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6

“‘北 核도발’ 마지노선 건드리면 中 망설임없이 추가압력” :: 문화닷컴

“‘北 核도발’ 마지노선 건드리면 中 망설임없이 추가압력” :: 문화닷컴

“‘北 核도발’ 마지노선 건드리면 中 망설임없이 추가압력”

이제교 기자 | 2016-04-25 11:27

신각수(왼쪽부터) 전 주일대사, 아카시 야스시 전 유엔 사무차장,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이 22일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의 외교, 안보 현안과 역사문제 등을 놓고 대담하고 있다.   신각수(왼쪽부터) 전 주일대사, 아카시 야스시 전 유엔 사무차장,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이 22일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의 외교, 안보 현안과 역사문제 등을 놓고 대담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니어재단, 韓·中·日 석학 ‘동북아 共存을 논하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자칭궈(賈慶國) 중국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장이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을 강행해 ‘마지노선’을 건드린다면 중국은 망설임없이 국제사회와 함께 추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중국에 새로운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도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3국은 영토·영해 영유권 분쟁, 엔화·위안화 환율의 경제 사안, 과거사 갈등에 따른 역사 문제 등에서는 서로 입장이 다르다. 아카시 야스시(明石康) 전 유엔 사무차장은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관련해 “1급 전범들의 위패를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동북아 3국은 미·중 패권경쟁 구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견해차가 있지만 동북아의 번영과 평화를 이끌 주인공이다. 니어(NEAR)재단이 주최한 ‘제1차 니어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를 맞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지난 22일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과 자 원장, 아카시 전 사무차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대담을 갖고 동북아의 현안과 미래 관계의 방향을 논의했다.


사회 = 이제교 정치부 차장

―먼저 올해 처음 니어재단의 한·중·일 프로세스가 출범했는데, 취지와 배경을 설명하면.

△정 이사장 = 니어재단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목적으로 지난 2007년에 창립됐다. 동북아는 전세계에서 번영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정리되지 않은 미해결의 과제를 가진 곳이다. 세 나라는 평화롭게 살아갈 수도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그러지 못했다. 최근 북한핵 문제가 불거지고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지역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각국 국민과 정부 입장도 3국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벌어지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리적 위치는 수십만 년 동안 변화가 없는데 마음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3국이 세상을 바라보는 ‘지평선’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니어 한·중·일 프로세스를 창립했다. 지난해 10월 창립총회를 열고 올해 처음 토론의 자리를 가졌다. 매년 회의를 열어 앞으로 협력과 발전의 토대로 자리매김하게 만들 계획이다.

―북한 핵문제가 핫이슈다. 5월 초 7차 노동당 대회 전후에 5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에서는 핵무장론 얘기까지 나온다.

△신 전 대사 = 북한의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은 핵능력의 고도화를 말해준다. 2월 7일 장거리미사일까지 발사해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허물고 있다. 한국사회 일각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아직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할 길이 완전히 닫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로 김정은 정권에게 핵무기와 경제건설을 병행하는 병진정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전략적 선택을 바꾸게 하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를 최대한 이행해 북한을 압박하도록 하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전략적 결단을 내리도록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대북제재의 핵심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과거 혈맹관계인 북한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자 원장 = 중국은 대북정책에서 일관된 원칙을 유지했다. 과거에는 한반도의 안정을 중요시하면서 평화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북한핵 문제를 풀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부는 대북정책의 중심을 다시 조정하기 시작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평화적인 방식의 북한핵 문제 해결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을 강행해 ‘마지노선’을 건드린다면 중국은 망설이지 않고 국제사회와 함께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가할 것이다.

△아카시 전 차장 = 미국은 이란과의 오랜 핵협상을 통해 이란의 핵무장을 성공적으로 막았다. 이란이 핵을 가지면, 사우디아라비아도 갖게 되고 이집트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핵무기를 갖게 되고, 일본도 핵무기를 보유하면 동북아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진다.

△정 이사장 = 현재 상황에서 한국이 핵무장으로 나서기는 어렵다. 그러나 만일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이 북한 핵개발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유엔 대북제재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지난 19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언급했듯이 미국의 ‘핵우산’이 기능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불가피하게 핵무장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한국은 주권을 지키려는 의식이 강한 국가다. 결국 한국의 핵무장 여부는 주변 강대국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강력 반대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중국 정부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인가.

△자 원장 =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반대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드 시스템의 레이더로 미국이 중국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군사적으로 아주 심각한 2차 피해를 받게 된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동향을 수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의 생각은 다르다. 사드 배치는 미·중이 반드시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다. 다만 미국이 기술적으로 사드가 새로운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한다면 중국 정부도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그런데 미국은 과연 중국을 설득할 수 있는가. 고고도 공격을 방어하는 사드는 서울을 방어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미국이 중국의 군사동향을 수집하기 위한 시스템이라는 것이 중국의 결론이다.

△신 전 대사 = 중국은 사드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다. 주한미군 기지는 평택과 오산, 부산과 대구의 두 축으로 편제돼 있다. 사드의 목적은 서울 방어가 아니라 주한미군의 방어다. 북한 노동미사일의 사거리가 1000∼1300㎞인데, 북한은 노동미사일을 고공으로 쏘아 목표물을 타격하는 훈련을 해왔다. 현재 주한미군에 대한 미사일 공격 방어는 PAC-3 미사일이 담당하는데 주로 40㎞ 저고도 용이다. 사드는 40∼120㎞에서 날아드는 고고도를 담당한다. 사드 시스템이 없다면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통한 고고도 공격에 대한 방어가 불가능하다. 중국의 오해가 해소되도록 소통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 자리에서도 한·중, 미·중 간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일본의 북한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책 및 해결방향은 무엇인가.

△아카시 전 차장 = 알다시피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는 군국주의에 대한 반성이 일었다. 그리고 필요 이상의 군사력을 확보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취했다.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북한의 강력한 위협으로 그런 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북한의 도발은 일본의 제한적 자위권 확보 정책을 엷어지게 만들고 있다. 동북아가 안정되고, 세계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북한핵 문제를 국제사회와 협력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화제를 미국 대선으로 돌려보자. 공화당 유력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트럼프 현상’의 정치·사회적 의미는.

△신 전 대사 = 백인 노동자와 화이트 칼라의 반란으로 본다. 트럼프 현상의 배경에는 미국 경제 양극화 심화와 중산층 붕괴가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라는 선동주의 정치가가 백인 노동자의 불만을 자양분으로 흡수하면서 미국 정치를 흔들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가 확실하게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미래 전망이 어두운 상태에서 나타나는 불안, 불만, 불평의 ‘3불(不)요인’이 트럼프의 선동적 포퓰리즘 정치에 의해 표출되는 것이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초강대국 미국의 세계 리더 역할도 부정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현상은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교훈을 전세계 각국에 던져주고 있다.

△아카시 전 차장 = 트럼프가 실제 워싱턴에서 정치를 하면 극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안정적인 중산층을 토대로 사회 경제 발전을 일구어 냈다. 일본, 한국, 중국의 지식인들이 트럼프처럼 ‘이런 쉬운 해결책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세력들에게 ‘그렇지 않습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라고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트럼프 현상에 대한 해결책이다.

△자 원장 = 중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지지율을 보고 놀랐다. 트럼프는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해서 ‘해외주둔 미군 철수’나 ‘한국·일본 핵무장 허용’처럼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의 관점은 극단적이지 않다. 트럼프 반대자들은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과 기능을 중시하는 사람들로 트럼프가 미국을 고립시킬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주류의 지지를 받는 자유주의에 입각한 정치를 펼치고 보수주의를 기반으로 움직일 것이다. 당선되더라도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양적완화는 한국을 비롯한 경쟁국가의 수출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카시 전 차장 = 아베 총리는 양적완화를 시작으로 일본 경제구조를 바꾸는 3단계 큰 개혁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 모든 목표가 달성되지는 않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 그리고 다른 여러 국가들과 협조하는 가운데 일본 경제의 활성화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은 일본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중·일 동북아 3국은 경제와 정치, 외교 등 모든 면에서 서로 협력해야 한다. 한 단계씩 더 평화롭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정 이사장 = 세계경제의 큰 흐름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다. 각국이 공동보조를 하지 않으면 파멸을 맞을 수도 있다. 일본은 먼저 구조조정을 하고, 이후에 양적완화에 나서야 했다. 미국과 일본이 재정확대 정책을 취하면서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 사이의 격차가 발생했다. 달러화와 엔화의 기축통화국인 선진국은 연명에 성동했지만 신흥국 경제는 무너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는 지금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모든 나라가 환율을 절하하고, 모든 나라가 금리를 내리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자 원장 = 미국은 중국을 인위적인 환율조작국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고, 위안화 환율이 시장에 의해 움직이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기존의 패권국가와 떠오르는 국가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는데 미·중 충돌은 필연적인가.

△아카시 전 차장 = 비관론자들의 관점이다.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실현될 것이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핵무기와 사드처럼 인류의 미래에 위험을 주는 무기들이 너무 많다. 최후단계에서나 검토 가능한 무기가 국지전에서 쓰인다면 앞으로 전쟁의 승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와 남중국해의 ‘핫이슈’들이 ‘핫(hot)’한 이슈가 되지 않도록 열을 식히는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한다. 이번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 대화에서 우리가 기탄없는 대화를 나누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중 충돌의 비관론보다 미·중 불충돌의 낙관론으로 가야 한다.

△자 원장 =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중국 봉쇄정책으로 본다. 미국에 있어 아시아 지역은 무척 중요한 곳이지만 전쟁 발발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미·중 양국은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보유 국가 간에는 군사적 수단이 아니라 경제적 경쟁으로 국익을 실현할 수밖에 없다. 이례적 충돌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 미·중 양국은 전략대화를 갖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충돌을 방지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 문제로 넘어가 보자.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인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아카시 전 차장 =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솔직히 다른 국가의 이해를 얻기 어려운 문제다.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에서 숨진 일본인들의 희생에 대해서 존경을 표하는 곳인데, 태평양전쟁과 제2차세계대전 1급 전쟁범죄자들의 위패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일본인은 전범자들에 대한 야스쿠니 합사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야스쿠니가 아닌 다른 신사로 전범자들의 위패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자 원장 = 중국은 제2차세계대전의 피해자다. 일본은 중국인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중국인들은 역사를 잊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일본의 당시 정치인들이 주변국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자행한 만큼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성의 있게 처리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아카시 전 차장 = 전적으로 동의한다. 합리적으로 냉정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면 문제를 풀어나갈 지혜가 생긴다. 우리는 16, 17세기 침략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그런데 인간은 그 당시보다 현명해졌지만 정치가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신 전 대사 = 현재는 세계화, 지역화, 지방화 시대이다. 안타깝게도 동북아에서는 역사 불신, 영유권 불신들이 쌓여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3국은 대화와 소통으로 분쟁의 분자를 줄이고, 협력의 분모를 늘려 동북아 발전으로 나가야 한다.

△자 원장 = 역사와 영토 문제는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한·중·일 3국에는 더욱 중요한 일이 많다. 역사와 영토의 갈등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정 이사장 = 동북아는 화해의 이익, 협력의 이익이 높은 지역이다. 반면에 갈등의 비용 역시 무척 크다. 3국의 정부와 국민, 시민단체가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야 한다.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로 향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다독이는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국민 마음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은 지식인들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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