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30

[[주성하 기자 인터뷰(1-3) - 2018 인물과 사상 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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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 주성하 기자 인터뷰(1)
작성일 : 202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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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의기소침해 있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두려워졌는데,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천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희망은 없지만,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해서 움직여 봅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칩거가 길어지면서 '99% 사망 확신한다' '건강에 큰 문제가 있다'는 루머들이 돌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역시 북한 관련 보도에서는 주성하 기자가 가장 신뢰할만하다는 것을 증명했죠. 재작년 인물과 사상에 실린 주성하 기자의 인터뷰입니다. 길어서 세번에 걸쳐 게재하겠습니다. 구독 부탁은 안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안해주실거잖아요. ㅎㅎ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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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실상과 남북 문제에 대해 가장 치열하면서도 균형감각이 있는 글을 써온 동아일보 주성하기자를 2018년 6월 4일 오전에 만나서 주성하 기자가 생각하는 남북 관계, 북미 회담과 그 이후의 전망, 동아일보 기자를 선택한 이유, 통일로 가기 위해 남북한 사람들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할 것인가 등등을 물어보았다. 

주성하 기자는 이해관계나 정파에 따라 사실 관계까지 왜곡해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성하 기자는 김일성 종합대학 외국어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했고, 1998년에 탈북해서 2002년 남한에 입국했다. 저서로는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김정은의 북한, 어디로 가나> <남쪽에서 보낸 편지> 등이 있고, 블로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nambukstory.donga.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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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이하 지) – 요즘 아무래도 때가 때인지라 찾는 사람도 많고, 바쁘실 것 같은데요. 근황은 어떠신가요?
주성하(이하 주) – 바쁘긴 하죠. 와서 살아보면 항상 바빠왔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바쁘거나 그
런 것은 아니구요.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일 와중에도 다르게 해야될 일이 많으니까요. 그것때문에도 그렇고, 저는 일의 총량이 어느만큼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회사 일이 가령, 한 70%라고 하면 외부 일을 30% 정도로 하는데요. 회사 일이 50이라고 하면 외부일이 그만큼 늘어나서 50이 되어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100%로 수렴하는 그런 편인 것 같습니다.
지 – 일을 찾아서 하는 편인거네요.
주 – 조용하면 근질 근질해서 뭔가 벌려 놓습니다. 책을 쓰든 뭔가 판을 벌려놓죠. 마흔 될때까지는 거의 새벽 세시 이전에 자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체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자서는 못 버티구요. 예전에 훨씬 일을 많이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 – 기자님 블로그에 보니까 누군가가 ‘태영호 공사를 구하자’고 썼던데요.
주 – 태영호 공사를 구할 것이 뭐 있습니까?(웃음)
지 – 북한에서 암살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썼던데요.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주 – 공감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암살이라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하나 얻으려다가 오히려 열을 잃게 되겠죠. 북한 입장에서는 태영호 공사는 이미 이제는 말할 것 다 말한 사람입니다. 탈출했을때 입을 막았어야지, 이제는 할 말을 거의 다 한 상태잖아요.(웃음) 책까지 냈는데, 이미 와서 굳이 암살을 할 필요성을 느낄까 싶습니다.
지 - 태영호 공사의 출판기념회 때문에 남북 관계가 잠시 냉각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습니까?
주 – 그건 어쩌면 구실일 뿐이었죠. 그때쯤에 북한은 새끼를 꼴 필요가 있었구요.
지 - 핑곗거리 삼아.
주 - 핑계가 두가지였는데요. 하나는 한미 군사 훈련이 시작된 3일 뒤에 그걸 구실을 삼았지 않습니까? 훈련을 한다는 것을 북한이 모를리도 없구요. 그건 다 구실이죠. 태영호 공사가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했는데, 북한 통전부도 나름의 전문가인데, 우리 시스템이 그것을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 않겠습니까? 제가 봤을때는 미국하고 담판인데, 한국은 부속물입니다.
정세를 미국한테 과시하기 위해서, 쉽게 말하면 시어머니한테 해보지 못하니까, 애 볼기짝 때리는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죠.(웃음)
지 – 문재인 대통령(이하 모든 직책 생략)의 입장이나 위치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한쪽에서
는 운전자론으로 굉장히 역할이 크다고 얘기를 하구요. 한쪽에서는 한계가 있어서 아무 역할도 못하지 않느냐, 미국과 북한의 게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지 않냐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주 – 저는 이 국면에서 문재인의 역할을 운칠기삼이라는 표현으로 묘사를 했는데요. 결국 문재인이 아무리 운이 좋다한들, 미국이나 북한의 필요성이 없었다면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이 반전되고 이끌어가는 가장 절대적인 공은 트럼프가 아니고, 김정은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고 볼 수 있구요. 이 상황이 만들어지는데서의 역할은 한 70%는 김정은이 만든 것입니다. 20%는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한 10% 정도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물론 모든 것들이 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100을 만들어줘야 움직일 수 있는 모양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10%라고 해도 그 10%가 박근혜나 이명박 정권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 10의 조합이 안 맞춰지면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지만, 절대적으로 %를 따져보면 문재인이 이끌어온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 – 말씀하신데로 모든 일이 필요조건들이 다 합쳐져야 충분해지는 상황이니까 그 10%가 없었으면 어그러질 수 있는 상황인데요.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번개 정상회담이라고 하는 두 번째 담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텐데요. 지지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런 부분을 가지고 발목을 잡으려는 냉전 세력이 있지 않습니까?
주 – 저는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문재인도 남북정상회담이 가지고 있는 폭발력에 대해서 봤지 않습니까? 한번 하고 나면 지지율이 쫙쫙 올라가구요.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죠. 더구나 김정은이 먼저 보자고 한 상태구요. 가령 부담이라면 국내라든지 그런 것보다는 트럼프를 좀 의식했겠죠.
지 - 아무래도.
주 - 왜 너희들만 짝짜꿍하냐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가졌을 거라고 보는데요. 그 상황에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조성해야 될 필요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안하겠다고 했지 않습니까? 이때는 이판사판이니까, 그래서 말하자면 10%의 퍼즐이 역할을 한거죠. 쉽게 말해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지금 몸값을 올리려고 막 주가를 올리면서 벼랑 끝 작전으로 가다가 미국에서 반발을 했거든요. 그걸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까지 북한을 다뤄온 미국의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바로 그날 저녁 직접 수습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본인이 직접 몸빵으로 온거죠. 몸소 읍소작전이라고 했는데, 내가 이만큼 간절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구요. 문재인 대통령도 이것이 무산되면 엄청나게 타격이 크기 때문에 같이 들러리를 서준거죠. 이심전심으로 트럼프한테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 – 김정은 입장에서는 굉장한 모험을 거는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체제를 보장받는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과정을 보듯이 미국이 말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인데요. 핵을 폐기하고 나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카드도 없어지구요.
주 –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쪽으로 가면 죽을 확률이 거의 100인데, 이쪽으로 가면 반반이라고 할때 어느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지금 북한이 핵을 쥐고 버티는 경우 2~3년 뒤를 내다보면 자살골입니다. 이쪽으로 가는 것이 위험 부담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저쪽이 더 절망적이기 때문에 그나마 나름대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고, 죽을 확률이 떨어지는 쪽을 선택했다고 볼 수있죠. 그리고 경제가 발전한다고 해서 김정은 체제가 흔들거리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그것이 집권이 더 공고화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세계적인 흐름으로 보면 민주주의의 흐름이 퇴색하면서 장기집권 국가들이 유행처럼 많아졌습니다. 이것은 중국의 시진핑이나 러시아의 푸틴처럼 권위주의적인 국가가 아니더라도 일본 아베도 역사상 두번째로 장기집권을 하지 않습니까? 독일의 메리켈은 어떻구요. 터키의 에르도안도 그렇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장기집권 흐름으로 가는데요.장기 집권자들의 경향을 한번 분석해봤습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결국은 장기집권을 뒷받침 하는 가장 큰 힘은 결국 경제 성장에서 나왔습니다. 공통적인 것이 경제가 그만큼, 그 나라 국민들 이 보건데, 세계 경제 평균에 비해서 훨씬 선방했거나, 올라갔거나 하는 상황에서 장기 집권이 선택된거구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러시아 같은 경우가 예외이긴 하지만, 러시아는 다른 측면도 봐야 합니다. 한때 강대국이었던 시절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향수, 아프리카에서 쟈스민 혁명나오고, 아랍의 봄이 나왔지 않습니까? 강력한 권위주의가 통치하고 있던 국가들이 산산히 부서진 뒤에 혼란이 왔다는 것을 생생히 봤지 않습니까? 그건 러시아 사람들한테는 트라우마일겁니다. 자기들도 그랬으니까요. 그것을 반복하기 보다는 푸틴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있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구요. 그게 경제 성장이 받침이 되지 않으면 되지 않습니다. 김정은 역시도 개혁 개방하게 되면 얼마나 확 늘어나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북한 주민들이 다 김정은 만세를 부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 – 김정은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권력이 공고화되어 있고, 여기에 경제 성장만 받침이 되면 훨씬 더.
주 – 그렇죠. 생생한 사례들이 있지 않습니까? 중국의 경우 시장을 개혁, 개방해도 공산당 1당
독재 아무 문제 없구요. 어느 정도 통제를 하긴 하지만, 인터넷을 거의 다 개방하다시피 했지만, 21세기에 시진핑이 장기집권 법안까지 통과시키지 않습니까? 이 와중에. 푸틴 같은 경우는 시장경제 플러스 다당제까지 받아들였는데, 끄덕없지 않습니까? 김정은으로서는 내 통치 시스템은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나라가 작으니까,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하고 있는거죠. 실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제가 발전되면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많이 높아진다는 이론도 있지 않습니까? 중국도 소득이 어느 정도 3000불, 5000불, 7000불마다 사람들이 파업이라든지, 빈부격차가 늘어나면서 동부연안과 서부 내륙의 갈등도 심해지고, 이런 것이 불거지고 있습니다만, 김정은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아주 덮어놓고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분명 조절하겠죠. 만세 부를만한 상황까지는 가되, 자기가 컨트롤을 잃는 그런 상황까지는 만들고싶지 않다고 생각할 겁니다. 속도 조절을 분명히 할 것이구요. 경제발전도 특구 위주로 해서 폐쇄지역으로 해서 관리가 가능한 쪽으로 집중해서 할 것입니다. 정보를 풀어놓는 것도 아주 신중하게 인터넷을 개방하는 것이 아니고, 한다고 해도 조금씩 조금씩 하는 방향에서, 통제가 되는 방향으로 집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 – 결국은 미국 측도 그렇고, 한국의 일부 보수들도 북한을 어떻게 믿냐고 하고 있는데요. 북한 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고 보십니까?
주 – 저는 간다고 봅니다. 그리고 국가 사이에 믿는게 어디 있습니까? 아무리 우방이라고 해도
서로 완전히 믿지는 않죠. 외교에서는 절대적인 믿음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믿는 것이 아니고, 서로가 이해관계를 맞춰가는거죠. 서로가 너의 이해관계, 나의 이해관계가 합
쳐진다면 언제든지 개혁도 할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는거예요. 저는 북한을 믿으라고 말하고 싶
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하는 행위만 보면 됩니다. 그래서 핵폐기를 만약에 북한이 안했다, 감췄다
하게 되면요. 북한이 핵 몇 개를 땅 속에 파묻었다, 그러면 찾아내기는 불가능하겠죠. 그렇지만 제
가 볼때 진짜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폐기 선언입니다. 없다, 하고 ‘다 뒤져봐라’ 이렇게까지 하게
되면 북한의 핵무기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숨겨둔 핵무기는 억제력도 없고,
협박용으로도 못씁니다. 그것은 핵무기가 아닙니다.
지 – 그동안 계속 핵실험을 발표하거나 얘기했던 것도 상대방에 대한 위협용이기 때문에.
주 – 숨겨놨는데, 가령 북한이라고 언제까지 지금도 3만명이라는 탈북자가 나왔는데, 수많은 사
람들이 미국에서 정보를 제공하면 ‘몇백만불 준다’고 하면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언제든
지 미국에 가서 일러바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숨겨놔서 북한이 잃을 비용이 너무 큽니다. 그래
서 저는 김정은이 숨겨놓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에 발각될 경우에 감수해야 될 피해가 너
무 크기 때문에. 일단 김정은은 그걸 다 없애버려고 기술도 있고, 인력 자원도 있습니다. 어차피
필요하면 또 만들면 됩니다. 데이터 다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숨겨놓느냐 마느냐, 이것은 의미가
없구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마음만 먹으면 한달이면 만들겁니다. 일본은 물질까지 있으니까
보름이면 만들지 않습니까? 이 나라들을 핵보유국이라고 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북한도 그런 식
으로 가는거죠. 능력은 가지고 있으되, 비핵국가다, 이렇게 보는거죠.
지 – 반대로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하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는
데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다음날 트럼프가 북미회담 취소를 발표했지 않습니까?
주 – 북한 역시도 미국을 절대적으로 안 믿죠. 어쨌든 안 믿는데요. 북한은 얻고 싶은 것만 얻으
면 되죠. 신뢰 관계가 아니고, 결국은 행동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미국을 믿거나 말거나 상관없
이 핵폐기를 주고, 원하는 것을 받으면 됩니다. 일단은 제재를 풀고, 경제적 지원이라든지 이런 것
은 국제 사회에 편입이 되어서 자기들이 경제 활동을 하고, 정상적인 국가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면 되는거거든요. 미국의 선의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구요. 경제 지원도 기대하지 않을 것
이고, 아마 체제를 보장해준다는 말도 안 믿을 겁니다. 미국이 무슨 수로 체제 보장을 해줍니까?
리비아 같은 사례가 과거 핵을 폐기해서 망했다고 떠들지만, 그것은 내부 독재가 결국은 붕괴되면
서 이웃 국가의 민주화 역량의 파급력과 합쳐져서망한 것이지, 핵폐기를 해서 망하지 않았다는 것
을 북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되는거죠. 미국이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고.
일단 공식적으로 쳐들어오지 않는다는 불가침 조약만 맺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성공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북한 외교의 초점은 미국이 쳐들어올 수 있는 빌미를 안만들어주는데
맞추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거리 외교는 북한이 상당한 능력자입니다. 옛날부터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평생 등거리 외교를 해왔기 때문에 그것은 프로라고 보면 됩니다.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
고 있을 겁니다.
지 – 어쨌든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자기네 체제로 들어오라는 거잖습니까? 북한 입장에서는 중
국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중국 가서 시진핑을 만난걸텐데
요.
주 – 일단 당분간은 미국 쪽으로 많이 붙을 겁니다. 그리고 북한이 중국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바
로 옆나라고, 체제를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국이기 때문에 두려
워하고 멀리하려고 하는거죠. 한국 전쟁 끝나고 난 다음에 미국이 한국에 그대로 남아 있는데, 김
일성이 중국 군대를 57년, 58년도에 다 뽑아버렸습니다.
지 - 니들 나가라.
주 - 힘의 비대칭성이 너무 심각한 상황인데도 그랬거든요. 말로는 자주성이라고 했지만, 중국이
참견하는 것을 김일성은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겁니다. 차라리 미국의 침공 위협을 감내하는 것이
낫지, 중국의 내정 간섭을 감내하는 것이 훨씬 더 버겁다고 생각한거죠. 그때의 상황을 보면 내부
가 급했거든요. 왜냐하면 종파들이 많이 생겨버렸으니까요. 내부 정리를 해야 되는데, 중국이 있
으면 내부 정리가 안됩니다. 그래서 중국을 쫓아버리고 내부 정리를 한거죠. 그래서 북한도 현 상
황에서 어느 것이 나한테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고 행동을 하기 때문에요. 지금 제일
위협스러운 상황은 경제 제재로 인한 곤란인데요. 몇 년 못 버팁니다. 이것을 무조건 해소해야 되
겠다고 생각해서 회담에 나선건데요. 상황 판단을 잘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지 – 북미회담은 6월 12일에 열릴거라고 보십니까?
주 – 열릴거라고 봅니다.
지 - 싱가포르에서?
주 - 예. 김정은이 지금까지 나와서 온갖 쇼를 한 것도 결국은 경제를 위해서 한건데요. 그걸 못하
면 북한은 너무 손해가 크죠.
지 – 지금 일본은 저주의 말을 퍼붓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추락할거라는 예견도 하고 있구요. 실
제로 북한 지도자가 이렇게 멀리 비행기를 타고 간 일도 이례가 없던 일이구요.
주 – 기본적으로 일본의 심리는 북한이라는 깡패 국가가 하나 있는데, 도움이 됐지 않습니까? 지
금까지 군국주의화하면서 무장하는데, 북한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죠. 그래서 일본은 한반도가 합
쳐지기를 바라지도 않고, 강대국이 나오기를 바라지도 않죠. 일본은 한국전쟁때 우리가 싸우니까
어부지리로 덕을 본 것이구요. 미국이 일본을 가장 중시하는 것은 중국 견제도 있지만, 북한의 위
협도 있고 그러기 때문에 일본이 안보상으로 중요한 국가로 중시되는 것 아닙니까? 한반도의 안
보가 풀리게 되면, 미국이 그렇게 일본의 목소리에 대해서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겠죠. 일본은 남
북이 가까워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쭉 그래왔죠.
지 – 북미회담으로 가는 과정에서 변수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주 – 이게 나갈때쯤이면 북미회담이 끝난 시점이라, 변수 같은 것은 크게 의미가 없지 싶은데요.
지 - 두세번은 만나야 될거라는 전망도 있던데요. 북미 정상이 한번 만나서는 합의를 도출하기 힘
들거라는 추측이 많잖아요.
주 - 트럼트가 그저께인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 것이 ‘싸
인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프로세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이건 뭐냐하면 어떤 특정 공동선언 같
은 것이 나올 가능성이, 나오긴 나와야 될텐데요. 제 말은 그렇습니다. 지금 나가는 방식이 미국의
신속한 비핵화,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가 결합되어서 신속하고 단계적인 비핵화, 이런 식으로 갈
것 같은데요. 그래서 순서를 조정해서 결국은 핵폐기부터 먼저 시키고, 핵을 북한에서 폐기를 하
든, 미국에 가져와서 폐기를 하든 아마 12일날이면 결론이 나겠죠. 북한의 액션이 있게 되면, 그
래서 북한의 핵무기 신고 절차가 있겠죠. 한 스무개가 있다고 하면, 먼저 미국에 갖다놓고 ICBM
폐기하고. 트럼프로서는 11월까지 이 이슈를 끌고 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한거거든요. 그러
니까 기회 될때마다 얘기가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포토 라인을 만들고 싶어할 겁니다. 그래서 핵
폐기 해서 북한 핵을 미국에 갖고 온다든지, 분해한다든지 뭔가 미국에 가져가서 한다든지, 그때
또 나서고. 김정은이 약속 잘 지켰으니까 이제 정전협정을 한다고 해서 또 만나서 조약을 맺구요.
그러면 사찰에 들어갈 거 아닙니까? 사찰 들어가서 활동할 때 수교를 맺는다, 이런 식으로 트럼프
는 손해가 전혀 없는 장사죠. 아마 서너번이 아니라 한 다섯 번 만날 겁니다. 물론 약발을 생각하
는거죠. 몇 달에 한번씩, 너무 헤프게 쓰면 안되니까, 관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다음에 딱 한번
자기가 주인공이 되고, 이런 것을 원치 않을까 싶습니다. 당연히 트럼프가 장사꾼인데, 그런 것은
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 – 이명박, 박근혜때 남북 관계를 너무나 뒤로 돌려놔서요. 금강산 관광이 취소되고, 개성공단
이 폐쇄되고 이런 것을 되돌려 놔야 될텐데요. 큰 그림의 화해의 틀이 만들어졌으니, 이제 세부적
인 협력의 틀이 만들어져야 될 것 같습니다.
주 –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본적으로 대북 정책에 대한 브레인도 없고, 의지도 없고, 아무 것도 없
었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었던 정부라고 봅니다. 대북 문제는 상당히 민감하고, 예민한 부분인데,
그 담당자들을 임명한 것을 남북 관계를 풀어갈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고 알 수가 있었습니다. 협
상하기 위한 사람들이 아니고, 박근혜가 시키면 시키는데로 그냥 아무 소리없이 할 사람들을 임명
한거였죠. 그래서 다른 소리를 하면 잘라 버리고. 그것은 뭐냐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관계는
필요없다. 그냥 내가 하라는데로만 해라. 뭐 북한하고 협상하려고 뒤에 가서 거래를 하지도 말고,
내가 시키는데로 해라’, 모든 기용의 기준이 자기한테 한 자리 주면 알아서 기는 사람들만 임명했
지 않습니까?
지 – 친박, 진박.(웃음)
주 – 장관들 임명 기준이 그건데요. 사실 풀어갈려면 그런 실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죠. 그런데
그런 경험자가 있었습니까?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할 의지가 있으니까 서훈 국정원
장이라든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라든지, 프로들, 경험 많은 사람들을 갖다 놨지 않습니까? 그
것은 집권자의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재인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고, 자기가 의
지가 있으니까 능력이 되는 사람들,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실무자로 앉혀놨던거구요. 박근혜는 의
지가 없으니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갖다놨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국내용으로 북한을
활용해 먹으려고 했던거죠. 그런데 문제는 본인 스스로가 대북 정책에 대해서 뚜렷한 비젼과 사고
가, 말하자면 내가 할 수 있으니까 니들은 시키는대로 해, 하는 것이 아니고, 본인 스스로도 워낙
든 것이 없어서 밑에서 조언해줄 사람이 필요했는데요. 그것을 원치 않았다는거죠. 그래서 아무
것도 될 수가 없었던거죠. 개성공단 문 닫는 과정만 놓고 봐도 당장,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결정을
했는지 모르잖아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폐쇄 명분이, 가장 큰 명분은 핵개발 자금으로 들어간
다는거였잖아요. 그런데 북한이 핵폐쇄하겠다, 핵개발 끝냈다, 그러면 이 명분이 사라지는 겁니
다. 그래서 트럼프와 회담하게 되면 개성공단 문제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을 겁니다. 법은 고치면
되구요. 그래서 개성공단부터 바로 열릴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8월달쯤에 한번 해서 그걸 계기로 해서 쓱 금강산도 열면 되구요.
지 – 개성공단도 처음에 계획했던 규모에 비해서는 축소된거잖아요.
주 – 그건 개성공단 막 시작해서 얼마 안돼서 MB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는데, 기본적으로
남북교류협력을 하자는 입장이 아니었거든요. MB도 금강산부터 문을 닫지 않았습니까? 겉으로
는 박왕자씨 피살 사건에서 북한이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거지만요. 북한이 사과를 했습니다. 김
정일이 나서서 직접 했는데요. 안 받아준거죠. MB는 닫아야 되는데, 무슨 꼬투리가 없을까 했는
데, 그것을 꼬투리 삼았던 거구요. 박왕자 피살사건이 없었으면 다른 것을 꼬투리로 삼았을 겁니
다. 그리고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 조건을 내세워서 문을 닫았을 겁니다. MB는 나름대로
건설, 쉽게 말해서 장사해서 큰 사람 아닙니까? 이 분이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토목이나 한국 경
제 이런 것은 잘 아는데, 남북 관계를 개선해서 장사를 해서 자기가 돈이 될 것이 안 보이거든요.
그래서 4대강을 파야 한 20조 여기 투자해서 이리저리 돈도 나눠주고 하는거지, 남북 관계는 자
기가 모르는 테마니까요. 그리고 자기 지지층들이 원하는 코스도 아니었습니다. 지도자가 민족의
이익과 국가의 운명을 생각하면 절대 그러면 안되는건데요. 개인적인 이기주의로 국가를 운영한
거죠.
지 – 보통 MB를 나라 살림을 개인 사업에 이용했다고 비판하는건데, 남북 관계 마저도 사업적인
마인드로만 생각했다는거네요.
주 - 사업적인 마인드에서 돈이 됐으면 들어갔겠죠.
지 - 그것 때문에 기대한 면도 있지 않습니까? 북한하고도 비즈니스를 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요. 주판알을 튕겨보니.
주 – 북한 쪽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4대강에 몇십조를 꼴아박은거죠.
지 – 그런 글을 쓰시지 않았습니까? 트럼프가 북미 회담의 요구 조건의 하나로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라’는 요구를 해야 된다고 하셨는데요.
주 – 제 희망사항이구요. 그것을 요구하면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거구요. 현재로서는 정치범 수용소의 폐쇄가 가능하냐를 쭉 놓고 보면 정치범 수용소는 김
일성때, 말하자면 정적을 숙청하기 위해서 만든데서 출발했습니다. 소련에서 먼저 만든 것을 본
따서 만들었구요. 김정일 체제때까지만 해도 정치적 반대파를 숙청해서 보내고 했습니다만, 김정
은 정권에 들어서서 그 유용성이 심히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정치범 수용소를 들어가는 것은
결국 대다수가 탈북자들입니다.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이 70년 동안 세뇌되었다 보니까 이제는
김정은한테 반대를 할려는 세력도 없고, 굳이 그런 것을 이용하지 않아도 정적을 숙청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탈북자는 법을 개정해서 감옥에 잡아넣으면 됩니다. 정치범 수용소가
이용 가치가 떨어지는데다가 반대로 북한 인권에서 가장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버렸죠. 그것 때문
에 외국에서 투자를 받으려고 하면 엄청난 장애가 많이 생길 겁니다. 득실을 따져봤을 때 김정은
으로서도 폐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득이 된다고 저는 그렇게 판단을 했구요.
지 – 지금에 와서는 굳이 정치범 수용소가 필요가 없다?
주 – 그걸 보여주면서 인권 개선 효과를 보여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실제 북한 인권에서 진짜
문제는 정치범 수용소가 아니고, 사실상 연좌제입니다. 정치범 수용소는 연좌제의 부산물입니다.
그러니까 연좌제면 내가 잘못하면, 나만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까지 다 끌려가게 됩니다. 내
가 반정부 활동을 하게 되면 나는 총살이 되고, 가족은 폐쇄구역에 들어가고 이런거였는데요. 연
좌제가 21세기에 존재하는 곳은 북한 밖에 없을 겁니다. 그것을 없애는 것이 북한 인권에서 핵심
적인 문제입니다.
지 – 북한에서 혁명이 일어나기 힘든 이유도 연좌제로 가족까지 처벌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요. 본인은 젊은 혈기에 목숨을 걸고 싶어도 가족 때문에 못한다는거잖아요.
주 – 그런 문제가 있는데, 예전처럼 그렇게 뛰쳐나와서 솟구쳐 나오는 사람들을 어쨌든 본인들을
죽여버리든지 할 겁니다. 그런 사람들을 처벌하고 탄압하는데 대해서 결국 김정은이 여전히 그런
처벌과 탄압을 하지 않고 견딜 수는 없겠죠. 단, 한번 생각해보시면 이제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
하게 되면 북한같이 세뇌되고 감시 체제가 여전히 살아 있는 한에서는 사람들이 ‘김정은 만세’를
부를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반정부 투쟁이 벌어지게 되겠습니까? 사람들이 먹는게 제일 중요하
거든요. 김정은이 너무 잘해주고 있잖습니까, 그러면 굳이 나서서 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반감
을 가지는거죠. 먹고 살고 그 다음에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인데, 당분간은 주민들의 의식 수준
이 그런 어떤 활동가가 나오거나 해도 따라가지 못할 겁니다. 설사 나온다고 해도 공감을 얻지는
못하겠죠. 김정은이 우리를 잘 살게 해주는데, 왜 나서서 그러냐고 하지 않겠습니까? 김정은 역
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겠죠. 우리가 새마을운동을 한 것처럼 ‘우리도 허리띠 매고 잘 살아보세’
이럴거 아닙니까? 박정희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잘 살아보자는데 자꾸 딴지 거는 놈들은 인민들
이 원망을 하겠죠.
지 – 박정희 정권때처럼 잘 살아보자고 하는데.
주– 경제력에 집중해서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야 되는데, 북한은 70년 동안 뭉쳐야 된다고 하는
집단주의가 강하지 않습니까? 뭉쳐야 되는데 이상한 소리 하는 사람이 나오면 ‘저 놈 때문에 우리
가 더 잘 살 수 있는데, 못산다’고 하겠죠. 반체제 세력들이 당분간 등장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지 – 그간 김정은에 대한 이미지는 종잡을 수 없고, 고모부를 고사포로 쏴죽이고, 형도 살해하고
그런 미치광이 독재자의 이미지였는데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보여지
는데요.
주 – 한국 사람들의 여론이 원래 그래요.(웃음) 북한도 마찬가지지만, 예전에 남북 관계가 최악
일때 저한테 그랬습니다. 그 분도 경제 교류를 하자고 하는 사람인데,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너무
커져서 앞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리냐?’고 하는데, ‘아이 걱정하지마, 북한 예술단 내려
오고, 같이 볼 몇 번 차고 나면 사람들이 좋다고 할꺼야’라고 했는데요.(웃음)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는 너무 변화무쌍한 사람들이어서요. 모든 나라가 다 그렇겠지만, 우리는 감정적으로 왔다갔
다하는 면이 큽니다. 그러다가 김정은이 안좋은 모습을 보이면 악화되겠죠.
지 – 감성적인 민족이어서 그런걸까요?
주 - 글쎄요. 민족 정서를 자극하면 안되죠. 제가 한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될수록 ‘한국 국
민은 어떻다’고 얘기를 하는 것은 자제를 합니다. 왜냐하면 어쨌든 이방인인데, 이방인이 와서 이
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굳이 그래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구요.
지 – 남한에서 기자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요. 제일 힘든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나요? 오해도 많이
받으셨을 것 같구요. 외롭기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주 – 글쎄요. 힘든 것 보다는 저는 한국에 와서 기자하기를 너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와서
여기서 어떤 직업을 택했을지 생각을 해보면요. 여러 선택이 있겠죠. 회사 들어가서 회사원으로
살 수도 있고, 아니면 무슨 단체에 들어가서 단체장을 했을 수도 있겠구요. 한국에서 소위 잘나가
는 사람이 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법조인이 된다거나 외교관이 된다거나 의사가 되는 일은 어렵
죠. 그런데 그 와중에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자리가 결국은 기자가 최선이라고 생각했구요. 그때 판
단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돈벌려고 온 몸이 아닌데, 자기 할 소리를 하고, 그래서 남북 관
계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이런 역할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만족하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 쭉 놓고 봐도 ‘저걸 했으면 좋았을까’ 하는 것은 없습니다.
지 – 동아일보에서 기자를 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운신의 폭이 더 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안에서 불편해 하겠지만, 남북 문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거나 싫어하는 사람들
을 설득하는 방편도 될 것 같구요. ‘동아일보에서 이렇게 얘기했는데’ 하고.
주 – 동아일보에 들어와 있는 것도 상당히 좋은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진보신문에 들어가서, 저
같은 경우는 북한 비판 많이 하는데, 그러면 신문이 괴롭지 않겠습니까? 동아일보에서는 북한 비
판 마음대로 해도 됩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서 이것은 우리가 오해하고 있고, 북한이 이것은 잘
하는 것이다’라고 쓰게 되면 동아일보에서 받아들이지 않을거다 싶지만, 우리 회사가 상당히 개
방적입니다. 그래서 칼럼을 뭘 써도 저한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참 열린 조직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구요. 제가 언론사 선택을 할때 동아일보를 선택한 것은 사실은 보수나 진보
다, 이것이 아니구요. 저는 그때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었죠. 한겨레에서 탈북자를 뽑는다고 했으
면 한겨레신문에 갔을 겁니다. 그런데 진보 언론들은 탈북자가 필요없거든요. 어쨌든 이 사회에
서 진보라는 쪽에서 보면 배신자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으니까요. 장사가 안되는거죠.
탈북자를 갔다놨을때 그들의 독자한테는 장사가 안됩니다. 그리고 동아일보를 선택한 가장 큰 이
유는 보수 언론이어서가 아니고, 제 논조와 맞아서가 아니고, 동아일보가 북한에서는 가장 브랜
드 이미지라고 할까, 그런 것이 가장 높은 신문입니다.
지 - 전통이 있는 신문이니까요.
주 - 한국 신문 중에서 조사를 해보면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동아일보의 선호도나 인지도가 1
위일 겁니다. 제가 북한에서부터 봤고, 좋아하는 신문이었구요. 그래서 나중에 북한에 돌아갈 입
장이라 생각했을때 그 어느 신문보다는 제가 동아일보 기자였다는 것이 확실하게 각인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은 한국의 1등 신문이 뭔지, 몇부를 발행하는지 모릅니다. 역사를 보는거
죠. 동아일보는 일제시대때부터 항일 보도도 많이 했고, 쭉 야당신문으로 독재하고 맞서 싸워왔
구요. 그런 신문의 이미지가 상당히 강한 거죠. 그래서 언론사 중에서 이왕이면 동아일보에 들어
온 것도 저로서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된 것도 최고고, 동아일보 기자가 된 것
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회사에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
각합니다.
(2)부에서는 주성하 기자가 탈북을 결심한 이유 등을 이야기합니다.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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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기자 인터뷰(2) 내가 탈북한 이유
https://tiprich.com/sibidori/4930831588495961

2부가 엑기스네요. ^^ 지면 관계상 공개하지 못했던 내용들이 오히려 주옥 같습니다. 최초 공개네요. 어쩌면 지승호 인터뷰의 유일한 미덕이 어디에 있는지 느낄 수도 있는 텍스트입니다. 부디 일독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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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 젊으셨을때부터 길게 보시는 편인가요? 지금도 통일 이후까지 생각하시고 활동하시는 것
같은데요.
주 – 그렇죠. 제가 탈북한 이유도 인생을 걸고, 길게 봤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체제가 말하자면
저한테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아주 이건 봐주기 어려운 살아가기 어려운 괴로운 사회는 맞았습
니다. 그렇지만 저 같은 경우는 졸업하자마자 북한에서는 간부입니다. 동창들도 실제로 돈 많이
벌고, 잘나갑니다. 제가 이 체제가 언제까지 갈거냐, 이런 생각을 쭉 해봤는데요. 한 10년만 간다
고 하면 어떻게든 거기서 버티고 있었을 겁니다. 저는 3대까지는 예상을 했습니다만, 김정일이 죽
고, 3대는 올라서겠는데, 오래는 못간다고 생각했습니다. 5, 6년을 버틴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정일이 죽는 시점을 보니까, 김정일은 건강이 안좋으니까 아버지보다 10년은 앞당겨서 죽을
것이다, 이렇게 판단을 했습니다. 2014년쯤에 죽고, 후계자가 5년은 간다고 봤습니다. 70년을
닦아놓은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5년은 버틸 것이다, 그 다음은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보게 되면 제가 40대 중반이거든요. 그때 북한 체제가 붕괴된다고 생각했을때, 그러면 제
인생은 방향타를 잃고, 헤맬 것 같았습니다. 그 독재 체제에서 사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세가지입니다.
그 체제에 순응해서 적극적으로 간부가 되어서 승진하는 경우가 있구요. 하나는 사상을 숨겨가면
서 때를 기다리는 방식이 있구요. 세번째는 맞서 싸우는 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를 우리는
선택할 가능성이 크구요. 거기서 좋은 학부 나오고, 간부니까 40대 중반쯤이면 꽤 높은 자리에 올
라가 있을텐데요. 그때 체제가 붕괴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제 인생은 거기서 끝나는 겁니다. 그
렇게 해서 숨겨 가지고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수는 있겠죠.
그때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입니다. 저항해서 싸우는 것은 북한 같은 사회에서는 가능
성이 거의 희박하고, 한번 태어난 목숨을 의미 없이 버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의미가 있었다면
제가 버리겠지만, 의미가 없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일생을 바쳐서 가야 될 길을 가야되겠
다, 그런데 제일 두려웠던 것은 가다가 죽을 수 있잖아요. 엄청 위험한 길이었구요.
지 –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거니까요.
주 – 그런데 인생을 한번 걸어보자, 성공을 하면 인생을 바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을
하고 떠난거죠.
지 – 때를 기다려서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늦는다고 판단을 하셔서.
작성일 : 2020.05.03 539 0
주 – 북한 체제가 20년은 더 간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제가 넘어 온 다음에도 한 20년 갔죠. 만약
그랬다면 제 청춘 20년은 그냥 날려 먹은 것이 되는거죠.
지 – 한번도 후회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가족 분들 생각도 나실텐데요.
주 – 온 선택에 대해서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가족이라든지 이런 문제는 가슴 아픈 부분도
있지만, 제가 그걸 각오하고, 감수하고 떠난 길이기 때문에요. 그건 제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받
아들여야죠. 저는 인생을 살면서 지금도 마찬가지인데요. 사람이 어떤 길을 가는데, 이쪽으로 가
면 51%, 저쪽으로 가면 49% 이런 결론이 나왔다고 쳐보세요. 51로 가려고 하면 49가 얼마나
뒷다리를 잡겠어요. 그러면 앞으로 못나가는 겁니다. 51을 선택했으면 49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잊거나 버리는 것이 빨리 가는거죠. 그리고 49를 선택했어도 51이 잡았겠죠. 제 선택의 기준에
대해 후회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 – 김일성 대학이라면 남한의 서울대보다 더 들어가기 힘들 것 같구요. 졸업하면 그 사회의 엘
리트가 되는 것이 보장되는 코스 아닌가요?
주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 - 사상적으로 의심이 되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어느 정도 직업 선택의 보장이 되는 것이 아닌가
요?
주 – 그렇긴 한데요. 김일성대 들어가기야 서울대 들어가기보다 인구 비례로 따졌을때 조금 더
어렵기는 합니다. 서울대를 한 4000명을 받는다고 치면 김일성대는 똑같은 인구 조건이라면 25
00명~3000명 사이를 받습니다. 졸업하면 개인 능력에 따라서 자격은 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서
울대 법대 나왔다고 해서 사법 고시를 통과하는 것은 아니듯이 꼭 출세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
다. 인생은 결국 만들어가는 겁니다. 그 이외에 자기가 출세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집안 출신
성분이나 집안 재력이라든지, 인맥이라든지 이런 것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거든요. 그러니까 뭔가
자격은 갖춰졌는데, 그 이상 발전하는 방향으로는 결국은 여러 가지 변수들이 많죠.
지 - 그건 남한과 같네요.
주 - 김일성대도 역시 통으로 하나만 볼 수 있는 대학이 아닙니다. 우리 서울대에서도 법학부가
쎄다고 하지만, 농경대 같은 곳이 있지 않습니까? 서울대 농경대 보다는 지방의 의대가 오히려 높
지 않습니까? 그것과 똑같습니다. 김일성대라고 해도 김일성대 자연과학부 보다 스펙이 더 좋은
데가 훨씬 많습니다. 김일성대 자연과학부 가기 보다는 외대에 가고, 상업대에 가고 그러는거죠.
거기도 인문학 계열에 비해서 이공계에 대한 기피 현상, 차별이 우리보다 훨씬 더 심합니다. 그래
서 김일성대도 다 똑같지는 않습니다.
지 – 공대하면 김책 공대 이렇게 알려진 것처럼.
주 – 그렇긴 한데요. 김일성대의 대다수 학과는 평양 외대보다 못합니다. 결국 북한은 졸업해서
달러를 만질 수 있는 직업이 최고거든요. 가난한 나라니까. 우리가 의대 가는 것이 돈을 많이 버니
까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달러를 만질 수 있는 것, 권력을 쥘 수 있
는 것을 찾는데, 이공계 나와서는 그렇게 안되거든요. 그러니까 평양 외대, 상업대학은 실질적으
로 물자를 쥐고 움직이는데니까요. 이쪽이 김일성대 이공계 보다는 선호도가 높습니다.
지 – 북한 체제에 대해서 ‘아, 내가 여기서는 못 견디겠다’고 생각한 어떤 계기가 있으신건가요?
주 – 저는 그 체제가 가고자 하는 사상과 이념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었죠. 제가 북한에서 탈북할
때까지 매일 책을 하루에 한권씩 읽었습니다. 책을 펼쳤다가 다음날이 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리고 열여섯살 때 <공산당 선언>을 읽었습니다. 그게 금지도서였거든요.
지 - <공산당 선언>이 북한에서 금지도서인가요?(웃음)
주 - 어느 집 장례식에 갔는데, 50년대 출간된 책이 숨겨져 있더라구요.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
지만, 일단 읽었습니다. 그때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제가 대학에 들어갔는데, 공산주의에 대해서
배우지 않습니까? 공산주의 강의 시간에 제가 아주 반동 같은 질문을 했죠. ‘공산주의는 능력에
따라서 일하고, 수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다’, 한마디로 이렇게 가르치는데요. 제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그때 제가 만 17살때인데요. ‘교수님, 이해가 안되는게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국제 대
회에 가서 금메달을 받기 위해서 10년을 청춘을 바쳐서 장가도 못가고 노력해서 금메달을 땄습니
다.
그런데 이 사람은 수요가 하나다, 저 농촌에서 전기가 안 나와서 밤에 자고 깨어나면 애를 쑥쑥 만
드는 집안에서 부부간에 다섯을 낳았다고 할때는 수요가 일곱이다. 그러면 이 사람은 하나고, 이
사람은 일곱을 받아야 되는데, 이것은 공정한거냐, 누가 그러면 열심히 노력하겠냐?’고 질문했더
니 강의실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웃음)
그게 공산주의의 근본을 건드리는 반동 짓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거든요. 교수도 당황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지도는 사상을 개조해서 모두가 능력에 따라 일하게끔 하는게 우리 목표라고 하더라
구요.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죠. 아니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하는 사람이, 얼만큼 사상 개조를
하면 농민들이, 그렇게 될 수 있나요? 제가 농촌에서 자라서 알지만, 아무리 사상 개조를 해도 그
사람들은 죽을 둥 살 둥 안합니다. 그게 가능한 일이냐, 그런 의문을 표시했죠. 지금 돌아보면 그
게 제가 공산주의에 대한 핵심을 건드린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이기심을 사상 개조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런 의문을 품었는데요. 제가 다니는 학부는 북한에서 제일 부잣집 학생들이 다녔습니다. 그러
니까 사회주의가 모두가 평등하고 골고루 잘산다고 했는데요. 그 사회의 부익부빈익빈에 대해서
너무나 뼈저리게 느낀거죠. 저는 농촌에서 온 놈이고, 저 신안 어느 염전에서 올라온 놈이고, 서울
대 법대에 가서 강남의 놀새들하고, 오렌지족들하고 같이 공부를 한거잖아요. ‘어, 이거는 자본주
의인데, 이건 사회주의가 아닌데’ 점점 더 격차가 커지는 것이 보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가
는 방향이 잘못됐다고 판단을 했구요. 그래서 사이비 공산주의로 가는게 아닌데, 왜 갔지, 하는 의
문을 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계기는 고난의 행군때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지 않습니
까? 여기 저기 시체가 막 뒹굴고 그랬었죠.
가장 방향타가 됐던 사건은 딱 하나죠. 북한에서 기차를 타고 가면 일주일씩 갑니다. 방학때. 기차
가 전기가 없다 보니까 가다가 서고 가다가 서고 하는데요. 아무데서나 예고없이 섭니다. 그래서
떠날때는 식사를 일주일 분씩 마련해가지고 떠나야 되는데요. 그래야 굶어죽지 않으니까요. 산골
짜기에 서고, 또 서고. 그때가 95년 겨울로 기억합니다. 어머니가 주먹밥을 스물 몇 개 만들어줘
서 배낭에다 메고 갑니다. 기차가 어느 역에 서면 사람들이 밖에 나가서 불을 피우고 그럽니다. 불
을 펴도 기차 떠날 때 친절하게 경적을 울려주고 그러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모닥불을 피워놓고 군인들이 삥 둘러서서 추위를 피하는데요. 거기서 노
래소리가 들려서 갔죠. 아주 작은 여자 애가 노래를 부르는데, 그렇게 잘 부를 수가 없어요. 꽃제
비들이 얼굴이 쌔까만데, 씻지를 못했는데도 그렇게 이쁠 수가 없어요. 그런 애들이 노래 부르고
군인들이 먹거리를 주면 얻어 먹고, 기차를 따라 타고 갔다가 서면 노래 부르고를 반복하는데요.
먹을 것을 줬는데, 20미터 떨어진 구석에 앉아 있는 남자 애한테 먹을 것을 주더라구요. 그래서
불쌍해서 어머님이 주신 주먹밥을 한 개를 가지고 갔습니다.
먹으라고 주면서 얘기했죠. ‘너 몇 살이니?’ 하니까 아홉살이래요. 엄마 아빠는 굶어서 죽었다고
해요. 맨날 듣는 질문이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더라구요. 남자 애는 일곱 살이라고 하는데,
‘동생이니?’ 하니까 석달 전에 다른데서 만났대요. 친동생도 아닌데, 아홉 살 짜리가 돌봐주면서
데리고 다니더라구요. 남자 애가 배고프니까, 남자 애가 세번을 먹는데, 여자 애는 한번을 먹어요.
남동생을 바라보는 눈빛이 진짜 흐뭇하게 보는거예요. 저는 이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나는데요. 제
가 그 눈빛을 보고 인생 최대의 분노를 느끼고, 마음 속으로 오열했습니다. 누가 너희들을 이렇게
만들었냐, 인간의 최대한의 휴머니즘을 아홉 살 짜리한테 배운거죠. 그렇게 이쁘고 노래 잘 부르
는 애가 남을 석달째 데리고 다니면서 돌봐주는데, 자기는 얼마나 배가 고프겠어요.
그것을 보고 진짜 주먹이 부르르르 떨리고, 그래서 내가 이 체제를 목숨을 걸고 뒤집어버려야겠다
고 생각했어요. 그때 제 동창들은 평양에서 용돈으로 한국식으로 말하면 하룻밤에 몇천만원씩 뿌
리고 다닐때였거든요. 그런 꽃제비들이 보통 석달을 못버티고 죽습니다. 그래서 올라가서 비밀조
직을 만든다고 동지들을 모았었구요. 그래서 제가 제 인생의 기준점이라고 할까, 항상 의심이 들
때마다 그 애의 눈빛을 떠올립니다. 제가 떠났던 것도 그렇고, 지금까지 사는 것도 그 눈빛에 부끄
럽지 말자, 그게 제 인생의 기준입니다. 흔들리거나 힘들거나 할때 걔를 생각하는데요. 지금 살아
있으면 서른살쯤 됐겠죠. 어제도 또래 사람을 보면서 걔가 생각나더라구요. 그런 인민들을 굶어
죽이는 체제가 도저히 용납이 안되더라구요. 제일 아픈 얘기고, 그 애를 생각하고 그 애에게 부끄
럽지 않게 살자고 다짐을 합니다. 그런 일이 다시 있으면 안되겠죠. 그게 제 인생의 좌우명입니다.
지 – 탈북 대학생 모임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나중에 통일이 되거나 남북 교류가 활
성화되면 그 대학생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도움이 주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
주 –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할거라고 봅니다. 이것은 뭐냐하면 남북 관계가 열
리게 되고, 북한과 교류가 되게 되면 북한이 외국의 신용을 얻기 위해서 우리가 달라졌음을 보여
주기 위해서 꺼내들기 가장 쉬운 카드가 탈북자들을 받아들이는건데요. 지 -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주 - 우리가 믿을만한 나라고 인권도 달라졌다, 지금도 탈북자가 북에 가
면 처벌을 안합니다. 문을 열면 더하겠죠. 그렇게 되면 탈북자들의 80%는 돌아갈 수 있다고 봅니
다. 북한 입장에서 볼때 큰 죄를 짓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그러면 나이든 사람이 들어가면 뭘 하겠
습니까? 탈북대학생들은 한국 기업이 들어갈 때 개척자죠. 그 쪽도 경험을 해봤고, 이곳의 민주
주의 상식도 배웠고, 이만한 인재가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누가 가이드를 하겠습니까?
그래서 돌아가야 된다고 생각하구요. 저는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돌아갈 거라고 봅니다. 그래
서 큰 역할을 할건데, 탈북자들이 뭘 만들기도 어렵고, 지금 사실상 방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다
끼리끼리 분열되어 있고, 서로 네트워크가 없습니다. 저는 큰 꿈은 같이 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임들을 이렇게 가보면 스무명, 열몇명, 이런 한계를 못 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공간으로서의
중심점이 있어야 아이들이 모이게 되고, 모이게 되면 나름대로 비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하
고 싶은 것에 대해서 서로 서로 규모가 되니까, 봉사할 사람 하면 엄청나게 찾을 수 있지 않습니
까? 한국에 한 3000명의 탈북자가 있고, 서울에 2000명이 있는데요. 열몇명이 모여서 뭘 하게
되면 선택의 여지가 열몇명 밖에 안되는거죠.
2000명을 대상으로 뭘 하자고 하면 거기서 진짜 하고 싶은 애들을 모을 수 있잖아요. 뜻 맞는 사
람들끼리 뭔가 만들어야 되는데, 공간이 없어요. 공간이 전혀 없다고 하면 ‘아니 우리도 있다. 대
학 강의실도 있다’고 하겠지만, 그건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지원한다거나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공간을 만들었다고 쳐도 어떤 기업에서 만들었거나 이렇게 하게 되면 결국 종속됩니다. 꼭 이용해
먹으려고 들어요. 이번에 우리가 뭘 하는데, 너희들이 나서서 해달라고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기
업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을 거절했습니다. 외풍이나 이용당하는 것을 없애줘야 되니까요.
그래야 또 애들이 옵니다, 그래서 저도 참견을 안할 겁니다. 어른들이 참견하면 안됩니다. 이해관
계를 통해 이용해 먹자고 하는 그런 여지를 차단해주려고 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구요. 두 번째로
만들어놨는데, 오라고 하면 올 수 있는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탈북자 사회에서도
한국 사람이 오라고 하면 이질감이 있죠. 공감해주고, 자기들이 좋은 사람들한테 오는 것 아니겠
습니까? 탈북자 사회에서도 그럴만한 권위가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
는 대학생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아직까지 저를 좋아해주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맏형으로
서 구실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몇 살 안남았습니다. 그럴때, 지금쯤에는 그걸 해야겠다, 제가 항상
무언가를 할때 이건 내가 안해도 딴 사람이 해도 된다면 안합니다. 그런데 이건 내가 해야 되겠다
싶은 일이죠. 제가 안하면 누가 안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건 내가 총대를 메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거죠.
지 – 주성하 기자님은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신가요?
주 – 제 개인적으로 한계는 있을 겁니다. 저는 북한 체제를 너무 많이 비판했거든요. 거기 가면
빼도 박도 못하는 반동이죠.
지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이 변했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려면 ‘주성하 기자가 취재를
와라’ 할 수도 있지 않나요?(웃음)
주 – 갈 수는 있겠지만, 한번이겠죠. 북한 사람들이 다 보게끔 글을 써서 북한 사람들에게 보여줄
리도 만무하구요. 가령 김정은 인터뷰를 해서 한번은 보여주겠죠.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나 싶구
요. 기본적으로 북한 당국에 이용 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하라는 것에 따라서 따라가고
싶지는 않구요. 그래서 평양 지국 같은데, 평양지국장으로 오라고 해도 저는 북한에서 아마 기분
나빠할 기사들을 많이 쓸겁니다. 비판하고. 그건 북한이 수용 못하겠죠. 그런 것은 한국 기자들이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북한을 바라보면서.
지 – 후배들을 키워내는.
주 – 키워낸다는 것은 너무 건방져 보이구요. 키워내기 보다는 대학생들을 서포팅해주는 역할
을, 그들이 필요한 것들을 풀어주고, 말하자면 후방 사령관 같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무슨 리더
나, 나의 사상을 주입해주는 사람이기 보다는 그 애들보다 많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많은 힘
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활용해서 후방사령관이 되겠다는 겁니다. 걔들이 필요한 것을 지원
하는 서포터. 신뢰받는 서포터가 되고 싶은거죠.
지 – 2~3년내에 탈북자의 80% 이상이 고향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기자님은 어려
울 것 같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주 – 저는 1%도 아니고, 0.1% 안에 들어가죠. 북한 탈북자들이 1%면 3만명이니까 300명이구
요. 0.1%면 30명입니다. 제가 30명 안에 안 들어가겠습니까?(웃음) 제가 그동안 북한에 대해
서 비판한 글들을 몇백만명이 보고, 거기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3명이 될 수도 있죠. 탈북 운동권
들보다 제가 훨씬 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불편하겠죠. 김정은을 한번 비판하면 몇백만명이 보
고, 이만한 자료가 있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아마 저는 만약에 받는다면 마지막이 될 것 같구
요. 김정은 체제가 끝난 다음에나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 – 어쨌든간에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된다고 해도 4대 세습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시나요?
주 – 저는 그렇게 봅니다. 만약에 가능하다면, 조건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태국의 국왕처럼, 태국
시스템처럼 존경받는 왕 비슷하게 물러나고 실권은 총리한테 맡겨놓는 경우에는 가능할 수도 있
다고 생각하는데요. 상징적인 것으로. 그런데 김정은이 지금 나이로 보면 앞으로 몇십년을 해먹
을 수도 있잖아요. 그때의 시스템에서 그것을 허용할까, 그렇지는 않을거라고 봅니다.
지 – 외부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나면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구요.
주 – 달라지겠지만, 민중 봉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큰 문제는 김정은의 건강
상태죠. 체형을 보니까 고혈압, 통풍, 당뇨가 다 있는 것 같은데요.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저 몸으로
얼마나 버티겠느냐, 10년 버틸까, 20년 버틸까, 그거지, 내부에서 폭동이 벌어지거나 암살이 있
거나 혹은 쿠데타가 일어나거나 이럴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고 봅니다.
지 –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될 수도 있겠네요.
주 – 자연스러운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죠. 세상에 50대도 못채우게 되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역사에 만약은 없고, 동독이 무너질 것을 누가 알았겠습니까만, 제 예측이 틀
렸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합리적으로 놓고 봤을때는 김정은 건강이 제일 큰 변수다, 물론 김
정은이가 악정을 해서 지금과 다르게 하면 사람들이 분노해서 폭동이 일어날지 모르겠습니다. 그
런데 지금까지 보면 독재자로서 김정은의 점수는 상당히 높게 줄 수 있습니다. 독재하는데 뭐가
필요하고, 뭘해야 되는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 – 머리는 좋다는거죠?
주 - 그렇습니다.
지 - 어쨌든 기자님이 글을 쓰면 여러군데서 촉각을 곤두세울텐데요. 태영호 공사도 기자님을 보
고 남한행을 결심했다고 얘기를 했었습니다. 북한 쪽에서 피드백이 있나요? 보는 것 알고, 일부
러 ‘북한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주 – 피드백이야 확실하게 있죠.
지 - 어떤 식으로 오나요?
주 - 김정은이 젊어서 그런지 예전에 제가 초기에 쓴 기사에 대한 반응이 신속하게 나왔습니다.
그런 사례를 열 개 이상 들 수 있는데요. 가령 새해에 김정은이 평양고아원을 찾아갔어요. 제가 그
러면 원산고아원 애들의 진짜 가슴 아픈 얘기를 쭉 쓰면서 평양만 챙기지 말고, 지방 고아원은 어
떻게 사는지 아냐고 썼습니다. 다음 첫 방문지가 원산 고아원을 갔습니다.
지 - 하하.
주 - 농촌을 한참 안가는 거예요. 지금 5월달에 전국민은 농사 짓느라 고생하는데, 농사가 얼마나
중요한데, 벌어먹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냐, 하긴 지가 가서 작물 이름은 알겠냐, 라고 했더니 또
농촌을 갔습니다.(웃음) 또 한번은 ‘집권 3년인데, 함경도는 한번도 안가냐, 암살 때문에 두려워
서 그러나’, 그랬더니 함경도에 바로 갔구요. 그 다음에, 이건 신문에도 안쓰고 블로그에만 했는데
요. 가령 AN2기를 가지고 북한의 특수부대가 침투하는 것에 대해서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위험
스럽다는 논쟁이 붙었습니다. 저는 10만명은 불가능하다, 낡은 나무 비행기를 가지고 스무명이
나 태우고, 5000번 왕복해야 되는데, 그게 가능하겠냐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건 블로그에서만 한
겁니다.
김정은의 다음번 방문지가 침투 훈련을 순안공항에서 하는 것을 봤더라구요. 북한 미사일에 대해
서 논쟁을 했는데, 이것도 블로그에서만 했는데요. 북한 스커드 미사일이 오차 범위가 너무 커서
북한이 갖고 있는 스커드 미사일을 쏟아부어도 활주로 하나 부수기 힘들다고 어느 미국의 논문까
지 인용해서 썼는데요. 쪼르르 미사일 공장에 가서 세계 최고로 정확한 미사일을 만들라고 하더라
구요. 이런 식으로 김정은이 제 기사를 열심히 본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제가 한번 그 얘기를 했
어요. 자꾸 얘기하니까 잘 움직이네, 하니까 그 다음부터는 티를 안내는데요.(웃음)
보기는 할 겁니다. 김여정도 와서 봐요. 그런 증거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이렉트로 영향을 미치
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의 당장 반응이 없지만, 태영호 공사같은 경우도 앉아서 내 글을 다 읽었다
고 하는 얘기를 와서 안했으면 누가 압니까? 제가 북한 외교관들이 다 볼거라고 하지 않았습니
까? 결국은 그렇습니다. 제 블로그 같은 북한 관련 사이트가 전문 뉴스 사이트도 있고, 엄청 많잖
아요. 저는 블로그 하나지만, 방문자 수가 한국에서 최고로 많습니다. 2등보다 몇배로 많습니다.
한국에서 최고로 많으면 북한에 관해서는 세계에서 최고로 많은 것 아닙니까? 북한에 대해서 검
색을 해보면 제가 10년 동안 쓴 글들이 다 모여 있으니까, 구글에 뜨니까 안볼 수가 없습니다. 김
정은 같은 경우는 인터넷을 하지 않습니까? 자기 집무실에 인터넷이 있고, 한국 언론 보면 이것들
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것이 제일 궁금할 수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찾아오다보면 제
블로그에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정보도 제일 많고, 토론도 활성화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까
여러군데서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무슨 내용이냐 하면 북한 정보들을 보내오는데요. 북한 사람
입니다.
지 – 중국에서 오는 건가요?
주 – 해외에 있는 북한 사람들이 연락을 줍니다. 제 글들을 열심히 읽다가 연락을 하는거죠.
지 – 블로그에 북한 탈출하는 분들에게 연락을 하라고 GMAIL 주소를 올려놓으셨는데요. 자주
연락이 오나요?
주 – 오죠. 오니까 올려놓은건데요. 그런데 그것도 역시 먹여 살리기 힘듭니다.(웃음) 그 사람들
은 댓가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돈을 주고 하다보면 회사에서 정보비가 따로 나오는 것도 아닌데
요. 아마 한국 기자 중에 제가 정보비를 제일 많이 쓸겁니다. 두 번째로는 밥을 제일 많이 사주는
기잡니다. 제가 주로 만나는 취재원들은 대학생 탈북자들이니까요. 그래서 얻어 먹기 보다는 밥
사주는데, 월급가지고는 상당히 지탱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항상 저는 돈 벌어서 통장에 남는 것
이 없습니다.
지 – 강연 같은 것도 많이 하시잖아요.
주 – 많이 버는데, 버는 것만큼 또 나가요. 쌓아두지는 않는데요. 돈은 마음 먹으면 언제든지 벌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제가 온 것이 돈 벌기 위해서 한 것이라면 제 인생이 비참하지 않습니까?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버리고 왔는데요. 돈 벌기 위해서 하는 인생은 되고 싶지 않구요. 있는 것만
큼 씁니다. 많은 번 것만큼 쓰구요.
지 – 남북이 정상회담을 하고, 판문점 선언이 나왔는데요. 서로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될텐
데요. 그러면 뭘 제일 중요시해야 될까요?
주 – 지금 우리 분위기야 보수라는 사람들이 다 깨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마라, 어째라, 하는데
요. 보수도 결국 저러다가 자멸을 하겠죠. 자유한국당들 하는 것을 보니까 지금 방향타를 잘못 정
하고 있는데요. 정당이라는 것이 지지를 받아야 득표를 하고, 정권을 잡는 것이고, 그게 존재의 이
유가 아닙니까? 지금 지지율이 어디가 있는지 보이면 그걸 끌어와야지, 10%, 20% 밖에 안되는
내것만 찾아먹겠다는 것은 그건 진짜 내 밥 그릇만 챙겨먹겠다는 것이지, 책임 있는 정당이 할 일
은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주 보수적인 시각들이 있지 않습니까? 태극기 부대라든지, 끝
까지 하고 하는데요.
어느 사회나 완고한 층들이 있죠.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빨리 죽게 하고, 얼마나 남북 교
류협력에 대해서 공감하는 사람들의 퍼센테이지를 늘이느냐, 이게 핵심인데요. 저는 보수를 반대
하는 사람도 아니고, 보수, 진보에 갇혀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왔다 갔다 하는데요. 제 기준은 상
식입니다. 제가 지금 막 태극기 흔드는 사람들, 말도 안되는 말을 하는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것
은 상식의 개념에서 말이 안되는 얘기를 하니까 이런 세력들은 소멸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상식적
인 보수가 나오게 되면, 모든 나라의 목소리가 한쪽으로만 쏠리는 것도 안좋거든요. 견제를 해야
되는데요. 문제는 상식적으로, 실리와 상식으로 견제를 해야 됩니다.
지금 보니까 실리와 상식이 아니고 자기 기득권을 위해서 견제를 하는 겁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
런 세력은 소멸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구요. 나라와 민족을 위한 보수를 보고 싶어요. 자기 밥그릇
이 아니고. 물론 전부 나라를 표방하지만, 보면 보이지 않습니까? 무엇을 찾아먹으려고 하는지.
지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
주 – 지금 홍준표 대표는 남북 관계에 있어서 지금 판을 흔들고 있는데, 그럴려면 남북 관계에 대
한 가치관이라든가 중심이 딱 잡혀 있어야 합니다. 시각 교정이 아직 안 됐습니다. 그래서 말을 막
하고 있는데요. 그 나이에 시각 교정이 되겠습니까? 그게 좀 답답하죠. 저는 자유한국당은 사라
져야 될 정당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홍준표 대표가 진짜 핀 나간 소리를 계속 하지 않습니까? 국민
정서와 분위기와도 맞지 않고, 국민이 바라는 것과도 전혀 반대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요. 문제
는 하나의 정당이라는 단체가 어느 한 사람의 목소리에 휘둘려서 나머지, 의원이 100명도 넘는
데, 전부 가만히 있어요. 이게 당입니까? 우리가 독재가 아니고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데, ‘그건 아
니다’라고 하는 견제가 있어야 되는데요. 자정 기능을 상실했어요. 그러니까 존재 가치가 없다고
하는거구요.
물론 다 개개인의 원죄는 있겠죠.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따른. 저는 지금 자유한국당에서 해야 되
는 것은 MB하고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남북 관계 다 망치고, 그때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는데요.
그것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되는데요. 반성은 안하고 말이죠.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이렇
게 이렇게 해서 여건상 안됐다고 말하면 되는겁니다. 남북교류와 협력의 시대인데, 얼마든지 가
령, 보수도 상식적이면 ‘우리가 제재와 압박을 해서 얻자는 것이 바로 이거였다. 우리가 대화의 장
으로 끌어냈다. 그래서 MB와 박근혜가 열심히 해서 영향을 미쳐서 대화에 나오지 않았냐.
유감스럽게 지금은 대화의 의자는 문재인이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가 하려던 바가 그거였으니까,
잘 마무리해주기를 바란다. 국익에 맞게 처리하고, 잘되길 바란다’ 이러면 보수 야당으로서 바람
직인 스탠스를 취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여망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20~30%만 보고
사니까 확장성이 없는거죠. 지금 문재인이 정권을 잡은지 1년이 넘었는데도 지지율이 80%까지
가는 것은 문재인이 잘하는 것도 있지만, 저쪽이 너무 지리멸렬해서 그런거죠. 그리고 남북 관계
관계라는 것이 리스크가 크잖아요. 지지율에 있어서. 잘될때는 80%인데, 잘 안되면 확 가라앉을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 운이 좋은 것이 김정은이 굳이 그런 리스크를 안겨주지 않습
니다. 자기들이 경제 발전을 해야 되니까, 계속 궁합이 잘 맞을 겁니다. 그러니까 운이 좋은거죠.
짝사랑에 그치지 않고.(웃음)
지 – 말씀하신데로 이 그림의 70%를 김정은이 그려놓고, 큰 형님 대하듯이 상의하고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문재인의 입지를 만들어주는 면도 있는 것 같은데요.
주 – 돈이 있으니까, 북한도 돈이 최고입니다. 돈을 끌어와야 되니까 아쉬운 사람이 머리를 숙여
야 되니까요. 비유를 맞춰줘야 돈이 나온다는 것을 아는거죠.(웃음)
지 – 지금은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에 대해서 적개심이나 나쁜 감정이 없다, 오히려 동포로
생각하는 부분이 큰데, 통일을 하거나 교류를 많이 하고 3개월 정도 지나면 그 자존심 쎈 사람들
이 남한 사람들에 대해서 적개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주 – 그건 북한이 붕괴되었을 경우를 상정한거구요. 붕괴되었으면 눈에 뵈는게 없으니까 막할거
잖아요. 지금은 북한 체제가 건재하기 때문에 그렇게 막 나가지는 않아요. 그래서 교류 협력의 시
대를 서로가 실망하게 하거나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도 되게 조심할 것이구요. 우리가
거기서 성매매 업소를 만들겠습니까? 룸살롱 가서 여자들하고 놀 환경이겠습니까? 그건 안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을 그렇게 대할 일은 없구요. 우리 유명한 갑질 문화, 그것도 막
부릴 환경이 아니잖아요. 갑질 문화 당해보면 북한 사람들 눈이 번쩍 띄겠지만, 그런 갑질 문화는
북한 체제가 존재하는 이상은 형성이 안되는거죠. 그런 것은 괜찮습니다.
(3)부로 이어집니다.




주성하 기자 인터뷰(3) - 팁리치
주성하 기자 인터뷰(3)

지 –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것도 많고, 경제 분야에 관해서도 북한의 지하자원이
생각보다 없다고 하셨는데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북한과 경제 교류협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
십니까?
주 – 경제협력방안이라는 것이 결국 저렴한 인건비를 따먹는거죠. 김정은이 정권이 존재할때만
저렴한 노동력이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을 활용하는거죠. 붕괴되면 사람들이 임금이 비
싼 곳으로 다 옮겨 갑니다. 그러면 저렴한 노동력은 없어집니다. 지하자원도 돈 되는 것은 석탄이
나 철광석인데,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지금은 뭐가 많이 묻혀 있어도 경제성이 첫째 아닙니까?
지 - 그렇죠.
주 - 석유가 제일 많이 묻혀 있는 나라가 베네수엘라인데요. 북한 같은 상황이 된 것 보십시오. 왜
그렇게 됐냐 하면 석유 가격이 배럴당 백불 이상 되야 베네수엘라 석유는 뽑을 수 있는데요. 사우
디에서는 땅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고 20~30불이면 되거든요. 그래서 국제 유가가 50불이라고
하면 베네수엘라는 아무리 석유를 깔고 앉아 있어도 팔수록 배럴당 50불씩 손해보는 것 아닙니
까? 그러니까 망하는거죠. 북한 지하자원도 그런 식으로 경제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
니다. 얼마나 묻혀 있나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가령 철광석이라고 하면 그쪽의 함유량이라든
지, 싣고 오는 비용을 따져봐야 되는데요. 호주에서 우리가 들어오는 것이 67%고, 북한이 48%
라고 하는데요. 호주에서 싣고 오는 비용보다 조건이 좋아야 되는건데요. 그게 쉽지 않거든요. 경
제성을 따지게 되면 결국은 철도가 있어야 되고, 발전소도 지어야 되지 않습니까? 도로도 닦아야
되고, 항만도 만들어야 하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건데요.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은 당분간 그
림의 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 – 예전에 <미생>이라는 만화에서 북한의 희토류 얘기가 나오는데요. 그것도 사실하고는 거리
가 있나요?
주 – 희토류에 대해서는 북한도 안해봤고, 우리도 안해봤습니다. 많다고 하는 사람들은 근거가
없는 얘기구요. 설사 많다고 쳐두요. 희토류는 전세계에 골고루 묻혀 있는 광석입니다. 중국, 러시
아, 미국도 많습니다. 그런데 왜 중국에서 희토류를 장악했냐, 거기는 인건비가 싸고, 환경 오염에
대한 개념이 조금 떨어지는 나라 아닙니까? 희토류는 다 묻혀 있는데, 그거 캘려면 산을 몇 개씩
헤집어놓고, 환경 파괴가 심각한 산업입니다. 그래서 중국이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구요. 미국도
할려면 하죠. 우리가 희토류를 채취하기 북한의 산들을 뒤집어놓는다? 그건 바람직한 거라고 생
각하지 않습니다. 희토류의 경우도 정확하게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지 – 지금 분위기에서, 어쨌든 어떤 분들은 통일이 다 온 것처럼 기대하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어
떤 분들은 이런 분위기에 여전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데요. 통일로 가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주 – 지금 우리 남북이 가는 것은 통일로 가는 과정이 아닙니다. 김정은 체제 공고화를 위해서 나
선 것이구요. 자기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나온 것이지, 통일로 가려고 해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북한체제가 돈 잘벌고, 더 강력해지면 북한 체제가 더 공고화되지 통일로 가는 길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통일로 가려고 하면.
지 – 본인들이 원하는 것도 체제 보장이니까요.
주 – 통일을 하려면 봉쇄해서 붕괴시키는 것이 제일 빠른 길이죠.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어서
작성일 : 2020.05.08 211 0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서로 윈윈하면서, 우리가 서로 분단 체제가 더 강화
되는 방향으로 갑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남과 북이 사상 의식이 현저하게 차이가 있
고, 경제력이 엄청난 격차가 있는 한에서 합치게 되면 남북간에 다 재앙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합치는 조건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북한 사람들도 시장 경제 마인드로 무장해야 되구요. 돈보다
는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소득이 한 만불 정도 가구요. 북한에서 ‘이제 우리 합
치자’ 하고 나왔을 때 합쳐야 부작용이 없는거죠. 합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부작용 때문에 문
제가 되는겁니다. 부작용 없는 통일로 가려면 북한이 우리와 비슷해져서 합쳐져야 부작용이 없습
니다. 통일에 관해서 말한다면 누구보다 통일을 원하는 것은 저겠지만, 실질적으로 그렇습니다.
자유 왕래만 되면 통일 못해서 겪는 불편의 70~80% 정도가 해소됩니다. 그러니까 왕래 정도를
하면서 서로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가면 서로가 좋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 – 방금 북한 사람들에게 시장경제 마인드가 생겨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장마당이 생기
면서 어느 정도 시장경제 마인드가 생긴거 아닙니까?
주 – 그렇습니다. 시장경제 마인드는 별 것이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돈벌고 살려면 기분 나
빠도, 엿같아도 참아야 된다, 이게 시장경제 마인드입니다.(웃음) 북한 사람은 그게 없습니다. 내
가 돈을 벌려면 자존심도 어느 정도 버려주든가, 그래야 된다, 서비스 마인드가 그거 아닙니까?
손님이 와서 진상을 부려도 참는 것이 자존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거든요.
지 -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갑질 문화가 나오고, ‘손님은 왕이다’ 이러면
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건데요.
주 - 그런데 기본적으로 서비스는 웬만한 손님들의 행패는 참아줘야 합니다. 장마당에서 돈을 벌
어보니까 진상 손님을 만나도 좋게 풀어야지, 멱살 잡고 싸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가 잃는 것
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참는거죠. 북한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참을성을 가지는 것,
그게 시장경제 마인드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사장이 꼴같지 않아도 월급받기 위해서 참는 것과 같
은 겁니다.
지 – 지금 대한항공 일가들의 갑질이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한국이 자유스러운 나라 같지만, 직
장 옮기는 것이 너무 힘들다보니까 그런 것을 감당하면서 그런 모욕을 당하면서도 직장을 옮기기
힘든건데요.
주 - 제 말은 생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는거죠.
지 - 북한은 회사를 이동하고 이런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쉬워서 상사를 들이받는데 훨씬
더 자유스럽다고 하셨잖아요.
주 – 사회주의 시스템일 때, 그리고 그 문화가 수십년 이어져왔기 때문에 여전히 그런 문화가 지
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상관에 대한 발언이 자유롭습니다.
지 – 김정은 위원장만 건드리지 않으면.(웃음)
주 – 저는 갑질문화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수많은 사례들을 봤는데요. 탈북자들이 여
기 와서 식당을 차렸습니다. 아는 동생들도 많고 하니까 탈북자 직원들을 많이 고용을 합니다. 제
가 쭉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하면 제 가까운 사람들이 있으면 ‘한 10년 살아본 사람들을 고용해
라’라고 합니다.(웃음) 그래야 북한 사람들의 마인드가 바뀝니다. 월급 주는 사람이 시키는 것은
해야죠. 쉽게 말해서 머리 숙인다는 것이 고용주와 피고용주의 관계를 알아야 됩니다. 탈북자들
이 금방 와서 아는 사람이라고 채용하면 꼭 싸움나더라구요. 대다수가.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사
장하고 나하고 평등한 관계로 봅니다. 너는 먼저 탈북해서 돈 좀 벌어서 나를 시키는거지, 하고 평
등하게 보는데요. 평등하게 보게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냐하면 사장이 안 나오면 나도 안나오
고, 자기가 지각해도 ‘너도 지각했잖아’ 이렇게 되잖아요. 그러면 회사가 안 돌아가잖아요. 그게
한국 회사에서 굴러봐야 사장하고 나하고 평등할 수 없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 – 약간의 입장의 차이는 있구나.(웃음)
주 –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꼭 싸우고 나가더라구요. 문제는 그냥 좋게 나가는 경우보다 싸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디 같이 북에서 온 주제에 나를 무시하고, 모욕하고 잘라버렸다고 동네 방
네 소문내가지고 ‘저거 진짜 나쁜 놈’이라고 합니다. 이 바닥이 좁아서 소문이 다 나요. 좋게 생각
해서 받아들였다가 엄청나게 많이 잃어요. 한국 사람들을 데려다 시키면 사장님은 사장님대로 철
저하게 지켜주거든요. 이 문화가 그런거구나, 하는 것을 아니까요. 그러니까 자리 잡기 전까지는
먼저 한국 사람들을 데려다 쓰라고 합니다. 그게 북한 가면 재현될거라는거죠. 탈북자 사회에서
탈북자는 많이 돌봐줬을 것 아닙니까? 한국 사장은 완전히 갑질 문화에 쩔어 있어서 고용주와 피
고용주의 관계를 넘어서 ‘너는 내 하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지 – 청문회 나와서 직접 ‘머슴’이라고 표현한 재벌 총수도 있었죠.
주 – 머슴 부리듯이 한단 말이죠. 여기 사람들은. 그걸 북한 사람들이 같은 탈북자 사장도 못 받
아들이는데, 받아들입니까? 못 받아들이죠.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 일을 못 시켜요. 그러면 통일
이 되어도 아무 것도 안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마인드가 바뀌어야 된다는 것이 북한 사람들의 마
인드가 바뀌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비중이겠지만, 우리 사장들도 거기 가서 바뀌어야 되는데요.
사장 입장에서는 그럴바에는 여기서 장사를 하지, 왜 거기 가서 눈치를 보면서 하겠냐고 할 거 아
닙니까? 그런 것이 상당히 넘기 어려운 문제죠.
지 – 그 실험이 개성공단에서 성공한 것 아닌가요?
주 – 그렇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개성공단은 자유구역이 아니지 않습니까?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 반장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사장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까 형성이 잘 안되죠.
지 – 그 시스템 안에서 관리자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거지, 남한과 북한이 다이렉트로 교류하
는 것은 아니란 말씀이죠?
주 – 사장이 바로 바로 시키면 잘 움직이지 않는데요. 그런 것은 있습니다. 개성공단이라는 폐쇄
적인 공간에서 사장도 눈치를 봐야 됩니다. 마음 놓고 갑질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지 - 억류될 수도 있구요.(웃음)
주 - 그래서 거기 사장은 근로자들에게 잘해줍니다. 그러면 그런 사장도 한국에 있으면 아주 칭송
받습니다. 어차피 그런 태도로 일을 하면. 그러면 괜찮죠. 개성 사람들이 통일이 되어서 한국에서
받아들이고, 좋은 사장 만나면 자본주의에 흡수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월급 받아서 벌어
먹고 사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고, 돈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야근도 해야 되고, 철야도 해야 되고
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회사의 이해관계와 나의 이해관계를 합치시키잖아요. 위기 상황이라고
하면 중국이나 우리 기업에서 진출한 사람들이 골치 아픈 것이 그겁니다. 이것은 며칠까지 무조건
납품해야 되는데, 그러면 야근을 해야 됩니다. 회사의 어려운 문제이니 합시다, 해도 호응을 안하
는 거예요. 한국 사람들은 밥줄 잘리니까 호응을 하는데요. 사회주의 국가에서 훈련된 사람들은
왜 내가 야근을 해야 되나, 근로법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사고 방식이 너무 다르니까 그걸 조화시
키는 것이 중요하겠죠.
지 – 그걸 조화시켜 나갈려면 기자님처럼 양쪽을 다 아는 사람들이 캠페인을 하거나, 그런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주위를 환기하고 그래야 하는 수 밖에 없는건가요?
주 – 그러니까 탈북자들이 돌아가서 할 일이 많다고 한 것이 실질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보다
는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얘는 북한 앤데, 한국 가서 살아본 애잖아요. 이 사람이 말하는 것은
먹힌다는 말이죠. 고향 사람인데. 서울 사람이 와서 아무리 뭐라고 해봤자 믿음이 안가는데요. 탈
북자가 갔다 와서 ‘야, 한국은 이런 사회니까 니들이 좀 이해해라’고 하면 먹히지 않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큰 역할을 할거라는거죠. 겪어본 사람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 먼저 와 봤
던 사람이기 때문에 북한에 가면 선지자적 입장에 서 있게 된다는거죠.
지 – 장마당을 경험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다른 것처럼, 그렇게 하다보면 점점 더 경험
이 확산이 된다는거죠.
주 – 장마당에서 10년 먼저 해봤어요. 그 사람이 나중에 들어온 사람한테 ‘장사해보니까, 이렇게
이렇게 해야 된다’, 그래야 먹히는 것 아닙니까? 말하자면 장마당 관리자가 나서서 장사를 하면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하면 신뢰가 갑니까? 안가는거죠. 같이 고생해보고, 그래본 사람들은 믿는건
데요. 탈북자들이 그런 면에서 계도하는데 상당히 역할을 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지 – 아무래도 상처를 많이 받을테니까요.
주 –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상처입은 것도 별로 없고, 대학 다니고, 회사 다니고
똑같이 여기 애들 살아가는 것, 나하고 같이 대학교도 다녀보고, 회사도 다니고, 한국 애들이 살아
가는 것을 다 보니까, 내가 그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는 말이죠. 나이 들어서
오면 친구를 사귈 수 있나요? 들어와서 차별 의식, 피해 의식이 커지는거죠. 그래서 젊은 세대가
그래도 미래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서른다섯살 넘어서 온 사람들은 정착
하기가 어렵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한국 사회에 온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구요. 이런 사
람들이 돌아가 봤자 ‘한국 놈들은 나쁘다’라고 얘기할 가능성이 ‘한국은 좋은 사회다’라고 얘기할
가능성 보다 열배는 더 높을 거라고 봅니다.
지 – 아무래도 북한 사회는 어떻게 보면 왕조 국가라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보니까 지도
자의 퍼스널리티가 지배하는 사회인데요. 기자님께서 예전에 재밌는 비유를 하셨더라구요. 김일
성이 죽었을때 북한 주민의 심정은 잘 나가는 남편하고 신혼 여행을 갔는데, 남편이 갑자기 죽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을거라고 하셨구요. 김정일이 죽었을때는 20년 동안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보살피던 손녀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김정은이 등장했을때는 가난에 쫓겨서 9살 짜리 신랑에게
팔리듯이 시집을 가는 여자의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주 – 그 당시는 유효했죠.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동의가 되구요. 그런 표현을 썼
는지 생각이 잘 안납니다만, 김정은에 대한 시각은 계속 교정된 면이 있습니다. 김정일에 대해서
는 원한이 더 커졌죠. 진실을 알면 알수록 더 나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너무
많이 놓쳤기 때문에. 진실을 알면 알수록 김정일의 점수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김일성의 점
수도 떨어질 수 밖에 없구요. 김정은의 점수야 높아갈 일만 남았겠죠.
지 – 정상회담 과정을 보면서 김정은에 대한 기대치가 커졌던건가요?
주 –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그전부터 김정은이 독재자로서 민주주의 지도자로서의 점수가 아니
고, 독재자라는 부분을 따져서 100점 만점이라면 95점 이상을 줄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렇기 때
문에 저 정도는 얼마든지 파격적일 수 있고,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체제만 유지할 수 있
다면. 나름대로 독재자의 기본적인 자질은 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요. 기본적 자질이 아니
고, 뛰어난 독재자로서의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저는 그렇게 평가를 했습니다.
지 – 고난의 행군때 굶어 죽은 사람의 숫자는 통계가 안잡히는건가요? 북한도 인구 조사를 할텐
데요.
주 – 조사를 하긴 했겠지만, 통계를.
지 - 비밀로 하는건가요?
주 - 비밀로 하죠. 황장엽이 300만이라고 했는데, 저는 그 분이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이해가 되
지 않습니다. 우리가 인구 센서스라는 것을 합니다. 2008년에 들어갔습니다. 그 전이 언제인지는
모르겠고, 그리고 2018년 올해 들어서 해야 되는데요. 상당히 가치 있는 자료인데, 한국에서 알
려지지도 않았고, 잘 활용하지도 않습니다. 북한이 왜 그것을 받아들였는지, 아주 파격적으로 받
아들인건데요. 북한의 속살이 다 나오거든요. 농업 종사 인구 등등. 그걸 가지고 돌려보니까 인구
가 삼십몇만이 비더라구요. 정상적으로 출산해서 나왔을때의 경우와 그런 것들을 분석해보니까
2018년의 인구와 그 전의 인구와 비교해보니까 북한군 숫자가 잡히구요. 70~80만명, 아사자가
30~50만 정도 이렇게 잡혔던 것으로 추산합니다. 아마 그것이 비교적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
다. 제가 봤을때도 백만명 이상은 절대 못 넘는다, 느낌이 있지 않습니까? 이 마을에서 주민 몇 명
이 죽고, 이런 느낌이 있잖아요.
지 – 50만이라고 해도 엄청난 숫자인데요.
주 – 엄청나죠. 요만한 동네에서 10 가구 중에서 한 두집은 다 죽었다는 것 아닙니까? 어떤 동네
는 안 죽었지만, 어떤 동네는 옆집 옆집 해서 다 죽었고, 그런거죠.
지 – 북한 사람들의 남한 사람에 대한 적개심이 크진 않다고 하셨는데요. 미국에 대한 적개심은,
한국 전쟁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미군의 폭격으로 죽었구요. 고난의 행군때도 미국의 경제 제재가
큰 역할을 한 셈인데요.
주 – 적개심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춤 몇 번 추고, 볼 좀 몇 번 같이 차고 그러면 해소되는 것처
럼 미국이 들어가서 외교 관계를 맺고 그러면 또 없어집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실리적인 존재 아
닙니까? 그러니까 적개심 가지고는 아무것도 도움이 안되는거 아니까 이왕이면 미워하면서 살기
보다는 미워하는 사람이 돈 보따리 좀 풀어주면 갑자기 고마워질 거 아니겠습니까?
지 – 임수경 전 의원에 대해서도 글을 쓰셨는데요. 89년도에 임수경이 북한에 가서 알게 모르게
북한 사람을 변화시켰다고 하셨고, 임수경이 다시 가도 북한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하셨습니
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까요?
주 – 기억을 다 하고 있죠. 임수경은 북한에서 엄청난 스타입니다. 어쩌면 임수경의 89년도 모습
만 기억할 경우에 그런거죠. 이후의 행적을 알게 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89년도의 임수경
은 그들의 마음 속에 간직되어 있는 청순가련형의 비운의 여인, 통일을 위해서 온 몸을 바친 투사,
이런 좋은 이미지로만 기억되어 있죠.
지 – 만약에 남북간의 어떤 교류협력을 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
고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런 건가요?
주 – 임수경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죠. 저는 남북교류협력 회사를 차려놓고, 임수
경씨가 사장으로 들어가면 일이 다 잘 풀릴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북한 가서 뭔가를 하면 상당한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 – 그쪽에서 같이 일을 할때도 기억하고 호감이 있으면.
주 - 유리하겠죠.
지 - 호감이 있는 사람이 와서 잘해주면.
주 – 아직도 기회는 충분히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좋게 평가되
는 사람이거든요. 어쩌면 남북 관계가 잘 풀렸을때 문재인보다 임종석을 갖다 놓으니까 ‘우리하
고 좋은 지내려고 하는구나’ 하는 메시지가 확실하게 전달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남북 관계에
서는 그게 상당히 플러스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임종석의 말은 그 누구보다 신뢰가 된다고 판단했
을 겁니다.
지 – 남한의 일부 보수 진영의 정치인들은 임종석 실장을 주사파라고 공격하고, 대통령까지 주사
파라고 공격하고 있는데요.
주 – 만약 한때 주사파였다고 한들, 사람은 항상 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솔직히 말해서
남파 간첩이 파견되어도 여기 한국 와서 10년만 살게 되면 북한 체제를 위해서 충성할 생각이 아
니라 어떻게 하면 결혼해서 내 애를 잘 놓을까, 돈을 잘 벌까, 그런 생각에 집착한다고 생각합니
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서 변하거든요. 그래서 임종석 실장이 북한을 좋아하고, 애정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한국을 북한에 갖다바쳐서 이익을 희생하고, 그렇게 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젊은 한 시절에 뭔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그렇게 나섰다는 것은 용기가 있다
는 거구요. 그런 고민을 해왔다는 것 아닙니까? 그 이후에도 꾸준히 고민을 해왔을거라고 생각합
니다.
지 – 앞으로 특별하게 계획하고 계신 것은 있으신가요?
주 – 계획은 있죠. 저는 인생은 건거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 계획을 입 밖으로 내기는 어
렵죠. 위험 부담이 너무 크죠. 그것을 공개한다고 해서 제가 득을 볼 것도 없구요. 미래의 상황이
어떻게 전진하느냐에 따라서 임기 응변으로 어떤 길을 가는 것이 맞느냐, 이 길은 내가 아니고 다
른 사람이 가기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하면 제가 가야겠죠.
지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십시오.
주 – 저는 이석기하고도 얘기가 통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빨갱이라는 말을 듣는 사
람들도 3대 세습을 찬성하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3대 세습을 찬양하고, 독재 체제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빨갱이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죠. 단지 남북 관계라든지, 통일이라든지 먼 그림을 보다
보니까 가까워져야 된다고 생각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건방진 생각일지는 모
르겠지만, 국회의원이 아무리 떠들어도 의미가 있습니까? 제가 쓴 글은 김정은이 보는데요. 한국
내에서 통일부나 국회의원이 떠드는 소리보다는 내가 디립다 한번 까면 더 빨리 움직이죠. 그래서
기자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지 - 철학이 없다는 것은 깊은 고민을 안했다는 거잖아요.
주 - 남북 관계는 반드시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지 - 김대중 대통령은 철학이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주 - 있죠. 나름대로 고민을 해보고 결국 답을 찾은거잖아요. 지금 사람들은 답도 못찾고. 붕괴시
킬 것이냐, 개혁개방으로 끌고 갈 것이냐, 붕괴시키는 것이 낫겠다고 하면 어떻게 붕괴시킬 것이
냐, 고립 압살해서 할 것이냐, 백만명이 아사자가 나오고 그렇게 해봤자 우린 득이 하나도 없거든
요. 김정은을 암살해 버릴거냐, 그런 쪽으로는 갈 수 없는거죠. 그러면 답은 간단합니다.
지 - 최소한 정치인이라면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고민해서 그러면 우리한테 어떤 것이 이익이
될거냐 하는 방법을 취할 고민을 해야 되는데, 그런 정치인이 별로 없다는 거잖아요.
주 - 복잡한 문제도 아닌데, 그 정도 생각해본 사람도 없다는거죠.
지 - 이번 정부때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부터 남북 관계를 경험해본 관료나 정치인들이 있어서
얘기가 좀 됐던 것 같은데요.
주 - 조금 더 나가서 미래까지 보면서 고민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져야겠죠. 우리 민족이 통일이 된
상황에서 뭐가 제일 문제가 될 것이며, 격차를 조금 더 줄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될 것이며.
지 -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나 행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점수를 주고 계시나요? 대북 정책에 관
련해서.
주 - 대북 정책은 만점은 줄 수 없죠.
지 - 철학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는 건가요?
주 - 가는 방향은 일단 맞습니다. 진정성도 있구요. 기본 점수 이상은 줄 수 있습니다.
지 - 그 전 정부들이 너무 못해서.(웃음)
주 -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단 임기응변에서 많이 떨어지고 아마츄어적인 것이 제 눈에 보입니
다. 슬슬 쥐고 놀아야 되는데.
지 - 김정은이 더 노련해보인다는건가요?(웃음)
주 - 아무리 노련해도 김정은은 못 따라갈거구요. 김정은이 자기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거.
지 - 그동안 계속 쌓여온 외교의 노하우 이런건가요?
주 - 서기실이 브레인 역할을 하는데요. 거기에 300명이 있습니다. 최고의 석학들은 다 거기에
가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평생 그것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시스템으로는 안
됩니다. 저 쪽의 단점은 뭐냐하면 한 평생을 했다는 것이 이것 저것 시도할 여지가 적고, 경직되어
있습니다. 그게 단점이죠.
지 - 평생 남한의 언론만 연구한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요. 언론의 역사나 변화에 대해서는 누구보
다 잘 아는 전문가일텐데요. 우리는 옛날 기록들을 잘 안챙기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주 - 어쩌면 또 기록을 꼭 챙겨야 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하고 협상에 나서는데도 옛
날에 90년대부터 미국하고 협상했던 사람들을 다 떨어뜨리잖아요. 원로들은 김정은이 또 속는
다, 타이르잖아요. 그런 자기들 틀에 갇혀 있는거죠. 모르는 놈들은 그걸 모르니까 ‘이번에 한번
해보자’고 해서 이번에 될 수도 있잖아요.
지 - 전문가는 너무 잘 알면 ‘옛날에 다 해봤는데, 안되더라’라고 하겠죠. 이번에 될 수도 있죠. 1
0년만에 환경이 바뀌어서 되거나, 사람이 바뀌어서 될 수도 있는데요. 전문가들을 반박하기도 힘
든 것이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 안됐어’라고 근거를 제시하니까요.(웃음)
주 - 대충 마무리 되신건가요?
지 - 당부의 말씀이 있으시거나, 바라는 것이 있으면 한 말씀 해주세요. 한국 사람에 대해서도 좋
고, 정권에 대해서도 좋구요.
주 - 아까 중앙일보 어떤 대기자가 칼럼 쓰는데 걸리는게 있다고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더라구요.
태영호 공사 책을 얘기하면서 ‘나는 노예로 살았다’는 것에 대해서 공감을 하느냐고 해요. 저는 사
람이 어떤 생각으로 보는가에 따라서 노예처럼 생각되는 사람도 있고, 안되는 사람도 있다고 했습
니다. 그 사람의 자유라는 가치가 발언의 자유만 있는 것이 아니고, 경제적 자유도 있고, 신체적
자유도 있고, 여러 가지 자유가 많습니다. 내가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것에 따라서 어느 순간 다 있
어도 자유가 없다고 느낄 수가 있는거구요. 그러니까 노예라는 것도 잘 살았는데, 그쪽에서 문제
가 있을 수도 있구요. 자기가 이걸 크게 봤을 수도 있구요. 조지아대 교수인데, 박한식이라고 하는
북한 전문가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길래 나는 그것도 맞는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은 우리나라가 북한에 대해서 잘못된 시각을 가지
고 있다, 그것을 깨주기 위해서 썼다고 했구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고 하는데요. 저는 그랬어요. ‘그렇게 얘기할 수는 있다, 한국 사람들이 코끼리 앞다리만 만졌는
데, 그 사람은 뒷다리에 대해서만 썼다, 하지만 어차피 한쪽 다리에 대해서만 쓴 것은 똑같다’고
했습니다. 북한의 실체를 알려면 앞다리도 만져보고, 뒷다리도 만져보고,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
서도 보고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북한을 바라볼
때 어떤 시각과 관점으로 바라봐야 되느냐, 다양한 시각과 관점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건 당연
한거죠. 사람들 사고가 다 똑같지 않은 이상은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죠. 진보쪽
관점에서 보는 사람이 있으면, 보수쪽 관점에서 보는 사람도 있겠죠. 이걸 중시하는 사람이 있고,
저걸 중시하는 사람이 있고, 차이가 나게 볼 수는 있다, 단 하나 팩트는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있
는 것을 있다고 하고 봐야 되는데 제일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눈감고 안 보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보수든, 진보든 양 끝자리에 가 있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입니
다.
지 - 그런 사람들이 많죠.
주 -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봅니다. 팩트 자체를 왜곡하고. 그래서 페이스북에도 그런 사람이 많지
만, 그런 분들이 뭐냐 하면 북한 체제가 비판받을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비판하면 또 받습니까?
북한 인권 문제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 않습니까? 북한 인권 문제 언급하는 것 봤습니까? 오직
북한의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한국 국민이든, 미국에 살든 상관 없습
니다. 이 사람들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공민인 겁니다. 북한 체제를 비판할 수 없으면 그
쪽의 공민인거죠. 그쪽에서 불러주는 것만 앵무새처럼 말하는 것은 자유시민이라고 볼 수 없습니
다. 이쪽 끝에 있는 보수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각자 관점은 다 다를 수 있지
만, 팩트를 부정하지 말고, 눈감아 버리지 말자는 겁니다. 있는 그대로 북한의 좋은 점도 있고, 나
쁜 점도 있겠지만, 둘 다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거기에 따라서 자기의 견해와 분석의 틀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그게 북한을 접근하는데 있어서 실패하지 않는 길이기도 합니다. 너무 폄하하는
관점에서 접근해도 안되고, 고정적인 관점에서 접근해도 안됩니다. 그게 다 어디서 나오냐, 한쪽
만 봐서 그렇습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봐서 그렇습니다. 밝은 면이 있다고 하면 그 뒤에 그
림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구요. 그림자를 보는 사람들은 그 앞에 밝은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됩니다. 그것을 안보기 때문에 이 남쪽의 혼란이 조성되는거죠.
지 - 거기에 물적 토대가 연결되는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많이 하고, 빅 스피커가 그런 행동을 많
이 하는데요.
주 - 분단에 기생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 많죠. 그렇게 말하면 이럴 겁니다. 저는 북한에 기생해서
사는게 아니냐고. 북한 기사를 쓰고 사니까요.(웃음)
지 - 떳떳하게 먹고 사시는거잖아요. 직업적인 양심을 가지고 하느냐, 왜곡을 하느냐.
주 - 아무리 제 이해관계가 있어도 불의라고 생각하면 눈을 돌리지 않고 맞서 싸웁니다. 제게 불
리하다고 하더라도 진실이면 수긍하고 인정하구요. 그건 양심과 자존심 문제죠. 저도 자기 위주
로 해서 자기 편한 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고, 인간은 그게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가 불리할때도 이건 진실이고, 이건 양심적으로 할 짓이 못된다고 하면 하지 말아야죠. 북한에 기
생해서 먹고 살더라도 더럽게는 먹고 살지 말자는거죠. 먹고 살 수는 있는데, 돈을 위해서 자기 양
심을 팔고 더럽게 살지는 말자는 겁니다. 사람이 가오가 있잖아요.(웃음)
지 - 돈이 없지, 가오가 없는 것은 아니죠.(웃음)
주 - 팩트를 강조하는데요. 말하고 나니까 좋은 말이네요. 밝은 면만 보면 거기에 그림자가 있는
것을 알아야 되는 것이고, 그림자 보는 사람들은 그림자가 왜 생기는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야 될
것 같구요.
지 - 그림자는 빛이 비치는 반대 방향에 생기는거니까요.
주 - 사물을 온전하게 보려면 삥 둘러봐야 되고,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멀리서도 보고, 가까
이서도 보고 이렇게 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석 하나를 봐도 이렇게도 봤다가 저렇게도 보
고 하는데요. 북한도 그렇죠. 현미경으로도 볼때도 있고, 천체 망원경으로도 볼때도 있고, 다양하
게 봐야죠. 기본적인 실체가 아니고, 있는 사실은 부정하지 말고, 숨기지 말고, 왜곡하지 말고, 자
기 편이라고 그래서도 안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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