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1

1903 한청훤 - 북한은 리비아가 아니다.



(3) 한청훤 - 북한은 리비아가 아니다. 정확한 팩트는 알기 힘들지만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는 일시에 전면적이고 완전한...










한청훤
1 March ·



북한은 리비아가 아니다.

정확한 팩트는 알기 힘들지만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는 일시에 전면적이고 완전한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를 견지했고 김정은은 부분적 비핵화와 부분적 제재해제의 단계적 진행을 끝까지 내세운 듯 싶다. 여기까지 온 이상 나는 김정은이 트럼프의 완전하고 전면적 선 핵폐기를 받아들이지 결단을 하지 않는 한 그가 원하는 제재해제와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얻는 것은 거의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노이 회담까지 온 상황에서 이미 트럼프와 김정은의 상황은 대등한 상황이 아니라 대단히 비대칭한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즉 트럼프는 김정은이 양보 안 해도 이제 아쉬울 게 별로 없지만 김정은 입장에서는 본인이 양보 하지 않으면 대단히 아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트럼프가 양보 하지 않아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김정은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크게 두 가지다. 과거로 다시 돌아가 다시 도발을 하거나 아니면 중국 등을 믿고 미국의 정치적 상황이 바뀔 때 까지 버티기로 나서는 것이다. 북한이 지금 다시 도발을 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대내적으로 대외적으로 이미 최고 지도자가 몇 차례나 비핵화 결단을 했다고 선언했음에도 다시 핵과 미사일 도발로 간다면 그나마 회복한 남북관계와 북중관계는 다시 크게 악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핵실험을 여러 차례 감행했고 핵무장 완성까지 선언 했음에도 다시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을 한다 해서 미국 내 북한에 대한 여론 악화와 국제사회 이미지 손상 외에 협상을 견인할 유인이 딱히 얻어내기 힘들다. 여기서 몇 차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한다 해서 이미 과거 수 차례 북한의 도발을 겪은 주변국과 미국이 무얼 더 북한의 양보를 해줄 동기가 더 생긴단 말인가. 오히려 협상을 할 시간만 더 늦어지고 제재해제의 조건만 더 많이 붙을 뿐이다. 그리고 그나마 좋아진 남한 내 대북 여론을 크게 악화 시켜 향후 기대할 남한의 지원 동기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시간이 없는 김정은이 선택할 사항이 아니다.

그냥 버틴다고 해서 시간도 북한의 편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사회주의 경제가 아니며 사실상의 시장경제 체제라는 다수 북한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북한이 과거 아사자가 수 백만이 나올 때도 버티었지만 그 때는 사회주의 체제였으며 이미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버리고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시장에 의존하고 살아온 북한 인민들이 그 때와 같은 생존이 위태로운 수준의 경제 위기를 얼마 까지 감내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 못한다. 이미 올해 제제의 여파로 인해 북한이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여러 곳에서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도와준다고? 중국 조차 지금 경기침체 와중에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잔뜩 미국 눈치 보고 있는 중이다. 최근 미국의 여러 방식의 보복을 겪으며 중국도 미국의 뜻을 거스를 경우 어떤 심각한 대가를 얻게 되는지 절실히 체감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유엔 규정 까지 대놓고 위반하며 북한을 위한 숨통을 튀어 준다고 상상하기 대단히 힘들다. 한마디로 지금 중국 코가 석자이며 게다가 북한핵은 중국 안보에도 큰 위험이 되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핵 문제에 있어 미국과 정면으로 맞설 개연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반대로 트럼프 입장에서는 어떨까?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던 북한이 다시 도발을 하던 북한이 양보를 하던 트럼프 입장에서는 어떤 것도 크게 아쉬울 게 없다. 되려 미국 민주당 등 야당과 주류 언론은 트럼프가 김정은의 핵폐기 단계적 진행을 받아들이는 것을 북한에 너무 큰 양보를 하는 것이라 우려했으며 트럼프가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자 되려 잘했다고 칭찬하는 분위기다. 그러니 북한이 큰 양보를 하면 대박인 것이고 만약 북한이 양보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되어도 트럼프에게는 아쉬울 게 없다. 설사 북한이 다시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한다고 해도 트럼프 입장에서 과연 큰 손해가 날까 싶다. 트럼프는 협상을 파토내면서도 계속해서 자신은 대화를 계속할 의지가 있다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는 복선을 계속해서 깔아놓았다. 이 상황에서 미국 조야가 바라지 않는 북한의 단계적 핵폐기 방안을 트럼프가 받아들이지 않아 결과적으로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고 쳐도 트럼프에게 다시 그 책임을 강하게 묻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개연성은 높지 않지만 설사 북한이 미국 다음 대선 때 까지 기다려서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 때 까지 버틴다고 해도 김정은에게 크게 유리한 상황으로 변할 것 같지 않다. 지금 미국 민주당은 줄곧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하고 너무 나이브하게 대해서 낚일 까 우려된다는 입장으로 트럼프를 공격해 왔다. 민주당의 수장인 낸시 펠로워 하원의장도 트럼프가 북한의 요구를 거절하고 협상을 결렬시킨 걸 오히려 칭찬했다. 민주당으로 바뀐다고 과연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단계적 핵폐기 조치를 받아들일까? 민주당 출신 빌 클린턴 조차 유사한 94년 제네바 합의를 크게 후회한 마당에 말이다. 그러니 김정은이 어떤 조치를 선택하고 얼마나 버티던 시간은 김정은의 편이 아니다.

결국 공은 김정은에게 가있다. 바로 트럼프의 일시적 전면적 선 핵폐기 방안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하는 것이다. 핵을 먼저 포기했다가 나중에 뒤통수 맞을 수 도 있는데 멀 믿고 전면적 선 핵폐기를 하냐고? 과거 전면적 핵폐기 후 서방 공습에 의해 망한 리비아의 사례도 있었는데? 여기서는 결국 김정은이 어떻게 결심하고 결단하냐는 문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설사 김정은이 안보상의 큰 리스크가 될 전면적 선 핵폐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까 설명했듯이 다른 방안도 역시 동일하거나 아니면 그 이상의 체제 위기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트럼프는 아쉬울 게 없고 김정은이 버틴다거나 다시 도발을 한다고 해도 전면적 핵폐기와 동일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역시 체제 붕괴 위험이 있는 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이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할 전제가 있다. 자꾸 리비아의 사례를 가지고 미국의 상응 조치 없이 선 전면적 핵폐기는 체제붕괴로 반드시 귀결 될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이런 시나리오는 리비아와 북한이 전혀 다른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는 걸 간과한 허술한 시나리오 일 수 있다는 것이다. 리비아가 아랍의 봄에서 촉발된 민중 봉기에 이은 서방의 공습으로 결국 정권이 붕괴되었는데 당시 리비아 주변에는 중국과 한국처럼 글로벌 경제 체제 핵심에 위치한 고도로 발달된 경제 산업 강국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리비아가 붕괴된다고 해서 리비아 민중들 수백만이 넘어갈 만한 국경을 맞댄 선진국 또한 없었다. 그러니 미국을 필두로 서방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별 부담감이나 고민 없이 공습을 선택한 것이다.

북한은 다르다. 북한은 글로벌 경제 시스템 핵심에 위치한 세계 경제 순위 2위와 10위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게다가 그 두 나라는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넘어올 수 백만의 난민에 큰 공포를 느끼고 있으며 그래서 북한 붕괴를 끔찍한 국가 위기 상황의 악몽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설사 나중에 북한에 민중봉기가 나서 군부가 진압한다고 해서 북한 붕괴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중국과 한국이 미국의 북폭을 가만히 손 놓고 방관할까? 미국 또한 북한 붕괴로 인해 중국과 한국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려서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 까지 감내하며 무리한 단독 북폭을 단행할 정치적 결심을 쉽게 내릴 수 있을까? 그러니 북한 안보는 사실상 바로 북한 핵 보다도 한국과 중국이 북한 체제 존속에 목을 매는 지정학적 상황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과 한국은, 물론 경제적 이득도 있겠지만, 북한이 핵만 포기하면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김정은인 왜 북한은 리비아와 전혀 다른 지정학적 상황에 위치한 걸 염두 하지 않고 완전한 선 핵포기를 할 경우 안보상 무장해제 되어 결국 정권이 망할 것이라고 고정관념을 갖고 단계적 핵폐기 제제해제라는 단계적 조치에 집착하는 것일까.

김정은 앞에 놓인 것들 중 어떤 선택을 하던 큰 리스크를 지게 되는 건 마찬가지다. 그러니 많은 앞으로 고민을 하겠지만 무엇이 본인이 살아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큰지 어떤 선택이 북한 인민을 위해 가장 좋은 길인지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결국 트럼프가 상대해 줄 때 트럼프 요구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그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결단을 내리는 게 그에게도 북한 인민들에게도 가장 좋은 길일 것이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그가 큰 결단을 내리고 남한에 온다면 나도 광화문에 나가 열렬히 환영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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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기 옳은 말씀입니다. 이걸 북한 지도층이 김정은에게 말하는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니 결국 문대통령이 직접 설득하는게 유일한 방법일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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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tae Oh 혹시라도 김정은이 우리 정부의 도움을 믿고 트럼프에게 계속 개기지나 않을런지 걱정됩니다. 솔직히 저는 트럼프 재선 이후에나 뭔가 해결 기미가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트럼프 쪽은 이제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난 분위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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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replied · 3 replies


Hanbyul Jang 이번 협상에 관해서 제가 본 글 중에서 최고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가 부드럽게 조언해줘야하는데 전혀 감을 못잡고 있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걱정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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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균 replied · 2 replies


Young Chul Han 이 와중에 굳이 3.1절 기념사에서 "한반도에서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어나가겠다”며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 "라고 이야기 해야 하는지. 그 정도로는 김정은에게 크게 도움 되기 어렵고, 트럼프에게는 오해받기 딱 좋고, 자칫하면 양쪽에서 모두 따돌림 당할 수도 있는 카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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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yu Lee 북에 선택지가 없죠. 그걸 확인시켜준 의미있는? 회담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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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청훤 넵, 그런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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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 Cho "설사 나중에 북한에 민중봉기가 나서 군부가 진압한다고 해서 북한 붕괴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중국과 한국이 미국의 북폭을 가만히 손 놓고 방관할까?" ---> 저에게 이 부분의 물음표는 그대로 물음표네요. 시장경제와 인권은 어차피 같이 가야 되는 것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대목입니다. 북한이 적어도 중국과 베트남 수준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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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청훤 우선 핵부터 해결하고 그 다음 단계로 나가야지 어떻게 한번에 다 해결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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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 Cho 그건 그래요. 핵 해제 후 북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너무 빨리 민중 봉기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해야 할까요? 그러는 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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