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30

손민석 | 중국의 집단농업체제는 소련의 그것과 여러 지점에서 상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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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즈미 키미오(平泉公雄), 이름을 이렇게 읽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일본 위키든 어디든 쳐도 영어명이 나오는 게 없어서 이렇게 읽는 것 같은데 아무튼 이분의 중국 연구가 재밌어서 이것저것 뒤져보는데 중국의 집단농업체제는 소련의 그것과 여러 지점에서 상이하다. 송두율, 히라이즈미 등의 연구를 참고해보자면 농업발전에서 소련이 이해하는 생산수단과 중국이 이해하는 그것의 차이에서부터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생산수단은 “노동수단 그 자체 가운데에서도 그저 노동대상의 용기로만 쓰일 뿐이며 그리하여 그 총체를 일괄하여 생산의 맥관계통(脈管系統)이라 부를 수 있는 노동수단, 예컨대 관•통•광주리•항아리 따위"와 "그 총체를 생산의 근골계통(筋骨系統)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역학적 노동수단"으로 나눠진다. 다시 말해서 용기(容器)로서의 생산수단(=맥관계통 생산수단)과 기계로서의 생산수단(=근골계통 생산수단)으로 생산수단을 나눠서 이해할 수 있다. 전자는 화학공업 등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마르크스는 분명히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많은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사실 자본론 1권의 논리적 차원에서 주로 기계제 대공업을 다루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기계”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용기로서의 생산수단 자체에는 그다지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소련은 이런 마르크스의 입장을 받아들여 기계 중심의 농업경영에 관심을 많이 두고 투자를 했다. 소련의 집단농업체제는 일종의 대규모 자본재가 집약된 경영형태라 할 수 있다. 소농경제는 사실상 혁명 이후에 일련의 과정을 걸쳐 일소되었고, 나중에 1980년대 들어 개혁하는 와중에도 집단농장인 콜호즈 체제가 유지되며 가족농의 창설, 집단청부제의 실시, 토지의 개인적 소유 및 이용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소련의 농업 조건 자체가 소규뮤 경영체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예컨대 소련의 농기계 자체도 대규모 협업을 전제로 하여 전문화되었기 때문에 소규모 경영체가 그러한 농기계들로 경영을 유지하는데는 많은 비용적 부담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대규모 자본재의 조달 및 유지를 소규모 농업으로 충당하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콜호즈 집행부로 대표되는 국가의 경영권 침해도 심각했다.
반면에 중국은 집단농업체제라 하더라도 여전히 노동력 집약적인 농업체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소련에 비해 집단화를 강하게 추진할 기술적 수준도 없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북부, 서부, 북서부에 집중되어 있는 1년 강수량 400mm 이하의 건조지대가 총 경지면적의 45%에 달했기 때문에 기계화보다는 토지개량에 집중하여 토지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되었다. 대약직운동 과정에서도 농민 동원은 최종적으로 대규모 수리시설의 건설, 비료의 확보 등으로 귀결되었고, 이러한 과정이 인민공사의 완성으로 이어졌다. 즉 기계화 없는 집단화이자 마르크스 식으로 말하자면 "용기로서의 생산수단"인 "맥관계통" 노동수단을 중심으로 중국의 집단화가 이뤄졌던 셈이다.
집단화의 두 유형을 각각 근골계통 생산수단 대 맥관계통 생산수단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가족농을 비롯한 소농경제의 지속성 유무가 이 지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준거점이 된다. 소농경제가 대규모 기계 도입을 통한 협업 및 분업의 진전 속에서 소멸된 소련식 집단농업과 소농경제가 강고하게 존속하며 대규모 기계 도입 없이 노동력 동원을 통한 농업기반 시설 등의 건설로 이어진 중국식 집단농업 간의 차이는 이후 집단화의 해체 과정에서도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현대 중국의 경우 이미 1980년대 말부터 농업생산성이 생각만큼 크게 증진되지 않는, 정체하거나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후퇴하기도 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소농경제의 영세성 때문이다. 현대 농업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경영형태는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도로 기계화된 농장형 가족농업인데 경지가 세분화되어 영세한 규모를 영위하는 중국농민의 경우에는 기계화, 생산기반 투자 등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토지규모를 보장하면서 기계화 등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 지점에서 중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쌀농사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집단화의 두 유형을 마르크스의 생산수단 개념으로 이론화하면서 좀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꽤나 재밌지 않을까 싶다. 소련공산주의와 중국공산주의 간의 차이도, 그러니까 스탈린과 모택동의 차이로 상징될 수 있는 두 체제 간의 특질의 차이도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하면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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