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7

손민석 나는 이준석을 너무 얕봤다는 점에서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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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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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도 그렇고, 단톡방에서도 그렇고, 사적으로 만나는 이들도 그렇고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나름 진보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이들 중에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면 국힘당은 무조건 망할 거니까 되는 게 좋겠다고, 이번에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이 꽤 있다. 그럴까.. 

내가 볼 때는 이준석의 당선 자체가 사회에 대단히 부정적인 시그널을 준다. 이렇게 해도 된다고 하는. 이미 이준석 돌풍으로 그런 시그널을 주고 있다. 이런 인간은 아예 안되는 게 제일 좋다. 그런데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 

나는 슬슬 이준석을 보면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몇년 전에 미대선 보면서 트럼프 이거 위험하다고 했을 때의 그 어떤 경고음이 지금 머릿속에서 막 울리기 시작하는데.. 나는 이준석이 이렇게까지 돌풍을 몰고 올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 나는 미국의 현 정치 상황을 이명박 때의 한국에 비추어서 이해하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아직 시련이 부족하다. 이명박 - 박근혜 테크에 버금가는 시련을 맛봐야.. 근데 미국이 끼치는 영향이 너무 크니 바이든으로 복귀하는 게 좋겠다. 

이정도면 매운 맛 봤네 하하. 그랬는데.. 이준석 현상을 지켜보니 드는 생각은 미국이 한국보다 한발 앞선 것 같다는거다. 

반대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은 쌉소리 장인을 봉인하는데 성공했는데 우리는 쌉소리 장인을 봉인할 수 있나?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경고음이 켜지기 시작했고.. 주변의 2030을 비롯해서 여럿한테 이준석에 대한 의견을 묻는데 생각보다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서 계속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과연 한국 사회는 쌉소리 장인을 봉인할 수 있을 것인가.. 기우로 끝났으면 좋겠다. 
적어도 나는 이준석을 너무 얕봤다는 점에서 틀렸다. 부끄럽지만.. 확실히 틀렸다.

19 comments
Bae Sunghyun
ㅋㅋㅋ이-박은 조지부시, 트럼프는 이준석에 대응되는건가요ㅋㅋㅋ 국힘이망하는코스는오히려나경원같은사람이당대표되는꼴인거같고 이준석이되면 저도어찌될지모르겠단생각입니다. 그나저나 이준석대이재명이되면 진짜최악일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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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참 재밌는 사람이다. 류호정 의원실이 허락만 한다면 가서 일이라도 하면서 이 사람이나 이 사람 곁에 있는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 알아보고 싶다. 이 사람 때문에 정의당 입당을 몇번이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지지한다는 말은 아니다. 내 개인적인 호오와 별개로 나는 이준석 옆에서도 한번 구경해보고 싶다. 뭐랄까, 박정희 시대에 태어났으면 나는 그에 반대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아마 그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 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의 옆에 있는 건 그 시대를 사는 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다. 나는 지금 류호정이 무언가 만들어갈 사람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거다. 점점 더 이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장혜영이 아닐까 했는데 장혜영은 약하다. 그래서 류호정이 좀 계속 정치를 했으면 하는데.. 주변에서 저 사람을 뒷받쳐줄 사람이 있을까? 없으면 미력하나마 나라도 뭔가 힘을 보태고 싶다. 잘하면 재밌는 물건이 될 것 같은데..
 
이준석 - 류호정이 약간 앞으로의 시대를 결정할 선구적인 모델 같아서 좀더 많이 알아보고 싶다. 둘다 SNS적 감각으로 주조된 인간형이라 무언가 재밌다. 엇갈린 방향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계속 흥미롭게 보고 있다. 지금도 내게 재밌는 건 류호정이 BTS 관련 글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거다. 모두에게 안전하고 재미를 줄 수 있는 연예인이 되었으면 하는 팬들의 반응도 흥미로운 분석 대상이지만 그것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데도 자기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는 류호정은 또 뭔가? 졸라 재밌지 않나? 난 졸라 재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솔직히 진짜 궁금하다. 디엠이라도 보내보고 싶은 심정이다.
 
동일하게 SNS적 감각을 갖고도 한국의 저 기묘한 팬문화, 정치문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저 이상한 인터넷 팬문화와 유사한 팬덤을 등에 업고 날뛰는 이준석과 그런 팬덤 없이 단기필마로 팬덤급 여론몰이를 해내는 류호정의 대비가 재미진데 류호정이 이 기묘한 팬문화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가 정말 궁금하다. 한국식 팬문화를 거스르는 정치인이 2030식 인터넷 문화를 체현한 인간이라는 게 정말 흥미롭다. 저 인터넷 게임, SNS, 인터넷 게시판, BJ 등을 거쳐서 농축된 어떤 감각이 그 감각을 낳는 한국 팬문화와 불화하고 있는 이 순간을 보면서 아, 뭔가 재밌는 물건이 나올 것 같은데 아니 나와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혼자 낄낄거리고 있다. 류호정이 존나 큰 정치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여 그 BTS 글 봤는데 메시지가 좋다. 연대를 위한 입법이라는 식의 서사, 정말 훌륭하다. 재밌는 사람이다. 이 감각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가 정말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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