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0

손민석 윤석열 정부의 인선을 보면 처참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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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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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인선을 보면 처참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이다. 

이 사람의 세계관이 훤히 보인다. 그 지지자들이나 지도자나 생각하는 수준이 너무 조잡하다.

 한 마디로 이 세계관은 전문가적 세계관이다. 관료 출신과 검찰 출신을 결합한 내각을 보고 있으면 '정치'라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너무 명백하게 보인다. 정치, 정치인에 대한 혐오로 구성되어 있다. '부패한 운동권의 기득권 카르텔'과 다른 전문적이고 능력 있는 엘리트 관료 출신들로 내각을 구성하겠으며, 대의제 기구와 정치를 우회하여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행정"을 하겠다는 의지가 너무 뻔히 보인다. 기가 막힐 정도이다. 성공할 수가 없다.

 이 나라는 이승만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대통령들이 박정희 식의 "행정가형 대통령"을 이상향으로 추구해왔다. 거의 예외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예 국가를 회사로, 대통령을 CEO로 생각하고 기업운영하듯이 국가운영을 하려다가 임기 초반부터 대중적 저항에 부딪혀 좌초했다. 문재인이 왜 실패했나. 그렇게 하다가 정치를 못해서 실패한거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니 아무말도 안하겠다고 뒷짐지고 간신배들만 날뛰게 했다. 그 실패를 더 급진적으로 답습하겠다고 한다. 될 리가 있나.

 근대 사회에서는 모든 이해를 초월한 보편적 이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그 보편적 이해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게 대의제 기구이다. 헤겔이 계속해서 말하듯이 대의제를 통해서 사적 이해가 보편적 이해로 전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행정부는 그렇게 이미 '즉자적'으로 보편화된 업무를 갖고 있지만, 그 보편화된 업무는 대의제를 통해 "대자적"으로 보편화 될 때에만 비로소 시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저 의회가 민족정신의 수준을 보여주는거라고 헤겔이 말하는거다. 이 대의제를 우회하고자 하는 욕망을 근대적 독재, 보나파르티즘이 보여줬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보나파르티즘을 지향하며 정치를 행정으로 바꾸려 노력해왔다. 왜 87년 이후 계속 대통령이 퇴임 이후 화를 겪는가, 정치를 안 하고 행정을 했으니까.. 행정의 희생자들이 가만 있을 수가 없으니까. 보편화되지 못한 행정은 사적인 이해의 추구와 다르지 않으니까.. 부르주아 정치가 환상을 내걸어야 나같은 좌파들이 이게 다 부르주아적 환상이고 어쩌고 하는데 환상조차 없다.. 

 그런데도 수십년째 정치인 욕하고, 정당을 기득권자들의 모임이라 멸시하면서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다. 이정도면 우리집 고양이도 이제 정당과 대의제 기구를 중시해야겠구나, 정치를 좀 제대로 해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할텐데.. 아직도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국민 그놈의 국민
 헤겔 표현에 따르면 아무것도 아닌 nobody들, 존재하지도 않는 국민이란 허상을 좇고 있다. 이게 되겠나.. 

문재인은 정당을 무시한다는 최장집의 비판에 정당을 조직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은 일단 선거에서 승리해야 생긴다며 승리한 다음에 자기도 정당조직 잘 정비해서 정당정치 할 것처럼 답변하더니 결국 안 했다. 

남은 게 뭔가? 관료들의 행정처리밖에 없다. 정치가 실종된 곳에 행정, 그것도 개인화된 행정만 남는다. 개인화된 행정은 보편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5년마다 뒤집고 뒤집고 또 뒤집고.. 답답하다. 뻔히 보여서 너무 답답하다. 정치인이 정치를 안 한다고 선언하는데 왜 좋아하나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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