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5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휴지 귀한 북한, 화장실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건…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휴지 귀한 북한, 화장실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건…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휴지 귀한 북한, 화장실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건…
주성하기자nambukstory 2012-03-19 07: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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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글에서 노동신문을 포함한 북한 신문은 간부들만 볼 수 있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하지만 북에서 신문이 필요한 사람은 간부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신문이 필요한 사람은 북한 주민 모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신문은 정보 전달지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흔히 어떤 신문을 비하할 때 이런 말을 하지요. “우리 집 강아지 응아를 받아내는데 쓴다”고 말이죠. 제가 가만 생각해봐도 여기선 신문을 읽고 난 뒤에는 그 이상의 용도를 찾기 힘듭니다. 신문 보고 모아두었다가 매주 분리수거할 때 버리기도 귀찮은 일이죠.



북에서도 신문은 휴지로써 아주 유용합니다. 강아지에게요? 절대 아닙니다. 강아지가 아닌 사람이 쓰는 뒷간 휴지로 매우 유용합니다. 북에서는 여기 한국에서 쓰는 것과 같은 화장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종이가 흔한 것도 아닙니다. 종이가 아주 귀하죠.

운을 떼긴 했지만 막상 뒷간 휴지 문화에 대해 리얼하게 묘사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네요.

북에서 찍어낸 김 부자와 당정책을 선전하는 책자들의 대다수가 찢겨져 화장실에서 썩고 말았다는 것은 비밀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이 휴지만 좀 만들어 나눠줘도 애써 품 들여 찍어 나눠진 선전 책자들이 아직 살아있을 건데 말입니다.

북한에서 노동신문과 다른 신문의 종이 질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노동신문은 그래도 하얀 종이에 찍혀 나오지만 다른 신문은 설명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는 이렇다 하고 묘사할 수 있는 그런 한심한 종이가 없기 때문이죠. 1950년대 물품을 전시한 박물관에 가면 있을 진 모르겠습니다.

하얀 종이를 쓰는 노동신문은 간 큰 사람이 아니고선 휴지로 쓰기조차 아깝습니다. 노동신문이 워낙 귀하다보니 장마당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장마당에서 잎담배를 파는 여인들. 담배와 함께 담배종이인 노동신문도 함께 올려놓고 파는 것이 눈에 띄는 점이다.

10년 전에 1장에 1원씩 팔렸습니다. 당시 옥수수가 20원대였는데, 노동신문이 하루 6개면에 3장인 셈을 감안하면 일주일치 노동신문을 모으면 옥수수 1㎏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옥수수가 1000원을 넘었는데 아마 노동신문도 1장에 50원 이상 할 것입니다.



원래 노동신문은 다 보고 출판물보급소에 다시 바쳐야 합니다. 하지만 노동신문을 보는 간부들은 일부만 바치는 흉내를 내고는 대다수를 팔아먹습니다. 어차피 출판물보급소도 노동신문을 걷어와 다시 장마당 장사꾼들에게 몰래 팔아먹긴 마찬가지입니다.



장마당에서 노동신문을 사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담배종이를 하기 위해 삽니다. 북에는 우리처럼 권연을 피우는 사람은 아주 잘 사는 사람이고 대다수 사람들은 잎담배를 심어 키운 뒤 이를 말려 썰어 종이에 말아 피웁니다.



이런 담배를 북에선 ‘마라초’라고 합니다. 북에는 노동신문보다 더 얇고 부드러운 담배종이가 없습니다. 노동신문 용지는 한국의 어느 신문 종이보다도 더 얇고 부드럽습니다.



노동신문 1장 분량이면 담배를 40~50대 말아 피울 수 있습니다. 한번 노동신문으로 말아 피우기 시작한 사람은 다른 종이를 쓰면 담배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계속 노동신문만 고집합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기론 니코틴 뿐 아니라 인쇄잉크에도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북에서 노동신문으로 말아 피웠습니다.



탈북해 중국에 들어오니 중국 농촌 사람들도 잎담배를 말아서 피우는데 담배종이를 상점에서 따로 팔더군요. 헌데 그 종이로 담배를 피우니 도저히 못 피우겠더라고요. 맛이 안 나서 말입니다.



담배 종이 외에도 북한에서 신문 종이는 도배하는데 아주 유용하게 씁니다. 북에서 보통 도배를 할 때는 우선 벽에 신문을 초벌로 바른 뒤 그 위에 도배지를 붙입니다. 초벌도배 없이 도배지를 바로 콘크리트에 붙이면 떨어지기도 쉽거니와 수명도 오래 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북에서 휴지든, 담배종이든, 도배지든 통틀어 신문지를 쓸 때 매우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김정일 부자 사진이 있나 아주 깐깐이 봐야 하는 것이죠.



만약 김 부자 사진이 있는 신문지를 휴지로 쓰거나 담배를 말아 피우면 그 사람은 정치범이 되고 맙니다. 이거 잘못 걸려서 목 달아난 사람들 정말 많습니다. 자기만 죽습니까. 누가 정치범이 되면 가족까지 다 정치범수용소로 끌고 가는 것이 북한 사회입니다.



북한 신문은 대체로 1,2면엔 김정일 사진이 꼭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노동신문은 첫 장을 거의 쓰지 못합니다.



최근엔 가끔 김정일, 김정은 현지지도 사진으로 아예 도배돼 발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신문이 오면 북한 사람들은 “오늘은 쓸만한 게 안 왔군” 이렇게 속으로 생각합니다. 출판물보급소에 다시 바치는 신문은 대개 이런 쓸 만하지 않은 신문입니다.


노동신문 중 북한 사람들이 제일 쓸모 없어하는 지면입니다. 온통 1호 사진이 들어가 휴지로도, 담배종이로도, 도배종이로도 전혀 재활용할 수 없습니다.

주민들에게서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이 5,6면에 해당하는 일명 ‘속지’인데요, 속지는 5면이 남조선면이고 6면은 국제면입니다. 여기에는 일반적으로 김 부자 사진이 안 들어가서 사람들이 매우 선호합니다.



헌데 여기도 안심할 수 없는 함정이 있습니다. 종종 외국에서 무슨 김정일 따라 배우는 연구회니 집회니 한다는 사진이 들어가는 때가 있는데 이때 사진 속 회의장 벽에 김정일 초상화가 걸려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아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좁쌀만큼 크기에 불과하지만 이것도 운이 없으면 코걸이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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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도 안심하고 쓰지 못합니다. 북한은 재래식 화장실이 대다수인데, 남이 화장실에 들어가도 그렇고, 또 퇴비를 만든다면서 나중에 퍼내도 그렇고 증거가 남을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벽지는 좀 안전한 축이긴 한데, 이것도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사 가면 이사 온 집에서 훗날 도배하다 증거를 발견하면 어쩝니까.



하지만 최근 북한의 민심이 이반되면서 김정일 사진이 있는 노동신문 종이에 담배를 말아 피웠다고 남을 고발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모르는 척 하기 일쑤입니다.



그거 고발해 남을 잡아 죽여 봐야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도 크게 출세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친구 잡아먹고 출세한 사람이란 손가락질이나 당하기 십상이죠.



거기다 스스로의 양심적 가책은 또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물론 그렇긴 하더라도 남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김정일 사진이 있는 종이로 담배 말아 피우는 바보 같은 사람들도 없습니다. 어쨌든 그건 남에게 약점 잡히는 일이니까요. 여담이지만 김정일 사진에 몰래 담배 말아 피우며 속시원한 감정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노동신문으로 담배를 말아 피우던 옛 일을 추억하며 글을 쓰다 보니 갑자기 흡연욕구가 생기는군요. 담배를 끊은 지 벌써 3년 가까이 되는데 말입니다. 담배가 이처럼 중독성이 강한 줄 알았으면 애초에 가까이 하지 않았을 것을. 후회 막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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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크군단
2012-03-19 08:09:06
역시나 1호사진하면 2004년인가 대구아시안게임떄 줄줄히 뛰어가던 북한응원단이 생각납니다. 당시 비에 젖는 김정일현수막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그 현수막을 호위해 버스로 돌아오던 모습이 매스컴에 잡혔는데 남한사회에서는 그야말로 충격이었죠. 그들의 맹목성에 통일을 멀었다고 혀를차던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리 남으로 올수있었던게 선별된 인원이라 할지라도 우상화의 레벨자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엄청난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돌아간 그 처녀들이 남한사회의 모습을 발설해서 일부 처벌받았다는것이죠. 인민이 아닌 수령만을 위해 존재는 국가인 조선공화국은 하루빨리 멸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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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2012-03-19 11:07:56
예전부터 한국에서도 북한처럼 신문지의 용도는 화장지는 물론이고 정말 무궁무진했습니다. 요즘에도 명절음식 할 때 깔판이나 덮개용도로 많이 쓰고 있죠. 뭐 대부부은 재활용으로 다시 버려지지만 말입니다. 80년대까지는 신문 1면에 항상 대통령 사진과 동정기사가 나오던 기억이 나는군요. 사실 신문이란게 안 받아보기도 좀 그렇고 막상 받아봐도 지면이 너무많아 읽기도 거북하고 웬 찌라시는 그리 많은지 공해 수준이죠. 옛날처럼 신문지 장수 좀 확 줄이고 요긴한 정보들로만 제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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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여~
2012-03-19 11:23:26
조선시대에도 저러지는 않았다. 안볼때는 나랏님도 욕하던 사람들인데 어찌저리 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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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
2012-03-19 11:23:45
ㅎㅎㅎ 70년대에 남한도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신문지 뿐만 아니라 한장씩 찢어쓰는 달력도 좋은 휴지가 되어주었다는 전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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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9 11:37:48
북한은 한민족 역사상 가장 낙후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시대가 어느 시댄데 아직도 조선시대만큼이나 생필품이 없고, 식사는 조선시대보다 낙후하게 어쩌면 역사 이래로 가장 못먹고 있는 것 같아요.
같은 민족으로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짓밞아버린 북한이.. 기가 막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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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9 11:40:10
처음엔 우리 민족이 너무 못살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가슴 아팠는데, 알면 알수록 실망스럽습니다. 나라꼴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윗대가리들한텐 화가 나고 나라꼴이 저 지경이 됬는데도 아무 반란도 안하는 일반민중들은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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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족
2012-03-19 11:51:43
북한응원단이 운 건 머리나쁜 여자들 생쇼라고 주성하 기자가 자세히 설명한 글이 있습니다만

하긴, 모든 정보가 개방되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한국조차도

아직도 대통령, 국회의원, 재벌총수를 왕처럼 생각하는 국민이 대다수이며

일부 사람들은 죽은 정치인을 신처럼 모시고, 그 정치인에 비판이 나오면 신성모독인 양 팔짝 뛰고

기업을 회장 일가의 사유재산처럼 착각하고, 재벌일가의 3대 세습에서 아무 문제를 보지 못하는 국민이 반이 넘는데

(SK, 한화, 삼성 오너 일가의 횡령 배임만으로도 경영권 박탈 사유)

60년 넘게 세뇌된 북한주민 중에서도 권력자들에게 속고 사는 불쌍한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한국이 미국에게 이식받은 자본주의, 민주주의 역사가 반세기 남짓하다 보니,
아직도 많이 배운 사람들조차도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의 개념과 의식이 약합니다.
민주주의-자본주의 국가의 목표는
"자원의 최적배분"을 통한 "최대다수의 최대효용"입니다.
전자는 수단, 후자는 목표입니다.
전자는 자본주의의 핵심, 후자는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반민주주의-반자본주의적 세력은
기업을 구멍가게처럼 사유화하고 국민이익을 해쳐가며 수익을 추구하는 자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원인은 한국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이들에게 매수당한 정치인, 관료들입니다.
이들을 비판하고 고치려는 노력이 민주주의-자본주의적입니다.

중국에 있는 외국인유학생의 3분의 2가 한국인, 미국에 가장 많이 유학생을 보내는 나라가 중국/인도/한국일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교육수준이 높은 한국국민이
어서 선진국만큼 민주주의-자본주의 의식을 높이고
북한 경제수준을 끌어올려 한반도 자원을 최적배분해
비참하게 사는 한반도인의 수를 줄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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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
2012-03-19 12:28:48
내 어릴적 얘길 하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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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벩
2012-03-19 14:57:53
이런 거지같은 것들이랑 같은 민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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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시절
2012-03-19 16:28:44
60~70 년도의 한국도 신문의 용도가 무궁무진 했습니다.

그때는 북한보다 못살때라 신문지 를 노-트 대신 사용 하기도 했습니다.

신문지의 종말은 언제나 뒷간이나 불쏘시게로 마감 됐습죠.

대통령 선거나 국회으원 선거때는 벽보를 뜯어 도배를 하곤 했습니다.

벽을 전부다 도배-천만의말씀... 떨어진 곳만 땜질했었음.

도배지 로는 최고였습죠.

어린시절 , 가장 추억에 남는건 신문지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던 모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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