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8

고려인 화가 변월룡 화백을 발굴해낸 문용대씨의 뒷이야기 - 바이러시아21



고려인 화가 변월룡 화백을 발굴해낸 문용대씨의 뒷이야기 - 바이러시아21



고려인 화가 변월룡 화백을 발굴해낸 문용대씨의 뒷이야기

이진희
승인 2016.03.15

미술평론가 문용대씨가 화가 변월룡을 찾아낸 이야기도 흥미롭다. 문씨는 경남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뒤 미술관 큐레이터로 있다 잠시 일을 쉬는 사이 한국에 온 러시아 작가 한 명을 만났다. 그 인연으로 러시아에 놀러갔다가 거기에 눌러앉아 게르첸 국립사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언론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문씨가 변월룡의 그림을 본 것은 러시아에 가서 얼마되지 않았을 때다. 1994년이다. 큰 감명을 받은 그는 레핀미술대에 있는 고려인 이클림 교수를 통해 변월룡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의 유족들을 찾았다. 찾고 보니, 변월룡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레핀미술대에 다니다 같은 대학 여학생인 러시아인 제르비조바와 결혼해 아들 세르게이(64)와 딸 올랴(58)를 두었다.

아들, 딸 모두 레핀대 출신이어서 온 가족이 화가 집안이다. 세르게이는 아버지의 화실을 물려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세르게이를 만나 변월룡의 한국 전시를 이야기했다. 조속한시일내에 러시아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귀국했지만, 여의치 않아 2~3년 후에 연락을 했더니 만나지 않겠다는 답장이 왔다.

그는 '큰일났다'는 심정으로 러시아로 무작정 날아갔는데 세르게이는 만나주지 않았다. 1년 후 또 연락을 했지만 똑같은 대답이 왔다. 그때도 화실 앞까지 갔다가 허망하게 돌아왔다. 경남대 겸임교수를 하다 그만두고 미술평론을 하면서 번 돈은 이렇게 움직이는 데 들어갔다.

세 번째 방문에서야 화실 문이 열렸다. 세르게이는 그제서야 다락방에 보관된 그림들이며 북한 화가들이 보낸 편지들을 공개했다. 그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변 화가의 부인 제르비조바도 만났다.

사실 변월룡 전시는 10년 전 이뤄질 수 있었다. 2005년 광복 60주년 기념전으로 하고 싶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도 처음엔 훌륭한 화가를 발굴해줘 고맙다더니 막판에 중단했다. 작품도 일부 들어와 있는 상태였는데 난감했다고 문씨는 밝혔다. 그는 남북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이유로 중단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전시가 무산되고 2~3년 후 부인 제르비조바는 아쉽게 세상을 떠났다. 전시 기회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월북화가인 이쾌대전이 열리면서 찾아왔다. 월북화가 전시도 하는데 안 될 이유가 없었다. 11년 만에 전시를 재추진했다. 세르게이와 올랴는 오프닝에 참석하고서야 러시아에서도 열리지 못한 아버지의 첫 전시를 믿었다. 이들은 편지 등 아버지의 자료 5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기로 약속했다고 문씨는 감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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