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1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 8.15에서 5.18까지 박태균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 8.15에서 5.18까지
박태균 (지은이)창비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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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18,000원 17,100원 (900점)
전자책정가
12,600원
종이책 페이지수 440쪽
책소개
<한국현대사 강의> <한국전쟁> 등의 저서를 쓴 젊은 역사학자 박태균 교수가 쓴 한미관계사. 방대한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공개된 미국의 대외관계 문서들을 세밀하게 파헤쳐,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을 하나하나 복원하여 살펴본, 한국현대사 연구자가 쓴 본격적인 한미관계사 연구서이다.

이론을 지양하고 실증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씌어졌기 때문에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며, 미국이 세운 김종필 제거계획 등 그간 밝혀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다수 밝히고 있다. 또한 미국의 정책이 한국에 관철되는 과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던 기존의 연구와 달리 미국의 정책에 대응하는 한국정부의 정책을 부각시켜 한미관계사에 대한 일방통행식 접근에서 벗어나 좀더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해 준다.

한미관계를 역동적으로 서술하는 가운데 과거 한국이 대응에 실패한 사례를 면밀하게 살피고, 시작부터 정상적이지 못했던 한미관계가 지금까지도 그대로 유지돼온 것일까 하는 의문을 꾸준히 던진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은이의 메시지가 독자들로 하여금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한미 FTA 등의 현안들에 대한 교훈을 찾도록 만든다.


목차


책머리에
서론

제1부 한미관계의 출발
제2부 한반도를 포기하지 않는다
제3부 한국전쟁과 1950년대
재4부 국사정부와 미국
제5부 한일협정 체결과 김종필 제거계획
제6부 베트남 파병을 둘러싼 한미간의 줄달리기
제7부 1970년대의 한미관계와 학습효과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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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박태균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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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학과에서 2007년과 2017년 ‘한국현대사’와 ‘한미관계사’로 학부와 대학원 강의를 했으며 계간 역사비평 주간과 서울대 대학신문 주간으로 일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조봉암 연구》, 《한국전쟁》,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원형과 변용: 한국경제개발계획의 기원》, 《베트남 전쟁》,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더보기


최근작 : <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현대 한미관계의 이해>,<한국현대사 2> … 총 49종 (모두보기)





성조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미국이 내게 다가왔다.

흑백 TV 앞에 앉아 있던 나는 실내 안테나를 이리 저리 돌렸다.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던 주사선을 줄여야 했다.토요일 오전,10시. TV에서 애국가가 끝나면 나는 미국으로 초대되었다.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미국 만화들.한국 TV가 주말의 웃음을 제조하기 위해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시간,AFKN은 심심해할 미 8군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을 위해 만화를 융단폭격했다.영어를 알아 듣지 못한 것은 답답했지만 그다지 큰 장애는 아니었다.미국 만화가 끝나고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나올 때 까지 TV를 붙들고 있었다.나는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듣기 좋았다.축축 처지는 애국가보다 행진곡 풍의 멜로디가 흥겨웠고 노래 아래 깔린 그림들은 더욱 멋졌다.미국 독립전쟁 그림,탱크와 비행기의 행진 장면,자유의 여신상,러시모아 국립공원의 큰 바위 대통령얼굴,달에 착륙한 암스트롱.... 나중에는 피아노 건반으로 그 멜로디를 누를 수도 있었다. "솔미도미 솔 도.. "

<우방과 제국,한미관계의 두 신화>를 읽다가 문득 미국과 나의 첫번째 조우가 떠올랐다.이 책은 <한국전쟁>에서 대중적이며 균형감 있는 접근법을 선보였던 박태균 교수의 한미관계사책이다.이 책의 제목은 저자가 한미 관계를 바라보는 지향점을 명백히 보여준다.우리 사회는 미국을 둘러싼 두 가지 '신화'가 있다.하나는 미국을 동맹을 넘어 '혈맹'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을 '제국주의 식민 모국'으로 보는 신화이다.전자는 수구보수 세력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가치이다.후자는 80년대 사회구성체논쟁에서도 시각차가 존재했을 정도로 주요주제였으나 지금은 그런 식의 도그마화된 규정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물론 아직도 실제로 그렇게 믿지도 그렇게 분석하지도 않으면서 '미제'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그저 레토닉이나 배설의 언표 정도로 받아 들이는 편이다.

저자는 한미 관계를 '동태적' 관계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미국의 세계 전략이라는 '작용'과 한국의 대응이라는 '반작용'의 틀 속에서 상호관계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박태균 교수는 한미 관계가 정상적인 두 국가 사이의 외교 관계를 넘는 '특수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이러한 '비정상성'의 외부적 요인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세계전략을 한반도에 강요한 것이다.내부적으로는 역대 정권의 '비정통성'을 들고 있다.정권의 창출의 정통성 부재와 정권 내부의 불안정성을 외부의 힘에 의존해서 풀어나가는 방식들이 역사적으로 한미관계의 특수성을 만들어 내게 된 필요충분조건이다.

책의 결론 부분에서는 한미관계를 시대순으로 기존 몇 가지 모델로 언급한다.먼저 미군정시기의 한미 관계는 제국과 식민지 관계로 규정한다.50년대는 보호자-피보호자,60년대는 중심국-주변국 관계이다.70년대는 규정하기 모호할 만큼 사안별로 다양화된다.물론 박태균 교수의 입장은 한미관계사가 기존의 이론들을 포괄하는 역동적 모델임을 상정하고 있다.

대학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가 보자.내가 대학들어가서 현대사를 공부하며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부분이 미군정기부터 한국전쟁 까지의 시기였다.특히 모스크바 3상회의와 신탁통치안에 대한 이야기는 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과 너무 달라서 충격적이었다.고등학교때는 '민족주의자들은 반탁,소련의 사주를 받은 공산주의자들은 찬탁' 으로 배웠다.물론 이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모스크바 3상회의의 전체적 의도와 신탁통치안의 현실성에 대해 일방적으로 앞뒤 꼬리떼어낸 것이긴 하다..당시 동아일보는 모스크바 3상회의 결과를 특종보도했다.그리고 한국 언론사에 길이 빛날 왜곡보도를 한다.

1945년 12월 27일 동아일보는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미국은 즉시 독립주장,소련의 구실은 38선 분할점령'이라고 기사를 작성한다.이어서 12월 28일 조선일보는 박스기사를 통해 '독립전쟁을 시작하자'라고 선동한다.

미군정의 견제로 뒤늦게 입국한 김구를 중심으로 하는 임정은 '반탁'의 정점에 있었다..남한 내에서 좌익과 중도세력이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미국은 신탁통치에 긍정적이었다.우선 한국인의 자치 능력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또한 중국 국민당이 우세한 45년 상황에서 미소영중이 신탁통치를 하면 자유주의 세력이 숫자적 우위를 구성하고 한반도 내에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믿었다.미국은 남한 사회내에서 우익 세력을 양성하고 좌익 세력에 탄압을 가하기 시작한다.그러나 신탁통치 안에 대한 우익의 절대반대는 미국을 난처하게 만든다.힘을 실어야 하는 우익에서 미국의 전략에 반대하고 나섰고 뺨때리고 싶은 좌익계가 미국의 의도와 같은 방향으로 향했기때문이다.결과적으로 미소공동위원회는 성과를 얻기 힘들었으며 남북이 각각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박태균 교수는 이 사건을 미군정이 한반도내의 내부적 정치 역동성에 전략을 바꾸게 된 첫번째 사안으로 꼽고 있다.

모스크바 3상회의를 필두로 한미 관계는 끊임없이 갈등한다.갈등은 한반도의 정세변화와 미국의 대외전략변화에 따라 수시로 증폭된다.미국의 기본적 전략은 일본을 지키기 위한 한반도 개입이었다.일본이 패전의 수렁에서 벗어나는 50년대 중반 이후는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역할론이 또 하나의 중심전략이 된다.이는 미 행정부가 받고 있던 재정부담과도 관련이 있다.4.19 당시 미국의 태도는 미국의 남한내의 정치 상황에 대한의 기본 입장을 보여준다.즉 미국은 제 3세계 정책을 펼때 민주주의와 반공독재 사이에서 고민한다.미국은 이 두마리 토끼를 쫓지만 국민들의 반대로 더이상 독재정부가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이 들때 미국은 민주주의의 손을 들어주게 되지만 그 전까지 한국의 독재체제는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유지된다.

60년대 미국의 대외정책은 로스토우에 빚지고 있다.근대화론으로 대표되는 로스토우의 논리는 경제성장을 통해 체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도 양보될 수 있다고 본다.(박정희를 그리워하는 세대들의 일관된 정서와 같다.)특히 로스토우의 논리중 관심이 가는 부분은 저개발국가에서 과도기적 단계를 효율적으로 거치기 위해 군대를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보았다는 것이다.마치 5.16 군사 쿠데타를 예견하는 듯 보이는 이론이다.

이 책에 나오는 5.16 군사 쿠데타 부분은 마치 정치 드라마를 보는 듯 흥미 진지하다.쿠데타를 제압하겠다는 유엔군 사령관과 미국 대사,'올것이 왔다'이를 계기로 정계 개편을 꿈꾸는 윤보선 대통령,쿠데타 상황에 대처해야함에도 숨어버린 장면 총리, 윤보선을 권좌에 계속 두면서 쿠데타정권의 도덕적 정당성문제를 넘어가려한 미 국무부.박태균 교수는 3,500명으로 성공한 쿠데타의 뒤에 미국의 역할보다 한국 정치인들의 무능이 있다고 지적한다.

60년대 중반이후 한미관계의 중심은 '베트남전 파병'이었다.60년대초 권력 기반이 아직 불안했던 박정희는 쿠데타 주체세력과 미국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절대권력의 위치에 오른다.박정희가 전투병 파병을 강행하게 된 이유를 몇 가지 정리하면 첫째 한일협정 체결로 인한 국내여론 악화의 돌파구였다는 점,둘째 64년 주한미군과 한국군 감축계획에 대한 반대,셋째 베트남 특수를 통한 경제활성화 등이다..미국은 베트남전이 장기화되어가면서 국내여론과 재정압박에 고민하게 된다.결국 한국군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면에서도 또 아시아국가의 참여라는 홍보용으로도 적당했다고 본 것이다.박정희는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특수한 관계임을 더욱 부각하고 싶어했다.일본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중요성 수준으로 한국의 입지를 확인 받고 싶어했던 것이다.그러나 박태균 교수는 이 과정에서 미국의 마지노선을 넘는 무리한 요구를 시작한다.요즘말로 하면 오바하기 시작한 것이다.이 오바는 결국 대미 관계의 전략의 부재와 한미관계에서의 학습효과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68년 1.21 무장공비 청와대 습격사건과 푸에블로호 사건은 한미관계를 급격히 냉각시켰다.박정희는 대북 보복공격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한다.또한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 해결을 위한 미북간 비밀협상에 배제된 것에 분노를 표한다.한국이 베트남을 빌미로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다고 파악한 미국은 '너희들이 베트남에서 군대를 철수시키겠다면 우리도 남한에서 미군을 빼내겠다.'라는 상황까지 이르게된다.당시 미국은 북한을 통제하는 것보다 남한을 통제하는데 훨씬 많은 공을 들인 형태가 되었다.박태균 교수는 파병문제에 있어서도 우리정부의 전략이 오판이었음을 지적한다.

한국 전쟁이후 미국은 지속적으로 주한 미군 감축 전략을 취한다.70년대 닉슨독트린과 지미 카터의 데탕트 시대에 수면에 떠오른 미군 철수론은 파장이 컸다.박정희는 또 한번 '벼랑끝 전술'을 쓴다.핵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하고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맛이 간 민족주의자들은 이 시점을 한국의 위상을 당당히 보인 것이라고 아직도 그리워한다.한때 신문광고 해대던 <무궁화꽃...>인지 뭔지도 그런 내용 아닌가 싶다.최근에 북핵이 문제되니까 김정일을 감금하고 밥굷기는 소설도 하나썻다고 한다.소련과 군축도 논의되고 개입전략보다는 현상유지전략을 택한 미국이 이걸 받아 들일 수는 없었다.그러고 보니 30년정도의 시차를 두고 미국은 남한핵문제와 북한핵문제를 다루고 있다.핵을 둘러싼 아이러니다.이 책을 보면 현재 미군 재배치와 상시기동군 운영 전략이 그다지 새롭거나 충격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아주 오랜 시점부터 연구되어 온 것이고 미국은 세계전략 변화에 따라 차근 차근 진행하고 있던 것이다.

<우방과 제국>을 보면 보수 언론이 즐겨쓰는 '한미동맹강화'라는 것이 지난 역사에서 그렇게 순탄치 않았음을 그리고 또 보편적인 상황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한미관계는 출렁이는 바다처럼 단 한번도 평온했던 적이없다.그럼에도 마치 한미관계를 평화롭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지상과제인 양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저자는 한미관계의 갈등원인이 미국측에 있음을 우선 밝힌다.무리한 세계전략을 추진하는 제국이 가진 한계이다.또한 한국정부의 부적절한 대응도 지적된다.일부에서 이 부적절한 대응을 '민족주의'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반대한다.결코 민족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된 적은 없다는 것이다.그 때 그 때 정권차원의 안보가 중심이었던 것일뿐이다.마지막으로 한국민들 사이에 미국에 대한 신화가 지적된다.한국 사회의구성원들은 한국과 미국 사이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당연히 받아들인다.거기에는 '사회진화론'이 자리잡고 있다.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우리가 이라크에 젊은 이들을 보낼때도 파병론자들의 논리 근저에 깔려 있는 것이 그것이었다.파병에서 어떤 특수를 얻을 수 있을까? 못해도 미국과의 관계가 좋아질 테니 떡고물은 있겠지? 그걸 현실론으로 받아들이고 그 토대 위에 논리의 탑을 쌓는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봐왔다.그리고 그 논리의 현실적 이득과 그 논리의 기계적인 정합성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어떤 이득이고 어떤 평화이고 어떤 국가인지가 중요한 것 아닌가? 논리의 토대가 인류애와 평화에 있지 않다면 그 많은 삼단논법과 통계수치,미래 예측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스스로 억압하는 또는 억압받는 민중임을 알고 그 땅 위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걸 잊고 멋진 이론과 논리와 통계로 무장한 자신을 엘리트라고 착각하지 말아야한다.

<우방과 제국,한미 관계의 두 신화>는 정치외교 영역에서 한국에 늘 존재하는 미국을 보여준다.이것과 함께 우리의 일상성 속에 우리의 문화 속에 ..유행하는 말로 우리의 '아비투스'속에 존재하는 미국은 또 어떤 것인지 고민해보게된다.

P.S) 이 책은 대중적 역사서를 지향한다.약간의 관심만 있다면 아주 빠른 속도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마치 <제3공화국><제5공화국>하는 정치 드라마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책에는 8.15부터 5.18까지 한미관계사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80년대 부분은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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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2-07 공감(15)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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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효과 제로, 미-한 관계...




미국은 한국을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시켰다. 그렇지만, 한국엔 해방절이 없다. 광복? 빛을 되찾았다고? 그럼, 다시 조선 시대로 돌아간겨? 하긴... 이승만이가 양녕대군의 후손으로 프린스라고 꼴깝을 떨고 다녔다니 그런 이름을 선호했을 법도 하지만...

한국을 둘로 쪼개 놓고는, 미국이란 꿀물을 빨아먹도록 은혜를 베푼 나라.
국립종합대학을 만들어 이 땅의 지식인들과 지식의 수준을 '바나나'로 만든 나라.
통일을 꿈꾸는 여운형, 조봉암 등을 골로 보낸 나라. 그러다 뒤틀리면 김구나 박통도 보내버린 나라.

이 나라의 군사통수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거짓말을 외우며 나는 법관을 꿈꾼 적이 있다.
군사통수권은 일부가 대통령에게 있다. 실제로는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있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다?
모든 영토에 주권이 있지 않다. 대추리처럼... 과거 그들이 지배하던 용산이나 부산의 하야리야부대 같은 곳엔 우리 주권이 머물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은 늘 그런 관계였다.

그렇지만, 한국의 지배층은 늘 '우방'으로서의 미국을 선전했고, 나도 어린 시절 코쟁이 미국의 나라를 몹시 동경하기도 했다. 그들의 것은 뭐든지 그럴싸해보였고, 고등학교 시절 미국을 보름 정도 다녀온 친구 녀석이 뻥을 섞어가면서, 미국에서 이티를 보았다는 둥, 극장에 가면 열 몇 군데서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다는 둥 이야기를 해 댈 때, 나머지 우리들은 침을 흘리며 미국을 동경했다.

미국이 한국에 원조를 뿌린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 원조에 쌩유를 날릴 수만은 없다.
러셀이 귀납추리의 약점을 설명하면서 말했듯이, 매일 낟알을 주러오는 농부 아낙의 손은 사위가 온 날 닭의 대가리를 비틀 수밖에 없음이 필연 아닐까?

미국이 한국에 원조를 뿌린 것은, 일본과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대신해 주길 강력하게 바랐던 것 뿐이다. 일본은 원자탄까지 먹어 봤으니 미국의 쓴맛을 알테고...

그 기회를 이용하지 못한 이승만은 미국의 멱살을 잡고 드잡이질을 했지만 결국 낙마했고,
그 기회를 올라탄 박통은 장기 집권에 들어갔다. 마누라 이마빡에 재떨이를 집어던진 사건까지 알고 있던 미국에게 박통의 핵무기는 제거 이유로 충분했을 것이다. 결국 박통은 제거되었지만, 그가 남긴 향수는 그의 딸 박공주에게까지 전가되어 아직도 정치판도를 휘감고 있다. 이 슬픈 유전자여...

이 책은 한미간의 많은 자료들을 섭렵하여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책이다. 저자의 결론은 늘 그 자료들의 구성 의도대로 이끌어내 지게 마련.

한국도 나름대로 뭔가를 많이 얻어 내려고 하긴 했지만... 그것이 '국익'이었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그것은 국익보다는 '권력자의 이익'임이 더 정확했을 것이다.

광주에서의 미국의 태도는 이랬다. "미국은 자제를 촉구했으나, 필요하다면 병력 사용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 그리고, 사령관은 "당시 한국군 20사단의 투입을 승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한국 당국의 합법적인 요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었다."

원조 없는 정부운영이 불가능했던 5,60년대의 역사가 <현대까지 미치는 학습 효과>를 준다. 아, 왜 민주 세력조차도 그 학습 효과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일까...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 사회가 알맹이로 민주화되기 전까지는 미국은 '아름다운 나라'로,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이적행위인 범죄로까지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실리도 중요하지만, 명분과 도덕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 평화와 인권-는 실리 이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것이 20세기 한미 관계가 한국에 가져다준 가장 중요한 학습 효과"일 것이라는 말로 저자는 글을 맺는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의문이다. 과연 한국이 평화와 인권이란 학습 효과를 습득한 나라인지가... 이 땅엔 자본주의가 썩을대로 썩은 미국에 버금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구더기만이 드글거리는 것은 아닌지...

10년동안 이를 갈던 세력들이 다시금 정권을 잡고, 조금이나마 싹을 틔워온 평화와 인권이란 토양에 제초제를 뿌려버리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나 아닌지... 조금씩 두렵다.

이 책은 창비라는 큰 출판사에서 나온 것인데도, 한글 맞춤법을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그런 것에 신경이 쓰이는 사람인데...
싯점, 댓가, 촛점... 등은 한자어로 이루어진 합성어기때문에 시점, 대가, 초점으로 써야 옳다.
그리고 경음으로 적을 필요가 없는 소리들도 경음으로 적어서 도대체 이건 창비사의 문제인지, 저자의 의도인지를 의문갖게 만든다. 둘다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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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8-18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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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의 두 '신화' - 우방과 제국




‘제국’으로서의 미국

해방 이후 우리의 현대사에서 미국은 항상 정치, 경제, 사회 등 우리사회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쳐왔다. 광복, 한반도의 분단, 그리고 이승만, 4. 19, 5. 16, 서울의 봄 등 정권 교체기마다 미국은 철저히 우리정부, 국내의 동향을 분석하여 한국의 정세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여 국내 정치에 개입해왔다. 여기서 미국의 국익이란 북한에 대응하는 안정적인 국가를 유지하는 것이었고 그에 따라 미국은 반공정책을 위주로 하는 독재정치를 불안정한 민주정부보다 선호했다. 이와 같은 미국의 모습들은 이 책의 제목 중 ‘제국’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우방’으로서의 미국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우방’의 모습도 갖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일본과 전쟁을 하여 승리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되어 우리는 일제로부터 독립을 할 수 있었고, 그 이후 계속하여 주둔해온 미군은 6. 25. 전쟁 때 우리(여기서는 남한)와 함께 싸워 북한에 의한 통일을 막아 주었다.

휴전 이후 미국은 막대한 원조로 우리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 미군은 계속 한국에 주둔하여 북한의 전쟁도발을 억제해 주고 있다...

뭐, 이 정도가 우방으로서의 대표적인 미국의 이미지가 아닌가 싶다. 물론 이와 같은 우방으로서의 미국의 모습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와 같은 이미지들 때문에 우리 국민 중 많은 사람이 항상 미국에 빚진 듯한 느낌을 갖고, 미국이 우리의 굳건한 동맹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이와 같은 두가지 양면적인 미국의 모습을 바탕으로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여 해방이후 한미관계에서 우리 정부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전제하면서 몇 가지 점을 강조한다.

일방적이 아닌 불완전하지만 쌍방적인 한미관계

첫째로 미국은 압도적 힘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항상 한국정부가 미국의 꼭두각시로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 정부 나름대로 시대 상황을 이용하여 반작용을 했고, 때로는 한국의 정세와 정부의 의사결정이 미국의 정책 변화로 나타나기도 했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동태적 분석의 필요성을 느꼈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다르듯이 1950년대의 미국과 오늘의 미국이, 1970년대의 한국과 오늘의 한국은 분명히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반미를 부르짖을 충분한 역사적, 실증적 근거들이 있기는 하지만, 무조건적 반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박정희 정권의 쿠테타 승인, 광주학살 묵인 등에 대한 책임논란은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5. 16.당시 소위 우리나라를 움직이던 힘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쿠테타에 그다지 반대하지 않았다는 이 책의 내용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민주정부는 무조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이를 뒤엎은 쿠테타는 국민들이 반대했을 것이라는 나의 상식적(?)인 통념에도 결국은 현시점에서의 가치판단이 개입되어 있었나 보다. 한편으로는 작전통제권이 미국에 있는 까닭에 미국의 승인 없이는 우리 정부 스스로 쿠테타도 진압하지 못한다는 어이없는 현실이 놀랍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의 막무가내식 정책추진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가 최근에 전직 국방부장관들을 상대로 전작권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이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한 것에는 일응 수긍이 가는 것도 그러한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관계에 대한 학습효과

두 번째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학습효과’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미관계를 거울삼아 앞으로의 한미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자는 것이다. 우방이든 제국이든 미국은 엄연히 존재하는 실체이다. 그런 미국의 실체는 인정하고 이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것처럼 한국의 반작용으로 미국의 정책이 변화한 경우가 없지 않은 것을 보면 능동적 대처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한민족 공조를 내세우며 무조건적으로 미국을 반대하는 식의 접근만으로는 미국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까봐 미국에 조그만 반대를 하는 것조차 금기시 하는 것도 그렇지 않아도 넓지 않은 우리 정부의 활동폭을 더욱 좁게 만든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도 않고 비이성적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시작전권이나 한미 FTA 문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미국의 정책 기조상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고, 반대로 우리나라에 결정권이 있는 문제는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요구하고, 아니다 싶으면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면서도 ‘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미국은 분명히 하나의 실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미제국주의 타도를 외치는 무조건적 반미와 반핵반김을 구호로 혈맹사수를 외치는 무뇌적 숭미가 공존하는 것 같다. 이 또한 ‘제국’과 ‘우방’이 우리 사회에 투영된 모습이겠지만 저자의 말대로 학습을 통하여 우리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제3의 길을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방과 제국이 한미관계의 두 ‘신화’라는 제목에 이를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딴지걸기

이 책은 저자가 수많은 자료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완성하였기에 실증적이고, 당시 한미관계를 실제 움직이던 사람들이 직접 작성한 문서들을 통하여 생생하게 당시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막연히 한미관계나 우리의 현대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몇몇 편견을 깨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지만 역사를 전공하지 않는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지엽적인 내용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정작 종합적인 분석은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풍부한 과거의 사례가 마지막 결론에 응축되어 있는 저자의 주장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는 느낌이랄까. 개인적 배경지식의 부족과 집중력 부족의 소치이겠으나 전에 저자의 ‘한국전쟁’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책을 읽고도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고 의문점만 더 많이 드는 것이, 저자와 내가 잘 궁합이 맞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한미관계에 대하여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을 보면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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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2-04 공감(2)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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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학습'했는가




한국의 근 현대사를 이해하는데 있어 미국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미국을 한국을 도와준 은인의 나라로 인식하거나, 아니면 한국의 내정에 끊임없이 간섭해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은 부정적인 나라로 인식하거나 간에 미국은 한국에게 있어 결코 배제할 수 없는 국가이다. 따라서 지난 역사동안 한국과 미국이 맺은 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한국의 일그러진 근 현대사를 살펴보는 것인 동시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저자는 먼저 대한민국과 미국의 관계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광복이후를 서술한다. 일반명령 제1호를 통해 밝혀낸 한국의 독립에 관련된 미국의 입장은 미국이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함으로써 전쟁을 끝내고 한국에 독립을 가져다주었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는다. 미국은 결코 한국의 독립운동세력에게 일본을 항복을 받을 권리를 주지 않았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서의 위치를 가질 뿐이지 결코 승전국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전후 일본과 한국의 운명을 결정지은 쌘프런씨스코 강화조약에서도 결코 한국은 승전국의 지위를 가지지 못했다. 이후에도 미국의 대한정책은 사실 우리가 갖고 있는 인식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밝힌다. 한국에 민주주의를 심었다는 미국이 한국의 수반을 미군정이 임명하는 행정위원회의의 위원이 선출하게 하는 정책을 추진했었다는 사실은 미국이 그 당시 한반도에 행했던 정책들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밖에도 미국의 입맛에 맞는 우익에게 권력을 부여하기 위해 행했던 다양한 정책들은 한국의 현대사에 있어 작용했던 미국의 힘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어지러웠던 해방이후에 있어 미국의 입김은 거의 한국의 운명을 좌지우지 했다. 하지만 저자는 우익의 신탁통치 반대운동으로 인해 미국의 정책이 바꾸었던 사례를 통해 미국의 힘만을 강조하는 이전의 연구 성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주변부의 힘이 중심부의 정책'을 바꿀 수 있음을 주장한다.

미국의 힘과 한국의 정치상화에 의해 탄생한 이승만정부와 미국의 관계는 '원조'를 둘러싼 이해관계로 해석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미국 국무부의 케넌이 주장한 공산주의를 막기 위한 경제, 심리적 봉쇄라는 측면에서 한국에 대한 경제적인 원조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이러한 원조를 받기위해 국가의 군사지휘권 등을 유엔에 넘긴 이승만 정부를 파악한다. 북진통일 주장 등을 통해 겉으로는 민족주의적인 색채를 드러내는 듯이 보였지만, 사실은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미국의 손에 넘겨버린 이승만 정부는 결국 지금까지 이어지는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원인으로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 반하는 정책으로 이승만을 제거할 계획까지 세워놓았지만, 미국은 결국 이승만을 대체할 지도자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이승만의 권력을 유지시킨다. 결국 이승만은 4.19혁명으로 권력을 잃는다. 하지만 뒤를 이은 윤보선 정부는 군대를 앞세운 박정희의 쿠데타로 무너지고 만다. 저자는 이 부분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윤보선 정부가 쿠데타를 막을 의지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군대지휘권을 가진 미국이 쿠데타를 진압하지 않은 것은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사실은 쿠데타 세력을 용인한 것이 아닐까. 또 한국의 전체병력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박정희의 세력이 손쉽게 쿠데타에 성공한 것은 직간접적인 미국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미국의 자료가 충분히 공개되어있지 않아서 진실은 확인할 수 없지만, 저자는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의심을 통해 박정희의 쿠데타에 미국이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의심은 미국의 대한정책에 이론적인 기반과 함께 직접 정책에도 참여했던 로스토우의 주장과 함께 더욱 증폭된다.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성장이 우선시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일시적인 민주주의의 유보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경제성장을 위해서 전근대사회에서 자유로우며, 젊고 혁신적인 장교 그룹에 주목했다. 한국에서 박정희가 그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적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유신도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미국은 결국 박정희의 쿠데타를 용인한다. 하지만 이때부터도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큼 순탄치 않았다. 북한에 대해 끊임없이 도발하는 한국의 정부와 끊임없이 갈등하고 한일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심지어 박정희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김종필의 제거계획까지 세우게 된다. 결국 미국의 이러한 정책을 통해 박정희는 모든 권력을 자신의 손안에 집중시킨다.

베트남 파병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간의 갈등은 권력을 독점한 박정희와 미국이 겪는 갈등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엄청난 제정적자로 주한미군을 줄이고자 했던 미국과 정권유지를 위해 그런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박정희는 베트남에 전투병을 파병하겠다는 제안을 하게 된다. 전투병이 필요했던 미국과 외화벌이와 정권유지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희생할 젊은이가 있었던 한국의 이해관계가 만나 엄청난 수의 젊은이가 파병되었지만 결국 한국이 원했던 미국과의 동등한 외교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렇게 끊임없이 이어진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박정희 정부가 끝나고 전두환 신군부가 들어설 때도 어김없이 의문을 남긴다. 지금까지도 의문으로 남은 미국에게 과연 광주사태의 책임이 있는가의 문제에서, 한국의 민주화세력을 결코 신뢰하지 못했던 미국의 입장까지 한미관계에서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은 많다.

저자는 더 이상의 연구는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연구를 마친다. 결론에서 자신이 과거의 한미관계를 연구하는 목적은 '학습효과'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한 정책을 집행하는 미국의 경우 과거의 사건에서 많은 교훈을 얻고 실제로 정책을 입안하는데 있어 적용하는데 한국의 경우 그러한 '학습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과거의 일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미국과 벌이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에서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베트남 파병의 교훈을 전혀 '학습'하지 않고 내려진 이라크 파병 결정, 미국과의 여러 경제적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의 문제, 한국의 여러 정치상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군사지휘권문제의 역사적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치쟁점화만 되고 있는 전시작전권 환원문제는 모두 그러한 예인 것이다.

모든 역사는 역사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결국 역사가 가지는 의미를 파악함으로써 지금 우리가 서있는 현실에 어떤 영향을 주기 위해서인 것이다. 이렇게 파악한다면 한미관계의 '학습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박태균의 이 책은 역사가 가지는 의미를 훌륭하게 전달하고 있다.


* 이 책을 통해 기록을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어떠한 기록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기억을 보존하는 일이며, 그러한 기억을 통해 역사가 탄생하고 역사를 통해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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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거 2006-10-22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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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제거하고 본 한미관계




한국과 미국. 새로운 관계 설정의 필요성에 관해.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흔히들 혈맹이라는 단어로 묘사된다. 혈맹. 피로써 우애를 맺은 관계를 뜻한다. 그러나 이 혈맹이라는 말은 사실이기도 하면서 신화이기도 하다. 과거에 우리가 같이 피를 흘린것은 사실이지만, 양국의 병사가 피를 흘린 목적이 동일하다고 할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혈맹이라는 개념자체가 형이상학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개념은 상황을 정리하고 명료하게 보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이 변하는데 과거에 형성된 개념으로 오늘날의 바뀐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개념이 현실인식을 방해하는 장애물의 역활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역사를 되돌아 볼때 혈맹이라는 말이 그렇게 타당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혈맹이란는 용어를 사용하는가를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양국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집단.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의도.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고 막연히 과거에 미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것이 감격하는 사람들. 뭐니뭐니해도 현 상황에서는 미국과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상황인식... 이런 것들이 그런 개념을 만들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미국에 관한 신화가 존재한다. 냉철한 계산에 의해서 미국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은 영원한 강국이고, 미국을 떠나서는 한국의 존립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미국은 더 이상 우방이 아니라 제국의 이미지로 존재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긴박하게 변화하는 국제정세에서 가장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나는 지금의 단계에서 미국이 우리의 현실적인 우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한 실리주의적 이유에서의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반미나 비 논리적인 친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 미국을 대하는 시선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의 일극체제에서 미국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주도하는 나라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미국이 없다고해서 이런 경향성이 바뀔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여기에 우리가 미국의 이미지에서 신화에서 벗겨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현실적인 미국의 모습을 파악하고,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미국을 대하는 것이 우리가 격동하는 오늘의 세계정세에서 몸을 일으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100년전의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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