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협동농장, 농민 권리의식 싹트나?
북 협동농장, 농민 권리의식 싹트나?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5-12-07
농민들은 오랫동안 정권과 농장관리들의 수탈을 받아왔고 북한 사회의 최하층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은 평안남도의 농민들.
사진 제공-아시아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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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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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함경북도의 협동농장에서 탈곡한 쌀을 돌려받는 문제를 놓고 농민과 협동농장 간부 사이에 갈등이 빚어져 연일 집단 항의시위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을 추수를 끝낸 농민이 농장 시설로 개인의 몫을 탈곡하는 과정에서 농장 간부가 농민의 빚을 청산한다는 이유로 맡긴 쌀의 전량을 넘겨주지 않아 발생했는데요,
“당국이 농장 구조·운영 구조를 바꾸려 하니까 권력 관계에 변화가 생겼고, 농민 사이에서도 권리 의식이 생기고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니까 아주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합니다.”
특히 이번 시위는 여전히 불완전한 농업구조와 정책 속에서 북한 당국이 전통적인 협동농장에 변화를 꾀하는 가운데 발생했는데요, 앞으로 김정은 정권이 농업의 집단화에서 개인화로 이전하는 과정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도 지켜볼 부분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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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협동농장, 농민 권리의식 싹트나?>
- 북 협동농장에서 쌀 인도 관련 간부와 농민 충돌
- 개인의 몫에 대한 농민의 권리의식, 행동으로 이어져
- 분조관리제 도입 후, 협동농장 간부 권한 축소
- 농업정책 변화로 조직·권력관계에 문제 발생
- 김정은 정권, 농업의 ‘집단화’에서 ‘개인화’ 어디까지 허용할지 주목
북한 함경북도의 협동농장에서 탈곡한 쌀을 돌려받는 문제를 놓고 농민과 협동농장 간부 사이에 갈등이 생겨 연일 집단 항의시위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함경북도의 협동농장에서 가을 추수를 끝낸 농민이 농장 시설로 개인의 몫을 탈곡하는 과정에서 농장 간부가 농민의 빚을 청산한다는 이유로 맡긴 쌀의 전량을 넘겨주지 않아 집단 항의가 발생했는데요,
농장을 방문 조사한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는 "올해는 수확물 가운데 농민의 몫에 대해서는 집에 가져가는 것이 허용됐고 농장 간부들이 '농장 기계로 탈곡해 주겠다'며 벼를 가져갔지만, 예고도 없이 빚진 분량을 제하면서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빚은 당과 군 간부들의 무리한 요구에 응하다 지은 농장 자체의 빚과 농민이 개인 농사를 준비하거나 보릿고개 시절에 꾼 부채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예고에 없는 빚 정산에 '이는 탈곡 사기'라며 간부의 집에 몰려가 매일 항의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이번 시위는 일주일 넘게 계속된 데다 시위 과정에 간부의 집에 돌까지 던지면서 현지에서는 매우 큰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고, 인근 농장에서도 탈곡을 둘러싸고 비슷한 문제가 발생해 농민의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는데요, 협동농장의 농민 사이에서 권리 의식이 생기고, 이것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Ishimaru Jiro] 이 소식을 듣고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북한에서는 직장을 조직생활과 인민통제의 기초 단위로 운영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당국이 농장 구조·운영 구조를 바꾸려 하니까 권력관계에 변화가 생겼고, 농민 사이에서도 권리 의식이 생기고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니까 아주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합니다. ‘주변 농장은 어떤가?’에 대해서도 조사해봤어요. 주변 농장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거죠.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의 협동농장은 개선조치를 취해왔습니다. 분조관리제를 도입해 분조의 단위를 세분화하고, 가족 단위의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또 수확량의 70%는 개인이 갖고, 나머지 30%는 국가에 바치도록 했는데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수확량을 처음부터 집으로 가져갈 수 있어 농민들이 매우 좋아했다고 합니다.
[Ishimaru Jiro] 올해 수확철에 벼농사의 경우 농장에 관리하지 않고, 농장원 개인이 집에 가져갈 수 있게 했어요. 그것이 지난해와 큰 차이입니다. 이전에는 수확한 것을 일단 농장에 놓고 탈곡 후에 분배했는데, 그 가운데 농장에서 많이 뺐습니다. (애국미, 경비 등등) 여러 명목으로 농장에서 주지 않았죠. 올해는 논에서 수확한 것을 농민들이 집에 가져갈 수 있게 허용했습니다. 그것을 농민들이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탈곡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개인이 스스로 탈곡을 할 수 없어 작업반장의 제안에 따라 벼를 협동농장에 맡겼지만, 간부들이 빚 정산을 명목으로 맡긴 양을 모두 돌려주지 않은 겁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협동농장이 최근 집단화에서 개인화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협동농장 간부들의 권한이 많이 줄어들었고, 이 중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농민에게 전가하다 보니 간부와 농민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Ishimaru Jiro] 중요한 점은 농장 개선조치가 도입되면서 농장 간부들의 권한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거죠. 생산을 분조에 맡기고 가족단위가 되면서,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작업장과 분조장 자체가 거의 없어진 것이니까 이전 간부들의 권한이 많이 줄었고, 이 때문에 농장 안에서는 여러 권력관계에 변화가 생겼다는 거죠. 이전에는 농민들이 농장 간부들의 말을 들어야 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맡은 땅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농장 간부들이 개입할 여지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럼 간부들의 수입도 줄어들죠. 그래서 무리하게 강탈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농민과 충돌이 생기는 겁니다.
이사마루 대표는 협동농장에서 발생한 간부와 농민 사이의 충돌을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당국이 전통적인 협동농장에 변화를 주려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북한이 유지하려는 조직과 권력구조 상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다시 과거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요, ‘김정은 정권이 농업의 집단화에서 개인화로 이전하는 과정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도 지켜볼 부분입니다.
[Ishimaru Jiro] 일단 전통적인 집단 농업에 변화를 주려는 것은 분명하다고 보거든요. 이것 때문에 벌써 문제가 생기고, 구조변화에 따른 조직적·권력관계상에 변화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황해남북도와 같은 곡창지대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앞으로 이것이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고, 생산량이 향상됐다는 판단이 서면 앞으로 갈 수 있고요, 지금부터 내년 봄까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 5일 현재까지 북한 농민들의 항의시위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북한의 농업구조와 정책은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개인 농사에 가까운 운영 방식과 수확량에서 개인의 몫을 인정하는 정책 변화의 과정에서 노동의 대가를 당당히 주장하는 농민의 항의 시위는 이전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이례적인 현상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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