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2

알라딘: 세계사의 구조



알라딘: 세계사의 구조




세계사의 구조 |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0
가라타니 고진 (지은이),조영일 (옮긴이)비(도서출판b)2012-12-20

양장본
4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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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0권.
종래의 맑스주의의 사회구성체 역사는 ‘생산양식’의 관점에서 서술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해 ‘생산수단’을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유명한 ‘역사적 유물론’이다.

그런데 가라타니는 ‘생산양식’이 아닌 ‘교환양식’을 통해 원시공산제사회(씨족사회)에서부터 현재의 자본제사회까지의 인류 역사를 새롭게 서술하고 있으며 나아가 자본제사회 이후에 대한 미래전망까지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사의 구조>는 맑스주의를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학술적 영역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가라타니의 최근 연구에서의 키워드는 국가 간 경제적 격차, 전쟁, 환경 파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현재의 자본제사회가 가져오는 가장 핵심적이고 필연적인 문제이다. 이 책은 바로 이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극복해보고자 하는 가라타니의 각고의 연구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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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국어판 서문 5
서 문 13

서설 교환양식론 31
1. 마르크스의 헤겔비판 31 | 2. 교환양식의 타입 36 | 3. 권력의 타입 43 | 4. 교통개념 48 | 5. 인간과 자연의 ‘교환’ 52 | 6. 사회구성체의 역사 56 | 7. 근대세계시스템 63


제1부 미니세계시스템

서론 씨족사회로의 이행 71

제1장 정주혁명 75
1. 공동기탁과 호수 75 | 2. 교역과 전쟁 78 | 3. 성층화 82 | 4. 정주혁명 84 | 5. 사회계약 89 | 6. 증여의 의무 92

제2장 증여와 주술 95
1. 증여의 힘 95 | 2. 주술과 호수 97 | 3. 이행의 문제 101

제2부 세계=제국

서론 국가의 기원 107

제1장 국가 113
1. 원도시=국가 113 | 2. 교환과 사회계약 116 | 3. 국가의 기원 120 | 4. 공동체=국가 124 | 5. 아시아적 국가와 농업공동체 126 | 6. 관료제 133

제2장 세계화폐 137
1. 국가와 화폐 137 | 2. 상품세계의 사회계약 141 | 3. <리바이어던>과 <자본론> 145 | 4. 세계화폐 149 | 5. 화폐에서 자본으로의 변화 152 | 6. 자본과 국가 159

제3장 세계제국 167
1. 아시아적 전제국가와 제국 167 | 2. 주변과 아주변 172 | 3. 그리스 176 | 4. 로마 186 | 5. 봉건제 189

제4장 보편종교 197
1. 주술에서 종교로 197 | 2. 제국과 일신교 203 | 3. 모범적 예언자 207 | 4. 윤리적 예언자 210 | 5. 신의 힘 216 | 6. 기독교 219 | 7. 이단과 천년왕국 223 | 8. 이슬람교?불교?도교 227

제3부 근대세계시스템

서론 세계=제국과 세계=경제 237

제1장 근대국가 245
1. 절대주의 왕권 245 | 2. 국가와 정부 249 | 3. 국가와 자본 252 | 4. 마르크스의 국가론 257 | 5. 근대관료제 262

제2장 산업자본 267
1. 상인자본과 산업자본 267 | 2. 노동력상품 271 | 3. 산업자본의 자기증식 277 | 4. 산업자본주의의 기원 282 | 5. 화폐의 상품화 288 | 6. 노동력의 상품화 291 | 7. 산업자본주의의 한계 296 | 8. 세계경제 298

제3장 네이션 303
1. 네이션의 형성 303 | 2. 공동체의 대리보충 307 | 3. 상상력의 지위 312 | 4. 도덕감정과 미학 315 | 5. 국가의 미학화 318 | 6. 네이션=스테이트와 제국주의 324

제4장 어소시에이셔니즘 329
1. 종교비판 329 | 2. 사회주의와 국가주의 337 | 3. 경제혁명과 정치혁명 341 | 4. 노동조합과 협동조합 346 | 5. 주식회사와 국유화 354 | 6. 세계동시혁명 358 | 7. 영속혁명과 단계의 ‘뛰어넘음’ 362 | 8. 파시즘의 문제 368 | 9. 복지국가주의 374

제4부 현재와 미래

제1장 세계자본주의의 단계와 반복 381
1. 자본주의의 역사적 단계 381 | 2. 자본과 국가에 있어서 반복 389 | 3. 1990년 이후 393 | 4. 자본의 제국 397 | 5. 다음 헤게모니국가 400

제2장 세계공화국으로 405
1. 자본에의 대항운동 405 | 2. 국가에의 대항운동 414 | 3. 칸트의 ‘영원평화’ 418 | 4. 칸트와 헤겔 422 | 5. 증여에 의한 영원평화 428 | 6. 세계시스템으로서의 국가연방 432

미주 435
후기 471
옮긴이 후기 473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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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경제 자유시장 원리는 서로 타인을 자유로운 존재로서 승인할 때만 상품교환이 성립한다. 그러므로 상품교환이 발달할 때, 각 개인을 호혜, 증여 원리에 근거하는 공동체 구속에서 독립시키는 것이 된다. 또한, 시장 원리는 인간 노동력이 상품화되는 사회가 아니라면, 자본재 생산은 불가능하다. 또한, 토지의 상품화를 포함하여 사회전체에 상품교환이 침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는 생산양식이 아니라 교환양식에서 보아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교환양식에 따라 권력이 생겨난다. 정치라고 보이는 국가도 시민에 대한 약탈과 재분배라는 경제 교환양식이다. 홉스는 국가 근저에 ‘공포에 의한 강요된 계약’을 보았다. 국가권력은 폭력적 강제만이 아니라, 자발적 동의에 의해 성립한다. 국가는 겉으로는 이데올로기적 또는 관념적으로 보이지만, 자본제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기초적인 교환양식에 비롯된다. 물론 단순한 약탈이라면, 국가를 형성하지 못한다. 국가는 세금을 거둬들이고 시민은 자신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 즉 국가로부터 세나 부역(군대 의무)을 수탈당하지만, 국가 이외 누군가로부터 약탈을 당하는 것을 면한다. 그 결과 국가가 부여하는 은혜 대한 답례(의무)로서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접기 - 북다이제스터

국가나 민족이란 역사적으로 형성된 표상의 산물이어서 계몽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나 민족을 단순히 계몽으로 해소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경제 방식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 북다이제스터

인간은 정주를 싫어한다. 정주를 싫어하는 이유는 다양한 곤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떠돌아다니는 공동체에서 내외 대인적 갈등이나 대립이 있으면,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이동하면 된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일어나 정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것은 농업이 아니라 어업이다. 어업은 수렵과 달리 간단히 들고 갈 수 없는 어구가 필요했다. 그러므로 정주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최초의 정주지는 하구였을 것이다. 따라서 세계 4대강 유역의 문명 발생지가 하구인 까닭은 농업이 원인이 아니라 어업이었다. 접기 - 북다이제스터

자유주의란 헤게모니 국가가 취하는 정책이다. 헤게모니 국가는 근대 세계경제 속에서 세 나라밖에 없었다. 네덜란드와 영국, 미국이다. 국가는 생산에서 상업, 금융이라는 차원으로 나아가 헤게모니를 확립한다. 하지만 특정한 중핵국가가 동시에 생산, 상업, 금융이라는 삼차원 모두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상태는 매우 짧은 시기에 불과하다. 이것은 헤게모니가 실은 덧없는 것으로서 확립된 순간 붕괴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접기 - 북다이제스터

네그리와 하트는 세계시장 하에서 국민국가가 실질적인 의미를 잃고, 그것에 대해 ‘다중(multitude)’이 대항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다중이란 노동자계급이 아니라 마이너러티, 이민, 원주민 그 밖의 다양한 인간 집단, 말하자면 유상무상(有象無象)이라는 의미이다. - 북다이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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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비평가이자 사상가이다. 1941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나 동경대 경제학부와 동경대 대학원 영문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969년부터 문학 비평가로 활동했으며 대표적인 저서로는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マルクスその可能性の中心≫ (1978), ≪일본 근대 문학의 기원日本近代文學の起源≫ (1980), ≪은유로서의 건축隱喩としての建築≫ (1983), ≪내성과 회고內省と遡行≫ (1985), ≪탐구 Ⅰ探究 Ⅰ≫ (1986), ≪탐구 Ⅱ探究 Ⅱ≫ (1989) 등이 있다. ≪일본 근대 문학의 기원≫과 ≪은유로서의 건축≫이 영어로 잇... 더보기


최근작 : <윤리 21>,<헌법의 무의식>,<제국의 구조> … 총 115종 (모두보기)

조영일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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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문예중앙>에 '비평의 빈곤: 유종호와 하루키'를 발표하며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가라타니 고진과 한국문학>, <한국문학과 그 적들>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언어와 비극>, <근대문학의 종언>, <세계공화국으로>, <역사와 반복>, <네이션과 미학>, <정치를 말하다>, <문자와 국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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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세계가 주목하는 가라타니 고진의 주저
도서출판b에서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제10권 <세계사의 구조>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원저가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한국의 인문학계에서도 ‘2012년 출간 예정 도서로서 가장 주목되는 책’ 가운데 한 권으로도 꼽힌 바 있다. 이 책은 단순한 텍스트 해석을 넘어 가라타니 고진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론적 체계를 세웠다는 데 큰 의미를 갖는 저술이다.

▶가라타니 고진이 다시 쓰는 ‘자본론’
종래의 맑스주의의 사회구성체 역사는 ‘생산양식’의 관점에서 서술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해 ‘생산수단’을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유명한 ‘역사적 유물론’이다. 그런데 가라타니는 ‘생산양식’이 아닌 ‘교환양식’을 통해 원시공산제사회(씨족사회)에서부터 현재의 자본제사회까지의 인류 역사를 새롭게 서술하고 있으며 나아가 자본제사회 이후에 대한 미래전망까지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사의 구조>는 맑스주의를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학술적 영역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가라타니의 최근 연구에서의 키워드는 국가 간 경제적 격차, 전쟁, 환경 파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현재의 자본제사회가 가져오는 가장 핵심적이고 필연적인 문제이다. 이 책은 바로 이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극복해보고자 하는 가라타니의 각고의 연구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양식’이 아닌 ‘교양양식’에서 보는 인류의 역사
가라타니가 설명하는 ‘교환양식’은 호수제(교환양식A, 씨족적사회), 약탈 및 재분배(교환양식B, 아시아/고전고대/봉건적사회), 상품교환(교환양식C, 자본제사회), X(교환양식D, 자본제사회 지양)로 구분된다. 여기서 X로 제시된 교환양식D는 호수제, 즉 교환양식A의 고차원적 회복으로서의 교환양식인 것이다. 이 호수성의 회복을 통해서 현재의 상품교환이 주류를 이루는 자본제사회의 지양을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종래의 ‘생산양식’의 관점으로서의 맑스주의가 경제를 토대로, 국가나 종교, 그 밖의 문화적인 것들을 상부구조로 구분하고, 토대의 변화에 의한 상부구조의 해소라는 관점을 뒤집는다.
가라타니의 새로운 관점은 당연히 종래의 맑스주의를 재검토한다. ‘경제적 결정론’을 부정하고 다양한 차원의 자율성을 주장한 프랑크푸르트학파나, 경제적 하부구조가 ‘최종심급’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심급을 뛰어넘은 마오이스트적인 정치적 실천을 지지했던 알튀세르, 또 사회주의적 지향과 파시즘의 필연적 관계, 복지국가주의(사회민주주의) 지향 등 자본제사회의 지양으로서의 여러 시도들에 대한 다양한 비판을 가한다. 즉 경제주의적 관점을 택할 때 네이션이나 국가를 놓치고 국가나 네이션을 말하면서 자본을 놓치는 종래의 맑스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가라타니는 자본=네이션=국가라는 도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것이며, 또 서로 다른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것이 등치를 이루는 것은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성립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세계동시혁명으로, 세계공화국으로
이 책은 궁극적으로 자본제사회 이후라는 미래 전망에 힘을 쏟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혁명을 제시하는 데 결론이 모아진다. 가라타니가 제시하는 혁명은 ‘세계동시혁명’이고 그것은 ‘세계공화국’으로 표상된다. 가라타니에 따르면 국가는 다른 국가에 대해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국혁명은 다른 국가들의 간섭에 의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따라서 가라타니는 세계동시혁명을 주장한다. 세계동시혁명은 국가가 자신의 군사적 주권을 방기할 때 가능하다고 한다. 증여와 답례라는 호수성의 원리에 따라 주권을 유엔에 증여할 것을 주장한다. 증여의 힘을 이기는 다른 국가의 간섭은 없다는 것이다. 그때, 일국만의 혁명은 분명 불가능하지만, 일국만으로도 혁명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영원한 평화이며, 세계동시혁명이고, 세계공화국이라는 논리인 것이다.
하지만 가라타니는 세계공화국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은 하나의 목표로서 지향할 수 있다는 규제적 이념으로서의 세계공화국인 것이다. 칸트의 ‘영원평화론’에서 비롯된 이 규제적 이념으로서의 세계동시혁명론은 종래의 맑스주의적 혁명론, 혹은 네그리와 하트가 제시하는 혁명론인 구성주의적 혁명이론과의 또 다른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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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자주(自主)는 단순히 수사학적 표현이 아니다. 북한은 탈식민지 시대 발전도상국 가운데 의도적으로 자본주의 세계체계로부터 물러나 독립적이고 자기완결적인 경제를 진지하게 시도한 가장 좋은 보기를 제공해주었고, 그 결과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자립적인 상업경제를 세웠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달리 북한은 사회주의의 공동시장 체계에 해당하는 코메콘(COMECON)에 가입한 적이 없다.




북한 산업은 한국전쟁 이후 십 년 동안 연평균 25%로 성장했고, 1965~78년 사이에 약 14% 성장을 이루었다. 공식기록에 따르면, 3개년 계획기간(1953~56)에는 연평균 산업성장률이 41.7%였고, 연이은 5개년 계획기간에는 36.6%였다. 한국전쟁 이후 20년 동안 북한 경제성장은 남한 성장을 훨씬 능가했고, 남한이 도대체 경제성장을 시작할 수나 있을지 걱정하던 미국 관리들의 마음에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남한 경제는 1980년대 중반이 되면서 되살아나, 1986년까지 남한과 북한의 일인당 국민총생산은 같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 남한은 북한보다 상당히 앞서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남한경제의 후원자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앞선 것은 아니다. 서울의 중산계급은 북한의 일부 극소수 엘리트를 제외한 나머지보다 훨씬 잘산다. 하지만 남한의 일반 민중의 생활수준이 북한의 평균수준보다 낫기는 하지만 월등히 잘사는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다른 국제연합기구(UN)의 관리들은 북한의 기본 공공의료 서비스를 칭찬한다. 북한 어린이들의 질병 예방접종이 미국 어린이들보다도 훨씬 나은 상태에 있다. 1990년 초 국제연합 자료는 이 작고 가난한 나라의 평균수명이 70.7세(남한의 경우 70.4세)에 이르러 미국에 그렇게 뒤떨어지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북한인구의 74% 가량이 도시에 살고 있어 남한의 78%와 비교될 수 있는데, 이는 남북한 모두가 세계기준으로 볼 때에도 상당히 도시화되고 산업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이후 사회주의 블록의 붕괴로 북한은 주 시장을 상실하였고 1990년대 초반 몇 년 동안 국민총생산량이 감소하게 되었다. 소비에트 블록이 붕괴되는 바람에 북한의 수출시장은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과거 북한 수출품은 석유, 코크스용 석탄 및 다른 필수 수입품과 유리한 비율로 교환되었다. 1990년대 석유수입의 급격한 감소는 국가의 교통망과 농장에 엄청나게 많은 비료를 공급하던 거대한 화학산업을 망가뜨렸다. 현재까지 여러 해 동안 북한 산업은 자기 능력의 50%도 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이 식량과 석유, 그밖의 필수품을 수입하는 데 필요한 외화를 벌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에 수출할 방도를 찾아야만 한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현대사>(창비, 2001)

“우리의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은 자본주의에 내재된 속성이며, 자본주의는 근대국가의 속성 때문에 더욱 심화된다. 따라서 국가체계가 소멸되지 않는 한 빈부격차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일국 혹은 일부의 국가체계만 사라진다고 해서 자본주의는 없어지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세계시스템 속에서 생겨난 것이지 일국만의 소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요한 민족들이 혁명을 '일거에' 그리고 동시에 수행해야만 가능하다."<
세계사의 구조>(비, 2012)






"이 위기로 북한은 자주경제의 앞날을 심각하게 재고하게 되었고 그 결과 외국으로부터 투자, 자본주의 회사와 관계, 새로운 자유무역 지구에 대한 새로운 법을 다수 제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북한 역사에는 어리석은 성급함이나, 폭력, 그리고 농촌사회의 궁극적인 붕괴를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 북한을 방문했거나 난민을 면담했던 학자들은 북한이 분배는 물론이고 생산과 노동 조건들을 평등하게 만들려고 매우 애쓰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북한은 마치 소말리아나 에티오피아처럼 고통을 겪고 있으면서도 훨씬 더 발전된 현대적 경제를 갖추고 있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강력한 산업경제를 가졌었고 비교적 도시화된 상태로 남아 있으며, 평균수명, 아동복지, 예방접종, 일반적인 공중보건 상태 등이 비슷한 처지의 다른 국가 비해 상당히 높다. 북한에서는 일단 주요결정이 내려지면 진지한 개혁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왜냐하면 북한은 중앙에서 결정된 과업에 모든 사람을 동원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북한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는 누구에게나 추측거리다. 하지만 내 견해로 과거에 외부 관찰자들은 모든 가능한 방식으로 북한을 과소평가했기에 잘못 판단한 것 같다. 반면 이 체계가 한국 전통과 반식민주의적 민족주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 냉전체계 이후 세계에서도 지탱할 힘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금까지는 옳다.”


“아마도 이 책에서 저자가 한국 역사변화를 인식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내세우는 것은 ‘자주’ 아닌가 생각한다. 자주를 향한 한국사의 움직임은 조선시대부터 확인된다. 현대에 들어서도 남북한 체제를 이끌어가는 중심에 ‘자주’를 추구하는 힘이 놓여있다. 북한에 대한 커밍스의 평가에서 가장 주된 부분은 북한이 제3세계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자주적이며, 사회주의권 안에서도 다른 동구권의 국가와 달리 소련으로부터 자주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남한의 경우도 민주화에 대한 후견인으로 비쳐왔던 미국이 실제로는 반민주화의 힘으로 작용했으며, 그 결과 반미주의가 한국에서 뿌리내리게 되었음을 그는 주의 깊게 분석하고 있다.” <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현대사>(창비,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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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많은 대학생이 대학과 유망한 장래를 뒤로하고 공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상당수 젊은이들이 크나큰 개인적 희생을 무릅쓰고 산업노동 현장에 취업하여 한창 성장하는 한국의 도시노동계급과 융합하고자 했는데, 그 결과 국가는 그들을 ‘위장취업자’라고 불렀다. 조지 오글의 추정에 따르면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공장에 들어간 학생 수는 3천명에 이른다. 게다가 새로운 중공업 부문이 이런 활동의 주요 무대로 부상했고 노동운동은 급진적인 학생운동과 매우 유기적으로 맞물리게 되어 도시산업선교회와 같은 자유주의적 노동자권리운동 집단들은 쇠퇴하게 되었다. 지하출판물과 심지어 공공연한 선전 문건의 배포를 통해 거대한 문화적, 지적 공간이 열렸으니 1980년대 중반과 후반에 급진주의자들은 마르크스를 공공연하게 그리고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 읽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 거리에 약 500명의 사람들이 몰려나와 계엄령 철폐를 요구했다. 약물을 복용했다고 여겨지는 정예 공수부대가 이 도시에 도착하여 학생과 여성, 어린이 가릴 것 없이 길을 막는 사람은 누구든지 무차별하게 학살하기 시작했다. 한 여학생은 시청광장 근처에서 공수부대의 총검에 가슴이 찔린 채 군인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몇몇 학생들은 화염방사기로 얼굴이 지워져버렸다.



지금 입증될 수는 없지만, 많은 관찰자들에 의하면 청와대의 거대한 돈이 김대중과 김영삼이 이끄는 야당에 들어갔다고 전한다. 1995년 조사에 따르면 김대중이 1992년 대통령선거운동용으로 청와대의 뇌물 자금 가운데 250만 달러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김영삼 역시 1987년 선거운동에서 청와대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소문이 끈질기게 나돌았다. 이를 감안하면 야당이 선거 바로 직전 걸핏하면 양분되는 현상이 설명될 수 있다.
이를 부패라고 부르는 것은 어쩌면 오도하는 것인지 모른다. 전후 한국역사의 상당 기간 동안 정치가 이런 식으로 운영되어왔기 때문이다.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 정치가들이 스캔들의 내막이 밝혀질 때마다 매번 너무나 당혹해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것은 마치 마돈나가 자신 정조가 유린된 것을 불평하는 것과 조금은 비슷하니 말이다.



북다이제스터 2019-02-21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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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왜 우리는 일본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 柄谷行人]의 名作 [세계사의 구조: 世界史の構造]를 읽어야 하는가?
(A1) 그건 Immanuel Kant가 말한 <永遠平和: 國家란 構造가 止讓된 상태> 실현을 위해서는 현재 교환양식B(복종/보호양식), 즉 홉스(Hobbes)的 교환양식(交換様式)B에 근간한 세계정부 UN(國際聯合)이 아닌... 교환양식A의 새로운 버전인 [증여: 贈與/Gift]에 기반한 교환양식D(혹은 X)의 세계공화국(世界共化國)으로 가기 위해 올바른 세계사 구조 이해를 위한 훌륭한 관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Q2) 단지 위에서 말한 골치아픈 주제 때문에 고진의 세계사 구조를 읽으라는 것이 전부인가? 더 권장할 근거를 댈 수 없는가?
(A2) 아니다,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가진 구조적 강박반복으로서의 경기순환(불황->호황->공황->불황) 이해를 위해서는 고진의 또다른 명저 [역사와 반복: 歴史と反復]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마르크시즘(Marxism)의 오류(생산수단에 따른 경제토대 기반 상부구조/하부구조 관념의 오류; 국가소멸을 위한 자본주의 경제폐기 이론의 오류 등)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두되었던 [프랑크푸르트 학파: Frankfurt School]의 오류(정신분석학/사회학/정치학적 관점에 치중한 결과 경제적 토대 경시한 오류)를 개선하는 대책으로 고진이 제안한 경제적인 관점: 교환양식(交換様式) A/B/C/D를 통해 맑시즘과 프로이트주의가 간과했던 세계사 구조 이해를 위한 또다른 통찰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맑스의 마르셀 모스(Marcel Mauss)의 소환이나 구조주의(Structuralism)의 모스 소환 보다 고진의 모스 소환이 오늘날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인 실질적 교환양식 이해틀을 명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라타니 고진만의 분명한 장점이 분명 있다.

이는 오히려 포스트-맑시스트(Post-Marxist)의 허울좋은 관념론적 이론의 무의미한 논쟁을 넘어서 마르크스/엥겔스의 원시공산제 오류를 재해석하고 궁극적 목표로서의 세계공화국을 위한 실질적 진술을 전개해 나가는 올바른 설정으로서 가치가 있다.

이 멋진 유태인 할아방들(Marx, Freud, Mauss 모두 유태인임)이 던져준 세계사 구조의 화두를 가라타니 고진이 먼저 리딩하여 진술하고 있는데 그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 당연히 받아들이다 마다요... ^_^
hyunmokkim 2018-03-11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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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 해소, 아니 소멸 방법

아마 올해 읽는 마지막 책일 듯 싶은데, 정말 대단한 책을 만났다. 읽으며 내내 입이 떡 벌어져 다물지 못했다. 몇년 간 읽었던 많은 책에서 궁금했던 의문들이 이 책 <세계사의 구조>에서 대부분 해소되었다. 저자 가라타니 고진이 제시한 답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방대한 지식과 날카로운 논리에 해답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다. 저자는 철학과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종교학, 지리학, 심리학, 역사학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사상가 수십 명의 이론을 치밀하게 분석하는데, 그 방대함에 난 압도당하고 설득당하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저자의 방대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그의 결론은 정말 명쾌하다. 우리의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은 자본주의에 내재된 속성이며, 자본주의는 근대국가의 속성 때문에 더욱 심화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가체계가 소멸되지 않는 한 빈부격차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일국 혹은 일부의 국가체계만 사라진다고 해서 자본주의는 없어지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세계시스템 속에서 생겨난 것이지 일국만의 소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요한 민족들이 혁명을 '일거에' 그리고 동시에 수행해야만 가능하다." 국가라는 정치체계가 자본주의 경제체계와 서로 하울링을 일으키며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 저자 설명을 정리하고 요약하여 남긴다.


로크는 국가를 시민들의 사회계약으로 파악하는데, 이러한 관점은 국가가 진정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게 하고 그냥 의미없이 국가를 '상상의 공동체'라고만 언급하게 한다. 국가를 내부에서만 보게되면 사람들 대표인 정부로 환원시킨다. 더욱 문제는 정치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을 분리시킨다. 국가 본질은 국가 내부에서 보는 한 보이지 않는다. 국가 내부는 많은 세력이 항상 싸우고, 많은 의견, 이해, 욕망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해서 어떤 의지를 갖고 행동하는 상태, 특히 전쟁 상태가 되면 국가의 본질이 명확해 진다. 국가는 무엇보다도 다른 국가에 대하여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정부와 다른 것이며, 국민 의지와는 다른 독립된 의지를 갖는다.


통상 국민은 국가라는 것이 끊임없이 전쟁상태에 있고,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므로 전쟁은 갑작스러운 사건처럼 보인다. 전쟁은 장기적인 전망과 전략에 의해 준비되고 예상된 것이다. 그리고 전쟁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은 국가기구인 상비군과 관료다. 국가는 국민 의지에 반하여 전쟁을 할 수 있고 국민을 희생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를 쉽게 소멸시킬 수도 없다. 국가는 다른 국가에 대하여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상관없다. 적국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처럼 국가는 사회계약이나 국민의지와 상관없는 독립된 실체다.


자본주의는 국가와 결합되어 있다. 자본주의는 국가에 의해 추진된다. 자본과 국가가 서로 결합되어 있다는 점은 몇 가지만 살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국가는 국채 발행으로 세수를 선취하고 자본주의 핵심인 신용제도를 유지한다. 또한, 국가는 산업 노동자를 육성해 공급한다. 교육제도를 통해서 규율을 갖고 근면하게 새로운 다양한 작업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낸다. 국가 질서는 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하는 이데올로기적 장치(가족, 학교, 교회, 미디어 등)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사람들은 의회가 국민 의지를 실행하는 '공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사정은 그렇지 않다. 헤겔 지적처럼 의회는 관료들 판단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마치 사람들 자신이 결정한 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장이다. 즉 의회민주주의는 실질적으로 관료 내지 그와 유사한자들이 입안한 것을 국민이 스스로 결정한 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정교한 절차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계급대립이 해소되면, 국가는 스스로 해소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경제를 폐기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잡는 것은 일시적으로 허용 가능했다. 하지만 국가는 자립적인 존재로서 무언가를 위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 국가를 수단으로 간주하는 자는 역으로 국가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 혁명으로 국가기구를 폐기하면 바로 바깥의 간섭을 불러오기 때문에, 혁명의 방위를 위해서는 기존 군과 관료 기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면 기존 국가기구가 보존되고 재강화된다. 러시아 혁명이 그랬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는 이렇게 중요한 국가 역할이 빠져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마르크스는 국가를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국가 행위는 오직 자본경제의 원리에 따라서 이루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근대국가에서는 군과 관료라는 국가기구가 국가 의지를 이행하고 있다. 우리 국가는 국민국가라라고 말한다면, 국가가 약탈-재분배의 주체라는 것을 은폐할 뿐이다. 국민주권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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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12-24 공감(21)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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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구조] 정오표




* 역자입니다. 본의 아니게 오탈자 등이 발견되어서 정오표를 올립니다 *

* 보다 완벽하게 마무리를 짓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후에라도 혹 추가로 발견되는 것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5쪽, 위에서 셋째 줄: 생산양식 ☞ 생산수단

75쪽, 마지막 줄: 종류를 ☞ 종류의

77쪽, 위에서 다섯째 줄: 중요한다 ☞ 중요하다

97쪽, 밑에서 여섯째 줄: 공의 ☞ 공희

121쪽, 맨 밑 줄: 클라이언테리즘 ☞ 클라이언텔리즘

127쪽, 밑에서 여섯째 줄: 권의 ☞ 권위

141쪽, 위에서 다섯째 줄: 드러내고 ☞ 드러나고

146쪽, 위에서 넷째 줄: 다음 같은 ☞ 다음과 같은

152쪽, 맨 밑 줄: 화폐가 있으며, ☞ 화폐가 있으면

201쪽, 위에서 열셋째 줄: 국가사회에 ☞ 국가사회가

284쪽, 맨 위 줄: 이니시어티브 ☞ 이니셔티브

316쪽, 밑에서 열째 줄: 증시되었지만, ☞ 중시되었지만

327쪽, 위에서 일곱째 줄: 주변주 ☞ 주변부

362쪽, 절 제목에서: 영속혁명 ☞ 영구혁명 (목차에서도 마찬가지로)

366쪽, 위에서 둘째 줄: 자스리치 ☞ 자술리치

390쪽: 위에서 열넷째 줄: 브루터스 ☞ 브루투스

390쪽: 위에서 열다섯째 줄: 불기피한 ☞ 불가피한

400쪽: 맨 밑줄: 위드 ☞ 우드

424쪽: 위에서 여덟 번째 줄: 폭력에 ☞ 그는 폭력에

429쪽: 밑에서 열한 번째 줄: 씌어졌다. ☞ 쓴 것이다.



(추가) 2013. 1. 7



19쪽 위에서 7번째 줄 : 있으며 ☞ 있으면



84쪽 위에서 8번줄 : 원시에 ☞ 시원에



84쪽 밑에서 4번째 줄 : 테스탈 ☞ 테스타



97쪽 밑에서 7번째 줄 : 했기 때문에 ☞ 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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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2012-12-24 공감(1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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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의 탄생 : 그 ‘가능성의 중심’에서 읽는다는 것




이론이란 모름지기 ‘다르게 읽기’의 응결체다. 재해석은 고전 텍스트를 까대거나 숭배하는 짓이 아니라 그것들을 '가능성의 중심’에서 다시 읽어 내는 일이다. 그러다 마침내 자신이 씨름했던 사상가들과 함께 그들을 넘어서는 지적 체계를 만들게 되어 버린다. 가라타니 고진(이하 고진) 또한『세계사의 구조』에서 밝혔듯이 “2001년까지는 나는 근본적으로 문학 비평가였고, 마르크스나 칸트를 텍스트로서 [다르게] 읽고 있었다. 바꿔 말해 자신의 의견이 있어도 그것을 텍스트에서 끌어낼 수 있는 의미로서만 제시했던 것이다. 그러나....내 의견이 그들과 반(反)하는 점이 적지 않았으며, 또 그들이 생각하지 않은 영역이나 문제가 많았다. 따라서 ‘세계사의 구조’를 생각하는 데 있어 나는 자신의 이론적 체계를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르게 읽기’는 이론을 제작하는 연장에 머물지 아니한다. 탁월한 이론은 기존 이론들을 ‘달리 읽는 방법 그 자체’이며 제 출생의 비밀을 고스란히 자신의 몸에 간직한다. 이를테면, “마르크스의 독특함은 어떤 ‘철학’을 수립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보는 그의 태도에 있고, 또 그것을 일관되게 유지한 데 있다.『자본론』이란 고전경제학 텍스트에 대한 마르크스의 독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그러한 독해방법이야말로 마르크스 ‘사상’이다.”** 이 말은 그대로 고진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 고진의 (텍스트) 독해방법이야말로 고진의 ‘사상’이라고. 고쳐 말하면, ‘가능성의 중심에서 읽기’, 그것이 바로 가라타니 고진의 사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성의 중심에서 읽어낼 것인가?*** 먼저 텍스트 비평에서 자주 범하는 오류를 지적하면서 시작해 보자. 어떤 이론을 비판할 때 그 사상가가 소홀히 다룬 부분을 찾아내 그것을 표적삼아 비난을 퍼붓는 경우가 다반사다. 흔한 예로는 마르크스가 자본에만 집중하느라 국가와 네이션의 문제를 도외시 했다는 평가와 같은 것들. 이런 비판은 너무 지당한 말씀이라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고진도 말했듯이, 마르크스가 상품교환 세계를 해명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와 네이션을 괄호에 넣고서야 가능했다. 즉 마르크스가 상투적으로 비난받는 지점은 그의 사유의 한계가 아니라 오히려 조건이다. 그러니 “그것을 비판할 여유가 있으면, 그 자신이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취했던 방법으로 국가와 네이션을 고찰하면 된다.”(세19) 실제 고진이『세계사의 구조』에서 하고자 한 작업이 바로 이것이다.





고진은『세계사의 구조』에서 교환양식을 통해 사회구성체의 역사를 새롭게 보려 하였다. 그러기 위해 그는 기존 마르크스에 대한 비판들과 차별화된 내용으로 마르크스 사상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게 아니다. 고진은 마르크스로 되돌아가서 ‘마르크스가 헤겔을 비판했던 것을 다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르크스의 헤겔비판을 다시 한다는 것은 헤겔이 관념론적으로 파악한 근대의 사회구성체 및 거기에 도달한 ‘세계사’를 마르크스가 그랬듯이 유물론적으로 계속 전도시키면서 헤겔이 파악한 자본, 네이션, 국가라는 삼위일체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세18)**** 여기에 가능성의 중심에서 읽기의 첫 번째 실마리가 있다. 비판 이후의 결과물인 이론의 내용 보다 그 이론을 산출했던 비판 작업 그 자체를 다시 비판하는 것. 그럴 때만이 사상가를 그리고 그의 텍스트를 가능성의 중심에서 읽어내면서 새로운 이론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라캉과 함께 라캉을 넘어가고자 한다면 라캉이 프로이트를 비판한 것을 다시 비판해야 한다.)





더불어, 고진이 현대 철학에서 상갓집 개 취급을 받는 헤겔의『법철학 강의』를 근본적으로 음미하고자 한 것은 헤겔 사유의 세부적인 꼴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적인 틀을 파악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헤겔은 자본=네이션=스테이트를 궁극적인 사회형태로 보고, 그것을 넘어서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세32) 하지만 고진은 이러한 헤겔의 이론적 한계를 그저 내용에서 비판하지 않고 자본, 네이션, 국가의 삼위일체라는 틀은 수용하되 그것들이 각기 다른 경제적 하부구조, 즉 다른 교환 양식에서 기인한다는 것과 아울러 그것들 사이의 변화 법칙을 밝히고자 했던 것이다.





게다가 사상의 꼴이 아닌 틀을 볼 때만이 상이한 영역의 공통 형식을 찾고 이것을 매개로 해석의 지평도 덩달아 열리는 법이다. 예를 들면 마르크스는 가치형태론에서 화폐의 기원이 아니라 화폐형태라는 ‘장소’의 기원을 탐구했는데, 이를 통해 고진은 홉스가『리바이어던』에서 주권자라는 ‘장소’의 출현을 역사적(통시적)으로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화폐 형태의 장소 때문에 그 자리에 황금이 아닌 다른 무엇이 오든 화폐의 권능을 부여받듯이, “주권자란 왕이든 인민이든 누구를 대입해도 상관이 없는 ‘장소’를 가리키”(세147)는 것이고, 그 자리로 인해서 주권의 힘은 발생하게 된다.





요컨대 가능성의 중심에서 읽는다는 것은 ‘비판 그 자체로 되돌아가 다시 비판하기’, 그리고 ‘꼴이 아니라 틀을 보고 그 틀을 새로운 꼴들로 재가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고진의) 이론은 이렇게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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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의 구조』, 가라타니 고진, 조영일 (옮긴이) | 비(도서출판b) | 2012, 17p. 이하 본문 인용은 세-쪽수로 표기.





**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 가라타니 고진, 김경원 (옮긴이) | 이산 | 1999, 24p.





*** 이 글은 텍스트를 가능성의 중심에서 읽기 위한 원리 두 가지를 밝히는 데 집중한다. 그 외에도 고진은 기존 이론을 다양한 방법으로 다르게 읽고자 하였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채 대략 몇 가지만 부연하자면, ⓐ 위치나 차례를 ‘거꾸로 뒤바꾸는 것’[전도顚倒] :ex> 재배나 사육은 오히려 정주의 결과다. ⓑ 어떠한 결과(현상이든 구조든 뭐든)를 생성시키는 원인으로서의 항들과 시간축에 따른 그 항들 사이의 변화 법칙 찾기 :ex> 사회구성체는 여러 교환양식들의 복합체. 그러나 어떤 교환양식이 주도 하느냐에 따라 그 외 교환양식의 형태는 변형되어 존속한다. ⓒ 테제와 안티테제 사이의 이율배반 해소하기 : ex> 국가는 공동체의 내부에서 생긴다, ~ 외부에서 생긴다는 국가의 기원을 놓고 벌어지는 안티노미.





**** 고진은 마르크스의 헤겔 비판 뿐만 아니라 마르크스의 리카도 비판 또한 다시 비판한다. “리카도가 주저『경제학 및 과세의 원리』에서 ‘세’(稅)를 중시하고 있는 데에 반해, 마르크스는 ‘세’를 제거했다. 라카도에게 있어 세는 자본의 수익에서 국가가 징수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세에 근거한 계급(군, 관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세의 문제는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국가를, 또는 군, 관료라는 ‘계급’을 제거한 것이다.”(세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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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라 2013-12-17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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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세계사의 구조


대단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독서를 해나가고 싶은 독서 계획을 생각하게 만들 정도이다.이 정도의 광범위한 주제를 이토록 명쾌하고 힘있게 설명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가라타니 고진은 최상급의 사상가이면서 범인을 위한 최상급의 교사라고 해도 좋다. 세계사의 구조적 전개 과정에 대한 지적 호기심의 해소는 물론, 속으로 한탄만 하면서도 자본의 대안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기만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정독을 권한다.
2015-05-24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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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혜의 세상을 위하여


요새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 <세계사의 구조/ 가라타니 고진>
10년 전 들뢰즈의 <천개의 고원>에서 받은 강렬한 느낌이 다시 온다.
스케일이 엄청나고, 시각도 매우 흥미롭다. 90년대 후 사회과학에서 논의 되던 쟁점을 거의 다 망라하고 정리하는 느낌. 이렇게 말끔하고 명료하게 역사와 논점을 정리하는 책은 맑스의 <독일이데올로기>이후로는 처음인듯. 아닌게 아니라 이 책의 주요 논지가 바로 맑스의 사회구성체론을 비판, 보완하는 것이기도 하다. 고진은 맑스의 생산양식이 아니라 교환양식의 관점으로 사회구성체의 역사를 다시 쓴다. 전자의 하부구조(봉건제, 자본제 등)대 상부구조(국가, 지배관념 등)의 개념으로는 사회주의 역사의 실패와 최근의 글로벌자본주의를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라고.. 사회주의 혁명으로 자본을 폐지하여 사회주의국가가 된 러시아나 중국이 도리어 자본주의보다 더한 자본주의국가가 된 것을 맑스의 상부구조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고진은 국가는 자본의 상부구조가 아니라 서로 다른 교환양식을 가진 체계라는 것이다. 전자는 교환양식B(약탈-재분배), 후자는 교환양식C(상품교환). 그리하여 역사는 맑스의 원시공산제-노예제-봉건제-자본제가 아니라 교환양식A(부족사회의 증여-답례)-교환양식B(국가, 제국의 약탈-재분배)-교환양식C(상품교환)가 지배적인 사회로 재구성된다. 근대에 이르러 현재까지 이 세가지 교환양식의 상부구조를 이루는 것이 각각 민족(네이션), 국가, 자본이 되며 헤겔이 말한바 이 세가지가 삼위일체 혹은 대립과 통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자본주의 이후는... 바로 교환양식D(X)가 지배적인 사회인데, 여기서 X는 이제까지 사회주의, 코뮨주의, 협동주의 등등으로 불리고 지향해 왔던 사회인데, 뭐라 부르든 그것은 교환양식A(증여-답례)가 고차원으로 회복된 사회를 의미한다.
이리하여 이 책은 교환양식A에서 시작하여 교환양식D에 이르는 장대한 세계사를 펼쳐보여주며 맑스의 원시공산제에서 시작하여 코뮨니즘에 이르는 역사를 고차원에서 회복하려한다.

이책의 읽을꺼리들...
원시사회의 증여-답례에 대한 재해석
이동사회-정주사회의 차이에 대한 재해석
국가의 기원, 관료제의 탄생
이오니아의 이소노미아(무지배)와 아테네의 데모크라시(민주주의)의 차이
세계제국(중국, 몽골, 이슬람 등), 세계종교(기독, 불교, 이슬람), 세계언어(한자, 라틴어), 세계화폐의 연관성
교환양식A의 회복운동으로서의 보편종교, 예언자(붓다. 예수. 공자 등), 천년왕국(에덴. 정토. 미륵 등)
마르크스의 국가론
교환양식C에 의해 해체되는 공동체의 상상적 회복으로서의 네이션(민족)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탄생한 배경
칸트의 영구평화와 마르크스의 세계혁명의 유사성
교환양식D로서의 어소시에이셔니즘- 사회주의, 협동주의, 코뮤니즘...
자본ㅡ국가에의 대항운동
증여에 의한 영원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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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 2013-08-06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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