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1

[책과 길] 근대화, 조선은 왜 일본과 다른 길을 걸었나?… ‘유교적 민본주의’ 정치문화 차이가 있었다-국민일보



[책과 길] 근대화, 조선은 왜 일본과 다른 길을 걸었나?… ‘유교적 민본주의’ 정치문화 차이가 있었다-국민일보

[책과 길] 근대화, 조선은 왜 일본과 다른 길을 걸었나?… ‘유교적 민본주의’ 정치문화 차이가 있었다
근대 조선과 일본/조경달/열린책들
입력 : 2015-08-14


조선시대 문관(왼쪽)과 무관의 모습. 조선은 명실상부한 유교의 나라였다. 그러나 일본의 통치구조에서는 문(文)보다 무(武)의 위세가 강했다. 이같은 정치문화의 차이가 서구적 근대화에 대한 양국의 태도 차이를 낳았다는 게 ‘근대 조선과 일본’의 핵심 주장이다. 열린책들 제공

 “일본은 근대 서구와 접촉하면서 막부 말기의 혼란이 있었다고 하나 비교적 원만하게 국민 국가를 달성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국민 국가화는 그리 용이하지 않았다. 그것은 어째서인가?”

이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이다. 역사와 문화를 오랫동안 공유해온 동아시아의 두 인접국이 서구화, 근대화에 대해서 서로 다른 태도를 취했고 그 차이가 두 나라의 역사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그 차이는 어디서 생겼을까? 그리고 그 차이가 조선의 망국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일까? ‘근대 조선과 일본’은 19세기 중반 대원군 집권기부터 1910년 대한제국의 멸망까지 한국 근대사 통한의 50년을 훑어 내리면서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간다.

저자는 재일 사학자인 조경달(일본 지바대학 문학부 교수)씨로 갑오농민전쟁 등 조선 민중사 연구의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한일 양국의 정치문화의 차이에서 답을 찾아낸다. 양국은 모두 유교 문화에 속해 있었지만 그 사회적 지배력은 사뭇 달랐다. 조선에서는 유교적 민본주의라는 정치문화가 각계각층에 침투해 있었고 명실상부한 통치원리로 작동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유교적 민본주의가 하나의 통치수단에 불과했다. 일본에서 유학자의 사회적 지위는 낮았고 오히려 ‘무위(武威·무력의 위세)’가 지배적이었다.

일본에서는 지켜야 할 ‘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도’ 대신 ‘국가’가 절대화되었다. 일본인들은 서구에 대한 철저한 항전이 국가를 멸망으로 이끌 뿐이라고 생각했고 국가의 존립과 힘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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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선은 숭문(崇文)의 나라였다. ‘도’가 ‘국가’보다 상위의 개념이었다. 국가가 멸망하더라도 ‘도’에 따라 죽는 것이야말로 인륜의 올바른 행위라고 여기는 정치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개항을 요구하는 외세에 대한 항전은 유교 질서의 보존을 위한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무사의 나라였던 일본보다 선비의 나라 조선에서 더욱 완강하게 서구에 항전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저자는 개항 요구에 직면한 19세기 후반 조선 역사를 조명하면서 유교적 민본주의가 왕과 양반의 지배 이데올로기만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준다. 위청척사파뿐만 아니라 개화파의 근대화 구상도 유교적 민본주의에 구속당하고 있었다. 민중들의 민란과 농민전쟁, 의병 등에도 같은 사상이 깔려 있었다. 대한제국의 근대화 논리 역시 옛 것을 근본으로 해서 새로운 것은 참작한다는 ‘구본신참(舊本新參)’이었다.

유교적 민본주의라는 정치문화를 중심으로 한국 근대사를 서술한다는 것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방식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한국 근대사를 변화를 강제하는 외세의 침탈 속에서도 유교적 민본주의라는 고유한 가치를 관철하면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려다 좌절한 역사로 파악한다.

저자는 ‘일본과 서구가 강요한 근대화론, 혹은 일본이 걸었던 근대화의 길을 조선은 왜 따라가지 못 했나?’라는 익숙한 질문을 폐기하고 ‘왜 조선은 다른 길을 걸었나?’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의 말처럼 “근대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다.” 조선에는 조선 고유의 근대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유교적 민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근대 국가를 세운다는 것은 지금 돌아보면 지나치게 이상적이지만, 그것이 당시 조선의 정치문화에서는 당연한 것이었음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198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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