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8

호사카 교수 일본의 계산된 경제 도발…대법 판결 정당성 세계에 알려야

일본의 계산된 경제 도발…대법 판결 정당성 세계에 알려야 - 중앙일보



일본의 계산된 경제 도발…대법 판결 정당성 세계에 알려야 - 중앙일보

일본의 계산된 경제 도발…대법 판결 정당성 세계에 알려야
[중앙선데이] 입력 2019.07.27
기자배명복 기자


[배명복의 사람속으로] 한·일 갈등, 한국의 대응 - 호사카 교수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면서 위안부 합의가 왜 문제인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왜 정당한지를 한국과 일본 국민, 국제사회에 제대로 설명하고 알리지 못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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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회에 한국 경제를 완전히 꺾어놓겠다는 의도로 한국에 대해 일본이 경제전쟁을 감행한 것입니다.” 일본계 한국인 학자인 호사카 유지(63) 세종대 교수(정치학)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경제전쟁 선포로 규정하고, “지금은 여야를 떠나 거국일치로 총력 대응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는 그를 지난 23일 서울 서소문에 있는 중앙일보 9층 회의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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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 개인 청구권 유효
작년 고노 외상도 언론에 “그렇다”
아베 정부, 알면서도 계속 말 바꿔

한국 경제적 부상 막으려 수출규제
대법 판결 인정 땐 배상 문제 불거져
아베가 벌인 경제 전쟁 장기화될 것

이미 나온 판결은 배상으로 해결
향후 판결은 ‘1 +1’ 방식이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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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한·일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입장이 곤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까.

응답 :“한·일 관계가 좋은 것이 저로서도 물론 좋지만, 그렇다고 곤혹스러울 것은 없습니다. 전공이 한·일 관계의 현안이다 보니 양국 관계가 안 좋을 때마다 저를 찾는 분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학자이기 때문에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팩트를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질의 :강제징용 피해자들 개인의 청구권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은 1965년 한·일 기본협정을 무시한 사실상의 국제법 위반 행위로, 50년 이상 유지해온 한·일 관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게 아베 정부의 주장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응답 :“전적으로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이 남아 있다는 것은 91년 당시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이던 야나이 슌지(柳井俊二)가 세 번이나 정확하게 말한 내용입니다. 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한 것은 국가의 외교보호권입니다. 협정에 따라
일본이 한국에 제공한 돈은 미수금이나 미불금 등 한국인 징용자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지 배상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일본 법원도 지금까지 인정해온 부분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아베 정부가 말을 바꾼 겁니다.” 

일본 피해 커지면 아베도 무시 못할 것


질의 :왜 바꾼 거죠.

응답 :“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면 일본이 불리해지니까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났을 때 일본 기자들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에게 ‘개인의 청구권은 남아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대답했고, 그 내용이 일본 신문에 다 났습니다. 그 후 아베 정부는 한국이 국가 대 국가의 약속을 어긴 것이 문제라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국가 간 약속을 어긴 나라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게 그때부터 일본이 줄곧 주장해온 논리입니다.” 

질의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계기로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선 진짜 의도가 뭐라고 보십니까.

응답 :“한국의 경제적 부상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에서 한·일 간 격차가 계속 좁혀지고 있습니다. 몇 년 후에는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남북한 평화공존이 실현되면 한국의 국력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이 일본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일본인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한국 경제를 완전히 꺾어놓아야 하고, 그 핵심은 반도체다, 이런 식으로 면밀하게 계산한 끝에 감행한 의도적 도발이라고 봅니다.” 
질의 :다른 목적은 없을까요.

응답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면 배상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청구권 협정은 보상 문제였지 배상은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보상은 적법한 행위에 따른 손해를 보전해주는 것이지만, 배상은 위법 행위로 인한 피해를 보전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성을 전제로 합니다. 지금까지 일본은 보상금 외에는 낸 적이 없습니다. 배상은 식민 지배의 불법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아베 정부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문제입니다.” 

질의 :이대로 가면 한국 쪽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응답 :“외교적으로 푼다고 해서 일본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위안부 합의를 되풀이하게 됩니다. 아베 정부가 원하는 외교적 합의는 일제의 강점이 합법이었다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지는 합의밖에 없습니다. 그건 결국 일본에 굴복한다는 뜻입니다. 일본은 지금 한국에 경제전쟁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중국에 감행한 무역전쟁은 경제에 국한해 시작했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판결이라는 사법적 문제를 경제 문제로 바꿔 시작했다는 점에서 훨씬 비열합니다. 미국 농민들의 피해가 커지자 대선에 빨간불이 켜질 것을 우려해 트럼프가 한 발 뒤로 물러났듯이 일본 내 피해가 커지면 아베도 후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국민이 일본 상품 안 사고, 일본 여행 안 가면서 일본 경제에도 피해가 나타나고 있어요. 규슈의 사가현 같은 데서는 ‘한국인들이 오지 않아 타격이 크다’는 비명이 벌써 나왔습니다. 이런 소리가 일본 여기저기서 나오면 아베도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그걸 무시하면 아베의 장기집권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습니다.” 

질의 :외교적 해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전쟁도 외교라는 마음가짐으로 맞서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응답 :“그렇습니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대로 전쟁은 외교의 연장입니다. 외교의 연장으로 일본이 경제 전쟁을 시작한 만큼 우리도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감정적으로 싸우라는 게 아닙니다. 논리적으로 싸우라는 뜻입니다.” 


화해치유재단 일방적 해산은 아쉬움 




12일 한 대형마트에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질의 :그래도 타협의 길은 열어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응답 :“그렇습니다. 이미 나온 한국 대법원 판결까지는 일본 기업이 배상을 통해 해결하고, 앞으로 나올 판결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1+1’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봅니다. 상징적으로라도 일부는 일본이 배상을 인정한 것으로 해야 한국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질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일본인 다수가 지지하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피로감 때문일까요.

응답 :“피로감 프레임을 씌운 게 바로 아베 정권입니다. 아베는 한국은 골대를 몇 번이나 옮긴 나라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말을 기회 있을 때마다 되풀이하면서 위로부터 혐한 감정을 조장해 왔습니다.” 

질의 :아베가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데는 전임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현 정부가 뒤집은 탓도 있지 않을까요.

응답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지 않고, 재협상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스탠스였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아닐까 싶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일본과 어느 정도 협의를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질의 :그런 과정 없이 해산한 것은 문제라는 뜻입니까.

응답 :“좀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정부에는 설명 책임이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설명을 잘 안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문제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위안부 합의가 왜 문제인지, 대법원 판결이 왜 정당한지 제대로 설명하고 알려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과 일본 국민,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노력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봅니다. 일본 보세요. 아베 총리와 스가 관방장관, 경제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이마이, 세코, 하기우다 3인방이 돌아가면서 한국의 잘못이라고 계속 떠들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한국도 그게 아니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가 옳다, 일본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를 매일 하고, 기사화해야 합니다.” 

질의 :아직은 한국 국민이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일본이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을 정말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거로 보십니까.

응답 :“한번 결정하면 그대로 가는 게 일본의 속성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건 아베가 진짜 잘못하는 것입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은 폭탄으로 한국을 파괴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것은 일본이지 한국이 아닙니다. 이 점을 한국 국민과 정치권, 언론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질의 :한·일 관계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응답 :“지금은 미래를 말할 때가 아닙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입니다. 출구가 없는 잘못된 경제전쟁을 시작한 것은 일본입니다. 아베 정권은 경제를 최우선시했던 일본 보수의 본류가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경제보다 이데올로기가 중요합니다. 일제 강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 그 이데올로기가 무너집니다. 그래서 그들은 일제의 강점은 합법이었고, 한국을 식민지화했지만 근대화시켰고, 위안부는 없었고, 있었어도 합법이었다고 주장하면서 패전 이전 일왕 중심의 대일본제국을 부활하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런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들이 자국 경제를 희생해가면서까지 한국에 경제전쟁을 감행한 것입니다. 아베 정권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이 상황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걸 알고, 경제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습니다.” 

배명복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bae.myungbok@joongang.co.kr 

호사카 유지 교수 1979년 도쿄대 금속공학과 졸업. 88년 한국 입국. 98년 세종대 교수. 2000년 고려대 박사 학위 취득. 2003년 대한민국 귀화. 2009년 세종대 부설 독도종합연구소장 취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 『일본 고지도에 독도 없다』 『일본 우익사상의 기저 연구』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 『우리역사 독도』 『독도 1500년의 역사』 등 다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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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k Nakchung
이번호 <중앙SUNDAY> 9면에 실린 세종대 호사카 유지 교수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그의 일본 이름 保坂祐二의 발음은 '호사까 유우지'가 정확하겠지만 한국에 귀화하면서 한국 이름을 '호사카 유지'로 쓰기로 당신이 결정한 모양입니다.)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지금은 미래를 말할 때가 아닙니다"라고 단호히 답합니다. 길게 봐서 한국과 일본이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동반자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미래지향적 이웃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대 호사카 교수는 왜 이런 '꼴통성' 발언을 했을까요? 아무튼 저 자신은 툭하면 양비론이고 '미래지향' 운운하는 타성에 빠진 논객들을 너무 많이 본 터라 그의 이런 단호함이 무척 신선합니다. 인터뷰 전문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마지막 대목을 여기 따로 인용합니다.


"지금은 미래를 말할 때가 아닙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입니다. 출구가 없는 잘못된 경제전쟁을 시작한 것은 일본입니다. 아베 정권은 경제를 최우선시했던 일본 보수의 본류가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경제보다 이데올로기가 중요합니다. 일제 강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 그 이데올로기가 무너집니다. 그래서 그들은 일제의 강점은 합법이었고, 한국을 식민지화했지만 근대화시켰고, 위안부는 없었고, 있었어도 합법이었다고 주장하면서 패전 이전 일왕 중심의 대일본제국을 부활하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런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들이 자국 경제를 희생해가면서까지 한국에 경제전쟁을 감행한 것입니다. 아베 정권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이 상황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걸 알고, 경제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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