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4

알라딘: 20 이어령. 너 어디에서 왔니



알라딘: 너 어디에서 왔니

너 어디에서 왔니 - 한국인 이야기 - 탄생
이어령 (지은이)파람북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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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비평가이면서 학자, 언론인, 소설가, 시인, 행정가, 크리에이터 등 다채롭고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인 저자는 생의 말년에 이르러 ‘이야기꾼’으로 남고자 한다. 이야기는 천년만년을 이어온 생명줄처럼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는 비밀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역사도 이론도 아니며, 우리의 생명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계승되어온 ‘문화 유전자’이다.

저자가 스스로 21세기의 패관을 자처하는 것은 이야기 속에는 서고에 잠들어 있는 지식보다 깊은 인간의 진실과 생명의 본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잣거리와 술청과 사랑방과 드나들며 이야기들을 기록해 온 조선시대의 패관처럼, 저자는 온갖 텍스트와 인터넷에 떠도는 집단 지성을 채록하고 재구성하여 이제까지 누구도 들려주지 못했던 ‘한국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목차


이야기 속으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는 이야기

1. 태명 고개: 생명의 문을 여는 암호
첫째 꼬부랑길: 쑥쑥이 말문을 열다
둘째 꼬부랑길: 태명, 또 하나의 한류
셋째 꼬부랑길: 이름으로 영혼을 춤추게 하라
넷째 꼬부랑길: 이야기로 시작하는 생명

2. 배내 고개: 어머니의 몸 안에 바다가 있었네
첫째 꼬부랑길: 나는 한 살 때에 났다
둘째 꼬부랑길: 어머니의 바다 이야기
셋째 꼬부랑길: 화이트 하트, 초음파의 발견
넷째 꼬부랑길: 태동, 발의 반란

3. 출산 고개: 이 황홀한 고통
첫째 꼬부랑길: 어머니와 미역국
둘째 꼬부랑길: 산고의 의미, 호모 파티엔스
셋째 꼬부랑길: 왜 귀빠진 날인가?
넷째 꼬부랑길: 나를 지켜준 시간의 네 기둥

4. 삼신 고개: 생명의 손도장을 찍은 여신
첫째 꼬부랑길: 삼신할미의 은가위
둘째 꼬부랑길: 지워진 초원, 몽고반점
셋째 꼬부랑길: 삼가르고 배꼽 떼기
넷째 꼬부랑길: ‘맘마’ ‘지지’와 젖떼기
다섯째 꼬부랑길: ‘쉬쉬’ ‘응가’와 기저귀 떼기

5. 기저귀 고개: 하나의 천이 만들어낸 두 문명
첫째 꼬부랑길: 기저귀를 모르는 한국인
둘째 꼬부랑길: 냉전의 깃발 서양 기저귀
셋째 꼬부랑길: 기저귀 없는 세상

6. 어부바 고개: 업고 업히는 세상 이야기
첫째 꼬부랑길: 스와들과 배내옷
둘째 꼬부랑길: 포대기는 한류다
셋째 꼬부랑길: 어깨너머로 본 세상

7. 옹알이 고개: 배냇말을 하는 우주인
첫째 꼬부랑길: 환한 밥 깜깜한 밥
둘째 꼬부랑길: 공당과 아리랑
셋째 꼬부랑길: 너희들이 물불을 아느냐

8. 돌잡이 고개: 돌잡이는 꿈잡이
첫째 꼬부랑길: 따로 서는 아이, 보행기에 갇힌 아이
둘째 꼬부랑길: 네 손으로 운명을 잡아라
셋째 꼬부랑길: 달라지는 돌상 삼국지

9. 세 살 고개: 공자님의 삼 년 이야기
첫째 꼬부랑길: 숫자 셋의 마법
둘째 꼬부랑길: 우리 아기 몇 살
셋째 꼬부랑길: 세살마을로 가는 길

10. 나들이 고개: 집을 나가야 크는 아이
첫째 꼬부랑길: 자장가의 끝 일어나거라
둘째 꼬부랑길: 외갓집으로 가는 길
셋째 꼬부랑길: 달래마늘의 향기

11. 호미 고개: 호미냐 도끼냐, 어디로 가나
첫째 꼬부랑길: 빼앗긴 들에도
둘째 꼬부랑길: 격물치지의 호미
셋째 꼬부랑길: 호미보다 도끼
넷째 꼬부랑길: 아버지 없는 사회

12. 이야기 고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첫째 꼬부랑길: 옛날 옛적 갓날 갓적에
둘째 꼬부랑길: 꼬부랑 할머니와 꼬부랑길 찾기
셋째 꼬부랑길: 직선과 곡선
꼬부랑길 4: 이야기의 힘

이야기 밖으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는 이야기

Q&A 저자와의 대화: ‘한국인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되었는가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젊음의 탄생》 북 콘서트가 끝나자 책을 든 청중이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선다.




세상이 골백번 변해도 한국인에게는 꼬부랑 고개, 아리랑 고개 같은 이야기의 피가 가슴속에 흐르는 이유입니다. 천하루 밤을 지새우면 아라비아의 밤과 그 많던 이야기는 언젠가 끝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꼬부랑 할머니의 열두 고개는 끝이 없습니다. 밤마다 이불을 펴고 덮어주듯이 아이들의 잠자리에서 끝없이 되풀이될 것입니다. 그것은 망각이며 시작입니다.
- 〈이야기를 시작하며〉 중에서 접기
모태의 세계를 향해 청진기처럼 귀를 대면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폭포수 같은 소리, 미세한 혈관을 타고 힘차게 흐르는 배내 아이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한때 우리가 자궁벽에 붙어 발아하던 최초의 땅, 신열 같은 생명 기억이 깨어난다. 한 번도 듣지 못한 옛이야기가, 그리고 아직 쓰여지지 않은 미래의 동화와 대서사시가 열릴 것이다.
- 〈1. 태명 고개〉 중에서 접기
나는 그곳에 있었다. 태고의 바다, 어머니의 양수 속은 어둡지만 참으로 고요하고 아늑했을 것이다. 하루에 1밀리씩 자란다는 수정란의 플랑크톤 같은 미생물에서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달린 물고기 모양으로 변해간다. 지구 생물의 진화 과정으로 본다면 10억 년의 세월이 지나간 셈이다.
- 〈2. 배내 고개〉 중에서
나의 생일날은 내가 선택한 가장 성스러운 날이며, 그것은 바다를 떠나 육지로 상륙한 고난의 기념일이다. 나는 그날 육지를 향해 단신 포복하면서 숨이 막힐 때까지 앞으로 앞으로 전진한다. 엄청난 고통의 터널 끝에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순간 막혔던 숨통이 뚫리는 소리가 난다.
- 3. 출산 고개 중에서 접기
우리는 한동안 엄마 배 속에서 아무 탈 없이 잘 지냈다. 모든 게 탯줄 하나로 이어진 세상. 그 편하고 정든 곳을 어찌 쉽게 떠날 수 있었겠는가. 더구나 회자정리. 만남이 있고 나서야 이별이 있는 게 세상 이치가 아닌가. 그러니 만나는 기쁨보다 슬픔을 먼저 알고 시작보다 끝이 앞서는 게 출생의 부조리극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혼자서 하는 모노드라마인 게다.
- 4. 삼신 고개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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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어령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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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충남 온양에서 태어났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반평생 동안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석좌교수, 석학교수를 지냈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으로 활약했으며,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으로 편집을 이끌었다.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과 식전 문화행사, 대전 엑스포의 문화행사 리사이클관을 주도했으며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1980년 객원 연구원으로 초빙되어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연구했으며, 1989년에는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소의 객원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중앙일보》 상임고문, (사)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60년 이상 평론과 소설, 희곡, 에세이, 시, 문화 비평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의 글을 써왔으며, 대표 저서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젊음의 탄생》 《지성에서 영성으로》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생명이 자본이다》 《가위바위보 문명론》 《보자기 인문학》 《언어로 세운 집》 《지의 최전선》 등이 있다. 현재 길고 길었던 지적 여정의 대미를 장식할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로부터 ‘한국인 이야기’까지,
시대의 흐름을 통찰하고 변혁시켜 온 정신사의 궤적과
한국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온 이어령의 시대적 선언!

20대 - 《저항의 문학》으로 문단을 놀라게 했다.
30대 -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로 한국을 놀라게 했다.
40대 - 《축소지향의 일본인》으로 일본을 놀라게 했다.
50대 - ‘벽을 넘어서’를 기치로 초대형 국가 이벤트를 기획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60대 -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 가자’는 슬로건으로 IT 강국의 정신적 기반을 제시 했다.
70대 - ‘디지로그 선언’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문명 융합을 통해 인류의 인간적 미래를 제 시했다.
80대 - ‘한국인 이야기’로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를 분석하여 우리가 생명화 시대의 주역임을 일깨우고 있다. 접기


최근작 : <한국인의 신화 (큰글씨책)>,<영인문학관 20주년 단행본>,<너 어디에서 왔니> … 총 206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생과 죽음이 등을 마주 댄 부조리한 삶. 이것이 내 평생의 화두였으며,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죽음 아닌 ‘탄생’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생의 지적 편력이 담긴 저작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
그 서막인 이 책에서, 이제껏 우리가 몰랐던 우리 모두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한국인 이야기’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후, 60년 동안 쉼 없이 지성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한국 사회를 일깨워온 지적 편력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시리즈이다. 저자는 올해로 88세에 접어들었다. ‘한국인 이야기’가 77세이던 2009년에 시작되었으니, 그 첫 권인 ‘탄생’ 편 《너 어디에서 왔니》가 출간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희수(喜壽, 77세)에 잉태되어 미수(米壽, 88세)에 늦둥이를 본 셈이다. 그 10년 동안 무리한 집필로 머리 수술을 받았고, 암을 선고받아 또 두 차례 큰 수술이 있었다. 그야말로 혹독한 산고 끝에 이루어진 ‘탄생’의 탄생이다.

채집 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생명 기억과 그 무한한 시원의 에너지가
한류(韓流)의 원동력이며 21세기 생명화 시대의 원동력이다.

저자는 비평가이면서 학자, 언론인, 소설가, 시인, 행정가, 문화 기획자 등 다채롭고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며, 그의 이름 앞에는 의례 우리 시대의 석학, 대표 지성, 문화계의 거목 같은 수사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저자는 생의 말년에 이르러 그 모든 화려한 직함과 수사를 뒤로하고 스스로 ‘이야기꾼’으로 남고자 한다. 이야기는 천년만년을 이어온 생명줄처럼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는 비밀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역사도 이론도 아니며, 우리의 생명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계승되어온 ‘문화 유전자(Meme)’이다. 저자가 스스로 21세기의 패관(稗官)을 자처하는 것은 이야기 속에는 서고(書庫)에 잠들어 있는 지식보다 깊은 인간의 진실과 생명의 본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잣거리와 술청과 사랑방과 드나들며 이야기들을 기록해 온 조선 시대의 패관처럼, 저자는 온갖 텍스트와 인터넷에 떠도는 집단 지성을 채록하고 재구성하여 이제까지 누구도 들려주지 못했던 ‘한국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로마인 이야기는 로마의 황제와 영웅,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한국인 이야기는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이며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 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어도, 한국인 이야기를 읽은 한국인은 없다. 아라비아에는 천하루 밤 동안 이어지는 아라비아의 이야기가 있고, 한국에는 밤마다 끝도 없이 이어지던 한국의 이야기가 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넘다가 꼬부랑 강아지를 만나…. 한국인의 몸에는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듣기 힘든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의 유전자가 있다. 밑도 끝도 없이 꼬불꼬불 이어지던 그 이야기들 속에 한국인의 집단 기억과 문화적 원형이 담겨 있다. 저자가 현재를 살아갈 우리에게,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들려주려는 이야기도 그 꼬부랑 할머니 같은 이야기다. 이 책의 구조가 열두 고개로 되어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비로소 한국인 문화 유전자의 모든 암호가 풀린다!
채집 시대로부터 농경, 산업, 정보화 시대를 넘어가는
거대한 문명의 파도타기!

저자는 삶의 끝자락에서 오히려 ‘탄생’을 이야기한다. 생명을 생각하고 텅 빈 우주를 관찰하면서, 모든 것을 부정해도 살아 있는 자신은 부정할 수가 없으며, 숨을 쉬고 구름을 본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한다. 그에게 생명은 소중한 선물 그 자체다.

저자는 죽음을 알려고 하지 말고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추적하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또 그전의 조부모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계속 거슬러 가면 36억 년 전 진핵 세포가 생겼던 순간까지 간다. 그렇게 계산하면 우리의 나이는 36억 플러스가 된다.

정보화 시대 다음에는 생명화 시대가 온다. 인공지능(AI)이 산업 시대와 연결되면 재앙이지만, 생명화 시대의 기술로 사용되면 달라진다. 인류가 가장 행복한 시대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인적 자본, 사회 자본, 문화 자본, 자연 자본. 그다음에 오는 것이 ‘생명 자본’이다. 한국인에게는 오래전부터 생명 자본의 풍부한 의식과 경험이 있다. 그것을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갖고 살아온 이들이 우리 한국인이다. 아득한 채집 시대로부터 장구하게 이어져 온 문화 유전자, 인류 문명이 태동한 태생기의 기억을 품고 사는 한국의 생활 문화 속에 그것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앨빈 토플러의 오류는 인류 문명의 물결을 농경 시대부터 계산했다는 점이다. 인간 문화, 문명의 텃밭인 수렵채집 시대부터 계산했어야 한다. 거기에 대우주의 생명질서가 녹아 있으며, 인간의 유전자나 두뇌 등 모든 생장의 조건은 수렵채집 시대 때 형성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정보 문명의 최첨단을 달리는 이 시대에 채집 문화의 흔적을 가장 많이 지닌 집단이 바로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를 선두에서 이끌어가는 오늘날에도 나물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그 한 예다. 우리는 정보조차도 ‘캔다’라고 말한다. 호미로 나물을 캐던 풍습이 잠재해 있는 것이다. 음식 문화의 본류도 나물 문화다. 일부러 뿌리를 키워 콩나물을 만들고, 심지어 토끼도 안 먹는 콩잎까지도 먹는다.

채집민은 낯선 열매와 풀을 먹기 전 반드시 냄새를 맡고, 혀로 맛보며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정보를 파악했다. 짐승들이 다니는 길, 어디를 가야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있는지 생사가 걸린 정보 수집 활동을 매일 해야만 했다. 저자는 채집형 한국 문화가 한류(韓流)의 원천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한 손에 호미를 들고, 다른 손에 최첨단 스마트폰을 든 한국인을 떠올리면 다가올 생명화 시대의 연결고리가 보인다.

한국인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끝없는 생명과 문화의 순환,
그 시간과 공간의 너울에서 건져낸 낯설고도 친숙한 이야기들.
이제야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갖게 되었다.

저자는 생명 자본의 시대를 열어가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켜켜이 채집하고 드러낸다. 아이의 나이를 셀 때 서양에서는 엄마 배 속에 있는 시간은 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문화 문명이 아이를 키운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이미 한 살이다. 태아는 자신이 알아서 태반을 만들고, 호르몬을 분비하고, 필터로 걸러내고, 배 속에서 나갈 때를 결정한다. 인간의 문화는 학습 이전의 상태로, 누가 가르친 게 아니다. 태아에게는 태생기의 거대한 생명 질서, 우리가 모르는 대우주의 생명 질서가 있다. 그러니 태중의 아이를 한 살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그건 자연과 단절된 문화 문명으로 사느냐, 아니면 대우주의 생명질서를 바탕으로 오늘의 문명과 연결하며 사느냐의 문제다.

한국 사람은 그것을 연결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우리는 아기를 안고 자며, 포대기로 업고 다닌다. 최대한 엄마와 밀착하게 하기 위해서인데, 이는 엄마 배 속의 환경과 이어주기 위해서다. 산모가 미역국 먹는 나라도 한국뿐이다. 태중의 양수는 바닷물과 성분이 비슷하다. 과학은 생명이 바다에서 육지로 왔다고 말한다. 반면 서양에서는 아기를 낳자마자 요람에서 재운다. 다시 말해 엄마 배 속, 자연과의 단절이다. 한국 문화에는 여성이 물질을 하기 위해 구덕을 사용했던 제주도를 제외하면 그런 요람이 없다. 한국은 요람을 사용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고, 포대기로 업어 기르니 ‘분리 불안’ 같은 말을 모르고 살던 민족이다. 게다가 우리 출산 문화에는 새 생명의 탄생을 돕고 AS(애프터서비스)까지 맡는 삼신할머니라는 ‘생명의 여신’도 있다.

저자는 생명 자본을 깊이 간직했던 한국인의 문화가 한류는 물론이거니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뤄낸 원동력임을 제기한다. 또한 우리의 ‘막 문화’ 속에 담긴 원초적 생명력의 의미를 파헤침으로써 어떻게 지금의 한국인으로 이어왔는지 여정을 풀어낸다.

저자는 과거를 알려면 검색하고, 현재를 알려면 사색하고, 미래를 알려면 탐색하라고 말한 바 있다. 검색은 컴퓨터 기술로, 사색은 명상으로, 탐색은 모험심으로 한다. 이 책은 검색, 사색, 탐색의 삼색이 통합되어 있는 거대한 지적 그물망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재미있고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게 한국인을 이야기한 책은 없다. 한국의 대표 지성이자, 이야기꾼으로 펼쳐내는 한국인 이야기는 우리 한국인을 더욱 깊게 들여다보고,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인으로 되어가는 우리를 긍정하게 해주며, 더 나아가 우리가 생명화 시대의 주역임을 일깨워준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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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한국사의 고개를 넘어, 『너 어디에서 왔니』?




♡ 한국사의 고개를 넘어, 『너 어디에서 왔니』 ♡















『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생 일장춘몽이 아닙니다. 인생 일장 한 토막 이야기인 거지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선녀와 신선을 만나 돌아온 나무꾼처럼 믿든 말든 이 세상에서는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옛날이야기를 남기고 가는 거지요. 이것이 지금부터 내가 들려줄 ‘한국인 이야기’ 꼬부랑 열두 고개입니다. _이어령







뿌리에 대한 인문서를 읽으며 ‘역시 이어령 선생님이구나!’를 느꼈다.

여태껏 이어령 선생님의 책을 뭘 읽었나 북리스트를 확인해보니 『언어로 세운 집』, 『이어령의 지(知의 최전선)』, 『길을 묻다』, 『한국인의 손, 한국인의 마음』을 읽었었다.

그만큼 믿고 읽는 이어령 선생님이기에 이번에 출간된 『너 어디에서 왔니』는 읽기 전부터 기대감에 부풀었었다.



보통 한 나라 혹은 한 국가에 대한 역사를 배울 때면 대부분 주요 인물들의 중심으로 역사가 펼쳐져 나간다.

한국사는 어떨까?

저자는 한국의 역사는 ‘그’ 또는 ‘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총 열두 고개(태명 고개, 배내 고개, 출산 고개, 삼신 고개, 기저귀 고개, 어부바 고개, 옹알이 고개, 돌잡이 고개, 세 살 고개, 나들이 고개, 호미 고개, 이야기 고개)로 각 고개마다 세 개에서 다섯 개의 꼬부랑길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태명인 쑥쑥이의 이야기로 시작해 이야기 고개를 넘어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는 이야기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말 그대로 하나의 탄생부터 마지막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대개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 아이에게 불러줄 태명부터 짓게 된다.

초기에는 성별을 알 수 없으니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태명으로 태어나 이름 짓는 그 순간까지 불리게 되는데 이후 이름이 생겨도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요즘이야 쑥쑥이, 튼튼이, 행복이, 축복이, 사랑이같이 애정을 담아 태명을 짓지만 과거에는 개똥이, 삼순이, 말순이, 언년이, 끝순이로 불렀다고 한다. 덧붙여 그렇게 부른 태명이 이름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네 할머니들이나 할아버지들을 보면 그런 이름들이 많은 것이다.

한자가 들어오기 전에는 당연히 우리말로 이름을 지었지만 우리의 고유명이 오늘날과 같이 한자명으로 바뀌게 된 것은 통일신라시대인 경덕왕 때부터라고 전해진다.

잠시 태명 고개에 대한 줄거리를 언급했는데 이렇듯 언어의 역사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까지 첨부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새로운 것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장을 꼽으라면 바로 이야기 고개이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인데 문득 이 장을 읽고 나서 초등학교 때 읽었던 전래동화 전집이 읽고 싶어져 낑낑 대며 전집을 다 꺼내 책탑을 쌓아놓고 삼십 여분 이상을 앉아 다 읽어버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생활도 오롯이 기록되고 있는 역사의 한 부분이다.

책에 나온 이 모든 이야기도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인데 문득 모르는 사람들도 많겠구나 싶었다.

어렸을 때, 동생과 나이차가 있어 부모님이 늦게 들어오시면 내가 재우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항상 책을 읽어주거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이 모든 이야기를 잘 기억해 놨다가 훗날 내가 아이를 낳으면 꼭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접기
하나의책장 2020-02-19 공감(1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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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너 어디에서 왔니 (한국인 이야기)




탄생, 너 어디에서 왔니 (한국인 이야기)



이 책은?



이 책, 『탄생, 너 어디에서 왔니』는 이어령 선생의 <한국인 이야기>다.

저자가 <중앙일보>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을 한데 묶은 것이다.



저자 이어령 선생에 대하여는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선생은 1934년생이니 올해 86세, 모쪼록 건강하시기를 빌어본다. 이런 글을 더 읽어보고 싶은 독자로서의 바람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어령 선생이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다.

(‘이야기 보따리’라는 말의 변천도 흥미롭다.

‘이야기 자루’에서 ‘이야기 보따리’로, 그리고 이제 ‘이야기 주머니’가 되었다. 402쪽)



선생의 글은 '이야기 주머니'로는 모두 담을 수 없고, '이야기 보따리'에 담아야 한다.

이 보따리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목차를 살펴보자.



1. 태명 고개: 생명의 문을 여는 암호

2. 배내 고개: 어머니의 몸 안에 바다가 있었네

3. 출산 고개: 이 황홀한 고통

4. 삼신 고개: 생명의 손도장을 찍은 여신

5. 기저귀 고개: 하나의 천이 만들어낸 두 문명

6. 어부바 고개: 업고 업히는 세상 이야기

7. 옹알이 고개: 배냇말을 하는 우주인

8. 돌잡이 고개: 돌잡이는 꿈잡이

9. 세 살 고개: 공자님의 삼 년 이야기

10. 나들이 고개: 집을 나가야 크는 아이

11. 호미 고개: 호미냐 도끼냐, 어디로 가나

12. 이야기 고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태명에 관한 선생의 말을 듣고 보니, 이게 보통 의미가 아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것, 그것에서부터 선생의 통찰은 빛을 발한다.



이런 것, 읽어보자 정말 이런 통찰, 빛이 난다,



신기한 낱말 ‘떼다’. (139쪽)

우리말에는 아이가 태어나 제 앞가림을 할 때까지 그 성장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신기한 낱말 하나가 있다. 바로 ‘떼다’라는 동사다.



태어나자마자 탯줄을 자르고 배꼽을 뗀다.

젖을 떼고,

똥오줌을 가리게 되면 기저귀를 뗀다.

기어다니던 아이가 걸음마를 배워 첫발을 뗀다.

그게 끝이 아니다.

옛날이라면 천자문을 떼고

요즘이라면 한글을 떼야 비로소 홀로서기가 가능해진다.



저자는 낱말 ‘떼다’를 통해 사람의 발달기를 구분하고, 이어서 프로이트의 이론을 연결시켜 살펴본다. 프로이트가 말한 ‘구순기’는 젖을 떼는 때이고, ‘항문기’는 곧 기저귀를 떼는 때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조상들은 굳이 프로이트가 주장한 어려운 이론이 아니더라도, 이미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139쪽)



‘떼다’라는 한 낱말로 프로이트를 간단히 제압해버리는 통찰, 기억해 두고 싶다.



호미의 새로운 기능



선생이 인터넷 활용은 젊은이들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이런 말들이 자주 보인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금시 알 수 있다.>(18쪽)

<나는 한때 “손가락으로 검색하지 말고 머리로 사색하라”고 젊은이들을 향해 큰소리친 적 있지만 이제는 거꾸로다. “사색하려면 검색하라”이다.> (26쪽)



이제 바야흐로, 검색은 하나의 자료 수집 방법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선생은 인터넷 검색에 이런 식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약초는 신선들이 사는 깊은 산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잡스러운 길가 잡초 우거진 곳에 있다.> (33쪽)

<늘 해온대로 잡초밭에서 약초를 캐는 작업으로 마무리한다. 구글 검색 창에.....>(138쪽)

<잡초밭에서 찾아낸 약초같은 이야기라 가슴이 찡하다.>(206쪽)



인터넷은 비록 잡초밭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약초가 있으니, 잘 골라내자는 거다. 그 방법은? 선생은 뜻밖에 호미라는 농기구를 꺼내든다.



<늘 하듯이 이번에도 호미를 들고 인터넷 들판으로 간다.>(206쪽)

<인터넷 숲속에서 호미 대신 마우스를 들고 찾아낸 산삼이다.>(216쪽)



그렇게 해서 이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호미’로 넘어간다.

<나물 캐는 호미는 논밭의 잡초를 제거하는 도구가 아니다. 잡초 속에 가려진 선약의 약초를 찾아내는 탐색이요, 구도의 기도 같은 것이다.>(326쪽)

해서 호미는 이제 인터넷에서 약초를 골라내는 도구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호미로 나물을 캐요. 산삼을 캐요. 그런데 우리는 정보를 캔다고 하지요. 정보를 얻는 것을 정보를 캐온다고 합니다.> (423쪽)



그리고 호미는 그 정도로만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격물치지에 이르게 된다. (336쪽)



해리 할로우의 원숭이 실험 (294쪽)



발달심리학자 해리 할로우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한 쪽에는 철사로 만든 원숭이 인형에 우유병을 달아놓고, 다른 쪽에는 나무 위에 부드러운 천을 덧씌운 인형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자 새끼들은 젖도 주지 않는 헝겊 인형 엄마 품에서 지내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런 실험 결과를 발표한 후 17년후에 할로우는 그동안 원숭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 재실험을 했다.

스킨십 대리모가 키운 원숭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을 공동체 우리에 집어넣자. 원숭이들은 사나운 성질에 노이로제 증세와 자폐증, 불안증 등의 병리 현상을 나타냈다. 수컷은 부정적이고 반항적이었고, 암컷은 수컷이 근처에 오지 못하게 했다. 암컷은 모성애라곤 없었다.

엄마 원숭이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지 못해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괴물이 된 이 원숭이의 실상이 알려진 뒤, 미국에서는 원숭이 실험을 금지했다.

(294-295쪽, 더 자세한 내용은 299-300쪽 참조.)



이러한 실험 결과를 심리학 책을 통해서 알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내가 읽은 책들은 모두가 전반부의 실험 결과만 소개해 놓고 있을뿐, 17년후의 재실험 결과는 언급이 없었다.

해서 이 책으로 실험 결과를 전체적으로 알게 되어 반쪽 지식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기쁘다.



다시, 이 책은?



선생의 글을 거의 다 읽어온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이런 글을 읽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해서 한 글자라도 빼놓지 말고 읽는다는 심정으로 읽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헤아렸음인지, 선생은 글 중에 필요한 부분은 따로 장을 만들어, 더 자세한 내용을 실어 놓았다.



책 중에 <샛길>이라는 항목에 그런 참고 자료가 실려있다. 또한 책의 말미에 <저자와의 대화>을 실어, 선생의 근황과 생각을 더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놓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 한 글자 한 글자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약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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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yoh 2020-02-17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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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에서 왔니 ?이어령-


한국인 이야기-탄생


이 책은 이제껏 우리가 몰랐던 한국인의 ‘출생의 비밀’을 밝혀준다. 검색창에 ‘이어령’이라고 치면1934년 1월 15일이라고 나온다. 지금 그는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집필에 몰두 하고 있다. 그렇기에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이어령 박사, 교수, 시인, 비평가, 학자, 소설가, 행정가, 행정가, 문화 기획자 등 수많은 직함을 가진 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가 남기는 어쩌면 마지막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넘다가 꼬부랑 강아지를 만나…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처럼 이어령 교수는 꼬부랑 꼬부랑 한국인의 출생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준다. 그의 서사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깊고 넓어 측량이 힘들지만 어렵지 않고 술술 귀에 착착 감기기에 누구나 고개를 주억거리며 따라 갈 수 있을 듯 하다.







‘한국인 이야기’가 77세이던 2009년에 시작되었으니, 그 첫 권인 ‘탄생’ 편 《너 어디에서 왔니》가 출간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2009 년 중앙일보에 연재를 시작를 시작으로 2015년에 10부작으로 방영 한 <이어령의 100년 서재>에서 짧막하게 글들을 소개 하였지만 이번 시리즈를 통해 잘 정리되어 책으로 출간되어 오랫동안 기다려온 독자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소식이 될 듯 하다.













<나도 한때 ‘손가락으로 검색하지 말고 머리로 사색하라’고 젊은이들을 향해 큰소리친 적 있지만 이제는 거꾸로다. ‘사색하려면 검색하라’다.(26p)> 라고 예전과 달라진 환경에 서스럼없이 인정하고 수긍하는 그의 태도에서 왕성한 집필 활동의 원천이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태명-배네-출산-삼신-기저귀-어부바-옹알이-돌잡이-세 살-나들이-호미-이야기 고개로 총 12고개로 책은 구성 되어 있다. 각 고개의 제목만 봐서는 무엇을 의미하는 지 언뜻 짐작이 안 가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무엇을 의미하는 지 어렴풋하게 알 수 있을 듯 하다. 지난 2015년에 방송한 <이어령의 100년 서재> 10부작을 본 애청자로써 이 책을 보면서 그때 교수님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더욱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태명 고개에서 일본인 아내가 지은 태명은 ‘꼬물이’ 이 말은 한자로 쓸 수 없음을 이야기 하면서

<한국의 태명은 순수한 한국말 그중에서도 풍부한 의성어를 이용해서 지은 것이 많다. 여전히 한자의 작명법에 의존하는 일본인 처지에서 보면 부러워할 만도 하다.(30p)>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을 태명에서부터 찾아 시작하는 교수님의 능력에 감탄이 나온다. 발로 차는 축구가 있기 전에 우리에게는 의미심장한 태권과 배내 발차기가 있었다고 가정할 수 있다. 태교, 태명, 태권이 한류가 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우리말에는 아이가 태어나 제 앞가림을 할 때까지 그 성장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신기한 낱말 하나가 있다. ‘떼다’라는 말이다. 태어나자마자 탯줄을 자르고 배꼽을 뗀다. 다음에는 젖을 떼고 똥오줌을 가리게 되면 기저귀를 뗀다. 그리고 기어다니던 아이가 걸음마를 배워 첫발을 뗀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옛날이라면 천자문을 떼고 요즘이라면 한글을 떼야 비로소 홀로서기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배꼽 떼고, 젖 떼고, 기저귀 떼고, 발 떼고, 천자문 떼지 않으면 평생 ‘떼’쓰는 응석받이로 어른이 되지 못한다.(139p)>









<‘뗀다’는 말만 아니다. 그말과 함께 따라다니는 ‘가르다’ ‘가리다’라는 말도 있다. 배꼽을 떼려면 탯줄을 가르지 않으면 안 되고, 젖을 떼려면 ‘맘마’와 ‘지지’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기저귀를 떼려면 무엇을 가려야 하나. ‘쉬쉬’와 ‘끙가’로 똥오줌을 가려야 한다. 발걸음을 떼고 걸으려면 이번에는 안과 밖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자기 앞을 가릴 줄 아는 사람이 된다.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떼다’와 ‘가리다’의 우리 토막이말만 알면 갓난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잘 키울 수 있다. 밥 먹기 전에 식기도를 하듯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항상 세 살 때 배운 내 모국어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부모 자식 그리고 아내보다도 더 오래 함께 살아온 것이 있다면, 그게 바로 막말로 비하했던 나의 한국어요 나의 한글이니까(140p)>







기저귀 고개에 나왔던 부분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한국어에 대한 신비스러움과 동시에 너무나 한국인의 정서가 담겨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떼다와 가리다 이 말들로 갓난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니 경탄을 감출 길 없다.





한국인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세계인들은 외면해버렸거나 생경한 문화, 풍습, 전통들이 줄줄이 나온다. 이것을 한국인의 정서의 뿌리로 보고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현재를 지나 미래에까지 뻗어 나가게 생각하는 그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돌잡이를 하고 아이를 등에 들쳐업고 논, 밭, 집안일을 해야 해서 포대기를 쓰고 가위 바위 보를 비롯해 숫자 3을 단순히 좋아한다고 여겨졌던 모든 것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꿰 뚫고 있는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이 다음 시리즈도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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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동이아빠 2020-02-19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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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에서 왔니 (한국인 이야기 -탄생)




"너 어디에서 왔니? 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그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이제껏 우리가 몰랐던 우리 모두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시대의 흐름을 통찰하고 변혁시켜 온 정신사의 궤적과 한국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 온 이어령의 시대적 선언!






띠지의 사진을 왜 저런 포즈로 찍으셨을까;;; 종교 교주 같은심;;;

이어령 선생님 이름을 안들어본 사람보다 들어본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꾸준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것도 놀라운데,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 새로운 시리즈 집필을 시작하셨다니 더욱 놀랍다. 게다가 그 시리즈 제목이 무려 '한국인 이야기' 이다.



00인 이야기 라는 제목을 들으면 대부분 로마인이야기 라는 책 제목을 떠올리게 될 것 같은데, 나또한 그러하여 이 책이 소설적 역사이야기 인줄 알았다. 역사적 사건 자체보다 그 역사를 살아온 사람 즉, 한국인에 초점을 맞추어 연대기식으로 이야기를 풀어주시려나 기대했다. 그런데...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책이었다. -0-



책은 태명 이야기로 시작된다. 태명이 굉장히 오래전부터 늘 있어온 관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이어령 선생의 북콘서트 후 책에 사인을 해주던 자리에서 쑥쑥이이름으로 사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서야 선생은 태명에 대해 알게 되신듯 하다. 그리고 태명이라는 것이 한국인만의 것임을 논증하기 시작한다.





한자가 들어오기 전 당연히 우리는 우리말로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글자가 없어 그 뜻이나 소리를 이두식 한자로 표기할 수 밖에 없었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 라는 이름부터 그렇지 않은가. <삼국사기>에는 박혁거세의 이명으로 '불구내' 라는 기록이 보인다. 주석에서도 광명이세 로 밝혀져 있듯이 '빛으로 세상을 밝힌다' 는 뜻이다. 그러니까 박혁거세를 토박이말로 환원하면 '불구내'는 '밝누리(놀이)'가 아니라 '밝아누리'였을 가능성이 크다. 혁거세를 한자의 뜻으로 풀어보면 '밝을 혁' 과 '누리 세'로 그 뜻이 부합한다. 그러니까 혁거세는 원래 이름의 뜻을 옮긴 훈차요, 불구내는 그 이름의 발음을 적은 음차 라고 보면 된다. (p. 19)




태명으로 시작하여 이름에 대해 한글 이름과 한자 이름의 역사적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시는데, 한글에 대해 이분만큼 정확히 아시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므로, 일단 믿고 읽게 되는 내용들이었다. 지금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퍼져있는 태명이 한국인들이 만들어낸 진짜 오리지널 한류라는 것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되는 내용들이었다. 2001년쯤에서부터 태명짓는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그렇게밖에 안됐나 싶어 놀랐다.



아시아는 성을 중시하고 유럽은 이름을 중시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 표기 순서가 다르다. 아시아에서도 특히 한국과 중국은 성씨를 중요시 여겨 한국은 세계에서 성이 가장 적은 수에 속하고 인구가 그렇게나 많은 중국도 인구의 85퍼센트 안팎이 100개 이하의 성씨로 구성되어 있을 만큼 성씨는 갯수는 많지 않은데 비해 일본은 성씨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여 성씨와 이름을 자주 바꾸고 새로 짓고 하다보니 30만 종의 성씨가 있다고 한다. 이름의 문화만 보더라도 서양과 동양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엄청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과 생명과 자연을 보는 차이가 바로 이 한 살 나이 차이에서 비로된다. 천년만년 다른 문화와 문명 그리고 앞으로 올 미래의 세월에 큰 차이가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최첨단 초음파 기술이라 할지라도 앞 못보는 심봉사를 따르지 못하는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모태의 생명 공간을 들여다보는 것은 사람 눈의 수정체도, 카메라의 렌즈도 아니라는 것. 그것은 오직 생명의 예지를 지닌 '마음의 눈' '영혼의 눈' 이라는 점이다. (p. 63)




저자는 한국인 고유의 배내 문화에 대해서도 장점을 부각시킨다. 한국나이는 서양식 만 나이와 혼용되어 헤깔리기 일쑤이지만, 태아를 생명으로 존중하여 태어나자마자 1살로 치는 태도는, 태아를 생명으로 존중하지 않고 0살로 치는 서양식 태도보다 더 바람직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걷고 뛰는 두 발의 힘이 오늘의 인간과 그 문화 문명을 만들어 냈다고 하면 비웃음을 살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도 부정 못하는 것은 물건을 만들고 다루는 기술은 손에서 나왔을지 모르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 행동의 힘은 발과 다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가정이다.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하면서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문화 문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손으로 쥐고 잡는 능력 때문에 짐승과 다른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면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긴팔원숭이 같은 유인원들이 먼저 인간으로 진화했어야 옳았다. (p. 83)

사람을 가장 많이 닮은 침팬지나 고릴라도 하루에 기껏 길어야 3킬로미트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채집 시대의 원인류는 하루에 30킬로미터 이상을 걸었다는 것이다. 손이 아니다. 이동성을 가능케 한 바로 그 발과 다리가 오늘의 인간과 그 문화 문명을 만들어낸 주역이었던 것이다. (p. 84)




수긍이 가는 내용이었다. 손이 아니라 발이 인간을 유인원에서 독립시켰다. 그리고 쿵푸와 가라데는 손을 사용하지만 태권도는 오직 발만 이용하는 운동이다. 태권도가 갑자기 달리 보인다. 최근 걷기 가 유행인데 이또한 달리 보인다. 쇠젓가락으로 콩을 집을 수 있는 민족도 한국인데 유일하다는데 심지어 발까지!! 저자의 한국인 장점논리에 점점더 빠져든다. ㅎㅎ



출산후 미역국을 먹는 문화도 한국인만의 고유한 산후조리법이라고 한다. 서양에서 미역은 바다속 잡초 취급당했고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출산과 미역국은 생소한 조합이었다. 하지만 미역의 산후조리능력은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뱃속 태아를 소중히 여기고 산후조리를 미역국으로 보신했던 한국인은 애초에 생명을 주시는 삼신할머니 문화부터 달랐다.





일찍이 이능화 선생이 <조선무속고>에서 지적한 것처럼 (삼신할머니 의)'삼' 은 한자의 삼(三)이 아니라 태(胎)를 뜻하는 우리 고유의 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맞는 말이다. 요즈음 말로도 탯줄을 자르는 것을 '삼 가른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삼신을 '三神'이라고 해온 것은 '생각'을 '生覺' , 사랑을 '思郞' 으로 써온 한자 중독증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삼신의 뜻을 토박이말로 바꿔놓으면 꼬부랑 고개의 꼬부랑 할머니가 된다. (p. 120)




드라마 도깨비에서 등장했던 삼신할머니의 다채로운 모습(할머니 아가씨 등등)은 한국에서만 가능했던 표현이라고 한다. 타 문화에선 상상도 못했던 생명신의 모습이라고 ㅎㅎ 몽고반점도 한국인의 경우 발생률이 97퍼센트대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하면서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응원열정을 연결짓는데 묘하게 설득되어진다. 우리에겐 너무나 자연스럽고 친숙하지만 타문화에서는 그렇지 않아 보이는 것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신선했다.





인터넷에서 캐낸 한국인 이야기다. IMF의 환란 때 떠돌던 유머인 것 같다. 경제난으로 일가족이 고층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실을 시도한다. 그런데 한 사람도 떨어져 죽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아버지는 기러기 아빠였고, 어머니는 바람난 주부에, 딸은 날라리 였다. 거기에 큰아들은 제비족이었고, 둘재 아들은 비행소년, 막내는 덜떨어진 아이였다는 이야기다. 한국사람이라면 이러한 우스갯소리를 듣고 웃지 않을 사람이 없겠지만 외국인은 아니다. 유머 감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무리 번역을 잘해도 '기러기아빠' 나 '제비족' 그리고 '바람난다' 같은 독특한 한국어의 속어를 이해하지 못할 거다. 더구나 '날라리' 나 '비행'의 동음이의어는 음운 체계가 달라 번역조차 불가능하다. (p. 145)




저자는 전공을 살려 한국어의 장점을 여러면에서 부각시키는데 읽을때마다 한글의 위대함은 감탄스럽다. 고전서만 고집하지 않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다양한 글을 인용하시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인데, 저자가 퍼온 저 유머를 읽으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한글은 정말 위대하다!





말의 힘은 대단하다. 젖을 빨던 아이가 음식을 '씹'는 아이로 성장하고, 오즘 '싸'고 똥 '싸'던 아이가 오줌 '누'고 똥'누'는 아이로 바뀐다. 이렇게 똥오줌을 '가리게'되면 가랑이 사이에 족쇄처럼 채워졌던 기저귀를 떼게 된다. 쉬쉬와 응가와 끙가 같은 절묘한 소리와 패턴을 분석해보면 태명과 상통한 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쉬쉬' 는 잇소리다. 간지러운 잇몸에서 막 이가 나려고 하는 바로 그 치음이다. '응가'는 응애하고 태어날 때 숨 쉬던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고, '끙가'는 그보다 더 힘을 줘야 하는 쌍기역 소리다. 이렇게 미세한 차이가 젖먹이 똥싸개아이에게 전달되면, 이제는 자의로 배변을 할 수있는 힘이 생겨난다. (p. 161)




한글이 위대한 것은 표현방식도 그렇지만, 애초에 그 글자로 적을 수 있었던 우리말의 표현이 다양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말의 표현은 정말 글자 하나차이로 성장을 표현해 낼 수 있을 다채롭다. 우리말과 우리글이 제대로 번역될 수만 있다면 외국인들이 정말 깜짝 놀랄텐데...





제주도 지역을 제외하면 한국은 요람 문화권에서 벗어난 거의 유일한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애를 업어 기르는 포대기는 밀착형 육아문화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애를 업고는 바다에 들어가 물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제주도만이 아이를 구덕에 넣어 기르는 걸 봐도 짐작이 간다. (p. 172)

2,000년 전 로마의 정치인 세네카는 스와들링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부모는 아직 유약한 정신을 가진 아기들에게 약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견뎌내도록 강요한다. 그들은 울고 발버둥치려 하지만, 아직 미성숙한 그들의 몸이 곧게 자라지 않고 굽을 까 봐 단단히 천으로 묶어둬야 한다. 그런 다음 차근차근 교양 교육을 시키는데, 만일 이 말을 듣지 않고 거부하면 겁을 주어야 한다' 아기를 천으로 꽁꽁 감싸주는 스와들링은 아이가 힘들어해도 강요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겁을 줘서라도 뜻을 이뤄야 한다는 폭압적 부모론이다. 적어도 세네카의 말 속에 아기의 인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p. 186)

부르는 언어가 다르고, 믿는 종교가 다르고, 감고 두르는 방법이 저마다 다르더라도 유럽의 스와들링 풍습만은 어디를 가나 똑같았다. 공간적으로 모두 스와들 문화권에 속하는 유럽권 지역이다. 멀리 4,500년 전 고대로부터 17세기 이후 스와들링에 관한 비판이 이뤄지기 이전까지 스와들링은 아무런 문제 제게 없이 모두가 공유하는 육아방식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스와들링 풍습은 전 세계적으로 뿌리 깊게 남아 행해지고 있다. (p. 194)




한국인만의 포대기와 기저귀문화의 장점을 이야기 하면서 서양에서 이루어졌던 스와들링 육아법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기저귀가 없었다니;;; 기다란 천으로 미라처럼 묶은채 요람에 떨어뜨려 아기혼자 재우면서 용변을 볼때마다 갈아준것도 아니라니;;; 뱃속에 있을 때는 생명으로 여기지도 않았고, 태어나서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 보살핌이 없는 문화가 역사에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 그런데 한국인만의 독특한, 안고 업어 재우는 밀착형 육아의 스킨십문화는 서구로 건너갔고, 현재 한국에선 서양식 스와들과 분리형 육아를 선호하고 있다니 이무슨 안타까운 일인가... 나도 길거리에서 아이를 앞에 정면을 보게 하여 매달고 다니는 젊은부모들을 보면 머리와 팔다리가덜렁거리고 있는 아기를 보면 불안함이 느껴진다. 가슴에 꼭 안아주거나 등에 푹 업어주는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언어학자들은 이 의성어가 가장 발달한 말로 한국어를 꼽는다. 우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의성어를 많이 쓴다는 건 이미 객관적 통계로도 밝혀진 바 있다. 정식으로 사전에 나와 있는 것만 8,000개다. 일본은 2,200개, 독일은 우리의 7퍼센트 수준인 541개이니 말하 것도 없다. (p. 237)




다채롭게 표현할 도구가 많다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류 드라마나 한국 아이돌이나 한국 영화가 점점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문화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봉준호 감독 축하축하 ㅎㅎ)





일본도 옛날에는 같은 한자 문화권으로 돌잡이 문화가 같았지만, 그것을 보유하고 발전시켜 지금까지 지속하는 것은 한국뿐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책을 잡는 풍속이 없다. 지금은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책을 덜 읽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어를 보면 책과 연관된 단어가 많다. 일본 사람은 '쓰구에' 라고 하지만 한국 사람은 '책상'이라고 한다. 우리는 남편을 서방(書房), 'Library Man'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자기 남편을 '책방'이라고 부르는 나라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만큼 책으 귀하게 여긴 민족인 거다. (p. 274)

한국의 좌식문화를 상징하는것이 바로 앉아서 받는 돌상이다. 우리 돌잡이는 앉아 있고, 일본의 돌잡이는 같은 좌식문화인데도 돌상을 앉아서 받지 않고 서서 걷는다. '앉다' 와 '서다' 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미국 미술사학자 파노프스키에 따르면 비록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기는 하나 중세에 만들어진 버질의 동상은 좌상이었다. 그런데 르네상스에서 그것이 입상으로 바뀌게 된다. 중세의 '앉은 자세' 와 르네상스기의 '선 자세'는 대립된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서 있는 자세가 전투적, 행동적, 외향적인데 반해, 앉아 있는 자세는 평화적, 명상적, 내향적인 것에 가깝다. (p. 275)




돌잡이 문화가 한국에만 있었구나... 남편을 책과 연결시켜 서방님이라고 불렀다니, 남편은 책만 읽는 사람이었던건가 ㅎㅎ 여하튼, 좌식문화의 평화적 연결도 돌잡이 문화의 미래희망성도 다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잡는다' 는 의미가 들어있는 돌잡이문화가 있는 한국인만이 기회를 잡고 사랑을 잡고 운명을 잡고 나아가 세계를 잡는 '잡는다'는 의미를 가장 제대로 아는 민족이라는 저자의 표현에 그저 미소를 지을 수 밖에 ㅎㅎㅎ





'3'이란 숫자는 세계 어디에서나 특별한 의미가 있지만, 한국인만큼 셋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드물다. 그건 그냥 돈이나 물건을 세는 수의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맨 처음 수를 알고 그것을 손가락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셋이라는 수다. 서양아이들이 동전 던지기로 승부를 결정할 때, 동쪽 아시아의 아이들은 가위바위보로 내기를 한다. 이항대립이 아니라 삼항순환의 오묘한 사고 체계를 공유하는 거다. 그것도 일본 아이들은 동전 던지기처럼 단판으로 하는데 한국의 아이들은 보통 삼세판이다. (p. 283)




그렇다. 숫자 3 참 좋아한다. ㅎㅎ 저자는 이 숫자 3을 세살까지의 중요성과 연결지으며 다시한번 한국인만의 태교문화와 육아문화와 생명존중 문화의 우수함을 이야기한다.





어머니가 밖에 나가면 서양 아이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는 그 방대한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ㅇ르 찾아서>의 맨 첫머리가 그렇게 시작한다. 한국의 소설에서는 눈 씻고 보려고 해도 그런 이야기를 쓴 소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한국의 아이들은 '나들이'란 말을 알기 때문이다. 나들이의 집합 기억이 그와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다. (p. 305)




서양문화에서는 일반적인것 같은 분리불안이 한국에서는 성립하지 않을 것 같은 육아방식에서의 신뢰감은 고향의 추억과 한국인만의 호미의 재발견을 거쳐 할머니 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꼬부랑 할머니에서 시작해서 열두 고개를 지나 꼬부랑 할머니로 끝나는 셈이다. 이 꼬부랑은 인간이 만든 직선길이 아닌 자연이 만든 길이기에 곧 신이 만든 길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부모는 과거다. 내가 훗날 부모가 되면 부모의 과거였던 시간이 내 훗날 미래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옛 이야기의 의미다. 수천 년을 이어온 옛이야기, 그때 내 말이 있었고, 내 말이 또다시 수천 년을 이어 아이의 옛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옛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그 아이의 아이로 또다시 이어진다. 과거가 미래가 되고, 미래가 또다시 과거가 되어 미래로 탄생한다. 요즘 잘 쓰는 말로 '오래된 미래'라는 당착어법이 생겨난다. (p. 381)




과거는 현재의 자양분이 되고 현재는 미래의 기반이 된다. 옛이야기들은 쌓이고 쌓이면서도 크게 변하지 않고계속 이어진다.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이어지는 것, 저자는 이러한 것들을 찾아내고 있다. 한국인만의 옛것이 얼마나 훌륭한지 자긍심을 북돋우며 오래된 것을 잊지 말고 활용하여 미래를 만드는데 활용하도록 연결짓고 있다.



'오래된 미래'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티벳 저쪽 산골마을 라다크의 현실을 다룬 오래된 미래는 어두운 현실을 비추는 단어였다. 미래 보다는 오래된 에 방점이 찍혔달까.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오래된 미래는 그 의미가 아니다. 오래되었지만 소중한 한국인만의 고유한 장점을 대를 이어 계승할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이다. 오래된 을 바탕으로 한 미래에 방점을 찍는다.



저자가 들려주는 '한국인 이야기' 는 이제 탄생 했을 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성장시킬 지 모르겠으나, 역사서가 아닌 다양한 내용을 아울러 '한국인 이야기' 라는 제목을 쓰고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저자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령과 병환으로 십년만에 완성됐다는 이 '탄생'을 시작으로 마지막 권까지 지적 활동을 멈추지 않으시길 응원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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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LY 2020-02-17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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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에서 왔니 - 한국인 이야기, 탄생




'한국인 이야기 -탄생' 은 2009 년 중앙일보에 연재를 시작으로 하여 TV 강연까지 거쳤고, 이렇게 책으로 나오기 까지 10년이 걸렸다 한다. (저자와의 대화-394쪽 참조) 그래서일까, 그 긴 세월만큼이나 또, 한국인 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룬 것 만큼이나 나에게는 이 책이 마치 대서사시와 같다는 느낌부터 주었다.

한국인의 탄생을, 한 생명이 어머니 배 속에 생겨날 적부터, 그 아기가 태어나 걸음마 하고 세 살이 되어 가기 까지의 그 과정을 거치는 이야기로 이야기 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축소판 처럼 단 걸음에 달려가는듯한 느낌으로 거대함을 축소시켜 놓은 것이었다. 한국인의 바탕과 근본, 사상 같은 것들이 어떻게 일상 속에 자리잡고 내려오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밝혀 놓은 것들은 읽는 독자에게 유익하고도 흥미로운 정보였기도, 지식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또한 저자가 독자에게 원했던, "아하, 그랬었구나", 라는 느낌을 충분히 받고도 남게 했다.




저자 이어령님의 한국인 연구라 할 만한 이 책은 한국인이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디에 서 있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의 방향도 생각해 보게 한다. 그 과정을 바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의 힘을 들어 열 두 고개를 넘어가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한국인 이라면 꼬부랑 할머니의 꼬부랑 고개 넘어가는 열 두 고개쯤은 모를 사람이 없다. 한마음으로 손뼉쳤던, 월드컵 경기 때의 대~한 민국, 짜작짝 짝짝, 그 리듬감도 모두 다 아는 일이다. 한국인 이기 때문에 말 하지 않아도 서로 공감하고 넘나드는 감정들이 윗대 조상때 부터 면면히 내려왔다는 이야기이고, 그것들은 모두 이야기 라는 형식으로 전해져 왔다는 그것이 새삼 스럽다. 한 사람의 이야기 였다면 전기문이 되겠고 한 민족, 한 국가라면 역사가 될 이야기 이겠지만 태명을 짓고, 아기를 업어서 기르고, 한 마을에서, 한 가정에서 살아오고, 태어나고 죽은 그 일상들의 모음은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전해 내려온 이야기 였다는 것이다. 그것들을 하나 씩 저자의 글을 빌어 읽어가는 것은 나도 한국인 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도 하게 했다.




세종대왕은 소 띠, 이순신 장군은 뱀 띠, 광개토왕은 돼지 띠, 정조대왕은 원숭이 띠 (111쪽)




와, 그랬구나, 이 분들이 이런 띠 였었구나, 그럼 나와는?, 당연히 공통점 찾기에 들어간다. 어느 새 유명한 역사 속 인물들과 나와는 하나의 끈이 생겨난다.




이 책에서 나온, 아기가 엄마젖을 빨다가 한 3초간 멈췄다가 다시 빠는 그 행동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왜 가만히 있다 다시 젖을 빠는지 그 당시 많이 의아 하고 궁금했었는데 이제 답이 나왔다. 오호라, 가볍게 흔들어 달라는 신호란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기가 참 영리하기도 하다.




몽고반점 이야기에서, "어머니의 배속에서 살았던 거주 증명이고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인증샷이다." (132쪽) 무릎을 치게 만드는 표현 능력이다. 저절로 밑줄도 긋게 한다.




그러면서 눈물이 핑 돌게 하고 울컥 하게 한 문장이 있었으니 바로 어부바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을 때 였다. 왜구의 선봉장으로 조선을 침입했던, 후에 귀화한 김충선의 전설같은 이야기.

"왜군의 칼에 피해 쫓겨가는 와중에도 조선인들이 등에 하나 씩 뭔가를 업고 뛰는, 쌀, 보리 자루가 아니라 늙으신 어머니, 아버지 였다." (231쪽) 야만의 나라가 문화의 나라를 침략했다는.




아기를 업어서 기르던 포대기, 그 포대기 속에서 자라난 한국인들이 성장하여 후일에는 늙으신 부모님을 업는다는 그 부분이 가슴 찡하기도 하다. 그런데, 신세대 한국인 주부, 엄마들은 서양의 양육법을 따라 하기도 하여 아기가 태어나자 온몸을 미라처럼 꽁꽁 싸 맨다는 스와들링을 요즘 따라 하기도 한다니 난 이 부분에 있어서는 반대하고 싶다. 한 때는 분리형 육아 법을 좀 더 나은 것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스와들링을 따라 할 만큼 이렇게까지 갓났을 때 부터 분리시켜 놓는 것에는 동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편, 잠든 아기를 등에 업고 일기예보 방송을 한 외국인의 모습은 동양의 문화를 따라했던 것이다. 우리가 내다버린 문화를 서양이 따라 하고, 그들이 버린 습관을 우리가 줏어서 따라 한다는 말, 생각해 볼 부분 아닐까.




한 고개 한 고개, 열 두 고개까지 이르렀을 때 한국인의 탄생 과정이라는 이야기가 결코 꼬부랑 한 고개만이 아닌 사통팔달 연결될 수 있는, 마침표 없는 길이며 이야기일 것임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저자 이어령님의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호미대신 마우스로 캐낸 산삼" 같은 이야기가 어디 마침표를 찍을 만한 이야기 일까. 그 다음의 이야기도 분명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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