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2

Dongseok Tschoe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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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seok Tsc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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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0일은 내 손자의 생일이자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일이기도 하다]
1.
딸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모의 곁을 떠났다. 혼자서 영국의 대학을 다니면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 독일어가 모국어였기에 독문학은 취미로 했다고 들었다. 2007년 대학졸업과 동시에 런던의 카나리워프Canary Wharf에서도 빡세게 일하기로 유명한 투자은행에 취직했다.
딸이 영국인 회사에서 일하다가 가끔 지나가면서 하는 인상적인 말이 몇 가지 있었다. 그 중에 “영국애들은 꼭 쥐새끼 같다”는 말이 내 기억에 남아있다. 뒷구멍에 숨어 속삭거리면서 눈알만 굴리는 것 같다는 뜻이다. 마치 일본애들과 비슷하다고. 겉으로는 친절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영국인들 틈바구니에서 악전고투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직장 동료와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회사에서 보내주는 주말 로스쿨에 다녔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의 현대판인 주중경주말독週中耕週末讀을 했다.
3년간의 로스쿨을 꼬박 공부하고 졸업했는데도 영국인 상사는, 승진은 시켜주었지만, 변호사 자격취득을 위한 마지막 실무훈련코스를 마련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영국식 쥐새끼들이 가하는 동양 여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느낌과 함께 그 사실을 확인하고는 분기탱천했었다는 얘기도 여러 차례 들었다. 이런 얘기를 들은 부모로서 안타까운 현실이었지만, 딸에게도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어보였다. 
그런 경험을 통해 영국인들을 다루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맡은 직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를 내면 된다는 것이었다.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감을 드러내면 쥐새끼들도 반응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참 좋은 전략이었다. 부서에서 딸이 맡은 직무의 성과가 없으면 회사의 일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 챈 상사는, 딸이 다른 회사로 전직할까봐 결국은 실무훈련기회를 제공했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런던의 금융중심지인 시티City of Lodon와 카나리워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적군과 아군을 예민한 전투감각으로 분별하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딸에게서 뿜어나오는 한국인의 악바리근성이 쥐새끼들의 방해공작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근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2.
어쨌든 인류는 이런 전쟁터에서도 아름다운 연애와 사랑은 잊지 않는다. 로스쿨에서 파란 눈의 영국인 청년과 눈이 맞아 함께 법학을 공부하면서 사귀기 시작했고 주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결혼했다. 2015년 결혼한 이후에도 애 없이 둘이 잘 살고 있었다. 
아내는 은근히 손자를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굳이 애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각자의 인생은 각자가 책임지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식들에 대한 내 가르침은 간단하다. “각자 알아서 한다.”
3.
그런데 요즘 보니까, 부모가 마치 자식들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 같은 멍청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고등학생을 아인슈타인이나 파인만을 넘어서는 세계적인 천재로 만들어버린 등신 같은 부모가 생겨난 것이다. 그렇게 살면 자식들이 출세하고 행복할 것 같아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자식들이 오히려 정신적으로 피폐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자식들이 허황되고 거짓된 인생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생은 자기 스스로의 능력에 걸맞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 세상사에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험할 때, 나아가 절망과 고통의 의미를 이해할 때, 그리하여 자신의 정체성이 확고해질 때 행복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래야 오히려 삶은 풍요로워지고 인류문명의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부모가 자식의 스펙을 만들어주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한동훈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조차 구역질이 나려고 한다. 그래서 자식들이 허위스펙으로 출세하여 호의호식하면서 살아가게 하는 것은 인류문명을 후퇴시키는 일이다. 왜냐? 능력이 없는 자가 큰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그런 상황에 빠져있다. 윤석열이 얼마나 무능한 사람인가를 생각해보라.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견고한 카르텔을 형성해서 오만가지 부정부패를 일삼아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회학, 법학, 정치학, 경제학 등을 전공한 학자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 거의 말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대학교수입네 하는 어쭙잖은 타이틀에 안주하면서 윤석열과 그 가족의 부정부패와 패역한 행태에 대해 준엄하게 비판하지 않는 자들이야말로 비겁한 자이며 문명의 발전을 훼방하는 자라고 생각한다.
4.
지난해 딸은 애기를 낳기 위해 1년여의 출산휴가를 얻어 귀국했고 벌써 1년이 지났다.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는 아내와 나는 외손자의 돌잔치를 가족끼리 모여 소박하게 치렀다. 다음 달 초에는 영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딸은 한국에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서 한국회사에서 직업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사돈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영국에서의 급여수준을 충분히 맞혀주고 스톡옵션도 주겠다는 한국회사도 있었으나 변호사로서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커리어를 위해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영국의 시어머니는 손자가 영국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기뻐서 눈시울이 촉촉해졌다나 어쨌다나. 
70대 중반인 사돈집안도 위로 딸 둘 막내로 아들 하나뿐인데, 헐스톤Hurlstone이라는 성을 가지고 대를 이을 하나뿐인 손자가 온다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영국의 전통도 아직까지는 그런 모양이다. 하긴 헨리8세가 아들을 못 낳은 부인 때문에 오늘날의 성공회를 만든 장본인이 아니겠는가. 노인들이 갖는 아들에 대한 집착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사한 것 같다. 우리보다 훨씬 개명했다는 영국인들도 저러니.
그런데, 한 가지 웃긴 것은 딸이 낳은 애기를 보고는 한국인과 영국인의 반응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인은 애기를 보자마자 서양인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햇빛이 비치면 눈동자에서 약간의 푸른색이 감도는 것을 보면 틀림없는 서양인이라는 반응이다. 웬걸 사돈집안 사람들의 첫눈에는 애기가 동양인으로 보였다. 
같은 대상을 이렇게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인간의 진실한 모습이다. 이렇게 같은 대상을 놓고도 서로 다른 생각, 가치, 신념, 해석을 가질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일상에서 겪었던 누적된 경험의 차이에서 온다. 이 차이를 극복하는 것 또한 인간의 능력이다.
5.
아무튼 5월10일은 손자의 생일이다. 나는 이 손자가 살아갈 조국의 미래를 먼저 생각했다. 무속에 빠진 윤석열의 취임식을 보지 않은 것은 내가 윤석열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내 손자의 미래와 그 아이의 소박한 돌잔치가 허황된 취임사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우리 문명의 발전에 공헌하는 사람을 찾아내어 그를 지지할 뿐이다. 내 자식도, 손자도, 그리고 그 후손들도 모두 인류문명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후기) 
이 사진은 조우혜 사진기자(프리랜스)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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