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위험한 일본책
박훈 (지은이) 어크로스 2023-09-04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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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284쪽
한국만큼 일본에 관심이 많은 나라는 없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에 경쟁심을 불태우고, 그 동향에 신경을 쓰며 자주 비교한다. 하지만 과도한 ‘관심’에 비해 풍부한 지식과 정보에 기초한 체계적인 이해는 부족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어떤 때는 일본을 과도하게 경시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지나치게 일본을 무서운 나라로 본다.
박훈 교수는 이런 심리의 근저에 모르는 대상에 대한 공포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대상에 대한 비하가 콤플렉스처럼 엉킨 채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일본을 주제로 한 갑론을박은 늘 반일이냐 친일이냐, 편 가르기와 감정싸움으로 결론 나고 만다. 저자는 이와 같은 일본 인식으로는 얽히고설킨 한일 간 역사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것도, 급변하는 지역 질서 속 협력과 경쟁의 파트너로서 지내는 것도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위험한 일본책》에서 박훈 교수는 혐한과 반일이라는 왜곡된 렌즈를 내려놓고 한국과 일본의 근대,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나아가 천황제 문제까지 실제 역사의 내용과 의미를 냉철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보여준다. 가까운 나라, 판이한 문화의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다른 길을 가게 되었을까, 한국과 일본의 상호 인식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콤플렉스를 넘어 일본을 대하고 세계를 리드하는 방법은 없을까. 박훈 교수의 통찰을 통해 독자들은 이 질문들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라면 무조건 “노!”를 외치고, “반일이면 무죄!”라는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쓴 일본론.
목차
프롤로그 일본이라면 무조건 “노!”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1부 가까운 나라, 판이한 문화- 한일 역사의 갈림길
1장 한국과 일본, 비슷한 듯 다른 듯
소용돌이의 한국, 상자 속의 일본
도시의 일본, 농촌의 조선
문의 나라 한국, 무의 나라 일본?
한국의 개인, 일본의 개인
민란 없는 일본, 민심의 나라 한국
순위 매기기 좋아하는 일본인
일본의 야쿠役, 한국의 리더십
지정학적 지옥 한국, 지질학적 지옥 일본
한반도와 ‘지정학 쓰나미’
2장 메이지 일본을 강하게 만든 힘
일본사 감상법 1
일본사 감상법 2
메이지유신과 586의 유신
막부파와 반막부파의 개혁·개방 경쟁
진영을 넘나든 정치가들의 활극, 메이지유신
메이지 일본의 ‘성공’ 비결
손정의가 료마에게 배운 것
3장 임기응변과 면종복배의 나라, 한국
한국사 감상법
세종의 ‘문명적 주체’ 만들기
한국혁명
조선자강의 아쉬움
‘뜨거운 감자’ 흥선대원군
구한말 한·중·일 외교전
김옥균과 미야자키 도텐의 선상 음주
아! 1898년
조선 식민지화의 세계사적 특수성
‘면종복배’를 헌법 전문에 넣자
한국혁명
2부 무시와 두려움 사이- 한국과 일본 상호 인식의 덫
4장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 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일본을 대하는 법
무엇을 위한 반일인가
일본을 경시하는 맨 마지막 나라가 되어야 한다
‘노 재팬’에서 일본의 몰락으로?
고대 일본 속의 한민족사를 찾아서
연금술은 우리의 적
혹시 ‘한국제국주의’를 원했던 건가
5장 한국이 일본 밑에 있어야 한다는 묘한 심리
일본인의 ‘한국 콤플렉스(?)’
점입가경, 일본의 혐한
불친절해진 일본인
일본인은 정말 전쟁을 아는가
근대 일본의 묻힌 목소리들
기로에 선 일본인의 자기인식
3부 콤플렉스를 넘어서 미래로- 일본을 다루는 법
6장 천황의 국민, 공화국의 시민
‘민족’과 ‘자유’도 일제 잔재?
천황인가, 일왕인가
천황과 탄핵
역사교육, 다시 ‘우물 안 개구리’로 유턴?
한일 대학생 ‘일본 인식의 덫’ 넘어서기
이상화의 ‘편파 해설’
7장 민족주의의 바깥을 상상하다
식민지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문제’?
갈등 풀 의외의 실마리
일본사 시민강좌
한일 관계, 1998년처럼
21세기는 일본과 함께 춤을?
에필로그 일본을, 세계를 리드하는 나라
부록 너를 보니 내 옛날 생각이 나서 좋다- 시바 료타료의 《한나라 기행》 리뷰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그리고 철도- 김훈의 《하얼빈》 리뷰
접기
책속에서
P.7
한국 민족주의가 일치단결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반일反日이다. 민족의 형성기에 일제 식민지로 전락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식민지 된 지 110년이 넘었고, 해방된 지 8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반일 민족주의는 약해지기는커녕 더 기세를 떨치고 있다. 그것이 일본에 대한 정당·정확한 비판이라면 뭐가 나무랄 일이겠는가. 그러나 내가 우려하는 것은 많은 반일 담론이 과학·학문적 근거에, 심지어는 건전한 상식에 기초하지도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_ 프롤로그
P.8
한국인만큼 일본을 비판할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일본에 오랜 기간 고초를 겪었고 일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피해의식에 기초한 일본 비난은 더 많은 사람을 장기간에 걸쳐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는 일본 비판을 통해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민족주의가 아니라 자유와 민주, 법치와 인권, 평화와 복지의 세상을 여는 담론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_ 프롤로그
P.35~36
사회나 공동체보다 개인을 우위에 두고, 사회에 대한 개인의 비판, 저항, 이탈을 용인하는 것을 개인주의라고 한다면, 일본은 개인주의가 매우 희박한 사회다. 소속 집단보다 개인이 더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보통의 일본인은 거의 없을 것이며, 집단을 상대로 대의 혹은 자기이익을 내걸고 투쟁하는 개인도 드물다. (.,.) 그런 사회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모두가 모두를 배려 혹은 의식하며 질서와 규율을 지키고 공동의 이익(예를 들면 국익)을 추구하기에 용이하다. 그 속에서 터져 나올 수 있는 긴장과 반발의 에너지를 무마하는 장치가 ‘고립의 허용’이다. _ 한국의 개인, 일본의 개인
P.152
이승만은 이 책에서 격렬한 반일 민족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지만, 그저 일본이라서 증오하는 것은 아니 다. 당시의 일본이 자유와 민주, 인권과 평화에 위배되는 행위 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그가 ‘반일’을 통해 추 구하려 했던 것은 자유와 민주였다. ‘반일’을 통해 전체주의나 공산주의로 가는 것은 그가 한사코 저지하고자 했던 길이다. ‘반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하려고 하는 반일인가’가 중요하다._ 무엇을 위한 반일인가
P.156
1910년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 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일본을 증오하고 규탄하는 사람들은 전국에 넘쳐흘렀고, 일본을 깔보고 멸시하는 사람들도 사방에 빽빽했다. 모자랐던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 40여 년간 일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게 우리의 운명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었다._ 일본을 경시하는 맨 마지막 나라가 되어야 한다
P.217
일본 국민의 의식은 ‘천황’ 아래 억눌려 있고, 일본의 민주주의 역시 그 이름 아래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공화국의 시민이다. 황제가 됐든, 천황이 됐든, 임금이 됐든 우리는 그 세계와 연을 끊고 공화국을 수립했다. ‘황’을 쓰느냐, 어떤 연호를 쓰느냐가 조선 백성에게는 중요했을지 몰라도 우 리 공화국 시민에게는 아니다. 천황 아니라 ‘옥황상제’라 한들 가볍게 불러주면 된다. 그게 민주공화국 시민의 자부심이다. _ 천황인가, 일왕인가
밑줄긋기
P.41mailbird
이런 사회이기에 한국은 여전히 ‘민심‘이 세상을 지배한다.
민심이란 말은 일본어에도 중국어에도 있지만, 일상적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하물며 우리처럼 정치적으로 막강한 힘을 갖는 어휘도 아니다. 한국인들이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을 이렇듯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것을 알면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은 아마도 놀랄 것이다. 그 민심은 지금도 여론조사와 군중집회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이다.
P.58mailbird
한반도 세력에게 일본제국은 약 40년간 패자였고 이후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의해 미국이 그 자리를 대신한 지 60년이되었다. 그 샌프란시스코 체제도 동요하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명청 교체기, 구한말 같은 지역 질서의 격변기가 코앞에다가와 있는 것이다.
P.61mailbird
질서 있는 변혁은 자칫 구체제와 타협하거나 철저한 개혁 앞에서주춤거리기 쉽다. 이걸 돌파하는 관건은 기성 체제의 일부였던변혁 주체가 얼마만큼 자기부정과 자기혁신을 할 수 있느냐에 있다. 메이지유신은 사무라이의 신분적 자살이며, 사무라이를 배신한 사무라이 정권이었다.
P.75mailbird
586세대는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오랫동안 누리고 있다는 것을 칼바람 맞듯,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혁신, 자기연마해야 한다. 역사는 아직 586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586에게는 유신의 길밖에 없다. 만약 우리 사회에 정말 혁명이 일어난다면, 그들이 대상이 될 것이므로,
P.79mailbird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는 강대국이 아닌 이상, 어떤 나라도 그에 주파수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 그건 섣불리 민족자주‘ 운운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길을 가지 않으면, 혹은 그 길을 찾아낼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민족자주는 공염불이다.
P.88mailbird
인재는 대개 반항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다. 내말 잘 듣는다고 발탁한다면 뽑은 사람은 유능한 인사권자가아닐 것이며, 뽑힌 사람은 에노모토 같은 인재는 아닐 것이다.
P.94mailbird
1한국의 역사는 중국처럼 수천 년간 지역의 패자로, 문명의 센터로 지내온 역사도 아니고, 일본처럼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서 지정학적 행운을 즐기며 자폐적으로 살아온 경우도 아니다. ‘고투의역사‘에 대해 적절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적으로 이만큼 흥미를 자극하는 역사도 드물 것이다. 독특한 조건 속에서 분투해온한국사의 경험은 역사에서 지혜를 구하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교훈과 영감을 줄 것이다.
P.96mailbird
반대로 한국사에 대한 자기폄하를 살펴보자. 사실 대다수한국인들의 역사 인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패배주의이며,
열등 콤플렉스다. ‘위대한 상고사‘와 과도한 민족주의적 역사해석의 저변에는 이것이 자리 잡고 있다. 열패감을 지우기 위해 ‘위대한 역사‘에 환호하는 것이다.
P.142mailbird
1910년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 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일본을 증오하고 규탄하는 사람들은 전국에 넘쳐흘렀고, 일본을 깔보고 멸시하는 사람들도 사방에 빽빽했다. 모자랐던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 40여 년간 일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게 우리의 운명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었다.
P.146mailbird
서울 지하철 젊은 여성의 손에 도쿠가와 시대 역사서가 들려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아니라 나쓰메 소세키夏뿐만도 베스트셀러가 되며, 중년 남성들의 술집 대화에서 메이지유신 지도자 이름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오고, 학교에서 한국 침략의 원흉으로서의 이토 히로부미만이 아니라, 그런 자가 어떻게 근대 일본의 헌법과 정당정치의 아버지로평가되는지, 그 불편함과 복잡성에 대해 파헤치는 그런 한국을, 일본은 정말 두려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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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박훈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서울리뷰오브북스 11호>,<위험한 일본책>,<서울리뷰오브북스 6호> … 총 23종 (모두보기)
본지 편집위원. 서울대 동양사학과에서 일본 근대사를 가르치고 있다. 메이지 유신, 동아시아의 정치문화 등을 연구해 왔고 한일관계사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메이지유신과 사대부적 정치문화』,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메이지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가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은 일본을 경시하는 맨 마지막 나라가 돼야 한다”
일본이라면 무조건 “노!”를 외치고
“반일이면 무죄”라는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쓴 일본론
일본 근대사 최고 권위자 서울대 박훈 교수가 막연한 혐오와 적대감을 걷어내고 일본과 한일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한국만큼 일본에 관심이 많은 나라는 없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에 경쟁심을 불태우고, 그 동향에 신경을 쓰며 자주 비교한다. 하지만 과도한 ‘관심’에 비해 풍부한 지식과 정보에 기초한 체계적인 이해는 부족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어떤 때는 일본을 과도하게 경시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지나치게 일본을 무서운 나라로 본다. 박훈 교수는 이런 심리의 근저에 모르는 대상에 대한 공포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대상에 대한 비하가 콤플렉스처럼 엉킨 채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일본을 주제로 한 갑론을박은 늘 반일이냐 친일이냐, 편 가르기와 감정싸움으로 결론 나고 만다. 저자는 이와 같은 일본 인식으로는 얽히고설킨 한일 간 역사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것도, 급변하는 지역 질서 속 협력과 경쟁의 파트너로서 지내는 것도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위험한 일본책》에서 박훈 교수는 혐한과 반일이라는 왜곡된 렌즈를 내려놓고 한국과 일본의 근대,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나아가 천황제 문제까지 실제 역사의 내용과 의미를 냉철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보여준다. 가까운 나라, 판이한 문화의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다른 길을 가게 되었을까, 한국과 일본의 상호 인식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콤플렉스를 넘어 일본을 대하고 세계를 리드하는 방법은 없을까. 박훈 교수의 통찰을 통해 독자들은 이 질문들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라면 무조건 “노!”를 외치고, “반일이면 무죄!”라는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쓴 일본론.
조선의 대실패와 일본의 대성공을 가른 차이는?
한일 근대사 두 나라의 성패를 날카롭게 성찰하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줄곧 한반도로부터 선진문물을 전수받았다. 그런 미개했던 섬나라가 메이지유신으로 운 좋게 변신에 성공해 벼락출세했고 부강해졌다. 이때 일본에 뒤처진 조선은 근대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이후 국권까지 빼앗기는 치욕을 겪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다. 그런데 당시 조선은 정말 아깝게 일본에게 뒤처졌을 뿐이고 일본의 성공은 그저 어쩌다 얻어걸린 행운에 불과했던 것일까?
일본에게는 대성공의 역사, 한국에게는 대실패의 세월이었던 근대 초입, 두 나라는 무엇이 달랐고 그 배경엔 어떤 정치적, 사회경제적, 외교적 역량 차이가 존재했을까. 박훈 교수는 이 시기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직시한다. (1부 가까운 나라, 판이한 문화- 한일 역사의 갈림길) 저자는 강화도조약부터 메이지유신까지, 김옥균부터 사카모토 료마까지, 한일 근대사의 주요 장면과 인물들을 되짚으며 두 나라의 성패를 정면에서 응시하고 날카롭게 성찰한다.
“당시의 일본인들은 무엇보다 세계 대세에 민감했다. 열심히 읽었고 진지하게 들었고 치열하게 공부했다. 그리고 다툼을 최소화하고 단결했다. 같은 시기 한국은 아마도 2000년 역사상 가장 지리멸렬한 상태였을 것이다.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이 트라우마 때문인지 한국 시민들은 이 시기를 좀처럼 직시하려 하지 않았다. 일본의 침략성을 규탄하거나 ‘구한말처럼 되지 말자’는 구호에 그쳤을 뿐, 역사의 진상을 정면에서 응시하려는 자세는 충분하지 않았다.”
무시와 두려움 사이, 콤플렉스 섞인 일본 인식
반일을, 혐한을 넘어서 새로운 관계를 도모할 때
‘왜놈’이라는 말이 보여주는 것처럼 한국인의 일본 멸시와 불신은 유서 깊다. 하지만 ‘왜놈’이라는 말에는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도 진하게 묻어 있다. ‘왜놈’이라며 일본을 얕잡아보는 사람이 일제日製의 우수성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의 감정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대다수 일본인들은 과거사에 대해 미안해하며 한국이라면 한 수 접어주는 태도를 보였지만 ‘잃어버린 10년’이 20년이 되고, 30년이 되는 사이, 한국이 턱밑까지 따라오자 ‘그래도 한국은 일본 밑에 있어줘야 한다’는 심리를 보이기 시작했다.
박훈 교수는 무시와 두려움이라는 콤플렉스에 발 묶여 있는 한일 상호 인식을 역사와 현실에 비추어 이야기한다. (2부 무시와 두려움 사이- 한국과 일본 상호 인식의 덫) 독재라는 커다란 과오 때문에 완전히 잊힌 민족주의자 이승만의 저서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를 소개하며 오늘날 한국인이 말하는 ‘반일’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질문한다. 한편 군대와 전쟁 금지를 못 박아둔 일본의 평화헌법 개헌 움직임을 향해 침략 전쟁의 대상이 아니라 주도자였던 일본인들이 전쟁의 참혹함을 아는지, 다시 어리석었던 군비경쟁과 전쟁의 시대로 돌아가자고 말할 수 있는지 통렬하게 묻는다. 감정적이고 몰역사적인 반일-혐한 분위기가 양국의 ‘공기’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저자는 양국 시민들이 당연하게 여겨온 사고방식을 의심하고 자신들의 경험과 역사를 상대화해볼 것을 제안한다.
“1910년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 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일본을 증오하고 규탄하는 사람들은 전국에 넘쳐흘렀고, 일본을 깔보고 멸시하는 사람들도 사방에 빽빽했다. 모자랐던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 40여 년간 일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게 우리의 운명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었다. 해방 후 지금만큼 한일 간의 국력 차가 좁혀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섣불리 우쭐거리는 것은 독약이다. 장차 우리가 일본을 정말 앞서는 날이 와도 우리는 일본을 경시하는 맨 마지막 나라가 돼야 한다.”
막연한 적대감과 멸시로는 일본을 이길 수 없다
콤플렉스를 넘어 일본을 상대하고 세계를 리드하는 법
마지막으로 박훈 교수는 우리의 민족주의가 향해야 할 길과 민족주의를 넘어 어떤 목표를 지향해야 할지 이야기한다.(3부 콤플렉스를 넘어서 미래로- 일본을 다루는 법) 민족주의가 맹목적으로 과잉된다면 민족에 해가 될 수 있는데, 어쩌면 우리는 지금 그 단계에 와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식민지배의 역사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일본 악마화는 지적 나태, 과장, 은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대신 저자는 일본 비판은 무력한 공포탄이 아니라 뼈 때리는 비판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화를 거부하고 불편한 진실도 직시해야 한다. 안중근에게 사살된 이토 히로부미만이 아니라 근대 일본을 디자인하고 실행한 이토 히로부미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민족주의가 국수주의가 아니라 세계를 향한 민족주의로 나아갈 수도,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세계를 리드하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거 일본제국주의의 행위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 다만 그것의 목적은 한국과 일본이 자유와 민주, 법치와 평화의 세계로 가기 위한 것이지 않으면 안 된다. 민족주의를 선동하기 위한, 언론사든 출판사든 시민단체든 자기 비즈니스를 위한, 혹은 정치적 이득을 위한 일본 비판은 이제 거둘 때가 되었다. 도산 안창호는 그의 많은 어록에서, 백범 김구는 《백범일지》에서, 우남 이승만은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3·1운동의 <기미독립선언서>에서 우리의 위대한 선조들은 일본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았다. 일본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충고하고, 그 길에서 벗어나 함께 손잡고 더 큰 세계로, 더 큰 가치를 위해 나아가자고 타이른다. 우리의 대일 자세도 이래야 한다.”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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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쓰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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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을 어떤 위대한 선조의 제단에 올리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럼 학살자로서의 현대사도 좀 고려하시길.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라는 그들의 역사를 갖고 오고 싶다면 현대 한국사에 일본이 어떻게 해왔고 하고 있는지도 생각 좀 하시길. 현대사 무시하고 근대사로 왜 일본을 이해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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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Kwon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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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에서 이 시국에 나온 책이라 그래도 신뢰하며 읽었으나 일제 침탈에 대한 이해 종용과 민족 학살자 찬양으로 마무리되는 역사관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가짜에 진짜를 조금 섞었더라도 결국은 가짜가 됩니다. 앞으로 해외양서번역에만 힘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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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zone 202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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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호도하지 마세요. 한국인은 무조건 반일, 맹목적 노재팬을 외치진 않습니다. 한국이 반대하는 건 역사의 과오를 은폐하고 사죄는커녕 정부 차원에서 끊임없이 군국주의 시대의 침략사를 정당화하려는 일본 제국주의와 우경화 시도를 반대하는 것입니다. 일본 내 양심적 시민사회를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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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acus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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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이상이라면 저자와 같은 비판적인 시각을 어렸을때 부터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다만 현재의 한일 관계는 "라떼는 말이야~"와 꽤 달라졌으며 막연한 비난과 질시, 혐오는 이제 일본에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봐야한다. 수년동안 무지성 혐한책들이 출간이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곳이 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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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2net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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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필요했습니다. 역사와 현재를 직시할 관점을 보여주는 책, 저자를 믿고 당장 주문합니다! 제목도 흥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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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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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국적과 무관하게 일정한 보편성을 보인다. 국가간 차이를 만들어 내는 건 소수의 독특한 사람들이다. 지배자 중심의 역사를 보면 국가간 차이가 큰 것 같지만 시민들의 삶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를 게 별로 없다. 시민의 삶을 더 가치있게 살펴보는 역사책이 나와야 갈등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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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락시아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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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점의 험한 코너나 가보고 이런 책을 쓰기를 바란다. 이 책을 반일 이면 무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욕할 거라고 가정하는 정신 승리부터 놀라울 뿐이다. 무료로 이스라엘 주재 일본인을 탈출시켜 주고, 대마도를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교과서가 없는 한국에게 할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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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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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일본을 대할때는 개인적인 입장에서의 일본과 집단적 위치에서의 일본은 엄격히 다른 차원이다…그러므로 이 위치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현명한 일본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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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okiss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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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미래를 관통하는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모색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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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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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도 않은 맹목적 리뷰들 때문에 별점 남기고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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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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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2023-08-30
'난 네가 옛날에 한 일을 다 알고 있다......' 사실 한국인만큼 일본을 비판할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일본에 오랜 기간 고초를 겪었고 일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피해의식에 기초한 일본 비난은 더 많은 사람을 장기간에 걸쳐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는 일본 비판을 통해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민족주의가 아니라 자유와 민주, 법치와 인권, 평화와 복지의 세상을 여는 담론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때 일본도, 세계인들도 우리를 존중할 것이며, 한국인들도 그를 통해 한 차원 높은 단계로 고양될 것이다. p.8
일본 근대사 최고 권위자 서울대 박훈 교수가 막연한 혐오와 적대감을 걷어내고 일본과 한일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어 공분을 사고 있는 요즘 읽기에 좋은 책은 아닌 것 같지만, 마음을 다잡고 읽어 보았다. 저자는 한국의 일본에 대한 감정을 '모르는 대상에 대한 공포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대상에 대한 비하가 콤플렉스'처럼 엉켜 자리하고 있다며, 먼저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책은 한국과 일본의 장단점과 다른 점과 비슷한 점을 짚어 보고, 근대사의 성패를 살펴보며 반일을, 혐한을 넘어서 새로운 관계를 도모해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한국의 민족주의가 일치단결하는 지점이 바로 '반일'이라고 말한다. 식민지 된 지 110년이 넘었고, 해방된 지 8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반일 민족주의는 약해지기는커녕 더 기세를 떨치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반일 담론들이 과학, 학문적 근거하거나, 건전한 상식에 기초하지도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이다. 그러니 목청만 높이는 대신, 차분히 앉아 생각하고 공부하고 조사해서 신중히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저자가 그동안 <경향신문>과 그외 몇몇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가깝지만 판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두 나라의 상호 인식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한국 시민들만큼 일본에 '관심'이 많은 경우도 달리 찾기 힘들 것이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에 경쟁심을 불태우고, 그 동향에 신경을 쓰며 자주 비교한다. 젊은 세대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일본 여행, 일본 음식, 일본 문화가 우리의 일상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러나 그 '관심'에 비해 일본을, 특히 일본사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자문해보면, 자신 있는 대답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관심'은 과도한데, 풍부한 지식과 정보에 기초한 체계적인 이해는 너무도 부족한, 그래서 무지와 오해가 난무하는 상황이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p.246
혼술도, 혼밥도 익숙하고, 기괴한 복장으로 거리를 활보해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는 일본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개인주의가 매우 희박한 사회라고 한다. 소속 집단보다 개인이 더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보통의 일본인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개인주의 혹은 개인이 강한 사회로, 그것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만들어 냈다. 일본은 시위도 없고, 국민들의 정치 행동 또한 자주 일어나지 않는 나라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여론 정치의 나라로 여전히 민심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일단 이것은 저자의 견해다) 한국이 민심의 나라라면 일본은 엘리트, 그중에서도 야쿠닌(관리 혹은 공무원)의 나라이다. 역사상 1000번에 가까운 외침을 받은 한국은 지정학적 지옥이고, 지진을 비롯해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은 지질학적 지옥이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비교하는 것으로 시작해 강화도조약부터 메이지유신까지, 김옥균부터 사카모토 료마까지, 한일 근대사의 주요 장면과 인물들을 되짚어 본다.
저자는 무시와 두려움이라는 콤플렉스에 발 묶여 있는 한일 상호 인식을 역사와 현실에 비추어 이야기한다. 오늘날 한국인이 말하는 ‘반일’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준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아쉬운 점은 한일 상호 인식을 역사에 비추어 차근차근 들려 주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같은 시국에 '한국은 일본을 경시하는 맨 마지막 나라가 돼야 한다'는 외침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들이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담겨 있고, 막연한 반일과 혐한 대신에 상대에 대해 저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맞다. 일본에 대한 비판은 무력한 공포탄이 아니라 뼈 때리는 비판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화를 거부하고 불편한 진실도 직시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그럼에도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는 없었던 책이다. 어쩌면 더 다양한 담론을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하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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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woojoo1115 2023-08-28
박훈(지음)/ 어크로스(펴냄)
닥치고 반일!!!!!
중학시절 나의 전교조 선생님을 정말 존경했다. 그 분은 하나의 종교였다!!! 선생님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가 버스정류장까지 함께 걸었다. 선생님은 친한 교사들과 이야기나누며 퇴근하고 싶으셨을텐데 그 귀한 시간을 내게 허락해 주시다니!! 지금 생각해 보니 선생님은 내가 당신을 존경하는 마음을 너무 잘 알고 계셨나 싶다. 버스 정류장까지 10분 남짓 걸으며 선생님은 백범 김구 선생님 이야기, 독립운동가 이야기, 최근 사회 이슈 등을 내게 들려주셨다. 나의 모든 가치관을 형성시켜주신 분. 맹목적인 인간이 아닌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신 분!!! 그런데 최근 그런 믿음이 흔들린다. 이제서야 내 주체성이 눈을 뜬 걸까? 일본은 마냥 싫다는 정서를 갖고 있었고 반일을 넘어 승일까지 생각했던 적도 있다. 닥치고 반일이 답인가? 나미 그 반대는?? 이 책을 읽으며 깊이 생각해봤고 마음이 참 복잡하다!!
일본 근대사 권위자이신 서울대학교 박훈 교수님. 전작인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을 읽은 독자 중 한 사람. 이 글 쓰기 전 지난 리뷰를 꺼내 읽어봤다. '가난한 식민지 조선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이제 동등한 국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해결할 차례'라고 리뷰 마지막 줄을 쓴 것이 아직도 숙제처럼 느껴진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후 첫 물고기 검사에서 삼중수소(트리튬)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뉴스가 나와도 우리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은 여전하다. 한, 중, 일, 북한, 미국은 늘 한국의 외교 최전방에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저자는 한국의 민족주의를 짝퉁 민족주의라고 말하고 그 근거를 제시한다. 정책, 사상, 문화를 떠나 한국 민족주의가 하나로 단결하는 것은 바로 반일 사상이다.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지옥인 한국과 지질학적으로 지옥인 일본을 비교, 일본사 감상법 vs 한국사 감상법... 이 책은 주로 두 나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서술되는데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으잉? 뭐지? 싶은 부분도 많았다. 고민하느라 리뷰 쓰는데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은 또 처음^^ 아래 인용문과 같은 문장들을 볼 때 나는 좀 놀란다...
한국사가 위대한 것은 광개토 대왕이 있어서도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해서도 아니고, 바로 이 지정학적 지옥 속에서 악전고투해 살아남은 점에 있다p53 ( 세계 최초 금속활자, 광개토 대왕은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업적인데 살짝 폄훼하는듯한 느낌 불쾌했다. 물론 지정학적 지옥 속에서 살아남은 정신도 훌륭한 점은 맞다!! 이렇게 쓰면 나는 국뽕이 되는건가??ㅎㅎㅎ)
다 옮겨 적지는 못하지만 일본을 '작다' '자잘하다'라고 생각한다는 언급. 일본을 작은 , 자잘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국토 면적만 해도 우리보다 훨씬 큰 나라인데.....요즘은 그리 생각하는 사람 없는듯 오히려 일본의 창의력이나 상상력 등은 배울점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일본인들 특유의 문화에서 그들은 역성 혁명이 없었던 역사를 큰 자랑으로 여긴다는데 그게 자랑인지 의문이다. 혁명에는 이유가 있다. 혁명을 금기시 한 일본의 문화일 뿐. 그리고 국민 설화 = 국민 마약론 언급에서 설화 없는 민족이 있었던가 ?^^ ( 물론 저자는 설화 자체를 비판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민족 설화를 이용해먹는 사람들을 비판한거 아닐까 생각한다. 이건 내 생각임) 단군 이래 표현 방식이 왜 삼국통일 후 별 볼 일 없는 역사 인식이라는 건지? 나는 통일 신라 이후 고려나 조선에 대해 별 볼일 없는 나라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고구려를 무척 좋아하는 1인이지만, 고려나 조선 사회 안에서도 유구한 전통과 문화는 빛난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선을 헬조선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도 많다.
지금의 10대, 20대는 일본 문화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좋아한다. 일본 얘기에 흥분하는 기성세대를 보며 한심한 표정을 짓는다는 문장에 공감한다. 귀여운 아날로그의 나라로 인식하는 10대의 생각 그들이 나고 자라서 본 것이 전부이니 당연한 결과. 근데 그들이 얼른 자라서 '왜놈 새끼', '조센징' 이라는 단어를 아무 스스럼없이 주고 받으며 지낼 미래를 기대린다? 글쎄, 마음이 복잡하다. 그렇다면 지금 일본문화를 사랑하는 지금 10대 학생들과 동갑나이쯤되는 14살 소녀 위안부들이 먼 남의 나라로 마구 끌려가고, 독립운동가들이 흘린 귀한 피는 어찌 되는 건가? 과하게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도 안되겠지만 역사적 사실은 '사실', 팩트는 팩트니까....!!
나도 하루키의 소설 좋아한다.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도 좋아한다. 이 문장으로 나는 또 무엇을 방어하려는가? 용기만큼 두려운 것은 없다. 나와 생각이 다소 다르더라도 그 주장과 근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한일 관계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이 책을 읽는 내내 또 리뷰를 쓰면서도 고민 또 고민하게 된다. 일개 리뷰 쓰는 나도 긴장인데, 저자는 스스로도 욕먹을 각오로 썼다고 한다. 그게 어떤 부분인지, 또 어떤 부분을 욕하는지, 그렇지만 또 인정할 부분은 어떤 부분인지를 생각해 보는 심각한 독서였다.
한 권으로 저자의 생각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 화풀이 만으로는 일본을 이길 수 없으며, 일본에 대한 공부와 식견이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지난날 김대중 대통령의 외교는 참으로 순발력있고 지혜로웠다는 생각인데 또 반대인 의견도 있을 것이고....
세계인 모두가 일본을 존경해도 우리는 그럴 수 없다. 동시에 세계인 모두가 일본을 무시해도 우리만은 무시해선 안 된다 p147
일본에 대한 증오심만큼 일본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한국, 미국, 일본의 정상회담, 일본에 대해서 여론이 분분하다. 지난 수년간 일본과의 국력 차이가 이렇게 가까운 적은 없었다.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와 문화는 먼저 살다간 사람들의 피를 마시고, 눈부시게 성장했다. 이럴 때 더욱 일본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반일감정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주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판를 위한 비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체성과 자주 의식!!!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어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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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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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서재
[위험한 일본 책 l 박훈 지음 l 어크로스]
왜 제목이 <위험한 일본 책>인지 읽고 나니 알겠다. 스포츠 경기에서 #한일전 이라도 할 때면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미디어에서는 이를 대서특필한다. 한 스포츠 선수의 인터뷰도 기억난다. “일본과의 경기는 지고 싶지 않으며, 부담이 큰 경기이다.”
<위험한 일본 책>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가 집필했다. 그는 일본이라면 “무조건 NO!”라고 외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프롤로그에 담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 역시도 박훈 교수가 말했듯 제대로 일본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조건 NO”는 아닌지라 사실 몇 가지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위험한 일본 책> 만큼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며 정확하게 이야기 한 책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불편한 이야기도 담겨있지만, 그만큼 알지 못한 일본의 진짜 이야기가 있다. 무분별한 비판은 나라의 시민의식의 문제인 것도 사실이기에.
역사부터 세밀한 문화까지, 불편하지만 인식의 전환에 있어 판단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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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lbird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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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회이기에 한국은 여전히 ‘민심‘이 세상을 지배한다.
민심이란 말은 일본어에도 중국어에도 있지만, 일상적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하물며 우리처럼 정치적으로 막강한 힘을 갖는 어휘도 아니다. 한국인들이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을 이렇듯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것을 알면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은 아마도 놀랄 것이다. 그 민심은 지금도 여론조사와 군중집회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이다.- P41
한반도 세력에게 일본제국은 약 40년간 패자였고 이후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의해 미국이 그 자리를 대신한 지 60년이되었다. 그 샌프란시스코 체제도 동요하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명청 교체기, 구한말 같은 지역 질서의 격변기가 코앞에다가와 있는 것이다.- P58
질서 있는 변혁은 자칫 구체제와 타협하거나 철저한 개혁 앞에서주춤거리기 쉽다. 이걸 돌파하는 관건은 기성 체제의 일부였던변혁 주체가 얼마만큼 자기부정과 자기혁신을 할 수 있느냐에 있다. 메이지유신은 사무라이의 신분적 자살이며, 사무라이를 배신한 사무라이 정권이었다.- P61
586세대는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오랫동안 누리고 있다는 것을 칼바람 맞듯,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혁신, 자기연마해야 한다. 역사는 아직 586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586에게는 유신의 길밖에 없다. 만약 우리 사회에 정말 혁명이 일어난다면, 그들이 대상이 될 것이므로,- P75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는 강대국이 아닌 이상, 어떤 나라도 그에 주파수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 그건 섣불리 민족자주‘ 운운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길을 가지 않으면, 혹은 그 길을 찾아낼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민족자주는 공염불이다.- P79
인재는 대개 반항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다. 내말 잘 듣는다고 발탁한다면 뽑은 사람은 유능한 인사권자가아닐 것이며, 뽑힌 사람은 에노모토 같은 인재는 아닐 것이다.- P88
1한국의 역사는 중국처럼 수천 년간 지역의 패자로, 문명의 센터로 지내온 역사도 아니고, 일본처럼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서 지정학적 행운을 즐기며 자폐적으로 살아온 경우도 아니다. ‘고투의역사‘에 대해 적절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적으로 이만큼 흥미를 자극하는 역사도 드물 것이다. 독특한 조건 속에서 분투해온한국사의 경험은 역사에서 지혜를 구하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교훈과 영감을 줄 것이다.- P94
반대로 한국사에 대한 자기폄하를 살펴보자. 사실 대다수한국인들의 역사 인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패배주의이며,
열등 콤플렉스다. ‘위대한 상고사‘와 과도한 민족주의적 역사해석의 저변에는 이것이 자리 잡고 있다. 열패감을 지우기 위해 ‘위대한 역사‘에 환호하는 것이다.- P96
1910년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 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일본을 증오하고 규탄하는 사람들은 전국에 넘쳐흘렀고, 일본을 깔보고 멸시하는 사람들도 사방에 빽빽했다. 모자랐던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 40여 년간 일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게 우리의 운명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었다.- P142
서울 지하철 젊은 여성의 손에 도쿠가와 시대 역사서가 들려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아니라 나쓰메 소세키夏뿐만도 베스트셀러가 되며, 중년 남성들의 술집 대화에서 메이지유신 지도자 이름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오고, 학교에서 한국 침략의 원흉으로서의 이토 히로부미만이 아니라, 그런 자가 어떻게 근대 일본의 헌법과 정당정치의 아버지로평가되는지, 그 불편함과 복잡성에 대해 파헤치는 그런 한국을, 일본은 정말 두려워할 것이다.- P146
‘반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하려고 하는 반일인가‘가 중요하다.- P152
미국의힘이 엄존하고, 전후 민주주의를 지탱해온 유권자들이 있는한 불가능할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일본을 무장 해체시켰던 미국이 일본이 군사비를 배로 올린다고 해도 반기는 눈치고, 총리가 적국의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고 한 그 적국이 북한이 될 수도 있는 이 엄청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다.- P159
우리가 열도의 반도 관련 유적 앞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민족‘이 아니라, 거꾸로 ‘민족‘(이것이 근대에 형성된 개념과 용어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이라는 것을 모르고도 교류하고 자부심을유지하고 억척스레 땅을 갈아 훌륭한 삶을 영위한 사람들이, 또 그런 시대가 있었다는 바로 그 점이다. 우리가 영원불변의가치라고 믿는 ‘민족‘이 고대인들의 눈에는, 아마 미래에 살사람들의 눈에도 특이하게 보일 수 있다는 그 통찰 말이다.- P164
일본 사람들, 특히 지식인들을 만나 얘기해보면 한국에 대한 묘한, 그리고 복잡한 심사가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국이일본보다 한참 뒤져 있을 때에는 다정한 어조로 한국의 분발을 격려하지만 그 격차가 좁혀지거나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앞서는 조짐이 보이면 당황하면서 좀처럼 그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어하는것이다. 한국이 발전하는 것은 점잖은 지식인으로서 환영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본 밑에 있어야 한다는 묘한 심리가 있는 것 같다.- P176
일본 국민의 의식은 ‘천황‘ 아래 억눌려 있고, 일본의 민주주의 역시 그 이름 아래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공화국의 시민이다. 황제가 됐든, 천황이 됐든, 임금이 됐든 우리는 그 세계와 연을 끊고 공화국을 수립했다. ‘황‘을 쓰느냐 어떤 연호를 쓰느냐가 조선 백성에게는 중요했을지 몰라도 우리 공화국 시민에게는 아니다.- P210
천황은 역사상 오랫동안 권력은 없고 권위만 있었다. 메이지유신 이후 천황에게 권력을 갖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근대 천황제의 설계자, 이토 히로부미는 단호히 거부했다. 권력에는 성패가 있어 천황이 권력을 행사하는 순간 그 권위는 상처 입을 것이라고 권력과 권위의 분리다. 이토 히로부미가 아니었더라면 히로히토는 아마도 패전 후에 맥아더의 처형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1억 총자숙‘ 무드는 권력은 없지만 구름 위의 신성한 권위는 패전 후에도 건재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P221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불행했던 것은 약 400년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과 금세기 초 식민 지배 35년간입니다. 이렇게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토착왜구의 말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다. 그것도 1998년 일본 국회에서 행한 연설에서다.-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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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그리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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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박훈 교수의 전환 시대의 일본론]<위험한 일본책>박훈 지음 | 어크로스
이 책 위험하다.정말 위험한 책이다.페이지를넘기는게 계속 망설여졌지만 저자가 정말로 하고자하는 말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사실 흥미든, 실망이든, 기분나쁨이든, 어쨌든지간에 페이지가 잘 넘어가기는 한다. 아쉬운 점이 많기는 하지만 끝까지 다 읽기 잘했다.막내고모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결혼을 하고 그 후로 지금까지 일본에서 살고 있다. 고모부의 친척중에는 일본인이 대다수다. 사촌 큰언니만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알고 (언니는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 대학에 오기도 했다) 둘째 언니와 막내는 한국어를 할 줄 모른다. 나의 짧은 일본어와 영어로 그리고, 표정과 몸으로 소통을 한다.이런 특수성으로 인해 어려서부터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인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물론 한국과 일본이 문화적으로 다르다는 건 몸으로 느끼고 있었고, 또 일본의 여러가지 문제들은 나도 인지하고 있고, 분노한다. 사과받을 것도, 그들이 인정해야할 것도 많이 있다. 우리나라도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며 끊임없이 노력해야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일본에 대해서 무지하면서 무조건 반대만 하고 무시만 한다고 말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건 아니지, 싶었다. 반일 감정을 가진 것과 그에 걸맞는 어떤 행동을 하는 것도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특이성이라고 뭉쳐서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느나라든 개개인은 다르다.한쪽으로만 치우쳐서 바라본 것 같다. 그것도 나쁜 쪽, 어쩌면 일부의 사람들이 하는 행동으로만. 한국의 좋은 면도 많이 나열했지만 그게 진심으로 하는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는게 문제다. 모든 것이 비꼬는 걸로 들렸는데, 그건 내 속이 꼬여서 그런걸까...일본에 대한 이론, 역사, 새롭고 제대로 아는 건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유용했고 좋았다. 특히 [7장 민족주의의 바깥을 상상하다]에는 차분한 설명이 들어있다.
이 책에 실린 글의 다수는 <경향신문> '역사와 현실' 코너에 연재한 글을 제공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하나하나가 너무 짧다. 그 와중에 괄호사이 물음표'(?)'가 많아서 진중한 흐름이 깨지기도 했고 첨부한 자료들이 일본 저자의 사료들이 많은 것 같아서 한국의 연구자료는 이토록 부족한가 의문스러웠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길게 서술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짧은 글들만 읽었다면 저자에 대한 반감만 생겼을 것 같은데 맨 뒤에 부록으로 있는 [김훈의 <하얼빈>리뷰]를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전환 시대의 일본론을 주제별로 묶어서 호흡이 조금더 긴 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쓰기가 많이 망설여졌다.위험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고 생각하고 필요한 부분을 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크로스 북클럽 A.B.C. 시즌 5 멤버로 도서를 제공받아, 진중하게 읽고 생각한 후 작성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
정색하며 쓴 글은 아닌데 너무 딱딱하게 읽히네...;;;;;#위험한일본책 #박훈 #어크로스 #서울대박훈교수의전환시대의일본론 #하얼빈리뷰 #경향신문 #역사와현실 #위험한책 #위험한일본책_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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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kim4199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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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 이를테면 미국은 미국놈이라고 하지만 가끔은 뭐 미국 사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일본은 반드시 일본놈이라고 한다. 아니면 왜놈.
스포츠도 다른 나라는 질 수 있다. 일본만큼은 안된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1997년 축구 한일전, 도쿄대첩이라 불리는 경기에서 송재익 캐스터의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는 언제 들어도, 2010년 일본의 월드컵 출정식을 망친 시합에서 박지성의 '산책 골 세리머니'는 보고 또다시 봐도 통쾌하다. 아마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일 거다.
<위험한 일본책>의 저자인 박훈 교수는 이런 심리를 멸시와 불신의 감정과 더불어 두려움과 피해의식이라는 콤플렉스가 묻어있다고 설명한다. 일본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들도 서양에 대한 콤플렉스보다 우리에게 더 심하고, 그걸 보상받기 위해서 한국만큼을 일본이 이겨야 한다는 심리를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실 일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우리가 말은 많이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자세히 일본을 알지 못한다. 대부분 주워들었거나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현상만을 갖고 이야기한다.
'한반도와 일본열도는 지척 거리에 있지만, 그 지정학적 조건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큰 자연재해 없는 한반도는 지질학적으론 천국, 지정학적으론 지옥이며, 일본은 그 반대라 할 수 있다. (pp. 50, 51)'
나만 해도 일본 역사에 그리 밝지 않다. 두견새를 소재로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야 한다고, 히데요시는 울게 해야 한다고, 도쿠가와는 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라고 하이쿠를 읊은 세 인물, 그리고 근대사도 (이 책에도 등장하지만) 일본 메이지유신을 이끈 사카모토 료마를 다룬 시바 료타로의 10권짜리 전집 <료마가 간다>를 읽고 대충 꿰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위험한 일본>을 읽고 그동안 잘못 알았던 사실들도 있음을 깨달았다. 섬나라라는 생각에서인지 일본은 오래전부터 해양강국이라 여겼는데 해양국가가 된 때는 메이지 시대 이후다.
또 하나 전쟁하면 임진왜란, 태평양 전쟁이 떠올라 일본 사람들이 전쟁의 참상을 잘 알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물론 원폭 투하로 도시가 벌판이 되긴 했다. 하지만 눈앞에서 적군이 이웃과 가족을 죽이는 전쟁의 참혹함은 겪지 않았다.
'이 책에서 지금까지 해온 주장의 결론은 전 세계인이 일본을 무시해도 한국인만은 일본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재팬 패싱'은 통쾌하기는 한데 우리 국익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은 거꾸로 전 세계 아무도 일본을 무시하지 않는데, 한국만 무시한다. 물론 전 세계가 일본을 존경한다 해도 한국인은 그럴 필요 없다. 끝내 존경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무시하지는 않는 자세, 그게 대일 자세의 입각점이라고 나는 믿는다. (p. 253)'
박훈 교수의 주장이 이성으로는 이해되고 옳다고 생각한다. 한데 감정은 그렇지 않다. '반일이면 무죄'라는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까지 하고 쓴 일본론인데도 말이다.
'이렇게 보면 "이게 나라냐!"라며 비장하게 출발한 정부가 "이건 나라냐!"라는 냉소에 직면한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pp. 233, 234)'
이 책을 읽는 시기가 잘못된 탓일까?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기업의 제3자 변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동해의 일본해 표기, 독도 문제, 독립운동을 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한미일 군사동맹에서 위계상 맨 아래쪽에 있는 등 우리 정부의 일본에 대한 굴욕적 태도가 문제다. 저자가 제시한 일본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장애물이 되어 가로막는다.
다음 세대에 일본과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일제 강점기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박훈 교수도 말하다시피 위안부 피해자와 같은 인권문제와 달리 식민지 문제는 국제 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이슈다. 독일이 되풀이하는 사과도 전쟁 행위에 대한 반성이지 식민 행위는 아니다. 강대국들 모두 식민 지배를 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대단한 외교적 성과이고 한일 문제 해결의 실마리이다.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 식민지 얘기가 화제에 오르면 "도대체 저런 선진국을 상대로 '감히' 일본이 어떻게 그런 짓을 했지?"라는 표정을 짓는다. 지금은 아마도 일본에 대한 한국 젊은이들의 선망보다, 일본 젊은 친구들의 한국 동경이 더할 것이다. (p. 140)'
우리 아이들도 더 이상 일본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 왜놈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임진왜란 때의 조선은 물론 구한말의 조선도 아니다. 무조건 일본을 배척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걸어보는 이유다. 비판할 건 하면서도 같이 나가는 이웃나라 일본, 그렇게 일본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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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쓰다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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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 두 나라의 관계는 가끔 아이러니함을 자아냅니다. 혐한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한국의 콘텐츠와 문화 등에 관심을 가지는 일본입니다. 반일감정이 강하면서도 일본 여행 외국인의 1/3이 한국인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위험한 일본책'입니다. 그만큼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 다룬다는 것이 쉽지 않은 환경을 드러냅니다.
이 책에서는 ★일본에 대한 비판이 허공에 휘두르는 감정 실린 주먹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뼈 때리는 무게 실린 발언이어야 함을 꼬집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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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식민지화의 세계사적 특수성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사람들은 식민 본국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한국만큼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조선 식민지화는 달랐던 것일까?
▶첫째, 오랫동안 역사를 공유하고 교류를 해온 같은 문화권의 이웃나라를 식민지화였다는 점. 그렇기에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었다.
▶둘째, 식민지화되기 이전에 이미 민족주의 발현된 나라였던 조선. 남의 통치를 받을 수 있는 선을 넘어버린 상황이었다.
▶셋째, 초지일관적인 태도가 아니라 우왕좌왕하는 형태의 식민지정책을 펼쳤던 일본, 더군다나 독립 논의를 거치고 있던 타 식민 본국에 비해 일절 독립 논의를 허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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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이야기를 왜 하는 것일까?
강대국들은 전쟁 책임에는 관심이 많아도 식민 지배 책임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도 가해자였으므로. 따라서 식민지 문제는 한국이 앞장서서 그 세계사적 의미와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경험을 냉정하게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p127,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 필요.
일본에 책임을 물을 권리도, 욕을 할 권리도 한국에는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욕만 하고 끝날 일이 아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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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우리를 너무 잘 아는데, 우리는 상대를 제대로 모릅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을 기억해야 할 듯합니다. (동아시아 연구 강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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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경시하지 않는 나라들의 속내
우리의 입장에서 보자면 일본이 분명 잘못을 한 나라이며, 그에 따른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은 나라입니다.
★일본으로 이해 피해를 겪은 또 다른 나라 중국, 미국은 일본을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에게 일본은 우리에게만큼 중요한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처럼 일본을 경시하지 않는다. (...) 일본은 이미 맛이 간 나라라는 만용도 부리지 않고 오히려 일본을 또 연구하고 또 관찰한다.
두 번 다시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p156
해방 후 지금만큼 한일 간의 국력 차가 좁혀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섣불리 우쭐거리는 것은 독약이다.
p15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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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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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 운동을 했던 거 같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일본 브랜드 의류매장이 명동에서 문을 닫고, 일본 브랜드 매출이 급감하면서 국내에서 철수한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던 거 같다. 내가 이렇게 불확실한 어조로 말하는 이유는 현재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 때문이다. 코로나로 얼어있던 여행이 점차 회복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외국인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낸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잠잠한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한국의 일본 비판이 한국인의 양식과 지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 돼서야 되겠는가. 허공에 휘두르는 주먹이 아니라 뼈 대리는 비판이 되어야 한다. P. 8 l 프롤로그
무엇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할 때 『위험한 일본책』을 만났다. '고민하는 나를 위한 책이잖아!'를 외치며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책이 주는 첫인상은 살짝 무게감이 있었다. 가독성이 좋고 가벼운 주제가 대세인 요즘이기에 내가 이런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선 것이 사실이었다.
『위험한 일본책』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박사님이 신문에 칼럼으로 쓴 글을 모아 정리한 글이다. 그래서 한 편의 길이가 길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어렵지 않아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나 같은 역사 문외한에게는 역사 지식이 부족해 읽으면서 바로바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인터넷 검색의 힘을 빌렸다. 생소한 사자성어나 단어가 꽤 있어서 찾아보며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知彼知己百戰百勝
그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이긴다.
일본에 대해서도 내 조국 한국에 대해서도 새로 알게 된 게 많아 몰입하며 읽었다. 그동안 얼마나 무지했는지, 왜곡된 정보를 사실이라 믿으며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천황의 긴 역사와 일본인들의 인식이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입헌군주제를 도입해서 황실이 있다는 가정으로 만화와 드라마가 나온 적이 있다. 영국과 같은 왕실이 있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것이 있던 시절이라 꽤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그런데 바로 옆 나라에 이렇게 오래된 입헌군주제의 산역사가 있다니. 따로따로 둥둥 떠다닌 정보가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최근 북방 유목민의 존재와 역사에 흥미를 갖게 됐다. 마침 『위험한 일본책』를 통해서 중국과 북방 유목민의 기나긴 싸움에서 우리가 얼마나 힘겹게 살아남아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도 일본과는 전혀 달랐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정학적으로도 문명 전파의 흐름으로도 우리는 일본과 매우 다르다. 인터넷 밈이 돼버린 킹세종의 업적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일차원적인 민족주의에 휩쓸려 남이 한 말을 그대로 내뱉는 앵무새 또는 확성기가 될 뿐임을 기억해야겠다.
『위험한 일본책』을 한국과 일본을 제대로 아는 입문서로 읽어봐도 좋겠다. 한국과 일본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근대사의 성패 요인을 알 수 있다. 일본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본의 메이지 유신과 그 이후의 행보를 통해 한국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됐는지 핵심만 짚어 이야기해 주기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박훈 교수님과 여러 석학분들 덕분에 2022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일본사 대중강연 시리즈가 열렸다. 이걸 책으로 엮어 곧 출판될 예정이라니 지피知彼자세의 연장선에서 빨리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리더로 발돋음하는 시점에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더 잘 알기 위해 근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일본 이란 나라를 제대로 알아가면 좋겠다.
#문장수집
#일본
일본의 종족은 작은 범위에 분포하는 반면, 조선의 종족은 전국적으로 퍼져있다. 김해 김씨는 김해에만 있지 않고, 밀양 박씨는 밀양보다 다른 곳에 더 많다. P.23
한편 무예로 전투에서 공을 세워 출세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현실에서 젊은 사무라이들은 학문과 학교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사무라이 간의 학적 네트워크가 결국 정치화되어 메이지유신의 촉매제가 되었다. P. 32
일본 사회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정치의 '야쿠'를 담당하는 엘리트들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일본 시민들은 자기 '야쿠'만 수행할 뿐 이에 간섭하거나 항의하지 않는다. P. 48
그러나 19세기 들어 조선, 중국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 사정이 악화된 데 비해 일본은 급속한 성장은 멈췄지만 안정세는 유지해나갔다. P. 65
독자들에게 생소할 에노모토 이야기를 길게 소개한 것은 메이지 시대 일본을 강하게 만든 힘 중 하나는 '국민 통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85
일본이 근대적 국제 질서에 편입되어오면서 취한 조선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19세기 초중반까지 나타난 태도로 '조선 언급하지 않기'다. (중략) 근대에 와서는 반대로 소국 조선, 후진국 조선을 열심히 언급함으로써 일본의 높은 국제 서열을 입증받으려 했다. P. 180
천황은 역사상 오랫동안 권력은 없고 권위만 있었다. P. 221
#한국
이걸 공부하고 주목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현상들이 최신, 최고의 서양 이론이나 모델로 도무지 해명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이런 특질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P. 24
앞에서 나는 한국을 중앙(서울)으로 휘몰아쳐 올라가는 소용돌이 사회라고 말했다. 그 속에서 개인들이 분투하며 휘날리고 있다. 사태 판단은 신속하게 스스로가 해야 하며, 누군가 도움의 손길도 마땅치 않다. 확실히 한국의 개인들은 일본의 개인들보다 풍파로 단련된 '자립적 주체'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살아남기 위하여. P. 37
한반도의 '가혹한 운명'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중국 대륙의 한족과 북방 유목 민족이라는 '진짜(?)' 양대 세력의 각축 때문이었다. P. 52
한국사가 위대한 것은 광대토왕이 있어서도,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해서도 아니고, 바로 이 지정학적 지옥 속에서 악전고투해 살아남은 점에 있다. P. 53
오로지 차가움과 노회함만이 지옥을 돌려세울 수 있다. P. 54
한반도 세력은 7세기 말 고구려(도 한반도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면)가 당의 지배 체제에 반항했다가 멸망당하고 나서는 오늘날까지 지역 질서의 패자에게 노골적으로 도전한 적이 없었다. P. 57
정말 통일신라, 고려, 조선 왕국은 후진국이고 별 볼일 없는 나라였나? 예를 들어 18세기 조선은 인구 1300만 명 정도가 먹고 살 수 있는 나라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찢어지게 가난했던 것도 아니었다. 주자학을 비롯한 지적 수준은 잘 알려진 대로 대단했다. 당시를 지금처럼 국가 랭킹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당시 조선이 'G20'과 한참 거리가 멀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P. 97
세종은 (중략) 세계를 중심으로 재빨리 알아채고 그를 따라잡고자 총력을 다하고 그것을 마침내 조선 땅에 실현시켰기에 위대한 인물이다. 그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중략) 열린 마음으로 세계 수준의 문명을 이 땅에 건설하고자 했던 그 불타는 야망이다. P. 103
세계 대세에 대한 예민한 인식과 그에 올라탄 화려한 외교술이야말로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P. 115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에 참가한 젊은 활동가들은 한국사에서 처음 출연한 근대인들이었다. P. 122
우리가 그동안 간과해왔던 조선 식민지화의 특성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장기간에 걸쳐 역사를 공유하고 교류를 해온, 같은 문화권의 이웃 나라를 식민지화했다는 점이다. 둘째, 조선은 세계 주용 국가 중 가장 늦게 식민지가 된 경우다. 셋째, 비교사적으로 식민 기간이 짧았다는 점이다. P.126
이런 상태에서 일본이 패전국이 되고 조선은 갑자기 독립했으니, 혼란은 피할 수 없었다. 한국전쟁의 책임을 일본에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중략) 식민지 문제는 한국이 앞장서서 그 세계사적 의미와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경험을 냉정하게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P. 127
수많은 침략과 간섭을 겪으면서도 끝내 살아남았다는 것,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문명사회를 꾸준히 유지해왔다는 것, 여기서 한국사의 매력과 비밀, 그리고 한국인의 힘이 숨어 있다. 나는 그것을 임기응변과 면종복배라는 다소 과격한 말로 표현한 것이다. P. 129
정말 극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면, 일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부와 식견이 좀 더 높아져야 한다. P. 147
이승만은 이 책(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 Japan Inside Out )에서 (중략) 상시의 일본이 자유와 민주, 인권과 평화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그가 '반일'을 통해 추구하려 했던 것은 자유와 민주였다. (중략) '무엇을 하려고 하는 반일인가?'가 중요하다. P. 152
1910년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 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중략) 모자랐던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 40여 년간 일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게 우리 운명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었다. P.156
침략에 대한 일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다가 스스로를 무능력자로 만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민족적 자긍심이 아니라 패배주의와 콤플렉스다. P. 171
세계적인 걸을 향한 강렬한 지향, 이것이야말로 한국, 한국인의 최대 장점이기 때문이다. P. 208
이 강대국들 사이에 있는 한국사는 이 지역 전체의 역사를 시야에 넣지 않고서는 제대로 설명해 내기 어렵다. '역사의 국제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P. 224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를 보다 설득력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라'보다는 식민주의라는 괴물에 대한 공동의 투쟁을 촉구하는 것이 훨씬 좋은 전략일 것이다. P. 229
국제법도 전쟁에 대해서는 여러 말을 하고 있지만 식민지 문제에는 과묵하다. 국제법을 주도하는 열강이 식민지 문제의 공범이기 때문이다. (중략) 국제 무대에서는 한국이 유리한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P. 238
(김대중은) 협상 아젠다의 우선순위를 조절하면서, 우리 민족의 도덕적 우월성을 유지하면서, 일본을 압박했고 존경을 이끌어냈다. P. 251
'재팬 패싱'은 통쾌하기는 한데 우리 국익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중략) 끝내 존경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무시하지 않는 자세, 그게 대일 자세의 입각점이라고 나는 믿는다. P. 253
위대한 선조들은 일본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았다. 일본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충고하고, 그 길에서 벗어나 함께 손잡고 자유, 민주, 평화의 세계로 나아가자고 타이른다. P. 258
우리 국민은 불편한 진실이더라도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중략) 자기 글씨를 부끄럽다고, 불편하다고 가린 채로 보물로 지정하고 세상에 유통시키는 후손들을 안중근은 어떻게 생각할까. P. 283
#세계
문명 교류는 흐르는 것이다. 거기에는 국경도 민족도 없다. 오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뿐이다. P.164
역사는 과거의 현실에 맞닥뜨려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며, 그걸 대하는 우리의 역사 인식은 현재와 미래의 현실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친다. P. 169
미국과 중국이 문제로 삼는 것은 일본의 전쟁 행위이지 식민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P. 239
어크로스 A.B.C 시즌 5기로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위험한일본책 #박훈 #어크로스 #박훈교수 #일본사교수 #서울대박훈교수 #전환시대의일본론 #일본사 #일본사책추천 #일본제대로알기 #사회학책추천 #사회과학책추천 #사회정치책추천 #정치외교책추천 #책추천 #어크로스서포터즈 #어크로스ABC시즌5 #ABC시즌5
일본의 종족은 작은 범위에 분포하는 반면, 조선의 종족은 전국적으로 퍼져있다. 김해 김씨는 김해에만 있지 않고, 밀양 박씨는 밀양보다 다른 곳에 더 많다. P.23- P23
한편 무예로 전투에서 공을 세워 출세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현실에서 젊은 사무라이들은 학문과 학교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사무라이 간의 학적 네트워크가 결국 정치화되어 메이지유신의 촉매제가 되었다. P. 32- P32
일본 사회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정치의 ‘야쿠‘를 담당하는 엘리트들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일본 시민들은 자기 ‘야쿠‘만 수행할 뿐 이에 간섭하거나 항의하지 않는다. P. 48- P48
그러나 19세기 들어 조선, 중국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 사정이 악화된 데 비해 일본은 급속한 성장은 멈췄지만 안정세는 유지해나갔다. P. 65- P65
독자들에게 생소할 에노모토 이야기를 길게 소개한 것은 메이지 시대 일본을 강하게 만든 힘 중 하나는 ‘국민 통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85- P85
일본이 근대적 국제 질서에 편입되어오면서 취한 조선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19세기 초중반까지 나타난 태도로 ‘조선 언급하지 않기‘다. (중략) 근대에 와서는 반대로 소국 조선, 후진국 조선을 열심히 언급함으로써 일본의 높은 국제 서열을 입증받으려 했다. P. 180- P180
천황은 역사상 오랫동안 권력은 없고 권위만 있었다. P. 221- P221
이걸 공부하고 주목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현상들이 최신, 최고의 서양 이론이나 모델로 도무지 해명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이런 특질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P.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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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나는 한국을 중앙(서울)으로 휘몰아쳐 올라가는 소용돌이 사회라고 말했다. 그 속에서 개인들이 분투하며 휘날리고 있다. 사태 판단은 신속하게 스스로가 해야 하며, 누군가 도움의 손길도 마땅치 않다. 확실히 한국의 개인들은 일본의 개인들보다 풍파로 단련된 ‘자립적 주체‘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살아남기 위하여. P.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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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가혹한 운명‘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중국 대륙의 한족과 북방 유목 민족이라는 ‘진짜(?)‘ 양대 세력의 각축 때문이었다. P. 52-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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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리더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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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본제국주의의 행위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 다만 그것의 목적은 한국와 일본이 자유와 민주, 법치와 평화의 세계로 가기 위한 것이지 않으면 안 된다. 민족주의를 선동하기 위한, 언론사든 출판사든 시민단체든 자기 비즈니스를 위한, 혹은 정치적 이득을 위한 일본 비판은 이제 거둘 때가 되었다. (p.258)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분명하다. 근거 없이 비방하고 깎아내리지 말고, 비판을 위한 비판에서 벗어나기. 제대로 알고 비판하기.
1부 가까운 나라, 판이한 문화
2부 무시와 두려움 사이
3부 콤플렉스를 넘어서 미래로
역사학자인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특징을 비교 분석하며 책을 시작한다. 우리 사회의 특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조선후기부터 살펴본다. 한국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꼬집고,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넓은 시각을 가지기를 권한다.
화풀이만으로는 일본을 이길 수 없다. 물론 화가 나니 화도 풀어야 한다. 그러나 정말 극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면, 일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부와 식견이 좀 더 높아져야 한다. 여기에는 왕도가 없다. 돋보기 들고 차근차근, 엉덩이 붙이고 끈덕지게 공부 또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세계인 모두가 일본을 존경해도 우리는 그럴 수 없다. 동시에 세계인 모두가일본을 무시해도 우리만은 무시해선 안 된다. (p.146-147)
‘위험한 일본책’은 상황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현재와 미래를 위해 우리를 알고 상대를 알며 냉철하게 판단하고 제대로 비판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책에 담은 내용이 위험한 게 아닌 ‘상식적 견해’가 되길 바란다고 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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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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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의 달인 8월에, 그리고 오염수가 방류된 이 시점에 출간된 책이라니 묘한 느낌을 받았어요. 여러모로 시기적절히 나오지 않았나 싶은데 혹시, 노리신 걸까요?!
어쨌든 이 위험한 일본책이 말하는 주제를 설명해보자면, 한국은 일본에게 가지는 관심에 비해 일본에 대한 지식과 객관적 이해는 되레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일본을 향한 경쟁심도, 견제도, 비판의 농도도 그 어떤 나라보다 짙다지만, 과연 한국은 그 모든 것을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상태에서 행하고 있는지 저자는 의문을 던집니다.
특히 많은 반일 담론은 과학, 학문, 건전한 상식에 기초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말이죠. 일본을 공격하는 일이라면 이른바 반일무죄로 너그럽게 눈감아준다는 겁니다.
저자는 이러한 일본 비판이 국내에서는 호응적일 수 있으나, 국외에서는 그렇지 않으며 한국에 호의적인 일본의 양심 세력마저 떠나게 만드는 행위라고 합니다.
단지 일본을 공격하는 데 필요한, 그야말로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비판을 하더라도 왜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그것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자유, 민주, 법치, 인권, 평화, 복지의 세상을 여는 담론이 되어야 한다고요.
앞선 주장을 바탕으로 1부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근대사를 간략히 비교해 보고, 메이지유신 때의 일본과 조선 때의 한국의 부분적인 역사를 살펴봅니다. 2부는 한국과 일본의 서로 간 상호 인식 상태를 서술하고, 저자의 생각을 덧붙인 글을 모았고요. 3부에서는 이 책의 최종 주제를 바탕으로 한 저자의 의견을 정리합니다.
쭉 읽어보면 불편한 부분도 분명 있을거고, 저자의 생각에 온전히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하나의 의견이구나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립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확실한 건 무엇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특히 한국과 일본이 걸어온 역사에 대한 공부와 이해의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상대를 제대로 아는 상황에서야 말로, 우리를 확실히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막연한 두려움과 근거 없는 경시적 태도를 갖게 됨으로써, 현 사태와 미래를 올바르게 인지할 수 없게 되겠죠.
또한, 무조건 일본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족주의적 의견에 막연히 감정적으로 휩쓸리지 않고, 국제적으로 이해받을 수 있는 객관적인 의견과 올바른 역사를 얻기 위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일본을 향한 관심은 충분히 갖고 있지만, 우선적으로는 한국과 일본을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초석을 깔아주는 계기가 되어줄 것 같아요.
무조건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알고 비판하기! 그리고 상대를 경시하지 말고 계속 견제하고 파악할 것! 그러한 태도가 우리를 지키는 힘이 되어줄 것이므로. 만일 똑똑하게 일본을 상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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