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8

Jong Hun Min-Kim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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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 Hun Mi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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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프가니스탄 난민, 그러니까 정부에서 지칭하는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분들에 대한 긴급 이송과 각계의 반응을 보며 생각이 점점 많아진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매우 ‘이례적인 조치’를 거쳐 378명의 정치적 난민들을 성공적인 방식으로 특별 이송한 건, 백 번 잘했다고 칭찬할 만하다.
어떤 분들은 이번에 들어온 정치적 난민 분들에 대해 ‘외국 세력에 부역한 이들’이라고 지칭하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제국주의 관점에서 이뤄진 국제전쟁’이란 측면에서 일면 귀 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시행국’이라 자랑하면서, 실제로는 난민 지위 인정 비율이 1.3% 밖에 안 되는 한국에서 이뤄진 ‘대규모 난민 이송 및 수용 사례’라는 측면에서는 너무 단면적인 문제 제기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이런 비판을 하는 분들이 보여주는 ‘난민 vs 부역자’라는 선긋기에는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한국이 1992년에 가입하고 1993년 3월부터 발효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 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에서는 난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 ... 또한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및 이들 사건의 결과로서 상주국가 밖에 있는 무국적자로서 종전의 상주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종전의 상주국가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이와 같은 ‘난민 협약’의 기준으로 봤을 때에도, 이들에 대해 단순 명료하게 ‘제국주의 세력의 부역자들’이라고 명명하는 건 ‘진짜 난민 vs 가짜 난민’이란 프레임을 호출하는 위험한 관점일 수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탈레반’이라 지칭되는 세력에게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가 있는 이들이라면, 이들은 분명 ‘정치적 난민’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번 ‘아프가니스탄 난민(특별 기여자)’ 대규모 이송과 수용 사례를 지켜보며 생각이 많아지는 건, 한국 정부와 사회가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많은 분들이 환호하고 칭찬하고 있듯이, 이번 이송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어린이에게 줄 인형과 옷 등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배려를 했다는 미담’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섬세한 배려를 칭찬하면서도, 이 ‘환호’가 무척이나 위태롭게 느껴진다. 
그 모든 정부의 결단과 배려에는 대부분 ‘국익 차원’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말 그대로 이들은 한국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재건 사업에 협력한 이들’로 난민이 아닌 ‘협력자 또는 특별 기여자’라는 관점이다.
준비가 부족한 한국 사회를 설득하기 위한 고육지책인가 싶으면서도, 앞에서도 말했듯이 저런 ‘선긋기’는 매우 위험한 프레임이란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내 길벗들 사이에서도 아픈 마음으로 회자된 “아프간 난민, 한국 오지 마라”는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아무 준비도 안 된 나라,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듯 지정학적 위치도 너무 먼 한국 땅에 수많은 아프간 난민들이 몰려 들 확률은 적다.
그럼에도 이후에 한국 사회로 와서 난민 지위 신청을 할 수 있는 ‘이후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과 다양한 형태의 난민들은, ‘한국의 국익에 기여한 이들과 아닌 이들’이란 잘못된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더군다나 그런 프레임은 이 땅에 200만 명이 넘는 이주민과 30-40여 만 명의 미등록 이주민 길벗들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
아니, 이미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프레임과 힘겨운 싸움을 반복하고 있는 게, 이주민/난민 영역의 활동가들이다. 
좋은 일로 인해 넘쳐나는 환호와 칭찬 앞에서 생각이 많아지니, 나도 참 편하게 살 팔자는 아닌가 싶다. 
에효.. 점점 글이 길어질 것 같으니, 지금은 그저 이 상황에서 하고 싶은 말로 마무리할까 한다.
‘제발 난민은 난민으로 부르자. 그리고 난민/이주민은 한국 사회의 이익에 기여하는 존재냐 아니냐의 문제 너머에 있다.’
참, 유명한 드라마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난민/이주민 문제 앞에서 고민하는 길벗님들과 나눠 보고 싶다.
“공포는 반응이야. 용기는 결단이고.”
* 방금 전에 올린 글을 수정하려다가 실수로 지웠네요. 공감해 주신 분들께 죄송, 다시 올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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