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30

이은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제국의 위안부' "동아시아 역사수정주의와 평화이슈-'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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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信연구소 오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제국의 위안부'
1. 광복절도 다가오고, 얼마전 영화 <주전장>과 <김복동>도 보고하여서 다시 한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생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주제에 대한 글은 이미 여러번 썼어야 하는데 여러가지 심리적, 개인적, 학술적 요인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 2017년 2월 강정마을 <한국재일일본여성신학포럼>에서 발표했던 글,
"동아시아 역사수정주의와 평화이슈-'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에서 나름대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여러 차원의 중첩적인 성찰을 통해서 생각을 정리한 것이 있어서 오늘 다시 그것을 가져와 본다.

2. 사실 거기서 초반에 다룬 <제국의 위안부>의 박유하 교수와는 세종대에서 연구실을 나란히 하면서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인문대의 몇 안되는 또래 여교수들과 한때 모임도 같이 하면서 친밀하게 지내기도 했지만, 그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이 점점 더 공적으로 드러나면서 개인적인 논쟁도 있었고, 관계가 소원해지다가 급기야는 아주 멀어졌다. 그런데 그녀와 내가 항상 다른 길을 갔던 것만은 아니다. 요사이 한일갈등이 첨예화되면서 독도문제 등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하는 호사카 유지 교수가 세종대에서 소속과 임용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일문과의 그녀와 내가 함께 그 일의 해결를 위해서 나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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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요사이 한국의 '근대' 이해로 많은 논의들이 오가고 있다.한국에 근대가 있느냐 없느냐, 동아시아에서의 근대를 어느 시기부터로 보느냐, 서양식 근대가 아닌 '한국적' 근대, '토착적'근대가 나름대로 있었다는 등의 논의 등이다. 여기서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을 자세히 밝힐 수는 없다. 또 다른 차원의 논의가 들어가야 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박유하 등의 입장을 한 마디로 서구 근대주의, 또는 서구 근대주의적 페미니즘의 덫에 걸린 [?] 모습이라고 보고자 한다.
 
4. 이들에게는 주체의 자유, 또는 개인적 자유가 최고의 가치가 되어서 자신들 위에 어떤 다른 권위도 인정하려고 하지 않지만, 그러나 참으로 이해할 수 없게도 그녀는 근대 제국주의 국가 일본의 법은 범할 수 없는 권위로 인정하는 [?]  모습이다. 이들에게 민족이란 단지 허구적인 상상의 공동체일 뿐이고, 그래서 오늘 반일하는 한국의 모습을 주로 생명을 다한 민족주의의 한계로 보면서 세차게 비난한다. <제국의 위안부>는 그러한 입장에서 
어떻게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 특별히 '일본'이라는 국가의 문제이거나 또는 일본 '군대'의 문제가 아닌, 
  • 당시 세계 강대국들이 보편적으로 빠져있던 '제국주의'의 문제 [?] 이던가, 
  • 또는 남성 '가부장주의'의 문제라고 희석시키고자 한다.
 
5. 그녀는 놀랍게도 1910년의 한일병합을 '합법적'이었다고 보고, 1965년의 한일조약의 '법적' 효력과 법적 정의를 강조한다. 이 두 조약에 대한 합법성과 적법성을 의심치 않는 [?]  것이 그녀 <제국의 위안부>의 핵심 근거인데, 그래서 그녀는 한국인들의 피해에 대한 요구가 "적법"한 것이 아니라거나, 일본은 단지 "도의적" 책임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러한 시각은 
  • '민족'이나 '민족감정', '도의' 등의 의식은 전근대적 미숙으로 돌리면서도 
  • 자신은 서구 근대의 '법'이나 제국의 '헌법' 등을 절대적인 가치로 숭앙하는 [?] 모습이고, 
  • 그것은 서구 근대의 국가주의적 절대주의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그녀는 주체성을 강조하는 서구 근대적 페미니즘으로 '개인'과 '주체'로서의 위안부 피해자의 회복을 말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다시 서구의 논리에 종속되어 있는 동아시아 식민지 지식인의 한 가련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은선, "동아시아 역사수정주의와 평화이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여성신학> 2017 여름 제 85호, pp.23)

6. 재일한국인 3세인 정영환 교수는 그러한 <제국의 위안부>의 시각을 "피해자나 지원단체가 양보함으로써 '해결'로 이끌자고"하는, 일본 사회가 바라는 이미지와 잘 합치되는 역사수정주의의 대표적 예라고 일갈한다. 거기에는 "두 개의 역사수정주의"가 들어 있다고 한다. 즉 먼저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서구 열강들이 했던 제국주의의 연장선 상에서 보면서 그것을 불법이지 않은 행위로 보게 하려는 식민지 시대에 대한 면죄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후 일본 사회가 전쟁책임과 식민지 지배 책임을 잘 수행해 온 것으로 미화하려는 전후 일본 시대를 위한 역사수정주의라고 한다.

7. <제국의 위안부>는 오늘도 과거 일본 국가의 패악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여전히 실재하고, 또한 다시 그 국가주의의 위험성이 고개를 들고있는 때이지만 그 행위를 인류 가부장주의의 지나간 보편적인 실행으로 일반화시키고자한다. 또한 더불어서 서구적 근대주의로 더 이상의 어떤 '초월'이나 '숭고'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그
'(일본)헌법'을 들어서 그 최고의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의 일을 한 것이니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변호한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인간 삶에서 몸과 마음, 개인과 공동체, 민족과 국가, 인간과 초월, 俗과 聖 등이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不二的으로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믿지 못하면서 서구 근대주주의 희생자가 되어있다. 서구 근대와 그 딸인 페미니즘을 열심히 배워서 인식의 주체로 서고자 했지만, 자신의 과거와 토대와 전래를 철저히 무시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서구 근대의 '(準)식민지'가 된 모습이다. 우리가 서구 페미니즘이 아닌 한국적 페미니즘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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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신학 2017 여름 2- 85호
동아시아 역사수정주의와 평화 이슈 이은선











102Chung Hyun Kyung and 101 others
14 comments

25 shares

Keun-joo Christine Pae

쓰신 논문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데 온라인 버전으로 가능한가요?

이은선

배근주 예 선생님 반갑습니다. <한국여성신학>이 도서관 전자저널 체계 안에 들어가 있어서 들어가셔서 호수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Hyunsil Han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여...
이해하기가 쉬워요.
고맙습니다.


이은선

예 선생님 반갑습니다. 나름 정리해 보았습니다.


지희경

그런 거였어요?
저는 그냥 열불만 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글로 설명해주시니 귀에 쏙쏙 들어오네요^^
고맙습니다!!


이은선

지희경 ^^

노혜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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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고맙습니다.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를 잘 알지 못한 데다 글을 쓰려니 책을 다시 꼼꼼히 읽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너무 괴로워서 미루고 있었네요. 이 글로 대신하겠씁니다.


이은선

노혜경 아 예! 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석준복

이교수님 감사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제국의 위안부 문제를 이해 하는데 큰도움이 되었습니다

신창호

어린 시절 제 집 아래채에 사셨던 가까운 친척 분이 <위안부>였습니다. 이 말만 들어도 마음이 아주 무겁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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