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30

"내 꿈은 남북이 협력해 새로운 전형 만드는 것" -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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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남북이 협력해 새로운 전형 만드는 것" 보안법에 할퀸 남북경협 사업가 김호 대표, 얼굴인식SW 더 고도화하겠다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승인 2019.02.26 18:22:32






▲ 지난해 8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김호 에이치비이노베이션 대표가 구속만기일을 얼마 앞두고 지난 1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김 대표는 일부 공안세력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국가보안법을 악용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My success will be history!"

세속적 성공을 꿈꾸는 여느 젊은이가 머리맡에 써놓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 글은 지난해 8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연행, 구속되었다가 6개월여가 지난 올해 2월 1일 보석으로 풀려난 김호 에이치비이노베이션 대표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서비스 프로필에 공개한 글이다.

그가 꿈꾼 성공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협력해서 도달하는 '새로운 전형'이었고 세계를 향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의 성공은 역사가 될 것'이라는 프로필은 그의 신념이었고 자랑이었으며 고단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게 한 즐거움이었다.

91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해 나라와 민족의 일을 고민하며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청년은 2002년 30대 초반의 나이에 처음으로 남북경제협력사업에 뛰어들어 북쪽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2010년 5.24대북제재조치로 더 이상 사업 진행이 가능하지 않았지만, 남들 다 그만두던 그때에 그는 IT협력사업으로 분야를 바꾸고, 중국법인을 통한 제3자 무역방식으로 북측 개발인력을 고용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얼굴인식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한때 미국 상무부에서 인정받은 세계 2위의 기술력을 좀더 고도화하기 위해 지난해 북측 김일성종합대학 인공지능센터에 IBK기업은행의 투자를 유치해 지난해 9월 방북을 앞두고 있었다.

방북을 한 달 앞둔 8월 9일 김호 대표는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자진 지원 혐의로 체포돼 11일 구속됐다. 17일에는 두해 전 퇴사한 동료 이현재 씨와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청천벽력같은 일이었다.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언제였던가 싶던 시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싹트기 시작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4.27판문점선언으로 한창 무르익고 9월 평양회담이 예정되어 있었으니 그때는 자신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될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했었다.

16년간 중도반단없이 남북경협의 한길을 걸어 온 40대 후반의 김 대표에게 이번 국가보안법 사건은 자신의 일상을 할퀸 괴물이기도 하지만 조직의 이익을 위해 민족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려는 '공안세력'의 음모이기도 하다.

지난 1일 보석신청을 받아들인 재판부의 이례적인 결정으로 구속상태를 벗어난 김호 대표를 19일 강남구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공안세력이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성숙해 가던 시기에 조직의 이익을 위해 남북경협의 새로운 전형을 찾아가던 한 유망한 사업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분개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제 막 세계 시장의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는 '얼굴인식프로그램'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소홀하게 평가되는 것이 마음 아프다며, 재기의 의욕을 강하게 내비쳤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기자에게 "국정원과의 협조는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가가 취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부끄러운 일은 없었다"고 한 그의 목소리는 나직하게 떨렸다. 그날은 올 겨울 가뭄을 가시려는 듯 모처엄 눈이 펑펑내리던 정월대보름, 예전 같으면 한해 농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아래는 김호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 김 대표는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치러야 하지만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할만한 내용은 없을 것이라며, 강한 재기 의욕을 내비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보석신청 받아들여진 건 예상 못한 일

□ 통일뉴스 : 지난 1일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져서 나오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불구속 상태에서 계속 재판을 받아야 하는 형편인데, 향후 재판일정은 어떻게 되나.

■ 김호 에이치비이노베이션 대표 : 2월 1일 이후 재판 진행은 아직 없었다. 저의 구속 만기일이 3월 4일이었고 공판기일이 26일로 잡혀 있던 상황에서 법원 인사이동이 2월 24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조의연 재판장이 자신의 인사이동 전에 보석신청을 받아준 것인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사실 구속만기를 채우고 나와서 재판받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구속 상태에서 6개월을 넘긴 상태였고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할 만한 내용도 없었기 때문이다.

□ 우선 재판이 매듭지어져야 할 텐데, 선고는 언제쯤 이뤄지나.

■ 2월 26일도 검찰 심리재판이 열리는 단계이다.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에 대한 심리도 3월부터 시작될 것 같다. 심리가 끝나면 3월 말이나되어야 검찰 구형이 나오고 4월 이후나 되어야 선고가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검찰쪽 심리는 몇 번이나 진행됐나.

■ 좀 많이 진행했다. 탈북자들 부르고 업계 관계자들도 거의 다 불렀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관계자 등을 비롯해 많은 인원을 불렀는데, 검찰이 기소한 정황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라고 판단한다.

□ 작년에 이 사건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국정원과 협조관계에 있었던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에서 언제부터 내사를 했는지, 김 대표는 그 사실을 언제 알고 있었는지, 검찰이 나서서 기소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해달라.

■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보수대)의 수사기록을 보니까 제 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은 2006년부터 있었던 것으로 되어있다. 2010년부터 내사가 진행된 것으로 나온다. 까마득히 몰랐다. 왜냐하면 그때는 제가 업무보고를 국정원에 실제로 했었기 때문이다.

2010년 5.24대북제재조치 발표를 전후한 시기에 통일부에 계속 대북 접촉내용을 사후 신고했는데, 그때 이후 국정원에서 연락이 왔다.

□ 국정원에 업무보고를 한 것은 5.24 이후인가.

■ 통일부에 신고하듯이 이 일(남·북·중 소프트웨어 개발 3자 협력사업)을 국정원에 보고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진행 상황을 다 이야기했다. 2013년까지. 그쪽에서도 그렇게 요구했었다.

내사와 관련해서는 전혀 몰랐다. 보안수사대 수사기록을 보면 몇 줄 되지도 않는 카메라 인식 조건값에 대한 데이터를 사용한데 대해 군사상 기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그 전부터 보수대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고 내사를 진행했다. 제가 보기에는 국정원과 관계없이 보수대 자체적으로 한 것 같다. 국정원과 별개로.

국정원은 정보취득 차원이었던 것 같고, 지령수수 등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만들려고 했던 보수대가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볼려고 계속 지켜봤었던 것 같다.

2013년에 이미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등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분석했었다.

이때 이미 우리 프로그램이 특정 사이버테러와 관련 없으며, 다만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정도의 자체 보고가 있었다. 그러니까 군사상 기밀, 사이버테러 노출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2013년에 이미 조사는 다 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일은 2017, 2018년에도 계속 진행했더라.

제 생각에는 검찰과 보수대의 이해가 맞아서 한번 사건을 터트린 것 같다.

담당검사인 김영남(공안 담당. 팀장급)이 2017년 대검찰청 사이버수사대에 2013년부터 우리가 관공소에 납품했던 마스킹 프로그램을 특정하여 수사 의뢰한 결과가 나온 것이 있다. 이때도 역시 해킹 등에 사용되는 백도어(Backdoor)프로그램처럼 사이버테러 등에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저는 디지털 증거를 처리하는 우리나라 컴퓨터 포렌식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김호 대표의 아버지 김권옥 씨가 지난해 12월 1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국가보안법폐지를 바라는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제 아들을 풀어고 나를 가둬달라"며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검·경 공안세력의 이해 일치, 국가보안법 적용은 정략적

□ 사이버보안과 관련한 최종 유권해석은 국정원에서 하지 않나.

■ 변호인들도 국가사이버안보에 관한 최종 권한은 국정원에서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 국정원에서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었다면 이것은 사이버테러 관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변론하기도 했다.

담당 검사인 김영남이 2017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를 해서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도 못한 채 '사이버테러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허술한 논리를 법원에 제출한 것은 국가보안법 사건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경찰청 보안수사대는 2010년부터 내사를 진행해 왔고, 검찰은 최소한 2017년부터 이 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검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수사의뢰 등을 하여 증거를 모으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의아한 것은 이때 이미 관련 증거를 다 모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4.27판문점선언 발표 이후 9월 평양공동선언 이전인 8월에 이 사건을 터뜨리는 것인데, 저는 굉장히 정략적인 행위라고 본다.

□ 국정원은 이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보나.

■ 국정원이 경찰, 검찰과 협의한 것 같지는 않다.

국정원은 제가 이른바 간첩짓을 하는지 아닌지를 지켜봤을 수는 있었겠지만 사건을 조작하려고 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공안검찰의 흔적은 2017년부터 명백하게 나타나고 경찰 보수대는 2010년부터 수사자료를 만들어왔으니까 분명하다.

□ 국정원은 김호 대표가 자신들과 협조한 관계였다고 변론하지 않았나.

■ 국정원이 나를 위해 변호까지 하지는 않았다. 김호가 자신들에게 업무보고를 했지만 사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고 확인한 정도였다. 실제로 저는 일만 했기 때문에 특별한 보고내용이 있을 수도 없었다. 특히 국정원에 업무보고를 하면서는 도감청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업무상 통화내용을 단순히 전달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국정원 측은 진술서에서 김호가 일상적인 업무에 대해 자신들에게 이야기를 한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그의 사업을 승인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또 국정원은 정보기관이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 등이 하는 일과는 관련이 없다고도 말했다.

국정원은 또 법정에서 대북정보를 얻기 위해서 김호 말고도 중국법인을 통해 북쪽과 사업하는 한국사업가들을 많이 관리했다는 진술까지 했다.

법원에 제출한 도감청 영장에는 사업과는 전혀 관련없는 과거 학생운동 전력에 대한 언급이 계속 나오는데, 이로 미루어 애초부터 사건화 할 의도를 가지고 내사한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 한번 써먹으려고 하다가 그 타이밍을 작년 8월로 봤다는 건데, 그게 너무 화가 나고 당황스러웠다.

국정원에 협조는 사실...심각한 일은 없었다

□ 국정원의 요구 중에는 얼굴인식프로그램의 개발 책임자인 박두호 김일성대학 정보기술 연구소장을 데리고 오자는 내용까지도 있는데,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이야기가 오고간 것 같아 놀랍다.

■ 사실은 술 먹다가 나온 이야기다. 국정원 이 실장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만난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국정원에서 저한테 '김 사장, 게임 같은 불법적인 사업에 연루되지 말고, 또 학생운동 출신이니 친북적인 일에 접근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고 한두 번 술자리에서 자기들이 무서운 사람이라는 등 협박으로 들릴만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 일상적인 업무이야기를 보고하다가도 움찔하게 된다.

국정원이 진짜 도움은 전혀 주지 않는데, 괴롭힐 수는 있으니까 겁을 주면서 관리는 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 같았다.

이 실장이 그 자리에서 진지하게 이야길 한 건지, 그저 한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기겁을 했다.. '내가 그런 능력이 되냐. 소위 프로패셔널들이 하는 일 아니냐. 그런 걸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 부탁인데 일상적인 업무보고는 하겠지만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마시라. 사업도 망가진다"고 말하면서 넘어갔다.

그런데 이 실장은 진술서에서 '만약 그 사람(박두호 소장)이 오면 관리도 안된다, 나에게 좋을 일도 아니다'라고 슬쩍 피해 나가더라.

그런 일을 겪으면서 2013년 최 이사라는 국정원 직원에게 제가 이월됐는데 그해 2월 방위산업청 스펙 일부를 가지고 국가기밀 누출 운운하면서 내사가 진행되던 상황이었다. 그걸 모를 리 없던 최 이사가 그해 10월까지 나를 만났다.

□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정원과 접촉했던 것은 5.24대북제재조치 이후인데, 당시 중국법인을 통해 제3자무역 방식으로 북측과 거래를 한 것이 형식적으로는 5.24조치 위반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혹시 이런 문제 때문에 국정원에 협력하는 걸 피하지 못했던 것인가?

■ 거래 상대인 양성일 사장은 중국인이다. 저는 그전에도 그 분이 사장으로 있는 중국법인과 계약하고 송금하고 그랬다. 외환은행에서 송금할 때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개발(R&D) 항목이 따로 있다.

무역거래에서 제품이 오면 그에 대한 인보이스를 첨부해야 하듯이 나는 얼굴인식프로그램 개발 항목으로 매달 월급으로 지급했던 것이다. 중국법인에서 어떻게 하는지는 사실 모른다.

5.24는 3자무역까지 금지시켰던 조치라고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많이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 같은 사업가로서는 보고를 하는 게 편하다고 봤던 것이다.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에 벌금을 맞는 정도는 감수할 각오가 있었다.

그런데 공소장에 기록된 나의 범죄는 국가보안법 위반이었고 △ 지령수수(박두호 소장이 지령자, 양승일 사장은 대남공작원, 김호 대표는 하수인) △ 회합통신(업무협의와 지시) △ 자진지원(개발비 준 것과 군사정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참조해 개발계획서 써준 것) △ 금품수수(외주개발비 지급 후 받은 얼굴인식프로그램) 등이 구체적인 내용이다.

박두호 소장과 양성일 사장은 2008년 처음 만났고 그 뒤 얼굴인식프로그램 개발 업무협의는 다음메일과 휴대폰으로만 했다. 특히 박두호 소장은 그 뒤로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 김 대표가 중국법인을 통해 북측과 3자협력사업으로 개발한 얼굴인식프로그램은 한때 미국 상무부 평가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할만큼 높은 수준에 도달한 제품이다. [사진제공-김호]


얼굴인식프로그램은 세계적 수준

□ 소프트웨어 관련 질문을 드리겠다. 북측과 개발한 얼굴인식프로그램은 첨단 영역에 속하는데, 중국에 1,2,3위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법인에도 개발자들이 있었는지, 김일성대 개발팀이 전적으로 개발한 것인지 궁금하다.

■ 기획은 제가 처음부터 한 것이다. 제가 2006년에 얼굴인식이라는 아이템을 중국법인에 하청을 준 것이다. 원래는 국내에서 제가 하청을 받아서 기획, 설계를 한 것인데, 2007년에 KT에 납품했다.

그 이후에는 계속 인식률을 높이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굳이 만날 일도 없었고 프로그램 개발의 특성상 세밀한 업무지시를 할 일도 없었다. 투자개념으로 연구개발을 계속한 것으로 이해하면 맞을 것이다.

제가 2014년 NIST(미국 상무부 운영 과학기술표준화위원회) 1차 시험 얼굴인식 분야에서 세계 2위를 했는데, 그때 중국업체는 순위권 안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중국이 두각을 드러내고 따라온 것은 2016년부터이다. 그때부터 자본이 엄청나게 들어가서 인공지능방식을 도입하고 데이터 학습을 많이 하면서 중국이 1, 2, 3위를 다 차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지금도 센스타임, 매그비, 이투 등 스타트업 기업 1, 2, 3위가 모두 얼굴인식프로그램, 영상인식프로그램 기업이다.

이 회사들은 수천억 원씩 투자를 받아 수백 명의 개발자를 두고 무제한의 데이터 학습을 하기 때문에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이다.

한국업체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곳이 없다.

□ 2006년 최초로 얼굴인식프로그램 하청개발을 해서 2007년 KT에 납품했을 당시 외형 규모는 얼마나 되나.

■ KT에 납품했을 때 솔루션 개념이 아니라 하청 개발 개념이었기 때문에 인건비 정도만 받았다. 더군다나 2008년도에 서비스가 중단되고 하청을 줬던 회사도 문을 닫았다.

영상에서 IPTV를 보다가 사람의 얼굴을 클릭하면 인물정보가 나오고, 옷을 클릭하면 쇼핑몰로 이동하는 등의 서비스였는데 너무 일찍 나온 서비스였다.

당시 하청을 줬던 기업에서도 중국법인을 통해 북측 개발자들이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도 시장이 덜 성숙했는데 10년 전에 시작하다 보니 당시에는 시범서비스만 하고 중단하게 됐다. 얼굴인식과 객체인식을 IPTV에서 다 처리한 후 정보를 하이퍼텍스트링크가 아니라 하이퍼비디오링크로 간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 중국법인은 있었지만 개발자들은 북에 있었다는 건가.

■ 중국법인이 북쪽 개발자들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개발에 참여시켰다. 중국은 북한이라고 해서 쉽게 봐주는 나라가 아니다. 정상적으로 취업비자를 발부받아서 공안에 신고를 하지 않으면 장기거주를 할 수 없다. 중국법인에서 취업비자를 내서 고용을 했던 것이다.

□ 그렇게 세계적 수준의 개발력을 인정받았고 계속 연구개발 투자를 한 것인데, 지금까지 투자규모는 얼마나 되나.

■ 저도 검찰이 정리해줘서 알게 됐다. 중국법인에 송금한 규모를 검찰이 집계한 것인데,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약 10억원(90만 달러) 정도라고 하더라.

국내엔 원천기술조차 없어...개발 재개 필요

□ 어쨌든 사업이 중단된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 안타까운 것은 국내에는 영상인식 원천기술 보유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 분야가 인식률을 0.1% 높이는데 1년이 걸리기도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알고리즘 짜는 데도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단기간에 인식률을 높일 수 있는 개발 분야가 아니다.

2015년까지도 세계 수준을 유지했지만 그 이후 세계적인 업체들이 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바람에 20명 정도 개발자로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저도 펀딩을 크게 받아야 하고 개발도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북측 김일성종합대학에 첨단기술연구원이 마감단계에서 건설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코리아인공지능센터를 만들자는 공식제안서를 IBK 기업은행에 제출해서 1차 승인을 받았다.

북측과 진행하는 사업을 숨기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걸 경쟁력이라고 봤다.

실은 IBK에서 저의 사업을 알고 먼저 투자제안서를 내달라고 요청을 했던 일이다. 저는 북의 지식경제가 부가가치가 높고 글로벌 수준으로 나갈 수 있다고 봤고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앞으로도 ICT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남북교류사업에 가장 빠른 시너지 낼 수 있는 분야라고 본다.

정말 분노가 치미는 것은 공안세력이 가장 유망한 '프로그램 교류사업'을 사이버 테러 등 프레임으로 공포를 덧씌워서 남과 북이 협력하기에 좋은 사업의 동맥을 끊어버린 것이다. 완전히 위축시켰다.

□ IBK기업은행의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IBK에 투자제안서를 제출한 후 지난해 7월 중국법인을 통해 북측이 김일성종합대학 첨단기술개발원에 코리아인공지능센터를 설립하자는 제안을 승인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1차 투자규모는 10억 원 정도였다.

□ 생각보다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글로벌업체들은 수천억 원씩 투자를 하는데.

■ 제 능력이 그렇게 밖에 안 되어서 그렇다. 1차 투자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실력을 증명하면 더 큰 투자로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김 대표는 이번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인해 '얼굴인식프로그램'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소홀하게 평가되는 것이 마음 아프다며, 곧 프로그램 개발 고도화에 전념하겠는 의지를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김일성종합대학에 신규투자가 이루어질 시점에 김호 대표의 국가보안법 사건이 터졌는데. 중국법인에서도 지금 벌어진 사태가 곤혹스러울 것 같다. 현재 사업 상태는 어떤가?

■ 거기도 지금 난처한 상황일 것이다. 어쨌든 투자도 무산됐고...

지금은 지난 6개월간 업무에서 손을 놓은 상태라 이달 말이면 에이치비이노베이션은 직권폐업이 불가피한 파산상태이다.

같이 기소됐던 이현재 씨는 국내 영업을 하다가 회사가 마이너스 상태에서 2016년에 그만두고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저와 공범으로 취급해서 6개월간 구속까지 되어서 저로서는 너무 미안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관건은 투자유치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희망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

□ 얼굴인식프로그램의 사용처는 어떤 곳이 있을 수 있나.

■ 얼굴인식프로그램의 시장 수요는 아직도 없다. 미래사업이다 보니까 시장형성이 안 되고 있다. 중국도 아직 연구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자체에 솔루션으로 서너 군데 납품된 적은 있다.

SK를 통해서 해외 공항 사이트에 납품된 적도 있었다. 국내보다는 일본과 미국에도 수출되어 그 규모가 더 크다. 통합관제에서 용도에 따라 요주의 인물과 VIP고객 인식하는 것으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다.

□ 북측도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가치에 대해 잘 알고 있나.

■ 북은 시장이나, 기술의 가치, 트렌드 등에 대해 잘 모른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제가 미래가치에 대해 늘 알려주고 개발하자고 독려하는 입장이었다. 북은 개발만 집중했다.

□ 북측 연구개발 역량은 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확인된 셈인데, 어떤 계획이 필요할까.

■ 인원도 늘려야 되고 개발을 고도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대두하고 데이터학습을 하면서 이전보다 기술의 개발속도가 빨라졌다. 국내에는 경쟁상대가 없기도 하지만 특히 중국과 경쟁하려면 더 큰 자본과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걸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 이대로 사장되기에는 아까운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드는데...

■ 시장 수요가 이제 형성되는데, 한번 형성되면 국가 단위의 플랫폼을 짜야하고 큰 규모의 시스템을 깔아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얼굴인식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면 전체 cctv를 통합 관리하고 국가망을 써야 되는 큰 사업이다.

cctv 사각지대까지 커버하기 위해 현재 중국 공안들이 스마트안경에 이런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데이터학습이 이뤄지면 인식률은 더 좋아지게 된다. 중국은 그렇게 계속 앞서가고 있다.

얼굴인식, 영상인식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딥러닝 시스템, 데이터학습 등 3대요소를 갖추고 발전하는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에이치비이노베이션 외에는 알고리즘이 없다.

이걸 더 고도화하려면 남북교류협력을 통해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남쪽의 IT기획, 설계, 투자와 북쪽의 고급 IT기술인력을 결합하면 노동집약적 경쟁력이 아니라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성공단의 저임금 노동력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더 큰 비전을 가지고 남북교류협력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에게는 그런 사명감이 컸고 그런 일을 한다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게 안타까웠기 때문에 조금 더 규모를 키우고 싶었고 욕심이 났었던 것이다.

□ 공안세력들이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적용해서 가치 있는 남북교류협력 모델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것인데...

■ 남북교류협력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만한 이런 사업을 가치있게 만들어놨는데, 국가보안법으로 뭉개버렸다는 것이 이 사건의 포인트이다. 법정에서 검사들한테도 말했다. 새로운 남북협력사업의 전형을 만들어서 해외로 진출하려고 애썼던 나를 왜 구시대적인 국가보안법으로 옭아매느냐, 원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가장 불만이 뭐냐 하면 지난해 9월, 저에 대한 구속영장을 위조했던 경찰쪽 김건호, 박정배와 그 상급자에 대해, 그리고 검찰과의 공모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달라는 고소를 제기했는데 이들이 조사만 받고 그 뒤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감감 무소식이라는 것이다.

□ 보석으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데 건강엔 문제가 없나.

■ 안에서는 책읽고 바깥에서 많이 염려들 해주셔서 잘 지냈다. 나오니까 갑갑하다. 게다가 일도 다시 되살려야 하는 상황인데, 재판은 아직 끝난 것은 아니어서 이중으로 고민이다.

이 사업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전형을 창출하려고 했던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보란 듯이 성공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좌절하지 않겠다.

(수정-27일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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