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8

1710 칼럼 - 3농 혁신과 신향촌건설운동 - 충남.넷



칼럼 - 3농 혁신과 신향촌건설운동 - 충남.넷

3농 혁신과 신향촌건설운동

칼럼 -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


2017.10.26(목) 14:57:09 | 도정신문 ( ktx@korea.kr)


정약용 선생의 3농
·상농(上農) - 농업을 중시하고
·편농(便農) - 농사의 편리를 도모
·후농(厚農) - 농사를 지어 이득을 남게 함

지난 9월 26일 오전, 중국 3농문제 권위자인 중국인민대학 원톄쥔(溫鐵軍) 교수와 충남도 안희정 지사가 도청 접견실에서 만났다. 두 분은 반가운 인사와 함께 약 45분 동안 중국과 한국의 3농문제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원톄쥔 교수는 90년대 말 중국에서 처음으로 3농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제기해 중국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3농문제를 국가 제1의 과제로 만드는 데 기여한 장본인이다. 중국정부와 공산당은 3농문제를 2004년부터 올해까지 14년 동안 중앙1호 문건(중국정부와 공산당이 그 해 가장 우선시 추진해야 할 정책문건으로 매년 초에 각급 정부와 공산당 기관에 하달)으로 하달해 국가 제1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 원톄쥔 교수는 새로운 정책과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실제 새로운 중국농촌 건설을 위해 제자들과 함께 중국 전역에서 신향촌건설운동을 추진 중에 있다.

원톄쥔 교수가 추진하고 있는 신향촌건설운동서구열강과 일제의 침략으로 혼란기 휩싸였던 1920~30년대 중국을 어떻게 개조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다 국민의 대부분이 살고 있는 농촌에 내려가 농민들과 함께 향촌건설운동을 실천한 대학자 량수밍과 옌양추 같은 실천적 지식인들의 길을 다시 찾아가는 운동이자 중국부흥과 생태문명 건설을 위한 새로운 운동이다.
안희정 지사는 2010년 충남도지사에 당선 이후 2011년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3농혁신을 도정의 제1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정약용 선생의 3농, 즉 상농(上農: 농업을 중시하고), 편농(便農: 농사의 편리를 도모하고), 후농(厚農: 농사를 지어 이득을 남게 하는)을 이론적 기반으로 농민을 농정의 손님이 아니라 주인으로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혁신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자들을 조직화하고 친환경농산물을 도시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생산혁신, 농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유통혁신, 도시소비자와 교류하고 상생하는 소비혁신, 농촌마을과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지역혁신, 그리고 사람을 길러내는 역량혁신을 목표로 3농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원톄쥔 교수와 안희정 지사는 한중일 3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농촌의 과소화와 고령화 문제를 시작으로 3농문제의 근본적 원인과 이를 위한 노력들에 대해 얘기했다. 중국의 농산업화와 규모화의 문제, 토지문제, 금융자본주의체제 하에서의 농업의 소외문제, 생산과 자본과잉에 따른 문제 등에 대해 말씀을 나눴다.

원톄쥔 교수는 이처럼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농촌 내부의 자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도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사회화된 농업, 6차산업, 생태농업을 제시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동아시아 농업의 특징인 생태농업과 생태문명 건설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서구의 이념을 그대로 가져다만 쓰지 말고 동아시아인으로서 새로운 지식생산에 게을리 하지 말라고 했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 9월 중국 구이저우성에서 열렸던 제3회 동아시아 3농포럼 때 연설했던 것처럼 국제무역에서 농업은 비교역상품으로 보호되어야 하고 농민을 농정의 손님이 아니라 주인으로 삼아야 하며 원 교수가 제기한 것처럼 향후 생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3농문제의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원톄쥔 교수, 그리고 3농문제에 대한 깊은 철학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안희정 지사, 두 분의 이번 만남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안희정 지사는 다음에 베이징에 가면 원톄쥔 교수를 찾아뵙고 더 깊은 얘기를 나누기로 하고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달랬다.

원톄쥔 교수은 안희정 지사와의 면담 이전에 홍동지역을 방문해 그곳의 환경농업을 견학하고 주민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그리고 홍순명 선생하고도 별도로 만남의 시간을 갖고 동아시아에서의 향촌건설의 역사를 회고하고 향후 연대와 협력을 다짐했다. 


나는 원톄쥔 교수와 홍순명 선생이 함께한 자리에서 이번 만남은 100년만의 만남이라고 말했다. 100년 전 중국 민족도 그렇고 우리 민족도 우리 힘으로 농촌부흥과 새로운 농촌건설을 위한 운동들이 일었으나 그 후 시작된 일제강점, 한국전쟁, 냉전과 독재 등 암울한 시대를 거치면서 양국은 민중의 힘으로 농촌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아직도 불안한 평화기이지만 한국과 중국의 지식인과 활동가들이 다시 3농을 매개로 만나 3농혁신과 신향촌건설운동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러한 교류는 많아질 것이다. 제발 미국과 북한의 핵장난이 다시 동아시아를 암흑의 시대로 만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미국의 금융자본과 그 배후의 군산복합체는 무기를 팔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와 파괴되는 생태환경을 살리는데 힘을 쏟길 바란다. 한국과 중국의 3농혁신과 신향촌건설운동은 계속 추진되고 교류되어야 한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싹이 여기에서부터 다시 시작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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