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3

멕시코영화 Violin 황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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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권

Cinema & Books란 이름으로 영광에서 첫 인문학 모임을 시작한다. 코로나땜시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웬만한 지자체마다 인문학 모임이 다 있건만 영광에만 없었다. 뒤늦게 시작하느니만큼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무언지 모르지만 영광 특색의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리란 기대를 안고. 사진이 없어 모임이 끝나 집밖으로 나와 소피를 보며 찍은 앞산 풍경으로 대신한다. 달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첫 영화로 멕시코영화 <Violin>을 보고 의견을 나누었다. 페친들께도 이 영화를 강력 추천한다. 2005년에 제작된 흑백영화인데 화질이나 음향이 몹시 거칠다. 줄거리는 멕시코 혁명을 관통하는 히달고 집안의 수난을 미시사 형식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한번만 보면 내용을 잘 모를 수 있다. 나는 세 번을 보고서야 이해되었다. 어쩌면 두어 번 더 볼 수도 있다.
 
만약 우리 말로 더빙을 하면 제주 4.3 영화를 보는 것으로 착각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식의 싸움은 식민지를 겪은 모든 나라들에게, 아니 독재와 반독재, 기득권 유지와 개혁파의 갈등이 있는 곳에서는 보편사나 다름이 없다. 덕분에 멕시코 현대사를 공부했다. 

이웃한 미국의 역사가 보잘 것 없게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카스트로가 왜 멕시코에서 동지를 규합하고 그곳에서 쿠바로 들어갔는지 이해가 되었다. 멕시코 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로 각인된 멕시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벗겨내고 더 나아가 멕시코 민중이 고난 속에서 피워 올리는 희망을 보아주길 바란다. 물론 이 영화에서 희망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막판에 등장하는 흰 개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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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영광이란 동네는 희한하다. 허물어져 가는 촌구석인데 그런 곳에서 종종 대도시에서도 만나기 힘든 고수를 만나곤 한다.
 오늘 모인 장소도 주위가 축사로 포위된 산속 외딴 집인데 아직 바닥공사도 안 된 신축가옥이다. 누가 보아도 시골의 농투산이가 지은 거친 집이다. 거실에 신발을 신은 채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안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음향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 주인이 오디오매니아. 고급 오디오를 탐할만한 지적 배경을 갖고 있는 분도 아닌데... 참으로 희한한 동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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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김금남
우리도 몇명 모여 매 달 마지막주 수요일 북카페에서 영화보고 토론하는 모임이 있어요. 이번에는' 노래를 함께부를 때' 보기로..
아침부터 매미가 신나게 노래 부르고 있네요..좋은시간 되세요~~
· Reply · 5 h
조윤순
어쩐지 며칠전부터 선생님 생각이 나더라니요~~~ 그런 자리 냄새가 여기까지 퍼져왔나 봅니다 언제 한번 참여 하고 싶습니다^^-
· Reply · 5 h
이정윤
영광 저도 짧게나마 겪어보니 참 대단한 마을입니다.
· Reply · 5 h
황인홍
영화가 우리 근대사와 겹쳐보여 보는 동안 무겁고 안타까웠습니다.
사전 지식 없이 하얀 바탕에서 보아선지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멕시코 혁명을 배경인데 바이올린으로 촛점을 잡았습니다.
초행의 밤길 운전하면서 현재 우리에게 바이올린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시작이 반이라 했습니다. 진지하게 잘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Reply · 5 h
황대권
황인홍 혁명의 와중에 바이올린을 연주한 전설적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라틴아메리카에는 예술을 혁명의 도구로 사용한 무수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이올린 음악의 보편성을 양쪽에서 이용했는데 이 영화는 정부군이 더 스마트하게 이용한거죠.
· Reply · 3 h



Seungryul Lee
묘사하신 분위기로는, 아나키적 느낌이 충만한 비밀결사체 같습니다.^^
· Reply · 4 h
황대권
Seungryul Lee 전혀~
철저히 대중지향의 모임입니다. 코로나 땜에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 Reply · 3 h



Kimi Kim
네 영화 찾아보겠습니다. 담양에도 이런 모임이 있는지 알아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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