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30

[김조년] 문재인 대통령께 드립니다 < 칼럼 금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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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문재인 대통령께 드립니다
기자명 금강일보   입력 2021.06.28
 
한남대 명예교수

[금강일보] 당신께 지난 4년여 기간이 길고 지루하였는지, 아주 짧고 꿈 같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2016년 가을과 2017년 봄 기간의 숨막히듯 긴급한 상황을 지나 이른바 ‘촛불혁명’이라는 바람을 타고 당신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습니다. 인수위의 준비기간이 없이 당선증을 받자마자 곧 일을 시작해 첩첩이 쌓인 것들을 한 시도 쉼없이 해내야 하는 일상을 겪어야 했을 것입니다. 더욱이나 ‘촛불혁명’이라는 중압감과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무엇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속에서 살았을 것입니다. 일을 하고 싶지만 국회에서 소수당이었던 집권 초기에는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여 좌절되는 일들도 많을 때 답답했을 것입니다.

세계의 여러 언론들은 당신이 한 일을 매우 칭찬하고 높게 평가하지만, 국내의 주요한 언론들은 당신을 별로 좋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언론은 물론 현 정권을 비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비판은 언제나 사실과 판단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편파언론이란 사실과 판단을 뒤섞어서 주장하고 보도합니다. 그것을 정부가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경제수준과 민주화지수, 그리고 복지상황이 세계에서 상위권에 있는 우리에게는 정부권력이 할 일은 매우 좁고 제한되어 있다고 봅니다.

정권 후반부에 형성된 국회에서 여당이 절대다수를 확보하였음에도 정책과 사회개혁의 당위성과 추진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참 답답한 일입니다. 힘이 최고치에 올랐다가 급전직하로 추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대통령이 할 일은 참으로 적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 일만은 당신이 꼭 이루면 좋겠습니다. 이 강토를 평화의 땅으로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당신이 집권한 지 한 해만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세네 번씩 만난 것은 매우 탁월했습니다. 그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금방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급박한 상황이 북미 간 대립으로 치달을 때,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땅에서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온 세계에 외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하여 남북이 만나고 한미가 만나며, 마지막에는 북미가 만나게 된 것 자체로서는 누가 보아도 매우 탁월한 것이었습니다. 굉장히 많은 시민들은 무엇인가가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높은 기대감에 사로잡혔습니다.

남북간에 합의된 것들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논의된 것들을 포함하여 세밀하고 실질에 가까운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위하여 미국을 끌어들여 대화하게 한 것도 잘한 일입니다. 그러나 미국을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또 믿으려고 한 것은 잘한 일이면서 동시에 큰 잘못이었습니다. 그들이 참여하여 길게 평화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정상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 때 흐름을 보아서 미국으로부터 독립할 것을 각오하고, 남북간에 합의된 단순한 몇 가지는 우선 독자노선으로 추진했어야 했습니다. 국내외의 지지와 기대가 매우 높았던 상황은 바로 그런 일을 과단성 있게 하라는 신호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긴가민가하면서도 소박하게 미국에 기대를 가진 것을 당신은 누구보다도 뼈저린 아픔으로 느낄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 참여하지 않은 남북문제 해결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상당한 부분 남북이 독자노선으로 가면서 외교마찰을 겪지 않고는 결코 미·중의 협조나 지지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관여하고 있는 어느 외국 세력이 우리 강토의 평화체계가 견고하여 지고, 남북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겠습니까? 겉으로는 그렇게 표현할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결코 그렇게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때 할 일은 독자노선으로 나가면서 고도의 외교술과 국제정세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 좋은 기회가 이미 지나갔습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국내외의 관심이 전혀 방역과 건강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평화체제구축에는 별로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정권과 여당에 실망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부동산정책이나 적폐청산의 지루함과 정권에 참여하는 일부 인사들의 적폐상황이 드러나면서 현 정권에 대한 실망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집권할 시간도 별로 길지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할 일이 무엇일까를 집중하여 찾고 추진하여야 할 것입니다.

많은 것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매우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수준으로 올라갔던 일, 당신이 아니고는 그것을 복원하여 추진할 수 없는 일은 바로 평화체제 구축이라고 봅니다. 물론 깨어진 남북간의 신뢰와 이제 출범하여 느슨한 미국의 행정부를 설득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매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장점인 진정성과 진지함 그리고 평화에 대한 확신과 그것을 꾸준히 밀고 나가겠다는 뚝심은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외국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당신이 할 일은 우리 강토의 평화세계 구축입니다. 물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또 닫힌 북쪽의 맘을 열어야 할 매우 어려운 상황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평화와 북쪽의 민생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유엔의 제재의 틈새를 비집고, 중재자가 아니라 평화구축 당사자의 입장에서 절박한 맘으로 정성을 쏟으면 일은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입니다.

유엔의 제재라는 것도 강대세력의 이득을 대변한 것이 많기 때문에, 인도주의 입장에서 찾으면 지혜롭게 뚫고 나갈 길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판문점합의 중 남북의 철도를 잇고,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다시 열며, 서해의 평화지대를 조성하는 일을 일단 지극정성으로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없지만, 가만히 두고 둘 수 없는 일이 그 문제입니다. 지성이 지극하면 사회와 세계와 하늘이 감동할 것입니다. 특히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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