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2

알라딘: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진보와 영성” 인터뷰이 김규항과 인터뷰어 지승호

알라딘: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지승호 (지은이)알마2010-03-26
초판출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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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쪽152*223mm (A5신)448gISBN : 9788992525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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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B급 좌파> <예수전>에 이은 김규항의 시대를 앞선 비평. 전문 인터뷰어로 활동하면서 ‘인터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는 지승호가 만난 유쾌한 급진주의자 김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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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끊임없이 우리 스스로부터 반성하자고, 회심하자고 말한다. 사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를 억압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에 분노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 삶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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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B급 좌파, 김규항이 그리는 세상
2장 문화로 우리 사회 엿보기
3장 김규항의〈그 페미니즘〉
4장 한국 사회의 진보를 묻는다
5장‘촛불’과‘추모’앞에서
6장 예수에게 묻는 이 시대의 진보
7장 내일을 위한 진보와 미래세대 교육


책속에서

P. 21~22 “약간 모자란 줄 알았대요”
김 
사람이라는 게 인생이 너무 희망차면 좋지 않은 거 같아요. 좀 비관적인 데가 있어야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많이 좌절하거나 그렇게 되지 않더라고. 비관적인 정서가 있으면 훨씬 낙관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어요. 요즘 한국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 하는 것도 비관적인 정서가 길러지지 않아서 그래요. 사람들이 경제개발 독재 시대에 워낙 세뇌가 되었어요. 인생에 대단한 의미를 두고,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늘 열심히 노력하고, 하여튼 좀 공격적으로 살아가는 걸 미덕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게 바로 인생을 끊임없이 고단하게 만듭니다. 만날 ‘보다 나은 미래’만 생각하지 ‘오늘’이 없어요. 인생은 오늘의 연속이잖아요.  접기

P. 27 교회와 ‘근본적인’ 불화가 필요한 때
김 
이젠 교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야 될 때입니다. 예수는 “마몬(‘부요富饒’라는 뜻의 아람어 ‘마모나’에서 유래된 말로 인간을 타락시키는 탐욕의 화신, 부富의 신을 가리키며, 성경에서는 지상의 부를 말한다?편집자)과 하느님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방식은 그렇게 막 해도 되는 시절에나 통하는 특별한 방식입니다. 오히려 상식을 거스르지 않고 법도 지키면서 그 방식이 본격화되는 게 문제죠. 마몬의 가르침을 체화하는 겁니다. 아주 점잖게, 그러나 매우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사고방식과 신자유주의적인 가치관들을 담아내는 거죠. 다른 생각은 모조리 빨갱이고 사탄으로 모는 게 아니라 자본의 가치관이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런 가치관으로 경쟁하고 성공하는 게 하느님의 뜻이라고 가르치는 겁니다. 교회 개혁을 논할 때 비판의 대상이 되는 교회들이 있는데요. 그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과 비교하면 그래도 좀 낫다는 교회들이 바로 이런 상태라는 겁니다. 섬뜩하죠?(웃음)  접기

P. 33~34 아이들은 죄가 없다
지 
어린이 잡지인 〈고래가 그랬어〉발행도 교육 문제에 관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시작하신 건가요?
김 
처음에는 아이들이 불쌍해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그 죄책감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주 소박한 심정으로 시작했죠. 그런데 지금은 교육 문제가 지배 체제의 정수라는 생각을 해요. 교육 문제가 좌파나 진보 운동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장악하고 있어요. … 교육 문제는 그렇지 않아요. 공적인 토론이나 성명서를 내는 행위 말고 실제 자기 아이의 교육 문제 말이에요. 그 문제만큼은 반이명박 세력은 물론 극좌까지도 거의 포괄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교육 문제가 바로 문제의 정수인 거죠.  접기

P. 45 내 글을 읽어주는 이들은 평범한 이웃들이다.
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평범한 이웃이나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김 
오히려 당연한 얘기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요. 반응이 아주 단순해요. ‘맞는 말인데 뭐’ 그런 식이죠. 좀 배웠다는 사람들, 좀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이 그들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는 어렵게 받아들이는 거 아닌가요.(웃음) 진짜 삶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인터넷에서 만날 수 있는 자칭 진보 논객들을 보면 좌파적인 책을 읽고 저녁마다 인터넷에서 시사토론들을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선거 때만 되면 비판적 지지를 하거나, 대안으로서 문국현 같은 인물을 지지한단 말입니다. 또 하나는 건강하지 않은 방식의 지적 소통이 본질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접기

P. 51~52 좌파, 이런 점이 아쉽다
김 
비판적 지지라는 게 전체를 조망해서 균형이 필요하다고 보는 거잖아요. 극우가 너무 세니까 그걸 막아야 한다, 이런 건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게 이치에 맞지 않는 생각이죠.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스로 균형을 잡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울어진 쪽으로 더 편향해야 한다는 거잖아요. 그래야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죠. 고종석 씨 경우는 지식수준의 차이가 아니라 지성의 차이라고 보는데요. 좋은 자유주의자가 미숙한 좌파보다 훨씬 훌륭하구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 좌파라는 분들이 선거 때 비판적 지지를 하지 않고 진보 정당을 찍는 걸 넘어서서 왜 더 편향되지 않는지, 특히 절박하고 더 필요할 때 왜 입을 닫고 있는지, 그게 아쉬워요. 우리가 욕을 좀 먹어야 됩니다. 좌파는 투신해야 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1980년대에는 너도나도 투신했다가, 이제는 투신하려는 좌파가 없는 듯 보여 때로는 안타깝죠. 좌파라는 사람들이 극우와는 불화하지만 자유주의자들과는 절대 불화하지 않는 희한한 상태를 유지하는 한 희망은 없습니다. 불화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자유주의 싸움에 올인하고 있다고 봅니다.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규항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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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비평가이자 교육운동가. 1998년 이래 뚜렷한 계급적 관점과 시스템의 본질에 대한 천착, 간결한 문체와 통찰력 있는 문장의 글을 써왔다. 근래에는 저술에 집중하면서 현대미술과 협업도 시도한다. 2003년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를 창간, 발행인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B급좌파》 《예수전》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등이 있다.
페이스북 /gyuhang 홈페이지 gyuhang.net
최근작 : <혁명노트>,<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김규항의 좌판> … 총 25종 (모두보기)
SNS : https://www.facebook.com/gyuhang.kim

지승호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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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생으로, 인터뷰어이다. 몇 군데 연재를 하기는 했지만 주로 단행본을 매체로 삼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 관련 책을 50종 넘게 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터뷰집을 냄으로써 퓰리처상 후보에라도 올라보고 싶은 무모한 꿈을 꾸고 있다.
최근작 : <잡담>,<아, 신해철!>,<타인은 놀이공원이다> … 총 86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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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김규항이라는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진보적 칼럼리스트’ ‘어린이 잡지 출판인’ ‘사회주의자’라는 설명이 첫 줄에 뜬다. 그는 ‘진보적인’ 내용의 칼럼을 쓰고 있으며〈고래가 그랬어〉라는 어린이 인문교양 잡지 발행인이다. 그러나 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좌파 김규항’일 것이다. 그렇다 김규항은 좌파다. 2010년 3월 〈한겨레21〉800호 특집에서, 정치인과 사회인사 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그는 가장 왼쪽의 정치 성향을, 시장의 자유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도 가장 높은 쪽의 성향을 드러낸 자유주의 좌파로 드러났다. 급진적인 좌파로서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거침없고 경계 없는 발언과 글쓰기 그리고 행동을 해나가고 있는 김규항이 인터뷰어 지승호와 만났다.

인터뷰이 김규항과 인터뷰어 지승호는 “진보와 영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번 인터뷰는 평소 친분이 있던 두 사람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진지했으며,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들이 오갔다. “진보와 영성”을 큰 주제로 이야기하지만 그 이야기는 우리 삶의 디테일로 뻗어나갔고 추상적인 내용이 아닌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여기, 오늘 현실의 문제와 내 일상에 적용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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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은 우리가 처음 접해보는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김규항과 지승호는 지금의 한국 사회와 한국 사람들인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이런 문제의식과 질문을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각종 매체와 텔레비전 토론을 통해서 듣는다. ‘교육 문제가 심각해서 이러다가는 우리 애들도 부모들도 다 못살 것 같다’ ‘사람들이 경쟁에 치우쳐 행복하지 않은 채 소모품으로 살아가고 있다’ ‘정치가 정말 문제’라고 하고, ‘미래가 불안한데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김규항이 제시하는 답은 우리가 도처에서 들을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우파적인 시각이나 신자유주의적인 관점에 익숙해져 있다. 그쪽 진영에 속한 이들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같은 질문에 대해서 김규항은 무엇이라고 대답했을까? 오늘 우리 사회의 우리의 문제들을 짚어보고, 급진적 좌파인 김규항이 풀어내는 답을 들어보자. 그가 우리의 삶에 대해서, 소외된 이웃들에 대해서, 아이들 교육 문제에 대해서, 우리의 사회의식에 대해서, 이 땅의 정치인들과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자신의 삶과 운동 철학, 사회변혁에 대해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가 하는 답들이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으로 들린다면, 혹시 내가 신자유주의적인 사상에 너무 매몰되어 현실 인식의 틀을 그에 맞추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돌이켜보는 일도 의미 있을 것이다.
김규항의 말은 스스로가 말했듯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서 국외자인양 논평하는 책상물림인 지식인의 말이 아니다. 몸으로 체득한 자기 자신의 언어로 말한다. 그래서 울림이 깊고 진정으로 와 닿는다. 그는 〈씨네21〉의 ‘유스토피아 디스토피아’의 칼럼에서 1인칭 시점을 선택하고, 본인 스스로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하기 시작한 지식인이다.

김규항이 그동안 사회적 글쓰기를 해오다 보니 ‘독설가’로 ‘굳은 얼굴의 지사’로 알려져 있는 측면이 강하지만, 인터뷰집을 통해 만나는 그는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사실 그 모습은 의외의 모습이 아니라 김규항의 원래 모습일 것이다. 그는 매우 문화적이고 유머가 있는 사람이며 ‘하루를 잘 살아내는 일을 소망’하는 소시민으로서의 모습을 가진 사람이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동네 아저씨와 같은 모습의 부드러운 김규항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김규항은 인터뷰집을 출간하며 본인의 심정을 이렇게 고백했다.

글을 쓰고 그걸 기반으로 이러저런 활동을 해온 지 12년이 되었다. … 한국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내 글쓰기와 활동도 그런 변화에 조응하며 변화해왔다. 이 책은 그 12년에 대한 소박한 주석서인 셈이다. 나는 이미 진영을 이룬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반복하기보다는 그런 진영의 이면 혹은 사이에 가려진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해왔다. 진정한 진영을 만들어내려는 나름의 노력이었지만 그만큼 오해도 많았고 오독도 많았다. 이 책이 그런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보완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지난 12년에 대한 소박한 주석을 붙였으니 이제 그 믿음은 지속하되 내 본색이 드러나는 좀 더 문화적인, 좀 더 재미있는, 좀 더 충만한 활동을 하고 싶다. …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그저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일을 소망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내놓는 일이 이렇게 면구스러울 줄 알았다면 이 책을 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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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성찰의 용기를 얻다!! 진보와 영성의 조화, 그것이 나의 행복이자 세상의 진보.  구매
Arm 2010-04-11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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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돌아보라는 아빠의 얘기가 떠올랐다.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구매
indisha 2010-04-12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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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김규항은 더 완쪽 아래쪽일 것 같은데  구매
소금연못 2010-04-10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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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이런 인물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지...  구매
zikomo 2010-06-23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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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불일치의 사회에 외치는 '상식인' 김규항의 일갈.  구매
bl. 2011-04-24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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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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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직시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지구상에서 정말 좁은 땅에 살고 있다. 남과 북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어도 좁은 데 서로 나뉘어져 있으니 더 좁을 수 밖에 없다. 좁은 나라에 살아가는 국민들의 인식은 분단된 조국만큼이나 극과 극으로 나뉘어 싸우고 투쟁한다. 남과 북,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노동자와 자본가, 부자와 가난한 자 등 너무 복잡하다. 그렇다보니 내가 속한 곳, 내가 속할 곳,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내가 추구해야 할 가치 등 모두가 헷갈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분명한 것은 이 나라는 자신이 속한 그룹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극과 극으로 예단하기를 서슴치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군사독재에 의한 정치권력이 지배했던 사회이다보니 그 기득권의 틀에 갖혀 정확한 진보로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내가 진보라고 한다지만 추구해야 할 진보의 가치 속으로 들어가 보면 보수의 틀에 갖혀 사회에 비판적인 인식 몇마디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보수를 비판하면서도 그들이 만들어 놓은 생활과 행동의 반경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김규항은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우리가 속해 있는 인식의 척도가 어디 쯤인지의 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치, 경제, 종교에 대한 한국사회의 실상과 현실 그리고 그를 쫓는 보수와 진보의 군상들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모두가 자녀의 교육을 이야기 한다지만 결국은 대입문제와 연결된 것일 뿐 진정한 교육은 없다라고 단정한다. 교육을 통해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보내기 위해 인간상품을 만들고 좌우도 진보도 보수도 위아래도 없이 벌이는 "아동 잔혹극"은 내가 사랑하는 자식을 지옥의 불구덩이로 밀어 넣는 현실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 동안 추구했던 아이들에 대한 교육방법의 잣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도 핑계일 뿐이었다. 이의가 없는 결론이다. 아이들에게 정의를 떳떳히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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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9-19 공감(14)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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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꿈꾸 이들의 삶에 성찰의 용기를 주는 책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 박원순. 그들은 진보인가?

한나라당이니 조중동이니 하는 세력의 대부분에게 그들은 분명 진보다. 아니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좌파다. 그런데 진보를 꿈꾸는 사람들 사이에선 답들이 제각기 엇갈리는 듯하다. 그만큼 헷갈린다는 것.


그런데 이에 대한 김규항(어린이 진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의 답은 단호하다. 그에게 그들은 진보가 아닌 “가짜 진보”다. 물론 그들은 “다 좋은 분들이고, 이른바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분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진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진정한 변화를 막는” “치명적인 반동”이다. 그렇다면 왜?


답은 인터뷰집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에 실려 있다. 이 책을 통해 김규항은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진보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전문인터뷰어 지승호가 인터뷰했고 지난 3월말 출간됐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분기점, 신자유주의

그렇다면 왜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 박원순은 진보가 아닌 “치명적 반동”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진보적이다, 보수적이다’라고 할 때는 상대적 개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규항에게 오늘날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분기점은 ‘신자유주의’다.


“체제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보수고, 변화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진보인 거죠. 한국은 다들 흔히 하는 말로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닙니까?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말은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본주의 체제’고요. 자본주의 체제에 찬성하면 보수고, 반대하면 진보인 거죠.”


“모든 것의 구분은 신자유주의입니다. 반독재도 아니고, 정치적 민주주의도 아니고, 신자유주의입니다. 그러면 경계선이 분명해져요.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 모두 확실하게 구별이 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거죠.”


물론 자본주의에 찬성하는 데도, 반대하는 데도 여러 층위와 방식이 있기에 “보수라고 다 같은 보수가 아니고 진보라고 다 같은 진보는 아니”지만 “큰 덩어리는 그렇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 박원순의 진보성 및 “한나라당, 조중동 같은 세력과의 차이를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그러나 엄연히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의 진보성이고 그 안에서의 차이일 뿐이라는 걸 분명히 해야”한다는 말이다. 김규항에게 그들은 “진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체제를 지키는 세력”으로서 “인민의 눈을 흐리게” 만드는 “한국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한 수호자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명박 정권보다도 더 큰 반동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우리는 사회 비판의 대상이 그 사회에서 가장 나쁜 놈들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가 않아요.”


“누가 보기에도 진보적이지 않아 보이는 건 실제적인 반동성이 없다는 겁니다. 진보적인 것처럼 보이면서 진보적이지 않은 게 우리를 미궁으로 몰아넣어요. 한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죠.”


그는 “개혁이라는 건 보수의 일부”라고 말한다. “개혁을 경계하는 건 개혁이 갖는 현실적인 의미를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그 의미에 집착할수록 어느새 진정한 변화를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진보와 개혁은 절대로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계급’도 좌우를 가르는 분기점으로 제시한다. “우파적 관점은 시종일관 세상을 민족이나 국가로 나누어 보게”하지만 “좌파적 세계관은 세상을 민족이나 국가가 아니라 계급으로 나누어 보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


“계급을 말하지 않을 때 좌파는 좌파 명찰을 단 자유주의일 뿐이죠.”



결국 진보를 위해서는 현 체제를 옹호하면서도 “인민들의 눈을 흐리게 만드는”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 박원순을 넘어서야 한다는 말이다.


예수의 삶에서 진보의 희망을 찾다

그럼 김규항은 우리 시대 진보의 희망을 어디서 찾고 있을까. 그에게 희망의 근거는 바로 ‘예수’다. 그는 진보와 영성의 조화를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영성이란 “사회변혁에 조응하는 ‘나의 변혁’이라는 관점에서의 영성”이다.


그는 “내 밖의 적과 싸우는 일을 혁명이라 하고, 내 안의 적과 싸우는 일을 영성”이라며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혁명가가 만들 세상은 위험하며, 
혁명을 도외시하는 영성가가 얻을 수 있는 건 
제 심리적 평온뿐”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예수의 가르침이 중요하게 된다.


“예수는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내면의 변혁을 추구하는 사람들 모두가 봉착한 한계에 대해 비전을 제시한 인물입니다. 다시 말해 오늘날 인류 사회의 진보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이에요.”


그가 보기에 “신자유주의는 불과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사람들의 영혼을 완전히 망가트렸다.” “남보다 많이 갖거나 보통사람들과 격차를 벌이는 것에 대해 기뻐하는 사고방식”지배계급만이 아닌 서민 대중, 농민, 노동자의 사고방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노골적인 시대인 만큼 그는 “오로지 지금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했던 예수의 말씀을 따르는 “회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여기서의 회개란 ‘회심’ 즉 “지금까지 살던 방식을 전복시키고 새롭게 살라는 말, 즐거움을 바꾸라는 말”이라고 한다.


“어제까진 남보다 더 많이 갖고, 앞서고, 대개의 사람들과 격차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즐겁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그게 전혀 즐겁지 않은 사람으로 바뀌는 거죠. 덜 가진 사람을 보면 내 욕심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 민망하고, 뒤처진 사람들이 눈에 밟혀 불편하고, 그런 격차로 고통 받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빼앗긴 권리와 인권을 위해 함께 싸우는 게 훨씬 마음 편하고 즐거워지는 거죠. 그게 바로 회개입니다.”


“‘한줌의 지배계급이 잘 먹고 잘사는 세상’에 대한 혁명은 ‘한 줌의 지배계급이 차지하던 것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남보다 잘 먹고 잘사는 일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며 따라서 “혁명의 최종 목표는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란 말이다.


“예수의 방식대로, 더 근본적인 질문만이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잘살고 행복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좀 못살고 덜 행복하더라도 훌륭하게 살자고 말하는 게 아니라 
잘 산다는 게, 행복이라는 게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자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그런 삶의 실천의 한 구체적 예로 교육문제를 제시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흘러가고 있는 가치관이 아닌 다른 가치관으로 아이들을 키워야 합니다. 그게 아이에게 손해가 아니라는 것, 부모의 별난 세계관으로 아이를 희생시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저게 더 낫네, 내가 잘못 생각했네, 깨닫게 해야 하는 거죠.”


결국 우리의 생각하는 방식, 사는 방식이 달라져야만 하는 것이다. ‘나의 변혁’ 없이는 진보의 희망도 없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바뀌는 순간 진보의 희망은 싹 튼다.


“변화는 조금씩이라도 눈에 띄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계단처럼 툭 튀어 오르기도 하죠. 그건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분명한건 변화가 일어난다는 건데요. 변화가 내 눈 앞에서 목도되지 않는다고 해서 일희일비할 건 아닙니다. 당연히 절망할 것도 없어요. (...) 회개하면 바로 천국입니다.”


책에는 위에서 언급된 ‘한국 사회의 진보’, ‘예수에게 묻는 이 시대의 진보’에 관한 내용 외에도 ‘페미니즘, 영화로 우리 사회 엿보기, 촛불과 노대통령 추모, 미래세대 교육’ 등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인터뷰어 지승호의 말대로 “형명과 영성의 조화를 얘기하는 유쾌한 급진주의자 김규항의 얘기를 다 듣고 나면 어쩌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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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2010-04-11 공감(1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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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서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다. 

  예전에 써클실에 그려져 있던 벽화가 있다.(개인적으로 동아리라는 말이 잘 안나온다. 그래서 편하게 써클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예전에 한번 서평을 쓰면서 인용했던 기억이 있는데 정확하게 어디에다 사용했는지 잘 몰라서 대충 넘어간다. 아이들이 굴렁쇠를 굴리고 있는 그림 밑에 "멈추면 서는 것이 아니라 넘어집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스무살 대학 1학년이던 시절 고향 선배들이 밥 한번 사주고, 써클에 놀러 오라고 했다. 그렇게 찾아간 지하실에 위치했던 써클실의 분위기는 나로 하여금 절대로 이곳과 친해지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나의 생각을 돌려 놓은 것이 있으니 바로 벽에 그려져 있던 그림이다. "멈추면 서는 것이 아니라 넘어집니다."라는 글귀는 내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고, 이 써클에는 무엇인가 있다는 기대감을 주었다. 그렇게 시작한 써클에서 매일 선배들에게 아메바 취급을 당하면서 변유가 어떻고, 사유가 어떻고, 사구체가 어떻고 등등등... 그렇게 15년이 지났다. 그 당시 선배들의 소식이 들릴 때마다 씁쓸함을 감출 수 없던 적이 종종 있었다. 어떤 선배들은 배움과는 상관없는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어떤 선배들은 김문수의 변신과 맞먹는 변신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씁쓸한 기억은 이런 것이다.



  써클의 대선배와 같은 분이 있었다. 86학번이니 대선배이다. 나랑 11살 차이니 거의 우러러봐야 하는 대선배다. 그 선배 부인이 89학번이다. 87학번 선배와 고향이 같았고, 한때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었기 때문에 종종 아이들을 대신 봐주면서 보모 노릇도 했다. 형, 누나로 부르면서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했다. 군 제대후 2년 쯤 지나서 전화 통화를 하다가 누나에게 참 씁쓸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촛불 집회가 한참이었는데 형이 뉴스를 통해 그 장면을 접하고 "우리나라는 종북좌파가 넘쳐나서 큰 일이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설마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후배들에게 변유, 사유, 맑시즘을 공부시키는 써클에서 촛불집회를 보면서 좌파 운운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나도 깜작 놀라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즉각 반문했지만 형의 생각은 확고했단다. 그 이후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둘은 이혼을 했고, 형과의 연락은 끊긴 상황이다. 연락처를 안다고 해도 선뜻 연락하기 힘든 상황이기에 굳이 연락처를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는 않다.

  한때는 실망감으로, 한때는 씁쓸함으로, 한때는 배신감으로 다가왔던 형의 변신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다. 왜 그랬을까? 원래 보수적인 사람이라서? 그 사이에 많은 것을 가져서? 생가이 갑자기 확 바뀌어서? 일정 부분 맞는 대답이기는 하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그 형이 그렇게 급작스럽게 바뀌게 된 것은 멈추어 섰기 때문이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달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해 버렸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이를 들면서 자연스럽게 보수주의가 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꼴통 보수가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사고를 유연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인 색깔이 약간 다를 뿐이지 행동에 있어서는 똑같이 독선적인 모습이 된다. 약간 다른 정치적인 색도 진보냐 보수냐를 나눌 정도가 아니라 급진이야, 약간 급진이냐, 극우냐 우냐를 나눌 정도로 차이가 거의 없다. 그것을 가지고 좌냐 우냐, 진보냐 보수냐 운운하는 것은 개미가 웃다가 허리 부러질 이야기이다.

  지승호가 김규항을 인터뷰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왠지 그냥 날로 먹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사서 읽은 이유는 김규항과 지승호라는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때문이다.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고, 읽지도 않았을 책인데 여기에 더하여 50% 세일까지 해주시는 알라딘의 따뜻한 배려에 얼른 집어 오게 되었다.



  김규항은 참 독특한 사람이다.  대한민국 사상지도에서 가장 좌편에 위치한다는 그이지만 그의 생각이 그렇게 폭력적이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가장 좌편에 위치한 사람일까 생각이 들정도이다. 그런 그를 가장 좌편으로 밀어 붙인 이유는 그가 제시하는 좌와 우를 가르는 기준이 신자유주의이기 때문인 것 같다. 민주당을 보면서, 열린우리당을 보면서 좌파라고 부르는 한나라당의 공격과 스스로 진보라 부르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김규항은 "웃시고 자빠지네"라는 독설을 날린다. 물론 직접적으로 이런 워딩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뉘앙스는 충분하다. 그의 기준에 의하면 노무현도, 김대중도 좌일 수 없고, 진보일 수 없다. 시장 자유주의자일 뿐이지 진보나 좌파가 될 수 없다는 그의 생각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예전부터 노무현 대통령, 민주당을 보면서 진보라 부르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 왔던 차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얻게 된 것도 이 책이 주는 하나의 위안거리다.



  김규항의 또 다른 독특함은 그의 좌파관에 달려 있다. 그는 특이하게 한신대학교 출신이다. 한신대학교 출신이라는 것이 특이한 것이 아니라 좌파 진영에 남아서 운동을 하면서도 한신대학교라는 타이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좌파 운동과 진보 운동은 기독교 신앙과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정부 들어 이런 생각은 더 심해졌다. 아무리 대단한 일을 해 낸다고 할지라도 일단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기독교에 대한 좌파의 태도인데 김규항은 이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기독교 신앙이 좌파 운동에 큰 에너지를 준다고 말한다. 자기를 끊임없이 성찰하지 않는 진보는 변질되는데 자기에 기독교 신앙은 자기를 성찰하게 만든단다.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혁명가가 만드는 세상은 위험하며 혁명을 도외시하는 영성가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제 심리적 평온뿐"이라는 김규항의 말은 우리가 곱씹어 봐야할 말이다.



  요즘 통진당 문제가 시들해졌다. 문제가 해결되어서 시들한 것이 아니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질질끌고,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대를 접어서 시들한 것이다.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이 있다. 한 사람은 문방위에, 다른 한 사람은 기재위에 배정이 되었다. 비례대표 선출 상의 부정 때문에 통진당 내부에 문제가 있었고, 폭력 사태까지 발생했다. 비례대표 전원이 사퇴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귀를 막고 있다. "개는 짖어라 기차는 간다"는 식으로 비례 대표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러는 와중에 비례대표 1번 윤금순 의원이 사퇴하고 서기호 디례대표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했다. 기쁘지만은 않다는 그의 인터뷰에서 복잡다단한 오늘의 현실이 읽힌다.



  지난 선거에서 진보신당을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실제적인 이유를 들어 통합진보당을 찍은 내가 우습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고민을 했던 것이고, 최후의 최후까지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 사이에서 갈등을 했던 것일까? 고작 이런 상황을 보기 위해서, 고작 이런 사람들을 국회에 보내기 위해서 그렇게 고민했던가 생각하니 우습다.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을 보면서 예전에 형에게 느꼈던 씁쓸함을 또 맛본다. 486이니, 운동권이니, 민주화 운동이니 말은 많이 했지만 결국 그들도 자기 성찰에 실패한 것이 아닐까? 그 결과가 통진당 사태가 아닌가?



  김규항이 말하는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라는 말은 어느 지점을 직어 놓고 거기까지라는 말이 아니다. 시대에 따라서 자기들이 처한 포지션이 바뀌게 되니 진보를 꿈꾸고, 좌파가 되기를 원한다면 가장 아래쪽, 즉 가장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 처한 자리까지, 그리고 가장 왼쪽 즉 가장 자본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리까지 나아가려는 용기와 결단과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용기와 결단과 자기 성찰이 사라지는 순간 그 사람은 과거의 삶이 어떠했든지 간에 보수로, 그리고 골통 보수로 휩쓸려 내려가게 될 것이다. 물고기가 항상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끊임없이, 그리고 필사적으로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이 땅에 진보의 미래는 없고, 좌의 미래는 없다. 오른 날개로만 파닥거리다 지쳐 떨어지게 될 미래만이 우리 앞에 놓여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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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7-10 공감(8)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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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유쾌한 급진주의자 김규항이 말하는 이 시대의 진보와 영성 그리고 비평...


알마 출판사의 인터뷰 글 시리즈 중 ’박원순의 희망을 심다’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게 되는 책... 인터뷰 형식의 글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박원순 님도 그렇고 김규항님 역시 인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박원순님의 인터뷰집의 영향과 우리나라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왼쪽과 오른쪽에 대한 이야기 역시 관심을 갖게 만들었구요... 저는 한적한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정치 사회적으로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에 이념적으로 누구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았는데 성장하면서 겪게 된 경험과 책을 통하여 하나하나 배우고 성인이 되면서 나름대로 가치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랜시간 동안 쌓이고 쌓여 완성되는 가치관이기에 한번 정립된 가치관은 쉽게 변하지 않아 합의점을 찾기란 쉽지 않은데 자신의 생각이 틀릴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사회는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겨레21에서 우리나라의 정치인, 지식인,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정치성향 조사에서 가장 왼쪽의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나타났던 김규항... 그는 시장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에 대한 항목에서도 가장 높은쪽의 성향을 나타내어 자유주의 좌파로 규정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정치사회적인 것들을 이야기 할때 진보라는 좌파와 보수라는 우파로 딱 자르는 이분법적 구분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색깔론적인 구분으로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기 보다는 가치관에 따른 시각의 차이로 인정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문화의 정립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사회변화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은 항상 사회적 약자에 속해 있었기에 지금 우리 사회는 진보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하나로 취급하며 좌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래전처럼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물들어 무조건적으로 외치는 좌파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었기에 이러한 사고와 말들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B급 좌파라며 당당히 살아가고 있는 김규항... 그는 지금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관심거리인 문화, 진보, 촛불과 추모, 교육 등에 관해 이야기 하면서 자신이 그리는 세상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이 진보와 예수 그리고 영성이라는 단어인데 예수는 혁명과 영성의 조화를 실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진보적 지식인의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교회가 미국의 천민자본주의 문화를 그대로 흡수하고 우익화 하고 있어 예수의 삶이 한국 교회를 비판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교회와 예수의 삶은 전혀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종교적인 해석을 떠나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사람을 통치자로 둔다는 것은 끔찍하다고 말하는 그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정말 공감이 되었습니다. 온라인 상의 정치관련 기사를 보면 누가봐도 정말 기사답지도 않은 내용도 많고 덧글로 달리는 글(대부분 정치 알바들의 글이지만)은 더 어의없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은데 이러한 것들에 현혹되지 않고 똑바로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지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문화와 상업성에 관한 의견 등 그가 말하는 모든 부분에 동의하고 공감을 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과 정리를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김규항님이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외면해 버리는 이야기 이기에 더욱 의의가 있는게 아닌가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제목만을 보면 이념에 치우친 서로 대립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은데 인간적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우리 사회에 대한 애정의 시선으로 좀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생각해야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좌파든 우파든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썩기 마련이기에 서로에 대해 인정하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겠지요? 말처럼 쉽지 않은게 문제입니다만...

티는아이 2010-05-23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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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십년전 쯤이었을까. 그때 다니던 직장은 참 편했다. 지하철이 끊기기 전까지 혹은 끊겨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 한 적이 많아서 몸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무척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직장 안의 인간관계가 즐거웠다는 이유이다. 다들 사회문제에 적고 많음은 존재했지만 관심이 있었다. 한겨레21과 씨네 21을 읽으면서 수다를 떠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그때 김규항을 만났던 것 같다. 씨네 21에 연재한 코너가 너무 너무 재미있어서 단행본도 구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다 한참동안 잊고 지냈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칼럼집인 줄 알았는데 대강 내용을 넘겨보니 인터뷰집이다.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읽기 시작하자 너무 재미있고 내가 이런 책을 한동안 안읽어서 잊고 있어서 그렇지 바로 이런 책이 내가 좋아하는 책이란 것도 새삼 느꼈다. 전문 인터뷰어인 지승호씨의 질문에 김규항씨의 대답을 기록한 것으로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승호씨는 정기구독했던 월간<인물과 사상>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라는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김규항씨는 좌파다. 요즘엔 너도 나도 좌파이고, 너도 나도 진보주의자가 많다. 하지만 그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진보를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진보를 가장하면서 체제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하려는데 이용한다.  이런 모습에 대해 김규항씨는 좌우의 분기점은 ’신자유주의’라고 말한다. 그는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의 진보성이 조중동이나 한나라당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들의 진보성은 신자유주의의 체제 안에서의 진보성이고 그 안에서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개혁이라는 말이 진보와 같이 쓰여서 진짜 진보적인 것을 무력화시키며 극우 보수세력이 아닌 진보인체 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신자유주의 체제를 유지시켜준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말을 듣다보면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진보라고 하는 인사들에 대해 진짜 진보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내심 진보인 척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살아가려는 모습들이 분명이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내 속에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로 우리가 적으로 맞서 싸워야하는 사람들은 조중동이나 극우세력이 아니라 겉으로는 가짜 진보 행세를 하면서 속으로는 자신의 기득권을 움켜쥐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한때는 혁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싸웠던 사람들도 결국은 한자리 차지하고 내밀만한 명함을 갖게 되면 ’계급’을 언급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자신이 가진 것들에 대해 포기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과거엔 내가 이랬다라고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삼는 모습도 주위에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김규항씨의 이야기가 짜릿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규항씨의 사고에 전적으로 동감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신자유주의를 바라보는 관점과 오늘날 진보를 입에 올리는 사람들의 행태, 특히 진보신당에 대한 견해, 교육문제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시각과 종교에 대한 시각은 나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덮으면서 결국은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내 아이의 교육은 어떻게 시킬것인가, 나의 세계관은 어떠한지 점검을 하게 되었다. 다만 한가지 나는 세상의 변화를 위해선 내가 가진 것을 온전히 바칠 생각이 여전히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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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정 2010-06-12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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