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31

식민지배의 ‘불법성’ 논의 -법적인 문제로 배상이 어떻고 보상이 어떻고 이런 식으로 가면 정말 곤란


손민석
25 July at 16:29 ·


나는 일본국이 문명국이라면 당연히 식민지배의 부당성을 인식해야 하고 그것에 대해 명시적인 언급을 하는 게 옳다고 보지만, 식민지배의 ‘불법성’ 논의는 또 다른 것이다. 그러면 합법적인 식민지배는 옳은가? 곤란한 주장이다.


법적인 판단으로 역사적 현상의 정당성 유무를 판단하는 일은 좋지 않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제와 그 하위 체제인 한일협정은 식민지배를 청산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다. 
일본제국이라는 제국을 다른 연합국이라는 제국들이 전후 처리를 통해 재편하려 한 조약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일본제국과의 교전국이라는 자신의 주장과 달리 “패전국의 영토”로 취급되며 식민지배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다시 그 문제를 주장하는 건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법적인 문제로 배상이 어떻고 보상이 어떻고 이런 식으로 가면 정말 곤란하다. 각자의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1. 독일만 해도 이 문제를 어떻게 빠져나가는가. 독일은 분단당하는 바람에 연합국과 평화협정을 맺지 못했다. 그래서 통일 이후인 지금까지도 일본과 달리 아직 연합국과 평화협정을 맺지 못했다. 평화협정을 못 맺었으니 아직 배상에 관련된 규정을 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식민지배, 민간인 인권 문제 등에 대해 배상할 것을 거절한다. 
  2. 그나마 이탈리아는 리비아에 매년 2억 불이었나 그걸 투자하는 걸로 배상했는데 이것도 사실 난민 문제 등이 얽혀 있어서 그런 것도 있다. 
  3. 영국과 프랑스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상황이 비슷하다.


냉전으로 억눌렸던 피식민사회의 요구가 여기저기서 분출되고 있는 게 현재의 국제정세인데 이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지, 그저 일본 하나 이겨먹으려고 법적으로 이게 보상이고 배상이고 어쩌고.. 좀 크게 보았으면 좋겠다

한국이 좀 아시아 민주주의 선진국으로서 국제관계도 우리가 어떻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보자, 일본도 같이 변하자 이런 방향으로 갈 생각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의미없는 소리인 걸 나도 안다.




23이권희 and 22 others


Jung Wook Kim 조국수석과 민주당이 이런 내용을 부정하고 있는 건 정치적인 공세라고 봐야할까요. 율사출신들이 많은데 왜 법해석을 국제법이 아니라 자기 기준에서 해서 선동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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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25 July at 14:54 ·



1945년 이후 해방인가 분리인가 라는 문제에서 국내의 여론은 일관되게 해방을 지지했지만 국제적으로는 분리에 가까웠다. 나는 결국에는 해방의 논리가 관철되는 국제질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분리의 논리는 냉전 질서 하에서 유지될 수 있었지, 지금은 어렵다고 본다.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는 시점이라 생각하는데, 그 과정이 보다 비용이 적은 방향으로 이뤄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비용이 너무 크다. 일본 내부의 리버럴, 좌파들을 변화시키는 큰 기획을 갖고 가야 하는데..

손민석
25 July at 11:58 ·



"ㅇ 청구권협정을 통하여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불은 개인재산권(보험, 예금 등), 조선총독부의 대일채권 등 한국정부가 국가로서 갖는 청구권,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임

ㅇ 청구권협정은 청구권 각 항목별 금액결정이 아니라 정치협상을 통해 총액결정방식으로 타결되었기 때문에 각 항목별 수령금액을 추정하기 곤란하지만,

- 정부는 수령한 무상자금중 상당금액을 강제동원 피해자의 구제에 사용하여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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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다시 말해서 2005년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는 징용피해자를 청구권 협정에 의한 "해결대상"에 포함된다고 이미 언급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청구권 협정의 해결대상이 아니라 볼 수 있는 범주로는 "위안부, 원폭피해자, 사할린 동포" 등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꼽고 있다.

2012년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2005년 정부의 입장을 부정하고 이들 징용 피해자들이 해결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여기에 더해 기존의 해결대상이 아니라 한 위안부, 원폭피해자, 사할린 동포 외에도 대법원은 일본에 의한 국외강제동원으로 인한 부상자(원폭피해자를 포함)나 생환자에 해당하는 이들에 대한 배상 책임 또한 일본 기업이 지고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국내판결도 뒤집은 것인데, 이미 미쓰비시 사건과 신일본제철 사건에서 한국의 부산지방법원, 부산고등법원 등은 일본 히로시마 고등재판소 등의 판결의 기판력과 소멸시효를 인정하여 기각 또는 원소패소판결을 내렸다. 신일제철의 경우에는 오사카 지방재판소와 고등재판소 등에서 모두 기각되었고 최고재판소에서도 상고기각 및 상고불수리 결정으로 확정된 것을 2005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요구하며 소를 제기했지만 역시나 각하당했다. 서울고등법원 또한 2009년 동일한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였다.

문제는 이제 이 다음인데, 두 사건의 원고들은 이제 2012년 대법원에 상고를 하게 된다. 이때 대법원은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의 판결을 파기 환송한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결국 2005년 당시 한국 정부가 언급한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일본정부․軍 등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징용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왜 그러한가? 식민지배에 대한 한일 간의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식민지배가 불법인지 아닌지 한일간에 판명이 나지 않았기에 일본 식민지배라는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의한 배상이 이뤄졌다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징용 피해자 보상받았다고 한다면 징용을 행한 국가권력의 행사가 불법적인 행위였음을, 즉 더 나아가자면 식민지배가 불법성을 지니고 있었음을 인정했어야 했는데 한일협정은 이를 애매모호하게 처리했기에 징용에 대한 청구권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판결문이 열거하고 있는 대일청구 8개 요강의 제5항은 "한국법인 또는 한국 자연인의 일본은행권, 피징용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여기에 핵심이 있다) 및 기타 청구권 변제 청구"이라 되어 있다. 즉 다시 말해서 "피징용한국인"에 대한 "보상금"이 명기되어 있다. 이렇게 본다면 강제징용피해자의 청구권과 관련하여 청구권 협정이라는 조약은 별다른 해석이 달리 필요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언급되어 있다.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1, 일본의 태도가 상당히 오락가락한 지점이 없잖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은 2012년의 판결에 일정정도 책임이 있다. 보상이라는 늑대를 피하려다가 2012년 판결이라는 호랑이를 만난 것인데. 본인들이 65년 협정의 해석을 흔든 면이 없잖아 있다. 다음으로 2, 조금 더 인권친화적인 법리해석으로 바뀐 맥락이 있다. 사회 변화에 따른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

그러면 한국 정부의 이 점에 대한 해석은 어땠는가? 1965년 한국 정부에서 발간한 공식해설책자에는 "피징용자의 미수금 및 보상금에 관한 청구"가 "완전 그리고 최종적으로 소멸케"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그에 따라 한국 정부는 1971년 대일민간청구권 신고에 관한 법률을 마련해 74년에 공포하였으며 그에 따라 일화 1엔당 30원으로 환산하여 강제징용피해자 중 "사망자에 한하여" 1인당 30만원을 지급하였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역시나 한국 정부가 배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2005년 한국 정부로 돌아가보자.

"- 정부는 수령한 무상자금중 상당금액을 강제동원 피해자의 구제에 사용하여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됨"

"ㅇ 그러나 ‘75년 우리정부의 보상 당시 강제동원 부상자를 보상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도의적 차원에서 볼 때 피해자 보상이 불충분하였다고 볼 측면이 있음"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2009년 외교통상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서 다시 한번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공탁금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을 통하여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불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일본 정부에 대해 청구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움" 즉 어느모로 보아도 한국 정부는 1965년 이래 2012년의 판결 이전까지 일관될 정도로 명확하게 징용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협정을 통해 지급받은 3억 불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것을 뒤집은 게 2012년 판결이다. 문제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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