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5

알라딘: 일본 정신의 풍경 - 일본문화의 내면을 읽는 열 가지 키워드 박규태

알라딘: 일본 정신의 풍경:


일본 정신의 풍경 - 일본문화의 내면을 읽는 열 가지 키워드  이상의 도서관 28
박규태
(지은이)한길사200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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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쪽

책소개
차분한 격정과 돌연한 체념이 공존하는 모순의 세계 일본정신과 문화를 깊이 들여다보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인들이 가진 일본에 대한 ‘벽’과 같은 거리감은 식민지 지배를 거치며 각인된 ‘일본 콤플렉스’과는 조금 다른 지점에 형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일본 전통 사유방식에서 중요한 특징은 논리적 사유와 비논리적 감정의 영역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 점이다. 일본인에게 양가감정(ambivalence)은 곧 양가적 사유가 될 수 있다. 이 모순은 대단한 장점인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에 따르면 일본인과 한국인의 사유방식 또는 정신성은 동질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큰 차이가 있고,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더 많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일본인들의 정신 깊숙이 자리한 양가적인 속성, 곧 모순에 주목한다. 인간의 사유와 인식 영역은 감정 영역과 서로 다른 층위를 내포하는데, 일본에서는 이것이 뒤섞인 채 혼용되어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가미(神).사랑(愛).악(惡).미(美).모순(矛盾).힘(力).덕(德).천황(天皇).초월(超越).호토케(佛) 등 열 가지 주제어와 함께 일본인의 정신구조와 행동원리, 일본사회의 운영원리를 살핀다. 이러한 개념들이 일본 사유방식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창문이라면, <고사기> <겐지 이야기> <탄이초> <석상사숙언> <풍토> <국화와 칼> <가면의 고백> <침묵> <일본인의 사유방법> 등 신화.역사.종교.철학.문학.학술의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열 권의 책은 일본정신의 여러 얼굴을 드러내고자 선정한 풍경들이다.


목차


일본인의 삶과 존재의 모순| 머리말

1. 가미 神 지상으로 내려온 신들의 역사
오노 야스마로, 『고사기』

2. 사랑 愛 그림자가 짙을수록 아름답다
무라사키 시키부, 『겐지이야기』

3. 악 惡 선과 악은 다르지 않다
신란, 『탄이초』

4. 미 美 인간 본성에 밀착된 미의식
모토오리 노리나가, 『석상사숙언』

5. 모순 矛盾 차분한 격정 혹은 돌연한 체념
와쓰지 데쓰로, 『풍토』

6. 힘 力 참된 문명의 길은 무엇인가
후쿠자와 유키치. 『복옹자전』

7. 덕 德 윤리의 양면성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8. 천황 天皇 인간의 가면, 신의 가면
미시마 유키오, 『가면의 고백』

9. 초월 超越 그리스도교는 왜 일본에 뿌리내리지 못했나
엔도 슈사쿠, 『침묵』

10. 호토케 佛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나카무라 하지메, 『일본인의 사유방법』
접기


책속에서


P. 140~141니시다 기타로는 근대 일본 최고의 철학자로서 가장 일본적인 철학 사상, 일본 고유의 독창적인 철학사상을 제창했다. 아마도 일본 정신사에서 니시다만틈 모순에 대해 깊이 고민한 사상가는 다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가 '일즉다一卽多
다즉일多卽一'을 입버릇처럼 말할 때, 거기에는 모순에 대한 그 나름의 통찰력과 모순에 대한 일본인의 사유 방식이 깃들어 있다고 보인다. 이때의 '일즉다 다즉일'이란, 일과 다가 모순이면서 모순이 아니라는 점을 함축하는 말이다. 니시다가 보기에 일과 다는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다. 일과 다가 별개의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를 포함한 일, 일로 수렴되는 다가 있을 뿐이다. 접기
P. 242~243이 사설이 미시마 사건의 본질을 '허구'에서 찾은 것은 적절해 보인다. 일본인의 정신세계에서 천황은 실체적인 개념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텅 빈 기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시마 사건은 두 개의 허구 즉 미시마라는 허구와 천황이라는 허구가 만들어 낸 미증유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추천글
가미(神), 모순(矛盾), 천황(天皇), 호토케(佛)…….
이 책은 열 가지 주제어를 통해 일본인의 정신구조와 행동원리, 나아가 일본사회의 운영원리 등을 살핀다. 아울러 각 주제어마다, 고대 신화와 종교·근현대 철학 등 일본정신을 형성해온 대표적인 고전들을 결부시켜 일본인의 문화와 정신의 심층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
-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인사회)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조선일보
- 조선일보 Books 북Zine 2009년 9월 26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박규태 (지은이)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고,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일본 재발견 : 일본인의 성지를 걷다』, 『일본정신분석』(2018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및 2019 종교문화비평학회 학술상 수상작), 『일본 신사(神社)의 역사와 신앙』(2018 세종도서 학술부문 우수도서), 『포스트-옴 시대 일본 사회의 향방과 ‘스피리추얼리티’ : 옴 사건·일본교·네오-내셔널리즘』(2016 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일본 정신의 풍경』, 『상대와 절대로서의 일본』,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노케히메까지』, 『일본의 신사』,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일본』 등이 있고, 주요 역서로 『일본문화사』, 『국화와 칼』, 『황금가지』, 『세계종교사상사 3』, 『일본 신도사』, 『신도, 일본 태생의 종교 시스템』, 『현대 일본 종교문화의 이해』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현대 일본의 순례 문화>,<일본 재발견> … 총 46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차분한 격정과 돌연한 체념이 공존하는 모순의 세계
일본정신과 문화를 깊이 들여다보다

“일본 전통 사유방식에서 중요한 특징은
논리적 사유와 비논리적 감정의 영역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 점이다.
일본인에게 양가감정(ambivalence)은 곧 양가적 사유가 될 수 있다.
이 모순은 대단한 장점인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본, 그 담담한 모순의 풍경

한국과 일본은 오랜 세월 가까운 이웃으로 지내며 숱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교유해왔다. 그런데 흔히 쓰이는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두 나라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친근함과 이질감이 뒤섞인 복잡한 것일 때가 많다.
『일본정신의 풍경: 일본문화의 내면을 읽는 열 가지 키워드』의 지은이 박규태 교수는 일본학과 종교학을 넘나들며 저술과 연구 활동을 해왔다. 그는 한국인들이 가진 일본에 대한 ‘벽’과 같은 거리감은 식민지 지배를 거치며 각인된 ‘일본 콤플렉스’과는 조금 다른 지점에 형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일본인과 한국인의 사유방식 또는 정신성은 동질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큰 차이가 있고,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더 많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일본인들의 정신 깊숙이 자리한 양가적인 속성(ambivalence), 곧 모순에 주목한다. 인간의 사유와 인식 영역은 감정 영역과 서로 다른 층위를 내포하는데, 일본에서는 이것이 뒤섞인 채 혼용되어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겐지 이야기』에 대한 분석을 통해 ‘모노노아와레’라는 독특한 미학관을 정립한 에도 중기 국학자 모토오리 노리나가는 ‘생각’을 뜻하는 일본어 ‘오모이’(思い)를 정서적.미학적 관점으로 사용한다. 그에 따르면, 일본인들에게 ‘생각한다’는 것은 곧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비단 노리나가뿐 아니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일본 근대를 이끈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 ‘無의 장소’를 역설한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 ‘현인신’(現人神) 천황의 부활을 외치며 할복자살한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 들은 이러한 모순에 찬 양가적 사유 혹은 양가감정의 대가들이었다.
이 책은 가미(神).사랑(愛).악(惡).미(美).모순(矛盾).힘(力).덕(德).천황(天皇).초월(超越).호토케(佛) 등 열 가지 주제어와 함께 일본인의 정신구조와 행동원리, 일본사회의 운영원리를 살핀다. 이러한 개념들이 일본 사유방식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창문이라면, .『고사기』 『겐지 이야기』 『탄이초』 『석상사숙언』 『풍토』 『국화와 칼』 『가면의 고백』 『침묵』 『일본인의 사유방법』 등 신화.역사.종교.철학.문학.학술의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열 권의 책은 일본정신의 여러 얼굴을 드러내고자 선정한 풍경들이다. 고대 신화와 종교에서부터 근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천 년이 넘도록 일본정신을 형성해온 사상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일본인의 문화와 정신의 심층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풍경 하나. 가미(神)와 천황(天皇)

일본은 어째서 ‘천황’이라는 ‘가면’을 벗지 않는가. 천황이 무엇이기에, 아시아 전역을 휩쓴 전쟁의 책임자가 그대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까. 신화에서 현대 사상가들의 이론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여러 각도에서 ‘천황’이라는 개념에 대해 고찰한다. 지은이는 그것이 어떠한 실체라기보다는 하나의 ‘텅 빈 기호’에 가깝다고 결론내린다.
우리에게는 기이하게까지 여겨지는 일본의 천황관을 파악하려면, 먼저 그들의 신 관념을 살펴봐야 한다. 일본의 신, 곧 가미(神、がみ)들은 유교에서 말하는 신이나 기독교의 신(god) 개념과 달리 인간적이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변신에 능하다. 가미 관념에 따라 형성된 일본인의 정신세계에서 진리란 상대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현실을 넘어선 추상적 이념이라든가 보편법칙, 불변성, 영원성이라는 관념은 뿌리내릴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런데 나라시대에 씌어진 일본 최초의 역사서 『고사기』는 이 같은 ‘신’들의 역사를 들려주는 데 전체 분량의 3분의 1 이상을 할애한다. 일본국토의 기원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왕권기원신화는 천황가의 신성함을 주장하기 위해 설정된 것으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인의 자기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신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일본 천황은 태양신 아라테미스의 후손이다. 국가 신도(神道) 체제에서 천황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인간선언을 하기 이전까지 ‘이 세상에 모습을 나타낸 신’으로서 숭배 받았다. 해마다 패전일이 되면 유력 정치가들이 참배하여 국제 문제를 일으켜온 야스쿠니 신사는 ‘천황을 위해 싸우다 죽은' 전사자들을 신으로 모시는 곳이다.
천황제를 둘러싼 인식 차이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극을 달린다. 천황제의 해체를 주장하는 논자들도 적지 않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천황제가 상상 이상으로 뿌리 깊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천황제를 바꾸는 일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사카구치 안고는 「타락론」에서 그런 시도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는 “천황의 존엄은 진정으로 실재하지 않았으며, 항상 이용자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권력자들이 천황 앞에 먼저 조아림으로써 천황의 존엄을 이용해 인민을 호령했다는 것이다. ‘무의 장소’라는 철학적 개념을 정치적인 의미로 사용한 니시다 기타로 또한 “황실은 정치적 권력이 아니며, 교체하는 정치권력의 배후에서 계속 ‘무의 장소’로 있었다”고 보았다. ‘식년천궁’ 관습에서 보듯, 역사를 넘어서서 황조와 직접 연결되는 천황은 니시다가 말하는 ‘영원의 지금’을 표상한다.
미시마 유키오는 “전통과 역사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문화개념으로서의 천황이 부활되어야만 한다”고 역설함으로써, 허구로서의 천황을 현실로 불러오려 했다. 그에게 천황은 존재(sein)가 아니라 당위(sollen)여야 했다. 그가 보기에 전후 일본사회가 부패한 원인은 2·26사건과 천황의 ‘인간선언’이었다. 신성천황이 인간이 됨으로써 일본사회는 마지막까지 수호해야 할 대상을 잃었고 끝내 타락했다는 주장이다. 현실과 관념의 괴리 속에서 고뇌했던 미시마는 끝내 폭력적인 할복을 택했지만, 현대일본사회의 국수주의적 우경화 경향 속에서 그는 우익들의 우상으로 재생되기도 한다.

풍경 둘.. 사랑과 ‘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 미의식

헤이안 시대 중기(11세기 초)에 씌어진 『겐지 이야기』는 당대는 물론 지금도 일본국민에게 사랑받는 문학작품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연애나 세상 이야기만이 아닌, 인간의 내적 진실을 상기시켜주는 새로운 형태의 ‘모노가타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간의 밀도를 섬세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시간성이 수반된 미의식 ‘나카이마'를 환기시킨다. 영원한 과거와 미래의 한가운데에 있는 ‘지금 여기’를 가리키는 나카이마는 현재에 지고의 가치를 부여하고 찬미하는 시간관념이다. 일본인의 사랑에 대한 감각은 ‘나카이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작품은 내밀한 남녀관계, 남녀의 사랑과 성을 이상적으로 묘사하여 그러한 시간 의식을 드러낸다.
그 가운데 불륜은 어두운 그림자이기에 많은 고뇌와 갈등을 수반한다. 헤이안 시대의 결혼풍습은 지금과 달리 일부다처제였고, 당시 상류층은 호색(好色)을 ‘이로고노미’(色好み)라 하여 우아하고 정취 있는 미의식인 ‘미야비’로서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를테면 주인공 겐지가 의붓어머니와 사랑에 빠지는 식의 패륜은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은 권선징악이라는 도덕 교훈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시간의 무상한 흐름 속에서 그 물결을 타고 유희하는 인간의 의미를 느낌의 농도와 깊이에서 찾아낸다.
이러한 ‘느낌’이 바로 국학자 모토오리 노리나가가 말하는 ‘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이다. ‘모노노아와레’는 객관적 대상(物)과 주관적 감정(哀れ)이 일치하는 데서 생겨나는 조화적 정취의 세계를 가리키는 헤이안시대 귀족적 문학 이념이자 미의식을 말한다. 노리나가는 남녀관계야말로 이 모노노아와레 정서를 유발하는 무대라고 보았다. 반드시 불륜이 아니더라도 무엇이든 골수까지 파고드는 깊고 진한 정취와 느낌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된다. "겐지 이야기"를 지은 무라사키 시키부는 ‘모노노아와레’라는 미학적 감수성으로 남녀 관계를 철저하게 이상화하여 그려내어 모든 도덕적 잣대를 상대화했다.

풍경 셋. 불교와 신란의 악인정기설(惡人正機說)

일본의 전통적인 선악관은 서구적인 원죄관념과 다르다. 기독교에서는 그 누구도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근본악은 용서받을 수는 있어도 씻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일본 신도에서는 인간이 본래 깨끗하고 선한 존재이며, 살아가면서 더럽혀져 악한 존재가 되더라도 적절한 정화의례를 거치면 본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일본에서 악이란 ‘존재의 부정’이라기보다는 강력한 감각성과 생명성을 내포하는 ‘존재의 과잉’을 의미한다. 그래서 신도에서는 극단적인 악인을 신으로 모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본인의 심층의식에서 악이란 반드시 절대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일본불교 교단인 정토진종(淨土眞宗)을 창시한 13세기 승려 신란(親鸞)과 그가 주장한 ‘악인정기설’을 중심으로 일본인의 선악 관념을 짚어낸다. 일본 불교의 사례를 중심으로 일본인의 선악관념을 생각하는 일은, 비단 종교 담론의 핵심에 선악의 문제가 놓여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일본 문화의 저류에 상대주의적 선악 관념이 흐르고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신란에 따르면 인간은 번뇌에 사로잡혀 온갖 죄업을 쌓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 곧 악인(惡人)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도리어 아미타불의 서원에 따라 구원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풍경 넷. 초월과 초극

일본에 그리스도교가 전래된 시기는 1549년으로, 우리보다 2세기 이상 빨랐다. 1580년에는 신자 수가 약 10만 명을 헤아렸고, 17세기 초에는 약 45만 명에 이르는 큰 신앙집단을 형성했을 만큼 초기 선교에 성공했지만, 오늘날 일본에서 그리스도교 인구는 전체 인구의 1퍼센트도 채 안 된다. 그 까닭은 에도시대에 행한 철저한 탄압정책 탓만은 아니다. 소설 『침묵』에서 엔도 슈사쿠는 그리스도교 전래기에 일본인들이 받아들인 것은 사실 일본식으로 굴절시킨 신이었다고 지적한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之介)는 단편소설 「신들의 미소」에서 혼령의 목소리를 빌려, 자연숭배와 애니미즘을 기조로 하는 일본 신도의 정신, 곧 가미(神)와 혼령이 가진 ‘변조하는 힘'을 "조심하라"고 속삭인다. 한자를 바꾸어 가나를 만들고, 유교를 바꾸어 고학과 국학을 주조해냈으며, 불교를 바꾸어 신도와 습합한 신불(神佛)을 창안한 것처럼, 그리스도교 신도 일본식으로 변조되고 말 것이라는 경고였다.
시대마다 유력한 종교와 습합하여 교의 내용을 채워온 ‘신도’는 ‘무한포용성’과 사상적 잡거는 일본의 사상적 전통을 집약적으로 표현한다. 대립과 갈등의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고 무엇이든 받아들였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외부에서 일본으로 들어온 것은 다만 ‘변조’되어 정착할 뿐인데, 이는 일종의 배제형태이다. 역사적으로 도래한 모든 불교의 종파가 잔존해 있는 일본이지만, 아직도 불교는 신도와 대비할 때 외래사상으로 인식된다.
이는 언어 차원에서도 선명하게 확인된다. 세 종류의 문자 곧 한자, 히라가나, 가타가나를 사용하는 일본에서 한자나 가타가나로 수용된 것은 끝내 외래적이다. 한자를 마음대로 읽는 훈독은 한자를 수용하면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방식이다. 라캉 심리학의 개념을 빌려 말하면, 이는 거세의 배제, 곧 상징계(언어적 세계, 문화)로의 진입을 배제함을 뜻한다. 정신의 자립과 주체의 형성에 피할 수 없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독립적인 주체가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채 상위의 권위나 집단에 의존하는 심리가 지배적이 된다. 일본사회에서 흔히 발견되는 ‘아마에’(甘え)의 심리구조가 그것이다.
현대 일본의 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는 자신의 책 『일본의 사상』에서 일본인들이 새로운 것, 외래적인 것을 잘 수용하고 모방하지만, 일본 사상사에는 다양한 개별사상의 좌표축을 형성하는 원리가 없다고 지적한다. 마루야마에 따르면 모든 외래 사상은 수용되어 공간적으로 잡거하지만, 원리적인 대결이 없어서 발전도 축적도 없다. 마루야마는 일본이 ‘초월의 원리'에 입각한 세계관을 가진 그리스도교와 마르크스주의를 끝내 수용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초월(超越)과 초극(超克)은 둘 다 자기를 넘어서고자 하는 정신적 몸짓이지만, 초월이 하늘을 향한 수직이동을 지향한다면 초극은 지상에서의 수평이동을 지향한다. 사막의 종교인 기독교가 초월의 종교라면 숲의 종교인 일본 신도는 초극의 종교다. 이런 정신적 풍토에서 일본인은 이상보다는 현실을, 추상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인 것을 선호하며,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화(和)의 논리를 발달시켰다.

한국의 붓다, 일본의 호토케
이 책 마지막 장은 불교학자 나카무라 하지메를 소개하고 있다. 나카무라는 자신의 책 『일본인의 사유방식』에서 일본식으로 변조된 ‘호토케’가 깨달은 자, 곧 본래의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붓다’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 일본이 특수주의에만 머물지 말고, 그 특수한 창문을 통해 보편주의로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그 반대 방향에 서 있는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교훈을 던져 준다. ‘붓다’가 너무 많은 한국 사회는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보편성이나 원리를 추구하면서도 개별 현상과 사실에 보다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적 사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한 무수한 답들을 한마디로 줄일 수 없는 것처럼, 일본적 사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도 마찬가지다. 국가나 민족과 거대집단의 특성에 개인들의 속성을 모두 뭉뚱그리려는 시도 또한 위험한 태도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인간의 정신양식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시대와 장소와 상황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라는 점을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지은이는 ‘불변하는 고유한 민족성’이라는 허구적 개념은 다만 환상이며,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되어 일본인의 속성이라고 불리는 면모 또한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본다. 그런 변화야말로 일본사회에서 모순을 넘어선 유연성이 참으로 발휘되는 길일 것이다. 접기







일본은 우리와 다르다. 많이 다르다 - 바로 옆에 있는 나라임에도....
하지만, 사람들은 비슷하다. 우리네도 그네들에게도 좋은 놈도 나쁜 놈도 비슷하게 있다.
또 당하지 않으려면 이제는 좀 더 많이 알 필요가 있다. 아는데 이 책은 도움을 준다.
독서꽝 2014-07-1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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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일본학의 자리



책은 꽤 날카롭게 일본인의 정신 문화를 파고든다. 저자는 종교학 전공자인데 저자의 깜냥이 이 작업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듯 하다. 조동일 교수는 일본은 철학은 없고 사상만 있는 나라라고 말한다.(<우리 학문의 길> 가운데 '일본 철학사가 있는가?') 저자인 박규태 교수도 다른 나라의 사상을 비틀어 자기의 사상으로 만드는 일본인의 특성을 여러 자리에서 지적한다. 물론 박규태 교수가 철학을 사상으로 바꾼다는 조동일 교수의 지적을 수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저자의 사상적 지향을 잘 모르지만 일본 사상의 거장들을 하나, 둘 비판하며 각을 세우는 모습은 꽤 진지해 보였고 사둘만한 모습이다. 근대로만 폭을 좁혀 보아도 후쿠자와 유키치, 니시다 기타로, 마루야마 마사오를 비판하고 있는데 후속 작업을 통해 더 깊이 파고든다면 비판적 일본학의 중요한 성과가 될 듯 하다. 후쿠자와야 워낙 악명이 높지만 니시다와 마루야마는 무색무취하게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듯 한데 저자의 작업이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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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5-04 공감(11)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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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신의 풍경 : 일본 문화에 대한 좋은 지침서이자 길잡이 - 박규태



일본 정신의 풍경은 아마테라스에서부터 불교, 기독교에 이르기까지 일본인의 정신 지도에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각 개념들을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이 개념들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일본의 책과 사상가의 주장을 소개하며 우리의 시선이 아닌 일본인의 생각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일본연구가로 한국에서 손꼽히는 박규태 선생이다. 일본 사상가의 글과 생각에 대한 탁월한 그의 해석과 직관적인 개념 풀이는 책 제목 그대로 일본 정신의 풍경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는 가미(지상으로 내려온 신들의 역사), 사랑(그림자가 짙을 수록 아름답다), 악(선과 악은 다르지 않다), 미(인간 본성의 밀착된 미의식), 모순(차분한 격정 혹은 돌연한 체념), 힘(참된 문명의 길은 무엇인가), 덕(윤리의 양면성), 천황(인간의 가면, 신의 가면), 초월(그리스도교는 왜 일본에 뿌리내리지 못했나), 호토케(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의 개념이 나온다. 하지만 이 개념들과 전체 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관점은 일본인들에게는 보편적 윤리나 도덕, 종교 대신 현세 기복적인 종교와 상대주의적 선악관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애니미즘에 기반한 일본의 신들이 절대신이 아닌 지극히 인간적인 신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신은 팔백만에 달하며 자연, 사물, 죽은 인간, 심지어는 원령에까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런 종교관이 가져온 일본인의 정신 세계와 아울러 마코토(정성을 다하는 것)과 하지(수치심)을 중시하는 문화로 인해 선악에 있어서도 개개인의 내면적 도덕보다는 외부의 시선이 중요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순수하게 몰입하는 태도가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여기에는 원리적인 도덕관이 들어설 자리는 없으며 그로인해 일본에는 상대적인 도덕관이 발달하였다. 결국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의 선과 악의 기준은 일본인에게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선과 악의 공존의 모순은 일본인들에게 모순이 아니다.


아울러 일본의 신도(神道) 숭배의 중심에 있고 신들의 시대와 일본 건국 이후로 줄곧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천황의 존재는 현재의 영원을 상징한다.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하는 천황은 보편성이 아니라 '일본'과 '지금'이라는 시간적, 공간적 특수성을 상징한다. 기타 문화권을 관통하는 보편성 대신 '지금의 일본'이라는 특수하고 개별적인 사고관은 편협한 국수주의와 민족주의로 빠질 수 있다. 선과 악에 대한 일본인의 상대적인 태도와 일본 사상의 시공간적 개별성은 2차대전 당시 일본의 광기에 대한 적절한 설명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나니 가깝고 먼 나라로만 치부했던 일본에 대해서 정말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깨닮았다. 일본은 세계사적 흐름과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로 오늘날 전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다. 서구에서 젠(zen)이라 불리는 동양적 스타일을 지칭하는 말도 실상은 일본의 불교을 뜻하는 일본어가 보통명사화 된 것이며 일본풍을 지칭하기 위해 쓰인 말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점차 일본 문화가 침투해 오고 있으며 젊은 층은 이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일본 문화와 그의 유래, 기원에 대한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며 저자가 그려낸 일본 정신의 풍경은 일본을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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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destorm 2011-02-16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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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신의 풍경과 미시마 유키오



필요 때문에 기시다 슈의 <게으름뱅이 정신분석>(깊은샘, 1995)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죽음 뒤에 있는 것'을 읽다가 떠올린 책은 지난달에 나온 박규태 교수의 <일본정신의 풍경>(한길사, 2009)이다. 저자가 과거에 기시다 슈의 <성은 환상이다>(이학사, 2000)를 옮긴 적이 있어서다(아울러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문예출판사)도 우리말로 옮겼다). 믿을 만한 일본통의 저작이기에 챙겨놓으려고 한다. 저자 자신도 일본을 이해하는 데 곤란을 느낀다고 하지만, 다양한 고전에 대한 독해만으로도 요긴해 보인다.



경향신문(09. 09. 26) 모순 ‘가깝고도 먼 나라’의 사유방식

누가 처음 꺼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본에 대한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비유는 현재까지도 한·일관계를 묘사할 때 매우 적절하게 사용된다. 북한을 제외하면 일본은 한국에 가장 가까운 나라다. 물론 여기서 ‘가깝다’는 말은 물리적인 거리를 말한다. 양국의 감정적 거리는 물리적 거리보다 멀찍이 떨어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일본 도쿄대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한양대에서 일본언어문화학 전공 교수로 일해 일본에 대해 일반인보다 많이 안다고 할 수 있는 저자 역시 “일본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때때로 알 수 없는 벽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한국인으로서 일본에 대해 갖게 마련인 감정적 차원이 아니라 근본 사유방식의 차이에서 찾고 있다. 즉, 생각과 감정을 명확히 구분하는 한국적 사유방식과 달리 “논리적 사유와 비논리적 감정의 영역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 일본의 전통적 사유방식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양가적(ambivalence·모순, 반대 감정 병존) 속성’이라고 명명했다.



일찍이 루스 베네딕트가 유명한 저서 <국화와 칼>(1946년)에서 모순되는 양극단에 대해 모순을 느끼지 않는 이중적인 성격을 일본인이 지닌 특성의 하나로 거론했다. 저자는 베네딕트의 이러한 고찰을 확장시켰다. 모순을 모순으로 느끼지 않고 병존시키는 일본인의 내면적 풍경을 가미(神), 사랑(愛), 악(惡), 미(美), 모순(矛盾), 힘(力), 천황(天皇), 초월(超越), 호토케(佛) 등 10개의 창을 통해 들여다봤다.

‘일본정신’을 상징하는 책으로 여겨지는 <고사기>를 보자. <고사기>는 창세부터 일본 황실의 성립과정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그리고 있다.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으로 불리는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가 등장함은 물론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러 신들이 질투와 욕정 등 ‘인간적’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듯 <고사기>에 등장하는 신, 즉 ‘가미’들은 성욕과 권력욕, 복수심 등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일본의 민족신앙인 ‘신도(神道)’ 역시 가미를 인간과 질적으로 상이한 절대자로 여기기보다는 인간과 별반 차이가 없는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저자는 “일본의 인간주의적 가미 관념에서는 현실을 넘어서는 어떤 추상적 이념이나 보편적 법칙 또는 불변성이나 영원성이라는 관념이 뿌리내릴 여지가 없다”고 한다. 일본정신에서 진리란 “어디까지나 공동체의 현실 그 자체이며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상대주의는 양가적 사유를 가능케 하는 일본문화의 핵심적 특질이다. 대표적인 일본 불교 교단인 정토진종(淨土眞宗)을 창시한 신란(親鸞·1173~1262)이 설파한 선악관념 역시 상대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신란은 심지어 “나는 선이 무엇인지 악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불가지론으로까지 나아갔다.

일본인들이 근대화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후쿠자와는 제자들에게 ‘칼보다 펜이 강하다’는 서양 격언을 소개하며 실용적 학문으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의식을 고취시켰지만, 악명높은 ‘탈아론(脫亞論)’으로 중국과 조선 침략의 논리적 기반을 제시한 지독한 패권주의자이기도 했다. 후쿠자와에게 “‘펜의 힘’과 ‘칼의 힘’은 결코 대립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여기에는 모순되는 두 개의 힘이 마치 모순이 아닌 것처럼 뒤섞여 있었던” 것이다.



책은 이와 같은 일본의 전통적 사유방식이 대단한 장점인 동시에 치명적 단점으로 나타난다는 시각을 깔고 있다. 지독한 상대주의·현실주의·현세중심주의는 외래적인 것들을 껍데기만 남기고 일본적인 것으로 재빨리 변형시키는 저력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일본이 저지른 침략이나 현대 일본이 안고 있는 모순에 무감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블랙홀로도 작용했다.

저자는 일본정신을 들여다보는 10개의 창에 접근하는 통로로 <고사기> <겐지 이야기> <국화와 칼> <가면의 고백> 등 일본에 대해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10권의 책을 동원했다. 따라서 제목만 귀에 익을 뿐 직접 읽어보지 못한 유명한 책들의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다이제스트로 이 책을 읽어도 쓸모가 있다.(김재중기자)

09. 10. 05.



P.S. 인간은 성본능이 망가진 동물이며 이에 따라 여러 가지 환상을 만들어낸다는 기시다 슈의 '성적 유환론'은 좀 오버다 싶지만(보드리야르의 '하이퍼리얼'론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게으름뱅이 정신분석>은 여러 모로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더불어 유익했다. 미시마 유키오만 하더라도 매우 강압적인 조모와 부모, 세 사람에게 둘러싸여 성장한 독특한 환경으로 인하여 실재감을 갖지 못하는 정신병적 인격구조를 갖게 됐고, 그의 창작활동은 실재감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 기시다 슈의 해석이다.

기시다에 따르면, 미시마는 자기 속에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못 참아 했는데, 그것은 자기의 일부를 자신이 소유하지 않고 남의 손에 도둑 맞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가 작품 <가면의 고백>에서 갓태어났을 때의 목욕물이 기억난다고 주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자기에 관한 일로 자신은 모르고 타인만이 알고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어 했기 때문인 것이다." 내가 찾고자 했던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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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9-10-05 공감 (19)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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