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31

Yisang Sohn 한국내 중민국적 화교

(4) Facebook

Yisang Sohn
4tSgpgonshorehd  · 
한국내 중민국적 화교의 지위는 일본내 재일교포 지위와 비슷하다. 이들은 구한말~일제시대 이민해온 사람들의 후손으로, 90년대 한중수교 이후 들어온 신화교와 구분해 구화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화교 대부분은 조상이 산동성 출신이고 현재까지 중화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중화민국이 현재의 대만이 아니고 신해혁명으로 성립됐던 그 옛날의 중화민국이다. 오늘날까지 조선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재일교포들이 남한, 북한,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실상의 무국적자인 것과 마찬가지로, 구화교들도 중국, 대만, 한국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실상의 무국적자로 오늘날까지 지내왔다. 
그래서 한국인이 중국에 무비자로 쉽게 갈 수 있는 것과 달리 이들은 비자를 받아야 갈 수 있다. 조상의 출신지는 중국 본토지만 국적상 중국인이 아닐 뿐더러 이념적, 역사적으로도 공산화 이후의 중국을 따르지 않는다. 또 중화민국은 대만이 계승했으나, 대만은 극히 최근까지 국적이 아닌 호적을 기준으로 자국민을 규정해왔으므로, 이들은 대만에도 쉽게 가지 못하였다. 조상의 출신지가 대만이 아닌 까닭에 스스로를 대만인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한국으로의 귀화도 고위 관료의 보증을 받아야만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으므로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혼 귀화는 가능했지만 한국에는 부계혈통에 따라 국적을 정하는 호적법이 있었으므로 화교 여성이 한국 남성과 혼인하는 경우에만 귀화가 허용됐다.

재일교포가 일본에서 학살을 당했던 것처럼, 구화교들도 조선에서 학살을 당한 역사가 있다. 이를 한국 국사교과서에선 가르치지 않는다. 따로 근대사 책에 나오긴 하는데 대단히 축소 기술한다. 일단 공식 명칭부터가 ‘화교학살’이 아니라 ‘화교배척폭동’이다. 또 재일교포가 한일수교 이전까지 한국과의 교류가 끊긴 채 고립될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구화교들도 한중수교 이전까지 중국과 교류할 수 없는 상태로 고립되어 지내왔다. 재일교포 학교가 일본에서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하고 학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화교 학교도 한국에서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하고 학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리하여 재작년에는 청주의 화교소학교가 문을 닫았다. 일본이 재일교포에게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제도적 차별이 지금도 한국에 있는 것이다.

오늘날 구화교들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왔다. 한국인과 똑같이 생겼다. 한국의 유행을 따르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중국어에는 익숙하지 않거나 현재의 중국어와 좀 다른 중국어를 쓴다. 재일교포 3세대의 한국말이 현재의 남한말과 얼마나 다른지를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한편 한국내 구화교 인구는 군사독재 아래서 꾸준히 감소해 완전히 소수집단이 되었는데, 박정희의 외국인 토지소유금지령으로 재산을 박탈당하고 이후로도 각종 제도적 탄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등으로 재이민을 떠난 구화교는 그곳에서도 중국계 이민자들과 섞이지 못하고 코리아타운의 한국인 사회에 들어가 산다. 정체성과 문화가 중국보다 한국 쪽에 훨씬 가까운 것이다.

한국의 화교 차별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누군가를 화교라는 이유만으로 미워하거나 위협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지금도 화교는 집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거나 지자체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온라인상에 대단히 많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주택 소유와 지자체 투표권은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의무 이행사항이고 한국도 협약 서명국이다. 외국인의 지자체 투표권은 해당 지자체에 3년 이상 연속 거주한 영주권자에 한해서만 주어진다. 따라서 신화교는 거의 대부분이 투표권을 가질 수 없고 구화교만 서울시민 또는 부산시민으로서 투표할 수 있다. 이들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 주장은 굉장한 차별이다.

며칠 전 어느 화교 아저씨가 민주당 지지유세에 나와 연설했다. 그는 중민국적 화교로, 조상이 1930년에 산동에서 조선으로 이민해왔고,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쭉 살아왔으며, 앞서 말했듯 중국에도 대만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다. 정당한 서울시민인 그의 유세 참여를 두고 김진태 전 의원이 민주당 후보를 현대판 민비라고 비난하며 친중으로 몰아붙였다. 보수 정치인이 그렇게 증오를 선동하는 것이 나는 너무 끔찍하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