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5

이종구, 기업사회 일본과 노동운동의 형성: 일본적 노사관계의 사회사

 



 401

[書評]

노사관계제도 분석을 통한 일본사회 상세 조감도

선재원(평택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이종구, 기업사회 일본과 노동운동의 형성: 일본적 노사관계의 사회사, 2022, 북인더갭

Ⅰ. 저자 소개

국내 일본학술연구의 자립화와 한국 노동사 아카이브 구축을 꾸준히 추진한 

저자의 신간이 반갑다. 저자는 노동운동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노사관계에 초점을 맞춰 노동현장 인터뷰와 원자료를 분석하며 30여 년간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동안의 연구를 집대성한 것이 본서이다. 저자는 이 저서를 통해 실증적 조사연구의 축적과 이론적 시각의 세련화를 추진하여 국내 일본학술연구의 자립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한국 노동사에 관한 실증적 조사 연 구와 아카이브 구축을 꾸준히 추진하여 획기적인 성과를 이루었다(한국 산업 노동자의 형성과 생활세계 연구-노동사 아카이브 구축과 생활사 연구를 중심 으로-[2002-2005], 1950년대 노동자 생활세계에 관한 연구-전후 복구기 작업 장질서와 일상생활을 중심으로-[2006-2008], 한국노동사자료총서[2013-2015]). 

Ⅱ. 주요 내용

본서는 대기업, 국가, 노동주체와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여 현대 자본주의시장

402  日本歷史硏究 第59輯

경제사회를 지배하는 대기업체제의 운영원리가 일본에서 형성되고 정착된 과정 을 분석한 연구서이다. 각 장별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문제의 제기와 시각: '일본적 노사관계'와 참가적 통합)은 일반 노동자의 입장을 존중하며 수립한 이론적 시각과 접근방법에 대한 소개이다. 2장(국가총동 원체제와 산업보국회 1938-1945)에서는 총력전 수행을 위한 국가의 개입이 기업 내 노사관계의 제도화를 촉진한 과정에 주목하며, 1938년 국가총동원법에 의거 한 전시체제 하에서 노동력의 동원과 관리를 담당한 산업보국회을 분석했다. 3 장(전후 노동개혁 1945-1955)에서는 패전한 일본을 점령하여 실시한 미군정의 노동개혁과 노동운동의 활성화, 냉전과 급진적 노동운동의 퇴조, 노동기본법의 제정과 노사관계의 제도화를 분석했다. 4장(고도경제성장과 실리추구형 노동운동 1955-1973)은 고도성장기 기술혁신 과정, 노동자 생활과 의식구조 변화, 신좌익 노동운동 배경에 대해 토요타자동차, 닛산자동차, 미츠이미이케탄광, 히타치전기 등 주요기업 사례를 중심으로 '일본적 노사관계'의 정착과정을 분석한 결과이다. 5장(고도경제성장의 종언과 노사관계 환경의 변화 1973-1989)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과 석유파동이 초래한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임금인상을 보류하고 비정 규직 종업원을 활용하여 고용규모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활로를 찾는 일본 기업 행동에 관한 분석이다. 6장(노조의 참가지향과 노동자의 이의제기)에서는 경영참 가와 정책참가를 지향하는 민간대기업 노조의 협조적 행동과 배제된 소수파 노 동운동의 이의제기 행동을 분석했고, 7장(노사관계의 안정과 사회적 균열)에서는 세계화에 따른 일본적 노사관계의 전환과 다원화, 숙련전승과 숙련공 성격변화 를 고찰했다.

Ⅲ. 연구 의의

첫째, 본서는 일본 노사관계제도에 관하여 한국인 연구자에 의해 실증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된 신뢰할 수 있는 연구라는 점이다. 일본 노사관계만이 아니 라, 일본사회에 관한 분석의 길잡이로 활용되어 마땅하다.

둘째, 코포라티즘(corporatism)=노사정조합주의 분석틀로 일본사회의 변천과 정을 제2차세계대전 이전부터 현재까지 분석한 점이다. 일본서에서 보기 어려운 

[書評] 선재원  403

노사관계 제도와 운용에 관해 장기간의 변화를 분석한 본서는 다른 국가와 비교 할 때 지침서가 될 것이다. 셋째, 일본 노사관계제도의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두 측면을 합리적으로 설 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연구가 일본 노사관계의 특수성에 주목했다면, 본 서는 보편적인 원리가 적용되는 부분도 근거에 입각하여 분석하고 있다.

Ⅳ. 논점과 의견

저자는 1980년대말 일본에서 '완만한 네오코포라티즘(neo-corporatism)화'가 진행되었다고 평가한다. 즉 저자는 1989년에 전국 수준에서 활동하는 노동조합 중앙조직이 통합되어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출범'한 점, “일본 노조는 정치적으로 무력하지 않으며 현실 정치에 영향력도 행사하지만 사회민 주주의 국가의 노조와 같이 노동자 정당을 통해 집권하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312쪽)는 점 즉 ‘사용자의 하위 파트너로 노동조합이 정책 의사결정과 정에 참가'했다는 점을 주요근거로 제시했다. 렌고가 1980년 말에 출범한 것을 노사정조합주의 전환점으로 평가한 저자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일본 노동조 합이 정책 의사결정에 참가한 시점을 1980년대 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동 의하기 어렵다. 일본 노동조합은 현재까지 노동자 정당을 통해 집권한 적은 없 지만, 1945년 노동조합법 제정으로 합법화된 이후 시행착오를 거쳐 정책 의사결 정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국가와 자본(경영자)은 노동조합법 제정으로 노동조합 을 대화상대로 공인할 수밖에 없었고, 정책 의사결정에도 참여시켰다. 일본정부 와 경영자단체는 패전 직후 부흥기(재건기)에 사양산업인 석탄 및 섬유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의 ‘불황산업구조조정정책'에 정책이 결정된 뒤에 노동조합단체 를 참여시켰다. 그렇지만 석유파동기의 사양산업인 조선, 평전로강, 알루미늄 정련, 합성섬유, 화학비료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1960년대 후반 이후 '산 별노사회의'를 중심으로 정책결정과정에 노동조합을 참여시켰다. 한편, 저자는 노동자가 기업수준에서 경영에 통합되는 과정 즉 ‘참가적 통합'의 의미에 대해 서는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만, 노동자가 국가수준에서 자본에 통합되는 과정 즉 

404  日本歷史硏究 第59輯

‘네오코포라티즘'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네오코포라티즘에 관한 불충분한 설명이 평자에게 혼란을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본서는 노사관계 제도와 운용에 관한 원자료와 현장 인터뷰를 치밀하게 분석

하여 제시한 일본사회 상세 조감도이다. 평자는 본서가 깊이 있는 일본연구를 시도하는 연구자에게 신뢰 있는 지침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