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2

민중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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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논점] 2019-28호 _ <일본의 경제침략, 자립적 경제발전의 계기로 삼아야(경제적 측면을 중심으로)>
작성자 민중당ㆍ조회수 80ㆍ등록일 20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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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랙리스트에 올려진 한국





한국에 대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간 분쟁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일본은 2일 각의를 열어 ‘화이트리스트’에 한국 배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각의에서 개정안을 확정 공표한 3주 뒤인 8월 하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강제징용 배상을 이유로 단행된 반도체 3대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와 달리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약 1천 100개에 전략물자에 영향을 미친다.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반납할 정도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



< 소재 부품산업의 대일본 수입의존도 추이 >




일본은 한국을 포함한 27개 국가에 대해 안보상 우호국(화이트리스트)으로 분류하고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개별 심사를 면제해 왔다. 여기서 배제되면 반도체 주요 소재 뿐 아니라 첨단소재, 전자 통신 등 전략물자 품목에 대해 규제를 받게 된다.



한국은 일본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한국은 신뢰국가가 아닌 사실상의 적성 국가로 취급된다. 한국 정부는 WTO 제소와 미국 정·재계에 대한 로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의 전방위 외교를 펼치고 있으나 사태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일간 물밑 특사 교환도 병행하고 있으나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은 방관자적 자세를 넘어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연간 방위비분담금 5조9천억 인상, WTO 개도국 지위 박탈이라는 청구서만 들이밀 뿐이다. 일본은 10월 22일 천왕 즉위식까지 한국이 대안을 제시하라고 강력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한미일 동맹은 이제 말뿐이다.



실제 트럼프는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등을 WTO 개도국 지위에서 빼거나, 미국 단독으로 제재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그 시한을 90일로 잡았다. 이날은 일본 천황 즉위식인 10월 22일과 묘하게 일치한다. 일본은 한국의 전략물자 산업을, 미국은 농산물을 타켓으로 한다. 미일의 행보는 제 2의 카쓰라-태프트 밀약을 보는 것 같다.



이에 우리 국민들은 불매운동을 ‘소비자주권운동’으로 심화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진보단체들은 8월 한 달을 반일투쟁에 집중하면서 일본의 경제침략 본질을 폭로비판하고 있다. 북한도 각종 매체를 통해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경고하고 아베의 전쟁국가화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한일 경제전쟁은 국민들로 하여금 ‘현대판 반일의병운동’을 조직하도록 만들고 있다.



2. 한·일 주력 산업의 경쟁력 차이



한국은 일본에 비해 반도체, 화학, 기계 등 주력 산업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 메모리반도체와 경공업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은 일본에 열위에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주요 7개 산업 중에서 화학, 플라스틱·고무·가죽, 기계 분야는 ‘절대 열세’이고, 금속과 전기·전자는 ‘열세’이다.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만 48개, 28억 달러(약 3조3천억)에 달한다. 방직용 섬유 등의 수입의존도가 99.6%, 화학공업 또는 연관공업의 생산품 98.4%, 차량·항공기·선박과 수송기기 관련품이 97.7%였다.



지난해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품목 수는 총 4,227개다. 총 수입액은 546억달러로 전체 총수입(5352억달러)의 10.2%를 차지한다. 일본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은 253개, 이들 품목의 대일본 수입액은 158억 5000만 달러였다.



특히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가 시작된 반도체 업종의 한일 무역특화지수(TSI)는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0.53으로 그 이전 5년(-0.28)보다 크게 나빠졌다. 일본의 다음 수출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계 분야도 정밀기계 산업의 무역특화지수는 200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줄곧 -0.8을 밑돌았다.



한국 소재부품 분야의 대일 무역적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며 ‘가마우지’ 경제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사냥해 대부분 어부에게 넘긴다)



일본의 소재산업은 전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압도적 위치이다. 주요 산업 가치사슬에서 하류부분(조립·가공)에서는 한·중에 점차 밀리나, 상류부분(소재·부품)에서는 세계시장 1조엔 정도의 니치 분야를 중심으로 여전히 압도적 경쟁력을 유지한다.



포스코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액정편광판 보호필름,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리튬이온전지 4대 소재 등 일본산이 없으면 전 세계 전자산업이 멈출 수 있다고 한다.








3.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 한국은?



‘글로벌 가치사슬’은 제품의 설계, 부품과 원재료의 조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각 과정이 다수의 국가 및 지역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분업체계를 뜻한다. 쉽게 말해, 기초과학이 강한 일본이 소재와 부품을 팔면 한국, 대만은 이 재료로 반도체를 제조해 수출하고 중국, 일본, 미국은 IT 완제품을 만드는 식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까지 세계무역은 전례 없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확대라는 구조적 요인에 힘입어 높은 고성장을 지속했다. 선진국과 신흥공업국 간의 국제 수직분업 패러다임은 1990년대 이후 세계 무역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동했다.



신흥공업국의 산업화가 일단락되고 가치사슬의 노른자위(상위밸류)를 선점하기 위한 주요국 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제 수직분업은 구조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부가가치가 작은 조립가공형 제조업과 완제품 수출 성장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큰 중간재 및 서비스의 생산수출로 성장 축이 이동하는 전환기에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글로벌 가치사슬은 핵심 기술과 서비스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수직분업과 수평분업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변화될 전망이다. 미래 가치사슬은 로봇, 3D 프린팅,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에 새 원천기술이 접목되면서 한층 복잡해 질 것이다.



< 가치사슬과 관련 산업 >






새로운 가치사슬 경쟁력의 원천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신융합산업에서 소요되는 부품, 소재와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다. 특히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핵심 소재·부품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동북아 분업구조에 정치·외교적 패권주의가 작용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에 대한 과도한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범용소재 분야에서 중국 등이 생산을 확대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나, 핵심 소재는 소수 세계적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탄소섬유의 경우, 일본의 3개 기업(Toray, Toho, Mitsubishi-Rayon)이 세계 탄소섬유 생산량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다. 핵심 소재 시장은 ‘사무라이의 칼’이 되어 동북아 국제 분업구조를 흔들고 있다.



한국의 4차 산업은 관련된 신 기술력은 부족하고 평균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66%에 불과하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2,000대 기업 중, ‘소재기업’의 수는 한국은 7개에 불과하지만 미중은 각 40개, 일본은 29개이다.



아울러 중국은 설비 증설과 공정혁신 등 투자를 늘리며 세계 소재시장에서 경쟁력을 날로 키우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선진 선도국들은 소재 시장을 독과점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가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지만 문제는 훨씬 더 깊은 곳에 있다. 국제 분업 구조는 미일의 정치경제적 의도와 맞물려 있고 그러한 분업 구조 속에 성장한 때문이다.








4.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일본의 경제보복은 G20 참가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자본주의의 대명사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조차도 움쩍달싹 못하는 아이러니 때문이다. 국민경제의 취약성과 재생산구조, 국제분업 질서의 문제가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한국 정부조차 소재부품의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고 하지만 결코 녹녹치 않아 보인다. 재벌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를 중소기업 중심의 내수자립형 경제로 전환해야 하는 때문이다.



미일의 하청 분업경제로 출발한 한국경제는 소재부품의 대일의존성에 벗어나기 결코 쉽지 않다. 반면 일본은 자국 내 풀 세트형 경제구조를 밑바탕에 깔고 글로벌 분업구조에서 고(高) 부가가치를 향유한다.



원래 국민경제 구성에서 중화학 공업의 비중 증대가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것은 중화학 공업이 국민경제의 선도적 공업으로서의 생산재 공업이기 때문이다. 즉 국민경제가 국내적인 분업적 연관을 갖고 자율적인 재생산구조를 구성하는데서 불가결하고, 소재부품산업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공업부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중화학 공업은 자율적 재생산구조의 요체라 할 수 있는 기본생산재 공업의 비율이 낮고 미일에 의존하고 있으며 최종 생산재(소비품적 중화학공업제품)공업의 비율만이 크게 높아져 있는 심히 기형적인 중공업들이다.



물론 1997년 이후 국제 분업구조의 주기적 재편으로 일부 제조업과 부품소재업의 한국 이전과 국산화율이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매우 미흡하다. 따라서 한국자본주의 고도화가 추진되었다고 해도 그것이 결코 한국경제의 자립적 성숙과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실제 미국 독점자본은 금융, 에너지, 지적재산권 분야로 생산과 자본을 집중하면서 국제 분업 구조상 제조업 분야의 상당한 부분을 동맹체제 내의 신식민지 하청경제로 급속히 이전시켰다. 즉 동북아의 동맹 국가를 대상으로 1960년대 이후에는 일본의 전자종합기업에, 1980년대 이후에는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에 이전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혼하이정밀(폭스콘 운영사)이 단적인 사례이다. 이들은 미국 독점자본이 펩리스 업체로서 반도체 설계를 하면, 파운드리 업체로서 반도체 위탁 생산을 담당하면서 외형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다.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 변경은 해외에서의 잉여가치 수탈원천을 확대하고 약탈적 이윤 획득을 목표로 신식민지 지배체제 안에 일정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한국은 IMF 외환위기를 통해 자본 및 시장의 자유화가 진행되어 완전한 금융종속이 완료되었고, 이는 기술 및 기업경영면에서의 종속 관계를 동반하는 것이다. 이후 한국 경제는 조달, 생산, 유통, 분배의 전 가치사슬 영역에서의 완전한 종속이 이루어졌다.



5. 한국 경제 재생산의 대외의존성



원래 자본의 재생산 과정은 두 가지 중요한 조건을 전제로 한다. 그 하나는 이른 바 소재의 보전 - 노동수단과 노동대상, 노동력을 부단히 보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의 보전 - 생산된 제품을 시장에 실현시킴으로써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착취한 결과인 잉여가치를 이윤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한국의 자본은 주로 외국자본에 의존하면서 소재보전과 가치보전에 있어서 미일독점자본 등의 이해에 일치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한국에서는 원료생산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순차적으로 연결된 생산부문들이 완비되지 못하고 생산부문과 심한 기형성과 편파성을 띠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의 재생산은 자립적인 생산적 토대가 없는 예속적이고 대외의존적인 재생산이고, 항구적인 불균형에 빠져 자체적으로는 생산적 순환을 완결할 수 없는 재생산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예속)자본이 비대화한다는 의미는 재생산 기제가 선진국인 미일에 완전히 포섭되어 간다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이다.



소재보전과 가치보전에 있어서 외국독점자본의 안내자 혹은 하위 파트너로 기능하면서 신식민지 지배양식의 변화에 따라, 허용된 한도 내에서 기능과 역할이 높아질 수는 있어도, 외국독점자본에 반해서 자립적재생산 기제를 갖출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대미수출이 증가할수록 대일수입이 증가하는 현상으로 증명된다고 할 수 있으며, 국제 분업체계에서의 한국경제의 지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 경제의 지위를 비유하면,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지주회사는 그룹 사령탑으로서 전략을 입안하고 자회사를 지휘감독하며, 각 자회사는 지주회사가 그린 큰 전략의 틀에 따라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상의 성과를 내고 평가받는 운영단위로 기능한다.



법적 독립과 운영상 종속이란 자회사 지위는 자회사간 정보공유와 교차판매, 통합브랜드 등 통합의 이점을 마음껏 발휘하게 되면서 사업의 선택과 포기에 대한 신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룹차원에서는 보다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자회사가 있으면 레고 조립하듯 사서 붙이면 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싹둑 잘라서 팔면 되는 것이다.



미국이 지주회사의 이사회의장이자 그룹 CEO라면, 일본은 경영위원회에 참여하는 사업부문장이며, 한국은 자회사 CEO 혹은 기업센타장의 수준에서 미일독점자본과 한국 재벌을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제침략과 미국의 배후 조종설 혹은 방관자론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지위와 역할에 따른 것이다.



이에 한국 경제를 정상화 시키자면 무엇보다 정치철학과 경제관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본질적으로 자립적 재생산 구조를 갖춰 글로벌 가치사슬의 하위 분업체계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경제침략은 하위 분업체계에 가까울수록, 중남미처럼 정권 교체(흔들기)에 활용되기 십상이다. 경제 침략과 민병대 육성은 전통적인 미국의 정책 중 하나이다. 미일이 한국의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그렇게 하지 말란 보장도 없다. 이번 사태가 예고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



물론 한국은 반도체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산학연 연관을 강화하고, 기초과학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각종 세제혜택과 인재육성, 자금지원에 나설 것이다. 필요하고 힘을 모아야 하지만 여건이 바뀌면 도루묵이 될 수도 있다.



근본 방향과 방법은 간명하다. 재벌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를 중소기업 중심의 내수자립형 경제로 바꾸고 이를 민족통일경제로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지금의 위기를 한미일 동맹이 해체되는 시기에 맞춰, 한국경제의 근본체질과 구조를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담하게 동북아시아의 정치군사 뿐 아니라 경제의 새판을 짜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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