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4

Yuik Kim - 대부분 홍명교 선생 설명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내 생각을 추가하고 싶다. 홍콩...

Yuik Kim - 대부분 홍명교 선생 설명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내 생각을 추가하고 싶다. 홍콩...







Yuik Kim
25 mins ·



일단 쉐어하고,대부분 홍명교 선생 설명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내 생각을 추가하고 싶다. 홍콩 사람들 특히 지식인들이 ‘홍콩 사람’의 정체성만을 강조하면서 근본없는 “헌법이 보장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들먹이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생각한다. 홍선생 설명대로 영국 식민지하에서 그런 건 원래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산당 정부나 대륙 사람들에게는 씨알도 안먹힐 수밖에 없고 한편으로는, 자기 부정적으로 느껴져 특히 대륙 일반인들의 보편적인 인권에 대한 공감보다는 악플과 무플의 악순환에 빠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럼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홍콩과 광저우에 각각 1년반, 1년을 살아본 내 개인적인 견해는 이렇다. 

광둥이 중심이 되는 중국의 화남지역은 원래 반역rebelious의 고장이다. 예전엔 남만南灣이라 불렸고 한화漢化가 된 후에도 이곳은 늘 자체적인 언어와 문화(岭南文化)를 유지해 왔다. 이 안에서도 광저우가 중심이 되는 广府,潮汕,客家문화 등 다채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사람들, 공통적으로 저 멀리 북쪽 아니면 동쪽에 있던 중앙 정부 간섭 싫어하고, 성실하고 실용적이며 (겉모습보다 내실을 중시) 검박하여 자기 생계는 자기 스스로 챙기고 싶어하고,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제1의 무역/ 상업 중심지 답게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면서도 가족 宗族 중심의 전통문화를 가장 잘 지켜왔다. 그래서 광둥이 성급으로 중국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것은 경제발전 때문에 외부인구가 몰려든 이유도 있지만, 벌금이야 때리든 말든 정부의 일가족 일자녀 정책을 콧등으로 듣고 무시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이야기 - 광둥은 이런 기풍안에서 신해혁명을 전후한 시기 중국 근대 혁명의 고향으로 이름을 날렸다. 태평천국의 홍시우츄안, 그리고 이어서 캉유웨이, 량치차오, 쑨원 이 사람들이 전부 광둥인인 것이 절대 우연이 아니다. 홍콩에 자유와 인권에 대한 희구가 있다면 진짜 뿌리는 이런 수천년, 수백년의 유서 깊은 반골 정신에 기반한 것이지, 영국 식민주의자들이 중국에 넘겨 주기 전에 선심이라도 쓰듯, 흘리고 간 그런 20년짜리 가짜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전통은, 폭압적인 중국 공산당 정부도 함부로 부정할 수 없는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어찌 된게 홍콩인들은 베이징만 싫어하는 게 아니라 자기 선조의 고향과 친척들이 있는 광둥 지역도 멀리한다. 이게 잘 이해가 안갔는데 Jung-a Chang교수님 논문을 읽고 알게 됐다. 영국 식민 정부가, 발전하는 도시 홍콩(명)에 대비되는 거대하고 낙후된 농촌, 대륙(암)의 이미지를 오랜동안 홍콩인들의 마음 속에 심어 둔 탓에, 일반 홍콩인들에게 중국은 시진핑이나 공산당이 아니라도 오랜동안 자기와는 별 상관이 없거나 될수록 멀리하고 싶은 곳과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중국 정부가 정말로 두려워 하는 게 무엇일까 ? 내 생각엔 대륙의 보통 중국인들이 홍콩 사람들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난번 6.4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 내면서, 당시 천안문에 모였던, 학생과 엘리트들의 자유민주주의 정치 체제에 대한 요구뿐 아니라, 전국 각지, 보통 인민들의 반부패, 공정한 경제적 발전의 요구를 주목한 것은 특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런 다양하고 좋은 전통과 역사를 복기하여, 홍콩과 중국의 미래를 새롭게 견인하려 하지 않고, 지나치게 단순한 화법으로 중국에 그저 감정적인 반감이나 품은 외국인들의 어그로나 이끄는 게 과연 중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 트럼프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주권을 지키자고 호소하는 중앙정부의 주장이 전례없이 중국인들을 맹목적으로 단결시키고 있다고 하는 가운데 말이다.

내 생각에는 이미 대륙과는 너무나 단절된 젊은이들보다는 공산화 당시에, 홍콩으로 넘어오며 대륙에 비해서도 중국문화의 전통을 상당부분 지켜왔다고 자부하던 학자와 지식인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그런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홍명교
10 hrs


지금 이 시각 홍콩에서 벌어지는 투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홍콩 시민들이 겪는 억압에 대해 공분하고 연대해야 하지만, 동시에 언급되지 않고 지나치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야 하는 곤란함을 안고 있다. 

오늘날 홍콩에서 벌어지는 억압은 결코 중국공산당 혹은 시진핑이 발명해낸 것이 아니다. (그들이 지금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과는 별개로 말이다.) 그것은 홍콩을 99년 간 식민 통치한 제국주의 영국에 의해 발명된 것이었고, 홍콩의 민중들은 오랫동안 이에 맞서서 저항했었다. 

주지하다시피 홍콩은 아편전쟁 이후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홍콩에 거주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은 많은 차별과 학대를 당했고, 선박 노동자의 경우, 영국인 선원들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백인 선원의 20%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았다.
1922년 홍콩의 선박 노동자들이 결성한 홍콩선원노조의 파업은 불과 1년 전 결성된 중국공산당의 혁명 여정과 광둥성 지역 노동운동을 촉발시킨 역사적 저항이었다. 당시 홍콩 시민들을 가혹하게 통치하고 있던 영국 식민당국은 위력적인 파업에 한수접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투쟁은 당시 광둥성 곳곳을 분할 통치하고 있던 제국주의 열강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홍콩은 아시아 금융시장의 허브이고, 관광과 쇼핑의 도시인데다, 한때는 어떤 변종된 아시아 문화의 수도 같은 곳이었지만, 면적으로는 아주 작다. 그러니 이 도시를 일반적인 다른 '국가단위'와 비교해 완전히 독립적인 체제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제대로 된 설명은 아니다. 이곳에 도입된 극도의 고도화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외양상 많은 모순을 감춘다. 그곳에 있던 무수한 빈부격차를 감추고, 억압의 역사를 감추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니, 영국의 식민지배 시절엔 잘 살았고 민주주의였지만, 중국 반환 이후 민주주의가 후퇴되었다는 식의 서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식민지배 시절에 민주주의의 호혜를 입고 있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에 가깝다. 적어도 그런 거짓말을 하려면 영국 본토에 노동자에 대한 억압과 착취가 전무했다고 말할 뻔뻔함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였다고 사기칠 뻔뻔함도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홍콩의 끔찍한 빈부격차를 낳은 것은 제국주의의 식민통치와 광둥의 전통적 자본가들의 공모였지, 중국 대륙의 통치자들은 아니었다. 60~70년대 홍콩에서 벌어진 많은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런 자본주의적 억압에 저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그 역사적 억압의 주체는 국가자본주의의 억압자로 변이한 중국공산당 엘리트들로 치환되어버렸다. 홍콩에서 '자유'를 말한다는 것은 즉 공산당에 맞서 저항한다는 의미가 되었다. 서구의 매스미디어와 지배엘리트들이 홍콩의 투쟁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심지어 남한에서 박정희를 추앙하는 자들도 홍콩 시민들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오늘날 홍콩의 많은 시민들은 '영국 식민지 시절의 홍콩깃발'을 흔드는 일부 시민들과도 함께 시위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홍콩 시민들의 투쟁을 지지해야 하고, 연대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에 어떤 이름이, 어떠한 모순들이 감추어져 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다보면 당연히도 설명충이 되어버리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 많은 걸 감춰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국내에서는 <우산혁명>이란 이름으로 공개된, 넷플릭스에서 배급하는 <조슈아 웡>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영화는 서구 다큐멘터리 작가의 시선으로 홍콩의 우산 시위를 담고 있는데, 당연히도 많은 역사적 모순을 감추고 있다. 게다가 우산혁명이 안고 있던 정치적, 사회적, 계급적 한계 역시 모른 척 한다.
현재 중국 당국의 강경대응, 일국양제 약속이 폐기되는 것처럼 보여지는 상황은 대다수 홍콩 시민들을 불안감으로 몰아넣고 있다. 나아가 홍콩 경제가 안고 있던 장기간의 경기침체, 빈부격차도 그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런 불만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모른 척하고, 단순하게 법제의 강화와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결코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 때문에 홍콩 시민들의 저항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투쟁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무결한 것이라고 말할 순 없다. 우리는 우산혁명의 실패 이후에 왜 빈곤층은 친중으로 돌아섰고, 중산층만이 반중으로 남아있었는지, '데모시스토'처럼 이 운동을 선두에서 급진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치조직들이 갖고 있는 '홍콩내셔널리즘'의 한계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들은 다른 홍콩 좌파들과 달리, 역사적 모순이나 노동 억압에 대해서는 좀처럼 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또, 우산혁명 당시 홍콩 시민들이 갖고 있던 본토 출신 중국인 노동자 및 여행객들에 대한 일정한 혐오 정서에 대해서도 더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홍콩의 완전한 독립을 주장하는 것이 '진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 곳곳의 지역주의 및 독립노선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 '절대권력의 억압에 대한 숭고한 저항'처럼 느껴지고, 또 전달되는 것은 어딘가 많은 걸 빼먹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대다수 사람들의 해방과도 거리가 멀다.
그런 역사적 모순들에 대해 사고하지 않으면,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 한국에서 좌우 막론하고, 홍콩 시민에 대한 연대의 마음이 하나의 목소리로 뭉개지는 것은 이것이 '순수한 저항'이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역사와 정세에 대해 별로 엄밀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시아 식민지배의 원죄를 안고 있는 영국, 미국 등 서구 강대국들의 위선이 역겹다. 지금의 역사적 모순은 그것에서부터 시작됐고, 우리는 그것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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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a Chang
12 June at 17:03 ·



"정부가 철회하지 않으면 인민도 물러서지 않겠다". 모든 홍콩시민의 파업,휴점,수업거부를 호소하며 민간단체연합체가 내건 구호입니다. (제가 그동안 몸도 아프고 하여 한참 페북을 못했습니다. 다른 분들 글을 잘 보지도 못하면서 글을 올리기 죄송해서 못 올리고 있었는데, 홍콩 상황이 급박해져서...제가 알릴 수 있는 게 있다면 알려야 할 것같아서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많은 분들께 민망하고 죄송합니다)

홍콩에선 범죄인 인도조례 통과를 반대하며 며칠전 100만명의 시민이 행진을 한 데 이어, 오늘 예정되었던 통과를 막기 위해 어젯밤부터 모여든 청년들이 주도하여 다시 도심이 점령되었습니다. 다시 일어나기 어려워 보였던 대규모 도심점령이 일어난 건, 이번이 "홍콩을 지킬 마지막 기회"이고 "홍콩의 마지막 싸움"이라는 절박함이 널리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례는 홍콩과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들이 범죄자 인도 요청을 할 때도 인도할 수 있게 만들려는 것으로, 의회의 심의조차 거치지 않고 행정수반과 법원의 결정으로 인도가 가능하게 되어,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우산혁명과 그 이후의 어묵혁명으로 인해 지난 몇 년간 많은 사람들이 수감되어, '정치범'이란 단어가 익숙치 않던 홍콩에서 '정치범'이란 말이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한편으론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무력감에 빠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누가 주체가 되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무력감이 팽배해 있었고,
바로 일주일 전에 제가 천안문사건30주년 추모활동을 참여관찰하기 위해 갔을 때만 해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싸움만은 물러설 수 없다는 마음으로 100만명이 나왔는데도 정부는 그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혔고,
다음날 아침 또다시 무력감에 빠져있는 듯했지만
며칠 사이 급속도로 파업과 휴점, 수업거부 연대가 이뤄졌고,
일부 청년들이 먼저 의회와 정부청사 건물에 모여들며 점령이 이뤄졌습니다.

시위대들은 오늘도 최대한 충돌을 자제하고 있고, 정말 필요시에만 행동수위를 높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어떤 정치적 행동이 효과적일지, 어떤 행동이 옳은지, 충돌과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 써야 할지 또는 써도 될지, 시위대 내부에서 충분히 토론하지 못한 상태라 다들 불안하고 답답해하는 상황에서 점령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부디 아무 일이 없기를 빕니다.


民間人權陣線 Civil Human Rights Fr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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