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30

알라딘: 줬으면 그만이지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알라딘: 줬으면 그만이지






줬으면 그만이지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김주완 (지은이) 피플파워 2023-01-01





10
100자평 4편
리뷰 1편
세일즈포인




책소개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를 취재한 기록이다. 책을 보면 김장하는 보통 사람들은 따라 하기 어려운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하고 한약사로 성공해 대단한 부를 일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선생은 나눔과 베풂을 일상 속에서 실천했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남몰래 장학금을 주었다. 지금까지 선생의 장학금을 받은 사람이 1000명을 웃돈다고 한다.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세운 사학 명신고등학교는 자리를 잡자마자 바로 국가에 헌납했고 필생의 사업이었던 한약방을 접을 때도 30억 원이 넘는 자산을 국립경상대에 기부했다. 선생의 지원은 교육뿐 아니라 사회·문화·역사·예술·여성·노동·인권 등 정치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 걸쳐 있었다.

『줬으면 그만이지』는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이기도 하지만 ‘허락받지 못한 취재기’이기도 하다. 김장하 선생은 본인의 정의로운 베풂을 여태 꽁꽁 숨겨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열 배 백 배 뻥튀기해 알리고도 남았을 텐데 선생은 그랬다. 이런 선생이 본인에 대한 취재를 허락했을 리가 만무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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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 말 7
제1부 생애
취재의 시작 17
이어지는 모임 22
삶의 지표를 정해준 할아버지 32
한약업사 시험 합격 42
아버지와 어머니 47
조용한 소년 김장하 51
사천 석거리의 젊은 한약사 60
도시로 나온 남성당한약방 73
문전성시 79
그 남편에 그 아내 90
제2부 전달식 없는 장학금
장학사업의 시작 105
투사가 된 장학생들 118
이어지는 우연과 인연 125
헌법재판관 문형배의 경우 129
무한한 믿음과 지지 148
제3부 학교 설립과 헌납
전 재산을 털어 설립한 고등학교 159
교육부 감사와 세무조사를 받다 162
이 학교의 두 가지 불법행위 166
다 있는데 이사장실만 없는 학교 177
전교조 해직교사가 없었던 이유 183
100억대 학교를 무상헌납한 까닭 192
제4부 공동체를 치유하다
알고 보니 나도 그 돈을 받았네 209
행동하는 시인 박노정과 진주신문 가을문예 215
친일청산과 평등세상을 위하여 232
지역문화공간 토종서점을 살려내고 241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기 위해 244
남강을 지키고 지리산을 살리는 일 250
남명학관 건립 비사(祕史) 256
학대받는 여성을 구조하라 259
여성평등기금과 농민열사 장례비 271
진주정신과 진주문화를 찾아서 274
수십억 남은 재산 기부하고 60년만에 은퇴 279
제5부 김장하의 기질
권력과 정치를 멀리하는 이유 287
감시받고도 빨갱이 콤플렉스가 없는 노인 291
검사의 폭탄주를 거절한 지역유지 307
처음으로 화를 낸 이유 310
제6부 줬으면 그만이지
진정한 보시의 삶이란 321
비방과 험담, 그리고 비판 333
제7부 김장하의 철학
운명을 바꾸며 살자 341
진주정신에 관한 소고 345
생활신조와 인생관 349
닫는 말 353
김장하 선생 약력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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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18~20
남성(南星)이라는 그의 호(號)와 남성당한약방이라는 상호의 뜻을 물었다.
“남성이 수를 맡은 별이라고. 목숨 수(壽)자. 남성이 비치는 곳에는 오래 산다는 그런 속설이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건데, 남성당을 상호로 쓰고 남성을 아호로도 쓰라고 했어요. 남극노인성이란 별자리를 딴 거지.”
-손자가 오래 살라는 뜻에서 그렇게 지어주신 겁니까?
“약방에서 지어준 약을 먹고 다들 오래 살라는 뜻이지. 또 그 별은 보일 듯 말듯하면서도 그러나 역할은 한다, 앞에 나서지 말고 항상 제 역할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라는 뜻이지요.”
-할아버지가 그런 깊은 뜻을 가지고 지어주셨구나.
“별빛처럼 빛이 아니지만 뭔가 공헌을 하고 있거든. 하지만 공헌했다는 표를 내지 말고 그렇게 살아라….”
(취재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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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0
김장하는 8세에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 밑에서 자랐으며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다. 20세에 사천 석거리에서 남성당한약방을 연 후 사실상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었다. 27세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석거리에 모셔 부양했고, 29세에 자신을 길러준 계모의 장례를 치렀다. 30세에는 홀로 된 아버지를 위해 새어머니를 모셔왔고, 42세에 아버지를 보내고 남은 새어머니에게는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을 팔아 노후를 보장해드렸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아래 동생들을 키우고 시집·장가 보내는 것도 장하의 몫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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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6
“장하는 딸과 아들 결혼식에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어요. 그래도 알음알음으로 알게 된 수많은 사람이 하객으로 참석했는데, 축의금을 받는 창구 자체가 없었던 겁니다. 참석한 하객들은 최상의 음식을 대접받았지만, 일부 불쾌하게 여기는 이도 있었죠. 자신은 모든 지인의 경조사에 다 참석해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전달하고도 받지 않으니 ‘돈 있다고 유세하는 거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요.”
(조용한 소년 김장하)

P.80~81
김장하는 1992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을 받게 되었는데 전수식 참석을 거부하여 경남교육청이 난리가 났다. 표면적인 거부 이유는 ‘약방을 비울 수 없어서’였다. 당시 관선 교육감이 ‘내 목이 날아간다’며 사정사정하는 통에 결국 참석은 했으나 두고두고 회자되는 일화다.
2003년 1월에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부산에서 개최한 오찬간담회와 토론회에 1번으로 초청을 받았으나 불참했다. 역시 같은 이유였다. 나도 사람들과 어울려 선생과 몇 번 점심을 먹은 적이 있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 시간이 되면 “손님이 기다린다”며 어김없이 일어섰다.
(문전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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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2
“1987년 2월에 제1회 명신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렸을 때였다. 키가 그리 크지 않으신 아주머니께서 운집한 학부형들의 뒤쪽에서 앞이 보이지 않아 까치발로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한 교사의 눈에 띄었다. 이사장 부인이셨다.
살며시 다가가 단 위의 자리로 옮기실 것을 권하자 극구 사양하시면서 자기가 여기 온 것을 어디에도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셨다. 이윽고 졸업식이 마치자 이사장 부인께서는 조용히 버스를 타러 학교 문을 나서는 것이었다. 남편의 필생 사업인 학교의 첫 졸업식에 와 보고 싶은 마음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행여 누가 보고 폐를 끼칠까 보아 조심하는 모습에서 그들 가족의 마음 씀이 참으로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남편에 그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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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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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줬으면 그만이지>,<[큰글자책] 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 총 11종 (모두보기)
1964년생.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전무이사로 있던 중 2022년에 정년을 3년 앞당겨 퇴직했다. 경영진으로서 깜냥도 안 될뿐더러 좀 더 긴 호흡으로 깊고 넓은 취재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자로 일할 때 역사와 사람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그렇다. 인생 2막에서는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그동안 롤모델로 삼아왔던 멋진 어른을 첫 탐구대상으로 정했다.
썼던 책으로는 『풍운아 채현국』, 『별난 사람 별난 인생』, 『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80년대 경남 독재와 맞선 사람들』, 『토호세력의 뿌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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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나눔과 베풂 이야기

가난 속에 일군 부 아낌없이 내놓은 김장하
언론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김장하
베풀고도 내세우지 않는 자세는 어디에서 연유할까?
그이를 본받으려는 100명, 1000명의 김장하 장학생

『줬으면 그만이지』는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를 취재한 기록이다. 책을 보면 김장하는 보통 사람들은 따라 하기 어려운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하고 한약사로 성공해 대단한 부를 일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선생은 나눔과 베풂을 일상 속에서 실천했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남몰래 장학금을 주었다. 지금까지 선생의 장학금을 받은 사람이 1000명을 웃돈다고 한다.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세운 사학 명신고등학교는 자리를 잡자마자 바로 국가에 헌납했고 필생의 사업이었던 한약방을 접을 때도 30억 원이 넘는 자산을 국립경상대에 기부했다. 선생의 지원은 교육뿐 아니라 사회·문화·역사·예술·여성·노동·인권 등 정치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 걸쳐 있었다.
이런 얘기들이 한동안은 소문으로만 떠돌았다. 장학금을 받은 사람은 있는데 준 사람은 없었다. 형평운동·남성문화재단·진주신문 등 쉽게 노출되는 일조차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커녕 자기 이름이 거명되는 것까지 한사코 꺼렸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줄줄이 널렸는데 정작 베푼 사람은 보이지 않는 이상한 현상은 50년 남짓 이어졌다.
『줬으면 그만이지』는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이기도 하지만 ‘허락받지 못한 취재기’이기도 하다. 김장하 선생은 본인의 정의로운 베풂을 여태 꽁꽁 숨겨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열 배 백 배 뻥튀기해 알리고도 남았을 텐데 선생은 그랬다. 이런 선생이 본인에 대한 취재를 허락했을 리가 만무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전직 기자인 김주완 작가는 허락받지 않은 취재를 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30년 동안 기자로 살았지만 이토록 많은 이들로부터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취재 협조를 받은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선생이 베푼 범위가 넓다 보니 겹치는 인연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정의를 위해 선의로 베푼 것이다 보니 아름답게 여기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렇게 펼쳐지는 취재기는 30년 경력 취재 기자의 남다른 필력이 돋보인다. 본인의 허락이 없었기에 선생의 생애 전체가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보이지는 않으나 그래도 이런 정도면 어지간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선생의 기부와 나눔과 베풂도 모든 것을 샅샅이 찾아내지는 않았지만 모자라지 않을 만큼은 담아내었다. 게다가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숨은 이야기도 제법 실려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흥미로워하는 것은 도대체 선생이 왜 그랬을까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열심히 번 돈을 선생은 왜 그렇게 아낌없이 기부하고 나누고 베풀었을까? 그렇게 세상과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 내세우고 싶었을 텐데 어떻게 해서 선생은 시종일관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을까?
이 책은 선생의 행적을 제대로 밝혀놓은 것만으로도 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머물지 않고 나눔과 베풂을 하면서도 본인은 드러내지 않는 평소 소신과 생활 태도까지 쉽게 풀어놓고 있다. 선생의 소탈한 인간적인 면모와 꾸밈없는 유머감각도 책갈피 여기저기에서 읽은 재미를 더한다.
이런 선생에게 그이를 본받고 배우려는 이들이 100명, 1000명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선생은 장학생들에게 나에게서 받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나에게 갚으려 하지 말고 대신 다른 사람에게 베풀라고 했다. 공동체를 아름답게 하는 선순환, 이른바 ‘김장하 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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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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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리판 같은 세상, 이 책은 깜깜한 밤하늘에서 ‘남극노인성‘ 별자리를 발견한 기쁨 같다. ‘대가 없는 나눔, 간섭없는 지원, 바라는 것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는 보시 이런 걸 실천해온 사람 김장하‘의 ‘무주상보시, 아들러와 프롬의 사랑과 행복에 대한 정의가 일맥상통‘으로 참으로 귀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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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jeon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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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습니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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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마타타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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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합니다. 정말 멋진 분입니다. 소개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핑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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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202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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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얽힌 고사가 있다. 간략하게만 말해보겠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조나라에 평원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진나라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조나라에서는 평원군을 초나라에 보내 초나라에 동맹을 청하기로 했다. 평원군은 문무를 겸비한 식객 20명과 함께 가기로 하고 우선 19명을 뽑았지만, 나머지 한 명을 뽑기가 어려웠다.




수천 명에 달하는 식객 중에서 모수라는 사람이 자신이 함께 가고 싶다고 청했다. 그런 모수를 보고 평원군은, '재능이 있는 사람은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해도 주머니 바깥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라고 말하며 모수가 자격이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모수는, 주머니 속에 넣지 않았으니 그걸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평원군에게 되물었다.




여기에서 비롯된 고사성어 '낭중지추'는 빼어난 인물은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밖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내가 이 고사를 외우고 있는 건 아니고(대략적인 뜻과 유래는 알고 있었지만) 조금 전에 인터넷에서 다시 찾아봤다.]




그런데 원래 뜻이야 그렇더라도 꼭 비상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인물들을 이야기할 때도 이 말을 써도 되지 않을까. 훌륭한 언행을 하고도 스스로 내세우길 꺼렸으나 마침내 온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분들. 채현국·김장하 선생 같은 사람들이 낭중지추 아닐까.




말년에는 언론 인터뷰도 하고, 팟캐스트에도 나가고, 강연 활동도 활발히 하긴 했지만, 채현국 선생도 8년 전 한겨레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는 철저히 언론을 피해 대중에게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김장하 선생의 행적도 범상치않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 IMF 전까진 한약방이 엄청 잘 돼서 돈을 많이 벌었다지만, 어떻게 이처럼 평생 남에게 베풀고만 살 수 있을까. 보통 베풀고 사는 자수성가한 사람들 이야기는 젊을 땐 열심히 재산을 모았다가 늙어서 사회에 환원하는 패턴이었던 것 같은데, 그걸 스물너댓 살부터 시작했다니 놀랍다. 그것도 철저히 자신을 되도록 적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그가 만일 일제강점기에 살았더라면 이회영 선생처럼 사재를 털어 독립운동에 투신하지 않았을까. 김장하 선생이 장학사업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여성운동, 형평운동기념사업 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했음을 보면 응당 그리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선생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마음을 함께했던 그의 아내 최송두 여사까지. 그렇다고 형제자매를 잘 돌보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완벽할 수가 있지.




언론보도를 통해서 가끔 인간 같지 않은 이들을 만나지만 그럼에도 내가 세상을 향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그 반대편에 김장하 선생 같은 분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 악한 사람들이 선한 사람들보다 많아 보이는 이유는, 선한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을 드러내길 꺼리고 악한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아무래도 자극적인 뉴스가 더 잘 팔리는 까닭도 있다.




어쩌면 우리 세상에는 더 많은 김장하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그들은 자기 모습을 드러내길 싫어해서 우리가 모를 뿐. 사실 일상적인 뉴스에도 김장하만큼은 아니지만 작은 천사,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가끔 나온다. 비명소리를 듣고 뛰쳐나와 흉기 난동자를 제압한 사람 이야기, 불이 난 전기차에서 사람을 구조한 성인 남자 네 명의 이야기. 그런 작은 천사·영웅들의 뉴스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유튜브 재생목록에 조금씩 모으고 있다. 가끔씩이라도 그런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내 안에 살고 있는 작은 천사가 작은 악마보다 점점 더 힘이 세지겠지.




'작은 김장하'가 되고 싶다. 굳이 '작은'이라는 말을 붙인 건 김장하 선생처럼 사는 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처럼 젊을 때부터 돈을 많이 벌어도 그렇게 평생 베풀고 살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작은 김장하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이 땅에 작은 김장하가 많았으면 좋겠다. 김장하 선생 같은 분들만 몇 사람 있는 것보다 우리가 모두 조금씩 작은 김장하가 된다면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김장하 선생 이야기를 알려준 김주완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이 수많은 작은 김장하를 키워낼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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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으면 그만이지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김주완 (지은이) 피플파워 2023-01-01
정가 20,000원
판매가 18,000원 (10% 할인) + 마일리지 1,000원

100자평 4편리뷰 1편
세일즈포인트 18,915인문학 주간 7위
359쪽


책소개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를 취재한 기록이다. 책을 보면 김장하는 보통 사람들은 따라 하기 어려운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하고 한약사로 성공해 대단한 부를 일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선생은 나눔과 베풂을 일상 속에서 실천했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남몰래 장학금을 주었다. 지금까지 선생의 장학금을 받은 사람이 1000명을 웃돈다고 한다.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세운 사학 명신고등학교는 자리를 잡자마자 바로 국가에 헌납했고 필생의 사업이었던 한약방을 접을 때도 30억 원이 넘는 자산을 국립경상대에 기부했다. 선생의 지원은 교육뿐 아니라 사회·문화·역사·예술·여성·노동·인권 등 정치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 걸쳐 있었다.


『줬으면 그만이지』는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이기도 하지만 ‘허락받지 못한 취재기’이기도 하다. 김장하 선생은 본인의 정의로운 베풂을 여태 꽁꽁 숨겨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열 배 백 배 뻥튀기해 알리고도 남았을 텐데 선생은 그랬다. 이런 선생이 본인에 대한 취재를 허락했을 리가 만무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접기


목차
여는 말 7
제1부 생애
취재의 시작 17
이어지는 모임 22
삶의 지표를 정해준 할아버지 32
한약업사 시험 합격 42
아버지와 어머니 47
조용한 소년 김장하 51
사천 석거리의 젊은 한약사 60
도시로 나온 남성당한약방 73
문전성시 79
그 남편에 그 아내 90
제2부 전달식 없는 장학금
장학사업의 시작 105
투사가 된 장학생들 118
이어지는 우연과 인연 125
헌법재판관 문형배의 경우 129
무한한 믿음과 지지 148
제3부 학교 설립과 헌납
전 재산을 털어 설립한 고등학교 159
교육부 감사와 세무조사를 받다 162
이 학교의 두 가지 불법행위 166
다 있는데 이사장실만 없는 학교 177
전교조 해직교사가 없었던 이유 183
100억대 학교를 무상헌납한 까닭 192
제4부 공동체를 치유하다
알고 보니 나도 그 돈을 받았네 209
행동하는 시인 박노정과 진주신문 가을문예 215
친일청산과 평등세상을 위하여 232
지역문화공간 토종서점을 살려내고 241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기 위해 244
남강을 지키고 지리산을 살리는 일 250
남명학관 건립 비사(祕史) 256
학대받는 여성을 구조하라 259
여성평등기금과 농민열사 장례비 271
진주정신과 진주문화를 찾아서 274
수십억 남은 재산 기부하고 60년만에 은퇴 279
제5부 김장하의 기질
권력과 정치를 멀리하는 이유 287
감시받고도 빨갱이 콤플렉스가 없는 노인 291
검사의 폭탄주를 거절한 지역유지 307
처음으로 화를 낸 이유 310
제6부 줬으면 그만이지
진정한 보시의 삶이란 321
비방과 험담, 그리고 비판 333
제7부 김장하의 철학
운명을 바꾸며 살자 341
진주정신에 관한 소고 345
생활신조와 인생관 349
닫는 말 353
김장하 선생 약력 357


접기
책속에서
P.18~20
남성(南星)이라는 그의 호(號)와 남성당한약방이라는 상호의 뜻을 물었다.
“남성이 수를 맡은 별이라고. 목숨 수(壽)자. 남성이 비치는 곳에는 오래 산다는 그런 속설이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건데, 남성당을 상호로 쓰고 남성을 아호로도 쓰라고 했어요. 남극노인성이란 별자리를 딴 거지.”
-손자가 오래 살라는 뜻에서 그렇게 지어주신 겁니까?
“약방에서 지어준 약을 먹고 다들 오래 살라는 뜻이지. 또 그 별은 보일 듯 말듯하면서도 그러나 역할은 한다, 앞에 나서지 말고 항상 제 역할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라는 뜻이지요.”
-할아버지가 그런 깊은 뜻을 가지고 지어주셨구나.
“별빛처럼 빛이 아니지만 뭔가 공헌을 하고 있거든. 하지만 공헌했다는 표를 내지 말고 그렇게 살아라….”
(취재의 시작)접기
P.50
김장하는 8세에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 밑에서 자랐으며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다. 20세에 사천 석거리에서 남성당한약방을 연 후 사실상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었다. 27세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석거리에 모셔 부양했고, 29세에 자신을 길러준 계모의 장례를 치렀다. 30세에는 홀로 된 아버지를 위해 새어머니를 모셔왔고, 42세에 아버지를 보내고 남은 새어머니에게는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을 팔아 노후를 보장해드렸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아래 동생들을 키우고 시집·장가 보내는 것도 장하의 몫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접기
P.56
“장하는 딸과 아들 결혼식에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어요. 그래도 알음알음으로 알게 된 수많은 사람이 하객으로 참석했는데, 축의금을 받는 창구 자체가 없었던 겁니다. 참석한 하객들은 최상의 음식을 대접받았지만, 일부 불쾌하게 여기는 이도 있었죠. 자신은 모든 지인의 경조사에 다 참석해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전달하고도 받지 않으니 ‘돈 있다고 유세하는 거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요.”
(조용한 소년 김장하)
P.80~81
김장하는 1992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을 받게 되었는데 전수식 참석을 거부하여 경남교육청이 난리가 났다. 표면적인 거부 이유는 ‘약방을 비울 수 없어서’였다. 당시 관선 교육감이 ‘내 목이 날아간다’며 사정사정하는 통에 결국 참석은 했으나 두고두고 회자되는 일화다.
2003년 1월에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부산에서 개최한 오찬간담회와 토론회에 1번으로 초청을 받았으나 불참했다. 역시 같은 이유였다. 나도 사람들과 어울려 선생과 몇 번 점심을 먹은 적이 있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 시간이 되면 “손님이 기다린다”며 어김없이 일어섰다.
(문전성시)접기
P.92
“1987년 2월에 제1회 명신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렸을 때였다. 키가 그리 크지 않으신 아주머니께서 운집한 학부형들의 뒤쪽에서 앞이 보이지 않아 까치발로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한 교사의 눈에 띄었다. 이사장 부인이셨다.
살며시 다가가 단 위의 자리로 옮기실 것을 권하자 극구 사양하시면서 자기가 여기 온 것을 어디에도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셨다. 이윽고 졸업식이 마치자 이사장 부인께서는 조용히 버스를 타러 학교 문을 나서는 것이었다. 남편의 필생 사업인 학교의 첫 졸업식에 와 보고 싶은 마음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행여 누가 보고 폐를 끼칠까 보아 조심하는 모습에서 그들 가족의 마음 씀이 참으로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남편에 그 아내)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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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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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줬으면 그만이지>,<[큰글자책] 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 총 11종 (모두보기)
1964년생.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전무이사로 있던 중 2022년에 정년을 3년 앞당겨 퇴직했다. 경영진으로서 깜냥도 안 될뿐더러 좀 더 긴 호흡으로 깊고 넓은 취재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자로 일할 때 역사와 사람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그렇다. 인생 2막에서는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그동안 롤모델로 삼아왔던 멋진 어른을 첫 탐구대상으로 정했다.
썼던 책으로는 『풍운아 채현국』, 『별난 사람 별난 인생』, 『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80년대 경남 독재와 맞선 사람들』, 『토호세력의 뿌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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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나눔과 베풂 이야기


가난 속에 일군 부 아낌없이 내놓은 김장하
언론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김장하
베풀고도 내세우지 않는 자세는 어디에서 연유할까?
그이를 본받으려는 100명, 1000명의 김장하 장학생


『줬으면 그만이지』는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를 취재한 기록이다. 책을 보면 김장하는 보통 사람들은 따라 하기 어려운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하고 한약사로 성공해 대단한 부를 일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선생은 나눔과 베풂을 일상 속에서 실천했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남몰래 장학금을 주었다. 지금까지 선생의 장학금을 받은 사람이 1000명을 웃돈다고 한다.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세운 사학 명신고등학교는 자리를 잡자마자 바로 국가에 헌납했고 필생의 사업이었던 한약방을 접을 때도 30억 원이 넘는 자산을 국립경상대에 기부했다. 선생의 지원은 교육뿐 아니라 사회·문화·역사·예술·여성·노동·인권 등 정치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 걸쳐 있었다.
이런 얘기들이 한동안은 소문으로만 떠돌았다. 장학금을 받은 사람은 있는데 준 사람은 없었다. 형평운동·남성문화재단·진주신문 등 쉽게 노출되는 일조차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커녕 자기 이름이 거명되는 것까지 한사코 꺼렸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줄줄이 널렸는데 정작 베푼 사람은 보이지 않는 이상한 현상은 50년 남짓 이어졌다.
『줬으면 그만이지』는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이기도 하지만 ‘허락받지 못한 취재기’이기도 하다. 김장하 선생은 본인의 정의로운 베풂을 여태 꽁꽁 숨겨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열 배 백 배 뻥튀기해 알리고도 남았을 텐데 선생은 그랬다. 이런 선생이 본인에 대한 취재를 허락했을 리가 만무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전직 기자인 김주완 작가는 허락받지 않은 취재를 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30년 동안 기자로 살았지만 이토록 많은 이들로부터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취재 협조를 받은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선생이 베푼 범위가 넓다 보니 겹치는 인연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정의를 위해 선의로 베푼 것이다 보니 아름답게 여기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렇게 펼쳐지는 취재기는 30년 경력 취재 기자의 남다른 필력이 돋보인다. 본인의 허락이 없었기에 선생의 생애 전체가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보이지는 않으나 그래도 이런 정도면 어지간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선생의 기부와 나눔과 베풂도 모든 것을 샅샅이 찾아내지는 않았지만 모자라지 않을 만큼은 담아내었다. 게다가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숨은 이야기도 제법 실려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흥미로워하는 것은 도대체 선생이 왜 그랬을까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열심히 번 돈을 선생은 왜 그렇게 아낌없이 기부하고 나누고 베풀었을까? 그렇게 세상과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 내세우고 싶었을 텐데 어떻게 해서 선생은 시종일관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을까?
이 책은 선생의 행적을 제대로 밝혀놓은 것만으로도 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머물지 않고 나눔과 베풂을 하면서도 본인은 드러내지 않는 평소 소신과 생활 태도까지 쉽게 풀어놓고 있다. 선생의 소탈한 인간적인 면모와 꾸밈없는 유머감각도 책갈피 여기저기에서 읽은 재미를 더한다.
이런 선생에게 그이를 본받고 배우려는 이들이 100명, 1000명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선생은 장학생들에게 나에게서 받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나에게 갚으려 하지 말고 대신 다른 사람에게 베풀라고 했다. 공동체를 아름답게 하는 선순환, 이른바 ‘김장하 바이러스’다.접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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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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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리판 같은 세상, 이 책은 깜깜한 밤하늘에서 ‘남극노인성‘ 별자리를 발견한 기쁨 같다. ‘대가 없는 나눔, 간섭없는 지원, 바라는 것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는 보시 이런 걸 실천해온 사람 김장하‘의 ‘무주상보시, 아들러와 프롬의 사랑과 행복에 대한 정의가 일맥상통‘으로 참으로 귀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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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jeon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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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습니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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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마타타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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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합니다. 정말 멋진 분입니다. 소개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핑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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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2023-01-24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얽힌 고사가 있다. 간략하게만 말해보겠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조나라에 평원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진나라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조나라에서는 평원군을 초나라에 보내 초나라에 동맹을 청하기로 했다. 평원군은 문무를 겸비한 식객 20명과 함께 가기로 하고 우선 19명을 뽑았지만, 나머지 한 명을 뽑기가 어려웠다.






수천 명에 달하는 식객 중에서 모수라는 사람이 자신이 함께 가고 싶다고 청했다. 그런 모수를 보고 평원군은, '재능이 있는 사람은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해도 주머니 바깥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라고 말하며 모수가 자격이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모수는, 주머니 속에 넣지 않았으니 그걸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평원군에게 되물었다.






여기에서 비롯된 고사성어 '낭중지추'는 빼어난 인물은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밖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내가 이 고사를 외우고 있는 건 아니고(대략적인 뜻과 유래는 알고 있었지만) 조금 전에 인터넷에서 다시 찾아봤다.]






그런데 원래 뜻이야 그렇더라도 꼭 비상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인물들을 이야기할 때도 이 말을 써도 되지 않을까. 훌륭한 언행을 하고도 스스로 내세우길 꺼렸으나 마침내 온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분들. 채현국·김장하 선생 같은 사람들이 낭중지추 아닐까.






말년에는 언론 인터뷰도 하고, 팟캐스트에도 나가고, 강연 활동도 활발히 하긴 했지만, 채현국 선생도 8년 전 한겨레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는 철저히 언론을 피해 대중에게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김장하 선생의 행적도 범상치않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 IMF 전까진 한약방이 엄청 잘 돼서 돈을 많이 벌었다지만, 어떻게 이처럼 평생 남에게 베풀고만 살 수 있을까. 보통 베풀고 사는 자수성가한 사람들 이야기는 젊을 땐 열심히 재산을 모았다가 늙어서 사회에 환원하는 패턴이었던 것 같은데, 그걸 스물너댓 살부터 시작했다니 놀랍다. 그것도 철저히 자신을 되도록 적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그가 만일 일제강점기에 살았더라면 이회영 선생처럼 사재를 털어 독립운동에 투신하지 않았을까. 김장하 선생이 장학사업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여성운동, 형평운동기념사업 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했음을 보면 응당 그리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선생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마음을 함께했던 그의 아내 최송두 여사까지. 그렇다고 형제자매를 잘 돌보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완벽할 수가 있지.






언론보도를 통해서 가끔 인간 같지 않은 이들을 만나지만 그럼에도 내가 세상을 향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그 반대편에 김장하 선생 같은 분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 악한 사람들이 선한 사람들보다 많아 보이는 이유는, 선한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을 드러내길 꺼리고 악한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아무래도 자극적인 뉴스가 더 잘 팔리는 까닭도 있다.






어쩌면 우리 세상에는 더 많은 김장하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그들은 자기 모습을 드러내길 싫어해서 우리가 모를 뿐. 사실 일상적인 뉴스에도 김장하만큼은 아니지만 작은 천사,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가끔 나온다. 비명소리를 듣고 뛰쳐나와 흉기 난동자를 제압한 사람 이야기, 불이 난 전기차에서 사람을 구조한 성인 남자 네 명의 이야기. 그런 작은 천사·영웅들의 뉴스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유튜브 재생목록에 조금씩 모으고 있다. 가끔씩이라도 그런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내 안에 살고 있는 작은 천사가 작은 악마보다 점점 더 힘이 세지겠지.






'작은 김장하'가 되고 싶다. 굳이 '작은'이라는 말을 붙인 건 김장하 선생처럼 사는 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처럼 젊을 때부터 돈을 많이 벌어도 그렇게 평생 베풀고 살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작은 김장하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이 땅에 작은 김장하가 많았으면 좋겠다. 김장하 선생 같은 분들만 몇 사람 있는 것보다 우리가 모두 조금씩 작은 김장하가 된다면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김장하 선생 이야기를 알려준 김주완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이 수많은 작은 김장하를 키워낼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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