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7

알라딘: 조작된 간첩들 - 침묵하지 않을 의무 김성수

알라딘: 조작된 간첩들

조작된 간첩들 - 침묵하지 않을 의무   
김성수 (지은이)드림빅2021-07-25




책소개

196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일어났던 간첩조작사건 14가지를 다룬다. 2020년 《오마이뉴스》에 연재되었던 <김성수의 한국현대사> 칼럼 가운데 재심에서 무죄로 완결된 사건들을 추려 단행본으로 구성한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권침해 피해자들은 양심적인 학자, 민주화운동 학생, 재일교포 등이다. 이들은 정권을 비판하는 세력들에게 본보기로 손봐줘야 할 대상이었고, 정권을 공고하게 유지하고 강화하는 ‘북풍용’ 소모품이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 자신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인생이 철저히 파괴되었다. 저자는 국가폭력에 의해 인권을 철저하게 부정당한 이들의 이야기를 ‘지금 여기’에 가져와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증언을 들은 독자들에게 ‘침묵하지 않을 의무’를 불러일으킨다.


목차
서문 민주주의 나무는 인간의 피를 먹고 자란다지만
추천사 침묵하지 않을 의무의 선순환 _한홍구
1 젊은 경제학자 권재혁 • 1968
2 서울대 법대 교수 최종길 • 1974
3 재일교포 유학생 김정사 • 1977
4 신학 연구자 박재순 • 1980
5 진도 어부 김정인 • 1980
6 농협 직원 박동운 • 1981
7 역사 교사 황보윤식 • 1981
8 미법도 어부 정영 • 1982
9 오징어잡이 어부 윤질규 • 1983
10 소매유통업 사업가 오주석 • 1983
11 재일교포 통역가 김병진 • 1983
12 어부-보광스님 이상철 • 1983
13 공장노동자 심진구 • 1986
14 대학생 강기훈 • 1991

책속에서
P. 12 살아가면서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도움을 받는다. 1991년 4월부터 6월까지 분신으로 생명을 잃은 젊은이들을 나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이 ‘나비효과’처럼 지구 반대쪽에 있던 나를 구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국가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분들에 대해 무거운 부채감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한때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위)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수많은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유족들을 만나며 그분들의 눈물과 억울한 한을 보았다.  접기
P. 30 권재혁은 검사의 “1968년 3월 12일 일본국 동경 소재 오타니호텔에서 북괴 노동당 중앙위원인 천만기를 만나, 이후 노동당 입당원서를 내어 정식으로 입당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천만기를) 만난 적도 없습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한다.
이와 같은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가혹한 고문조사 결과 이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되었던 권재혁은 1969년 9월 23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다. 그리고 그해 11월 4일 사형이 집행된다. 당시 그의 나이 44세였고 1남 2녀를 둔 가장이었다.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당시 “중정 지하실에 잡혀 와서야 자신이 ‘수괴’라는 남조선해방전략당의 이름을 처음 듣고, 죽은 뒤에도 ‘전략당사건의 권재혁’이라 불려야 했던 젊은 경제학자에게 술 한잔이라도 올려야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정녕 그것뿐일까?”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접기

P. 39 1973년 10월 16일 오후 2시경 최종길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이하 서울 법대) 교수는 당시 중앙정보부(이하 중정) 직원이자 막냇동생인 최종선과 함께 이재원에 대한 간첩사건 조사에 참고인으로 협조하기 위해 중정에 자진 출두한다. 그로부터 사흘 후인 19일 새벽, 최종길 교수는 중정 건물 앞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중정은 ... 더보기

P. 62 보안사에 연행된 후 상당 기간 동안 전혀 잠을 재우지 않았고, 음식을 주지 않아 먹어본 기억이 없었고, 아주 밝은 불이 24시간 켜져 있는 조사실에서 거의 수십 일을 잠을 자지 못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후 보안대 수사관들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거나 군홧발로 정강이를 걷어찬다거나 각목으로 온몸을 마구 때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늘상 했으며 수건을 얼굴에 덮어씌운 채 물을 부어 숨을 못 쉬게 해 자기들이 원하는 답을 말할 때까지 두드려 패거나 물고문 전기고문을 해 허위자백하도록 했는데, 육체적으로 가혹하게 당하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 무엇보다도 옆방에서 들려오는 동생의 비명소리가 너무 견딜 수 없었다.  접기

P. 76 전두환 정권 당시 ‘한울회사건’으로 2년 반 넘게 옥고를 치렀던 이가 있다. 박재순 박사다. 당시 이 한울회사건의 1심 판사는 이인제였고 대법원 판사는 이회창이었다. 박재순 박사는 김대중 정부 시절 이에 대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2015년 박근혜 정권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그는 다시 이 사건으로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는다.
박재순 박사가 평가하는 대로 “양승태가 지배하는 사법부는 박근혜 정권과 함께 군사독재 시절의 국가주의적 폭력과 만행을 정당화하고 옹호함으로써 역사의 시곗바늘을 군사독재의 국가폭력 시대로 되돌려놓은 사건”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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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침묵하지 않을 의무의 선순환
어떤 사건을 목격하거나 피해자의 증언을 들은 사람들에게는 침묵하지 않을 의무가 발생한다. 모든 사람이 이 도덕적 ‘의무’를 지켰다면 세상은 벌써 좋아졌을 것이다. 사실 역사학자들도 이 의무를 ‘성실히’ 지키며 살아가기가 쉽지는 않다. 영국에 사는 김성수 박사는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온 몸으로 이 의무를 실천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이 선한 의무가 우리 사
회 구성원들 속에 널리 퍼지기를 바라며 책을 펴냈다.
안정적인 철도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함석헌 선생이 돌아가시던 날 영안실에서 큰 결심을 하고 영국 유학을 떠났다. 함석헌 선생의 생애와 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귀국 후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보고서 전문위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위)에서 국제협력팀장을 지내며 과거에 발생한 국가폭력 사건들과 마주했다. 진실위의 영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놓고 그가 5.18은 반란이라는 뉴라이트 출신 이영조 위원장에 맞서 끝내 승리한 일은 용기 있는 지식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는 멀리 영국에 있으면서도 현재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의 조사위원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한국에 오면 반헌법행위자열전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2017년 초 케임브리지대학교 초청으로 김대중 대통령 추모 강연 차 영국에 갔을 때는 런던에서 기차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그의 집에 초대받아 반갑게 만나기도 했다. 김성수 박사는 이따금 어려운 조사나 정리를 부탁하면 말 떨어지기 무섭게 제꺽제꺽 결과물을 보내온다. 농담으로 한적한 동네에 있어 할 일이 없어 그렇다곤 했지만, 참으로 보기 드문 성실함이다.
김성수 박사가 국가폭력 피해자들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잃지 않고 부지런히 침묵하지 않을 의무를 실천하는 것은 그 자신 얼굴도 모르는 젊은이들의 희생이 그가 해외유학을 마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꼭 31년 전, 아무 대책 없이 영국 유학을 시작한 그가 영국의 한 장학단체에 장학금을 신청했을 때, 그는 신청액의 10배가 넘는 장학금을 받았다. 그때 대한민국은 이른바 분신정국이라 불리던 시절, 그야말로 하루걸러 한 명씩 젊은이들이 자신의 몸을 불사르던 견딜 수 없는 나날이었다. 그런 처절한 이야기를 외신으로 접하던 영국 장학단체 인사들이 계속된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의 행렬을 막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다가 한국에서 온 젊은이를 파격적으로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증언을 들은 자에게는 의무가 발생한다. 한국이란 낯선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영국 장학단체 분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고, 그 결과 오늘의 김성수가 있을 수 있었다. 그는 30년이 지난 오늘도 부단히 국가폭력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차분한 목소리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그들의 이야기를 한다. 2020년대의 젊은 독자들에게 국가폭력, 특히 조작간첩 사건은 참으로 낯선 이야기가 아닐 수 없을 터이다. 그러나 이들의 고통과 희생은 김성수 박사가 겪은 것처럼 직접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알게 모르게 독자들이 보내는 오늘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다.
아무리 국가의 본질이 폭력의 독점이라지만, 국가폭력이 자행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이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의 장학단체 임원들도 그런 마음을 가졌고, 저자도 그런 마음으로 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역사는 이런 만남의 연속 속에서 늘 새롭게 시작한다.
이 책에 담긴 조작간첩 사건이 낯선 이야기인 만큼이나, 30년 전 영국 사람들에게 한국 젊은이들이 국가폭력에 희생되고 있다는 소식도 아주 낯선 이야기였다. 김성수 박사의 장점은 이 낯선 이야기 속의 보편성을 잘 보여준다는 점이다. 역사학자답게 단편적인 사건의 소개를 넘어 한국현대사의 큰 흐름 속에서 이런 일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보여준다. 증언을 들은 사람의 책무, 침묵하지 않을 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이 한 명, 두 명 늘어가길 바랄 뿐이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평화박물관 상임이사) 


저자 및 역자소개
김성수 (지은이)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신진공고 자동차과와 한국철도대학을 졸업하고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철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1989년 2월 4일 함석헌(1901-1989)이 운명한 날 8년간 일하던 철도청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 이듬해인 1990년 영국으로 유학, 에섹스대학교 역사학과 (학사, 석사)를 마치고 셰필드대학교 동아시아학과에서 함석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귀국 후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했고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현재 영국인 아내와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영국에 살면서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오마이뉴스》 영국 통신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영문판 《함석헌평전》과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등을 지었다. 접기
최근작 : <조작된 간첩들>,<함석헌 평전>,<서구 기독교의 주체적 수용> … 총 6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현재진행형의 국가폭력 잔혹사

이 책은 196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일어났던 간첩조작사건 14가지를 다룬다. 2020년 《오마이뉴스》에 연재되었던 <김성수의 한국현대사> 칼럼 가운데 재심에서 무죄로 완결된 사건들을 추려 단행본으로 구성한 것이다. 저자는 그 ‘간첩조작사건’ 희생자들의 인권이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함으로 유린되었던 ‘그때 그곳’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마치 베리길리우스가 단테를 안내해 지옥과 연옥을 낱낱이 보여주며 설명하는 것 같이, 당대를 살고 있는 독자들로선 지독하고도 완강하게 외면하고 싶은 현장으로 안내한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무 말이 없다
책에 등장하는 인권침해 피해자들은 양심적인 학자, 민주화운동 학생, 재일교포, 어부, 공장 노동자, 신학자 등이다. 양심적인 학자와 민주화운동 학생은 자신의 정권을 비판하는 세력들에게 본보기로 손봐줘야 할 대상이었다.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단칼에 잠재우는 수단이었다. 재일교포와 어부는 자신을 방어할 논리나 든든한 인맥이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정권의 위기 때 또는 선거철마다 이들을 고문 끝에 간첩으로 조작해 대국민 발표를 하며 군부정권을 공고하게 유지하고 강화하는 ‘북풍용’ 소모품으로 거침없이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 자신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인생이 철저히 파괴되었다. 지금도 과거 인권침해 사건의 가해자들은 국회의원도 하고 변호사도 하며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살며 큰소리치고 사는데 피해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병든 몸과 맘을 이끌고 투쟁하며 살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가 바꾸는 세상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베아트리체의 빛나는 모습을 향해 올라갔던 천국을 동경하게 될 것이다. 우리 자신의 선택에 의해 천부적으로 누려야 할 현실세계가 그런 것이니까. 책을 꽉 채우고 있는 국가폭력 희생자들의 고문 장면과 참혹한 삶과 죽음과 그 후…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인권유린 현장을 목도하면서, 독자들은 스스로 외면하고 침묵함으로써 이루어진 잘못이 아닌지 돌아보게 될 것이다. 증언을 들은 자에게는 의무가 발생하는 법인 까닭이다. 저자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는 우리의 자각과 행동이 불러올 ‘나비효과’를 간절히 바라며 독자들 한 명 한 명을 찾아가고 있다. 역사는 이런 만남의 연속 속에서 늘 새롭게 시작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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