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0

알라딘: 국민으로부터의 탈퇴 - 국민국가 진보 개인, 권혁범

알라딘: 국민으로부터의 탈퇴

국민으로부터의 탈퇴 - 국민국가 진보 개인,   
권혁범 (지은이)삼인2004-02-13

책소개

지속적으로 환경, 평화, 페미니즘 등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왔던 권혁범 교수의 글모음집. 이미 <민족주의와 발전의 환상>에서 '저항적 민족주의'도 개인의 해방과 자유 또는 주변 환경에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던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의 국가주의'를 문제삼는다.

우리는 계약을 거쳐 국민이 된 사람, 또는 그 권리를 해지한 사람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국가주의로 찬양되는 '국가'가 실제로 구성원의 자발적 계약에 의해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국가에 대해서 "'국가'는 개인을 하부 단위로 취급하는 거대한 하나의 통치 기계"라고 말한다.

또, 국가주의는 '대~한민국'을 다함께 외칠 땐 아름다워 보이지만, 이주 노동자를 대할 땐 약속한 듯 폭력적이 된다고. 도대체 국가와 민족이 무엇이길래 우리를 이토록 흥분하게 만드는지, 이 애국심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눈에 보이는 것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것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규명하고 있다.


목차

머리글-'대한민국'의 '국민' 중심주의를 생각하며

1부 '국민', 국가, 개인
'우리' 안의 국가주의 - 국가주의 문화, 개인, 인권
'우리'는 누구인가? - '국민'적 정체성의 문화를 넘어서
병역 의무의 정치학 - 평화, 인권, 징병제
'국가 안보' 담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

2부 지구화 시대의 '국민', 제국, 미국
세계화와 미국 인식 - 미국 패권주의와 반미주의를 넘어서
9.11 이전 혹은 이후의 세계 - 국민국가적 해석과 생명의 마음
월드컵 '국민 축제'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대한민국' - 독립적 지성은 어디에 있었는가?
촛불 시위 '이야기'에 대한 몇 가지 생각 - '반미' 금기의 위험, '반미' 정당화의 위험

3부 진보와 탈진보-'국민'으로부터 벗어나기
근대와 탈근대 - 충돌과 접점
민족주의의 정치생태학
시민운동, 무엇이 필요한가? - 반성과 모색
진보 남성은 여성주의에게 말 걸고 있는가? - 젠더, 진보, 남성 지식인
'차이'에 대해 생각하며
인터뷰 - 한국 사회 진보 운동의 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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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국가주의를 정확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국가주의는 일종의 국가 중심적 사고다. 한 사회의 운영에서 국가를 최우선적으로 하는 사상이며 개인 삶의 의의를 국가 이익의 차원에서 찾는 이념 체계다. 여기에서 연역되어 나온 단위인 '국민'은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된다. 그것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국가의 우월성과 개입을 전제하며 특히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대화하는 이념이다. (p.19 중에서)  접기
국가주의 사유 체계에서도 개인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다양하(27)고 주체적인 수많은 개인 중의 유일한 하나로서의 개인이 아니라 국민적 정체성을 담지하고 실현하는 집단주의적 개체로서의 개인이다.-27~28쪽 - 얼그레이효과
국가주의적 집단주의 문화 안에서 '개인'은 부정적인 의미를 띠게 되고 '이기심'과 동의어로 인식된다.(33)대신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개인보다는 집단적 규율에 복종하고 집단적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간형이 찬양된다.-33~34쪽 - 얼그레이효과
현재 한국사회에는 미국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각이 병존한다. 첫째, 과거의 반공-친미적 입장은 지배층 및 중간 계층에서 여전히 강하다. 그것은 다시 냉전주의적 권위주의에 경도된 입장과 자유주의적 입장으로 나뉠 수 있다. 두 번째, 급진적 관점에서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세력은 주로 진보적 지식인이나 노동 운동을 중심으로 한 기층 운동에서 강하다. 세 번째로 일반 대중들은 민족주의적 정서에 토대하여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이 경우 막연한 반미 정서가 꼭 정치적 반미주의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의 반공-친미의 경우도 정치적으로만 그럴 뿐 문화적으로는 매우 보수 권위주의적인 입장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 문화의 개인주의나 개방성, '퇴폐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복합성이 존재한다.-98쪽  접기 - 얼그레이효과
경제적 개방과 정치적, 문화적 보수주의를 결합하는 이중적 입장 -99쪽 - 얼그레이효과


저자 및 역자소개
권혁범 (지은이) 
대전대학교 정치미디어학과 교수.


계간 《비평》, 《당대비평》 및 《시민과 세계》 등의 편집위원을 지냈다.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미 매사추세츠 대학교(엠허스트)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식량 및 발전정책연구소’ 연구원, 일리노이 대학 방문학자를 지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민족주의, 환경, 페미니즘이다.
지은 책으로는 《민족주의와 발전의 환상》(2000), 《국민으로부터의 탈퇴》(2004), 《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2006), 《갈치조림 정치학》(2008), 《우리 안의 파시즘》(2000, 공저) 등이 있... 더보기
최근작 : <우리 안의 파시즘>,<민족주의는 죄악인가>,<갈치조림 정치학> … 총 13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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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

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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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주의를 넘어서

권혁범은 참 괜찮은 사람이다. 난 내 스승인 강준만을 통해 권혁범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 강준만은 권혁범의 민족주의 비판을 이렇게 비판했었다.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탈민족국가를 주장하는 것은 제3세계 지식인의 슬픈 운명이다"
스승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그 당시, 강준만의 한마디는 내게 빛이고 진리였다. 그래서 난 권혁범이 나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저작들을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그에게 특히나 열광한 것은, 월간 <말>에 연재된 '남성깨기'였다. 그 연재물에서 권혁범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여성 죽이기'를 비판했는데, 그걸 읽으면서 속이 다 시원했다. 이 책에서도 그는 진보남성들의 마초적 사고를 비난한다.

[그들은 과연 여성주의에게 말 걸고 있는가? 오늘날의 한국 남성이 만들어내는 현실 및 지식인 담론이 보여주는 것은 여성주의에 대한 아주 저급한 수준의, 또는 적대적인 이해다...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대화하고 건전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자기 착각 혹은 나르시시즘적 최면 속에 빠진 강자들의 오만함과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왜 진보 남성들은 유독 여성 문제에 대해서는 그토록 무지하고 몰상식한 것일까?(243쪽)]

물론 이 책은 여성주의에 대한 책은 아니다. <국민으로부터의 탈퇴>라는 제목처럼, 저자는 우리에게 뿌리깊게 각인된 국가주의의 위험에 대해 저자는 끊임없는 각성을 촉구한다. 왜? "일단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국민의식이 자리잡을 때 거기서 개성적이고 독자적인 개인의 삶과 자유가 피어나기 어려워"지니까. 우리가 한바탕 축제를 벌였던 2002년 월드컵의 붉은 물결도 그 증거란다. 재미로 노는데 뭐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하겠지만, 언론 보도와 달리 그걸 지켜보는 상당수 외국인들은 "붉은 악마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고, 전율하거나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이효순의 말이다. "만약 일본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장기를 몸에 휘감고 대일본국을 외쳤다면 우리 사회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도 생각해 볼 만하다"

그당시 우리는 하나가 되는 것에 감격했지만, 그건 바꿔 말하면 하나가 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배제를 뜻했다. 어느 혼혈 가수는 한미전에서 누굴 응원할 거냐는 질문공세에 휘말렸고, 나 역시 스페인전의 승리가 편파판정 덕이라는 친구에게 "너 일본 사람 아니냐"는 폭언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외친 '대한민국' 속에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이주노동자들이 설 땅은 없었을게다. "혼연일체를 요구하는 논리에 의해 이익과 도덕적 정당성을 얻는 것은 항상 지배층"이며, 그들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 사회의 모든 갈등을 은폐하며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한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당시 우리 사회의 캐치프레이즈였던, "이 국민적 에너지를 창조적 에너지로 바꾸어 국민통합과 국가 경쟁력 제고의 큰 계기로 삼자"는 어처구니없는 말이 왜 그때는 당연하게 들렸을까.

"우리가 서구적 근대국가의 모습이나 근대적인 정체성을 최종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면 오히려 그것은 폭력, 차별, 억압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될 수 있다(58쪽)"라고 하는 권혁범이 있기에, 우리 사회의 앞날은 그리 어둡지많은 않을 것 같다. 비록 우리가 국가주의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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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5-18 공감(1)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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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교육헌장을 외웠던 세대가 쓰는 글

국민학교때(그래 여기도 국민이구나.)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었다는 '국민교육헌장'을 외웠다.'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울랄라.....방과후까지 남아서 이걸 다 외워야 집에 갈 수 있었다.나름대로 잘 나가던 난 우리반에서 가장 먼저 이걸 외우고 당당히 책가방을 쌌다. 집으로 돌아갈 마음에 들뜬 내 뒤통수에 대고 선생님 왈 "넌 남아서 못 외운 아이들 도와주고 가렴'  ....'그럼 그렇지.... '   결국 국민학교 5학년이 다되도록 구구단도 못외우던 친구에게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암기를 시켰다. 그러나 될 턱이 있나.해도 눈치를 보며 서산으로 넘어가려는 시간, 더듬더듬 외우던 친구들도 돌아가고 그 친구와 둘이 남아서 계속 '길이 물려줄 영광된 통일조국'의 앞날을 생각하며 외우고 또 외웠다.  결국 선생님도 데이트를 가셔야 했는지 아님 중간고사 채점을 다 끝내셨는지 내일까지 다 외워올 것을 친구에게 다짐 받으며 돌아가도 좋다고 말씀 하셨다. 어스름 운동장엔 미루나무 그림자가 짙어지는 시간이었다. 친구는 콧물 덕지 덕지 묻은 소매자락으로 다시 한번 코를 훔치며 미안하다고 했다.또 선생님에 대한 원망도 빠뜨리지 않았다.난 아마 그랬던 것 같다. "대신 니가 내일 축구할때 꼴키파 봐야돼." ^^

 권혁범 교수의 글은 이미 각종 잡지를 통해서 자주 읽었다.그때마다 우리가 평소에 간과하던 부분에 대한 그의 핀셋으로 뽑아낸 것 같은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 <국민으로부터의 탈퇴>에서도 그의 칼날은 녹슬지 않았다.그가 뽑아든 칼날의 대상은 대한민국이란 국가와와 한국민의 근대성이다.이 책은 우리가 지극히 당연시 여겨왔던 국가,국민,민족이란 개념에 대해 성찰적으로 바라보기를 요구한다.책은 3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에서는 국가주의를, 2부에서는 미국에 대한 인식을, 3부에서는 환경이나 젠더 문제를 주로 다룬다. 물론 책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비평의 관점은 탈근대적 정치사회론이다.이미 탈근대적 관점의 한국사회 분석은 무수히 이루어져 왔다.아마 그 선두에 계간지 <당대비평>이 있었을 듯 하다.물론 권혁범 교수도 <당대비평>의 편집위원으로 있었다.(지금도 그런진 모르겠지만) 그 외에도 임지현 교수(물론 당대 소속이다)의 책들과 미문화원 방화사건의 전설적 인물 문부식의 글등을 통해 2000년 필두부터 민족주의의 허구성과 국민국가의 폐해,한국 사회의 왜곡된 전체주의 구조에 대한 비판이 있어 왔다.특히 진보층에대한 비판적 성찰은 논쟁의 주요 화두가 되어왔다. 인문사회학 책치고 잘팔린 <우리안의 파시즘>같은 책은 이러한 탈근대적 관점의 한국사회분석 압축판이며 근대론자들과 탈근대론자들의 논쟁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권교수는 우선 우리의 국가관에 대한 특징으로 '국가 무오류성'을 지적한다. 물론 여기서 국가는 '대---한민국' 이다. 신성화된 국가가 개인의 충성을 요구하기 위해 만든 것이 '단결'과 '애국'이다. 일상적인 생활 영역에도 깊숙히 침입해 있는 단결과 애국이란 용어는 개개인을 국가와 국민이란 이름으로 총체화 시켜버린다. 권교수가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국민국가라는 이름이 필충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타자화'이다. 사실 모든 근대적 패러다임이 '타자화'를 통해서 이루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위해 우리가 타자화 시킨 것은 무었인지 조심스럽게 지적하고 있다. 특히 권교수의 지적 중 인상적인 부분은 우리가 신성시 하는 국가라는 것이 무의식과 공론의 영역에서 실제보다 과장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권교수는 '위선적 이중성'이라고 말한다. 즉 국민 개개인이 공동체는 선이며 공동체 중 가장 상위에 해당하는 국가나 민족을 중요시 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국가에 대해 불신하며 개인적 혈연이나 학연등 전근대적 요소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근대론자들은 온전한 국민국가의 건설 미비를 그 원인으로 내세운다. 친일파문제라던가 장기간의 우익 독점적 정치구조,냉전이데올로기의 내제화,외국 군대의 주둔,민족 통일의 미완성 등과 같은 문제의 청산이 이루어져야 온전한 국민국가가 완성되어야 국가의 공적영역에 대한 정당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사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근대론자들의 주장을 너무 단순화한 느낌이 들어 찝찝하지만 골자는 그렇다는 것이다. 기실 이 문제는 오래도록 치열한 공방이 되던 주제였고 요즘은 다들 중용적인 태도로 문제를 수용하는 듯하다. 권교수 역시 책 말미에 이 부분에 대해 개념적으로 '진보'와 '탈진보'의 중층적 해결이 선과제라고 밝히고 있다. 진중권 역시 <사회비평>에서 엘리아데와 푸코의 예를 들어가며 근대론자들의 발전주의적 해결에 반대하며 근대와 탈근대의 문제를 중층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에서 권혁범 교수는 민족주의의 보수성과 그 허구성에 대해 지적한다.그러면서 한발 더 나아가 저항적 민족주의 마저도 결국에는 자민족 중심주의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민족주의가  더 이상 진보의 개념이 될 수 없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하지만 식민지 반제국주의 투쟁의 경험이 있는 우리 역사에서 저항적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은 자칫 반역사적이거나 몰역사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과거  경희대 도정일 교수는 <당대비평>에서  '내셔널리즘의 전면배척'에 대해 반대했다.패권적 민족주의에 반대하지만 피압박민족의 저항적 민족주의에는 찬성한다는 것이다.그러며 한마디 더 붙이기를 문화 다양성을 파괴하는 시장 유일주의 속의 반민족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권혁범 교수는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화의 경제적 부문만 부각되고 이에 대한 민족 경제적 반감에 대해 유의할 것을 주장한다.오히려 다양성이 서로 교류되는 '파이프현상'을 예로 들며 보편적인 세계주의 타당성 관점으로 바라보길 권한다.교조주의적 세계화 반대세력과 대세론적 세계화 수용세력 양자가 다 성찰적으로 돌아보아야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세계주의적 관점이 적용되는 부문이 3부에 나오는 환경과 민족문제이다. 사실 환경문제와 민족문제는 별개의 문제처럼 작동해 왔다.권교수는 민족이 부국강병의 매커니즘 속에서 환경파괴를 지속적으로 감행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임을 지적한다.그러면서 제3세계가 환경문제에 있어서 환경파괴의 근본원인으로 제1세계를 지적하며 환경이슈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아쉬워한다. 즉 귀책사유의 대부분이 1세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보편적 이성이 요구하고 전지구적인 컨센서스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환경민족론이 해악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야 준주변국으로 여기저기 눈치보며 적당한 수준에서 국제환경문제에 발을 담고 있지만 좀 더 고민을 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탈근대적인 사회분석에 매력을 느낀다.우선 지독히도 '우리'와 '하나'와 '대동단결'을 중시하던 한국 사회의 갑갑성에 대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분명히 그러한 느낌은 내게 간파당했었다.당시 목소리 컸던 사람들은 지난 대선에서 또 대개 큰 목소리로 '비지론'을 주장했다. ^^  물론 소수파도 있지만^^  또 한가지 거시담론으로 파악할 수 없는 일상생활 영역을 움직이는 힘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반갑다. 하지만 내게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지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여론조사에서는 7:3으로 밀리는 이런 형국에 또 다른 탈근대적 접근이  현실적으로 어떤 힘을 발휘할 지는 의심스럽다.(그리고 ..나 군대 갔다 왔다. 이런 자기방어기제를 꺼내지 않아도 되는건 언제일까?)그나마 그런 이슈가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이 아니었을까 위안해 본다.

후기) 아...국민교육헌장 못외운 친구...지금 생각해보니 그 집이 생활보호대상자 였던 것 같다.다 쓰러져가는 슬레트 집에 할머니와  동생과 함께 살았는데...  지난해인가 수십년만에 동창싸이트에서 그 친구의 글을 보았다. 여전히 맞춤법은 개판이더군.그래도  이름난 경비업체에 취직해서 잘 다니고 있었다. 그 친구의 글 말미에 코 끝이 찡해졋던 기억이난다. ' 우리 국민학교 동기들 중 가장 못난 ㅇㅇ 가 너희들이 보고 싶다." ...그 친구 옛날부터 골키퍼 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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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4-05-31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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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으로부터의 탈퇴 (권혁범/삼인)

참으로 무섭고도 도발적인 표제다. 국민으로부터 탈퇴하게 되면, 우리는 무슨 존재가 되는 것일까? 그럼에도 저자는 이런 대담한 용어를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스포츠경기를 시작할 때, 또는 무슨 행사를 거행할 때 다른 어떤 순서보다도 먼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차례가 있으니, 그것은 다름아니라 국민의례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와 '애국가 제창'은 간혹 생략되는 수도 있지만, 그걸 의식적으로 빠뜨린다는 것은 굉장한 파격이요 모험이기도 하다. 국기와 국가는 바로 나와 우리의 잠재적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국가중심주의'와 충성을 상징하고 있다.

서구와는 달리 시민사회의 발전이라는 자연스런 역사적 흐름속에서 근대국가 형성을 갖지 못한 우리네 사회에서 국가가 갖는 지위는 남다르다. 더우기 조선의 패망 후 일제에 의하여 수십년간 식민지배를 경험하였기에 나라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체험한 백성들은 자기 한 몸을 희생하더라도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하는 마음자세를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의 교육을 받아 왔고, 지금 만약 타국과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국가를 수호하기 위하여 전장으로 나가게 되는 것을 추호도 의심한 바 없었다.

저자는 진지하게 묻는다. 개인이 먼저인가 아니면 국가가 먼저인가를. 국가의 존재목적은 무엇인가를 새삼 반문하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있어 국가는 선험적 존재이며 무조건 정당하다고 간주된다. 오류는 정권이 저지르지 국가 자체는 가치판단에서 중립적 존재이다. 케네디의 유명한 연설처럼,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지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줄까를 요구해서는 안된다.

"국가적 정체성이나 애국심이 개인 삶과 행복의 수단이라는 인식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29쪽). 이것이 바로 작금의 우리들 인식이다. 그는 박정희에 대한 일부의 향수는 바로 이러한 강력한 국가주의의 상징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비판한다. "개인의 희생을 자동적인 담보로 삼는 안보는 가짜다"(68쪽)고 외치며, 개인의 존엄과 자유가 최고의 수호될 가치임을 천명하고 있다.

국가가 최상위 가치를 지닐때 다른 가치는 그보다 작은, 무시되어도 좋은 가치로 격하된다고 본다. 성과 계급의 문제는 국가보다는 하위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국가는 나와 남을 구분한다. 타국으로부터 자국을 지키려면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쉽다. 국가를 수호하기 위하여는 힘과 군대가 필요하며 이는 자동적으로 남성성에 대한 숭배와 여성에 대한 무관심적 배제를 낳는다.

이런 폭발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저자에게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더이상 신성하지 않다. 온국민이 열광해 마지않는 월드컵 열기조차도 매우 위험스럽게 비판받는다. 수십만명의 거리 응원과 '대~한민국'의 구호는 바로 내재된 국가중심주의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단층적으로 내보인다는 것이다. "온국민은 하나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162쪽). 더구나 월드컵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닌가.

이런 유형의 논리에 대하여 반박을 해보고 싶어서 흠을 찾기 시작한다. 그래, 국가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서구적 가치체계에 입각한 편향적 비판일 뿐이다. 국가를 중시하는 게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나와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것은 바로 국가다. 하지만 저자는 이미 이것을 염두에 두었다. "근대를 아직도 우리가 도달해야 할 이상으로 보는 발상은 근대적 사유의 틀에 무성찰적으로 눌러앉는 교조에 지나지 않는다"(59쪽)고 자신의 이론의 비절대적 논거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문화에서 벗어난 지 일천한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그 깊은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소중함이 국가나 집단과 대등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예측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소위 국익을 위하여 젊은이들을 전장터로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게 되는 그 날, 우리는 진정으로 새로운 존재와 관계망으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저자의 의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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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공감(0)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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