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9

이철호 되도록이면 윤미향씨 개인의 이야기를 안하려고 해왔다. Yoojin Lee 내가 기억하는 윤미향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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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25 May ·

정의기억연대 논란과 관련해서 되도록이면 윤미향씨 개인의 이야기를 안하려고 해왔다. 여러번 만났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사인 윤미향씨를 이 논란에 끌여들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진흙탕 속에서 무슨 공인과 사인의 구분이 의미가 있겠나...
이 글은 내 고민이 쓰잘데 없는 것이었다는 말을 해준다.










+3



Yoojin Lee
25 May ·

내가 기억하는 윤미향 선생님,

정의, 기억, 그리고 연대
나는 팩트체크를 할 능력이 없다.
오랫동안 그 분과 함께 일하며
지켜본 분들이 말해줄 것이고
연일 정의기억연대 측에서는
성실한 해명과 답변을 내어놓고 있다.
다만, 기사는 믿지 않는다.
그들은 새로운 먹잇감을 찾은 하이에나 같다.
나는 윤미향 선생님을 세번 뵈었다.
만났다기보다는 보았다는 말이 어울릴
짧은 만남이었고
그 분은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물론 나는 그 분을 잘 알지 못한다.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일천한 나는
글렌데일 소녀상이 세워진 과정도 잘 모른다.

다만 내가 지금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에도
함께 노력하고 애쓴 사람들이 있다는 정도.
윤미향 전 대표님과의 만남은 짧았지만
내게 남겨진 여운은 깊었다.

모든 사람은 주관적일 수 밖에.
같은 글을 읽고도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사실을 규명하고 진실을 찾는건
잘 아시는 분들께 맡기고
진실이 아닌 보이고 싶은 말만 하는 기자님들은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기를 바라며,

내가 만나본 윤미향 선생님을 이야기 해 본다. 


첫 만남은 2017년 8월,
내가 몹시 사랑하는 장소인
John Dongjin Kim 신부님의 쉼터(한인 노숙자 쉘터)에서 였다.
시민단체에 발 담근 첫 해였고
박근혜 탄핵과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이후,
난 조금 들떠 있었다.
역사도 정치도,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다 신기하고 배울게 많았다.
쉼터에 정대협(정의연) 윤미향씨가 오시니
만나서 이야기 들어볼 사람은 오라 했을 때
난 솔직히 윤미향씨가 누군지 몰라서
구글로 찾아봐야 했다.
쉼터 마당에 둘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담담한 목소리로
정대협(정의연)이 하는 일과 앞으로 해 나갈 일들,
위안부 할머님들 이야기들을 해 주셨다.
그리고 그때 베트남전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그때 파병된 한국 군인들도
베트남의 민간인들과 여성들을 죽이거나 학대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도 했고
피해자가 살아서 증언을 하기도 한다고.
이런 말을 하면 과거에 참전했던 분들은
몹시 불쾌해 하시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만 할 수 있을까.
그 말씀이 내게 크게 남아서
집으로 돌아가 베트남전 피해자들을 검색해 보며
마음에 빚을 새겼다.
그런걸 알아가는 일은 불편하고 고통스러웠지만
또 그렇게 아픈 만큼 하나씩 배워가는거니까.
이후, 시민단체 안에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볼 때
베트남전쟁이 등장할 때마다
그때 그 말씀과 피해자들을 생각했다.
두번째 만남은, 같은해 10월 15일
길원옥 할머님의 평화 음악회에서 였다.
소녀 시절, 가수의 꿈을 꾸었던
할머님의 노래를 듣고 함께 불러본 시간
그때 뭣도 모르고 따라가서
Linda Lee, 유정석, 나서희, Gela Choi 님 등,
열심히 준비하는 LA Nabi 사람들을 보았고
할머님을 모시고 왔던 사람이 윤미향 대표님이었다.
할머님께서 이야기하고 노래부르고
행사 순서가 진행되는 내내 윤미향 대표님은
할머님 옆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계셨다.
가장 인상 깊었던건
사회자가 할머님 말씀을 못 알아들을 때마다
옆에서 윤대표님이 귀 기울여 듣고 통역을 해 주셨다.
한국말을 듣고 한국말로 통역,
우리는 잘 알아먹지 못하는 할머님 말씀을
윤대표님은 한마디도 빼지 않고 다 알아 들으셨다.
그건 꾸밀 수 있는게 아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 배려, 관계
가족 같은 끈끈함,
긴 시간 할머님의 수족이 되고
이야기를 들어드리지 않았다면
연세가 드셔서 흐려지는 언어들을
붙잡을 수 없었을테니까.
나는 그날 윤미향 선생님과
따로 인사를 나누지 않았던 것 같다.
단체 사진 안에 함께 남아있을 뿐.
이후 한동안 뵙지 못했지만
그 분과 페이스북 친구가 되고나니
자주 라이브 영상이 떴다.
가끔 클릭할 때 마다,
그 분은 거리에서 어디에서
피해자 할머님들을 위해,
여성의 인권를 위해 외치고 계셨다.
단단하고 멋진 활동가이며
할머님들의 작은 목소리도 알아 듣는 분,
내게 그런 분으로 기억되었다.
마지막으로 뵌건
2019년 가을, 영화 김복동이
엘에이 상영하던 날이었다.
선생님께 "쉼터에서 뵌 적이 있어요" 했더니
"그런것 같아요" 하며 인사해 주셨다.
영화를 보고 한참 울며
김복동 인권운동가와
윤미향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0157571935037418&id=722947417
피해자란, 말 그대로 피해를 당한 사람이다.
상처 입은 사람..
어떤 사람들에게는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들.
그러나 피해자가 그 자체로
정의나 절대 선은 아닐것이다.
나도 피해자라는 말을 쓰기엔 부족할지 모르지만
상처를 입어본 한 사람으로
상처 입은 사람이 논리적으로 상황에 대처하는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힘들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상처 입은 사람 모두가
다른 사람의 아픔을 껴안고
사랑과 용서를 베푸는 큰 사람이 되는게 아니다.
오히려, 상처 받은 만큼 가시가 돋고
더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애쓰다
한층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피해자는 치유 되어야 하고 사과 받아야 하고
물론 존중 받아야 하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진리일 수 있을까.
그럼에도 윤미향 전 대표님이 무릎을 꿇었다면
그건 죄를 지었다는 의미보다는
어떤 이유에서든 할머님 마음 상하셨으면
무조건 용서를 빈다는 의미였을텐데
그때 할머님께서 그저 안아주셨다면...
내가 증인이라고 말씀하시던 고 김복동 할머님,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딛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마음 아파하고
우간다 전쟁 피해자들을 껴안고
조선학교에 전재산을 기부하시기도 하며
진정한 인권운동가로 거듭난
'김복동 평화-인권운동가'님이 더 그립다.
영화 김복동에서 윤미향 선생님이
할머님의 발을 주물러드리는 모습이 잠깐 나온다.
나는 부모님의 발을 주물러드린 적이 있었던가..
그 영화를 보며 김복동 할머니를 바라보는 한편
김복동 할머님과 윤미향 대표님의
서로에 대한 신뢰와 동지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상처 받은 여성과 전쟁 피해자,
가장 약한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두 여성이 함께 걸어온 삶 속에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은
그 따뜻한 연대의식 같은 것.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인데,
그렇게 삶 자체로 보여주신 김복동 할머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윤미향 대표님의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약간의 서운함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사진은 어디에서 보고
이렇게 젊을 때부터 할머님들 곁에.. 하는 마음으로
너무 예뻐서 캡쳐해 두었던 사진이다.
짧은 만남으로 눈빛으로 행동으로
그냥 알아지는 사람이 있다.
3년 전, 아무것도 모르던 애엄마였던 내게
큰 울림을 주었던 윤미향 선생님과
정대협(정의연)이라는 단체는
이제껏 긴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미미하던 할머님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어놓으려 애썼을까.
얼마나 많이 들어드리고
얼마나 많이 외쳤을까.
그렇게 가족이 되어드린 할머님들을
한 분, 한 분 떠나보낼 때마다
얼마나 아팠을까.
그 사람을 재단하고 폄하하는 사람들 중
윤미향 전 대표님처럼
뜨거운 삶을 살아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시련이 다 지나가고 나면
더 단단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만나 보고 느낀 한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나눈 글입니다.
근거 없는 비난, 욕설을 포함한 비상식적인 댓글은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삭제하겠습니다.
이용수 할머님 기자회견은
저도 정말 유감스럽고 안타깝지만
할머님에 대한 공격이나 폄하는 자제해주세요.
그건 윤미향 선생님과 정의연을
응원하는 방법이 아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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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4 shares

Gyeongseob Peter Shin

역시
부질없는 이야기인데
결과적으로
시민 운동에
남아계셨더라면.....
그놈의 정치
그놈의 국회의원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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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환

전 윤미향대표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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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jin Lee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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