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5

[크리틱] 대만에 관한 명상: 아시아에 단순한 것은 없다 / 신현준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크리틱] 대만에 관한 명상: 아시아에 단순한 것은 없다 / 신현준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대만에 관한 명상: 아시아에 단순한 것은 없다 / 신현준

등록 :2018-09-14 18:56수정 :2018-09-14 20:19


신현준
대중음악평론가·아시아문화연구자


지난 주말은 나에게 ‘대만(타이완)의 날’이었다. 한국인들이 ‘쯔위의 나라’ 정도로 알고 있는 그 대만 맞다. 대만에서 온 두 밴드가 같은 날 한국에서 공연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만 친구에게 “대만 문화부에서 일정 조정이라도 해야 하지 않냐?”고 농담 섞인 이메일을 띄웠더니 “두 밴드의 팬들이 달라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지만 나 같은 ‘대만음악 팬’은 두 공연장을 왔다 갔다 하느라 힘들었다.

‘중화권의 비틀스’로 홍보된 메이데이의 장르는 이른바 ‘모던 록’이지만, ‘아이돌’ 같은 면이 많아서 인기를 따지면 여느 한국 밴드를 압도한다. 반면, ‘대만의 언더그라운드 신을 이끌고 있’다고 소개된 포레스트는 실험적이고 ‘사이키델릭’한 음악을 구사하는 밴드로서 대만 사람들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공연장에 모인 청중을 보더라도, 메이데이의 경우 70~80% 정도는 한국에 체류하는 대만, 홍콩, 중국, 기타 화교로 구성된 ‘광팬’들이었던 반면, 포레스트의 경우 특정 장르를 좋아하는 한국인 청중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소개에는 ‘한국과 대만의 비교’라는 관점이 들어 있다.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다’는 것이 내 잠재의식 속에 있었던 모양이다. ‘비슷하지만 다르다’와 ‘다르지만 비슷하다’ 가운데 어느 쪽이 ‘피시’(정치적 올바름)할까. 어떤 경우든, 한국과 대만이 비교하기에 적절한 상대인 것은 틀림없는데, 대만 현대사에 대해 공부하면 한국과 비슷한 점이 쉽게 발견된다. 일제 식민지, 권위주의 독재, 경제 기적, 정치적 민주화 등은 시점마저 비슷해서 간혹 징그럽다.

그런데 하나의 결정적 차이가 있고, 이 점이 요즘 들어 두드러진다. 대만 사람이 보기에 최근 한국은 반일친중(反日親中)으로 보이는 모양이고, 한국 사람이 보기에 최근 대만은 반중친일로 보인다. ‘반 아니면 친’이라는 이분법이 얼마나 단순하고 한심한 것인지를 깨닫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한때 ‘자유중국’으로 불렸고, 공식적으로 ‘중화민국’인 이곳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가 ‘중국’을 저어하는 일은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다. 어쨌거나, 대만 사람에게 ‘중국 사람이에요?’라고 물어보는 것은 실례다.

사실 최근 한국과 대만 사이에 교류가 많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두곳의 산업구조가 비슷해서 치열하게 경쟁해왔지 원만하게 보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산업에서 컴퓨터산업을 거쳐서 정보기술(IT) 산업에 이르는 분야가 그렇다. 야구 경기에서 한국과 대만이 치열한 라이벌이 되는 이유가 정치적이고 감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단, 한국이 대기업 중심으로, 대만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은 ‘비슷하다’는 피상적 판단이 부적절한 또 하나의 예다.

앞서 언급한 쯔위를 예로 들어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그녀가 본명 ‘周子瑜’를 ‘Zhou Ziyu’라 쓰지 않고 ‘Chou Tzu-yu’로 쓰는 이유는 무얼까. 이걸 따지고 들어가면 동아시아 현대사의 한 가닥을 부여잡고 ‘공부’를 해야 한다. ‘쯔위’ ‘子瑜’ ‘Ziyu’ ‘Tzu-yu’가 그저 마냥 똑같다고 생각하면 많은 것을 놓친다. 한글과 한자와 영자(로마자) 사이에 의미가 왔다 갔다 한다. 이런 걸 언어학에서 트랜스글로시아(transglossia)라고 부르는데, 이걸 설명하려니 글의 분량이 다 찼다.

어쨌든, 한국과 대만을 포함해서 아시아에 단순한 것은 하나도 없다. 얽히고 꼬이고 뒤섞인 복잡성만이 공동의 무언가를 구성한다. 그 공동을 관통하여 차이를 이야기할 시간이 왔다. ‘아시아는 하나’라는 얼빠진 이야기 말고.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62174.html?fbclid=IwAR0R36P1xIu9HQHJhPCBzSdRJ29n8fDPYzTUx2RnEI2rYB4HOscpNQNQHls#csidxc959924508154ca93a45964c37b1f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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