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9

“책 하나로 맺어진 ‘김동수 선생 유산’ 책으로 나눕니다”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책 하나로 맺어진 ‘김동수 선생 유산’ 책으로 나눕니다”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책 하나로 맺어진 ‘김동수 선생 유산’ 책으로 나눕니다”

등록 :2021-11-29
 
김경애 기자
 
원광대 이재봉 교수 ‘책 나눔’ 화제
이메일 소식지 ‘남이랑북이랑’ 통해
‘평화통일 관련 책 5권씩 100명에게’

재미 통일운동가 고 김동수 교수
지난 5월 별세 뒤 ‘유산 송금’
“2015년 ‘이재봉의 법정증언’ 애독”

고 김동수 교수가 2006년 미국에서 귀국한 뒤 모교인 숭실대 초빙교수로 활동할 때 모습이다. 숭실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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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선생의 유산 나눠 드립니다.”

통일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이재봉 원광대 교수가 지난달말 전자우편으로 발송한 ‘남이랑북이랑’ 소식지의 제목이다. 그는 1999년부터 ‘남이랑북이랑’을 통해 펼쳐온 활동을 인정받아 2019년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받았다.


“지난 5월 미국에서 돌아가신 김동수 교수(장로)의 유산을 좀 물려받았습니다. 고인 유언에 따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제가 재산 일부를 상속 받은 거죠. 다양한 사회사업과 평화운동으로 재산 모을 틈이 없었을 텐데도 ‘전두환 전 재산’의 7배나 보내주셨습니다. 선생의 거룩한 삶과 숭고한 정신을 널리 알리고 기리며 평화와 통일로 함께 나아가기 위해 여러분에게 조금씩 나눠 드리겠습니다.”

이 교수는 “선생의 값진 유산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곰곰 생각하다 책 선물을 떠올렸다”며 책 5종을 골라 100명에게 나눠주기로 하고, 새달 13일까지 신청을 받고 있다. 그가 이처럼 책을 나누기로 한 까닭은 고 김동수 선생과 인연이 오로지 책으로 맺어진 까닭이다.



“2015년 어느 날 <이재봉의 법정증언>을 감명 깊게 읽었다며 김 선생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30권을 구입해 지인들에게 나눠주셨다더군요. 따로 책 4권도 보내주셨어요. 김 선생 선친의 생애와 사상을 소개한 <김예진>(쿰란, 2010), 모친의 기록 <나라 사랑의 가시밭길에>(쿰란, 2010), 김 선생의 산문집 <귀하고 아름답고 신비한 공짜>(한울, 2012), 시집 <오늘의 이별은>(서울문학출판, 2013). 그렇게 책을 통해 서로 알게 된 겁니다.”

고 김동수 교수는 1936년 북한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때 부모를 따라 내려온 뒤 56년 숭실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1960년대 미국에 유학해 피츠버그 대학에서 목회학 석사와 사회사업학 석사를 받았고, 1976년 시카고대학에서 철학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노퍽주립대학에서 30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1972년 박정희 유신독재가 시작되자 시카고지역에서 한국 민주화운동을 이끌다, 80년대부터는 남·북한을 오가며 평화와 통일에 헌신했다. 2005년 은퇴한 뒤 이듬해 귀국해 한동대와 숭실대 등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때 북한군에게 희생당해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묻힌 선친 고 김예진 목사의 묘를 참배한 고 김동수 교수. 유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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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김 선생이 돌아가시기 직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 제목으로 썼던 글을 통해 고인과 집안 내력을 소개했다.

‘1898년생 아버지 김예진은 1917년 평양숭실대 2학년 때 자주독립을 위한 애국 연설하다 무기정학 당했습니다. 1919년 3·1운동 평양숭실대 주도자로 체포돼 감옥에 갇혔습니다. 출옥 뒤 상하이로 탈출해 김구와 활동하며 평안남도 도청에 폭탄을 던지기도 하고 상하이 일본영사관 폭탄 투척에도 연루되어 평양으로 압송당해 다시 투옥됐고요. 나중에 평양신학교 졸업해 목사가 되었고, 해방 후 남쪽에 내려와 10여개 교회 개척하고 신학교수도 지냈습니다. 한국전쟁 중 서울서 북한군에 잡혀 총살당하고, 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묻혔습니다.’ ‘1895년생 어머니 한도신은 독립운동가 아내로 모진 고초 겪으며 평생 가시밭길을 걸었습니다. 1919년 수많은 태극기를 만들어 3·1운동에 참여했고, 1922년 상하이로 건너가 임시정부 김구, 안창호, 여운형 등을 가까이 모시면서 항일투쟁에 헌신한 거죠. 친정이 평양 김일성 집안과 가까운 사이였지만, 해방 후 김일성 권유대로 평양으로 가지 않고, 김구 따라 서울로 들어와 1949년 6월 경교장에서 백범의 죽음을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1963년 서울시 모범어머니상을 받았습니다.’

이 교수는 “목사 아버지가 한국전쟁 중 서울에서 북한군에 체포돼 가슴과 등에 ‘민족반역자’와 ‘딸을 미제에 팔아먹은 목사놈’이란 죄패를 두르고 끌려다니다 처참하게 총살당했는데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 가르침에 따라 민족화해와 협력에 앞장선 분”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을 이어준 <이재봉의 법정증언>(들녘, 2015)은 이 교수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북한 연구나 통일운동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양심수들을 위해 10여 차례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을 풀어쓴 책이다.

이 교수는 이 책과 관련해 고인의 부인 백하나 교수가 엮은 김 선생의 팔순기념 회고록 <하나 됨을 위하여>(한울, 2016)에 나오는 일화도 소개했다.

“2015년 4월 김 선생께서 평양에 들어갈 때 여행 중 읽던 책 2권을 공항 세관에서 압수당했답니다. ‘조국에서는 외부의 서적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선생 나가실 때 다시 가져가도록 여기 보관해 놓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 중 한 권이 <이재봉의 법정증언>이었다는군요. 일주일 뒤 평양 떠날 때는 기차를 이용하는 바람에, 안내를 맡던 해외동포원호회 부국장에게 공항 세관에 보관 중인 제 책을 선물로 드렸답니다.” 김 선생은 이 일화와 관련해 “혹시 의도하지 않은 밀수출로 저자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반대로 외지 무료 택배 봉사를 고마워하지 않을지 궁금하다. 혹시 고무줄 같은 국가보안법 어느 조항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덧붙였다고 했다.

또 다른 3권은 평화운동가인 정지석 목사가 운영하는 철원 국경선평화학교에서 2016년 펴낸 ‘석학과의 대화’ 강의록 시리즈로, 각각 100쪽 안팎 소책자이다. <피스메이커 김동수 이야기> <피스메이커 한완상 이야기> <피스메이커 서광선 이야기> 등이다. <통일대담: 역사.문학.예술 전문가에게 듣는 평화와 통일>(사람과사회, 2020)은 이 교수가 진행한 ‘2020년 원광대 명사초청 통일대담’ 수업에서 역사, 문학, 예술 분야 최고전문가들과 나눈 이야기를 풀어준 책이다. 이재봉·박맹수·한완상·이만열·한홍구·정창현·황석영·임헌영·신학철·백자·권병길·김재용 공저이다.

“선생 부부를 주인공으로 한반도 민주화와 통일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라는 원로 언론인을 비롯해 110명 정도가 신청을 했어요. 출판사들은 유산 분배에 적극 동참하겠다며 책값 받지 않겠답니다. 유산 신청자 중엔 10배 송료를 보낸 분도 계시고, 청년학생을 위해 대신 2배 송료 보낸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2주 사이 6천여명의 이메일 수신자들로부터 들어온 다양한 호응을 전하며 “재고가 없어 부족한 책도 있지만 다른 책으로 골라 보낼 수 있다”며 추가 신청을 요청했다.

 전자우편(pbpm@hanmail.net)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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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동수, ≪평화, 하나됨을 향하여≫, 국경선평화학교, 2022.2
 
작년 10월 “김동수 선생 유산 나눠 드립니다”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쓴 글 기억하시죠? “지난 5월 미국에서 돌아가신 김동수 교수/장로 유산 좀 물려받았습니다. 고인 유언에 따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제가 재산 일부를 상속 받은 거죠. 다양한 사회사업과 평화운동으로 재산 모을 틈이 없었을 텐데도 전두환 전 재산의 7배나 됩니다. 선생의 거룩한 삶과 숭고한 정신을 널리 알리고 기리며 평화와 통일로 함께 나아가기 위해 여러분에게 조금씩 나눠 드리겠습니다.”
그 김동수 선생의 유고집 ≪평화, 하나됨을 향하여≫가 지난 2월 출판됐는데 거기에 실은 제 짧은 추천사 겸 서평을 그대로 올립니다. “저는 김동수 선생님의 사랑을 크게 많이 받았습니다. 2015년 발간한 제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며, 선생님의 산문집과 시집 그리고 아버님과 어머님에 관한 책들을 보내주시더군요. 목사 아버님께서 1950년 한국전쟁 중 북한군에 처참하게 총살당했는데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 가르침에 따라 민족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와 통일에 앞장서신 선생님의 거룩한 삶을 알게 됐습니다. 2016년엔 ≪피스메이커 김동수 이야기≫도 읽고, 8순기념 회고록 ≪하나 됨을 위하여≫도 정독했습니다. 2021년 돌아가신 뒤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한 번도 뵌 적 없는 제가 유산 일부를 물려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 원고를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유학생과 교수로 수십 년 살면서 지켜보신 미국의 ‘비극’과 ‘불편한 진실’이 특히 인상적이군요. 선생님의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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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됨을 위하여 - 팔순 기념 김동수 회고록 
백하나 (엮은이)한울(한울아카데미)201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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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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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독립운동가이며 인민군의 총에 순교한 김예진 목사의 둘째 아들 김동수 박사의 회고록. '하나 됨을 위하여'는 회고록의 주인공 김동수 박사가 평생 열망해온 소원이다. 그의 삶의 동력이자 신념이며 소원인 '하나 됨'이 다섯 개 장으로 정리되어 있다.
목차
1장 추억의 사진

2장 고마운 벗들의 글

3장 살아온 이야기: 전반부
1. 해방과 분단
2. 전쟁과 학교생활
3.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4. 유학길에 오르다
5. 사회사업에 눈뜨다
6. 조국의 현실과 장기전 준비
7. 두 편의 시

4장 민족 화해의 먼 길을 찾아서_김동수
1.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곳
2. 평양의 어제와 오늘
3. 갈라진 민족의 상흔
4. 북한 사회주의의 명암
5.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 부담
6. 하나라는 이름으로
7. 우리에게 주어진 화해의 사명

5장 하나 됨을 위한 고민_김동수
1. 친애하는 애국 교포 여러분!
2. 박 군에게 보내노라
3. 이때에 우리 교회는 침묵을 지켜야 하는가
4. 사회복지국가
5. 사회정의와 인간 존엄성
6. 미국의 정책과 평화 구축을 위한 몇 가지 제안
7. 우리는 하나다
8. 나는 무엇을 믿는가?

접기
책속에서
P. 169
그 혼란기에 중국인 폭도들이 밤마다 신시가로 몰려와 약탈과 살인, 방화를 저질렀다. 피해자 대부분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조선 사람들이었다. 중국인 이웃들이 우리 집을 지켜주었지만 늘 무서운 밤이었다. 어린 나는 해방이 우리에게 소중한 것임을 직감했지만, 그 자유가 또한 불안을 가져오는 것을 보았다. (3장)
P. 176
긴 여름은 잔인할 만큼 무덥고 처참했다. 우리 동네 바로 옆 남산 기슭에 이북 피난민들이 내려와 만든 ‘해방촌’이 있었는데, 어느 새벽에 그 많은 군용 천막이 폭격과 기총소사로 커다란 공동묘지가 되고 말았다. 한 시간도 안 걸린 콩 볶는 소리가 한평생 끊어지지 않을 수많은 통곡 소리로 이어졌다. (3장)
P. 195
처음 찾아간 숭실대학교는 상도동 언덕 민둥산에 2층 석조 건물 하나와 2층 목조 기숙사 하나가 달랑 서 있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신설 대학이었다. 그러나 보이는 것만이 세상의 모두가 아니며 또 가장 중요한 것도 아니다. 철학적으로 생각할 때 나는 화려한 시설보다는 바른 정신을 배우는 빈터에서, 그리고 현실적으로 따질 때 늘 돈에 얽매여 불안한 학창 생활보다는 안정된 학구 활동에서 더 의미를 찾을 듯싶었다. (3장)  접기
P. 225
나는 원칙적으로 ‘신학 공부가 반드시 목사라는 직업 취득’만을 위한 것이라든가, ‘목사는 반드시 교회를 돌보는 목회자의 직능’만을 위한 것이라는 통상 관념에 동의하지 않았다. 나는 신학을 잘 아는 평신도로서, 또는 목사이지만 특수 분야나 특수 목회, 이를테면 문서 운동, 교회 행정, 봉사 사역의 전문가로서 살아가는 데 관심이 더 ... 더보기
P. 230
과거에는 소년범을 감옥 같은 소년원에 수감하고 온갖 억압적인 체벌로 다스렸는데, 그들은 퇴소할 때 더 지능적인 범죄 기술을 배워 사회에 나가 더 큰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그래서 펜실베이니아 주 정부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주 안에 이러한 센터 14개를 만들어 상담과 환경을 통한 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처벌이 아니라 회복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3장)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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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나 (엮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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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1년 중국 북경 출생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학 학사
· 피츠버그 신학교 종교교육 석사
· 피츠버그 대학 사회사업 석사
·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철학 박사(사회복지연구)
· 쿡 카운티 공립학교 시스템(Cook County Public School System) 학교 사회사업가
· 테네시 대학 아동발달연구소(UT Child Development Center) 사회사업가
· 노퍽 주립대학 교수(2005년 은퇴)
· 버지니아 대법원 공인 중재사
· 베이사이드 장로교회 장로
·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숭실대학교 강사 접기
최근작 : <하나 됨을 위하여>


출판사 제공 책소개

‘김예진’과 ‘하나 됨’이 이뤄낸
고독한 낙관주의자의 기록

이 책은 독립운동가이며 인민군의 총에 순교한 김예진 목사의 둘째 아들 김동수 박사의 회고록이다.
회고록의 시작을 장식하는 아버지는 추억이 아닌 삶을 지배하는 스승으로 그를 인도하는 듯하다. 만주에서 해방을 맞고 북이 아닌 남에 정착하기까지, 6·25 전쟁의 폐허 속에 삶을 영위하는 데도, 그리고 평생 학자로서의 길을 시작하게 한 숭실대학교 입학에도 순교한 아버지는 늘 함께했다. 미국에서 그가 보여준 행동하는 신앙인이자 지식인으로서의 행보 역시 김예진 목사의 아들이기에 가능했음을 짐작케 한다.
‘김예진’ 목사와 함께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하나 됨’이다. 상징, 관계, 삶, 남북, 고민 등 이 책을 이루는 다섯 개의 장은 모두 ‘하나 됨’으로 수렴된다. 김동수 박사가 말하는 평생의 소원 ‘하나 됨’은 김예진 목사와 함께 그를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이끌고 간 동력이었다.
두 개의 키워드와 다섯 개의 퍼즐이 만들어내는 이 회고록을 통해 일상과 사회 모두에서 실천적 삶을 살아온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민족 분단의 길 위에서 만나는 노학자의 염원,
다섯 조각 퍼즐이 맞춰내는 ‘하나 됨을 위하여’

‘하나 됨을 위하여’는 회고록의 주인공 김동수 박사가 평생 열망해온 소원이다.
그의 삶의 동력이자 신념이며 소원인 ‘하나 됨’이 다섯 개 장으로 정리된 이 책은 한 개인의 단순한 기록이기보다 한국 현대사의 한 조각을 이루는 역사다.

첫 번째 퍼즐: 순간의 기록
이 책은 여느 회고록과 조금은 색다른 구성을 보인다.
여타의 회고록이 그렇듯 첫 번째 장은 필자가 살아온 세월을 순간으로 간직한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몇 장 되지 않는 사진으로 80년의 세월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지만, 그의 행보의 일단은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부부의 모습은 이 책의 제목을 온전히 상징한다.

두 번째 퍼즐: 벗들의 기록
두 번째 장은 지나치다 할 만큼 많은 지인의 글로 가득 차 있다. 서른여덟 편이라는 상당한 분량 때문에 이 책이 과연 회고록인지 잠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런데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강산을 여덟 번 바꾼 세월 켜 켜에 이어진 인연이 그의 삶을 온전히 노래하는 듯하다. 한 번은 넘어야 할 통과의례처럼 떡 하니 자리 잡은 그 많은 글은 김동수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어디선가 그를 만나본 듯한 기시감을 유발한다. 이 글들을 거치지 않으면 자신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도달할 수 없다는 듯 독자들을 이끈다. 지나온 세월 속에 관계의 하나 됨을 추구한 그의 인생이 하나의 퍼즐처럼 놓여 있다.

세 번째 퍼즐: 반세기의 기록, 남겨진 여운
이 책은 세 번째 장에 가서야 드디어 부제에 걸맞은 본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20년의 ‘더 가짐 인생’을 살고 있다는 팔순의 필자는 반세기의 기록만을 남겼을 뿐이다. 갑작스러운 기획으로 집필할 기간이 짧았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이 책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어쩌면 의도된 듯도 한 또 하나의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 구순을 위한 빈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인생의 후반부를 여운으로 남긴 것이다.
그의 회고록은 김예진 목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필자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 김예진 목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부친 김예진은 일찍부터 민족의식에 눈을 떠 3·1 운동 직후 상해로 건너가 김구 선생을 곁에서 모셨으며, 임시정부의 일원으로 평안남도 도청 폭파 사건, 상해 일본 영사관 폭파 사건 등 독립 투쟁을 하다가 체포되어 2년 6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한 인물이다. 출감 후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 생활을 시작한 그는 신사참배를 끝까지 거부해 일제의 탄압과 감시를 받았다. 해방 후에는 전국을 순회하며 전도에 힘쓰다가 6·25 전쟁이 일어난 1950년 인민군에게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받고 총살되었다.
아버지의 순교는 6·25 전쟁부터 대학 생활에 이르기까지 삶을 이어가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부산의 미실회, 서울의 순혜원, 숭실대학교 입학까지 아버지는 부재했지만 필자의 길에는 언제나 아버지가 있었다.
서울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태국 선교사로 파견된 누나 부부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간 필자가 처음으로 품은 꿈은 목회자였다. 부친의 길을 따라 모친의 뜻에 따라 목회자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사람들의 질문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 할 만큼 다소 복잡한 이유로 목회자를 포기하고 그는 사회사업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의 아버지가 해방과 독립을 위해 헌신했듯이, 그는 학위를 위한 공부를 하면서도 한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행보를 계속했다. 시대의 고비마다 자신의 뿌리를 인식하고, 삶의 중요한 가치를 되물으며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는 언제나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회고록은 그의 소원인 ‘하나 됨을 위하여’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네 번째 퍼즐: 화해를 위한 기록
네 번째 장은 2015년에 북한을 다녀와 남긴 방문기다. 공식적 방문이 아닌 민간 지원 차원의 방문에 동참한 것이다. 폴 유 목사 부부와 함께한 이 방문을 통해 그는 북한이 결코 ‘인민의 낙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지옥’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 나름의 의미와 목적, 심지어 행복감까지 느끼며 생활하는 ‘사람 사는 곳’이라는 주제가 방문기 전반에 흐른다. 비행장에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삭제당한 입국기를 시작으로 평양의 거리, 평성애육원, 애국렬사릉, 전승기념관, 낙랑농장, 평양 봉수교회, 조카들과의 만남, 어린 시절 지내던 만주 봉황성 등을 방문하며 느낀 소회를 담았다. ‘하나 됨을 위하여’라는 제목을 통해 처음으로 떠올릴 수 있는 분단의 극복이 이 장을 통해 뚜렷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섯 번째 퍼즐: 행동하는 신앙인으로서의 기록
다섯 번째 장은 소논문 여덟 편으로 구성되었다. 그는 통일 문제에 대해 지면에 글을 발표하고 연구해왔지만, 그 많은 것을 이 책에 모두 싣지 못하는 아쉬움을 소논문으로 대신했다. 다만 행동하는 지식인이자 신앙인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짧은 글들을 통해 ‘하나 됨을 위한’ 그의 고민이 과거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김동수
· 1936년 평안남도 덕천 출생
· 숭실대학교 철학 학사
· 피츠버그 신학교 목회학 석사
· 피츠버그 대학 사회사업 석사
· 시카고 대학 철학 박사(사회복지정책, 행정)
· 테네시 대학 조교수
· 노퍽 주립대학 교수(현재 명예교수)

· 버지니아 대법원 공인 중재사
· 베이사이드 장로교회 장로
· 한동대학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숭실대학교 초빙교수
· 수필가(한국산문작가협회), 시인(순수문학) 등단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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