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2

The Door Magda Szabó도어 서보 머그더 (지은이),김보국 (옮긴이)

알라딘: 도어

도어   
서보 머그더 (지은이),김보국 (옮긴이)프시케의
2019-11-07
원제 : Az Ajto




전자책
10,500원 

편집장의 선택
"헝가리 대표 작가, 이야기의 힘"
유명 작가인 '나'는 집필에만 전념하고자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한다. 친구는 에메렌츠라는 여성을 추천하며 '그녀가 널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라는 묘한 말을 남긴다. 직접 만난 에메렌츠는 마치 바틀비를 연상시키는 인물로, 자신만의 원칙이 확고하다. 우선 일을 해보고 급료를 직접 정할 것이며, 업무 시간 이외에 성가시게 하는 것과 그 어떤 사례도 거절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 처음 '나'는 에메렌츠를 이해하지 못해 다투기도 하고, 감정을 나누려고 했다가 되레 상처받기도 한다. 모든 면에서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의도치 않게 일상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게 되면서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간다.

에메렌츠의 세상에는 "빗자루질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대표되는 두 부류가 있고 "빗자루질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책과 언어의 세계에 자리하는 '지성인'인 ‘나’와 달리, 전쟁과 혁명 속 힘든 개인사를 거치며 노동과 실천의 가치만을 믿는 에메렌츠는 무척 대조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줄 아는 에메렌츠는 '나'에게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감응하는 과정이 소설의 한 축으로 전개되는 한편, 비밀이 많은 에메렌츠가 절대로 열지 않는 '문'에 얽힌 미스터리가 다른 한 축으로 흡인력있게 펼쳐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 자체의 역사도 독특하다. 1987년 헝가리에서 출간되며 서보 머그더를 국민 작가 반열에 올려 놓은 이 작품은 2003년 프랑스에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작가 사후인 2015년 뉴욕타임스에서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히는 등, 계속해서 그 가치를 재평가받고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소설 MD 권벼리 (2019.11.15)
--
책소개

어떤 책은 단숨에 주목을 받지만, 어떤 책은 마음에 점점 파문이 일 듯 느리게 알려진다. 이 책 《도어》가 바로 그렇다. 작품이 발간된 지 한참 지나 프랑스 페미나 상을 수상한 것이 2003년, 그리고 《뉴욕 타임스》 ‘올해 최고의 책’에 꼽힌 것이 2015년이다. 작품이 재조명된 궤적만 놓고 본다면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오랜 기간 여러 세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면서 그에 대한 소문이 포개고 겹쳐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소설은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두 여성의 20년 동안의 관계를 다룬다. 저명한 작가인 ‘나’는 집안일을 돌봐주는 사람을 구하면서 에메렌츠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에메렌츠는 무척 독특한 인물로, 결코 고분고분하지 않고 자기 주관이 확고하다. 하루에 몇 시간 동안 일을 할지 공식적인 합의도 없었고, 보수가 얼마가 될지도 그녀 스스로 정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행동은 나름의 합리성 아래 이루어지는 것들이었고, 놀랍게도 심지어는 교양인인 ‘나’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기도 한다. 모든 면에서 대조적인 ‘나’와 에메렌츠, 두 여성은 어느새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간다. 그러나 작가로서 염원해온 ‘나’의 성공과 함께 둘 사이에 파국이 다가온다.
목차
문 _007
계약 _011
예수의 형제자매들 _033
비올라 _050
관계들 _070
무라노의 유리 _084
폐품 수거일 _105
폴레트 _131
정치 _148
나도리-처버둘 _164
영화 촬영 _188
그 순간 _195
사순절 _213
크리스마스의 깜짝 선물 _234
작전 _244
머릿수건 없이 _264
수상식 _277
기억상실 _298
슈투 _319
피날레 _335더보기

책속에서
첫문장
나는 거의 꿈을 꾸지 않는다.
P. 10 에메렌츠를 죽인 것은 나였다. 그녀를 죽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구원하고자 했다는 말도, 여기서는 그 사실 관계를 바꿀 수 없다.
P. 48 “내가 왜 돈을 모으는지 아세요? 석조무덤을 위해서예요. 세상만큼이나 크고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창이 제각각의 유리로 된 석조무덤 말이에요. 해가 뜨고 질 때, 얼마나 멋진 빛줄기가 형형색색의 창문을 통해 관들에 드리워질지 당신은 나중에 보게 될 거예요.”
P. 79 거만하게, 조금은 경멸하듯 승리감에 도취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왜 자기 집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았다. 영원히 닫혀 있는 그 문 뒤로 값어치 있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그 만능인의 의심은 그럴 만한 것이었다.
P. 104 그 누구도 오지 않은 손님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집에 닿았을 때, 에메렌츠는 내 손에 목줄을 건네고는 내가 정원으로 들어설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는 이 현실과 비현실적 요소들이 섞인 베르길리우스의 밤에, 마치 선서를 하듯 천천히, 또한 분명하게 그녀는 오늘 내가 했던 것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속삭였다.
P. 141 그녀는 체리를 솥에 쏟아 부었다. 씨를 뺀 과일, 상처의 피처럼 삐져나오기 시작한, 점점 더 불어나는 과즙. 검은 앞치마를 두른 에메렌츠. 그늘 속에서 두건 같은 머릿수건, 솥, 바로 그 완벽한 평온함.
더보기---
저자 및 역자소개
서보 머그더 (지은이) 
저자파일
 
최고의 작품 투표
 
신간알림 신청
헝가리의 작가로서 외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여성 작가다. 그녀는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고, 그 결과 다뉴브 제국이 세상에서 사라진 해인 1917년 10월 5일 헝가리의 동부 도시 데브레첸에서 개신교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1935년에 데브레첸의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코슈트 러요시(Kossuth Lajos) 대학에 바로 들어가 고전어(라틴어)와 헝가리 문학을 전공했고, 1940년 교사 자격증을 얻으며 철학 박사로 졸업했다. 졸업과 함께 시작해 1945년까지 교사로 재직했으며, 이어서 1949년까지는 교육부에서 일했다.

서보... 더보기
최근작 : <도어>,<프레스코>,<프레스코 (천줄읽기)> … 총 7종 (모두보기)
김보국 (옮긴이) 
저자파일
 
최고의 작품 투표
 
신간알림 신청
한국외국어대학교 헝가리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동유럽어문학과와 헝가리의 데브레첸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교에서 헝가리 현대문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 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로 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헝가리 문학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 외에 저서로 《헝가리 외교문서로 본 북한의 문예》 《헝가리 외교기밀문서로 본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 등이 있다. 서보 머그더의 《도어》, 나더시 피테르의 《세렐렘》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채식주의자》 등을 헝가리어로 옮겼다. 접기
최근작 : <남북한 관련 헝가리와 불가리아의 외교문서>,<헝가리 외교기밀문서로 본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중국 관련 헝가리 외무성 외교기밀문서 목록 (1965~1990)> … 총 15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4천 쪽만큼의 감정이 4백 쪽에 응축돼 있다”_신형철(문학평론가)
《뉴욕 타임스》 ‘올해 최고의 책’(2015)

어떤 책은 단숨에 주목을 받지만, 어떤 책은 마음에 점점 파문이 일 듯 느리게 알려진다. 이 책 《도어》가 바로 그렇다. 처음 헝가리에서 1987년에 발간되어 자국의 국민작가 반열에 올랐지만,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한참 지나서였다. 프랑스 페미나 상을 수상한 것이 2003년, 그리고 뉴요커들에게 화제가 되며 《뉴욕 타임스》 ‘올해 최고의 책’에 꼽힌 것이 2015년이다. 작품이 재조명된 궤적만 놓고 본다면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오랜 기간 여러 세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면서 그에 대한 소문이 포개고 겹쳐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도어》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두 여성의 20년 동안의 관계를 다룬다. 저명한 작가인 ‘나’는 집안일을 돌봐주는 사람을 구하면서 ... 더보기
북플 bookple
이 책의 마니아가 남긴 글
친구가 남긴 글내가 남긴 글
img
헝가리 작가 서보 머그더의 <도어>를 읽으면서 그녀와 동시대를 살았던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가 떠올랐다. 유대인이었던 리게티는 전쟁 중에 가족을 아우슈비츠에서 잃었고 헝가리 혁명 이후에는 작품을 검열받았다. 전쟁의 상흔을 기억하고 자신과 살아남은 이들을 위로하고자 그는 <진혼곡>을 썼다. 리게티가 흐느끼는 울음소리 가득한 곡으로 전쟁의... 더보기
청공 2020-11-15 공감 (19) 댓글 (2)
img
서보 머그더의 『도어』는 읽으면 읽을수록 그 깊이에 빠져드는 소설이다. 재미와 감동이라는 단순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다. 누군가는 재미는 넣어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작가인 ‘나’와 나를 도와주는 ‘에메렌츠’ 둘 사이의 내밀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두 사람의 생에 관한 것이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은 나와 에메렌츠가... 더보기
자목련 2020-06-15 공감 (27) 댓글 (0)
img
낯선 헝가리 작가 서보 머그더(1917~2007)의 책이다. 1987년 발표된 이 작품은 그녀를 세계적으로 알렸고 2003년 프랑스 페미나 상, 2015년 미국에 출간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작가인 '나'와 가정부 사이의 20여년에 걸친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읽기 시작, 첫 장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에메렌츠를 죽인 것은 나였다. ... 더보기
coolcat329 2020-05-15 공감 (15) 댓글 (0)
---
평점 분포
    9.1
---
구매자 (7)
전체 (11)
공감순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만이 내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신분도 성격도 가치관도 전혀 다른 두 여성의 특별한 관계. 그 안에서 묻는 사랑의 의미.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가 바라는 대로 하는 것일까, 그가 바라지 않아도 그에게 좋을 법한 일을 하는 것일까. 닫힌 문을 여는 데는 늘 대가가 따른다  구매
잠자냥 2019-12-16 공감 (20) 댓글 (0)
Thanks to
 
공감
     
다 읽고 나니 읽고 싶어졌다  구매
vango 2020-01-31 공감 (5) 댓글 (1)
Thanks to
 
공감
     
읽는내내 두사람 사이를 통해서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어요. 놓칠 부분없이 고전문학을 읽은 것처럼 꽉찬 묵직함이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서보 머그더라는 작가와 헝가리 문학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구매
몹시맑음 2020-01-29 공감 (5) 댓글 (0)
Thanks to
 
공감
     
예메렌츠를 여자 조르바로 칭하는 것엔 반대한다. <도어>는 그날의 ‘문‘으로 시작하고 이 ‘문‘으로 맺는 소설이지만, ‘도어‘는 그날의 ‘문‘보다는 한 인간(‘나‘)과 한 인간(예메렌츠) 사이를 잇는 ‘문‘이 어떻게 열리는가를 두 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통해 탁월하고 섬세하게 보여준다.  구매
여름의끝 2019-12-27 공감 (5) 댓글 (0)
Thanks to
 
공감
     
실패한 우정으로 읽었다. 문은 존중해야 하는 거다. 친구라면. “당신은 유다예요. 그녀를 배신한 거예요.”(308)  구매
에르고숨 2020-01-27 공감 (3) 댓글 (0)
Thanks to
 -----------------------
리뷰쓰기
공감순 
     
‘문‘을 여는 기쁨 그리고 고통 새창으로 보기 구매
서보 머그더의 <도어>를 읽는 내내 심적으로 조금 힘들었다. 작품이 폭력적이거나 끔찍한 것은 전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나’와 ‘에메렌츠’라는 두 여성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기록이라 어느 땐 조금 지루하기도 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힘들었을까? 책을 다 읽은 뒤 며칠이 지난 뒤에야 깨닫는다. ‘에메렌츠’라는 사람, 바로 그녀 때문이라고.

상반기에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를 누군가가 묻는다면 <아일린>의 ‘아일린’을 주저 없이 꼽겠다. 그런데 ‘에메렌츠’는 그 아일린에 버금갈 정도로 강렬하게 개성적이다. 하반기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이랄까. 그렇지만 ‘에메렌츠’를 좋아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저을 것 같다. <도어>의 화자이자 작가의 분신 또는 서보 머그더 그 자신이라고 볼 수 있는 ‘나’는 이 ‘에메렌츠’와의 20여 년 동안 특별한 관계를 쌓아가고, 그 기억을 중심으로 이 작품을 써나간다.

유명 작가인 ‘나’는 집필에만 전념하고자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한다. 친구는 ‘에메렌츠’라는 여성을 추천하는데, 묘한 말을 남긴다. ‘그녀가 널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니, 뭔가 주객전도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에메렌츠는 마치 자신이 주인으로 모실 사람을 고르듯이 ‘나’와 ‘나의 남편’을 꼼꼼히 심사한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먼저 일을 해보고 나서 급료를 직접 정하겠단다. 게다가 자기 근무 시간 외에는 절대로 성가시게 해서도 안 되며, 그 어떤 고마움의 표시나 사례 따위도 거절한다고 고집스럽게 말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에메렌츠는 ‘나’의 집안일을 해주기로 승낙한다. 거의 말이 없고, 괴팍스러우며, 고집불통인 이 에메렌츠는 ‘나’의 집안일에 대해서도 직접 규칙을 세운다. ‘나’는 자기 집의 주인이면서도 에메렌츠의 규칙을 말없이 따라야 한다. 그런 상황에 묘하게 반감이 들고 짜증이 나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녀가 정말이지 일을 너무나 잘하기 때문이다. 요리면 요리, 청소면 청소, 빨래면 빨래……. 일하는 티도 나지 않는데 놀라울 정도로 집안은 잘 정돈되고 ‘나’와 ‘남편’은 그런 에메렌츠의 방식에 만족하게 된다.

그런데 이 여인은 여러 면에서 남다른 구석이 있다.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마을 사람들의 집안일을 거들어 주면서 꽤 많은 돈을 모은 것 같은데, 홀로 매우 검소하게 수도승처럼 살아간다. 심지어 자기 집안으로 절대 그 누구도 초대한 적이 없다. 에메렌츠의 집 ‘도어’는 누구에게나 늘 굳게 닫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괴팍한 여성을 마을 사람들은 좋아해서 종종 그녀를 방문하는데, 그럴 때면 에메렌츠는 자신의 집 마당에 식탁을 차려놓고 방문자들을 맞이한다. ‘나’ 또한 에메렌츠와 관계를 쌓아가면서 이 마당에 차려진 식탁에 초대받는다. 그러나 늘 거기까지이다. 그녀의 집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절대로 열 수 없다. 에메렌츠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기에 그토록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외골수처럼 살아가는 것일까? 이 책의 첫 번째 재미는 바로 이 에메렌츠의 비밀을 알아가는 데 있다.

두 번째 재미는 작품 초반에 보이는 문장 ‘에메렌츠를 죽인 것은 나였다. 그녀를 죽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구원하고자 했다는 말도, 여기서는 그 사실 관계를 바꿀 수 없다.’(10쪽) 때문이다. ‘나’는 정말로 에메렌츠를 죽인 것일까? 만일 그랬다면 어떤 방식으로 죽였을까? 죽이고 싶었던 게 아니라, 구원하고자 했다는데, 과연 에메렌츠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녀를 ‘구원’하려고 죽이게 됐을까 등등. 이 한 문장으로 온갖 의문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에메렌츠의 과거를 좇는 일과 두 여성의 관계 변화를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나’는 에메렌츠에 대해 얼마 지나지 않아 중요한 사실을 몇 가지 알게 된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듣게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에메렌츠 스스로, 절대로 열 것 같지 않았던 그 무거운 입을 열기도 한다. 이는 그만큼 ‘나’를 여느 사람과 달리 봤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작가라는 신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책과 언어의 세계에서 사는 ‘지성인’이자 ‘교양인’으로서 에메렌츠가 이제까지 상대해온 이들과는 조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에메렌츠가 ‘나’에게 매우 투박한 방식으로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은 ‘나’가 그런 지성인이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에메렌츠 그녀에게 섣불리 질문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성격. 또 그러면서도 인간이기에 에메렌츠에게 기분 나쁘거나 상처받거나 화가 나면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게 되는 그 솔직함 때문에 에메렌츠가 ‘나’를 한 사람으로, 자기의 비밀을 털어놓고 그것을 들어줄 줄 아는 사람으로 점찍게 된 것은 아닐까.

에메렌츠의 세상에는 ‘빗자루질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대표되는 두 부류가 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빗자루질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가 속한 세계, 그러니까 책을 많이 읽고, 언어로 뭔가를 만들어 내고, 방송에 나와서 유식한 소리를 떠드는 ‘지성인’들은 빗자루질을 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가짜’와도 같다. 에메렌츠가 보기에 ‘나’와 같은 사람이 왜 그런 가짜 세계에 속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듯 에메렌츠는 문학이나 영화처럼 ‘빗자루질’ 없이 이루어지는 세계는 모두가 가짜이며 오히려 노동과 실천으로 이루어진 삶이 진짜라고 믿는다. 그래서 에메렌츠는 ‘나’에게 선물 받은 텔레비전으로 가짜 세계를 보느니, 마당에 나가서 내린 눈을 조용히 쓸 뿐이다. 이렇게 자신이 직접 뭔가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삶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들고, 주변의 길 잃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쏟으며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삶’을 묵묵히 살아간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어려워하면서도 좋아하는 것이리라.

에메렌츠의 비밀을 알게 되면, 그녀가 왜 그토록 자기 집의 문은 물론 마음의 문도 닫아버리고 살아왔는지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힘들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꽤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서서히 인간적으로 끌리게 될까? ‘나’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관계는 ‘나’의 씻을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때 이미 ‘나’와 ‘에메렌츠’는 단순한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뛰어넘어 그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둘도 없는 친구처럼, 또 때로는 엄마와 딸 같은 단단한 애정으로 이루어진 관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에메렌츠의 그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둘은 파국을 맞는다.

이 책을 덮고 나서도 질문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비록 그것이 내가 판단하기에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해도, 사랑하는 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가장 좋은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좋을 법한 것을 해주는 게 그를 위한 최선인지. 누군가의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은 기꺼이 즐겁고 행복한, 기적 같은 일이 되기도 하지만 거기에는 늘 여러 의미의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는 일임을 <도어>는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에메렌츠를 죽인 것은 나였다. 그녀를 죽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구원하고자 했다는 말도’ 이 문장의 의미를 마침내 깨닫지만, 에메렌츠 처지에서는 그것이 과연 구원이었을지 ‘나’의 회한 어린 기록 속에 여전히 묵직한 질문으로 남는다.




- 접기
잠자냥 2019-12-19 공감(29) 댓글(8)
Thanks to
 
공감
     
또 한 편의 헝가리언 랩소디 새창으로 보기 구매
 

  책읽기를 끝내자마자 이이의 다른 작품을 검색했다. 그 정도로 임팩트가 센 책이었다. 1917년에 나서 90년을 살다 간 헝가리 여성 작가로 헝가리에 소비에트 정권이 들어서고 얼마 후 약 10년 간 핍박을 받아 작품의 출간을 허락받지 못했던 모양이다. 작가가 말하는 이 10년 동안의 ‘침묵의 시기’에 오히려 더 활발한 창작활동을 벌여, 부다페스트에서 소녀가 유탄에 맞아 길거리에서 죽어간 후1 해금이 된 작가는 이제 본격적으로 그간 써놓은 작품들을 출간하기 위해 훨씬 더 바쁜 나날들을 보내기 시작한다. 그래 1958년에 소설로 첫 번째 작품인 <프레스코>를 발표했고, 이 책은 우리나라엔 2013년에 지만지에서 번역 출간을 하긴 했는데, 정가를 무려 2만8천원으로 책정해 아무래도 사서 읽기는 조금 무리고, 은퇴한 후에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로 작정을 하게 만들었다. 하여간 작가는 이어서 줄줄이 작품들을 출간하기 시작한다.
  딱 이때가 작품 <도어>의 시작점이 된다. 이때 화자 ‘나’는 40대에 막 접어들어 아직은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시점이었지만 남편도 일을 하고 ‘나’도 이제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타이틀을 달고 활약하는 단계에 접어들어 집안일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책에서는 단 한 번도 선량한 남편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지만 은근히 까다롭고 분석적이며 형식적인 친절만을 베푸는 것 같아도 속으로는 상황이 돌아가는 형편을 늘 감안하는 인물로, 놀랍게도, 물론 번역의 힘이겠지만, 책이 시작하는 시점부터 20년 이후 작품이 끝날 때 까지 아내 ‘나’에게 존대를 놓지 않는다. 그러나 예전 사람인지라 자신이 부엌일 등의 집안일을 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아 바쁜 아내를 위하여 시간제 가정부를 들이는데 동의하게 된다.
  이리하여 주인공 세레다시 에메렌츠가 등장한다. 당신이 이 책을 정말로 읽는다면 대단히 이색적인 캐릭터의 노파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미 환갑 정도의 나이로 등장하는 전문 가사 돌보미. 공산화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는 옛 시절의 하녀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고 이젠 시급으로 노동을 팔고 급여를 받는 가사 노동자가 있을 뿐이란다. 더구나 에메렌츠는 워낙 출중한 도우미라 시급, 노동시간 등을 비롯한 모든 노동조건이 자기가 주장한대로 이루어지기 바란다. 헝가리 대평원 동북부 허이두샤그의 ‘나도리’와 ‘처버둘’이 고향인 이 60대 여인이 이승과 저승을 물론이고 국왕부터 깍쟁이까지 온갖 것들을 다 쳐서, 무서워하는 유일한 것은 천둥 번개가 치는 것 말고는 없었다. 또한 절대로 눕는 경우가 없어서 집에 침대 자체가 없었으며 대신 ‘연인들의 의자’라고 일컫는 작은 소파에서 기대거나 앉은 채 선잠을 자는 데 그쳤으며, 폭설이 내리면 자기가 관리인을 맡은 주택의 주변은 물론이고 이웃까지 도로와 길을 쓰느라 온 밤을 꼴딱 새우기를 밥 먹듯 하는 인물.
  일찍이 물의 여왕 같은 천부의 미모를 지닌 엄마와 목수라기보다는 예술가구를 제작하는 장인에 가까운 아버지 사이에서 1901년 또는 1905년, 아니면 1911년에 태어난(42쪽, 79쪽, 106쪽에서 주장하는 출생년도가 각기 다르다) 에메렌츠. 세 살이 되자마자 아버지가 세상을 등지는데 이미 쌍둥이 남매와 남동생이 있었다. 공방을 운영할 수 없던 엄마는 의붓아버지를 얻었고, 의붓아버지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1차 세계대전에 나가지 않으려 별짓을 다했지만 결국 소집이 되고 나도리 지역 최초의 전사자가 된다. 불행은 혼자 오는 법이 아니라 쌍둥이 남매와 어머니가 한 날에 죽음을 맞게 되어 어린 동생은 외할아버지가 키우지만 딸인 에메렌츠는 변호사 집의 하녀로 보내지니 이때의 나이 열셋.
  에메렌츠는 열세 살부터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꿈이 있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만의 타지마할을 짓는 것. 호화로운 석조무덤을 만들어 그 속에 자신과, 지금은 나도리 외곽 공동묘지에 비석은커녕 비목도 없이 외로이 세월만 쌓고 있는 자신의 친부모와 쌍둥이 남매, 그리고 원한다면 남동생이 낳은 외아들 요제프까지 묻힐 수 있게 돈을 모으고 있으나 극도의 구두쇠라든지 수전노 스타일은 아니다. 공산치하 부다페스트에서는 가사 도우미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수가 많지 않아 시간당 임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오히려 거액을 모을 수 있는 직종이었나 보다. 헝가리에서도 20세기 중반까지 여자 혼자 살기가 녹록치 않아 번 돈을 사기당하기도 하고 놈팡이한테 도둑맞기도 했지만 오직 자신의 타지마할을 만든 생각으로 계속 돈을 모아, 책의 중반부터는 석조무덤을 조성하고도 돈이 많이 남아서 조카에게 많은 돈을 유증할 수 있을 정도까지 된다.
  그러나 나는 도대체 에메렌츠에게 무슨 옛일이 있었기에 가족묘를 그리도 화려하게 조성하려고 하는지에 관해서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 물론 책의 앞쪽에 나오는 스토리라서 독후감을 통해 이야기해도 스토리 전반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그런 장면은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묘라니까 가족사가 개입이 됐겠지. 이 수준까지만 하자.
  여기에 하나 더. 에메렌츠는 자기가 관리인으로 있는 공동주택의 한 가구를 배정받아 생활을 하는데 책이 시작되기 전까지 단 한 번, 딱 한 사람에게만 개방한 적이 있을 뿐 누구도 현관문의 저편으로 말 그대로 한 발자국을 찍어본 적이 없다. 사법 문제에 연루가 되어 경찰서 경위 한 사람이 법적 지위를 갖고 문을 연 적이 있다. 당시 경위는 이제 같은 경찰서의 총경이 되어 에메렌츠의 막강한 후원자, 또는 간섭자로 역할 한다. 문의 저쪽, 그러니까 안쪽은 에메렌츠가 왕으로 있는 자신만의 국가로 누구의 탐방도 거절하고 오직 몇 마리의 고양이와 한 마리의 개 ‘비올라’에게만 허용할 뿐이다. 에메렌츠에게는 이렇듯 폐쇄적인, 그것도 극도로 닫힌 비밀을 남들에게 조금도 내색하지 않는 완고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웃을 위해 폭설이 내리면 이 쪽 모서리부터 눈을 쓸어가기 시작하면 한 바퀴를 다 돌 때쯤엔 처음 시작했던 곳에 다시 소복하게 눈이 쌓여 말 그대로 밤을 새워 눈을 쓸 정도로 자기의 일을 해치우는 일종의 편집증 혹은 강박증?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에메렌츠의 이런 성향에도 불구하고 이이는 천성적으로, 아니면 적어도 십대 초에 갖게 된, 가여운 것들에 대한 안쓰러움을 많이 품고 사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그래 동네에서 누가 병이 들었다하면 헝가리 식 보양식을 해 고급 식기에 담아 춥거나 덥거나, 눈이 오면 눈을 쓸어야 하니까 별개로 하고,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끼니마다 먹여주고, 없이 사는 과부들을 위해 경찰 총경에게 얘기해 조그마한 가게 하나씩 마련해주고, 외로움에 지쳐 더 이상 삶을 이어나갈 의지가 없는 이에게는 그나마 흉하지 않은 모습으로,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기도 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사람이다. 쉬워? 천만의 말씀. 까다롭기 이를 데 없어서 이이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면 그야말로 매사에 조심 또 조심해 언행을 해야 한다. 화자 ‘나’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 이 둘이 이십 년을 넘어 함께 살면서 화합하고 투쟁하는 이야기. 그냥 그런 작품인가보다 하고 생각하지 마시라. 절대로. 요즘 헝가리 작가들의 작품을 제법 읽는 편이다. 근데 진짜 뛰어난 작가들 많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작가 서보 머그더도 이런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기억해야겠다. 독후감을 읽는 분들도 함께 기억하시면 좋겠다. 서보 머그더.



______________________

1. 김춘수의 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을 빌어 1956년 헝가리 혁명을 말하고자 했는데 어째 잘 된 거 같지는 않다.

- 접기
Falstaff 2020-04-24 공감(21) 댓글(2)
Thanks to
 
공감
     
에메렌츠를 구원할 수 있을까? 새창으로 보기 구매
헝가리 작가 서보 머그더의 <도어>를 읽으면서 그녀와 동시대를 살았던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가 떠올랐다. 유대인이었던 리게티는 전쟁 중에 가족을 아우슈비츠에서 잃었고 헝가리 혁명 이후에는 작품을 검열받았다.  전쟁의 상흔을 기억하고 자신과 살아남은 이들을 위로하고자 그는 <진혼곡>을 썼다. 리게티가 흐느끼는 울음소리 가득한 곡으로 전쟁의 참상과 학살을 오늘날의 청중들에게 상기시키고자 했다면, 작가 서보 머그더는 제 2차 세계대전과 혁명 시기를 살아온 한 여성, 에메렌츠를 등장시켜 굴곡진 헝가리의 역사를 들려준다.

전업 작가인 화자 ‘나’는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해 집안일을 할 사람이 필요했다. 13살 때부터 가정부로 일을 했던 에메렌츠는 지역의 많은 일을 도맡아하고 있었다. 환자들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동네 집집마다 쌓인 눈을 매일같이 쓴다. 이웃의 도움이 필요하면 곧장 달려가는 그녀지만, 정작 자신은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질색한다. 정치, 예술, 스포츠에는 관심이 없고 일기 예보만을 챙겨보는 특이한 성격을 가진 에메렌츠. 그녀가 돈을 모으는 목적은 가족의 석조무덤을 만드는 데 있다.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지만 고집불퉁이고 비밀이 많은 에메렌츠. 그녀는 집의 모든 문을 잠그고 창문을 나무판으로 가려 놓고 집안에 아무도 들이지 않는다. 도대체 문 뒤에 그녀는 무엇을 숨겨놓았을까, 라는 궁금증이 독자를 이끌어가는 축이 된다. 어릴 적, 에메렌츠의 쌍둥이 동생은 번개에 맞아 죽고 그녀의 엄마는 우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전쟁 중에 약혼자는 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게 되는 등. 에메렌츠의 삶은 불행으로 가득하다. 여러 집에서 가정부 일을 하며 오로지 노동으로 삶을 살아온 에메렌는 화자인 ‘나’와 대립에 서있다. 에메렌츠가 빗자루질을 하는 여자였다면 ‘나’는 헝가리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나’는 지역 사람들과 왕래는 거의 없고 오로지 에메렌츠와 소통을 한다. 그런 그녀를 에메렌츠는 “자신의 손으로 해야 할 일을 수행하지 않고 타인이 그 일을 대신하는 인텔리겐차”로 비꼰다.

 

 

성격과 살아온 환경이 다른 둘이지만 점점 사이가 가까워진다. 그리고 에메렌츠는 '나'에게 문을 열고 방안을 보여준다. 전쟁의 잔해가 남아있는 방. 젊은이들을 피신시키고 청산가리를 마셨던 유대인 그로스만씨의 조부가 쓰러졌던 소파, 유대인의 가족에게 받은 식기와 가구, 그리고 아홉 마리의 고양이들.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고, 숨겨주고 싶어하는 전쟁의 과거. 에메렌츠는 자신의 물건을 작가에게 유산으로 남기고자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메렌츠는 바이러스성 감기에 심하게 걸린다. 에메렌츠를 집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나'는 그녀 몰래 의사와 작전을 짠다. 에메렌츠가 밖으로 나오면 따스하게 맞아주고 병원에 데려가 줘야 했지만. 유명한 작가가 된 '나'는 에메렌츠를 뒤로한 채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달려간다.

    

작가 서보 머그더는 제 2차 세계대전과 헝가리 혁명의 참화를 보며 이성 중심의 세상과 책임을 회피한 지식인들을 비판한다. 오롯이 자신의 노동으로 삶을 살아온 에메렌츠의 생애를 통해 작가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헝가리인들에게는 필요했던 사람은 지성인이 아닌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성녀가 아니었을까.

 

 

에메렌츠가 문 뒤에 보호하려고 했던 것은 전쟁의 희생자들의 유산였다. 화자는 에메렌츠를 자신의 집에 데리고 와서 살고 싶은 마음을 가졌으나, 결국 에메렌츠의 마음을 끝까지 헤아려 주지 못했다. 그래서 밤마다 구급차가 서있는 그녀의 집으로 달려가지 못한 채 철문에 갇힌 자신이 등장하는 악몽을 꾼다. 에메렌츠가 작가에게 물려주려 했던 가구는 너무 오래되어, 덮었던 천을 올리자마자 부서져 버린다.  에메렌츠가 남긴 유산이 가루로 변하여 없어졌듯이, 전쟁이 남긴 참상과 책임의식은 이제 우리에게도 사라져 버린걸까. 비참한 역사는 단지 매일 밤 우리를 괴롭히는 환영으로만 남게 되는 걸까. 서보 머그더는 과연 우리가 죄의식 없이 역사 앞에 설 수 있는지를 묻는다.

- 접기
청공 2020-11-15 공감(19) 댓글(2)
Thanks to
 
공감
     
올해의 인물 새창으로 보기 구매
올해 읽었던 책 속의 인물 중 가장 강렬한 인물은
이 책의 에메렌츠가 될 것이다.
저명한 작가인 화자와 화자 부부의 집안일을 돌봐주는
20세 연상의 여인 에메렌츠간의 20년에 걸친 애증의 대서사시.
사연 많은 인생을 살아온 반인텔리주의자 에메렌츠의 세상에는 빗자루질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렇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빗자루질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고집불통 에메렌츠는 오직 육체노동만이 신성하다고 여기는 독특한 인물이지만 화자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며 죽는 날까지 그 독특한 성정으로 인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래서 더 강렬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된다. 읽으면서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까운 책이었다.
번역가 김명남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었으며, 신형철 평론가님의 추천사도 좋다.
- 접기
rainbow0505 2019-11-23 공감(10) 댓글(0)
Thanks to
 
공감
     
[마이리뷰] 도어 새창으로 보기 구매
[그리스인 조르바]를 감명깊게 읽은 독자라면푸욱 빠져들게 될 책.에메렌츠와 주인공 작가와의 멀지만 가까운 거리..누구에게도 쉬이 허락되지 않았던 에메렌츠의 도어.한가지 사안을 두고도 극명하게 나뉘는 둘 간의 대화를 읽다보면 갈등이 아닌 서로에게의 관심이 보인다.표현하는 방식이 거친듯 하나 날 것 그대로서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에메럴츠의 태도 하나하나가 조르바를 연상시킨다.하지만 조르바와는 다른 무언지 모를 결이 있달까..냉정한듯 하면서도 따뜻한듯, 먼듯하면서도 가까운듯한,거친듯하지만 부드러운 두여자의 거리는 매우 매력적이다.
mongsil 2020-01-03 공감(7) 댓글(0)
Thanks to
 
공감
더보기
마이페이퍼
전체 (9)
페이퍼 쓰기
좋아요순 
2019년 하반기에 좋았던 책 새창으로 보기
2019년 상반기에 좋았던 책에 이어 7월 이후 현재까지 읽은 책 중 특별히 좋았던 책을 ‘신간’ 위주로 골라본다. 소설 1. 밀크맨상반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이 나보코프의 <창백한 불꽃>이었다면, 올 하반기에는 단연코 <밀크맨>이다. 몇 년 만에 만날 수 있을까 말까 한 엄청난 작품. 500쪽 남짓한 분량에 이 세계의 거의 모든 문제를 담고 있다. 주인공이 사는 이런 세상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보면 내가 사는 세계도 그리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독창성... + 더보기
잠자냥 2019-12-24 공감 (74) 댓글 (11)
Thanks to
 
공감
 
찜하기
잎맥처럼 새창으로 보기
 동생이 고장 난 시계를 집에 두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고장이 났다는 건 건전지를 제때 끼워도 시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계가 많다는 건 그만큼 시간에 대한 강박이 강한 건 아닐까. 손목에 시계를 찼던 게 언제였던가. 휴대폰이 나오면서 시계는 멀어졌다. 직업적 특성 때문에 유독 시간에 민감했던 큰언니는 시계가 많았다. 어쩌면 시계를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집안에 둔 시계의 시각도 제각각이었다. 5분이 빠르게 가는 시계, 10분이 빠르게 가는 시계. 모두 정시보다는 조금씩 빨랐다. 이사를 하면서 장식용으로 내가 ... + 더보기
자목련 2019-12-24 공감 (40) 댓글 (6)
Thanks to
 
공감
 
찜하기
때로는 사랑을 버리자. 새창으로 보기
2004년 개봉 당시 이 영화 《클로저》를 보고 이게 뭐여.. 했던 감상이 내게 남아 있었다. 불륜 혹은 바람피는 이야기 정도로 기억하고 자세한 걸 기억하진 못했지만, 친구중에 한 명은 그 당시부터 이 영화를 꽤나 좋아했더랬다. 너무 좋아서 반복해 본다고 했다. 내가 보지 못한 걸 친구는 본 모양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노래만 좋았던 걸로 기억하던 차, 며칠전에 이 영화를 다시 보자, 그 때 보지 못했던 걸 이번에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했다. 처음 보았을 때와 지금 사이에 무려 16년의 시간차가 있지 않은가. 내... + 더보기
다락방 2020-06-23 공감 (32) 댓글 (16)
Thanks to
 
공감
 
찜하기
9월 책 구입 새창으로 보기
오사 게렌발의 만화책 두 권. 그림이 그려진 책은 실물로 봐야 한다는 내 나름의 기준에 따라 ㅎㅎ. 그리고 전자책으로 나오지도 않아. 또 그리고 소포를 부쳐주는 동생이 중간에서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가족의 초상>  김한민의 팬이 되기로 했는데 읽은 건 달랑 <책섬>과 <비수기의 전문가들> 아 그리고 <아무튼, 비건>. <페소아>는 읽다 말았는데 언제 읽노. 만화책 두 권 추가구입. <카페 림보> ... + 더보기
난티나무 2020-09-19 공감 (8) 댓글 (0)
Thanks to
 
공감

-----
The Door (novel)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Jump to navigationJump to search
The Door
Thedoorcover.jpg
Author Magda Szabó
Original title Az ajtó
Translator Stefan Draughon
Len Rix
Country Hungary
Language Hungarian
Genre Novel
Publisher East European Monographs/Harvill Secker
Publication date 1985 (Hungarian)
15 February 1995 (English)
20 October 2005 (English)
Media type Print (Hardback & Paperback)
Pages 272 pp
ISBN 0-88033-304-9 (USA)
ISBN 1-84343-193-9 (UK)
OCLC 32332728
LC Class PH3351.S592 A7413 1994
The Door is a novel by Hungarian writer Magda Szabó. The Door was originally published in Hungary in 1987, and translated into English in 1995 by Stefan Draughon for American publication, and again in 2005 by Len Rix for British publication. Rix's translation won the 2006 Oxford-Weidenfeld Translation Prize, and was short-listed for the Independent Foreign Fiction Prize. Rix's translation was republished in 2015 by New York Review Books Classics.[1]

A film based on the novel, directed by István Szabó, was released in March 2012.[2]


Contents
1 Plot
2 Characters
3 Autobiographical content
4 Critical reception
5 References
6 External links
Plot
The novel begins with Magda, the narrator, recounting the recurring dream that haunts her in her old age. As Magda explains, after waking up from this dream, she is forced to face the fact that "I killed Emerence".[3] The story that follows is Magda's attempt to explain what she means by this sentence; it is the comprehensive story of her decades-long relationship with her housekeeper Emerence. When the story begins, Magda has just come into favour with the government and her works are finally allowed to be published again. She realises that she must employ a housekeeper to be able to dedicate herself to writing full-time. A former classmate recommends an older woman named Emerence. Emerence agrees to come work for her on her own terms, but she will not, she informs Magda, just be a person to "wash the dirty linen" of whoever is willing to hire her. For several years, Magda and Emerence have a somewhat unconventional relationship. Emerence sets her own wages and her own hours, and even chooses which household chores she will or will not accept. Even though she works in Magda's home, Emerence remains as much an enigma to Magda as she is to the rest of the neighbourhood. The neighbours on their street are bewildered by but still respect this odd elderly woman who is so particular in her habits and guards the closed doors of her house with the utmost secrecy.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women changes dramatically some years after Emerence begins working for Magda, when Magda's husband suddenly becomes seriously ill. Magda, not thinking that Emerence cares about her personal life, takes her husband to the hospital for an operation without telling Emerence. When she returns, Emerence feels furiously betrayed. The two women stay up talking through the night, and get to know each other on a much deeper level than ever before. Although this night does not make them into instant friends, it certainly lays the foundation for the friendship that gradually emerges. Shortly after this episode, Magda and her husband find a starving puppy and take it in, with the intention of nourishing it back to health and then giving it away. Emerence and the dog, however, form a very quick and incredibly close bond, and the dog, whom Emerence names Viola (even though it is a male) adds an extra dimension to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women - Magda, the dog's owner, and Emerence, the dog's master. Over the next several years, Magda and Emerence become increasingly close, and start to depend on each other more than either of them could have anticipated. Together, they experience all the drama of the neighbourhood, including the suicide of Pollet, one of Emerence's three close female friends. The two women open up to each other, and Magda learns many details of Emerence's life, including the story of her early life in the same rural region where Magda has family roots. She also learns the story of how Emerence saved the life of the baby Eva Grossman, the daughter of the wealthy Jewish family whose house Emerence cared for before they fled the country. Emerence develops so much trust for Magda that she allows her inside her house, an honour she has bestowed on nobody else in decades, not even her three best friends or her own nephew. Near the end of the story, the always robust Emerence falls ill and is unable to continue to perform her duties. She hides away in her house, allowing entry to nobody. Magda, out of genuine concern, intervenes and arranges to forcibly take Emerence to a hospital to recover. Emerence very nearly recovers, but when she finds out that Magda betrayed her secret by letting the whole street into her closely guarded home, Emerence loses her will to live. Emerence dies in the hospital, and Magda is racked with guilt for the rest of her life.

Characters
Magda: The narrator of the novel. Magda is a writer who is coming back into favour with the government when the novel begins, but the main focus of the novel is her relationship with Emerence. Unlike Emerence, Magda is sincerely religious
Magda's husband: An unnamed academic with whom Magda enjoys a fine relationship. The husband has a serious bout of illness several years after Emerence comes to work for him and Magda. He tolerates, but does not get along with Emerence.
Emerence: Magda's housekeeper who works on her own terms. Although ageing, Emerence is a strong and driven personality, and has been fiercely independent since her unfortunate childhood in rural Hungary. Emerence takes care of Magda's house and the streets of the neighbourhood with a vitality that is almost superhuman.
Viola: A dog that Magda found as a frail puppy buried in the snow one Christmas Day. Magda takes him in but Emerence becomes his master; Emerence and Viola enjoy a special connection that Magda is unable to understand or be part of.
Adélka: An elderly widowed pensioner, one of Emerence's three female friends who she entertains on the porch of her house.
Polett (formerly Paulette): An impoverished elderly friend of Emerence. Polett now lives alone and in poverty but was previously employed as a French governess. She is the second of Emerence's trio of older female friends.
Sutu: An elderly female fruit and vegetable seller, the third of Emerence's close friends.
"Józsi's boy": The son of Emerence's brother, her sole living relative she still has a good relationship with
the Lieutenant Colonel: Emerence's friend and a lieutenant colonel in the police force. He and Magda shoulder the burden of responsibility for Emerence.
Eva Grossman: the baby daughter of the Jewish family whose home Emerence took care of before they fled the country, leaving behind little Eva in the care of Emerence. Grown up, Eva lives in the United States when the story takes place.
Autobiographical content
Although the work cannot be taken autobiographically, there are many similarities between the life of the author Magda and the narrator, Magda. As the back of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publication of the novel writes, "Magda is a writer, educated, married to an academic, public-spirited, with an on-again-off-again relationship to Hungary's Communist authorities".[3] The author, Magda Szabó, was also an educated writer and married to an academic, the Hungarian translator Tibor Szobotka. Events from the book such as Magda being sent to Greece as part of the Hungarian delegation for a literary conference could easily have been taken from the life of the author, and the award that the character Magda receives from the Hungarian Parliament in the story could be easily exchanged with one of the many awards that the author has won. Even the on-again-off-again relationship that Magda in the book enjoys with the Hungarian government is evocative of Szabo's relationship with that same institution; while she did win many national literary awards, she was also labelled an "enemy of the people" by the Communist government, was fired from the Ministry of Education, and had her books banned from publication from 1949 to 1956.[4]

Critical reception
The Door has won many literary prizes and awards:

In 2015, it was included in The New York Times 10 best books of 2015[5]
In 2006, Len Rix's translation won the Oxford-Weidenfeld Translation Prize
Shortlisted for the Independent Foreign Fiction Prize
The 2003 Prix Femina étranger (French translation)
The book has received high praise, including the following:

Claire Messud, for 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 Feb. 6, 2015: "I've been haunted by this novel. Szabo's lines and images come to my mind unexpectedly, and with them powerful emotions. It has altered the way I understand my own life.[1]"
Clara Györgyey, for World Literature Today: "Szabo's style (the text is brilliantly translated), laced with gentle humor, is as mesmerizing as are her characters. Her dexterous, self-ironizing distance (the autobiographical elements are obvious), the detached gestures with which the narrator interrupts herself, the muted fury that erupts in overlong or half-sentences, and a certain moral seriousness and ethical anguish also impregnate this gem of a novel. Ultimately, the text is a tranquil memento, a piece of irrefutable poetry, a bizarre counterpart to our universal betrayal—out of love.[6]"
References
 Messud, Claire (6 February 2015). "'The Door,' by Magda Szabo". The New York Times. ISSN 0362-4331. Retrieved 3 March 2016.
 Szabó, István (8 March 2012), The Door, retrieved 3 March 2016
 Szabó, Magda (2007). The Door. Translated by Rix, Len. New York: New York Review of Books. ISBN 978-1-59017-771-6.
 "The Hungarian Despair of Magda Szabó's "The Door"". The New Yorker. 29 April 2016. Retrieved 27 April 2017.
 "The 10 Best Books of 2015". The New York Times. 3 December 2015. ISSN 0362-4331. Retrieved 27 April 2017.
 Györgyey, Clara (1 January 1995). "Review of The Door, Magda Szabó". World Literature Today. 69 (4): 835–836. doi:10.2307/40151748. JSTOR 40151748.
External links
Labours of love, review of "The Door" by The Guardian, 29 October 2005
The housekeeper with the keys to Hungary's secret sufferings, review of "The Door" by The Independent, 18 January 2006
The 10 Best Books of 2015 (The Door is the first book listed), The New York Times, 3 December 2015
Categories: 1987 novelsHungarian novelsNovels about writers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