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7

YoonSeok Heo식민지 시대 대만은 발전했는가? 책 소개: 근대화론과 수탈론을 포괄하는 제 3의 이론적 대안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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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Seok 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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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시대 대만은 발전했는가?> 책 소개: 근대화론과 수탈론을 포괄하는 제 3의 이론적 대안을 찾아서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일본의 제국주의 식민지배의 성격을 두고 두 가지 입장으로 갈린다. 근대화론과 수탈론. 사실 ‘exploitation' 이란 개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착취> 와 <개발> 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이 논쟁만큼은 양 진영 간의 격렬한 감정이 동원되어 상대의 연구결과를 깎아내리기 바쁘다. 하지만 현재까지 쌓아온 관련 연구의 양적, 질적 부문의 성과들을 모두를 부정할 수는 없을 테다. 당위-목적론에 매달려 도덕주의적 담론을 구호처럼 반복하는 것은 잠시 접어두자. 특정시기 자본주의적 생산양식과 방식의 진행양식, 그 과정에서 일제가 제도화했던 여러 시장적 기제의 촉진방향, 근대적 성장과 맞물러 피식민지배인들의 생활수준이 향상정도, 향상되었다면 그 개선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관한 연구는 제 나름의 의의가 있다. 여전히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와 같은 역사상을 통해 앞으로도 이 체제가 어떠한 내-외부적 요인과 맞물려 어떻게 반응, 수용, 길항, 변용될 것인지 예측하고 대비해야한다. 
 나는 이 같은 측면에서 일본의 식민주의가 이식된 피식민국 중 조선이 아닌 ‘대만’에서의 근대적 성장과정을 정리해보기로 하였다. 국내에서는 한국의 근현대사 관련해서 풍부한 문헌과 사료, 훌륭한 학자들이 정리한 서적은 어렵지 않게 찾아 읽을 수 있기에. 하지만 대만은 생소하다. 특히 대만학자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일본의 식민주의는 대만 경제체제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이 책의 저자 커즈밍은 대만역사학계의 주류 양대 중 하나인, 일본의 독점 자본이 자본주의적 생산 확대와 집중화를 통해 기존 대만의 생산양식(미(米)작과 당(糖)작)을 분해-해체하고 농민층의 ‘프롤레타리아’ 화(化)를 촉진한다는 고전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야나이하라)을 비판하며 이는 지나치게 서구 중심주의적이며 이는 대만의 현실과 상충됨을 지적한다.
 또 다른 이론적 주축 중 하나인, 대만사회의 토착적 지배계급이었던 지주엘리트와 일본자본이 대항 혹은 병존을 통해 복수의 생산양식을 발전시킴을 주장한 투자오옌의 이론 역시 대만의 식민지 경제체제를 전부 설명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일본적’ 특수성을 강조해 서구의 식민지배와 달리 일본이 ‘발전지향적’ 이며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이론 역시 보편성을 확보하려는 실증적 이론화의 노력을 포기한 경험주의의 함정 다름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자본주의와 전(前)자본주의라는 상이한 생산양식의 운동법칙을 찾아냄과 동시에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생산양식의 연속적 측면을 파악하여 각각의 특징을 보다 완전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일제시대 대만의 근대적 성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대만 농업체제의 중요한 특성인 ‘미당체제(米糖體制)’ 에 대해 알아야 한다. 먼저 일제시대 대만의 농업체제는 일본자본의 독점과 그 지배하에 수직적 분업체계를 이룬 <가정경장식> 농업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는 서구의 보편적 식민지배 방식인 수평집중의 자본주의적 <플랜테이션(plantation)>과 배치된다. 토착농민의 저항과 경영상의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대만의 현실을 고려하여 피식민지배인들에 대한 효율적 통제, 가정농장이라는 소규모 경영에 적합한 과학기술의 개발과 확대 등을 통해 기존의 가정농장을 소멸시키지 않은 채 이를 적절히 재편하여 자본주의적 성장방식을 이룬 것이다. 
 1925년 이전의 대만의 분업체계는 크게 <수출을 담당하는 당업(사탕수수)체계>와 <내수-생계를 담당하는 미작(쌀)체계>로 이루어졌는데, 식민지 초기, 일본은 자신들이 장악한 당업자본의 시장독점에 의거하여 가정농장이 제공하는 사탕수수 원료의 가격과 공급을 통제했다. 특히 각각 사탕수수(자농)와 쌀을 재배하는(미농) 농민들의 수입을 균등하게 만드는 ‘미당비가체제(米糖比價體制)’ 의 운용 하에서는 사탕수수의 가격은 미작부문 농민들의 생계수입에 의해 결정되었다. 즉, 당업자본은 낮은 미작수입을 전제로 하는 <잉여착취 기제>를 통해 자본을 축적했다. 이는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만이 말했던 각 생산부문의 <불균형 발전론>과 더불어 <주변부 자본주의>의 구조적 성격과 같은 성격의 것이었다. 
 하지만 1925년 이후, 대만미의 생산과 수출이 일본에서의 수요폭증으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수출의 개선과 함께 미농들의 수입이 올라가며 생활수준이 개선되기 시작되었다. 자농들 역시 미농과 동등한 수익을 올리고자 당업자본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여러 투쟁을 통해 이들은 높은 사탕수수 수매가격을 쟁취하고 수매조건을 개선 및 향상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기존 당업자본이 주도하는 잉여착취 기제를 뒤흔들며 당업 이윤에 위협이 되었고 궁극적으로는 식민지 경제체제의 붕괴를 앞당겼다.  
 커즈밍은 서구학자들의 일본 식민지 개발정책에 대한 긍정적 시각에 의문을 제기하였는데 이는 대만총독부의 식민지정책의 내막은 그 실상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 주된 이유 중 하나이다. 대만총독부는 일본 자본부문을 일방적으로 지원한 대신에 대만의 내수-생계부문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총독부는 미작부문의 발전이 당업의 기존 자본축적의 기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시장에 개입하였고 여러 정치적 수단을 통해 미작부문의 생산을 억압하며 불리한 교역조건을 만들어냈다. 미작을 중심으로 상품화와 수출증대 등을 통해 생계상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않았는가의 서구학자의 반론에도 커즈밍은 이 같은 주장은 수출미와 생계미의 분화를 구별하지 않았을 뿐더러 대만 생산체계의 주요 특성인 ‘미당상극(米糖相剋)’의 관계를 무시하여 오히려 1920년대 중반 이후의 대만의 특수한 발전 원인을 오독한 것이라 지적한다. 
 끝으로 저자는 무엇보다 대만 미작부문의 1920년대 중반이후의 <균형적이고 균혜적인> 발전을 이해하려면 대만 내부의 <식민지 계급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토착자본과 일본자본의 대항이라는 프레임 이면에는 농민과 자본 간의 모순 내지 대립이 존재했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미작부문의 대만 지주엘리트 계급과 일본 농기업 자본가의 농민에 대한 지배능력은 자당부문에서의 일본 독점자본이 가진 역량보다 현저히 떨어졌고 이는 1920~30년대 말까지 미작의 호경기과 함께 미작부문에서 현저히 개선된 수익분배와 농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는 일본식민통치의 특수성과 동시에 대만사회의 계급구조에서 기인한 성격이 크기에 이를 규명하지 않으면 대만의 식민지 개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대만 식민지 역사의 경험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일본 식민주의 자체의 특수성이 아닌, 피식민지인이 어떻게 식민통치자가 강화하려는 잉여착취 기제에 저항해 벗어낫느냐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확산과 자본축적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토착의 사회경제체제와 함께 내재적인 계급구조의 변화와 그 사회적 관계를 살펴봐야지만 ‘종속’ 과 ‘발전’ 모두를 포괄하는 이론적 설명과 그 대안이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 그에 관해 한국과 일본의 근대사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들 역시 이 책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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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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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 봤습니다.
2) 주변부 자본주의와 관련된 허시먼 책은 번역된 것으로 뭐가 있나요??
3) 문장이 어렵네요~ 단문으로 쓸 것을 권합니다.
 · Reply · 20 w ·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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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YoonSeok Heo
최병천 1) 부족한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
2) 앨버트 허쉬만의 불균형성장론에서 차용한 개념을 대만의 식민지 개발전략에 빗댄 과정에서 책에 있는 원문을 인용했습니다. 사실 앨버트 허쉬만에 대해서는 다른 학자들의 인용문에서만 가끔 인용되는 부분만 기억하기 때문에 보좌관님께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국내번역서도 나와있는게 별로 없는 실정입니다.
3) 부덕의 소치입니다ㅠ 사실 이 책은 맘잡고 쓰기보다는 대여했던 책이기에 주요내용만 훝어보고 총체적으로 정리해두자는 느낌으로 오늘 시간 빌 때 써둔 겁니다. 문장을 다듬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 점, 읽는 분들을 배려하지 못한 듯 하네요. 죄송하고 충언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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