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 간 아름다운 부자’ <大同人 이종만> 평전을 펴내며
평화로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 이것은 만인의 소망이 아닐
수 없다. 다 함께 행복하게 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 실현을 위해 일생을 바친 이종만은 나의 외조부이다.
일제 강점기에 성공한 사업가로서 노동자와 농민들을 위한 획기적인 대동(大同)의 경영철학과 실행으로 아름다운 부자로 칭송받았던 그는 해방 후 건국의 혼란기에 1949년
64세의 나이로 남을 떠나 북으로 가 북한의 사회발전에 기여하다가 92세에 세상을
떠났다.
기업가 출신으로서는 유일하게 평양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으며 김일성 주석이 ‘조국통일상’을 추서한 이종만, 그의 삶과 사상을 재조명하고자 하는 것은, 이를 통해 만인의 소망인 ‘평화로운 세상에서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이 시대에 구현하는 데에 이바지할 바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종만의 삶과 사상은 ‘대동’이라는 이 두 글자에 다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본질과 가치는 다 같이 존귀하다는 토대 위에서 서로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며 함께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대동세상의 이념은 그 연원이 공자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이념이 이 지구상에 제대로 실현된 적은 없었다.
이종만은 대동의 이념과 사상을 정립하고 이를 실제로 세상에 구현하기 위해 일생을 헌신한 대동인(大同人)이다. 1985년에 태어나
1977년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가 살았던 시대는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수난기였고 혼란기였고 민족분단의 비극기였다.
무엇보다도 대동인으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었을 민족상잔의 전쟁을 목격해야 했고, 민족통일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했던 그 통한의 심정은 어떠했으랴.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아름다운 부자 이종만의 대동정신과 실천을 조명하고, 북으로 간 대동인 이종만의 이상(理想)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는 왜 북으로 갔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여기에 남북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길이 있을 것이라는 직관에 따라 나는 이 주제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려고 한다.
이 작업에 임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진실을 밝히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으려고 한다.
진실이 은폐되고 왜곡되는 데에서 인간의 갈등과 고통과 불행이 발생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온통 진실 게임에 매몰되어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이러한 때에 ‘북으로 간 아름다운 부자 대동인 이종만’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그와 관련된 지난 시대의 많은 진실들을 함께 밝히는 일이 될 것이고,
또한 이 시대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해방 다음 해인 1946년에 태어나 어린 나이에 한국동란을
겪고 18세에 부모님을 따라 해외로 이민 가서 지금까지 54년간 해외동포로서
살고 있다. 나의 어머니 일선님은 캐나다 시민권자로서 1975년에
27년 만에 평양에서 극적인 부녀상봉을 하게 되고, 이어서 세 차례 더 북한을 방문하였으며,
2007년 마지막 방문 시에는 나도 어머니를 따라가 애국열사릉 외조부 묘소에 참배하고 왔었다. 그리고 그 10년 후인 2017년에 호주 대학교수로 정년퇴직한
남동생과 함께 외조부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었다.
어머니 일선님은 부친을 만나고 오신 다음부터 ‘남북의 영세중립평화통일’을 염원하며 매일 기도를 하셨고 한때 캐나다에서
통일운동에 나서기도 하셨다. ‘남북의 영세중립평화통일’, 이것은 이종만의 염원이었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영웅으로
비쳤던 아버지와 3박4일간 한 발짝도 밖에 나가지 않고 한 방에 지내며
27년간의 회포를 풀고 아버지의 대동정신과 대동인으로서의 삶을 전승받았을 것이다.
아마도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사랑하는 딸에게 이종만이 남겨준 마지막 유훈은 바로 ‘남북의 영세중립평화통일’에 헌신하라는 것이었을 것으로 나는 확신하고
있다. 어머니에게 직접 말씀으로 들은 것은 아니지만, 묘소 앞에서 평생을
아버지의 뜻대로 살았노라고 부친의 영전에 고하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오직 이 염원과 기도에 정성을 드리셨기 때문이고 또한 대동인 이종만의 삶의 귀결이
여기에 있음을 영감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의 영세중립평화통일’, 이것은 이제 나에게도 필생의 과업이 되었다. 나는
교육철학을 전공했고 감성치유 전문가로 활동했고, 행복과 평화의 원천으로서의 생명모성을 깊이 탐구해왔다.
이 모든 과정이 ‘남북의 영세중립평화통일’에 기여하기 위한 준비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두
곳을 넘나들 수 있는 제3국시민권자의 해외동포로서 양 쪽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진실을 바탕으로 온당하게 평가하고
함께 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안할 수 있다면 나에게 더 이상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남과 북이 서로 상대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평화로 나아가는 가장 근본이 될 것이며 여기에 또한 대동의
정신이 발현되어야만 실제로 평화는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종만의 삶 속에서 그 길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길을 통해 대동평화세계로 다 함께 손잡고 나아갈 수 있다면, 이는 대동인
이종만의 영광이고 또한 이 시대의 서광이 될 것이다.
해방이 되자 이종만은 대동 사회 건설을 위한 이념과 실천 강령을 담은 <대동교학회취지서>를 작성하고 이를 세상에 펼치려고 했으나 남에서 그 뜻을 펴지 못하고
북으로 가게 되었다.
과연 북에서는 그 뜻을 얼마나 펼 수 있었는지는 탐구의 과제로 남아있다. 그 주요 대목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책의 발간 목적을 전한다.
<대동교학회 취지서> - 이종만
- 지구상에 다시 원자폭탄이 사용되게 된다 하면 그것은 이번 승전자의 책임이다. 인류사회에서 전쟁을 완전히 없애는 하나의 일만이 오직 정(正)이요, 의(義)요,
인류의 몸과 마음 모든 노력의 둘도 없는 유일한 목표이다.
- 나는 이번의 세계 대전에서 승리한 나라들이 인류 구제, 전쟁
종말의 큰 목표를 세우고 현대문명의 모든 결함에 대하여 일대 수술을 감행하여 국가관과 인생관에 대 수정(大修正)을 실시하여서 종래의 제국주의적, 사업주의적인 이기주의, 물욕주의를 제거하고 진정한 진리주의, 인도주의로서 각자 국내의 정치, 산업, 교육을 개혁하고 나아가서 전쟁에서 패배한 나라들을 지도하기를 바라는 바이니,
이번 연합국의 전쟁 이유가 정의(正義) 옹호에
있다 하면 지금 승리를 얻은 것은 오직 무력전(武力戰)에서요,
그 제2 단계이며 최후적 승패가 될 사상전(思想戰)은 이로부터 개시될 것이라고 믿는다.
- 전쟁의 종결과 세계의 평화가 다만 국제적 회의와 조약만으로 되지 아니하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경험하였다. 이것은 오직 각국 각 민족이 교육과 산업의 일체, 종교와
과학의 일체를 통해서 인간성을 바르게 하는 수련을 통하여서만 실현될 것이요. 그 밖에 길이 없음을 우리는
확신한다.
- 조선의 동포여, 세계의 동포여, 자손만대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하여, 인류의 명예를 위하여, 크게 새로워지는 새 세상의 건설을 위하여, 떨치고 일어나지 아니하려는가. 생존경쟁의 국제생활의 옛 습관을 깨뜨리고 서로 사랑하고 돕는 신세계(新世界) 질서를 건설하지 아니하려는가. 이기적이고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힌 지옥과 같은 세상에서 벗어나서
남을 사랑하고 도덕이 빛나는 천국을 건설하지 아니하려는가. 하늘이 진실로 바라는 바가 바로 이것임을 우리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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