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3
영화 1987에 등장한 기자가 본 1987
영화 <1987>에 등장한 기자가 본 '1987'1987>6월 항쟁 당시 <중앙일보> 기자인 신성호 성균관대 교수의 '특종 1987년'
18.01.07 15:21l최종 업데이트 18.01.07 15:21l
김철관(3356605)
▲ 영화 '1987' 영화 <1987>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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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영화 <1987>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작품이다. 실화를 근거로 했다. 실제 영화에 등장한 생존자도 있고, 가상인물도 있다. 관객들이 영화에 실존인물의 이름이 나오면서 역사인식을 100% 그대로 해석해버릴 것 같아 아쉬움도 있다. 영화내용뿐 아니라 여러 언론보도를 보면 실제 영화배우들과 당시 영화에 등장한 생존자들과 찍은 사진들이 등장하면서 사실감을 극대화시킨다.
영화 <1987>를 통해 시민들은 역사의 순간마다 광장에 모였음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는 찬사부터 아픈 역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영화 <1987>은 실화를 근거로 했다지만 분명한 것은 픽션 영화라는 사실이다. 영화의 편집된 이미지를 통해 역사가 과장되고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는 정직하게 기록해야 하기에 영화를 전적으로 믿어버리는 역사인식은 많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현대사는 현재의 우리의 삶과 대단히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항쟁 서울 집회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당시의 기억이 머리속에 스친다. 시위대를 향해 사무실 문을 열고 태극기를 흔드는 넥타이부대, 부저를 누르는 택시운전사 등이 떠오른다. TV를 통해 노태우 전 민정당대표가 '6.29선언'을 발표한 모습도 스쳐지나간다.
<1987>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영화 내용을 완전한 역사적 사실로 믿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한 것은 <1987>은 다큐멘터리영화가 아닌 상업영화라는 점이다. 실화를 근거로 했지만 정확하고 정직하게 역사를 기록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제 영화에 등장한 당시 <중앙일보> 기자 신성호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지난해 초 펴낸 '박종철과 한국 민주화' <특종 1987>이 조금이나마 박종철 열사와 6.10항쟁, 군부독재시대 민중 탄압, 언론보도 행태 등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현대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 특종 1987 6월 항쟁 당시 중앙일보 기자였던 신성호 성군관대 교수가 지난해 초 출판한 <특종 1987> 표지이다.
ⓒ 중앙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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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술을 많이 마셔 갈증이 난다며 물을 여러 컵 마신 뒤 심문시작 30분 만에 수사관이 책상을 '탁'치며 추궁하자 갑자기 '억'하고 쓰러졌다." - 본문 중에서
87년 1월 15일 오후 5시 당시 강민창 치안본부장이 박종철 서울대 학생의 죽음을 첫 발표했다. 이 발표로 '탁 치니 억'이라는 유행어가 탄생했고, 죽음의 의혹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한국 민주화의 도화선이 된 87년 1월 15일 서울대 학생 박종철 고문 사망 사건 이후, 6월 19일 연세대 학생 이한열이 연세대에서 열린 6.10항쟁 전야제에 참석했다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졌다. 바로 뒷날 6.10항쟁 집회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결국 19일 후인 6월 29일 군사정권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가 대통령 직선제, 김대중 사면 등을 담은 '6.29선언'을 발표하게 됐다. 바로 6월 항쟁이 승리로 끝난 순간이었다. 하지만 사경을 헤맨 연세대 이한열 학생은 소생하지 못하고 7월 5일 하늘나라로 떠난다.
박종철 열사 사망 사실을 첫 보도한 당시 <중앙일보> 기자인 신성호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펴낸 '박종철과 한국 민주화' <특종 1987>(중앙 books, 2017년 1월)은 박종철 열사가 사망한 지 30주년에 맞춰 출판했다. 저자는 박종철이 민주화를 이끈 이름이지만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슬픈 역사의 거울로 삼아야 하기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올해로 30년, 나는 1987년 1월 15일 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을 처음 알게 되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 이제는 잊혀져가는 이름, 박종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 본문 중에서
87년 1월 고 박종철 열사 물고문 치사 사건으로 시작해 6.10항쟁 그리고 7월 고 이한열 열사의 사망 사건까지의 숨 가쁜 87년 전반의 시간들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6.10항쟁 이전, 85년 김근태 민청년 의장의 고문사건, 86년 권인숙 성고문 사건 등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인권유린 사건은 극에 달했다. 사회정화 사업을 목적으로 국민을 잡아 인권을 유린한 삼청교육대, 운동권 학생들을 강제로 군대에 입대시킨 녹화사업 등도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이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해 국민들에게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폈다. 대표적인 사례가 3S정책이다. 바로 Sex, Sports, Screen이다. 1945년 태평양전쟁에 승리한 미국이 일본을 점령해 전체주의와 군국주의를 탈피하기 위해 쓴 그런 정책과 유사했다.
밤무대가 활성화되고 유흥업소를 24시간 개방하면서 성을 매개로한 산업이 활개를 친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프로씨름 등이 활성화되고, 1982년 개봉한 <애마부인> 등 무분별한 에로영화가 극장가를 휩쓴다. 1982년의 경우 극장 개봉작 56편 가운데 35편정도가 에로영화였다.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기 위해 아돌프 히틀러가 말한 "국민을 다스리는 방법은 빵과 서커스만 있으면 된다"와 흡사했다.
전두환 정권은 폭압정치, 국민 정치 무관심과 더불어 언론 통폐합, 보도지침 등으로 언론에게 재갈을 물리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
당시 시민들이 "우리에게 가장 정확한 뉴스는 대자보와 카더라 통신이었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언론이 정확한 뉴스를 전하지 못한 것을 비꼬는 말로, 학생들은 대학교 게시판에 붙여있는 대자보가 신문과 방송보다 더 정확하다고 했고, 일반 시민들은 소문과 유언비어를 지칭하는 '커더라 통신'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6.29 선언을 13일 앞둔 시점인 6월 16일 전두환 대통령은 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 부부동반 청와대 초청 저녁식사 자리에서 언론을 향해 한 마디를 던진다.
"언론이 진정한 의미에서 나라 장래를 위한다면 정론을 써야지 삐라를 써서는 안돼요." - 분문 중에서
이때부터 언론은 더 이상 군사독재정권 편이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언론통폐합, 언론사 보도지침 하달 등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있는 사항에서도 언론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군사독재정권은 박종철 고문 사건을 은폐하려고 여러 수단을 동원했지만, 언론보도를 막지 못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속였던 미국의 워터게이트사건,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등도 언론의 역할이 컸다. 이런 해외 사건과 박종철 고문 사건도 유사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박종철 사건이 우리에게 중요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한국의 민주화를 다진 6월 항쟁의 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두환 정권의 통제(보도지침)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언론들이 박종철 사건을 계기로 진실을 캐기 위한 본격적인 탐사보도에 나선 것이다. 탐사보도는 권력자나 권력집단의 숨겨진 비리를 파헤치는 보도형태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권력의 인권 유린행위에 지식인들과 시민들이 직접 맞섰다. 또한 이 사건을 계기로 이전 대학생 중심의 민주화운동이 시민운동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발생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촛불시위도 이런 역사적 배경에 힘입어 질서 정연히 진행돼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켰다는 사실이 기억 속에 맴돌았다.
한국 민주화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첫 보도한 저자가 만약 보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5공 시절 의문사로 남았을 것이다.
"박종철 사건보도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5공 시절의 의문사 가운데 하나로 남았을지 모른다. 역사의 흐름으로 보면 민주화는 결국 이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박종철 사건이 한국의 민주화를 최소한 몇 년을 앞당겼다고 본다." - 본문 중에서
저자 신성호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6.10민중항쟁 당시 <중앙일보>기자로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특종보도로 1987년 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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