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1

한살림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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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선언


<목차>
  • 1. 산업문명의 위기
  • 2. 기계론적 모형의 이데올로기
  • 3. 전일적 생명의 창조적 신화
  • 4. 인간 안에 모셔진 우주생명
  • 5. 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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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업문명의위기

인류가 자유, 평등, 진보의깃발아래피와땀을흘리면서이룩
해온 오늘날의 문명세계는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반면 인간을 억압하고 소외시키고 나아가서 인류의 생존기반이 되는 지구의 생 태적질서를훼손시키고파괴하고있다. 일찍이자연의주인임을자 처하고자연을지배해왔던인간이자연지배의도구로사용했던기 계와기술에사로잡혀하나의부품이나계량적단위로전락해버렸 다. 오늘날 인간은삶의 진정한 주체라할수없고다만 기계의지 배에조종되는대상일뿐이다. 기술의 진보는 자연의 지배를 확대∙강화하고 인간의 노동을 합리화∙기계화함으로써 놀라운 생산력의 발전을 이룩하여 대량생 산의길을열어놓았다. 오늘날자본주의는낭비적소비가권장되고 미덕이될정도로물질적성장과풍요를성취했다. 그러나 풍요로운 산업사회에서 물질적 안락을 누리고 있는 많은사람들은넘쳐흐르는상품의홍수속에서넋을잃고상품의소 유와 소비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다. 이제 인간은‘자신 의 생각, 느낌, 활동의 주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소 유하고소비하기위해서자신의영혼과육체, 지식과노동을상품으 로 파는 소외된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물질, 에너지, 정보에 대한 지배권을장악하고있는기술관료체제는인간의식을조작하고통제 할수있게되었고 대중매체를 통하여이를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대중매체는 사회적 의식, 태도뿐만 아니라 개인적 욕구, 희망, 기호 (嗜好)까지도결정하는지배문화가 되었다. 결국자본주의는일찍이 자연의 정복에 활용하였던 과학과 기술을 가지고 인간심리를 조 작∙지배하여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써 사회의 원심력을 정복 하였다. 그리하여산업기술은인간에대한새로운통제와지배의형 태로등장하게되었던것이다. 산업사회초기에그렇게소중한가치 였던인간의자유와존엄이생산과능률을앞세우는기술의이데올 로기앞에굴복하게되었고인간은 기계, 기술, 체제에예속되어종 속적위치를기꺼이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선진자본주의사회 는 물질적인 성장과 풍요를 성취하였으나 근본적으로 전체주의의 경향을띠고있는것이다. 자본의 지배, 절대적 빈곤, 노동의 소외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선언하였던공산주의는자본주의지배질서에대항하면서오늘날세 계의 절반에 가까운 넓은 지역에 사회주의 생산양식과 프롤레타리
아 독재체제를 구축하였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자본주의발전의 전 제가 되었던 과학과 기술을 계승하여 경제성장과 근대화의 추진력 으로 삼았다. 혁명초기에 사회주의 생산양식은 과학기술을 활용하 고노동의기계화, 합리화, 집단화를단행함으로써생산력의증대에 적지않은성과를올렸다. 한편 공산주의는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노동자 계
급의 독재를 주장하고 확립하였다. 혁명의 완성단계에서는 적대계 급이 소멸하고 우호적인 노동자와 농민계급만이 있기 때문에 복수 정당제가 존재할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노동자계급의 독재란 모든 권력이 혁명을 주도하는 당에 집중되고 다시 당 관료와 지도 자의손에집중되는것을뜻한다. 당과지도자는인민들에게자발성 과자율성보다는체제에대한동조와순응을요구하고기계에대한 종속적태도를강요하고있다. 인민들은사고와행동의자유를빼앗 기고자신의삶과운명을결정하는과정에서소외되어있다. 그리하 여 그들은 노동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잃어버린 채자기 능력이하의노동을마지못해하고있을뿐이다. 오늘날공산주의현 실은 마르크스주의의 궁극 목표인 인간해방이 아니라 인간의 재노 예화인것이다. 결국공산주의는권력을당과국가의관료에게집중 시킴으로써 관료의 무책임, 부패, 나태만을 조장하고 있을 뿐만 아 니라인민들의노동의욕을약화시킴으로써경제를무기력하게만들 었고자연자원을무분별하게개발함으로써자연을황폐화하였다. 소련은초강대국이면서도자국민을먹여살릴식량을자급하지
못하고 전자제품에서 일용식량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용품을 수입 하고 자연자원과 무기(武器)만을 수출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사 회주의 소련경제의 치욕적인 상징이되고 있다. 최근 공산주의세계 에변화의바람을몰고온고르바쵸프의페레스트로이카정책은낡 은 스탈린주의에 대한 혁신적 비관이면서 동시에 사회주의의 모순 과사회주의경제의실패에대한용기있는인정이라할수있다. 오늘날세계는자본주의와공산주의로양분되어서로대립하고
갈등하고있으나기술적산업주의라는동일한문명적기반위에서 있다. 이것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문명은 기술과 기 계로써인간과자연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전체주의적 세계이다. 전 체주의적 억압이 인간을 인간답지 않게, 사회를 사회답지 않게, 자 연을자연답지않게만들고있다. 인간은본성을잃어버린채참된 ‘자기’로부터 소외되고 있으며 공동체를 상실한채‘이웃사람’으로 부터고립되어있고그생존의모태인‘자연’으로부터단절되어‘죽

임’을 강요 당하고 있다. 때문에 산업문명은 생명소외(生命疎外)의 체제이고 본질적으로 반인간적일 뿐만 아니라 반생태적인 문명이 다. 동시에산업문명은모든것을뒤집은 혼돈(混沌)의세계이다. 산 업문명은 생명을 기계로, 존재를 소유로, 주체를 객체로, 주인을노 예로, 지식을 기술로, 자유를 동조로, 노동을상품으로, 낭비를필요 로, 파괴를 생산으로, 가격을 가치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전도된 세 계를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문명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을 분열시킴으로써 서로 대립하고 투쟁하게 하는 갈등 의세계이다. 오늘날국제적으로는자본주의진영과공산주의 진영, 선진공업국과 제3세계 국가가 서로 대립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노동과자본이투쟁하고있고인간정신안에서는이성과감성이갈 등하고 있다. 그리고 생태적으로는 인류가 자연에 적대하고 있다. 사실산업문명은우리민족과한반도를분단시켜놓았고같은민족 이서로다른이데올로기와체제를가지고적대하도록하는문명사 적전제이기도한것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산업문명은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사
회, 경제, 정치의 영역에서, 전지구적인 생태계의 영역에서 위기에 직면해있다. 이것은물질적, 제도적인위기일뿐만아니라지적, 윤 리적, 정신적위기이며인류사상유례없는규모와긴박성을지닌위 기, 바로전인류와 지구상의 전생명의 파멸을 의미할수도있는위 기인것이다. 오늘날 산업문명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다음과 같은 증후(症
候)로나타나고있다.

첫째, 핵위협과공포이다. 이차세계대전후미소간의이데올로기적냉전체제는전략적우
위의선점을위한핵무기의경쟁적개발과비축을유발하여지구와 인류자체의 파괴를 의미하는 핵전쟁의 공포에떨게하고 있다. 한 편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란 구호 아래 개발된 핵발전소가 또다 른 핵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두 차례의 석유파동 이후부터 화석연료의고갈에대한대안으로인식되면서세계적으로확산되어 나가고있다.
둘째, 자연환경의파괴이다. 과도한물질적성장의추구는 과잉생산, 낭비적 소비, 인플레이
션, 불황, 실업등과같은경제적 재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동시 에인간의육체적, 정신적건강과자연의생태적균형을파괴시키고 있다. 특히과도한 화석연료의사용때문에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은 대기, 바다그리고 강, 들과산을오염시켜가공스러운오존층의파 괴와 기상이변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산성비 그리고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도한 사용은 토양의 유기적 순환질서 를파괴하였고식수, 식품의오염은인간의건강에치명적인위협이 되고있다.
셋째, 자원고갈과인구폭발이다. 끝없는 성장과 확대의 추구는 인간생존에 불가결한 금속과 광
물, 산림과어류, 산소와오존을소진시키며, 한정된채재생시킬수 없는화석에너지원을 고갈시켜나갈 것이다. 자원이 고갈되어가면 서 동시에 세계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인류미래에 중대 한위협이아닐수없다. 선진자본주의열강의식민지였던 제3세계 는 과거 식민지시대 이래 창출된 부가 외부로 유출되어서 아직도 절대적빈곤에허덕이고 있다. 제3세계에유출된부가선진공업국 들의 인구평형에는 기여했을지 몰라도 제3세계의 인구증가를 폭발 적으로가속시키고있다.
넷째, 문명병의만연과정신분열적사회현상이다. 환경오염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심리적 긴장은 한편으로는 인
체의면역과자기치유의기능을약화시켜 암, 에이즈(AIDS), 심장병, 뇌일혈,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적 퇴행성 질환을 만연시켰고, 다른 한편으로사회문화적환경을악화시켜 우울증, 분열증, 자폐증(自閉 症)과같은정신질병과 폭력, 범죄, 마약중독, 사고, 자살등의사회 분열증현상을야기시키고있다.
다섯째, 경제의구조적모순과악순환이다. 시장원리를추구하는자본주의는낭비적소비를조장하는과잉
생산의 체제로서 그것은 경기순환 과정에 주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불황, 실업을발생시키는악순환의모순을가지고있으며, 자본주의 의모순에대한대안으로서확립된사회주의는악순환의고리인시 장경제를 거부하고 사회적 통제와 계획이 생산과 공급을 결정하는 체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필수적인 수요마저 충족시키지 못하며 공 급부족과생산의비능률을유발하는또다른모순을낳고있다.
여섯째, 중앙집권화된기술관료체제에의한통제와지배이다. 자원, 에너지, 인간노동을 지배∙관리하는 기술관료체제 특히
정부와당과 대기업은 합리성, 능률, 성장을 내세워 더욱더 전문화, 거대화되어가고있고중앙집권화를강화시키고있다. 그결과중앙 집권화로비대해진기술관료체제는에너지의낭비와관리비의증대 로 인해 생산∙관리의 사회적 비용과 생태적 비용을 증가시키면서 인플레이션과 실업,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을 촉진하고 있으며 인간 에대한통제와지배를강화하면서비능률과부조리, 부패와나태만 유발하고있다.
일곱째, 낡은기계론적세계관의위기이다. 우리들은 일상생활 가운데 매일 산업문명이 유발시키고 있는
수많은위기의현상과맞부딪치게 된다. 인플레이션과 실업, 에너지 의위기, 건강의위기, 환경재해, 폭력과범죄의증가를우리들은일 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경제전문가들은 인플레 이션과불황의진정한의미와 원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병리학자나



의사들은 암과 에이즈(AIDS)의정체를몰라당황하고 있으며, 정신 분석학자들은 정신분열증에 아무런해답도주지못하고 있고, 치안 당국과 법률전문가들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폭력과 범죄에 속수무 책인상황에처해있으며, 환경문제에피상적인대책만을내놓고있 다. 이러한상황은 상호의존하면서 전체적으로 연결되어있는역동 적인 세계를 낡은 기계론적인 세계관으로 이해하고 틀지우는 데에 서연유하는것이다. 위에서열거한산업문명의여러위기적증후는 결국동일한하나의위기, 즉낡은세계관의위기의서로다른표현 에지나지않는다.
기존의 사회조직, 가치체계, 세계관은 핵공포와 환경오염, 암과
정신분열증, 폭력과 범죄, 물가고와 불황, 자원고갈과 인구폭발 등 과같은위기적상황의진상을규명하고처방을구하기에는너무나 편협하고 낡은 것으로서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 라 바로 이것이 오히려 위기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17세기 이래 약 300년간서구인들이주도해온세계질서와그기반이되고있는 세계관, 가치체계, 문화모형에 대해 전면적 재검토와 재평가를 할 때가온것이다.


2. 기계론적모형의이데올로기

세계의 위기는 자연파괴, 인간소외, 사회분열, 경제의 악순환,
권력의 억압, 사상의 혼돈 등의 증후군들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위기적상황은인류문화의역사적맥락에서이해될필요가있다. 근 세에 들어와서 서구인들이 지배해온 세계질서는 서구의 계몽철학, 실증과학, 산업혁명, 시민혁명에 의해 형성되어 온 역사적 산물인 것이다. 오늘날인간을 억압하고 소외시키며 자연을 지배하고파괴 하는 산업문명도 한때 인류에게 자유, 평등, 진보를 약속하는 복음 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세기에 이르러 독점자본주의, 기술관료체 제, 제국주의가 등장하게 되면서 산업문명은 세계를하나의거대한 기계장치와같은질서로편성하게되었던것이다. 여기에사상적기 반과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 것이 다름 아닌 분석적 합리주의 철학 과실증주의적과학이었다. 데카르트(Descartes)의철학, 뉴톤(Newton)의물리학, 존로크
(John Locke)의 사회사상은 인간과 물질을 고립되고 단절된 원자 적 존재로 파악하고 자연, 사회, 우주를 기계론적 모형으로 설명하 고있다. 그들은 인간이육체안에외부와 격리되어 존재하는정신 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인식함으로써 인간으로 하여금 육체와 감 성의존재의미를 상실케 하였고, 인간을 사회와 자연으로부터격리 시켜서인간이사회와자연속에서이웃사람과다른생명들과협동 하며살아가는방법을망각케하였다. 그리고 서구의 합리주의, 실증주의, 산업주의는 직관적 지혜보
다는 분석적 지식을, 통일보다는 분리를, 조화보다는 대립을, 협동 보다는 경쟁을더치중해 왔었다. 이러한 편향된 지향과 시각이문
화의전반적인불균형, 즉인간과자연, 사고와감정, 존재와가치의 불균형을 유발함으로써 산업문명은 사회적, 정치적, 생태적 분열과 갈등으로 야기되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과학적방법과분석 적합리성만을강조하는기계론적이데올로기는오늘날의산업사회 전반에깊숙히뿌리를박고있다. 산업문명을옹호하는지배적이데올로기는다음과같은유형으
밝히고있는것이다. 그리고양자론도물질의미시적세계에있어서 양자적 입자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재가 아니라 부단히 생 성∙소멸하는에너지의일시적 형태, 즉 에너지(場)의변화과정이며 그 변화의 현상은 관찰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밝혀내고있다.
로나타나고있다.
첫째, 과학만이진리에이르는유일한길이라는신념이다. 현대는 과학시대라고 불린다. 이시대는 합리적 사상이 지배적
이며 분석과 실증에 기반을 둔 과학적 방법만이 참된 지식의 유일 한길이라는신념이보편화되어있다. 직관적철학, 윤리적성찰, 종 교적명상등과같은정신활동은신비주의로배척되어그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과학지상주의(科學至上主義)라고 불릴 만한 신념과 태도가 단지 학문과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적 모든제도에깊숙히침투해있다.
둘째, 실제(實在)를이원론적으로분리해서보는존재론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나는존재한다(Cogito, egro sum)”고한
저유명한데카르트의말은근대합리주의의상징적명제일것이다. 이명제는인간을정신과육체로분리된것으로보며, 그존재의확 실성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에 있다는 사상을담고 있다. 물론이원 론적존재론은데카르트이전부터서구에뿌리깊은철학사조이었으 나 데카르트 이후 인간과 자연, 정신과 물질, 이성과 감성, 개인과 사회등모든존재의영역에적용되면서산업사회의지배적인철학 으로신봉되어왔다.
셋째, 물질과우주를기계모형으로보는고전역학이다. 근대 과학의 기계론적인 모형은 물질을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기본구성체로 환원하고 우주를 정확한 수학적 법칙에 따라 작동하 고있는하나의커다란기계로파악한뉴턴의물리학에서비롯되었 다. 우주란 절대공간, 절대시간이라는 3차원의 무대에서 외부와 단 절되어 고립된 물질들이 동시적으로 작용하는 중력에 의해 운동하 는 세계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물리현상은 중력에 의한 물질의 운동으로 환원될 수있고이 운동을 지배하는 것은 정밀한 수학방정식으로 기술될수있는결정론적인 인과법칙인 것이다. 이 러한뉴턴의기계론적인역학은자연과학은물론인간과사회에대 한학문인사회과학을기계론적틀로정립시키는데이론적근거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 절대공간, 절대시간, 물 질적입자, 인과법칙과같은뉴턴의고전물리학의기본개념들이깨 지면서 기계적 세계관은그기초에서부터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아 인슈타인(Einstein)은상대성이론에서공간과시간이절대적인것이 아니라관찰자의위치와속도에따라상대적인것이며물질도외부 로부터독립된입자(�子)가아니라에너지의다른형태일뿐이라고

밝히고있는것이다. 그리고양자론도물질의미시적세계에있어서 양자적 입자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재가 아니라 부단히 생 성∙소멸하는에너지의일시적 형태, 즉 에너지(場)의변화과정이며 그 변화의 현상은 관찰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밝혀내고있다.
로나타나고있다.
첫째, 과학만이진리에이르는유일한길이라는신념이다. 현대는 과학시대라고 불린다. 이시대는 합리적 사상이 지배적
이며 분석과 실증에 기반을 둔 과학적 방법만이 참된 지식의 유일 한길이라는신념이보편화되어있다. 직관적철학, 윤리적성찰, 종 교적명상등과같은정신활동은신비주의로배척되어그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과학지상주의(科學至上主義)라고 불릴 만한 신념과 태도가 단지 학문과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적 모든제도에깊숙히침투해있다.
둘째, 실제(實在)를이원론적으로분리해서보는존재론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나는존재한다(Cogito, egro sum)”고한
저유명한데카르트의말은근대합리주의의상징적명제일것이다. 이명제는인간을정신과육체로분리된것으로보며, 그존재의확 실성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에 있다는 사상을담고 있다. 물론이원 론적존재론은데카르트이전부터서구에뿌리깊은철학사조이었으 나 데카르트 이후 인간과 자연, 정신과 물질, 이성과 감성, 개인과 사회등모든존재의영역에적용되면서산업사회의지배적인철학 으로신봉되어왔다.
셋째, 물질과우주를기계모형으로보는고전역학이다. 근대 과학의 기계론적인 모형은 물질을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기본구성체로 환원하고 우주를 정확한 수학적 법칙에 따라 작동하 고있는하나의커다란기계로파악한뉴턴의물리학에서비롯되었 다. 우주란 절대공간, 절대시간이라는 3차원의 무대에서 외부와 단 절되어 고립된 물질들이 동시적으로 작용하는 중력에 의해 운동하 는 세계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물리현상은 중력에 의한 물질의 운동으로 환원될 수있고이 운동을 지배하는 것은 정밀한 수학방정식으로 기술될수있는결정론적인 인과법칙인 것이다. 이 러한뉴턴의기계론적인역학은자연과학은물론인간과사회에대 한학문인사회과학을기계론적틀로정립시키는데이론적근거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 절대공간, 절대시간, 물 질적입자, 인과법칙과같은뉴턴의고전물리학의기본개념들이깨 지면서 기계적 세계관은그기초에서부터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아 인슈타인(Einstein)은상대성이론에서공간과시간이절대적인것이 아니라관찰자의위치와속도에따라상대적인것이며물질도외부 로부터독립된입자(�子)가아니라에너지의다른형태일뿐이라고
넷째, 생명현상을유기적으로보지않는요소론적생물관이다. 생물의 기본구성요소가 세포라는 것을 발견한 이래 생물학은
신체구조, 유전, 생식, 진화와 같은 생명현상을 기계론적으로 이해 하는계기를마련하였고현대분자생물학은디엔에이(DNA)의신비, 즉염색체안에있는유전자의분자구조를밝혀내기에이르렀다. 생 물을 기계로 간주하고 탐구함으로써 얻은 성공으로 말미암아 생명 과학자들은기계적모형이외에아무것도믿으려하지않는경향이 없지않다. 그러나현대분자생물학은생물체가어떻게숨쉬며체온 을 조절하고 소화하고 지각하는지를 규명하지 못하고 하나의 세포 인태아가어떻게조직과기관으로분화되면서성장해가는지그리 고생물체가상처를입으면왜통증을느끼고또어떻게스스로치 유할 수 있는지를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생명과학이 풀지 못하는많은문제들은전체로서의생물체가갖고있는통합적기능 과환경과의상호작용을무시하고전일적인생명체를환원할수있 는 요소로만 분석하는 비유기적이고 단편적인 접근 때문에 기인하 는것이라하겠다.
다섯째, 인간정신을 기계모형으로 보는 영혼 없는 행동과학과
육체없는정신분석이다. 오늘날 인간심리에 대한 대표적인 이론은 행동주의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이다. 양자는그방법과관점에있어서 현저하게다르나 인간의의식을기계론의시각으로보는점에있어서는동일한논리 적 기반 위에 서 있다.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심리현상이 행동의 형태로환원될수있고, 행동의형태는기계론적메커니즘에지배된 다고주장한다. 그리하여인간의심리나행동을외부의자극에반응 하는복잡한기계적구조의것으로이해하고있다. 인간행동은자극 에대한반응으로서욕구충족을통해강화되고미리계획된조건에 의해조정되고통제될수있다고본다. 인간을외적조건에의해조 작할수있다고간주하는행동주의심리학은주체로서행동하는인 간상을거부하고인간행동을과학적인방법으로조건화함으로써통 제할수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의식의 존재는물론 인간의식자 체까지 인정치 않는 행동주의와는 달리 정신분석학은 육체와 분리 된 인간정신을 탐구한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드(Freud) 는각성된 의식이 빙산의 일각, 즉본능의힘에 지배되는 감추어진 거대한 무의식의얇은층에불과하다고 한다. 무의식이란 망각되었 거나 억압되어아직 의식적인 각성에 도달하지않은심리적 힘, 또 는본능적인성의욕구를의미한다. 본능적욕구의깊숙한근원에는 이드(ID)라는 실체가 있어 이것이 본능의 충동적인 힘을 억제하고
있는초자아(超自我)와충돌함으로써모든정신병리현상이일어난다 고 보고 있다. 각성된 의식, 즉 자아(自我)는 충돌하는 두 힘이 대 립∙갈등하는 심리공간일 뿐이다. 정신분석학은 인간 정신세계도 수량적이고직선적인인과법칙이지배하고있기때문에정신병리는 분석될수있고과학적으로치료될수있다고보고있다. 결국정신 분석학은 인간의식을 기계적 모형으로 보는 일종의 정신물리학인 것이다.
여섯째, 직선적인성장만을추구하는경제이론이다. 오늘날 많은 경제학 이론들은 경제현상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간의 물질∙에너지∙정보의 순환적 대사(循環的 代謝)라는경 제의사회적, 생태적연관관계를간과하고있고경제가생태적환경 과인간사회가변함에따라변화하는역동적과정임을무시하고있 으며경제를포함한사회의진화가인간의가치관에의해추진된다 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론의 단편적 전문화와 수량적 추상화만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하여 경제학은 경제의구체적 현실로부터점점 괴리된채심각한 개념상의 혼란에빠져 있다. 가치문제와 깊은연 관을갖고있는경제학이경제의 생태적, 사회적, 심리적의미와관 계되는가치의질적인문제를오히려도외시하고가치를화폐의양 으로만환원하여경제를기계적모형으로탐구하고있다. 자본주의이건 사회주의이건 간에 오늘날의 경제이론은 직선적
인성장에대한강박관념을갖고있다. 성장에대한강한집념은결 과적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서로유사하게만들어 놓았다. 한 정된환경속에서무한정한성장만을추구한다면온생태계와인류 는머지않아재난을초래할것임에틀림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양 자모두가경제성장과기술진보만을추구함으로써중앙집권화된기 술관료들에의한통제와지배를강화시키고경제적갈등을격화시 키면서 사회의 균형을 파괴하며 환경을 훼손시키면서 자원을 고갈 시켜나가고있다.
일곱번째, 자연을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반생태적 자연
관이다. 근대이래과학의목표는자연을지배하고통제하는지식의획
득에 있었다. 일찍이 베이컨(Bacon)은 과학의 실험적 방법이란 자 연의 방종함을 견제하고 자연을 인간에게‘봉사하는 노예’로묶어 두기위해서그비밀을고문해알아내는일이라고잔인하게표현한 일이있다. 분석과실증에기초하는과학은자연을기계적모형으로 인식함으로써자연에대한 정복, 지배, 착취를합리화하고승인하는 과학적근거를제공한셈이다. 결국과학은생명을양육하는모성으 로서의자연을노예로삼고말았다. 자본주의는과학과기술을활용해서생산이란이름으로자연으
로부터 엄청난 부(富)를 수탈해 왔으나 자연의 가치를 인정치 않고 자연질서 이외의그무엇을 생산하는 것, 즉자연을 변형시키는노 동, 기술, 기계, 자본만이 가치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소외된 노

동으로부터 인간해방을 주창한 젊은 마르크스(Marx)는“인간은 자 연의일부이며노동자는자연, 즉감각적외부세계없이는아무것도 창조할 수 없다”라고 말하면서 자연에 대한 생태론적인 견해를 피 력한바있다. 그러나그의사상을 계승했다고하는 공산주의는자 연에대한지배와착취를생산력이라오인함으로써자연에대해반 생태적태도를취하고있다. 북한의소위주체사상도자연을개조하 고 투쟁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인간을 자연지배의‘유력한 존 재’로보고있는것이다.
산업문명을 지배하고 있는 기계론적 이데올로기들은 개방적이
고진화되어가는인간의세계를폐쇄적이고고립된거대한기계의 체계로 전락시켜 놓음으로써 반인간적, 반사회적, 반생태적 성격을 갖게되었다. 물론오늘날과학에서도낡은기계론적모형에서벗어 나 인간과 자연과 우주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는 기운이 싹트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기계론적 이데올로기가 산업사회의 지배적 원 리로서자리잡고있다. 그러나기계의원리와질서를가지고생명인 인간과 자연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산업문명은 비록 합리성과 능률 성을표방하고성장을추구하면서더욱더거대화, 전문화, 중앙집권 화되어 가고 있지만 한정된 채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인 화석연료 없이는작동될수없는폐쇄적이고고립된기계장치에불과하다. 그 러나 기계는 엔트로피(entropy)의 법칙에 지배되는 죽음의 세계이 다. 일찍이지구를 지배했다가 환경의진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멸종해 버린 공룡(恐龍)의 운명과 같은 것을 오늘의 산업문 명의위기에서예감하게된다. 결국기계문명은생명의부정이며인 간을죽음에이르게하는병이며, 그것은곧전인류의죽임이다.


3. 전일적(全一的) 생명의창조적진화

환경과 단절되어 고립된 체계는 엔트로피, 즉폐기된 에너지를
생산하고 축적하여 마침내는 열의 죽음에 이르게 되며 그 구조는 질서에서무질서로향하게된다고하는우울한진실이 열역학(熱� 學)에의해밝혀지고 있다. 오늘의 산업문명은 환경, 즉생태계로부 터 단절되어 고립된 기계와 흡사한 세계이다. 이 안에서 생존하는 인간도사회적, 생태적환경에서단절되어고립된존재같이보인다. 그런데 열역학은 고립된 체계들은 반드시 죽음에 이른다고 선언하 고있다. 엔트로피 법칙에 지배되는 산업문명은 파멸할수밖에없 다고하는그슬픈운명이기계적모형안에이미배태되어있었고 기계문명의 붕괴는이미예고되어 있었다. 그러나 붕괴되고 파멸하 는것은기계문명의낡은틀일뿐이지인류그자신은아닌것이다. 왜냐하면인간은창조적으로진화하는생명이기때문이다. 과학에 새로운 기운이 움트고 있다. 뉴턴 이래 모든 과학은사
물을가장단순한단위로분할하고환원시켜해명하려고애써왔으 나 분할의 과학은 산업문명의 낙조가 깃든 오늘날 한계에 부딪쳐 있다. 우리가일상경험하는자연현상은하나의원자나분자가아니
라 다수의 분자덩어리로 이루어진 복잡한 현상이다. 분자와 분자, 분자와 환경 사이에 여러 모양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덩어리는 혼란스럽게 보인다. 이와같은복합현상은 단순한단위와 요소로 환원하여 해명할수없다. 구름의 변화를물의분자로해명 할수없고건물을벽돌의집합으로설명할수없다. 그래서분할된 것을다시통합하여자연의전체적인본래의모습을보려고노력하 는 과학의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과학이 엔트로피 법칙에 대해 놀라운 재해석을 하게 되었고 진화에 대한 새로운 모 형을우리앞에제시하고있다. 새로운과학의견해에따르면, 환경과더불어물질∙에너지∙정
음을향해가는내리막길이아니라오히려자기한계를초월하여높 은질서로향해가는진화의밑바탕이되는것이다. 진화의 모형으로 보면 평형은 정태적 구조에서 안정된 상태를
보를 주고받는 개방된 체계는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내부에서 생산된 엔트로피를 환경에 배출한다. 개방된체계에있어 서 환경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에너지의 양과 환경으로 배출하는 엔 트로피의 양이 평형을 이루면 그 구조는 평형상태에 놓이게 되고 반대로양자사이에평형이깨질때에는비평형상태에놓이게된다. 평형상태는 그 구조가 안정되어 있지만 비평형상태에 있는 체계는 불안정하여끊임없이동요하게된다. 그동요가격화되어서어떤분 기점(分岐點)에도달하게되면지금까지의낡은구조를스스로무너 뜨리고새로운질서를 조직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평형상태에있어 서작은동요는오히려증폭되고격화됨으로써낡은구조를해체하 고새질서로진화해가는것이라한다. 열역학은 고전역학과는 달리 시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엔트
로피법칙은이우주에는피할수없는에너지의손실이있다는 것, 즉한체계에있어서에너지의총량은일정하지만쓸모있는에너지 의 양은 열의 손실로 점차 감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일 이 우주가 열의 죽음으로 인해 운동을 멈추는 것이라면 한순간이라도 바로그전의순간과는더이상같을수가없다. 열역학의세계에서 는언제나 일정하게 흐른다는절대시간의 개념이 성립될수없다. 그 누구도 엔트로피를 보충하기 위해 시간의 방향을 거꾸로 돌릴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의 화살은 비가역적(非可逆的)인 것이다. 우주 는 에너지가 새어나옴으로써 그 구조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질서에서무질서로무너져버리고만다. 결국우주는늙어가면 서죽을수밖에없는것이다. 이와같이엔트로피법칙은우주와인 간에게비관적인장래를예언하고있다. 그러나진화의시각에서보면우주와세계는달리보인다. 우주
는에너지를잃어감에따라질서있는상태에서무질서한상태로늙 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늙어감에 따라 보다 성숙하게 자기를 조직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높은 수준의 질서를 향해 진화해 가는것이라고한다. 엔트로피의증대는닫혀진체계에있어서시간 이비가역적으로흐른다는것을의미한다. 그러나닫혀진체계란우 주의 진화에서는 극히 드문 일시적인 현상이며 오히려 비가역적인 시간, 즉 엔트로피야말로 질서의 근원이 되는 것이라 한다. 개방된 체계는 무질서하게 요동치는 과정을 통해서 오히려 고차원의 질서 로자기를 조직해 나아간다고할수 있다. 그렇다면 엔트로피는죽

낡은것은밖으로내보내고새로운것을받아들인다. 생명은이러한 자기갱신(自己�新)을 통하여 전체적인 자기의 구조와 질서를 유지 하게되며부분들의손상때문에전체로서의자기가파괴되지않도 록자기를보호하면서동시에손상된부분들을스스로치유한다. 생 명은 낡은 부분들을 새것으로 바꾸는 부분적인 자기갱신의 수준에 머물러있는것만은아니다. 자기한계를넘어새로운자신을창조하 기위하여또다시자신을전체적으로갱신하는창조적모험을감행 한다. 그리고생명은창조적진화를단독으로수행하는것이아니라 자기보다 거시적인 생명인환경과 협력해서 공동으로 수행한다. 그 러므로 생명의 진화는 생명체가 자연선택에 의해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으로 보는 다윈(Darwin)류의 진화가 아니라 미시적 생명이 거 시적 환경과 공진화하면서 자기를 초월하고 동시에 자기를 조직화 하는창조적활동이다. 반면에기계는외부와단절되어고립된체계 이다. 작동을계속하기위해서한번에너지를공급받으면외부와관 계를맺을필요가 없다. 그러나 에너지가일단 고갈되면 작동이정 지되며 정지된 기계는 외부에서 에너지의 새로운 공급이 없는 한 스스로작동을시작할수없다.
여섯째, 생명은순환적인‘되먹임고리(feedback)’에따라활동
하고기계는직선적인‘인과연쇄’에따라작동한다. 생명의 활동은 신진대사이거나 진화이거나를 막론하고 끊임없
는순환과정을 통하여 진행된다. 순환과정은 출력된 에너지를입력 으로 다시 먹이는 되먹임의 고리이다. 이러한 순환에서 생명은 그 내부가동요하게됨으로써비평형의상태를경험하게된다. 사실비 평형이야말로 생명으로 하여금‘일하게’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이며 자기보존과 자기갱신을 위해 부지런히 환경과 신진대사를 하 게만드는동시에낡은자기한계를넘어서서새로운질서로진입하 게만들고 있다. 생명은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동이일정수준 을넘어자신의평형을지나치게불안하게만들면마치자동제어장 치같이변동을 억제함으로써다시평형을 회복한다. 그리하여생명 은 소극적인‘되먹임고리’를 통하여 체온조절, 혈액순환 등과 같은 대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한편 생명은 적극적인‘되먹임고리’를통 해변동과요동이증폭되면전체의평형이붕괴될지도모르는위기 에봉착하게 된다. 이때생명은낡은질서를 해체하고전혀새로운 질서를형성하게되는데결국생명은위기를창조적인진화로전환 시키는 것이다. 생명의진화는변동을 억제하는 소극적인 되먹임고 리를통해서이루어지는것이아니라오히려변동을증폭하는적극 적인되먹임고리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적극적인 되먹임은적은입 력으로 진화라는 엄청난효과를 가져오는 과정이다. 이와는다르게 기계는원인과결과의직선적인연쇄에따라에너지가소진될때까 지만작동하는것이다.
일곱째, 생명은‘정신’이다. 진화의관점에서볼때생명의본질은정신이라할수있다. 정
신은생명을기계와구분할수있는기준이된다. 생명과정신은둘 다그환경과상호작용하면서자기를조직하는역동성을지닌다. 창 조적인것은정신의본성이다. 물질도정신의반대가아니라우주적 한과정의또다른면을드러내는 것이다. 정신은 인간과 생물체에 게만있는것이 아니다. 정신은 우주의모든실제에 내재하는생명 의근원적활동이다. 모든생명체가신진대사를통하여자기를조직 하듯이 화학반응에 있어서 분자들도 스스로자기를 조직한다. 아원 자입자에서 은하계에이르는물질의 세계, 원생세포에서 인간에이 르는생물의 세계, 생식과 대사작용에서 자기의식에 이르는인간정 신의 세계는 모두가‘우주정신의 자기조직화’, 즉 우주진화의 역동 적 표현이다. 인간은 외부의 실재를 자기 안에 반영하는 반사정신 (反射精神)을창조함으로써환경의영향을받을뿐만아니라환경을 변형시킬수있게되었다. 그리고인간은자기밖에있는것들을감 각하고경험하며생각하는반사정신으로써자신을의식하는단계에 도달하게되었다. 그리하여인간은자기밖에있는환경을의식하고 지각하며경험할뿐아니라자기자신을자각하게되면서문화를창 조하게되었다. 과학의 견해에 따르면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는 약 5만년 전에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이 브라만이라는 것을 체험할 때 인간은 비로소 마야의 구속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가르치고있다. 역동적인 세계관은 바로 불교의 근본사상이기도 하다. 불교는
세계의모든실상이무상하다는깨달음에서출발한다. 모든것은생 겼다가 사라지며(諸行無常) 유전하고 변화하는 것이 우주와 생명의 근원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인간의번뇌는 움직이고 변하는세계 를그대로받아들이지않고고정된현상과관념에집착하는데에서 생겨난다고가르치고있다. 중국의 역사상(易思想)과 노장사상(�莊思想)도 모든 실재를 유
거의완성되었고그뒤에는사회문화적진화를해왔다고한다. 이미 인간은 의식, 사고, 언어의능력을사용함으로써생물학적진화에서 정신의진화로나아가게된것이다.
자기를 초월하는 인간정신은 자기보다 큰 생명인 공동체와 생
태계의질서에참여하고지구의정신에통합되며종국에가서는거 룩한우주의 마음과 합일하게 된다. 이와같이생명은 단순히환경 에 적응하여 살아 남는 그 이상의 것으로 자기한계를 초극하여 진 화함으로써 창조의기쁨을느끼는 거룩함이다. 거룩함은 우주를포 함한모든생명에담겨져있고바로이거룩한생명이바로한울님 이다. 한울님은결코초월자나절대자가아니다. 오히려자기실현을 위해온갖위험을무릅쓰고끊임없이창조적으로진화하는생명그 자체이다. 인간정신은자기안에거룩한 우주의 마음을 지니고있 는것이다.


4. 인간안에모셔진우주생명

동양 전통사상의 직관적 지혜는 우주의 궁극적 실재를 창조하
고계시하는초월적인 신(神)으로보지 않고, 나타났다사라지는활 동속에서자신을다양한모습으로변화시키는보편적 일자(普遍的 一者) 즉우주의생명으로파악하고있었다. 힌두교의최고신을지칭하는브라만이라는말은 생명, 운동, 성
장, 진행을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브라만은 때로는 생성과 소멸의 춤을추는시바신의모습으로나타나기도한다. 힌두교는우주를유 기적으로 성장하며 율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보고, 고립된형 태로고정된것들은모두마야(摩耶), 즉환상에지나지않는것이라
동하고변화하는과정으로보았고그궁극의원리를‘길(道)’이라고 표현하였다. 심리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자연적인 것이든모 든현상은역동적인우주과정에참여하고있는것이라 한다. 도(道) 의 참모습은 대립하면서도 상보적인 관계에 있는 음(陰)과양(陽)의 순환적 활동의 주기성에서 찾아볼수있다. 음과양은우주의궁극 적인생명인 태극(太極)의 양극이다. 그리고모든변화는음과양의 순환적 파동으로서 끊임없이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변화는 어떤외적인힘에의해일어나는것이아니라모든사물에두루내 재해있는자연적 경향이고, 음과양의균형이바로사물의 질서라 는것이다. 우리민족은우주의근원적생명을‘한’이란말로표현해 왔다.
‘한’은 서로 상반되는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한’은‘전체 로서의 하나’이면서 동시에‘개체로서의 하나’이다. 그리고‘한’은 밖으로퍼져나가는‘원심적확산’과가운데로모여지는‘구심적수 렴’을동시에뜻하기도 한다. ‘한’은많은개체를하나의전체에통 합하면서확산과수렴의순환적활동을수행하는한울을말하는것 이라고할수있다. ‘한’사상은 고조선시대이래우리민족의 전통사상으로 면면이
그 맥락을 이어왔다. 최치원(崔致遠)이 전하는 풍류도(風流道)가 바 로‘한’의사상이다. 풍류도는유(儒), 불(佛), 선(仙)을모두포함하면 서그이상의무엇을지니고 있다. 그것이바로‘한’사상이다. 풍류 도는 진화하는 우주 생명의 전일성(全一性), 즉‘한’에이르는 지극 히 그윽한 길(玄妙之道)이다. 현묘지도는 우주의 궁극적 실재인 생 명에합일되어가는도정(道程)이다. 우주생명인‘한’에서하늘과땅 과 사람이 생겨나고(一折三極) 하늘과 땅과 사람이 각각 생명을 지 니면서 하나의 우주생명에 합일되어 가는 것이다(大三合). 따라서 ‘한’은 없는 곳이 없고 포용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無不在 無�容). ‘한’사상은 서세가 동점하는 근세에 와서 우리 민족이 봉건적
질곡과외세의억압에신음하고있을때인내천(人乃天)사상으로그 위대한 모습을 다시 나타냈다. 동학의 한울님사상은 수운(水雲) 최 제우(崔濟愚)와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의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 만은아니다. 우리민족의마음에수천년간형성되어맥락을이어온 한울님의 상(像)이민족의 암울한 전환기에 성(誠)과경(敬)과 신(信)
으로써 모셔져야하는한울님으로다시현현하게 되었다. 한울님은 ‘한’, ‘길(道)’, ‘태극(太極)’, ‘기(氣)’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러나우리민족은한울님을관념화하지않았다. 우리민족의마음에 있는한울님은삼라만상속에충만하고인간과더불어있는지극히 가까우면서도 그윽하고 아득한우주의 궁극적인실재인 것이다. 한 울님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그안에 동참하면서 나누어 받아 체 험할수밖에없는한(大) 생명인것이다. 동학은이러한한울님사상 을계승하고 발전시켰다. 동학사상은 하늘과사람과물건이다같이 ‘한생명’이라는우주적인자각에서시작해서우주의생명을모시고 (侍天) 키워살림으로써(養天) 모든생명을생명답게하는체천(體天) 의도를설파하였다. 오늘날인류는진화냐파멸이냐하는분기점에서있다. 진화는
인간에게선택의 자유를 허락하고 있다. 문명의 전환기는 인간에게 새로운각성과결단으로써잃어버린생명과정신을되찾을것을요 구하고 있다. 이제야말로 우리는기존의 세계관과 가치관에서벗어 나우리의행동을의식적으로변화시켜야할때이다. 그러기위해서 우리는 인류의 진화과정에 축적된 문화유산에서 우리의 진로를 현 명하게결정할지혜를찾아내활용해야하겠다. 특히동학사상은이 러한상황에처해있는우리에게지혜와희망을줄것이다.
첫째, 사람은물건과더불어다같이공경해야할한울이다. 동학사상은 한울님을 인간과 자연을 초월해서 주재(主宰)하는
신으로보지않았다. 한울님은사람과생물심지어무기물에까지내 재해 있고 이들을 하나의 생명으로 통합하면서 자기자신을 실현해 가는우주의큰생명이라고 한다. 사람과 물건들속에있는생명은 곧한울님이며거룩함을지니고있다. 그래서사람은한울님을공경 해야하는것이다. 또한사람은한울님을공경함으로써다른사람과 물건들이 자기와 같은 생명으로서 한 동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동학은‘사람’과‘자연’이 모두 공경해야 할‘한울생명’에 합일된 하나의 생명이기 때문에 한울님같이 공경해야 한다고 가르 치고있다. 해월(海月)은 일찍이 인간이 자연에 대해 공경심을 가짐으로써
자연과생태적균형을이룰수있을뿐만아니라우주의진화에참 여할수있다고가르치고있다. 그리하여해월은“초목의싹을꺾지 아니한뒤에라야산림이무성하고”“손수꽃가지를꺾으면그열매 를따지못할것”이며“폐물을버리면부자가될수없다”고말하면 서생태적각성을촉구하고있다.
둘째, 사람은자기안에한울을모시고있다. 수운(水雲)은사람은누구나자기안에거룩한한울님을모시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인간은 모두 한울님이 되는 것이다. 수운 은한울님을개념적으로설명하지않았다. 수운은한울님을말로설 명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한울님의 참모습을 드러내 보였다고 할 수있다. 왜냐하면한울님은개념화될수도없고정의될수없는아

득한우주생명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람은 한울님을아 는것이아니라 모시고 있다고 하였다. 사람은 우주의 거룩한생명 을자기안에모심으로써우주적삶을살게되고우주의마음에합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울님을 모시는 일은“안으로 신령함을지 니고(內有神靈) 밖으로기운화함이있으며(外有氣化) 나아가한세상 모든사람각각이옮겨살수없는한울임을알게되는일(一世之人 各知�移者也)”이다. 시천(侍天)은 바로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사람이자기안에모신한울님을망각하고섬기지않을때바로인 간의 소외, 즉‘옮김(移)’이일어나는 것이다. 수운은인간이자신의 마음을지키고(守其心) 자신의생명을바르게하면(正其心) 한울님의 성품을거느리고(�其性) 한울님의가르침을받아자연의결에따라 진화해가는것으로본것이다(化出於自然之中).
셋째, 사람은마땅히한울을길러야한다. 해월은한울님이사람의마음속에모셔져있음은 종자(種子)의
생명이종자속에있음과 같다고 하였다. 사람은 종자를땅에심어 그 생명을 기르는 것과 같이 자신의 마음밭에 심어져 있는 우주생 명(宇宙生命), 즉한울님을길러야한다고 한다. 한울이있음을알지 못하는사람은종자를땅에심지않고물속에던져그생명을죽게 하는것과같다고 하였다. 한울을 기르는 사람에게 한울이있고한 울을기르지않는 사람에게 한울이없는것이라 하였다. 종자를심 지않는사람은결국생명의원천인곡식을걷을수없게되는것이 다. 그리하여한울을기를줄아는사람이라야한울을모실수있는 것이라하겠다. 사람은자기안에포태(胞胎)된생명의씨앗을잘기 르기위해서자기가일해서얻은곡식과밥을먹여키워야하는것 이다. 어떤사람이자기안에거룩한 생명을 모시고 기른다면다른 사람도 똑같이자기안에모시고 기르고 있다. 그리하여 사람은한 울로서서로공경하며 협동적으로 공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은자기안에, 다른사람안에, 자연안에모셔져있는생명의씨앗 을 정성껏 기르는 노고를 아끼지 않을 때 우주의 생명과 합일되는 시천(侍天)을수행할수있다. 그리고우주차원에서보면 양천(養天) 은바로 한울이 한울 전체를 키우기 위해 동질적인 생명들이 서로 상부상조(相扶相助)하게함으로써서로발전하게하는 것이고, 이질 적인 생명들이 먹이사슬(從屬營養) 순환을 통해 연대적인 성장발전 을도모하도록함으로써한울자신이진화해가는것을의미한다는 것이다. 해월은 이를 한울이 한울을 먹는다(以天食天)고 표현하고 있다.
넷째, ‘한그릇의밥’은우주의열매요자연의젖이다. 사람은 자기 안에 있는 한울을 키우기 위해서 밥을 먹어야 한
다. 사람은밥을얻기위해땀을흘려일하지않으면안된다. 그러 나밥과곡식은사람이노동하여얻은결실이라고만할수없고오 히려우주와자연의밭에서자라난열매이며한울(天)과땅(地)의젖 이라할수있다. 부모의포태(胞胎)가곧천지의포태이기에사람이
어렸을때어머니의젖을빠는것도한울과땅의젖이고자라서오 곡을먹는것도한울과땅의젖이라한다. 해월은밥과곡식과젖을 한울과땅의녹(�)이라고불렀다. 그러므로한그릇의밥을먹는일 이예사스러운일이아니다. 한울이한울의젖과녹인밥을먹는일 이다. 즉 그것은 사람이 우주생명과 합일되는 우주적 사건이 되는 것이다. 한그릇의밥은한울과땅에서맺힌열매이며동시에이웃사람
들이 땀으로 빚은 젖이기도 한 것이다. 때문에 밥 한 그릇 속에는 우주의 진리가 깃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공동체적 의미도 담겨져 있다고 하겠다. 인간은결국 사회라는큰솥에서지은밥을 같이 먹고 살아가는 한 식구인 것이다. 만사를 안다는 것(萬事知), 즉 진리의 깨달음은 밥한 그릇을 먹는(食一碗) 이치를 아는 데있 다고 하였다. 한그릇의밥이한울과 자연의 젖이요 이웃들의땀인 줄 안다면 한울과 땅 그리고 이웃의 고마움을 알고 되갚을 마음을 가져야할 것이다. 되갚을 마음은 한울과땅과이웃에대한고마움 의고백(告白)으로나타나게 된다. 해월은이고백을 식고(食告)라고 부르고 이를 "도로 먹이는 이치(反哺之理)"라고 풀고 있다. 생명은 ‘되먹임고리’에따라순환적으로활동하는 것이다. ‘되먹임’은우주 와생태계와사회안에서살아 움직이는모든생명이 물질과 정보, 에너지와 마음을 교환(交換)∙교감(交感)하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순환적인 상호의존성의 고리를 뜻한다. 그리하여 해월이말하는반 포지리는바로‘되먹임’으로풀수있다. 즉한울과땅과사람이생 명의에너지와마음을받아되돌려주는순환고리를의미한다고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식고는 한울과 땅과 이웃으로부터 받은 생명의 양식을 다시 되돌려 주겠다는 보은(報恩)의 의리(義理)를 맹세하는 일이다.
밥을 먹는 일은 성스러운 우주생명에 바치는 제사라 할 수 있
을것이다. 왜냐하면자기안에계시는한울님앞에생명인밥을바 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조상의 혼령에게 제사를 지낼 때 멧밥과 위패가벽을향해산사람건너편(彼岸)에놓여있었다. 그러나해월 은밥그릇을 정오(正午)의산사람 앞으로, 즉 이편으로(此岸) 옮겨 놓았다. 옮겨놓은것이아니라 잘못된 시간과 자리를 제자리로바 로잡은것이라할수 있다. 향아설위(向我設位)의사상은매일매일 의 일상적인 식사를 성스러운 제사로 그 본래의 의미를 찾게 하였 다. 그러므로‘지금여기’우주생명을모셔기르는산사람앞에생 명의근원이되는밥을공양(供養)해야할것이다. 왜냐하면산사람 안에 한울님으로서의 조상들의 마음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지금여 기에있는나의마음안에는먼과거의조상들의영혼과먼장래의 후손들의마음이우주의정신즉, 한울님으로서하나로합일되어있 는것이다.
다섯째, 사람은한울을체현해야한다. 사람은 한울을 모시고키우는 자, 즉 시천(侍天)과양천(養天)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은 한울님의 질서를 이 세상에
구현해야 할 사회∙윤리적 책임을 지고 있다. 체천(體天)은 사람이 한울을모시고키우는주체로서한울님다운도덕적, 사회적, 생태적 행위를해야함을의미하는것이다. 그리고사람은한울님다운행동 을 실천함으로써 이 세상을 한울님다운 세상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는것이다. 현존하는세계, 즉선천세계(先天世界)는죽임과억압, 소 외와 분열의 세계이다. 때문에 이 세상을 다시 한울의 세계, 즉생 명의질서로개벽(開闢)하는인간의행동은불가피하게싸움과부정 (否定)의형태를띠게된다. 죽임과억압에거슬러투쟁해야하고소 외와분열을 부정할 수밖에없는 것이다. 이것이바로한울의정의 (正義)인 것이다. 이 싸움은 우선 죽임과 억압의 질서에 대한 도덕 적, 정치적인 투쟁(財戰)으로, 조작과 기만의 문화에 대한 언어∙심 리적 투쟁(言戰)으로 나타나게 된다. 도덕의 싸움과 생명을 죽이는 싸움이아니라생명을살리는(活人) 싸움, 너도살고나도살고사람 도살고자연도사는, 즉함께사는무극대도(無極大道)를위한싸움 이다. 한편경제의싸움은밥한그릇의싸움이라할수있다. 밥한 그릇이우주의열매이자사회의열매인것을깨닫고생명의열매를 모든 생명에게 나누어 먹여서그생명을 살리는 싸움인 것이다. 말 의 싸움은 한울과 사람과 물건이 다같은 한울님이라는 우주적 각 성을 가지고 인간과 자연의 모든 생명을 섬기고 키워서 살려야 하 는책임이모든사람에게있다는한울의진리를이세상에널리전 하고 또한 그 진리의 그릇인‘말’을 순화(淳化)시키고 생동시키는 문화투쟁(文化鬪爭)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은 죽임의 세계에 대한 적극적인 투쟁을 전개하면서 동시에 일상적 생활에서 생명에 대한존엄과 경외를 잃어서는안된다는 것이다. 즉생명을 가두고 나누고억압하고죽이는일을결코해서는안되는것이다. 체천(體 天)의소극적인포현이바로 십무천(十毋天)의강령이라할수있을 것이다.
십무천 강령의 내용은, “①생명을 속이지 않는다 ②생 명 앞에
오만하지 않는다 ③생명에게 상처를 입히지않는다 ④생명을 어지 럽히지않는다⑤생명을일찍죽이지않는다⑥생명을더럽히지않 는다 ⑦생명을 굶기지 않는다 ⑧생명을 파괴하지 않는다 ⑨생명을 혐오하지않는다⑩생명을예속시키지않는다”로되어있다. 한울을 이 세상에 구현하는 체천의 도(道)는삼전(三戰)과 십무천을 통하여 구체화되는것이라할수있다.
여섯째, 개벽(開闢)은창조적진화이다. 수운과해월이말한바선천세계는생명을가두고(抑壓) 옮기고
(疏外) 나눔(分�)으로써 생명을 죽이는 죽임의 질서라 할 것이다. 생명이생명답게되기위해서는선천의질서를해체하고새로운생 명의 질서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후천개벽(後天開闢) 이다. 그러나 동학사상은 후천개벽이 인간의 인위적인 혁명으로성 취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후천개벽은 무위이화(無爲而化)로 되어 가는 것이다. 낡은 선천세계는 낡은 것과 새것이 자연스럽게 서로 갈아드는 진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가는 것이다. 인류는 인위적
폭력으로써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위이화하는 우주의 진 화와협력해서 자신의생명을 능동적, 적극적으로 진화시켜나아갈 때세계를개벽할수있는것이다. 인류의 진화는 무위이화라는 우주의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이면
서동시에 시천(侍天)하고있는인간의각성과실천의결과라할수 있다. 때문에인간이낡은선천세계를개벽하는일도한편으로보면 우주의 생명과 마음을 자기 안에 지니고 있는 인간의 능동적이고 창조적인참여에의해서이룩된다고할것이다. 결국우주와인간은 협력하고 동역(同役)함으로써 창조적 진화를 이룩해 나가는 것이고 이진화의역동적인과정을통하여우주와인간이통일되어나가는 것이다. 따라서인류의창조적진화는우주의개벽이고우주의진화 는인류의후천개벽이되는것이다.
일곱째, 불연기연(�然其然)은창조적진화의논리이다. 수운은 그의 독특한 개념인‘불연기연(�然其然: 아니다 그렇
다)’을 가지고 천지개벽과 인간진화의 사상을 전개시키고 있다. 그 의‘불연기연론’은 동양과 서구의 전통적인 존재론에 대한 진화론 적 극복이라 할 수 있다. 수운은 형태를 갖추면서 생성∙진화하고 있는천고(千古)의만물들이그현상으로보면(所見而論之則) 그렇고 그런것같이(其然) 보이지만그생성으로보면(所自而度之則) 그렇지 않다(�然)고하였다. 그리고생성하는것을변하지않고고정된 틀, 즉‘존재’의구조로보면‘그렇다’와‘아니다’의대립이생길수밖 에없다고하였다. 다시말해서, 긍정(肯定)과부정(否定)의이원론은 ‘생성’을‘존재’로 보는 데서 성립된다는 것이다. 수운은 이원론적 대립이시간의개념에서도성립된다고보고있다. 시간의흐름에있 어서도‘이미사라진과거’와‘아직오지않은미래’가이분(二分)되 어어느한쪽을‘그렇다’라고 보면그다른쪽은‘아니다’가된다 는것이다. 이렇게수운은긍정과부정의대립이라는이원론의문제 를제기하면서그해결을 진화의 시각에서 찾으려고 했다. 모든실 재는그생성과진화에서보면스스로진화하는궁극적실재, 즉한 울과합일되어있다는것이부정될수없기때문에오히려‘그렇다’ 라고단언할수있다고 하였다. 수운은 인간이 존재의 시각으로보 아서‘아니다’라고하는것조차‘아니다’라고할수있는근거를알 지못하기 때문에‘아니다’라고 부정할수없고오히려‘그렇다’고 앎으로써‘그렇다’고 믿는 것이라 하였다. 결국‘아니다(不然)’라고 보는것은기필(旣必)하기어려운 것, 즉생각이‘아직’미치지못한 것을의미하고‘그렇다(其然)’는‘이미’알고있는것, 즉생각이미 친 것을 말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리하여 수운은 무위이화(無爲而 化)하는 가운데 진화하는 한울에는“옛적부터 지금까지 미필(未必) 한적이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불연(�然)한 것은 미필한것이요기연(其然)한것은기필한것이라할수있다.
우주는물질과반물질간의대칭성의파괴로인한태초의폭발 (Big Bang)로부터 시작되어 맥동치면서 진화해 왔으며 지금도 진

화하면서 원자와분자같은물질의 미시적 수준, 생물과 인간과같 은생명의 거시적 수준, 생태계와 우주와같은 초거시적수준등으 로 중층질서(重層秩序)를 형성해 왔다고 한다. 여기서 진화란 단순 한것이복잡한것으로분화되어가는것을말한다. 즉‘하나(一)’가 ‘많은것(多)’으로분화된다는의미이다. 다른한편으로보면진화는 복잡하게혼돈된무질서가질서화되어가는과정이다. 즉‘많은것’ 이‘하나’로통합되어가는것을말한다. 이와같이진화는서로모 순되는것같이보이는‘복잡화’와‘질서화’의두경향을 통합하는 순환적역동과정이다. 그리고진화는모든수준의생명이그존재의 한계를넘어멀리뻗어나가는 것, 즉‘자기초월’인것이다. 그와동 시에 진화는 모든 수준의 생명이 요동을 통해 자기를 새로운 질서 로조직하는 것, 즉‘자기조직화’인 것이다. 따라서진화는낡은질 서의초월과새질서의조직을그과정에서통일하고있다. 또한진 화는 과거의 살아있는 경험과 전망되는 미래의 계획을 창조적으로 통합하고있다. 그리고진화는시간들의통일일뿐만아니라시간과 공간을묶어시공연속체로통합하고있다. 그리하여우주는모든수 준의 생명이 상호연관의 그물에 이어져 미시계와 거시계가 공진화 함으로써무궁한 시공(時空)으로펼쳐지는것이라할수 있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을 통합하면서 진화하는 우주가 바로 인간정신 안에 내재되어있다. 인간정신은과거의경험과정보를축적하고있는유 전기능을가지고있고그의환경인생태계와에너지를교환하는대 사활동을하고있을뿐만아니라우주진화의전과정을포괄하면서 자기자신을 의식할수있는자기의식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 은 자기 의식 속에 무궁히 진화하는 우주, 즉 한울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수운은 이를 일컬어 시천(侍天)이라 하였던 것이다. 시천은 정태적(靜態的)인상태에서초월적인신을섬기는인간의마음을의 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생성∙진화하는 우주를 지님으로써 한울과더불어진화하는인간의정신을의미한다. 수운의‘불연기연론(�然其然論)’은‘아니다 그렇다’의 논리로
써바로진화의 진상(眞相)을규명하고있는 것이다. 인간의감각적 경험과분석적지각은실제들을정태적구조안에‘존재하는것’으 로만보고실재들의생성과진화를간과하고있다. 그리하여인간은 감성과오성(悟性)을넘어서있는것, 즉생성과진화에대해불연한 것으로‘아니다’라고판단을내리고만다. 그리고인간이미시적차 원에서 진화하는 거시적 실재를 인식하려고 한다면 정태적인 틀에 맞는것에대해서만‘그렇다’라고궁극적판단을내리게된다. 여기 에서존재의이원론적분열과대립이성립하는것이다. 인간이생성 하는 실재를 분석적 지각으로 보면 기연한 것만 보고 지각의 한계 를 넘어서 있는 것을 불연하다고 부정하지만 궁극적 실재에 대한 직관을 가지고 이를 보면 그 불연한 것이 기연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은불연과기연이진화하는궁극적실재에있어서하나 로통일되어 나아가는 것이라할수 있다. 그리하여 거시적인차원 의실재는감각적인경험과분석적인지각의대상이될수없고직 관을통해 파악할수밖에없다. 직관(直觀)은문자 그대로‘내부에
서 배우는 것(intuition)’을 의미한다. 인간이 격변하는 진화의 소용 돌이에서 저장된 유전정보, 환경과의 대사(代謝), 분석적 정신만을 가지고진로설정에어려움을겪었을때에직관적지혜가인간을인 도해왔다고할수있다. 직관은구조적지식이아니라역사적과정 의 지식이며 진화하는 우주의 전일적 과정의 기억이라고 할수있 는것이다. 이것이바로시천의 각성(覺醒)이다. 인간이생명의궁극 적인 실재인 한울을 자기 안에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 는‘아니다’가‘그렇다’로 전환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깨달음’ 을 통해서 인간과 우주, 인간과 자연, 개인과 공동체, 물질과 정신, 불연과 기연이 통일되어 있음을알게되는 것이다. 이제시천의각 성이양천(養天)의실천을통해무위이화(無爲而化)하는가운데개벽 (開闢)으로전개되는진화의문맥을이해할수있게된다. 자연과 인간을 역사적인 안목에서 존재가 아니라 생성으로 보
일환이라는생각을갖게한다. 어떠한문명이든지그것이최성기(最 盛期)에 도달하면 그 사고방식, 행동양식, 사회구조의 유연성(柔軟 性)을잃고경직화됨에따라활력을상실해버리고몰락해가는경 향이 있다. 산업문명은 20세기후반 1970년대에들어와서그정점 에도달하고서는 바로쇠퇴의길로접어든것같다. 생명의 원리인 유연성에 반하면서 경직화된 기계의 질서는 이제 생존이냐 아니면 파멸이냐하는절망적위기의벼량에서있는것은아닌가? 그러나 위기는 파멸로 인도하는 위험한 상황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변화에 의가능성을잉태하고있는진화의계기, 즉새로운기회일수도있 다.
오늘날 위기의 상황 저변에서부터 변화의 조짐이 서서히 나타
려는사상적인시도와노력이 19세기서구에있었다. 근대화되어가 는 서구의 세계 질서 속에서 후진적 주변부에 지나지 않았던 독일 의낭만적인시대정신은당시현상(現狀)을타파하고새로운질서를 추구하면서 변증법적 사고를 촉진시켜 나갔다. 변증법(dialectic)은 헤겔(Hegel)의관념적인변증법이나마르크스의유물변증법을막론 하고그특징은모순을용인하는데있다. 이때모순은‘있음과‘없 음’의통일, 즉대립의통일을의미하는 것이다. 헤겔과마르크스는 ‘대립의 통일’을 모든 사물의 본질이요 역사진보의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사고의 법칙이라고 보았다. 그들은 사물의 변화를‘양(�)의 점진적 변화의 질적 비약(質的飛躍)’으로 보고 그 원리를 바로‘부 정의 부정’의 논리로 보았다. 변증법은 레닌(Lenin)에 와서 대립의 통일보다는투쟁이강조되었다. 레닌은대립의통일은조건적, 일시 적, 상대적이고 서로 배척하고 충돌하는‘대립의 투쟁’만이 절대적 이라고 주장하면서 투쟁의 변증법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변증법은 대립의 통일과 투쟁으로써 생성과 변화를 설명하고 있지만 대립적 인것이 모순이라기보다는 상보(相補)적이라는 점을 놓침으로써 존 재의 이원론적 구조에서 벗어나는 데 실패하였으며 생성과 변화를 단순히‘양의 질로의 변화’로 이해함으로써 기계론적 틀에 사로잡 혀 있는 것이라 하겠다. 결국 헤겔의‘구체적 전체성(具體的 全體 性)’은 개체와 전체가 전일적으로 통합되는 것을 의미하기 보다는 ‘획일적 전체성’으로 오해됨으로써 파시즘과 스탈린주의로 귀결되 고 말았다. 수운의‘불연기연의 논리’는 존재의 정태적인 틀 속에 속박되어 있는 인간 오성을 해방시키려다가 좌초한 변증법적 이성 (辨證法的 �性)의실패를극복하고 인간, 자연, 그리고우주의역사 를이해할수있는창조적진화의문법을새롭게제시하고있는것 이라하겠다.


5. 한살림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모든 문명은 발생, 성장, 쇠퇴, 소멸 의길을걸어왔고역사의이러한흐름은우주의역동적순환과정의
나고 있다. 사회, 경제, 정치의모든영역특히 국제정치, 경제의영 역에서지배권력이그힘을잃어가고있다. 초강대국인미국과중국 은 베트남에서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력이 아무런 소용이 없 다는것을 실감하였다. 일본은 인류사상 처음으로 자위대라는비정 상적인 군비(軍備)를 가지고 경제대국으로 발돋움을 해가고 있다. 두차례의세계대전이후세계경제를지배해오던미국경제는 1970 년대를 고비로 해서 소위 쌍둥이 적자라 불리우는 국제수지적자와 재정적자로 시달리면서 쇠퇴의길로 들어섰다. 그리하여세계최대 의 부채국인 미국의 달러가 세계경제사상(世界經濟史上) 처음으로 전세계의 화폐로 통용되고 있는 기현상이 나타나게 되었고 국경을 타고 넘는 다국적기업(多國籍企業)들이 국가의 주권과 세계경제를 주무르게 되었다. 이들기업의자산은대부분국가의 국민총생산을 능가하고그들의경제적, 정치적힘은각국정부의권력을능가하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기업의 지배도 국제여론의힘과국제경제의블 록화에의해세계도처에서도전을받고있다. 또세계는인권과자 유를 물리적 폭력으로써 지배해 오던 권위주의적 국가권력이 붕괴 되기시작하면서서서히민주화의경향을보이고있다. 또산업사회 내부에서도 기술관료체제, 즉대기업과당의지배체제에대한비판 이고조되면서부분적인개혁의기운이감돌고있다. 또다른변화의조짐은자연환경에대한인식의변화에서도엿
보인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환경에대한관심이 높아지면서이제 더이상경제성장을환경문제와분리해서생각할수없다는인식이 뿌리내리기 시작하였다. 일부 사람들은 환경파괴와 공해문제가 자 본주의시장경제와사회주의계획경제의파탄이라고까지하면서적 극적인 환경정책이 요청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파괴가 인류의생존자체를위협하고있는상황에있음에도불구하고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다소의 환경파괴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아직도 지배적인것이다. 사상과 이념의 영역에서도 새로운 징후가 보이고 있다. 그동안
세계를양분하여지배해왔던자본주의와공산주의는그정책과사 상에있어서 현실성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인은 계급과 이데올로기 가 아니라 인류의 공동선이 현실적이고 중요하다는 새로운 공동인 식에도달하고있다. 19세기자유방임의환상에실망한나머지지식
인들은 한때 마르크시즘에 열중했지만 오늘에 와서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수렴화(收斂化)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자본주의 여러 나 라들은고전자본주의의틀을넘어서사회정책과복지개념에관심을 돌리고 있고 한편 최근 소련과 동구의 일부 나라들은 개방과 자율 화의경향을보이기시작하였다. 오늘날인류와세계가문명의일대전환기를맞이하고있다. 이
때우리는우리민족의역사적상황을살펴보지않을수없다. 돌아보면우리민족의근세사는외압에대한줄기찬항전의발
자취였다. 우리민족은근대적민족으로서의자각이움트기전에안 으로부터 동요하기 시작하였으며 동시에 서구 제국주의가 동점(東 漸)하는 세계사의 흐름 속에 밖으로부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일본 제국주의의폭력적억압과야만적수탈속에서민중은그생존기반 을빼앗기고그민족적 본성을 박탈당한채신음하게 되었다. 그러 나우리 민족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일본 식민지지배에 대해 끊임없 이저항해왔던 것이다. 저항과 투쟁이 그렇게 치열했고 독립과해 방을향한민족의마음이그렇게열렬했음에도불구하고우리민족 은끝내 독립을 자주적으로 성취하지 못한 채 해방을 맞이하게 되 었다. 이해방은민족의자주적투쟁의결과라기보다는일본을대신 한 또 다른 외세(外勢), 즉 미국과 소련에 의해 타율적으로 주어진 것에불과했다. 이차대전 이후 소위 미∙소냉전체제(�戰體制)는 세력균형이라
는명분아래민족해방을 민족분단이라는 아픔으로 뒤집어 놓았다. 민족의분단은결국동족간의비극적싸움으로심화되어갔다. 전쟁 이휴전체제로바뀐지 40년이 지나도록남과북은상처를치유하 지 못하고 여전히 타율적 이데올로기와 체제 하에 서로 적대하고 있다. 그동안 남과 북은 자본주의 이념과 공산주의 이념을 가지고 그나름대로의 산업화를 이루어놓고 있다. 그러나남은어느정도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정치적으로는 군사적 독재 권력 밑에 민중 의생존과인권이오랫동안유린되어왔다. 북은이른바주체사상이 라는 낡은 스탈린주의의 토착화에 열중하면서 인민을 억압하고 소 외시키는폐쇄된전체주의사회를구축하고있다. 지금까지남과북의집권세력은서로정치∙군사적으로적대하
고있으면서 말로만 통일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기 존의 체제나 이데올로기에 대해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통일문제를 권력획득과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현재남쪽 의민중들사이에통일에대한열망이고조되지만그들도민족분단 에 가로놓여 있는 장애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사 상적혼란에빠져있다. 살아있는하나의생명인우리민족을기계 적힘으로 분단시켜 적대토록하고있는것은 무엇인가. 자연그대 로의 한반도를 기하학적인 선으로 절단하여 그 생명의 기(氣)를끊 어놓은것이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인류와 세계를 분열시킨억압적인기계문명인것이다. 진정한 통일운동은 무엇이 우리 민족의 역사적 진화를 가로막 고있는가를정확히인식하는일에서출발하는것이다. 생명을기계

의 구조와 질서로써 억압하고 소외시키며 분열시키고 있는 오늘날 산업문명이 인류진화 과정상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가를 파악하는 일에서 통일의 문턱은 발견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을 남과 북으로 갈라놓고서로적대케하는것은낡은기계문명의명맥을유지시키 면서 인류의 진화를 억제하는 소극적인‘되먹임고리(feedback)’인 것이다.
바야흐로 산업문명은 내부에서 격동하고 있고 그 동요는 낡은
구조와질서를유지시키기에는너무나격렬한것이다. 그것은곧적 극적인‘되먹임고리’를통하여더욱더증폭되고확대되면서진화의 분기점을돌파하는혁명적순간을맞게될것이다. 그리하여인류진 화의창조적초월은바로한반도에서시작될것이틀림없다. 한반도 는 산업문명의 비극적 운명이 집약적으로 연출되는 무대이며 우리 민족의현존은소외된인간실존의응축된상징인것이다. 바로그러 하기에우리민족의비극적운명은진화의분기점에서방향을결정 하지못하고방황하는인류를대신하여앞장서서과감한창조적진 화의모험을 감행토록하는 추진력이될수도있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생명의씨앗을전인류, 전세계에퍼뜨리고인류의진화에앞 장서서나선다면우리민족은통일을성취할뿐만아니라인류진화 의대약진의여명을알리게될것이다. 그때한반도는 우주생명, 즉 한울님의제단이될것이다. 진정한통일운동은우리민족의통일만 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전인류, 전 생태계, 전 우주생명과의 통 일을 지향하는 생명운동이다. 생명의 이념과 활동인 <한살림>은모 든개인, 모든민족, 전인류, 전생태계가한울님, 즉우주생명의태 속에서태어나한울의젖을빨고자라는한형제, 한동포라는우주 적, 생태적, 공동체적각성에그기반을두고있다. <한살림>은그세계관에 있어서는 물질, 생명, 정신이 역동적인
과정을 통하여 하나의 우주생명에 통합되어 가고 있으며 인간, 자 연, 우주모두가 동요를통해새로운 질서로 자기를 조직하는생명 이라는 점을 감지하고 있는 새로운 과학에서 그 이론적인 전거(典 據)를 찾고 있다. 한편 <한살림>은 가치관에 있어서는 한민족의 오 랜전통과맥을 이어오고있는동학의 생명사상에서그 사회적, 윤 리적, 생태적 기초를 발견하고 있다. 동학은 물질과 사람이 다같이 우주생명인 한울을 그 안에 모시고 있는 거룩한 생명임을 깨닫고 이들을‘님’으로 섬기면서(侍) 키우는(養) 사회적, 윤리적 실천을수 행할것을 우리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을자기안에통 일하면서모든생명과공진화해가는한울을이세상에체현시켜야 할 책임이 바로 시천과 양천의 주체인 인간에게 있음을 동학은 오 늘우리에게가르치고있다.
첫째, <한살림>은생명에대한우주적각성(覺醒)이다. 모든 생명은 전체의 일부분인 동시에 부분들의 통합된 전체라
는전일적(全一的) 구조를갖고있으며전체로서의독립성과개체로 서의 의존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리하여 모든 인간, 모든 생물, 심지어무기물까지도하나의우주적그물속에서로연결되어있으
면서협동하여공진화하는생명인것이다. 모든 생명은 한울 가득히 가지를 뻗고 있는 우주라는 큰 나무
에연결된 가지, 줄기뿌리이다. 모든살아있는것은우주생명이라 는나무에서 단절되면그생명을잃고 만다. 우주생명인 한울은모 든생명을자기안에합일시키고키워나간다. 인간은무궁히자라나 는우주라는생명나무의한가지끝에맺힌작은열매에지나지않 는다. 그리하여인간은우주생명에서떨어져서는살아갈수가 없다. 인간은우주생명이라는큰나무의일부분을구성하고있는작은생 명이면서 동시에 보다 작은 생명들을 통합하고 있는 큰 생명이다. 이것이 우주에 있어서의 인간의 제자리며 참모습이다. 그런데열매 속에는 나무의 씨앗이 있고 그씨앗 속에는 우주의 생명나무가 포 태되어있다. 진화하는우주생명은살아서진화하는인간의마음안 에 잠재해 있고 진화하는 인류의 문화는 우주의 전 시공간을 포괄 하고 있다. 전체로서의 우주가 개체로서의 인간 안에 살아 숨쉬고 있어동학은이를일컬어 시천(侍天)이라 하였다. 즉사람은누구나 그안에한울님을 모시고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인간은 한울을자 기안에모시고있음을스스로망각함으로써그본성으로부터소외 되어있고탐욕스럽고잔인하게그형제이자동포인자연을지배하 여착취하고있다. 그러나인간은탐욕스러운욕망을버리고인간이 다시자기안에모신한울을섬긴다면, 즉소외되어있던자신의본 성을회복하기만한다면인간은지혜롭고성스러운생명이될것이 다.
둘째, <한살림>은자연에대한생태적각성이다. 생태계는 자율적으로 자기를 조직하는 체계이며 동시에 자기
안에 인간, 생물, 무기물들을 하나의 생명으로 포괄하고 있는 인간 보다큰생명이다. 생태계로서지구는하나의살아있는생명이며가 이아(Gaia)로서의지구는마음을가지고있다고한다. 대기와바다 와흙과 더불어 인간과 다른 생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통합하고 있 는지구는엄청난화학적, 열역학적비평형의동요에서도자기를유 지해 왔고 오랜 진화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생태적 질서를 창조해 왔다고 한다. 만일지구가단순한 무생물체의 고체덩어리라면어떻 게 인체가 체온을 조절하듯이 지표(地表)의 온도를 조절할 수있고 모든 지질학적, 기상학적인 요동을 겪어내면서 생명체를 창조할수 있었겠는가. 오늘의새로운 과학은 분자수준의 물질에도 생명과정 신현상이있다는놀라운혁명적물질관을제시하고있다. 물건안에 도 성스러운 한울이 계시다고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해월은 땅 울리는소리가자기의마음을아프게했다고고백하였다. 생명의 진화는 우리 인간에게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하고 있다.
지구상 최초의 생명의 형태인 원생세포(prokaryote)들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 내어 지구의 대기권에 현 수준의 산소가 함유 되도록함으로써산소를호흡하고살아가는유핵세포(eukaryote)와 그밖의고등생물들이살아갈수있는생태적질서를창조하였다. 그 리고 원생세포들은 생태계에 지금까지 살아 남아서 식물과 동물의
세포속에서그들과공생하고있다. 그들은지금도생물의산소호흡 을 조절하고 무기물로부터 영양을 합성함으로써‘전생태계의 에너 지살림’을 도맡고 있으며 생물의 폐기된 유기물 쓰레기를 분해하 여 정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인간은 전생태계의‘생 산자’와‘주부’로서 또는‘청소부’로서의 원생세포가 수행하는‘에 너지의순환운동’과‘자정(自淨)활동’을기반으로하여살아가고있 다. 우리인간은우주생명나무의일원으로서가지, 잎, 뿌리와더불 어공생하고공진화해야할것이다. 오늘날인간에게자신의자유함 과동시에생태계에대한성숙한책임감이전지구적으로요구되고 있다.
“지구의요구는인간의요구이며인간의권리도지구의권리인 것이다.”
셋째, <한살림>은사회에대한공동체적각성이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 살아갈
수없듯이사회를떠나서살수가없다. 인간은본래공동체에서태 어나고그안에서살아가는것이다. 그러나산업사회에있어서인간 은자연과의생태적균형을잃고있을뿐만아니라인간과인간사 이에 참다운 공동체를 상실하고 있다. 인간은 군중 속에 원자화된 고독한개인으로이웃과단절되어있다. 사회는공동체적성격을상 실하고지배와통제의기능만강화시키고있다. 인간은핵가족과개 인으로 산산히 흩어지고 중앙집권화된 권력에 의해 일괄적으로 관 리되고통제되고있다. 사회의가치를결정하고배분하는권력이더 욱더중앙집권화되고전문화되고독점화되면서인간을더욱더소외 시켜가고있다. 사회는개인과개인, 개인과집단, 집단과집단들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투쟁의장이되어 버렸다. 그속에서 인간은이 기적으로물질적가치를추구하면서욕망충족(欲望充足)의고리에서 쳇바퀴돌고 있다. 오늘날 인간의 삶에서 결핍되어있는것은물질 적안락이아니라공동체적협동과자연과의조화인것이다. 사회는살아있는인간의사회이며그본래의모습은진화하는
생명이다. 인간과인간 사이에는 물질과 에너지, 정보와 지식, 정서 와정신이끊임없이순환적으로교류되고있다. 그리하여사회는개 인들의 단순한 집합(集合)이 아니라 부분으로서의 개인과 전체로서 의 사회가 전일적으로 통합된 공동체여야 하며 인간은 공동체에서 이웃과 협동함으로써 공생하지만 결코 그 자율성(自�性)을 상실하 지않고오히려 참다운 자기실현의길을 발견하게되는 것이다. 진 정한 공동체로서의 사회는 자연과 생태적 균형을 이루어 나가면서 환경의 변화와 진화에 유연성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다. 해월은 사람이 사람을 한울로서 대접하면 세상을 기화(氣 化)시킬것이라고하면서인간사회가공동체적삶을통해서진보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사회가 용시(用時), 용활(用活)하지 못하면, 즉시대의진화에응하지못하면죽은물건이나다름없다고 설파하고 있다. 인간은공동체를회복해야 한다. 오늘날낭비보다는 검약, 경쟁보다는 협력, 물질적성장보다는정신적 성숙, 이기(�己)
보다는 공생, 자기주장보다는 사회정의, 분열보다는 통일을 지향하 는참다운공동체적각성이우리에게요청되고있다.
넷째, <한살림>은 새로운 인식, 가치, 양식을 지향하는‘생활문
화활동’이다. 산업문명은자연의생태적균형과인간의공동체를파괴함으로
써 엄청난 분열과 충돌과 동요를 유발하고 있다. 격동하는 문명의 동요는더욱더 증폭되어 생존이냐 파멸이냐, 붕괴냐창조적진화냐 하는분기점에 이르렀다. 어느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전적으로인류 의선택에달려있는 것이다. 오늘날 인간은매우 탐욕스럽고어리 석은 생명인 것같이 보이나 그 본성에 있어서 지혜롭고 성스러움 을자기안에지니고 있다. 그러나 기계문명은 인간으로 하여금그 본성으로부터떠나소외된모습으로살도록억압해왔다. 오늘날인 간은자기안에모시고있는우주생명을망각함으로써생명의본성 을잃어버리고말았고드디어세계는인간의소외뿐만아니라생명 그자체의소외로귀결되었다. 그리하여인간은인류의파멸과생태 계의파괴로발전될지도모르는위기에봉착하게된것이다. 이 위기상황에서 인간이 먼저 해야 할일은 소외된 본성을 회
복하는일일 것이다. 그것은인간이자기안에모셔진우주적생명 을깨닫는일이다. 즉, 인간이자신안에서우주생명과합일됨을깨 닫는 일이다. 이러한각성된깨달음이있을때인간에게새로운희 망의 길이 열릴 것이고 참된 인간회복과 인간해방의 길이 열릴것 이다. 우주생명과 합일됨을 깨달은 각성된 인간은 인간과 자연이 다 같은 생명으로서 우주와 합일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각성된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 이웃과 협동하면서 공생하고 생태계 와균형되고조화스러운생활을추구하게될것이다. 이제 삶의 인식, 가치, 양식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연, 인간, 사회를 기계모형으로 보는 산업문명을 생명의 제모습으로 바꾸어 나가야할 것이다. 또한새로운 세계관과가치 관에 기초하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조하여 사회에 널리 보급해야 하겠다.
다섯째, <한살림>은 생명의 질서를 실현하는‘사회실천활동’이 다. 생명의 진화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기존의 질서에 머물러 있는
것을뜻하지않는다. 오히려변화의충격과동요를증폭시키면서이 를새로운질서와환경으로창조하는생명의활동을말하는것이다. 산업문명은 그 내부적 동요와 외부적 충격으로 진화의 문턱에 와 있다. 와해되어가는 기계문명으로부터 인류가창조적 진화를수행 하기 위해서는 각성된 인간들의 창조적 활동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활동은낡은기존의 사회, 경제, 정치를혁파하고생명의질서를 지향하는실천적사회활동으로나타나게되는것이다. 산업문명의정치는그권력을소수기술관료들에게집중시키면 서대다수의국민을억압하여소외시키고사회의분열과경제의불

균형을 조장하고 있고 관료들의 부조리, 부패, 무능을 양산해내고 있다. 대기업에의해장악된경제는자본과기술을더욱더집중함으 로써실업과주기적불황을유발하고있고자원과에너지를낭비함 으로생태적균형을파괴하고있으며 부(富)를독점함으로써사회의 불균형과 분열을 심화시켜 나가고 있다. 기존의 정치질서와 경제구 조는 기계의 질서로써 인간을 억압하여 소외시키고 자연을 파괴하 는죽임의 질서인 것이다. 그리하여 우주의큰생명을 자각한창조 적인인간은 반생태적, 반공동체적인 정치권력, 기술관료, 대기업들 에 대한 생명의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 민족과 인류가 다같이 살자는이싸움은 사랑의 투쟁이며평 화의투쟁이고 생명의 투쟁이다. 생명의 투쟁은인위적 폭력으로서 기존의 사회질서를 해체하자는것을의미하지 않는다. 생명의투쟁 은인류진화의도정에서새롭게도래할문명을준비하는창조적활 동을말하는것이고후천개벽을의미하는것이다.
여섯째, <한살림>은자아실현을위한‘생활수양활동’이다. 생명의 세계관, 가치관을 실현하고자 하는 실천활동은 인간과
자연, 개인과사회의모든생명이모두우주생명에합일되어있다는 깨달음에서출발하는것이다. 해월은일찍이한울을키우지않는사 람에게는한울이없다고하였다. 그러나인간이살아있는생명이라 면누구나자기안에 우주생명을 포태하고 모시고있는 것이다. 수 운은 한울님을 모시는 일은 자기의 마음을 닦고 몸의 기운을 바르 게하는것이라고 하였다. 시천(侍天)은안으로 심화(心化)하고밖으 로기화(氣化)하는인간의마음을바르게닦는 일이다. 그리하여수 운은사람이 성실, 공경, 믿음을다하여한울을 섬기고 수심정기(守 心正氣)하면누구나무극대도(無極大道)에이르게된다하였다. 만약사람이한울님을자기안에모시고있는거룩한생명이라
면마땅히자기안에계시는한울을키워야할것이다. 그리고사람 은자기안에계신한울뿐아니라이웃사람과자연안에계시는한 울도키워야할윤리적 책임이있는 것이다. 양천은 인간이 자기와 이웃과자연안에내재해있는우주생명을키움으로써‘자아’와‘공 동체’와‘생태계’의공진화를도모하는것이라할것이다. 그리하여 해월은한울을기를줄아는사람이라야한울을모실줄안다고하 였다. 시천(侍天)이라는우주적각성과자기마음을닦는 수양(修養) 은 생명을 기르고 키우는 현실적 생활(生活)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다. 생활이란문자그대로살아활동하는것을의미한다. 생활은인 간이살아활동하기위해자신을포함한뭇생명에게‘밥’이라는생 명에너지를먹여키우는 일이다. 우주생명과 하나임을깨닫고있는 사람은자기와이웃과자연이모두하나의생명임을자각하고그들 의 생명도 자신의 땀으로 빚은‘밥’을먹여 키운다. 그리하여 각성 된 사람은 시천(侍天)과양천(養天)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 것임을 알게되는것이다 인간은누구나다그자신안에‘한울생명’을모시고있는성스 러운생명이기에성실함과경건함그리고믿음을갖고자기와이웃
과자연의생명을자신의땀과피로써키워살려야하는윤리적책 무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도덕적 각성은 곧 진정한‘자아실현’을 위한 수련의 길일 뿐만 아니라 자기와 이웃이 협동하는‘공동체의 삶’의정신적기반이되고‘사회정의’, ‘생태균형’을실현코자하는 사회실천활동의출발점이되는것이다.
일곱째, <한살림>은 새로운세상을창조하는‘생명의통일활동’ 이다 민족통일은우리에게민족적지상과제이다. 하나의통합된생명
인한민족이 물리적힘과 기하학적인 선으로잘릴수는 없다. 이것 은 자연의 결을 거스르는 일이며 생명의 진화를 역행하는 일이다. 그런데우리민족은아직도분단의고통가운데있다. 그러나이고 통은쓰라림을이겨내면서한알의영롱한진주를만들어내는진주 조개의 창조적인고통일 것이다. 진정한 통일운동은 인류역사의진 화속에서우리민족이수행해야할역할을인식하는데서그기반 을확보할수있다. 우리민족의역할은고난과시련의역사를새로 운 역사창조의 원동력으로 전환시켜 인류진화의 모범을 보이는 것 이다.
산업문명이 기초하는 기계의 사회문화모형은 모든 것을 분할,
구속, 고립시키고모든것을예속, 소외, 오염시키고있는죽임의틀 이다. 그런데기계문명도본래생명인인간정신의산물이다. 그것이 생명의 모태를 떠나 생명의 탯줄을 끊고 나서부터 오히려 그어머 니인 생명과 인간을 억압하고 핍박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탕자와 같은 기계문명은더이상생명을 억누를수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생명의 탯줄로부터 단절되어 그 생명력을 잃고 엔트로피의 노예가 되어죽음을 선고받고있기 때문이다. 이제기계는그생명의고향 으로다시돌아와인간과화합함으로써본래의생명을회복해야할 것이다. <한살림>은기계의힘과논리가 분할시키고 단절시키고 폐쇄시
킨모든것을다시 통일하는 일을 시작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통일 을성취시키고자 한다. <한살림>은인간의마음속에서는감성과이 성을, 인간의 자기의식 속에서는 분석적 지식과 직관적 지혜를, 인 간의 생명에서는 육체와 정신을, 인간사회에서는 개인과 공동체를, 생태계에서는 자연과 인간을 다시 통일시키면서 이 모든 것을‘한 울생명’에 통일시키는 생명의 대통일운동을 전개해 나아가려 한다. 한살림은전우주, 전생태계, 전인류를생각하면서민족통일을위 한실천활동을수행하고민족의통일을생각하면서생태적균형, 사 회정의, 자아실현의길을모색하려한다. 수운(水雲)은 우리에게 통일의 대원리를 제시하고 있으니 시천
사상(侍天思想)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거룩한 우주생명이 자기 안에 임재해 있음을 각성함으로써 진화하는 우주의 창조적 대통일 사업에 동참할수있다는 것이다. 이우주적 사업은 생명을 억압하 고 소외시키고 분열시키면서 죽임을 강요하고 있는 낡은 선천세계 를개벽하는창조적진화라하겠다. 개벽은한울과인간이공동으로
수행하는것이다. 인간누구에게나내재해있는우주생명은바로인 간의옮길수없는 본성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것은망각 된채소외된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여 제자리에놓는 일이다. 이것 이 진정한 인간해방의 길인 것이다. 시천의 각성이 내 마음, 우리 민족의정신아니전인류의영혼에서일어날때자연과인간, 물질 과 정신, 개인과 사회, 민족과 인류가 하나의 우주생명으로 동귀일 체(同歸一體)되는 생명의 궁극적 통일이 성취될 수 있다. 바야흐로 후천개벽이다가오고있다. 생명의새로운지평이우리앞에열리기 시작하고있다.
인류의 위대한 추축시대(樞軸時代)에 예수와 붓다에 의해 점화
된‘사랑’과‘자비’의등불은2000년이상인류를어둠에서인도해 왔다. 그러나산업문명시대에들어와서는그빛이희미하게되었다. 죽임의 어둠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오늘날 사랑과 자비가 생명의 등잔 위에 더욱 큰 불꽃으로 다시 점화되어야 할 것이다. 1848년 마르크스는공산당선언을통해인간해방을선포하면서혁명의깃발
을높이 치켜들어 온 세계의 억압받고 소외되어 온 계급과 민족의 길잡이가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에와서혁명의 깃발은그빛깔 이바래져가고있다. 마르크스는인간이물질의생산, 분배, 소유를 혁명적으로 재편함으로써 인간해방을 실현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 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것은빵만아니라 생명인빵의 의미와 창조적으로 진화하는 생명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는 시천 의각성이다. 새로운세계를바라보고이를준비하고있는각성되고 해방된 인간의 정신은‘자기 안에 있는 우주 안에 자기가 있음’을 깨닫고있다. 진화의분기점에방황하고있는이시대는‘우주속의 인간’, ‘인간안의우주’라는자기이미지를지닌새로운이념이나 와야할 때이다. 그러기에 우리는바로지금 여기에서 새로운생명 의이념과활동인 <한살림>을펼친다.
“무궁한그이치를무궁히살펴내면 무궁한이울속에무궁한내아닌가”(水雲)
* 이선언문은한살림운동의이념과실천방향을확립하기위해가진공부모임과토론회에서합의된내용을장일순선생님, 박재일, 최혜성, 김지 하가정리하고최혜성이대표집필하여 1989년10월 29일한살림모임창립총회에서채택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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