쇼’ 라는 ‘스트립쇼’ 밖에는 기억이 없는지라
그런 류의 쇼를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더니
이 친구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너무 야하지도 않은
애들과도 함께 볼 수 있는 쇼라고 하기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셋이서 자리를 옮겨 구경하기로 하였다.
술이 어느 정도 된 상태인지라 나른하기도 했지만
처음 보는 화제의 쇼라는 말에 이끌려 가부키쵸로 들어갔다.
90년대 내가 활약했던 시절의 가부키쵸의 화려함은 자취를 감추었으나
그래도 도쿄 최고의 홍등가다운 활력은 여전해 보였다.
로봇 쇼는 입장료가 9000엔 이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단체 할인 등 5,000엔부터 있다고 한다.
암튼 우리 셋은 K의 덕분에 공연장 한가운데 맨 앞의
VIP석에서 무료로 관람하는 특전을 누렸다.
내용은 허접한 감상을 쓰는 것보다
유투브에서 Robot show Tokyo 로 검색하면 많으니
그걸 봐주시면 되겠다.
그래도 몇 마디 첨언을 하자면
일단 한마디로 눈이 호강한다.
하루에 네 번 공연을 하는데 일찍 도착하여 2층의 대기실에서
간단한 공연을 보면서 한잔할 수 있는데
내부 장식이 삐까삐까해서 정신이 없을뿐 아니라
의자와 테이블은 이제껏 앉아본 적 없는 초대형에 호화의 극치를 다한다.
또한 손님은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180석 만석이었는데
동양인은 우리 셋뿐인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봐도 전부 서양인.
이곳이 미쿡인지 유럽인지 도쿈지 분간이 안 된다.
물론 안내 방송도 영어로 시작하여 영어로 마무리.
아무래도 서양의 일본 팬덤들을 타겟으로 한
마케팅 같은 인상이다.
극장은 지하 2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대기실에서 극장으로 내려가는
계단과 벽 천장 모든 사방팔방이 화려하게
장식한 조명과 장식품으로 미리 혼을 빼놓는다.
극장은 생각보다 비좁다.
쇼를 보면서 벤토나 스시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맥주와 스낵 등으로 음주도 가능하다.
쇼는 한 무대가 90분인데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고
음료나 술을 판매한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전통극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로봇 등이 뒤엉켜 단막극을 하듯이 쇼를 전개하는데
내용을 모르면 재미는 반감할 것 같다.
일본의 코스튬 문화에 빠진 덕후들에게는 꽤나 인기가 있을 듯 싶지만,
우리 같은 아재들에게는 열심히 몸을 움직여 춤을 추는 댄서들의
늘씬한 몸매에 간간히 눈이 가는 것 외에는
크게 감흥이 일지 않는다.
예전에 미국에 있을 때 달라스에서 실내 경기장에서 중세 기사들이
말 타고 결투하는 시합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곳에 가본 경험이 있었는데
그런 컨셉의 일본 버전 같은 인상이다.
아무튼 외국인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는 로봇 쇼
이 무대 설치와 시설비에 100억엔을 투자했다는데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회의적이다.
일본의 전통 문화와 애니메이션, 코스튬 문화 등에 관심이 있거나
푹 빠져있는 덕후들에게는 성전이 될 지도 모르겠으나
평범한 아재에겐 그저 화려하기만 한
엔터테인먼트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다.
더구나 컨셉이나 무대 연출이 디즈니랜드의 그것과
별반 차이도 없을 뿐더러
무대 스페이스가 너무 좁아 보는 내내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물론 역으로 좁은 곳에서 펼쳐지는 쇼이다 보니
무대와 관객이 함께 한다는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한 마디 하고 싶은 것은
정신없이 전개되고 뒤바뀌는 무대 연출과 함께
각자의 역할을 소화하는 연기자들이 성의를 다해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지근거리에서
확인하면서 일본인의 '일work' 에 대한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총평으로는
한 번은 볼만 하다는 것
그치만 내 돈 내고 두 번씩 볼 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정액(8,000엔) 그대로 내고 들어가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20여 년 전의 신주쿠 홀딱쇼도 정가 4,000엔일 때
실제로 극장에 지불하는 금액은 2,000엔 이었다.
이처럼 가부키쵸에서 펼쳐지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엔터테인먼트에는 눈먼 돈이 예나 지금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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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Soon Ae Choi, 신윤석 and 50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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