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9

북 총리, 농정 실패 시인…“김정은 정권 다소 열린 자세”

북 총리, 농정 실패 시인…“김정은 정권 다소 열린 자세”

워싱턴-김소영 kimso@rfa.org
2018-12-27


지난 10월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가 평안남도의 협동 농장을 시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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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박봉주 내각 총리가 최근 개최된 농업 부문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올해 북한 농사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과거에 비해 열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5~26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4차 전국농업부문 열성자회의가 열렸다고 27일 보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박봉주 내각 총리는 "지난 기간 일부 농장과 단위에서 종자 생산과 보관 관리사업을 책임적으로 하지 않고 기후 조건과 포전(논밭)별 특성에 맞게 품종배치를 바로 하지 않았으며 분조관리제 안에서 포전담당 책임제의 우월성을 최대한 발양시키지 못한 결함들"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총리는 "특히 올해의 혹심한 가뭄과 고온 피해를 이겨내지 못하고 알곡 생산을 미달한 농장들의 교훈은 지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다수확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일꾼들이 경제조직사업을 못하면 당 정책이 아무리 정당하고 농업 근로자들의 창조적 열성이 높아도 농업생산에서 새 혁신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총리가 국가적인 대규모 공식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은 이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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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간 연구기간 애틀란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정권이 관영 매체를 통해 정책 실패를 지적하거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지도시 간부들을 비판한 사실을 공개하는 등 선대와 달리 좀 더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여전히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모든 경제력과 국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매닝 연구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금 더 열린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적 변화나 핵무기에 대한 기본적인 정책이 변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He has a little different style, he’s more open. I don’t see any fundamental policy changes either towards nuclear weapons or toward internal change.)

북한 전문 기고가인 피터 워드는 이날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에 “농업 경영 능력과 기술은 분명 북한인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라면서 “특히 김정은 정권은 책임자 성과의 질적 개선을 주요 안건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이달 11일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봄 작황과 가을의 쌀 수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북한의 식량 부족분은 약 64만 톤에 달합니다.

보고서는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농기계와 비료 등이 부족한 점을 들며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실제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빗 비즐리 사무총장에 따르면 북한 지역의 40%가 농촌이지만 기후조건의 악화와 열악한 기반시설 등으로 식량 재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땅은 15~20%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북한 당국과 함께 농업 생산량 증대를 위한 신기술을 전파해 온 미국의 비영리단체 ‘미국친우봉사단’(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의 다니엘 야스퍼 아시아 지역 담당관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작은 기술 도입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야스퍼 담당관: 지난 수년간 새로운 쌀 재배 기술, 플라스틱 모판 등을 북한에 소개했는데 일부 논밭에서는 15~20% 가량 생산량 증대를 보이는 등 매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야스퍼 담당관은 그러나 이러한 희망 속에서도 북한의 낙후된 기반 시설과 인력에 의존하는 자생적 농업 정책으로는 농업 생산력 증대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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