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상스러움 - 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
진중권 (지은이)푸른숲2002-04-06
352쪽152*223mm (A5신)504gISBN : 978897184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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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리뷰이 사람을 보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란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전투적 지식인 진중권, 그가 펴낸 두번째 사회평론집이다.
이 책은 한 시사주간지에 연재되었던 '엑스 리브리스'란 코너에 실린 글들과 그 밖의 칼럼들을 엮은 것이다. '엑스 리브리스'를 우리 말로 옮기면 '...라는 책에서'란 뜻으로 남의 글을 인용할 때에 쓰는 표현이다. 그래서 여기 실린 글들은 주로 '인용'과 그것에 붙인 코멘트로 이루어져 있다.
'인용'의 묘를 저자만큼이나 잘 아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는 도덕군자 연하는 보수주의자, 국가주의자, 시장 만능을 외치는 자유주의자들의 말을 해체하여 그들 스스로의 말을 뒤집는데 '인용'한다. 또한 발터 벤야민, 르네 지라르, 카를 슈미트와 같은 서양 철학자들의 말을 통해 바로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태를 꼬집기도 한다.
늘 그렇듯, 진중권의 글은 극도로 신랄한 비판과 조롱, 유머, 풍자로 흘러 넘친다. 웬만한 보수 논객들은 그의 현란한 솜씨에 보기 좋게 한 방씩 먹고 만다. 이러한 글쓰기가 바로 그를 둘러싼 열광하는 팬들과 비판자들을 동시에 자극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스스로 명명한 '광대 스타일'의 글쓰기를 단순한 개인적 스타일로 환원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고상한 척, 정색하는 세상에서 '광대 스타일'의 글쓰기는 그 자체로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 효과적인 힘을 발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탁월한 윤리적 감수성과 칼날 같은 논리는 이 특별한 광대가 가진 또 다른 무기다. 지식인이란 고정관념에 지각변동을 초래한 장본인 진중권, 일당백의 진보 논객으로, 때론 유쾌한 계몽자로 활약하는 그를 지켜보는 것은 경이롭고도 즐겁다. - 정선희(2002-04-04)
목차
머리말 - 엑스 리브리스
1장 폭력
마이너스 1의 평화
늑대가 인간이 되는 길
주권자는 누구인가?
신화적 폭력과 신적 폭력
두 개의 권력
폭력 비판
2장 죽음
잇카신주(一家心中)
숭고한 개죽음
불과 칼
정치적 네크로필리아
죽은 자를 심판하라!
죽음의 정치
3장 자유
기쁜 소리, 신약과 선언
세일즈맨은 죽지 않는다
환경빨갱이?
현상수배, 천재를 잡아라
시장의 우상
자유주의의 두 얼굴
4장 공동체
중세인가, 포스트모던인가
철인도덕정치?
애국적 공동체
코뮤니즘에서 코뮈니즘으로
근대와 탈근대의 변증법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
5장 처벌
공동체의 복수
범죄 예방이 잔인한 수단, 공포
범죄자를 치료하라?
육체의 훈육
신의 위한 원죄의식
평화로운 폭력
6장 성(性)
반대를 위한 문법적 착각
가증한 일?
인류를 능욕?
그 역겨움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는 신경증?
게이의 존재미학
7장 지식인
의미와 사용
어떤 삼단 논법
어떤 통일전선
지식인의 묘비?
자기의 테크놀로지
8장 공포
우익이 무서워
평양 나비의 날개짓
6.25는 통일전쟁?
우요꾸(右翼)와 춤을
미국을 위한 인종주의
춤추는 반공
9장 정체성
정체성으로서의 예비역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
시민 길들이기
개새끼의 존재미학
패거리의 정체성
10장 민족
혈통에서 시민적 연대로
민족주의와 일상적 파시즘
11장 힘
터키 인형과 난쟁이
해석의 싸움
사건 - 기계
정의와 힘
12장 프랙털
오페라의 망령
별꼴이 반 쪽이야
우리들의 찌그러진 영웅
모욕당하지 않을 권리
시(詩)여, 덧없음을 독점하세요
프랙털
후기 - 광대의 철학
진중권론 - 진중권과 함께 별밭을 우러러본다 / 노혜경
접기
책속에서
집단과 하나가 되는 한에서만 개체는 안전하다. 그리하여 부조리한 실존들은 괴상한 집단주의 속에서만 구원을 찾는다. 그리하여 그들은 필사적으로 자기를 집단과 동일시하려 한다. (...) 집단과 동일시에 실패하는 자는 공동체의 성스러움을 지키기 위한 희생양이 된다. 그러다가 희생자가 사라지면? 문제없다. 개별자들은 집단 속에서 기어이 또 하나의 '모난' 놈을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희생양이 선택되면, 적어도 그가 존재하는 동안은 개별자들은 다시 안심하고 살아간다.
-p.21쪽 접기 - icaru
보수적인 사람일수록 사형에 찬성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사형제도 존속론의 바탕에 권력 의지가 깔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자기들이 가진 권력의 행사 범위를 타인의 생명에까지 연장시키고 싶어한다.-p.152~153쪽 - icaru
주관적 호오의 감정에 기초한 이 미학적 논변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박할 수 있을 게다. (1) 먼저 그 "감정"의 근거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감정에도 원인이 있는 법. 그렇다면 동성애자에 대한 이 혐오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자기가 그것으로부터 자유롭다고 강변하는 바, '동성애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2) 자기 맘 속에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을 품는 것은 자유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을 공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것을 표출하는 순간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이미 실행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3) 동성애에 대한 감정이 일종의 취향 판단이라고 한다면, 자기와 다른 취향에 대해서 톨레랑스(관용)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동성애자는 이성애자를 혐오하지 않는데, 왜 이성애자는 동성애자를 혐오하는가?-p.169쪽 접기 - icaru
패거리에는 개인의 '주체성'도, 집단의 '사회성'도 없다. 패거리의 권력 구조는 패거리의 정체성을 위해 개인의 선택을 무시한다. 그 안에서 지켜야 할 개인 윤리는 아부와 맹종이다. 동시에 패거리의 목적은 사회성을 배반한다. 패거리라는 이익 집단은 공적 영역에서 부당 이득을 취하며 부당 권력을 행사한다.
(...)
우리 사회에서도 패거리를 짓고 다니는 인간늑대들이 외치는 애국적 목소리 역시 시끄럽기 그지없다. 우연히 국적이 같은 골프 선수의 우승을 제 일처럼 기뻐하고, 우연히 국적이 같은 야구 선수가 던지는 공 하나에 전국이 떠들썩하다. 주체성이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집단과의 동일시 속에서만 자아실현을 하는 법이다. 한편으로는 극단적인 이기주의, 다른 한편으로는 크고 작은 집단주의. 이 둘의 기괴한 결합이 평균적 한국인의 '정체성'이다.-p.249쪽 접기 - icaru
흔히 '자유=민주'라 생각하나 실은 양자는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다. '자유'는 본질적으로 불평등을 함축한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경쟁의 자유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낳게 된다. 그리하여 평등 없는 순수한 자유란 현실 속에선 결국 "다리 밑에서 잠잘 자유"를 의미하게 된다. 나아가 평등 없는 자유가 보수주의와 결합하여 정치적 자유마저 포기할 때 나치즘과 같은 또 하나의 '멋진 신세계'가 펼쳐진다. 한편, '민주'는 본질적으로 평등의 이념이다. 경제적 평등의 요구가 나아가 자유를 억누르며 관철될 때 공산주의라는 극단이 성립한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라고 자유와 민주를 붙여서 말할 때, 이는 위에서 말한 극단을 피하기 위함이라라. 자유와 민주는 서로 보완해야 한다.
-p.97쪽 접기 - ic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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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진중권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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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언어 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했다. 1994년 《미학 오디세이》로 미학이라는 학문을 한국 사회에 처음 대중적으로 소개한 이래, 줄곧 그만의 독창적인 미학 세계를 펼치며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문화비평가, 시사평론가, 시대의 부조리에 독설을 날리는 우리 시대 대표 논객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그는 “미학자로서 좋은 책을 내는 것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다.
지은 책으로 《미학 오디세이 1, 2, 3》,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고전예술 편, ... 더보기
최근작 :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고전예술 편>,<진중권 보수를 말하다>,<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 총 174종 (모두보기)
SNS : http://twitter.com/unhe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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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분야 : 한국사회비평/칼럼 2위 (브랜드 지수 172,752점), 음식 이야기 11위 (브랜드 지수 8,93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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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놀이의 달인..그는 구체적이다. 시대, 상황, 전략을 놓치지 않는다... 구매
사복 2011-01-13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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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진중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의 편견을 부각시키고 부조리함을 깨닫게 구매
sofiablue 2008-07-17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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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 파격, 촌철살인, 미워할 수 없는 그. 구매
시시프 2011-04-04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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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와닿는 테마. 폭력과, 상스러움. 근친의 애증과도 같은. 구매
edou 2007-12-14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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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 지식인시대 , 의자뺏기에 희생자 않으려면 놀이에 참여하지 않는것을 다시 한번 생각케 구매
schokola 2012-10-07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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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식 글쓰기에 대한 단상 새창으로 보기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대략 1999년 상반기동안 진이 '한겨레21'에 '엑스리브리스'라는 이름의 고정 코너를 열어 연재한 장편(掌編)들이 주종이고, 몇몇 글들은 다른 곳에 기고한 글들인 것 같다. 책으로 묶으면서 새로 12개로 장을 나누어 각 글을 주제별로 묶었다. 글의 형식은 대개 철학적 저서나 자신이 논박할 저자의 문구에서 한 구절을 문두에 인용해 놓고 풀어내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내용은 굉장히 구체적이고, 당대 한국사회의 현실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이 인용되는 책의 첫 부분에서, 철학적 사유로 시작해서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를 두고 전투적인 글쓰기를 하는 것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지는데, 뒤로 갈수록 그 신선함이 자꾸 떨어져 간다. 뒷부분으로 가면 각 장을 통할한답시고 붙여놓은 주제가 걸맞지 않은 경우도 있고, 그가 특정 인물에 논쟁을 걸고 비아냥거리는 데에는 다소 지겹기도 하다.
사실 그의 입장에는 딱히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 대부분에 수긍한다. 나는 1999년 전후의 사건과 이슈들, 논쟁들을 다시 살펴본다는 느낌으로, 그리고 진중권이 제시하는 입장에 대부분 수긍하며 읽었다. 안티조선 운동, 여기에 대해 이문열의 '홍위병' 운운한 일, 여기에 극우언론들이 가세한 것 하며, 운동권 열사문화의 변태성, 복거일의 대책없는 자유주의, 최장집 임동원 등에 대한 언론의 공세, 당대비평의 일상적 파시즘론을 조선일보에서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 등등, 당시에 자못 심각했던 일들, 또 그때 주목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던 일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경험이었다.
그의 입장은 요약적으로 말하면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의 합리성이 관철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자유지상주의와 극우보수주의가 자유주의인 양 오인되는 상황과 얼치기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판치는 우리 사회의 상황은 타개되어야 한다듣 것일 게다. 그러나, 글쎄, 시종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읽기는 했지만, 그의 글쓰기 '행태'는 뭔가 걸리적거린다. 이런 뭔가 켕기는 느낌은 내가 지적엄숙주의에 빠져있다는 징후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가 정작 제일-다소 강박적으로-좋아하는 것은 논쟁, 다시 말하면 말싸움 같다. 웃음을 자아내는 레토릭을, 또 어떤 때는 욕지거리를 굉장히 빈번하게 구사하긴 하지만 그건 매번 비웃음이다. 웃기기는 한데,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것은 아니다. 깔끔(?)하지가 않다.
서문에서 발터 벤야민을 인용해 말한다. 인식적 전환이 있을 때마다 서술의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 철학적 글쓰기의 본질을 이룬다는 말이었던 것 같다. 다시 말해 특정한 문제의식, 특정한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글을 어떤 스타일로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스스로의 글쓰기를 광대적 글쓰기, '조커'식의 글쓰기라 명명하는 진중권은 자신만의 스타일의 존재 근거를 여기에서 찾는다. 모든 것이 고상하고 근엄해서 역겨운 시대에 자신은 광대가 되는 것이라고. 그러나 이런 설명 자체가 멋있기는 하지만 너무 거창하지는 않은가.
나는 그의 글쓰기가 '광대'같은 글쓰기라고, 별로 인정해 주고 싶지 않다. 사람들은 더러 그를 재기발랄하다고 하지만, 난 거기에 조금 뜨악하다. 그가 매번 강조하는 유물론에 의거해 설명하자면, 그가 <폭력과 상스러움>에서 구사하는 스타일은, 인터넷이라는 기술적 매체가 만들어낸 매우 물질적인 것이다. 굳이 이름붙이러면 시정잡배적 글쓰기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인터넷 상의 논쟁에서 이용되는 어법과 욕설이 구사되는 바로 그 문체에 지나지 않는다.
난 차라리 광대적 글쓰기나 욕의 미학에 대해서라면 70년대 김지하가 譚詩에서 쓴 것이나 김용옥이 80년대와 90년대 초에 분에 겨워 썼던 글들을 높이 사겠다. 스타일에 대한 고민의 깊이에서, 진중권이 따라잡을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진중권 같이 저력있고 전투적 글쓰기를 하는 논객의 존재가치를 어찌 부정하랴만은,나는 이따금 그의 행간에서 세상에 대한 진정성이 안개에 싸인 것을 본다. 고독으로부터 나오는 도저함에서 배울 것도 있을진대, 그는 그것을 너무 간단히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 접기
한현 2003-05-17 공감(2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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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상스러움] ...영원히 철들지 않는 '보헤미안' 새창으로 보기
내가 진중권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식인답지 않은 '센스'가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소위 '전문가'라고 말하는 이들의 글들을 읽어보면 너무 배운 냄새를 폴폴 풍긴다. 현학적인 단어, 전문적인 단어들을 선택해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더 있어보이게 포장을 하고,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은 그저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 자격미달인 사람으로 치부하는 한마디로 허세에 쩔어있는 글들을 흔히 볼 수가 있다. 여기서 이들이 글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망각된 채 그들의 글을 읽는 대중들에게 돌아오는 건 '글을 통한 자기과시'라는 부정적인 시각인 것이다. 의사소통의 완벽한 단절.
반면에 진중권의 글은 쉽게 읽힌다. 진중권의 글이 쉬운 이유는 그는 어려운 주제를 선택하지 않는다. 우리가 술자리에서 한 두 번씩 오갔던 주제들, 혹은 인터넷에서 사소하게 재잘거리던 주제들을 선택한다. 그럼에도 그는 전혀 어렵지 않은 단어들의 조합으로 우리에게 사물을 보는 시각을 넓혀준다.
가끔가다 날 선 글들 때문에 그의 의견이 대립되는 이들의 시달림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최소한의 이유는 분명 나와는 반대되는 입장의 글이라도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아들기 쉬운 편한 언어로 구사하는 촌철살인의 미학. 진중권의 글은 그래서 참 좋다.
진중권의 저작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바로 [폭력과 상스러움]이다. 물론 진중권의 소위 말하는 리즈시절이라 하면 독기가 파릇파릇 서려있는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나,예술 서적으로는 보기 드물게 많이 팔려나간 [미학 오딧세이]를 꼽을 수 있겠지만, 전자의 경우,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 서슬퍼런 그의 칼날 때문에 약간은 읽기가 부담스러웠던게 사실이고, 후자의 경우, '미학'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로선 그냥 싱숭생숭했다-_-
[폭력과 상스러움]의 컨셉은 꽤나 독특하다. 그가 독일 유학 시절 읽었던 신문, 잡지, 책들의 한 구절을 따와, 그에 맞는 주제들을 펼쳐나가는 방식이다. (이 얼마나 고상하고 고급스러운 컨셉인가. 일단 '다독'을 했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각 글들의 첫 부분에 나오는 글의 모티브가 되는 문장은 그리 쉬운 내용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이 문장을 토대로 우리에게 알아듣기 쉽게, 술술 읽히는 그 특유의 마법적인 글빨로 우리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 책에서 그의 글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에서 느껴지는 번뜩이는 칼날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의 언어유희는 과거보다 빛을 발한다. 그가 보헤미안에 대해 말하는 것을 살펴보자. "보헤미안의 십계명이 있다. 대충 '부모 보기를 우습게 알고, 형제 보기를 개떡같이 알며, 친구 배반하기를 밥 먹듯이 하라' 뭐 이런 내용이다. 물론 대책 안 서는 망나니가 되라는 뜻이 아니다. 인간관계의 망이 답답한 구속으로 작용하는 시대에,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관계의 유형을 만들어내려면 과감히 '개새끼'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획일화, 규격화 되어가는 이 시대에 대한 통찰로써 이보다 더 본질적인 부분을 유머스럽고 센스있게 꿰뚫어보는 지식인을 우리는 본 적이 없다.
그가 우리 사회의 '음지'를 살펴보는 시각은 '진중권의 무조건 안티'들마저 사로잡을 정도로 상당히 통찰력 있는데 일례로 "레드컴플렉스는 빨갱이에 대한 공포감이 아니다. 외려 빨갱이 잡는 극성스런 반공투사들에 대한 공포에 가깝다. 말하자면 언제라도 빨갱이로 몰려 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강박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반공주의적 언행을 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타인을 향해 "나는 빨갱이가 아니예요"라고 고백을 시끄럽게 하는 방식, 그것도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공격적인 방식의 고백. 그것이 레드컴플렉스다" 무릎을 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시원스런 통찰이다.
이 책에서 진중권의 글은 말그대로 살아 숨쉰다. 이 책에서 진중권의 글은 '자기과시'라는 지식인들의 벗기 힘든 무거운 갑옷을 거침없이 훌훌 벗어버렸다. 이 책에서 진중권의 글은 대중들을 향해 읽히고 싶어 하는 욕구가 다분히 넘쳐흐르는 생동감 있는 녀석들이다. 근작 [호모코레아니쿠스]에서는 무뎌지진 않았지만, 센스와 위트가 약간은 과거보다는 덜 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아마도 이 책을 너무나 가슴 뜨겁게 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시간강사' 진중권의 교수 해임에 열 뻗치고 천불이 나는 이유는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위트있는 사람이 '먹고 살' 걱정 때문에 더이상 이런 글을 쓰지 못하고 현실에 부딪쳐 덜컥 '철이 들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다. 그가 철이 드는 순간 그의 위트는 위태로워진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도 이런 철들지 않은 망둥어 같은 사람들까지 돈에 잠식되어 생기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대한민국 우리 사회에 가장 부족한 것, 그것은 바로 진중권 같은 철들지 않은 개구쟁이, 영원한 보헤미안의 부재이다.
-최근 시민들의 활동을 바라보며 나는 별자리를 생각한다. 암울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깜깜한 사회, 거기에서 이름 없는 별들이 서로 연결되더니 별자리를 만들어낸다. 까만 밤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별자리. 나는 거기에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인 결사체. 그것은 별자리를 닮았다. 별자리는 그림이면서 그림이 아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연대는 총선이 끝나면 별자리를 해체하고 다시 별들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따로 빛나던 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또다시 새로이 별자리를 짜고, 그러다가 또 흩어지고... 나는 우리 사회가 이런 식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시민들이여, 어둠에 묻혀도 빛나기를 멈추지 말라. 세상의 어둠을 배경으로 외로이 빛나다 때로는 다른 별들과 합쳐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 별자리가 되자-
- 접기
내꺼 2009-10-12 공감(9)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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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상스러움 새창으로 보기
진중권의 책을 꼭 읽어 보고 싶었다
한 말빨 한다길래 대체 수준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대목도 있었는데 전체적으로는 강준만 보다 한 수 위다
적어도 진중권은 자기 입으로 자기 논리를 얘기한다
강준만처럼 남의 얘기 가지고 책 한 권 쓰지는 않는다
다만 문장이 가끔 구어체로 흘러 가는 건 불만이다
본인은 가벼움을 추구하는 모양인데, 글을 쓸 때는 좀 진중했음 좋겠다
옛날에 유시민이 쓴 "Why not?" 에서도 거부감을 느낀 바다
글을 잘 쓰는데 가끔 너무 가볍다
그래도 글은 정제된 언어여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진중권은 마초는 아니다
일단 그건 마음에 든다
마초들의 집단 히스테리를 보면 머리가 다 아프다
한국이라는 가부장 사회에서 철저하게 남성 우월주의 문화에 길들여진 마초들은, 권위주의와 파시즘에 물든 부류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들의 세계관이 파시즘과 연결됐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병역 가산점 폐지 나왔을 때 소수이고 약자인 여성들에게 퍼부은 그 폭언과 집단 행동을 보라!!
이런 놈들이 설마 진보 운운하지는 않겠지?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는 생각을 남성 우월주의와 동일하게 여기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걸 깨닫지 못한다
"다르다" 는 것과 차별은 하늘과 땅 차이인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입으로는 다르다 하면서도 인식은 똑같게 한다
이게 문제다
남녀차별은 인종차별과 똑같은 논리다
미국 가서 유색인종이라고 무시당하는 게 열 받는다면 우리 역시 흑인 무시하면 안 되고 마찬가지로 여자들 무시해서는 안 된다
동성애에 관한 시각은 신선했다
역시 푸코는 예리하다
그는 동성애를 새로운 인간 관계의 형태로 봤다
진중권의 지적처럼 남녀 간의 사랑이란 남성 우월주의에 기초한 관계다
동성애는 이 우월 관계를 깨뜨리고 새롭게 다시 맺는다
동성애가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다는 논리는, 성을 단순히 생식의 본능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므로 동성애 뿐 아니라 피임과 매춘 등 애를 낳지 않는 모든 종류의 쾌락적 행위도 다 비판해야 한다
또 성서에서 금지했다는 말 역시, 왜 동성애만 아직까지 금기시 하는가?
공평하게 돼지고기도 안 먹어야지
동성애 차별하는 거 반대하지만 호불호 표현까지 막지 말라는 얘기도 진중권이 한 방에 날려 버린다
인터넷 같은 공적 자리에서 표현하면 이미 그 자체가 동성애자들에 상처를 주는 언어 폭력이 된다
네오 나치주의자 같은 인종 차별주의자들이 유색 인종이나 외국인 싫어한다고 표현하면 그것 역시 우리에게 상처가 되지 않겠는가?
강준만이 지적한 것처럼 피해자는 가해자의 위치에 설 때 더욱 잔인하다
철저하게 가해자 역할을 하므로써 피해자의 신분을 벗어 버리려고 애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문열이다
빨갱이 아니라는 거 보여 주려고 더욱 빨갱이를 욕하고 나서는 것이다
수구 이데올로기의 철저한 내제화라고 할까?
인종 차별에 열받는 사람들은 타고난 것을 이유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있지는 않나 늘 살펴 봐야 한다
내 자신이 남을 차별한다면 나 역시 또다른 사람으로부터 차별받는다 해도 할 말이 없다
진중권의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다
개인주의의 참뜻을 새롭에 아는 기분이다
흔히 개인주의란 서구 사회에 만연한 이기주의 비슷하게 쓰이는데, 이거야 말로 개인주의나 서구 시민 사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말이다
개인주의는 집단주의, 민족주의, 파시즘 등과 대립되는 개념이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구속을 넘어서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는 것이 바로 개인주의다
애국심 같은 단어 대신 사회적 연대라는 개념으로 공동체의 이익을 꾀하는 것이 바로 개인주의다
최연구가 쓴 "프랑스 문화 읽기" 에서도 발견한 개념이다
솔리디테르, 사회적 연대, 프랑스 혁명의 중요한 이념인 박애를 의미한다
개인주의는 근대 민족국가의 범주를 넘어서는 개념이므로 탈근대적이고 세계화와 어울린다
진중권은 개인주의를 학연이나 지연, 혈연 등에 의지하지 않고 또 민족이나 인종의 테두리 안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홀로서기 할 것을 권한다
그래서 그는 선후배를 공적인 자리에서 씹는 걸 힘들어 하지 않는다
그의 인격과 공적은 구분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이 얼마나 닫힌 사회인가는 인맥의 끈끈함으로도 금방 알 수 있다
적어도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이라면 이 인맥의 사슬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몸으로 실천해야 그들의 말에 귀기울일 게 아닌가?
마찬가지로 진보를 자처한다면 집에서도 가사 분담을 당연시 해야 한다
마초적 기질과 진보는 너무나 대립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보수층, 아니 수구층의 이데올로기를 보면 대체 이데올로기라는 게 있나 싶을 때도 있다
신념이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지켜내야 하는 가치인 법인데, 우리나라 보수층들은 가장 기본적인 병역 의무도 수행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쥬 아닌가?
자신들이 가치 있다고 믿는 안정과 질서, 애국심 등을 국민에게 강요하려면 먼저 국가의 의무를 솔선수범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
입으로는 국가 발전을 위해 국민의 희생을 강조하면서 정작 국가의 근간이 되는 병역의무는 기피하는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렇다면 그들이 누누히 강조하는 그 국가의 이익이란 바로 수구층의 이익에 지나지 않단 말인가?
진중권은 이문열의 삼국지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자신이 주인으로 섬기는 자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죽어가는 충신들의 숭고함을 찬양하는 이문열은 전체주의자 내지는 파시스트적이다
진중권의 지적처럼 자기가 옳은 것도 아니고 자기가 섬기는 자가 옳은 것을 위해 죽는 것은 개죽음 아닌가?
자발성과 주체성이 결여된 어떤 형태의 희생도 무가치 할 뿐이다
진중권은 그런 의미에서 전태일의 죽음이 가미가제 특공대 보다는 더 숭고하다고 본다
일단 죽음이 숭고미를 띄려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이바지 해야 하는데, 아무리 좋은 쪽으로 보려고 해도 가미가제나 미시마 유키오의 군국주의를 옳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진중권이 이문열을 싫어하는 이유는, 또 자칭 보수층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이 파시스트적이기 때문이다
파시즘은 집단의 가치에 개인을 함몰시킨다
또 그것은 필연적으로 독재와 권위주의, 억압 등과 연결된다
그러니 이문열이나 이인화 등이 박정희의 개발 독재를 찬양할 수 밖에
박정희의 경제 발전 업적은 업적이고, 그의 독재는 독재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기념관까지 지어 떠받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사실 공병호 같은 자칭 자유주의자는 극단적인 자유, 즉 완전한 규제 철폐를 원한다
시장주의자들이 작은 정부를 원하는 것은 새롭지도 않은 고전적 개념이다
공병호는 심지어 장기 매매의 합법화까지 주장했다고 하는데,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인간의 생명까지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다면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이 무엇인지 궁금할 정도다
진정한 자유란 국가나 집단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태다
보수층이 국가의 안전을 내세워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대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경제적 규제의 철폐는 자유가 아니다
미국보다는 민주주의의 뿌리가 깊은 서구 유럽 사회를 역할 모델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결국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가 아닐까?
우리의 의식이 성숙해져서 억압과 차별을 분명히 인식하고 일상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보다 살기 좋아질 것이다
유시민 책을 보고도 글 참 잘 쓴다 싶었는데, 진중권도 만만치 않은 필력을 자랑한다
그가 쓴 "미학 오딧세이" 도 꼭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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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11-18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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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상스러움 새창으로 보기
icaru 2005-08-27 공감(6) 댓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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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은 개그 작가인가. 새창으로 보기
그가 다루는 주제는 정말로 다양하다. 그 다양함 속에서도 주제가 흐트러짐이 없다.
또한 가볍고 어떻게 보면 장난스럽게 비꼬는 구절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들의 급소만 골라서 잔인하게 찌른다. 이 사람의 직업이 무엇일까. 처음 그의 글을 접했을 때의 느낌이었다.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부정적인 것들 뿐인가.하지만 그가 바라본 시각이 우리 현실이란 걸 깨닫는건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가 늘 고민하고 갈등해 온 문제들이지만 해결책은 보이지 않기에 그의 독설이 글로써 유쾌하기만 하다.그의 직업은 글쟁이이다. 우리가 바라던 세상을 비춰주는 거울에 불과한 프로 글쟁이인 것이다.환타지에서 환상을 찾듯이 그의 글에서는 변화에 대한 갈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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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3-02-26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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