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4

전국 규모 제주간첩단... “포착된 것만 17명 규모”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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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규모 제주간첩단... “포착된 것만 17명 규모”
기자명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입력 2023.01.13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12월 19일 제주시 소재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월 9일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한 이른바 제주간첩단 ‘ㅎㄱㅎ’의 실체가 안보수사당국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각 언론들의 취재력으로 서서히 전모가 밝혀지고 있다. 

특히 제주간첩단이 경남권(창원, 진주), 호남권(전주), 수도권(서울) 등에 포치된 전국 규모 간첩단의 지역조직임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11월 9일 제주, 창원과 진주, 전주 등에서 동시에 관련 혐의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후 12월 19일 제주에서 추가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러자 관련 혐의자들과 소속 단체들은 성명 발표와 집회 등을 통해 ‘공안몰이’ ‘정권위기 탈출용 간첩단사건 조작’ 운운하며 저항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간첩사건 등이 터지면 상투적으로 내뱉는 구호와 행태를 재현하고 있다.



2017년 캄보디아서 북한공작원 접선

제주간첩단의 결성은 총책 강모씨(여)가 2017년 7월 29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북한 문화교류국(구 225국) 소속 공작원 김명성을 접선하고 

귀국 후 북한과 수차례의 교신 끝에 지하조직 ‘ㅎㄱㅎ’을 결성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후 2022년 9월 24일 산하 노동부문 지하조직인 ‘한길회’도 결성한다. 사전에 북한은 2022년 8월 19일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고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NLDR) 과업 수행을 당면 목적으로 하는 강령과 규약을 하달하였다.

‘ㅎㄱㅎ’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음어로 ‘한길회’의 초성을 쓴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둘이 같은 조직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 이유는 2022년 10월 22일 자 대북보고문에서 “조국통일의 한 길을 가겠다”는 의미로 노동부문 조직인 ‘한길회’를 9월 24일 결성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ㅎㄱㅎ’의 정확한 의미는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령문에서 제주간첩단을 ‘대학원’으로 호칭하기도 했다.

‘ㅎㄱㅎ’은 노동부문(한길회), 농업부문, 진보정당 및 여성부문으로 편재된다. 노동부문은 박모 책임지도성원 아래 2명의 지도성원을, 농업부문은 고모 책임 아래 3명의 지도성원을, 진보정당 부문에는 총책 강모가 직접 책임지도를 맡아 7명을 배치했다. 또 여성부문에는 2명의 지도성원을 배치했다. 제주간첩단은 확인된 것만 17명 규모이나, 이들 지도성원들이 다시 포섭한 하위 조직원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북한의 지령을 받아 제주간첩단이 실행한 활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노총 제주본부 4·3통일위원회를 장악하여 내부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였다. 실제 주한미군 철수,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 한·미·일 군사동맹 해체, 미국산 첨단무기 도입 반대 등 반미자주화투쟁을 전개하였다.

둘째, 진보당 제주도당을 장악하고 흩어진 제주지역 진보세력(실제는 종북좌파)의 통합을 추진하며 반보수투쟁을 선동하였다. 제주간첩단의 합법적 활동 거점으로 진보당과 단체들을 활용하고 이들과 연대한 하층·중층 통일전선의 구축을 시도하였다. 대상은 전국회의 제주지부, 민주노총 제주본부, 진보당 제주도당,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제주본부 등이다.

셋째,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 개입하여 진보진영 지지운동을 전개하였다. 북한은 2022년 3월 29일 지령문에서 “지방자치제 선거를 준비하며 진보당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지지운동을 전개하라”고 하달한 바 있다.

넷째, 반윤(석열), 반보수, 반정부 투쟁을 반미투쟁과 결부시켜 남조선혁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라고 선동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촛불투쟁, 주한미군 철수 제주해군기지 폐쇄 등을 전개하였다. 정권기반을 무력화하려는 술책이다.

다섯째, 북한 지령에 의해 진보당의 핵심당원, 분회결성 사항, 후원회 명단을 수집하여 보고하였다.

여섯째, 김정은의 위대성과 주체사상 및 선군정치를 학습, 선전하였다. 이외 제주지역 특정인물을 포섭하고 군중공작(일반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공작)을 전개하였다.


또다시 등장한 스태가노그래피 암호

특히 제주간첩단은 조직 보안을 위해 접선 시 차단된 아지트 이용, 휴대전화 전원 오프(Off) 및 음어 사용을 일상화했다. 또 북한과의 교신 시 클라우드와 이메일 등을 이용한 사이버 드보크(온라인상 무인매설함)를 활용하였고 첨단암호화 방식인 스태가노그래피(steganography)를 사용하기도 했다. 북한에 의해 국내에 직파(直派)된 간첩 및 장기간 암약하는 고정간첩들은 과거와 같이 무전기를 통한 대북보고나 무인매설함에 의존하지 않고도, 진일보한 방법으로 인터넷을 통해 간단하게 대북보고나 지령을 하달받을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의 대남공작부서에서는 ‘사이버 드보크(Syber Dvoke)’라는 신종 연락수단을 개발하여, 사이버상 도처에 드보크를 설치하여 간첩통신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북한 상부선과 국내 간첩이 외국계 이메일 계정을 개설하여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공유하면서 음어화된 보고내용과 지령내용을 올려놓고 교신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유형은 국내 간첩이 수집한 자료를 상호 약정된 수십 개의 특정 웹사이트 내 자유게시판 등에 업로드해 놓고 교신하는 방법이다. 이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2010년 적발된 간첩 한춘길사건과 연방통추 강순정사건에서 본격적으로 사이버 드보크가 등장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은 간첩교신 수단으로 첨단 스테가노그래피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스테가노그래피란 비밀메시지를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또는 텍스트 등 ‘커버’라 불리는 다른 미디어에 숨겨서 전송하는 첨단 과학 기법이다. 이 방식은 메시지를 숨기는 것은 물론 메시지 전송여부를 알지 못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방식은 2001년 알카에다가 9·11테러 공격의 준비와 실행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11년 왕재산간첩단 사건과 2021년 청주간첩단 사건에서도 발견되었다.

이번 제주간첩단은 또한 간첩조직의 기본 운영원리인 ‘단선연계·복선포치(單線連繫·複線布置)’에 의거해 책임지도성원과 지도성원과의 비밀성을 유지하기도 했다.

향후 제주간첩단에게는 국가보안법의 ①반국가단체 또는 이적단체의 구성, 가입(제3조 또는 제7조 2항) ②목적수행 간첩(4조) ③특수잠입 탈출(제6조) ④찬양고무(제7조), ⑤회합·통신(제8조)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작금을 수령한 사실이 확인되면 금품수수(제5조)가 추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제주간첩단 ‘ㅎㄱㅎ’은 제주지역에서 북한의 대남 혁명노선인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는 대남 혁명전위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사안이 이러한데 헌법수호법인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주장하는 세력들은 간첩 천국과 공산혁명을 정당화하는 세력에 다름 아니다. 특히 폐지가 확정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존치가 필요함은 더 이상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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