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8

[매일춘추] 조선 향수 거부한 日 작가 - 매일신문

[매일춘추] 조선 향수 거부한 日 작가 - 매일신문

[매일춘추] 조선 향수 거부한 日 작가

배포 2015-07-15 05:00:00 | 수정 2015-07-15 05: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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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승 주
박 승 주
대구중학교와 최규하 전 대통령의 에피소드를 다룬 '일본인 중학교'(1957)의 작가 고바야시 마사루(1927~1971)는 평생 조선에 대한 죄의식을 자신의 문학적 테마로 삼은 작가이다. 농림학교 생물교사를 하던 아버지의 전근으로 인해 소학교 무렵 대구로 이사와 대부분의 성장기를 이곳 대구에서 지낸 그는 해방 후 과격한 공산주의자로 변모하여 일본정부에 격렬히 저항한 흔치 않은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1952년 6·25전쟁을 반대하는 데모에 참가해 경찰이 조선인 소학생과 중학생을 습격하는 모습을 보고 화염병을 던져 저지하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약 6개월간 형무소 생활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조선인 수감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조선에서 지낸 식민자 2세로서의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으며 그것이 그의 문학자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출소 후에는 본격적으로 문학작품 활동에 전념하여 조선을 테마로 한 다양한 작품을 집필하였는데, 첫 작품인 '포드 1927'(1956)은 일본 작가들의 등용문인 아쿠다가와상(芥川賞) 후보에 3차례나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일관되게 조선에 대한 죄의식과 일본의 과업에 대한 테마를 다뤄왔기 때문인지 오랜 기간 일본의 문단에서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 작가로서 일본 독자들에게는 거의 잊힌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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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테마로 한 그의 문학적 성과는 만년에 집필된 '쪽발이'(1970)와 '조선'메이지 52년'(1971)이라는 작품을 통해 결실을 맺고 있다, '쪽발이'는 현재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으므로 일독을 권한다.

고바야시 마사루의 문학은 소위 '자기혐오와 수치'의 문학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그는 조선이 고향인 식민자 2세들이 가지는 향수에 대해서도 '그립다고 해서는 안 된다'며 가해자들의 어설픈 향수조차도 경계하고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긴 설명보다는 그의 역사관을 드러내는 한 구절을 소개하며 이 짧은 글을 마치고자 한다.

'몸 깊숙한 곳의 이미지'('신일본문학' 1959년 6월호 중에서)

박승주/대구하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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